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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한류

얼마 전에 컴팩트하게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아주 짧은 기간 동안 3개국을 갔다 왔는데, 영국,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하루에 미팅 하나씩하고 다시 귀국했다. 우리는 한국이랑 미국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 유럽에 포트폴리오 회사가 하나 있긴 하지만 – 우리에게 자금을 제공해 주는 투자자들도 유럽에는 거의 없어서, 일 때문에 유럽 갈 일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유럽 땅을 밟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유럽에 온 게 2000년도였으니까, 이번에 24년 만에 유럽에 왔다. 특히 어릴 적 살았던 스페인에는 이번에 무려 35년 만에 갔는데, 솔직히 너무 짧은 출장이라서 뭘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뭘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한 나라에 하루도 안 있었지만, 오랜만에 유럽에 와서 나흘 동안 몇 가지 느낀 점이 있는데, 한국과 관련된 점들이고, 대부분 너무 좋은 느낌과 발견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일부와 중학교를 유럽에서 다녔다. 이게 언제였냐면, 1988년 서울 올림픽 전이었는데, 모든 걸 사진같이 기억하고 있진 않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정말 못 사는 나라였다. 그 못 사는 나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 참고로, 당시엔 해외여행 자율화 이전이었다. 외국에 나가려면 국가의 허락을 받고 나가야 하는 시기였다 – 유럽에 오니 어린이의 시각으로 봐도 유럽은 너무나 잘 사는 선진국이었다. 멋진 사회적 인프라, 온갖 맛있는 음식, 비싼 자동차, 옷도 잘 입는 멋쟁이들, 행동 하나하나에 여유가 넘쳐흐르는 선진국 사람들,,,뭐 이런 느낌이었고, 실은 이런 유럽의 선진국 이미지는 내 머릿속에 아주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며칠 전 출장 전 까진.

그런데 이번에 출장 와서 내가 보고 느낀 점들은 당시의 느낌과는 정반대였다. 가는 곳마다 스스로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어, 유럽이 이렇게 후졌었나? 내 기억으론 정말 잘 사는 나라였는데, 별거 아니네.” 심지어는 런던 호텔에서 우연히 대학교 선배를 만났는데, 이분도 나한테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기홍아, 영국이 원래 이렇게 후진 나라였니? 나는 한국이 훨씬 더 좋네.”

한국이 모든 면에서 좋았다. 한국이 인프라도 잘 되어 있고, 솔직히 말해서 음식도 한국이 더 맛있었다.(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더 많겠지만, 이탈리아에서 먹은 파스타보다 한국에서 먹는 파스타가 더 맛있었다). 좋은 자동차는 서울에 훨씬 더 많고, 심지어는 유럽의 멋쟁이들보다 강남과 성수의 한국인들의 패션이 더 시대를 앞서간다고 생각한다.

실은, 내가 이렇게 느꼈던 건, 유럽이 못 살거나, 후져서가 아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아주 잘 사는 선진국인데, 한국이 그동안 너무 발전을 많이 했고, 한국이 너무 좋은 나라가 됐기 때문에 내가 상대적으로 이런 감정들을 느꼈던 것 같다. 이제 한국은 아주 잘 사는 강한 나라가 됐고,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심지어 굉장히 똑똑하고, 정말 열심히 일한다. 유럽 가는 곳마다 투자자들이 나에게 가장 먼저 하는 말이, “한국 사람들 진짜 일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너넨 잘될 거야.”였는데, 내가 봐도 한국인들 정말 열심히 일한다. 내가 나에 대해서 이런 말 하는 게 좀 웃기지만, 솔직히 나만 봐도 진짜 열심히 일하는 것 같다. 앞으로 유럽 사람들이 계속 지금같이 일하고, 한국 사람들도 지금같이 일하면, 앞으로 10년 후에 한국은 유럽 그 어떤 나라보다 더 잘 사는 나라가 될 게 확실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우린 이미 한류(Korean Wave)라는 말을 지난 몇 년 동안 많이 했는데, 내가 요새 느끼는 건, 이제 제2의 한류(2nd Korean Wave)가 시작되는 것 같다. 제1의 한류 기반이 제조업을 잘하고, 그냥 무작정 열심히 일하는 한국이었다면, 제2의 한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게 포함되어 있다. 이제 외국 사람들의 눈에는 한국은 이미 하드웨어를 잘하는 나라인데, 소프트웨어도 잘하고, 특히나 consumer 제품을 굉장히 잘 만드는 나라가 됐다. 실은 여기서 멈춘다면, 제2의 한류는 없을 것이다. 하드웨어랑 소프트웨어는 그냥 tech인데, tech 자체로만 다른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칠 순 없다. 그런데 한국은 이제 tech를 넘어서, 다른 나라의 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고, 이게 시사하는 바는 정말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은 음악도 잘 만들고, 영화도 잘 만들고, 무형의 자산인 콘텐츠 강국이 됐다. 그리고 내가 최근에 외국에 나갈 때마다 느끼는 건, 다른 무형의 자산인 음식에서도 한국은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음식이 이젠 정말로 메인스트림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스포츠도 잘한다. 많은 한국 프로 선수들이 전 세계 프로스포츠에서 너무나 잘하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모두 다 합쳐지면서 한국은 이제 외국인들의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된 나라가 됐다. 이로 인해,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졌고, 이는 해외 투자자들의 돈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 과거 대비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회사, 또는 우리 같은 한국에 투자하는 펀드에 대한 관심이 차원이 다르게 바뀌었다는 걸 나는 항상 느끼고 있다.

