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마찰력의 크기

창업가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장의 크기,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그리고 마찰력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실은 이 3가지가 거의 다 비슷한데, 최근에 만났던 꽤 멋진 창업가와 미팅을 하다가 나온 ‘마찰력의 크기’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본다.

사용자의 관점에서 보면, 마찰력은 사용자의 경험을 해치는, 흔히 말하는 창업가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이다. “그 제품은 다 좋은데, 이 부분이 좀 어려워서…막상 사용하기는 쉽지 않지.”에서 그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 제품의 마찰점, 또는 마찰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마찰력을 확대해석해보면, 바로 많은 창업가가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이유인 ‘해결하려는 문제’가 되고, 이를 조금 더 확대해보면, 시장의 크기가 된다. 그냥 본인이 원래 좋아하는 걸 비즈니스로 만든 창업가도 많고, 특별한 시장에 대한 고민 없이 돈을 엄청 벌고 싶어서 창업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특정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창업을 한다. 이 문제점은 창업가가 오래전부터 관찰했는데 아무도 관심 두지 않은 이슈일 수도 있고, 아무 생각 없다가 갑자기 “아, 바로 이거야!”라고 순간적으로 느낀 그런 문제일 수도 있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문제가 너무 많다. 아침에 눈을 떠서, 다시 밤에 잠들기 전까지, 심지어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창업가의 눈으로 보면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싸고, 조금 더 좋은 방법으로 개선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너무나 많고, 좋은 창업가라면 이런 개선의 여지가 있는 문제를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한다. 이런 분들한테 내가 조금 더 강조하는 건, 이 문제점들의 마찰력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개선하고자 하는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공하는 대체제품을 사용할 정도로 그 문제점이 불편한지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즉, 내가 제공하는 제품의 편리성이, 대체하고자 하는 기존 제품의 마찰력을 완전히 압도하지 못하면, 시장은 굳이 새로운 제품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관련해서 내가 자주 드는 예시는 모바일 결제이다. 애플페이와 삼성페이가 출시됐을 때 시장의 기대는 어마어마했다. 이제 곧 시장에서 신용카드는 없어질 것이고, 사람들이 더이상 현금을 가져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지갑도 곧 없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나도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고, 다만 상점들이 모바일 페이를 위한 하드웨어를 도입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수년 이 지난 이 시점, 아직도 절대다수는 신용카드와 현금을 사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상점들이 기기를 도입하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물론, 기기의 비용도 장애물 중 하나이긴 하다).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 결제가 대체하려고 했던 신용카드 사용의 마찰력이 의외로 낮았기 때문이다.

실은, 나도 모바일 페이를 사용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서 한 번만 긁으면 결제가 되는 게 이미 쉬운데, 굳이 핸드폰을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용카드가 더 가볍고, 작아서, 핸드폰을 사용하는 거보다 더 쉽다. 신용카드나 현금 대비 모바일 결제가 가져다주는 편리성에 대해서는 당연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수십 년 동안 사용하던, 그다지 불편하지 않은 카드를 버릴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모바일 영수증도 비슷한 거 같다. 종이가 필요 없고, 나무도 덜 죽이고, 뭐 다 좋은데, 그냥 영수증 하나 받아서 주머니에 넣으면 되기 때문에 굳이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고 영수증을 문자로 받진 않는다. 오히려 이게 더 불편하기 때문이다.

창업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마찰력을 줄이는 건 너무 좋다. 다만, 입증되지 않는 신제품을 사용하는 거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큰 게 현실이다. 내가 제공하는 대체제품을 시장에서 간절히 필요할 정도로 기존 마찰력이 큰지는 잘 생각해봐야 한다.

