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나만의 목소리

12705658_939580959471943_5000259704839178836_n지난주에 울산에 잠깐 내려갔다 왔다. 우리 투자사 페달링도 만날 겸, 그리고 울산과학기술원의 창업 프로그램인 UNIST Entrepreneurship Bootcamp의 강연 중 하나를 맡게 되어서 즐겁게 갔다 왔다. 이 프로그램은 이제 UNIST에 입학할 신입생 중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과정인데,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학교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창업 관련 정보를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가르쳐주는 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도 모를 때 스탠포드 대학으로 유학 가서, 대기업에 취직해서 남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거 말고도 인생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앞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할 신입생들한테 내가 이날 말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아니,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이 짧은 삶을 잘 살다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행복한 삶을 사는 건데,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만 이날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실은 우리가 entrepreneurship(=창업가 정신)이라고 하면 당연히 회사를 만들고, 제품을 만들고, 투자를 받아서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키우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 우리 주변 대부분의 창업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큰 비즈니스를 만들고 세상을 바꾸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날 내가 학생들에게 강조했던 건 바로 창업이라는 게 거창하게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을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의지,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을 만들려는 도전정신, 그리고 그 누구도 나만큼 내 인생을 생각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찍 깨닫고 내 인생과 운명을 스스로 책임지려는 자세. 우리가 아는 엄청난 창업가들이 모두 이런 생각으로 비즈니스를 만들었지만, 비즈니스를 만들지 않는 사람들도 실은 이런 자세를 가지고 인생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서 우리가 100% 통제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날씨를 우리가 통제할 수도 없고, 세계 경기를 우리가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요새 북한이 자꾸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만약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걸 우리가 어떻게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100% 통제할 수 있는 게 딱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내 인생이다. 자신의 인생과 운명을 남이 아닌 내 손 안에 가져다 놓는 거, 나는 이게 창업가 정신과 딱 맞물린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도 그렇지만, 우리 인생에도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

강연이 끝나고, UNIST 선배 중 현재 창업해서 회사를 운영하는 3명의 창업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유니스트의 창업가들”이라는 패널을 진행했다. 우리 투자사 대표도 참석했지만, 나머지 두 명의 대표이사들도 내가 전부터 알고 있던 분들이다. 솔직히 이들은 아직 대단한 비즈니스를 만들지도 못했고, 이야기를 해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내가 이 젊은 친구들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이들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험하고 냉혹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냥 남들이 하는 그대로 살아가지 않고 나만의 목소리를 갖는다는 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나는 저 나이에 남의 목소리만 듣고 살아갔기 때문에 이 3명의 창업가가 더욱더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 같은 젊은 친구들이 더 많아지고, 이들이 커서 부모가 되면, 조금은 다른 그리고 더 재미있는 세상이 되겠지.

모두 잘 되고, 모두 돕는 관계

얼마전에 내가 넥슨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묘사한 도서 ‘PLAY’에 대해 짧게 포스팅을 했다. 엄청난 통찰력을 배울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굉장히 재미있어서 구정 연휴에 다시 한번 읽어 봤는데, 역시 좋은 책의 진가는 여러 번 읽을 때마다 새로운 내용이 보이고 이해하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점인 거 같다. 겉으로 보면 플레이는 넥슨의 창업, 투쟁 그리고 성장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뭐, 스타트업은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걸 우리는 잘 알기 때문에 당연한 거 같지만, 플레이는 이걸 다시 한번 확인사살 시켜준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소설과도 같이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사람들이 나타나서 필연적이면서도 랜덤하게 연결이 되어서 비즈니스의 꼭지들을 만들어 간다. 같은 학교 출신 친구들, 같은 과 친구들, 기숙사 룸메이트들, 연구실 선후배들, 직장 친구들 그리고 친구의 친구의 친구들이 모두 다 기가 막히게 엮이고 있다. 솔직히 두번째로 이 책을 읽을때는 넥슨의 이야기 보다는 그 구성원들의 관계와 그들의 만남의 백그라운드가 더 재미있었다. 실은 이걸 우리나라의 학연과 지연의 끝판왕이라고 삐딱하게 보는 분들도 있지만 뭐 그게 현실이라면 현실이다.

