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건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외국의 회사들에 비해서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단점과 장점은 무엇일까? 솔직히 이 질문은 내가 벤처쪽 일을 시작했을때부터 나오던 질문이고, 나 자신도 스스로에게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다. 15년 전부터 질문은 동일했지만, 시대와 상황이 바뀌면서 그 답변은 항상 달랐다. 얼마전에 구글캠퍼스코리아 제프리 센터장이 이 질문을 했었는데, 나는 다음과 같이 내 답변을 정리해봤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단점은 바로 한국의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단순하지만, 내가 미국과 한국을 왔다갔다 하면서 경험해보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게 한국의 창업가들과 스타트업들에게는 너무나 큰 약점이자 단점이다. 대표이사, 영업, 마케팅, 개발 등 직무와는 상관없이 영어는 필수다. 앞으로 더욱 더 중요해질텐데 우리는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앞으로 또 낭비할것이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이는 태생적인 약점이라서 쉽게 단시간 내에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함에 있어서 다른 나라 창업가들보다 가장 유리한 점은? 조금은 아이러니컬하지만 바로 우리는 문제가 매우 많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봤을때 한국은 참으로 재미있는 나라이다. 전세계 GDP 순위 14위에 걸맞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과 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가끔 나는 우리가 후진국에 살고 있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한다. 이번 출장에서도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때까지 “왜 한국은 이런게 없을까?” 또는 “왜 미국같이 이렇게 못 할까?” 라는 질문을 수도없이 많이 스스로에게 했다. 결국 이 모든 문제들이 창업가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건 매력적일 수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많은 나라일수록 창업가들에게 무조건 좋지는 않다. 왜냐하면 후진국의 경우 문제는 한국보다 훨씬 더 많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 수 있는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런면에서 매우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과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가 매우 잘 갖추어진 나라이며 이러한 좋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들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난 많은 창업가들과 회사들이 이미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걸 느꼈다.

가장 힘든 취미생활

3e29a0_598dc11b143e48fcbbd16b1da5a4993c이번 한국 출장에서도 역시 상당히 많은 회사를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짧은 기간 동안 32개의 스타트업들을 만났다(몇 개 더 만날 예정). 항상 그렇듯이 괜찮은 스타트업들보다는 뭔가 좀 아쉬웠던 회사들이 더 많았지만, 이 중 마음에 무척 드는 스타트업들도 있었다. 신뢰가 가지 않았던 회사들은 아이디어나 제품보다는 창업자들의 마음가짐이 별로였다. 특히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창업팀이 스타트업에 올인하지 못하고 part-time으로 ‘간’을 보는 건데 최근에 창업 열풍이 불어서 그런지 이런 팀들이 꽤 많았다. 이 중 직장인 팀이 제일 많았다.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 시간 날 때마다, 또는 주말에 동네 카페에서 만나서 스타트업을 하는 파트타임 창업자들한테 내가 항상 물어보는 건, “그럼 언제 full-time으로 여기에 올인 하실 생각이신가요?” 이다. 대부분 매출 발생, 트래픽증가 또는 펀딩과 같은 뭔가 극적인 발전이나 변화가 있으면 직장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에 올인하겠다고 한다.

모두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처자식이 있으므로 집안의 현금흐름이 끊기면 안 되고, 부모님을 모셔야 하고, 전세금을 갚아야 하며, 학자금을 대출받아서 계속 빚을 갚아야 하고, 아직 제품이 완성 안 되어서 미래가 불투명하다. 다 충분히 이해하는 사정들이다. 그런데 이건 알아야 한다. 백만가지 이유로 이분들이 스타트업에 100%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세상 어느 곳에서 미래의 경쟁자들은 올인해서 회사를 만들고 제품을 만들고 있다. 가족 때문에 풀타임 전념을 못 하는 분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나이가 있으신데 이들이 경쟁해야 할 팀들은 젊고, 먹여 살려야 할 가족도 없고, 체력적으로도 월등해서 24시간 코딩을 할 수 있는 똑똑한 창업가들로 구성되어있다. 올인해서 전념을 해도 이런 팀들을 이길까 말까 하는데 스타트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아니 월급을 주는 직장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누가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해서 좋은 비즈니스를 먼저 만들지는 안 봐도 뻔하다.