Keep it Simple, Stupid

영어에 KISS 라는 말이 있다. Keep it Simple, and Stupid의 약자인데, 이 말은 1960년대 미 해군에서 나왔다고 한다. 복잡하게 만들기보단, 멍청할 정도로 단순하게 만든 시스템이 훨씬 잘 작동한다는 미 해군의 디자인 원칙인데, 스타트업계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며칠 전에 USV의 Fred Wilson이 비슷한 맥락의 글에서 이걸 다이빙에 비유했다. 올림픽 다이빙 선수는 우승하려면 공중에서 최대한 어렵고 복잡한 동작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정확한 지점에서 입수해야 하지만, 스타트업은 그냥 단순한 동작으로 물에 입수하는데 집중하라는 내용이다. 동작을 너무 복잡하게 하면 수영장 물밖에 떨어질 수 있는데, 그러면 죽을 수 있으니까, 완벽하진 않아도 계속 물에만 떨어질 수 있게 간단한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더 복잡한 동작을 소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아직도 가끔 한 시간 이상 창업가의 이야기를 들어도, “죄송한데요, 그래서 뭐 하는 회사라고요?”라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 모델도 복잡하고,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너무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런 비즈니스는 주주명부와 법인구조조차 상당히 복잡하다.

소위 말하는 유니콘 회사 중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려면 공학박사 학위가 필요하고, 모든 게 다 복잡한 회사도 있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잘 하는 회사는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비즈니스를 하고, 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실행력으로 엄청난 진입장벽과 해자(垓字)를 만든다. 그리고, 성장하는 비즈니스를 계속 단순하게 만들려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확히 구분해서 다 쳐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잘 하고, 해야만 하는 일에 회사의 모든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초등학교 과학실험 중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서 종이를 태워본 분은 경험적으로 알 것이다. 햇빛이 모이는 면적이 작을수록 종이가 잘 탄다. 면적이 너무 넓으면 그냥 그을리기만 한다. 아주 단순하게, 햇빛을 모아서, 그냥 한 곳에만 집중하면 된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이다. Keep it simple, and keep it stupid가 좋다.

오늘도 나는 “그래서 뭐 하는 회사라고요?”라는 질문을 했고, 이 비즈니스에는 아마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창업가

15 yr old hacker암호화 화폐에 관심 있다면 Ledger라는 하드웨어 지갑을 갖고 있거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이 제품을 초기에 구매한 고객이다. 인터넷과 연결이 끊긴 하드웨어 지갑이고, 보안 쪽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회사라서 매우 안전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이 Ledger의 보안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걸 얼마 전에 한 해커가 발견하고, 이걸 인터넷에 공개했다. 재미있는 건 이 해커는 Saleem Rashid라는 15살 짜리 영국 소년이다. 실은 Ledger는 제품의 결함을 발견한 사람을 대상으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회사에 먼저 알려주면 보상을 해주는 bounty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건 없지만 회사가 이 꼬마에게 제안한 상금이 상당히 높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Saleem은 이 제도를 통해서 받을 수 있는 보상을 거부하고, 그냥 온 세계에 제품의 결함을 공개해버린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내가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솔직히 소문이기 때문에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난 생각한다. Saleem이 제품의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했다는 소문을 Ledger도 들었고,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면 엄청난 보상을 하겠다고 이미 개별적으로 접촉해서 제안했다고 한다. 보상금액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15살의 머리로는 상상도 못 할 수준의 금액이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Ledger가 이 소년을 채용하려는 시도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한테 돌아온 건 거의 “FUCK YOU” 수준의 답변이었고, 이 소년은 제도권의 부탁과 의견을 완전 무시한 채, 테크크런치와 레딧과 같은 미디어를 통해서 온 세상에 Ledger의 결함을 공개했다.

이 사건에 대해 들었을 때,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과 인터넷이 생활 일부가 되는 신세대는 우리랑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갖고 있고, 뇌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솔직히 나는 Saleem의 태도를 잘 이해할 수가 없다. 그냥 보상금을 받고 편안하게 살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해도 될 텐데, 굳이 제도권의 여러 이해관계자를 화나게 하면서까지 이런 무모한 짓을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내가 이해를 못 해도 상관없다. 이게 현실이니까. 요즘 신세대는 우리 같은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종이다. 그리고 미래의 페이스북, 구글과 아마존을 만드는 창업가는 Ledger를 해킹한 소년과 같이 기성세대의 가치는 안중에도 없고, 인터넷과 모바일을 몸 일부와 같이 다룰 수 있는, 그런 젊은 친구일 가능성이 높다.