어쨌든…이 책을 읽고 느낀 점, 그리고 요새 많이 생각하고 있는 점은 나도 당연히 성공하고 잘 되어야지만, 내 주위 모든 사람들도 같이 잘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어리고 뭘 잘 몰랐을때는 나만 잘 되고, 남들은 나보다 조금 못 되길 바란적도 있다.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혼자 먼저 챙기고, 그리고 내가 다 챙긴 후에 남들과 공유하고는 했는데 요새는 생각이 바뀌었다. 내 주변 분들이 실은 나보다 더 성공해야하고 잘 되어야지만 나도 같이 빛나고 서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 질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생각을 해보면…지금은 돈이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한 스타트업들에 우리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 몇 년 후에는 우리보다 훨씬 더 근사한 비즈니스를 만들 것이고, 나보다 더 뛰어난 사업가가 될 것이 확실하다. 물론, 나보다 돈도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투자한 팀들이 모두 exit을 잘 해서 가까운 미래에 스트롱 펀드에 LP로(출자자) 참여를 하면 아주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질거 같다. 서로 돕고, 서로 잘 되고, 서로 즐기는 관계….생각만 해도 좋다.

헬조선, 헤븐조선

hell korea1999년 부터 미국과 한국을 왔다갔다 하다가 작년 말에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왔다. 미국에 있을때도 거의 매달 한국에 나왔고, 그 전에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학교도 다녔고 직장생활도 해서 한국 생활이 나한테는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물리적으로 살았던게 아니라서 인터넷과 미국의 미디어를 통해서 한국에 대한 대부분의 소식을 접했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생생한 현장감이 부족했다. 솔직히 외국에서 바라본 한국의 이미지는 ‘대단한 나라’ 이다. 한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낮은 한 자리 수의 경제성장을 하고 있지만 불확실한 세계경기 전망 속에서 그나마 이 정도 성장하는 나라가 많지는 않다. 특히 내가 일하고 있는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한국은 최근 몇 년 동안 꽤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좋은 회사도 많이 나오고, 재벌들이 장악하고 있는 경제활동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 스타트업들이 참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밖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미래는 매우 밝고 다른 나라들이 고전할때 한국은 계속 잘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조건을 가진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와서 이제 몇 개월을 실제로 살아보니 밖에서 보던 한국과 안에서 느끼고 보는 한국은 많이 다르다는 걸 요새 많이 체감하고 있다. 안에서 보는 한국은 미래가 매우 불투명한 나라이다. 대통령은 뭐를 해도 국민의 욕을 먹고, 금수저가 없는 젊은이들은 취업을 못하고 있고, 직장인들은 죽지 못해 일을 하고 있는 나라이다. 오죽 그랬으면 ‘헬조선’ 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그 어떤 대화를 해도 이 나라의 정부와 대통령 욕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누구나 다 나라 걱정을 하는거 같다. 나도 많은 나라에서 살아봤고, 더 많은 나라를 여행 해봤지만 자국을 떠나서 다른 나라로 이민가고 싶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나라는 본 적이 없다. 이게 2016년도 대한민국의 현실인거 같다. 참 걱정스럽다.

나는 약간 다른 생각을 한다. 전반적으로 내가 요새 느끼는 건, 한국은 불평과 불만이 많아진 사회가 된 거 같다. 뭐,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비판들이 많이 쏟아질거다. 내가 한국에 대해서 뭘 안다고…그런 말 할 자격이나 있냐고…이런 말들을 하면서 비난할 거 같다. 그렇다고 한국이 잘 돌아가고 있거나, 정부와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행동을 하고 있거나 또는 대기업들이 국가 경제를 위해서 열심히 고민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 과거에는 잘 몰랐는데 이제 대가리가 좀 커진 후 한국에서 살아보니 정말로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한 일들이 벌어지고 후진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문제점들이 존재하는게 한국이라는 나라다.
하지만, 확실한 건 헬조선은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곳이자,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곳이다. 높으신 분들만 살고, 높으신 분들만 만들어가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 – 이걸 무조건 비판하면서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있고, 현실을 인정하되 그래도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최선을 다 할 수도 있다. 나는 모두가 후자를 선택해서 조금이라도 헤븐조선에 가까이 갔으면 좋겠지만 전반적으로 불평만 하고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좀 아쉽다.