물론, 이런 내 생각과 의견에 100% 반대하는 분들도 많다. 한국의 미래는 어둡고, 더 이상 한국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한국 VC도 내 주변에 많다. 그리고 한국을 떠나는 사람들도 내 주변에는 많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한국은 선진국에서 강대국으로 다시 한번 더 점프할 수 있는 내, 외부 기회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우리 모두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배고픔의 축복

최근 2년 동안 워낙 경기도 안 좋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좋아질 것 같진 않아서, 대부분의 VC들은 활발하게 투자하기보단, 계속 보수적으로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업을 시작하는 날부터 마이너스가 발생하고, 앞으로도 수년 동안 마이너스가 예상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필요한 투자를 못 받고, 이로 인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서 하나씩 문을 닫고 있다. 아무리 좋은 창업가와 좋은 사업에 투자했더라도, 어느 순간까진 투자금으로 버텨야 하는 스타트업들이 적시에 필요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못 받으면 폐업 말곤 별다른 선택이 없다.

우리 투자사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회사에 투자했더라도, 매크로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초기 스타트업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우리 투자사들도 하루가 멀다고 시장에 나와서 펀딩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투자를 못 받거나, 받더라도 본인들이 원하는 조건이 아닌, 투자자들의 조건으로 투자를 받고 있다.

돈이 꼭 필요한데 투자유치에 실패한 회사의 미래는 암울하다. 펀딩을 포기한 순간부턴 이젠 생존이 이들의 유일한 목표이자 옵션이 되는데, 생존을 위한 가이드라인 같은 건 없다. 그냥 무조건 버티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게 유일한 가이드라인이다. 대부분 스타트업 비용의 절반 이상이 직원들 월급이라서 일단 무조건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 전에 내가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이라는 을 쓴 적이 있는데, 실은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기보단, 그냥 무조건 허리띠 졸라매고 돈을 아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2년 동안 매일매일 이런 위기 상황을 견디고 있는 우리 투자사들이 꽤 많다. 이 중 많은 회사들이 중간에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는데, 또 놀라운 건 이 비용절감 모드로 나름 잘 버티고 있는 회사들이 꽤 있다는 사실이다. 버티면서 아직도 생존하고 있는 회사들은 이제 더 이상 대규모의 마이너스가 발생하지 않고, 어떤 회사들은 흑자까지 경험하고 있다. 아직도 하루하루가 지옥 같지만, 이 회사 대표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다들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바로 2년 전에 투자를 받지 못했을 때, 그땐 너무 속상하고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절망감에 휩싸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에겐 축복이었다고 한다.

그때 투자를 못 받았기 때문에, 그동안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던,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아주 깊게 고민했고,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진짜 창업가의 마인드로 사업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모두 말한다. 그 과정 자체는 너무 힘들었고, 다시 반복하라고 하면 싫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투자를 받지 못해서 경험했던 배고픔이 회사에겐 오히려 더 단단하고 강하게 체질 개선을 할 수 있게 된 축복이라고 한다.

이 회사 중 힘든 시기를 지나면서 엄청 뾰족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은 곳도 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을 못 찾아서 헤매는 곳들도 많다. 이런 회사들이 유동성이 풍부할 때, 대규모의 투자를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나는 요새 가끔 상상해 본다. 아마도 돈만 낭비하고, 사람만 쓸데없이 채용하고, 불필요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크게 망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요샌, 오히려 투자를 못 받아서 아주 배고프게 사업을 하는 건, 어쩌면 모두에게 축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물론, 이 배고픔이 너무 오래 지속되진 않았으면 한다.

분위기

우린 매주 화요일 오전에 전체 주간 미팅을 하고, 이때 현재 투자 검토하고 있는 회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결정하는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 미팅도 같이한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알게 된 회사들에 대해서 각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투자할지 말지 결정하는데, 모든 사업이 다르고, 비슷한 사업이라도 창업자가 다르기 때문에, 결정의 결과는 항상 다르다.

