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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이 생각을 안했을까?

살면서 누구나 다 “아, 난 왜 이 생각을 안했을까?” 라고 하는 순간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남들보다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어떤 사람들은 잘 안하지만 우리같이 tech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보다 이런 순간들이 더 많은거 같다. 워낙 많은 기술과 사업을 보고 접하기 때문인거 같다.

최근에 Fred Wilson의 USV에서 투자한 eShares 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는데, 이 회사 메인페이지에 있는 회사설명 딱 한줄을 읽는 순간 “왜 난 이 생각을 안했을까?” 라면서 스스로 안타까워 했던 기억이 난다. 간단하게 말하면 eShares는 클라우드 기반의 cap table(회사의 전체 주주가 정리되어 있는 표) 관리 솔루션이다. 아마도 일반인들한테는 감이 잘 안오겠지만, 기관/개인 투자자 또는 창업가와 직원한테는 –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모든 사람들 – 굉장히 유용한 제품이다. 여러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얼마에 주식을 구매했고, 현재 지분을 어느정도 소유하고 있는지 계속 관리하는게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이다. 관리를 잘해도 향 후 회사가 상장을 하거나 인수될때 내 지분을 계산해 보면 숫자가 항상 틀린다.

이런 불편함을 남들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그동안 불편함을 가지고 그대로 살아왔을까? eShares라는 서비스를 접했을때 비로서 “아, 나도 이 불편함을 아는데.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을 했을까?

여전히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별 생각없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 생활에서의 불편함을 잘 감지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자세와 항상 “왜?” 라고 스스로 질문하는 습관이 내 몸에 배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습관이 몸에 배도록 스스로를 훈련시키면 남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데, 이 기회들을 자기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멈춘다 – 더 나아가서 이 불편함에 대한 액션을 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의 훌륭한 창업가들은 모두 다 이런 호기심 많고,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과 일을 많이 하는 나도 이 정도는 못해도 따라가려는 노력은 해야한다는 생각을 주말에 많이 했다.

평판의 세상

Warren Buffett은 많은 명언을 남겼지만, 내가 생각하는 명언 중 명언은 이거다:

“We can afford to lose money – even a lot of money. But we can’t afford to lose reputation – even a shred of reputation(버크셔헤서웨이가 돈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아주 많이 잃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명성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단 한 티끌이라도)”

창업가나 투자자들도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창업가들은 소프트웨어 코드를 가지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만 혼자서 이걸 할 수는 없다. 좋은 팀원들과 같이 해야 하고, 같이 일할 수 있는 믿을만한 파트너들을 찾아야 한다. 또한, 이들을 믿고 돈을 대줄 투자자들을 잘 만나야 한다. 결국, 모든 건 ‘관계’ 기반이고 이러한 크고 작은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는 건 각자의 평판(reputation) 이다.

우리같이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시드 투자자들에게 창업가들의 평판은 더욱 중요하다. 제품이 없거나, 아니면 시장에서 아직 증명되지 않은 제품을 개발한 창업팀이 투자유치를 하러 오면 그 시점에서 시장이나 제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치가 없다. 창업팀에 대한 ‘느낌’을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 이미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게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가 믿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이들의 평판을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 나는 주로 내가 100% 신뢰하는 다른 동료 투자자나 창업가들의 의견을 구하는데 이들한테 오는 답변이 긍정적이면 투자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아무리 첫인상이나 느낌이 좋아도, 내 주위 사람들의 이들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다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본다.

창업가가 투자자를 선택함에서도 이 법칙은 적용된다. 잘 모르는 투자자한테 투자 제의를 받으면, 현명한 창업가라면 주위에 있는 믿을 수 있는 분들한테 이 투자자의 평판에 관해서 물어보고 결정을 한다. 그만큼 좁고 “내가 믿는 사람이 믿는 사람이면 나도 믿을 수 있다.”라는 법칙이 강하게 적용되는 게 이 바닥이다.

평판은 사람뿐만이 아닌 제품에도 적용되는 걸 경험했다. 나는 비트코인 회사에도 투자했고, 비트코인 관련 서비스들을 많이 사용한다. 한국도 비슷하지만,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 관련 스타트업들이 매일 새로 생긴다. 이 중 큰 비즈니스가 될만한 서비스들도 있고, 금방 죽을 서비스도 있다. 비트코인이 워낙 규제되지 않은 새로운 분야라서 그런지 사기꾼들도 많다. 그래서 나는 비트코인 서비스를 새로 사용해보기 전에 그 회사에 누가 투자했는지를 먼저 본다. 내가 알거나 아니면 평판이 좋은 VC가 투자한 회사면 안심하고 사용을 한다. Coinbase가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Andreessen Horowitz와 Union Square와 같이 평판이 좋은 VC 들이 투자한 회사이기 때문에 내 비트코인들이 날아갈 염려를 별로 하지 않는다(물론, 이건 근거 없는 믿음이다). 더 나아가서는 내 비트코인이 다 날아가면 코인베이스에서 어떻게든 보상해주겠지라는 생각마저 한다. 코인베이스의 창업가들을 나는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고 거기서 일하는 친구도 없지만 단지 믿을 수 있고 평판이 좋은 투자자들이 이 회사에 투자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런 마음의 평안을 가질 수 있다.