나는 학자가 아니지만 이미 한국은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이 보는 한국도 이미 선진국의 모습을 골고루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이상하게도 한국사람들만 스스로 우리가 지옥에 살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거 같다. 그래서 나는 스타트업들과 같이 일 하는게 좋다. 내가 같이 일하는 그 어떤 창업가도 헬조선을 욕하거나, 정책을 비판하거나 또는 경쟁사를 비판하지 않는다. 이들은 모든걸 스스로 책임진다. 잘 되면 본인이 잘 한 거지만, 안 되도 본인의 잘못이다. 이런 마음가짐과 생각을 가진 창업가들이 잘 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이런 작은 노력들이 합쳐지면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헬조선이라면서 스스로의 무능함을 국가의 탓으로 돌리면서 본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인간들 이젠 좀 지겹다.

<이미지 출처 = http://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899>

우리 모두 배달의 민족

며칠 전 성황리에 마무리 된 프라이머 8기 데모데이 기조연설을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님이 하셨다. 나도 개인적으로 김봉진 대표님을 조금 알고, 독서경영으로 유명하신 분이 스타트업 바이블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그 날도 언급을 해주셨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회사에 대한 정보는 미디어나 다른 투자자들을 통해서 많이 접하지만 이 날 들은 회사와 대표님의 철학, 그리고 배민의 시작 관련 이야기들은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웠고,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지금은 직원 460명에 한국 스타트업 중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가지고 있는 회사 중 하나로 성장을 했지만 시작은 여느 스타트업과 다르지 않게 소박했다. 답십리의 까페베네에서 창업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 전략이나 거창한 비전을 가지고 시작한게 아니라 ‘VC’ 라는 말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강연 50분이라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회사의 전부를 보여줄 수는 없었지만 그냥 평범한 젊은이가 간단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 사업이 되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업이 성장했고, 순간 순간의 결정들이 쌓이면서 문화가 만들어졌고, 아직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씩 성공을 향해서 가고 있는 창업가와 그의 사업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특히, 김봉진 대표님과 배달의 민족 팀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독특한 기업 문화와 ‘우유부단 캠페인’과 같은 사회활동들은 나한테 시사하는 점들이 참 많았다.

가끔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한국 보다는 미국인들이 많이 물어본다). “Kihong, 너는 한국 스타트업 중 어느 회사가 가장 성공할거라고 생각하니?” 과거에는 나도 이 질문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야 했다. 내가 좋아하고, 우리가 소액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나름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는 쿠팡이 항상 머리에 떠오르지만 최근 들어 내 대답은 다음과 같다. “음…니들이 잘 모르는 한국의 배달 스타트업인데 이름은 좀 어려워(영어로 하니까). 배달의 민족이라는 스타트업이 있는데, 이 회사가 가장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성공을 해야 해. 그래야지만 한국 스타트업의 미래가 더 밝아질테니.”

배달의 민족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이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 물론, 잘 될거라고 생각하지만 워낙 쟁쟁한 회사들과 창업가들이 한국에도 많으니까. 하지만, 나는 배달의 민족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지만 한국의 창업 생태계에 진정한 불이 붙을 수 있다. 그 이유는…쿠팡과 티몬의 성공을 보고 많은 젊은 친구들이 자극을 받고 자신감을 얻어서 다른 좋은 회사들이 한국에서 탄생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창업가들한테 쿠팡의 김범석 대표나 티몬의 신현성 대표는 넘사벽이다. (절대로 그렇지는 않지만)많은 창업가들이 본인들도 부잣집에서 태어나서 미국 명문대학을(김범석 대표는 하버드, 신현성 대표는 유펜) 졸업했다면 쿠팡과 티몬같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오히려 쿠팡과 티몬의 선전은 “빽도 없고, 금수저가 아니면 창업해서 잘 되는 것 도 힘들구나” 라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나는 목격한적이 많다.
김봉진 대표님은 약간 다르다. 뭐, 그렇다고 내가 이 분을 과소평가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내가 알기로는 아주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학교도 서울대가 아닌 평범한 대학을 나왔고, 공학이나 경영학이 아닌 미술을 공부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것도 아니고, 과거에 exit을 한 경험도 없다. 오히려 가구 비즈니스를 해서 쫄딱 망한 경험은 있다. 즉,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와 스토리를 가진 매우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이다. 그래서 나는 김봉진 대표님이 잘 되고 배달의 민족이 대박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지만 한국의 모든 창업가들에게 진정한 영감과 자신감을 줄 수 있다.

