FoundersAtWork

같이 성장하기

얼마 전에 우리 투자사 대표랑 단둘이 저녁을 꽤 길게 먹을 기회가 있었다. 창업 전에 대기업 생활을 오래 했고, (나름)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 결정을 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용감하게 시작했고, 모든 벤처가 그렇듯이, 어려운 과정을 자주 경험하면서 이제 2년째 사업을 잘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이젠 몹시 어려운 시점은 지난 거 같고, 회사가 망할 걱정보다는 성장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일에 대한 이야기를 훨씬 더 많이 했다. 내 기억으로는, 사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이 분은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공동창업자를 어떻게, 어디서 찾을지, 제품 개발은 어떻게 하고, 돈은 어디서 받고, 지분은 어떻게 분배하는지와 같은 Startup 101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당시에 나도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 그러면서 제품이 개발되고, 팀이 커지고, 고객도 생겼다. 힘들었지만, 운 좋게 펀딩도 잘 받으면서, 비즈니스가 성장했고, 이 대표이사는 아마추어 창업자에서 좋은 비즈니스맨으로 성장을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우리는 창업 초기의 걱정거리가 아니라, 회사가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우리는 기업문화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다. 정말로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데, 매일 야근하는 게 과연 회사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 이 대표는 걱정하고 있었다. 물론, 모두가 좋아서 스스로 야근을 하고 있지만, 대표이사의 입장에서 이걸 좋아해야 하는 게 맞을지, 아니면 좋은 기업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청산해야 할 악습인지에 대해서 우린 이야기했다. 채용에 대해 이야기도 했다. 대표이사의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건데, 이 ‘좋은 사람’의 기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80%만 만족하는 사람을 뽑아서 나머지 20%를 회사가 채워줘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100% 만족하지 못 하는 사람은, 아무리 가능성이 보여도, 현재 단계에서는 채용하지 않는 게 맞는 건지에 대해서 우린 이야기했다.

실은, 나도 기업 문화나 시기적절한 채용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할 정도의 회사를 운영해본 적이 없고, 우리가 투자한 대부분 회사도 아직은 이 단계까지 성장하지 못해서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주지는 못했지만, 나도 오랜만에 구멍가게 사고방식을 벗어나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의 사고방식으로 다양한 고민을 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한 2년 만에 이 대표이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온실에서 자란 월급쟁이가 짧은 기간 동안 산전수전 다 경험하면서 제법 프로페셔널한 비즈니스맨이 되었고, 이 전체 과정을 같이 했다는 거에 대해서 난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했다. 물론, 이렇게 성장한 비즈니스와 대표이사를 가까운 곳에서 보면서 나도 많이 배웠고, 조금은 다른 방향이지만, 나도 같이 성장했다.

우리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가 투자하는 건 투자금이라기보다는, 좋은 창업가와 좋은 비즈니스를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면서, 한 수 배우기 위한 수업료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업료를 내고, 많이 배우고 있다는 생각을 요새 상당히 많이 한다. 바로 위에서 말한 이런 사례같이.

듣기만 해도 힘이 나는 단어, ‘도전’

rockybalboa도전. 벤처 쪽에서 일하면, 이 말 정말 많이 듣는다. 그리고 또 많이 사용들 한다. 너무 많이 쓰이는 단어지만, 도전이란 말은 누구에게나 매번 큰 희망과 에너지를 준다. 며칠 전에 ‘SBS 스페셜’ 478회 ‘성신제의 달콤한 인생‘ 편을 보고 나는 도전이라는 단어가 주는 짜릿하고 찌릿한 느낌을 다시 한번 깊게 경험했다.