평판은 정말 중요하다. 워런 버핏이 말한 대로 돈은 잃어도 되지만, 평판을 잃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망한 회사들도 있지만, 그 창업가들이 새로운 회사를 시작하면 나는 다시 투자할 의향이 있다. 그들은 돈은 잃었지만, 평판은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회사는 잘 되지만 다시 투자하기 싫은 경우도 있다. 그들은 돈은 잃지 않았지만, 평판을 잃었기 때문이다.

Bumble에 대한 내 생각

3038998-poster-p-1-bumble-the-tinder-competitor-launched-by-a-former-tinder-exec-wants-to-keep-creepy-dudes-awa데이팅 앱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 분야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사용되고 회자되는 Tinder에 대해서 알 것이다. Tinder가 최근에 큰 이슈가 되었던 다른 이유는 Whitney Wolfe라는 여직원이(마케팅 부사장)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Whitney의 주장에 의하면 Tinder의 공동창업자 중 한명이 그녀와 사귀다가 잘 안풀리자 부당하게 해고하고 그 전에 여러번 그녀를 성희롱 했다고 한다.

솔직히 이 tech 분야가 워낙 남성위주의 사회이다 보니 이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누가 정확히 뭘 했고 누가 맞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재미있는 건 Whitney가 Tinder의 다른 전 직장동료들과 이와 똑같은 Bumble이라는 앱을 만들어서 출시했다는 점이다. 내가 직접 사용해 보지는 않았고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걸 옆에서 봤는데 다른 사람들은 틴더와 거의 똑같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틴더를 그대로 베낀거 같다. 색감과 몇개의 아이콘만 다르지 작동 방식(특히 swipe)은 완전히 틴더이다.

Bumble 창업자들은 틴더와는 달리 범블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 메인이 된다고는 하지만 이걸 보고 좀 너무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쁜점들도 많지만, 나는 어떤 형태이든지 경쟁은 결론적으로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경쟁사가 하는걸 많이 참고하고 심지어는 ‘적당히’ 카피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남을 베끼는 걸 권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같은 분야에서 같은 고객들을 쫓다보면 어쩔수없이 이런저런 기능이나 UI를 카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Tinder와 Bumble의 경우는 조금 다르고 도를 넘은거 같다. 아무리 공동창업자와 개인적으로 관계가 나빠져서 회사에서 쫓겨났다고 하지만(Whitney의 주장에 의하면) 이렇게 다른 직원들과 같이 나가서 비슷한것도 아닌 완전히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서 버젓이 운영하는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자신들이 한때는 열정과 에너지를 바쳤던 직장인데…..

실은 틴더라는 회사 자체가 들리는 말들을 종합해 보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회사인데 이런 회사의 분위기와 문화가 직원들한테도 스며드는건지, 아니면 원래 창업팀이 비도덕적인건지….아마도 복합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경쟁은 좋다. 나도 우리 투자사들한테 경쟁이 출현하면 신경쓰지 말라고는 하지만, 비즈니스를 위협할 정도의 경쟁이면 무조건 이기라고 하고, 이기려면 아주 무섭게 싸우라고 한다. 그렇지만 범블과 같은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http://www.fastcompany.com/3038998/bumble-launched-by-a-former-tinder-exec-wants-to-keep-creepy-dudes-away>

투자자의 회사가 아니다

itsyourdecision개인적으로 투자할 때도 그랬고 펀드를 만들어서 ‘정식’으로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남의 회사에 투자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 때가 “내가 저 회사 사장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들이다. 한 번도 벤처를 해보지 않고 돈 따먹기 하는 순수 금전적인 투자자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도 않을 것이지만 나도 나름대로 일을 해봤고 투자한 회사들과 가깝게 일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도 벤처에 대해서 좀 안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투자사 창업팀이 내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면 더욱더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거 같다. 초기에는 내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했다. 내 생각엔 저렇게 하면 안 되고, 내가 사장이라면 다르게 하고, 내가 이 회사를 운영하면 훨씬 더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자신이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많이 참기도 하고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이 짓을 몇 년 하고 투자사가 한 업체에서 여러 개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나도 많은 걸 배웠다. 요새도 가끔 그런 경우가 있지만(며칠 전에 그랬다) 이제는 전과 같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답답해하지는 않는다. 나보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창업팀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게 일을 진행하는 건 말 그대로 ‘다르게’ 하는 거지 ‘틀리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묘미는 이게 수학 공식과도 같이 딱 한 개의 정답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서 항상 더 새롭게 다른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투자자가 – 나를 포함해서 – 벤처를 운영하는 창업팀보다 그 산업과 비즈니스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이건 엄청난 오산 또는 오만이다. 솔직히 투자자들은 모든 걸 간접적으로 보고, 느끼고, 듣고, 경험하는 사람들이다(아무리 같은 분야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한 경험을 가진 투자자가 있더라도, ‘그’ 비즈니스와 ‘이’ 비즈니스는 엄밀히 말해서 다르다). 시장의 크기나 장기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아주 거창하고 멋있게 말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이 비즈니스의 in and out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으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그 회사의 창업팀이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비즈니스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창업팀보다 그 비즈니스의 본질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는 투자자가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거나 또는 창업팀이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도 이런 걸 여러 번 직접 느낀 경험이 있다. 특정 비즈니스에 대해서 책으로 많이 배우고, 다양한 기사를 접했고, 관계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비즈니스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는 시늉은 할 수 있었다. 뭘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마치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로 보이겠지만, 막상 그 비즈니스를 나한테 해보라고 하면 못 한다. 껍데기만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방식이나 방향에 대해서 의구심이 생기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결정은 100% 창업가에게 맡긴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말과 피드백은 전부 다 제공하지만 내가 항상 하는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다 하겠다. 그걸 경청하든 그냥 무시하든, 그건 당신이 알아서 결정해라.”
우리가 최대주주가 아니므로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맞지만, 또 다른 이유는 그 비즈니스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가장 절실한 사람은 바로 창업팀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므로 책임 또한 100% 창업팀이 져야 한다.