실은, 우리같이 늙어가는 VC가 앞으로 만나고, 설득하고, 같이 일해야 하는 창업가가 이런 이해하기 힘든 젊은 친구들이라는 생각은 흥분되기보다는 좀 걱정된다. Saleem 같은 창업가가 나를 찾아오면 나는 편견 없이 이 친구를 대할 수 있을까? 어쩌면 “저런 싸가지없고 버릇없는 놈이랑은 같이 일 할 수 없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 업을 계속하려면, 그리고 미래의 유니콘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면, 우리 같은 VC는 이런 젊고 이해하기 힘든 창업가들을 더욱더 많이 만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이게 가능해지려면, 스스로 많이 변화해야 한다. 많은 충돌도 있을 것이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사람도 바뀐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VC는 반드시 도태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난주 일요일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에 중국에서 맹활약하는 한국의 프로게이머 ‘페이커’와 그를 한류 아이 돌보다 더 신같이 존경하는 중국의 ‘주링허우 세대(=중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90년대생 중국 청년)’가 소개되었다. 주링허우 세대 또한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해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스스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 출처 = Born Realist>

이게 정말로 된다면?

지난주에 우리 펀드 출자자가(=LP) 주최하는 모임에 참석해서, 오랜만에 다른 외국 VC들과 식사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어떻게 딜을 발굴하는지, 투자한 이후에 어떤 방법으로 투자사들에 도움을 주는지, 펀드를 위한 펀드레이징은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해 서로 편안하게 이야기하면서 정보를 교류할 수 있었던 좋은 모임이었다. 모든 세션이 끝난 후에, 이 모임을 주최한 우리 LP가 closing을 하면서 Q&A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워낙 바쁘고 만나기 힘든 분이라서 나도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이 중 어떤 VC가 “우리같이 이제 투자를 막 시작하고 있는 VC한테 줄 수 있는 딱 한 가지 조언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라는 아주 흔한 질문을 했다. 하지만, 거의 50년 이상의 VC 경험에서 나온 이 분의 답변은 절대로 흔한 게 아니었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좋은 회사와 서비스에 투자한 이런 노련한 투자자도 당연히 놓친 딜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넷플릭스였다고 한다. 당시 Reed Hastings가 와서 앞으로 DVD의 시대는 끝날 것이고,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영화를 스트리밍해서 볼 거라고 했을 때 도저히 그 미래가 잘 안 그려져서 그냥 투자하지 않았다고 했고, 그래서 후회를 많이 한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내 머리에 오랫동안 남을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그때 내가 이게 왜 안될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말고, ‘만약에 이게 정말로 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세상이 인터넷으로 영화를 스트리밍해서 보는 게 실현이 된다면?’이라는 질문을 했다면 아마도 투자했을 텐데, VC라는 사람이 이게 왜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대신, 이게 왜 안 될지에 대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

VC가 신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한 회사의 절반만 망하지 않아도 잘 한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번 모임에서 평균을 한 번 내보니까, 대부분의 VC가 70%는 틀리고, 30%만 맞다고 하는 거 보면, 오히려 그냥 일반인이 투자 결정을 해도 어쩌면 이보다 성공확률이 높을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결론은, VC는 거의 실패하기 때문에, 한 번 성공할 때 아주 크게 성공해야 한다. 투자한 회사의 95%가 망해도, 남은 5%가 아주 크게 성공하면, 손실을 메꾸고도 전체 펀드의 몇 배를 돌려주는 걸 우리는 흔히 보는데, 이런 걸 보면 투자는 정말 확률의 게임인 거 같다.

이런 소수의 ‘대박’을 만드는 VC는 대부분 “이게 만약에 된다면?”이라는 질문을 많이 한 거 같다. 누가 봐도 황당하고 허무맹랑한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가 투자자한테 피칭을 하면 대부분 이런저런 자기만의 나름 논리적이고, 오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질문을 하고 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많은 투자자는 그 아이디어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이 아이디어와 창업가의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할 기회를 놓치고, 이는 위에서 말한 넷플릭스 사례와 같이 투자경력에 많은 후회를 남기게 된다(위의 우리 펀드 출자자는 넷플릭스는 투자하지 않았지만, 다른 수많은 좋은 회사들이 투자했다).