성신제. 내 나이 또래 분 중 이 이름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것이다. ‘성신제 피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토종 피자 프랜차이즈였고, 솔직히 (개인적으로) 맛은 별로였지만, 독특한 재료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파격적인 시도를 많이 한 외식업체였다. 솔직히 나는 성신제 대표는 성신제 피자만 창업한 줄 알았는데, 이보다 훨씬 더 깊은 비즈니스 경험이 있는 분이다. ‘피자헛’을 한국으로 가져온, 그래서 피자라는 음식이 매우 생소했던 1984년에 한국에 피자를 소개한 분이고, 이후 성공과 실패를 통해서 천당과 지옥을 9번이나 왔다 갔다 한, 한국 외식업계에 한 획을 그은 사업가다. 그동안 엄청난 돈도 벌었지만, 이후 계속되는 실패로 모두 다 날렸고, 지금은 70의 나이에 케이크 사업을 다시 시작한 1인 창업가이다. 궁금해서 성신제를 검색해보니,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나름 엘리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그에게 “어떻게, 그리고 왜 그 나이에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냐?”라고 묻는다. 이 분은 넘어지면, 계속 자빠져있거나, 아니면 다시 일어나거나, 두 가지 옵션밖에 없는데, 자빠져 있으면 죽는 거니까, 다시 일어나는 방법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하면서 오늘도 묵묵히 세계 최고의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서 베이킹을 하고 있다.

왜 난 이 실패한 아저씨 이야기를 잠도 안 자고 봤을까?(난 보통 11시 전에 잔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정말 불행한 이야기인데, 왜 가슴이 벅찼을까? 잠자리에서도 왜 와이프한테 계속 성신제 대표 같은 분이 성공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잠이 들었을까? 넘어지면 또 일어나고, 또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어떻게 보면 인간을 위대하게 만드는 이 도전정신 때문인 거 같다. 좀 식상하고, 촌스럽고, 올드하지만, 난 이런 스토리가 좋다. 아직도 가슴이 벅차다. 요새 수 십억 원의 빚을 갚기 위해서 처절하게 노력하고 있는 연예인 이상민 씨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돼서 더 짠했던 거 같다.

<이미지 출처 = Total Rocky>

프라이머 11기 데모데이

내일은 프라이머 11기 데모데이다. 스트롱은 본격적으로 프라이머 8기부터 파트너로 조인했으니까, 이제 나도 4기 수에 걸쳐 파트너 활동을 한 셈이다. 솔직히 악셀러레이터 일을 한 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절대적으로 회사 수가 많고, 각 파트너당 최소 4개의 완전초기-초기 스타트업과 같이 일을 하려면, 체력도 강해야 하고, 공부도 상당히 많이 해야 한다. 그래도 나는 힘든 거보다는 배우는 게 더 많으므로, 매 기수 데모데이를 할 때가 되면, 보람차고 상당히 행복하다.

이번에 나는 4개의 회사와 같이 일을 했다. 이젠 물리적으로 한국에 있으므로, Skype가 아니라, 매주 한 번씩 직접 만나서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창업가들과 했다. 나는 각 회사의 비즈니스에 대해서 깊게 파고 들어가서, 비즈니스 모델이나 수치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그냥 전반적인 큰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는데, 그 이유는 일단 내가 각 비즈니스에 대해서 깊게 들어갈 정도의 지식이 없고, 이 단계의 회사들에 필요한 건 운영 면에서의 도움보다는 전반적인 방향에 대한 도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8기부터 11기까지, 지금까지 난 14개의 프라이머 회사들과 아주 밀접하게 일을 했는데, 내가 과연 이 회사들한테 어떤 도움과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매주 한두 시간씩 만나는 게, 지금 당장 일을 해야 하는 창업가들한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데, 이 바쁜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난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그래서 데모데이 전 마지막 미팅에서는 각 팀한테 물어본다. 프라이머 프로그램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 나랑 매주 만나면서 했던 미팅들에 대한 솔직한 의견, 그리고 혹시 앞으로 내가 더 잘하려면 어떤 부분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본다.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나쁜 피드백보다는 좋은 피드백이 더 많았다. 그리고 특히 이제 갓 사업을 시작한 회사들에는 프라이머 파트너와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많이 느꼈다. 수치, 매출, 운영적인 차원보다는 그냥 스타트업이나 인생 경험이 조금 더 많은 선배 같은 파트너들과 정기적으로 얼굴 보면서 이야기 하는 게 심리적으로, 비즈니스적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피드백을 들었다(어차피 사업은 본인들이 풀어야 할 장기적인 숙제).

Good luck with 데모데이!