누군가 “연말에는 꼭 사표 내고 몰방할 겁니다.” 라고 했는데, 나는 이 분에 연말에는 지금과 무엇이 달라지는지 물어봤다. 현재 계획에 의하면 그때까지는 MVP를 출시하고, 고객이 어느 정도 생기고, 매출도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열심히 잘 해보라고 했다. 제발 그렇게 되면 좋겠다면서. 계획대로 모든 게 척척 진행되어서 진짜로 이 분이 희망하는 시나리오대로 갈 수도 있지만, 나는 이렇게 되는 걸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스타트업에 애정을 품고 있어도 이 분의 우선순위는 월급을 주는 현재 직장이기 때문이다. 현재 직장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급하게 완성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밤새워서 일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풀타임 직장이고 월급이 나오는 나의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이러는 동안 내 진짜 관심사인 스타트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풀타임 직장에 전념하는 동안 발전이 전혀 없다. 몇 달 남지도 않았는데 정말로 연말에 사표 내고 올인할거면, 그냥 지금 하면 안 될까? 만약에 진심으로 연말에 직장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할 생각이면, 지금 해도 큰 차이는 없지 않을까? 그렇게 하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창업가 본인도 실은 이 아이디어를 100% 믿지 않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자꾸 자신의 불확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결과를 확인한 후에 스타트업에 올인할 생각을 하지만, 미안하지만 올인해서 전념하지 않으면 이렇게 정당화할 수 있는 결과를 절대로 만들 수가 없다.

현재 상황에서 스타트업에 올인하는게 어렵나? 그러면 아예 스타트업은 생각하지 말고 월급을 주는 직장에 올인하는게 본인과 주위 모든 사람을 위해서 좋다. 취미를 갖는 건 좋다. 하지만, 취미생활로 하기엔 창업은 너무나 힘들고 고달픈 취미이다. 이렇게 취미생활로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이 외부에서 “저 창업해서 벤처 합니다” 말하는 거 자체가 인생을 걸고 열심히 일하는 진짜 창업가들에게 부끄럽고 피해를 주는 거라는걸 알았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RDX Fitness>

로켓을 만드는 중학생

사진 2015. 7. 9. 오전 9 40 02얼마전에 ‘중학교 3학년 학생의 거대한 로켓‘ 이라는 글을 썼다. 로켓을 만드는 정재협 중학생을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어떤 학생일지는 항상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재미있는 일이 발생했다. 구글캠퍼스 코리아(=캠퍼스서울)에서 약 한시간 동안 임정민 센터장과 불타는 창업토크를 진행했는데 갑자기 텀블벅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 이 캠페인에 대한 질문을 했다. 오, 그런데 임센터장이 정재협 학생을 초청한 것이다!(이건 연출이 아니라 정말로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마치 ‘TV는 사랑을 싣고’ 와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요새 중딩같지 않게 상당히 수줍음이 많은 정재협 학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현재 로켓 부품을 주문해서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며 이번에는 꼭 성공적으로 발사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성공하면 좋은거고,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면 되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시 실패해서 다시 시도할때 또 돈이 필요하면 나한테 연락하라고 했다.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어보니 “과학자입니다” 라고 했는데, 정말로 이 마음가짐을 끝까지 가지고 가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자나 engineer가 되길 바란다. 이 학생의 부모님이 정말 자랑스러워 하실거 같다.

참고로 정재협 학생이 4번째 로켓을 작명할 수 있는 영광의 기회를 나한테 줬다. 4번째 로켓의 이름은 ‘Stephanie J’ 이다. 멀리멀리 날 수 있길.

<이미지 출처 = 프라이머 이정훈 팀장님 페이스북>

The re-engineered engineer

super-engineer-mousepad-500x500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엔지니어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나도 여러번의 과거 포스팅들을 통해서 스타트업들한테는 제대로된 제품을 만드는게 가장 중요하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려면 좋은 개발자들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한국은 아직 아닌거 같은데 미국의 경우 ‘개발자’의 정의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걸 요새 느끼고 있다.

얼마전부터 우리는 풀스택이란 말을 유행처럼 사용하기 시작했다. 행사장이나 면접장에서 개발자를 만나면 “풀스택이세요?” 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걸 흔히 볼 수 있다. 최근에 내가 미국에서 느끼는 점은 이런 질문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풀스택이 더이상 중요하지 않은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이제 풀스택은 기본이 된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은 당연히 풀스택이어야 한다. 풀스택이 아니면 어디가서 엔지니어 명함도 못 내미는 그런 시대가 곧 올 것이다.

모바일 개발도 기본이 되어가고 있다. 전에는 회사에 웹개발팀과 모바일개발팀이 따로 있었다. 실은 요새도 대부분 그렇다. 그런데 이게 점점 바뀌고 있다. 그냥 ‘개발팀’ 하나만 존재하고 이 개발팀에 속한 개발자들은 웹과 모바일을 동시에 다 한다. 모바일 기술로 보면 아직은 iOS와 안드로이드가 구분이 되지만 이 또한 앞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된다. “모바일 할 줄 아세요?” 라는 질문 자체가 곧 없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개발자라면 모바일도 기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많은 개발자들이 기본적인 디자인코딩도 배워가고 있다. 숙련된 디자이너만큼 실력이 좋아지려면 시간이 걸리고 힘들지만, 많은 개발자들이 기본적인 디자인 실력을 갖춰가고 있다.