결론은 내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투자자이고 회사가 잘 되고 창업팀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결정은 회사가 하는 게 맞다는게 내 지론이다. 창업가가 그릇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이사회와 같은 다른 장치들도 존재하지만 이런 건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주위에서 선생님이나 아동 심리학자가 뭐라 해도 아이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아이의 부모님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이다. 창업팀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그들이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혹시 주변에 “저 회사 내가 키웠는데…” 라는 투자자가 있다면 경계해라. 회사는 대표이사와 팀원들이 키우는 거지 투자자가 키우는 건 절대로 아니다.

<이미지 출처 = http://quickbase.intuit.com/blog/2010/03/02/how-to-make-a-difficult-decision/>

Never say never

pinyata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이야기이다. 소규모의 행사에 참석하는 날이라서 사무실이 매우 분주했었는데 Justice라는 백인 친구가 행사 참석하러 왔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우리 사무실에 잠깐 들렸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내 옆에 앉아서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me: 그래서 너는 뭐하니?
-him: 아 우리 모바일 앱 만들어
-me: 어 그래? (굉장히 관심 많음). 무슨 앱?
-him: 사진 앱. 보여줄께.
-me: 아…그래? (관심 급격히 떨어짐). 내가 좀 바빠서 가봐야 겠다

실은 지금은 더 심하지만 당시만 해도 사진 앱 시장은 굉장히 포화되어 있었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인스타그램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사진 앱들이 엄청나게 많았고 ‘사진 앱’ 이라는 말만 듣고 이 친구들은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치 누군가가 “우린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만들거야 (근데 우린 돈도 없고 팀원도 5명이야)”라는 말과 비슷하게 들렸다.

그래서 나는 더이상 시간 낭비 하지 말고 빨리 이 자리를 떠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이 친구를 넘어서 나가려고 했는데 Justice는 아직 미완성된 앱을 내 얼굴에 갖다 대면서 자신이 만든 제품을 정성껏 보여주기 시작했다. 어쩔수 없이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그냥 재미있는 척 하면서 대충 앱에 관심을 보이는 시늉만 하다 한 5분 뒤에 나가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무려 45분 동안 이 앱을 직접 사용해 보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심지어는 행사에 늦기까지 했다. Pinyata라는 이 앱이 나한테 신선하게 다가왔던 가장 큰 이유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이 단순히 timeline을 기반으로 사진을 공유하는 방법이 아니라 특정 이벤트를 기반으로 사진을 공유하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페이스북의 timeline과 사진에 대해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불만족스러워 하는 부분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그냥 시간이 지나면 사진들이 timeline에 파묻힌다는 것이고, 자연스러운 사진들 보다는 항상 내가 잘났다는 걸 자랑하고 남들에게 과시하는 류의 사진만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Pinyata를 이용하게 되면 주말에 참석했던 친구 생일파티, 야구경기 또는 굉장히 평범한 동네 공원에서의 산책과 같은 특정 이벤트에 대한 사진들을 편안하게 올리고 이를 가지고 친구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회사에 우리는 전략적 투자를 했고 긴 개발 시간, 실험, 그리고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은 후 Pinyata가 얼마전에 출시 되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이렇게 많은 사진 앱 중에 Pinyata가 과연 뜰지는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지만, 이 기회를 통해서 내가 다시 한번 느낀 점은 아무리 절대강자가 존재하는 포화된 시장이라도 똑똑하고 충분히 생각을 많이 하는 창업가들은 그 포화된 시장에서 다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유일한 각도에서 사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내가 전에 포스팅했던 그릭 요거트 Chobani검색엔진 DuckDuckGo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더 나아가서는 “나는 앞으로 절대로 xxx를 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갖는다는 건 위험하고 스스로 기회를 제한하는 태도이기 때문에 항상 열린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다시 한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