YULIP – 엄마의 프로젝트

yulip
우리 서울 사무실이 위치한 구글캠퍼스서울에서 해마다 진행하는 ‘엄마를 위한 캠퍼스(Campus for Moms)’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9주 동안 창업을 하고 싶거나, 창업에 관심이 있는 엄마와 아빠를 위한 일종의 스타트업 교육 프로그램인데,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펀드레이징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개론적으로 설명해준다. 아기와 함께 참여해도 되며, 아기 놀이 공간과 돌보미 서비스까지 제공해주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나도 작년부터 투자와 관련된 세션에 초대받아 참여하고 있는데, 항상 많이 배우고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있다. 일단, 내가 주로 만나는 분들이 아니라서 – 아빠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 엄마다 – 신선한 아이디어와 사고를 접할 수 있어서 좋고, 반대로 이분들도 창업이 자주 접하는 분야가 아니라서, 어떻게 보면 내가 하는 말과 공유하는 경험이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나도 보람이 크다. 물론, 참여하시는 분이 프로그램을 마치고 모두 다 창업하는 건 아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모두 의지와 사기가 불타오르지만, 육아와 가정이라는 현실의 벽에 다시 부딪히면, 뭔가를 시작하는 게 참 어렵기 때문이다.

2016년 프로그램 참석하신 분 중 인체에 무해한 립스틱 ‘율립’을 창업한 원혜성 대표님이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드디어 첫 번째 제품의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하셨다. 10년 이상의 매거진 뷰티에디터 경험과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 PR 실무를 바탕으로, 본인과 같이 민감한 피부 때문에 고생하는 여성분들을 위한 립스틱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고, 엄마캠을 통해서 용기와 실행에 대한 의지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우리 투자사 텀블벅을 통해서 진행되고 있는데, 재미있는 건, 텀블벅 염재승 대표도 2016년 엄마를 위한 캠퍼스 프로그램에 스피커로 참여하면서 원 대표님과 인연이 생겼다.

참고로, 율립은 우리 투자사도 아니고, 나랑은 그 어떠한 비즈니스적인 관계도 없다. 다만,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 중 하나라고 하는데, 이런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그 과정,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열정을 응원해주고 싶다. 이 프로젝트에 관심 있으면 여기서 펀딩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텀블벅>

심플한 비즈니스

simplify2심플이 최고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인생 전반에 걸쳐 유용하게 적용되는 진리 중 하나인 거 같다. 요새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가능하면 모든 걸 간소화하세요”인데,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스타트업은 모든 걸 더 간소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제품의 UI와 UX를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야 하고, 비즈니스 모델과 회사의 내부 프로세스도 가능한 간소화해야 한다. 인력도 최소화해서, 조직도 자체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실은, 우리가 투자하는 기술 스타트업들은 기본적으로 조금은 복잡하다. 사용하는 기술도 복잡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차별화하기 위해서 계속 변화를 주다 보니,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대표이사는 항상 simplicity를 추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잘 안되는 곳의 공통점은, 바로 뭔가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창업 초기 비즈니스모델은 상당히 간단했고, 이 간단한 모델을 누구보다 더 빨리, 그리고 잘 실행하는 게 목표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모델이 복잡해졌고, 이 복잡한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서, 프로세스도 복잡해졌고, 이를 위한 인력 배치도 복잡해진 회사들이 몇 있다. 간혹, 누가 나한테 이 회사에 관해서 물어보면, “아 그 회사요…모델이 좀 복잡한데요….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이렇게 복잡하게 설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실은 나도 이 회사들이 정확하게 뭘 하는지 설명하는 게 너무 어려워진다.

주로, 이런 회사들은 비즈니스가 잘 안 된다. 반대로, “그 회사는 이런 걸 하는 스타트업입니다”라는 단순한 답을 줄 수 있는 회사들은 대부분 비즈니스를 잘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나는 내가 비즈니스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스타트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투자사 중, 비즈니스가 진화는 하지만, 진화하는 방향이 복잡도가 증가하는 쪽이라면, 경계하고 대표이사한테 다시 한번 고민해서 가능하면 모든 걸 더 심플하게 하라고 한다.

실은, 규모가 커지는데, 비즈니스를 더 심플하게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이렇게 하려면, 해야 할 일 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더 잘 결정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우리가 하고 싶은 일, 우리가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구분해서, 가능하면 새로운 일이나 프로세스를 추가하지 않고, 지금 잘 하는 걸 더 잘할 수 있는 각도로 회사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미지 출처 = Jason Whitehur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