GitHub은 이제 기본이다. 요새 개발자들한테 이력서를 요구하는 채용담당자는 거의 없고, 링크드인 프로파일 보다는 깃허브 프로파일을 통해서 어떤 코드를 써봤고, 어떤 개발 활동을 했는지 확인한다. 경영하는 사람들의 이력서를 보면 은근히 뻥카가 심하지만, 깃허브의 코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 생각은 앞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경계선도 모호해질거 같다. IoT와 웨어러블 시장이 성장하면서 미래의 개발자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유창하게 다루지 않을까 싶다.

풀스택, 모바일, 웹, 디자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모두 다 하는게 쉽지 않지만 추세는 이게 맞는거 같다. 앞으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모바일/웹/하드웨어/소프트웨어 분야를 모두 드나들머 제품을 개발할 것이며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이를 최소한의 인력으로 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개발자라면 이제는 만능이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http://engineershirts.com/product-category/engineers/super-engineer/>

무궁무진한 새로운 기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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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Florence, Somewhere

John John Florence라는 젊은 천재 서퍼가 있다. 올해 나이는 22세 밖에 안 되었지만, 이미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서핑의 미래에 큰 역할을 할 선수이다. 그는 전통적인 스타일을 따르지 않는 그만의 변칙 서핑 스타일 때문에 상당히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 젊은 친구가 집채만한 파도를 타는 사진들을 여러 잡지나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데 이 사진들에는 대부분 다음과 같은 캡션이 붙는다. ‘John Florence, Somewhere’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이 파도를 어디서 탔는지 밝히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한다. “진짜 서핑 매니아들의 꿈은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서 가장 좋은 파도를 혼자 독차지하는거죠. 이 파도는 제가 태어나서 탄 파도 중 가장 훌륭했는데요 절대로 위치를 발설하지 않을 거예요. 전 세계에 이렇게 많은 서퍼들이 있고, 이들이 세계 구석 구석의 모든 바다에서 서핑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그 어느 바다에 새로운 파도들이 있다는 뜻이죠. 그냥 계속 찾다보면 항상 새로운 파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파도’는 ‘발견되지 않은 스타트업’ 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더이상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한다. 이미 나올만한 건 다 나왔고, 새로운 기술과 회사들은 이제 앞으로 많이 나오지 않을거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이런 말을 한 10년 전에도 들었던 거 같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게 발명되었고, 왠만한 비즈니스 모델은 다 구현되었다는 말들을 했지만 과거 10년 동안 창업된 회사 수보다 최근 2-3년 동안 창업된 회사들이 더 많다는 걸 보면 새로운 회사는 항상 있고, 같은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그 방법에 있어서는 항상 새로운 방법이 존재하는거 같다. John Florence가 말했듯이 새로운 걸 계속 찾다보면 언젠가는 찾을 것이다.

세상은 가만히 멈춰있지 않다. 우리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 변화 속에서 항상 새로운 기회가 발생한다. 일반인들은 잘 감지하지 못하지만 창업가들은 이런 기회를 기가막히게 포착해서 항상 새로운 걸 만드려는 시도를 한다. 대부분 실패하지만 극소수는 제대로 성공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든다. 60년대는 반도체 분야에서 큰 변화들이 있었고 인텔은 이 기회를 잘 포착했다. 70년대는 개인컴퓨터(PC)가 세상에 나왔다. 애플,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이때 창업됐다. 80년대는 인터넷이 탄생하면서 네트워킹의 강자 시스코가 태어났다. 90년대는 우리가 아는 인터넷이 드디어 메인스트림으로 들어와서 대중화가 되었고 이 기회를 제대로 포착한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이에 해당된다. 2000년도의 키워드는 ‘소셜’ 이었다. 10년 동안 소셜미디어가 고도화되었고, 엄청나게 많은 소셜 앱과 서비스들이 탄생되었다. 2010년도에는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었다. 바로 모바일 혁명이다. 아마도 이후부터 혁신에 가속도가 붙었고 한국도 창업에 불이 붙었던거 같다. 자, 이제 다음은 뭘까? 2020년, 2030년에는 어떤 새로운 것들이 이 세상에 나올까?

이제 기술의 발전은 끝났을까? 아마도 아닐거다. 앞으로 기술의 발전과 변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고, 새로운 회사들은 무궁무진하게 생겨날 것이다. 단지 관심을 조금 더 가지고 찾아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