“나랑 그닥 다르지 않은거 같은데 저 분도 성공했으면, 나도 분명히 할 수 있다” 라는 그런 자신감이 우리 사회에 가득 차 있으면 헬조선도 조금은 더 좋아지지 않을까.

홈스캔, 홈케어 서비스

한국 와서 집을 구하면서 답답했던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나 professionalism이 너무 없고, 고객들을 호구로 보는 중개사들한테 너무 실망했다. 모든 중개사들이 이런 건 아니겠지만 – 그리고 미국도 이런 중개사들이 있지만 – 한국은 정말 무법천지였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 중개사들과 우리랑 같이 일하는 고생하는 창업가들을 비교해 보면 화가 날 정도다. 이건 나만 느끼는 건 아니고 한국에서 집을 구해 본 모든 사람들이 어느정도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또 다른 답답한 점은 – 이건 어쩌면 내가 미국에서 집을 구해봤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지는 못 할거 같다 – 나 같은 임차인은 집 주인한테 아무 말도 못 하고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는 “집주인이 ‘갑’인” 사회 분위기였다. 내 집이 아니더라도 내 돈 몇 억이 들어가는데 왜 임차인은 뭔가를 요구할 권리가 없을까. 이사 전에 이미 망가져 있거나 작동하지 않는게 있다면 당연히 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위해서 고쳐줘야 하는데 한국은 그 조차 집 주인의 눈치를 봐야하고, 협상을 해야 한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새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임차인이 전문 홈 인스펙터를(공간관리사) 통해서 그 집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검사 받을 수 있다. 주로 돈은 임차인이 내야하는데 공간관리사들은 2-3시간 정도 매우 꼼꼼하게 집의 상태를 전체적으로 검사해준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습도, 곰팡이 존재 여부 또는 가능성, 백개미 존재 여부, 수압, 전압, 전기 접지 상태 등 모든 걸 검사 해주고 전문적인 보고서를 만들어서 제공한다. 집을 사는 사람은 이 보고서를 가지고 집 값을 네고하거나 또는 집 주인한테 수리 요청을 할 수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내가 살 집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집의 파손으로 인한 예상치 못 한 봉변이나 피해를 최소화 할 수가 있다.

한국은 이사 당일 날 집 주인, 전 세입자, 그리고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은 돈을 돌리고, 입금하고, 출금하고, 그리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후다닥 이사 나가고 들어온다. 이렇게 하니 당연히 집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고, 전에 살던 사람이 고장낸건지 원래 그런건지 알 방법이 없으니 집 주인한테 정당하게 수리를 요청할 수가 없다. 더 당황스러운 건 집이라는게 살아보기 전에는 발견되지 않는 하자들이 있는데, 한 두 달 후에 이런 하자들이 발견되면 세입자는 곤란해진다. 정확히 누구 잘못인지 책임 소재도 애매해지기 때문에 매우 지저분한 싸움으로 끝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투자사 닥터하우스에서 새롭게 출시한 홈스캔 서비스는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아니, 당장 해결하지는 못 하겠지만 좋은 방향을 제공한다. 홈스캔을 통해서 닥터하우스의 full-stack 공간관리사/기술자 분들이 주거공간을 정확하게 검사하고 진단해서 주거자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을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새로 출시한 홈케어 서비스를 통해서 문제점 발견 시 바로 처리가 가능하다.

기존 프로세스에 뭔가 깨진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고쳐야 하는게 맞지만 우리 사회는 이런 것들을 그냥 “관행이니까 원래 그런거야” 로 넘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제동을 걸고 기술의 도움으로 투명성을 제공해야 한다. 닥터하우스의 서비스가 여기에 한 몫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