하지만, 만루홈런을 치는 홈런왕 투자자는 “대단히 황당한 아이디어고 절대로 안 될 거 같다. 그렇지만, 만약에 이게 정말로 현실화된다면 세상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바뀔까?”에 대한 생각을 한다. 만약에 이게 됐을 때 파급력이 엄청나다면, 그리고 이 황당한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창업가라면, 과감하게 투자를 한다. 실은, 틀릴 수도 있고, 확률적으로 보면 틀릴 확률이 매우 높지만, 만약에 된다면 엄청난 결과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펀드 LP는 여기에 두 가지 조언을 더 했다. 하나는, 이런 역학 때문에 투심위에서 대부분 또는 모든 파트너가 투자하자고 승인하는 딜은 그냥 누가 봐도 괜찮은 너무나 뻔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대박 날 수가 없다는 점. 둘째는, 이런 엄청난 성공을 만들기까지는 15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점. 두 번째 포인트를 조금 더 설명하자면, 앞으로 15년 후에 잘 될 비즈니스를 오늘 발견해야 하기 때문에, 첫 번째 포인트가 더욱더 맞는다는 점이다.

이 후, 나도 “이게 정말로 된다면?” 이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한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창업가라면, 이 분이 이걸 정말로 할 수 있게 내가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홈런왕들

유명한 펀드 앤드리슨호로위츠의 파트너 Chris Dixon은 ‘베이브루스 효과’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도 1920년대의 전설적인 타자 베이브루스를 모르는 분은 없을 텐데, 이 선수의 특징은 삼진아웃도 많이 됐지만, 일단 배트에 공이 맞으면 엄청난 장타를 쳤다. 실은 전설적인 VC들과 전설적인 타자 베이브루스는 공통점이 많다. VC들도 많은 투자를 하는데, 대부분 망하지만, 소수의 회사가 대박 나서 전체 펀드를 만회해주고, 상당한 수익도 챙길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유명한 VC들의 역사를 보면, 삼진 아웃도 많이 되지만, 만루홈런을 치는 경우를 많이 본다.

CB Insights에서 역사상 가장 큰 홈런 28개를 분석해봤는데, 꽤 길지만 재미있다. 시간 되면 모두 읽어보길 권장한다. 이 중 내 눈길을 끌었던 홈런 2개가 있는데, WhatsApp과 한국의 넥슨이다.

WhatsApp은 2014년 Facebook이 약 25조 원에 인수했는데, 이는 역사상 가장 큰 비상장 회사의 exit이다. 총 650억 원 정도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놀랍게도 Sequoia Capital한테만 투자를 받았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주로 여러 명의 VC로부터 투자 받는 게 더 흔하지만, 왓츠앱의 경우, Sequoia로부터 시리즈 A 85억 원, 시리즈 B 565억 원을 모두 받았다. 그만큼 세쿼이아는 왓츠앱을 믿었고, 왓츠앱도 세쿼이아를 믿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또 다른 홈런 딜인 트위터도 같이 총 650억 원의 투자를 받았지만, 15명 이상의 VC로부터 이 돈을 모았다. 결국,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했을 때 세쿼이아는 투자금액의 50배인 3조 원 이상을 회수했다.

넥슨의 이야기도 참으로 흥미롭다. 2011년도 일본에서 약 8조 원의, 당시로써는 가장 성공적인 게임회사 IPO를 했다. 넥슨의 알려진 투자사는 소프트뱅크코리아와 Insight Venture Partners밖에 없고, 투자 금액은 아직도 공개된 건 없지만 그렇게 크진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은 넥슨이 상장했던 시점에 IPO를 한 또 다른 게임업체가 있었는데, 넥슨의 라이벌이라고 간주하였던 Zynga도 나스닥에 약 8조 원에 상장했다. 징가가 미국 회사이고, 당시 예상 시가총액이 더 높았기 때문에, 세계적인 관심은 넥슨보다는 징가의 IPO에 주목되었는데, IPO 이후에는 그 관심이 뒤바뀌었다. 상장 이후 넥슨의 주가는 230% 이상 올랐지만, 징가는 60% 정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넥슨이 훨씬 더 적게 투자를 받았지만,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징가보다 훨씬 더 높은 홈런 딜 이였다.

이런 홈런을 VC들은 ‘fund maker’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회사 하나가 전체 펀드를 만회해준다는 의미에서 나왔다. 우리 첫 번째 펀드의 fund maker이자 홈런은 코빗이었는데, 앞으로 스트롱도 이런 만루홈런을 계속 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하나의 만루홈런을 치기 전에는 엄청나게 많은 삼진아웃을 당할 각오는 항상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