내가 얼마 전에 어떤 회사에 대해서, “비즈니스모델은 괜찮은 것 같은데, 그 창업가의 분위기가 좀 별로였다.”라는 굉장히 애매모호하고, 주관적이고, 비과학적인 발언을 했는데, 참 신기하게도 이 말에 동의하는 분이 몇 명 있었다. 어쨌든, 꼬집어서 그 이유를 정확하게 말할 순 없었지만,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던 그런 미팅이었다. 결국 우린 이 회사를 더 이상 검토하지 않았는데, 이 전에도 우린 분위기가 이상하거나, 이보다 더 애매모호하게 “느낌이 쎄해서” 그냥 겉으로 보면 괜찮은 사업 같은데 한 번의 미팅 이후에 더 이상 검토를 하지 않은 곳들이 꽤 있었다.

한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면, 이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어떤 사람은 이게 인상에서 어느 정도 보이고, 어떤 사람은 말투에서 이분이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대략 느껴진다. 그리고 조금 더 미팅하면서 더 다양한 말을 섞어보면, 옷차림, 인상, 눈빛, 몸짓, 목소리, 단어 하나하나 등을 통해서 이 사람의 에너지와 분위기가 느껴진다. 우린 온갖 종류의 창업가들을 매일 다양하게 많이 만나는데, 더 많은 사람을 만날수록 이분들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정확도가 향상되진 않는다. 이렇게 되면 너무 좋겠지만, 사람은 정말 복잡한 생명체라서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서 우리의 판단이 틀리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그 사람의 분위기가 좋은지 안 좋은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창업가들과 10분 정도만 이야기해 봐도 이분들이 정말로 본인이 하는 사업에 확신이 있는지, 모든 사람들이 반대해도 계속 이 사업을 할 의지가 있는지, 그리고 정말로 투자를 받고 싶은 의지가 있는지 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위에서 내가 말 한 그런 다양한 외부의 시그널이 이 창업가의 내면의 의지를 꽤 정확하게 반영하는데, 이런 걸 통틀어서 종합한 게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그 분위기이다. 내가 전에 우린 창업가들의 거창한 것보단, 매우 작은 것들을 관찰한다고 했는데, 이 작은 것들도 분위기랑 밀접한 연관이 있다.

나도 투자자들을 만날 땐, 평소보다 이 내면의 에너지에 신경을 많이 쓴다. 우리가 창업가들과 10분만 이야기해도, 분위기를 금방 느낄 수 있듯이, 우리 같은 펀드에 출자하는 LP들도 나랑 10분만 이야기해 보면, 내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분출하는 바이브를 형성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금방 파악 가능할 것이고, 실은 거기서 우리에게 돈을 줄지 안 줄지 바로 결정이 나는 것이다. 참고로 에너지 레벨이 높다는 게, 동작이 과격하고 목소리가 큰 게 아니다. 조용하고 차분해도 긍정적인 분위기는 그대로 상대방에게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전달된다.

그래서 나는 모든 중요한 일을 할 때, 내가 기분이 좋아야 하고, 내 내면의 분위기가 긍정적이어야 하고, 내 에너지 레벨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루틴을 반복하는 것이다. 잘 자고, 잘 운동하고, 잘 먹어야 한다.

자신감에 대해서 – part 2

이전 글 part 1에서 못 담았던 자신감 관련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고 싶다. 우리가 시작했던 LA 시장에서도 이런 창업가와 VC들의 자신감이 크게 상승했던 큰 이벤트가 있었는데, 바로 Snap(구 Snapchat)의 IPO였다.

스냅챗은 아주 LA스러운 창업가 Evan Spiegel에 LA의 Venice Beach에서 창업했고, 2017년 3월 2일에 IPO를 했다. 최근 시가총액은 20조 원을 왔다 갔다 하고 있어서 IPO 당시 시총보단 한참 작지만, 높을 땐 40조 원이 넘는, 디즈니와 Amgen에 이어 LA 지역에서 세 번째로 시총이 높은 회사였다. 스냅의 IPO가 LA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는데, 가장 큰 건 이전 포스팅에서 내가 강조한 ‘자신감’이다. 당시에 LA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벤처생태계 중 하나였고, 그동안 많은 좋은 스타트업이 창업되고 엑싯도 잘했다. 그런데 이 엑싯들을 보면 대부분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 대의 M&A였고, 아주 가끔은 조 단위의 엑싯도 LA 지역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스냅 IPO 이전에는 대부분의 LA 창업가들은 적당히 회사를 키운 후에 수백억 ~ 수천억 원 규모에 더 큰 회사에 파는 엑싯 전략을 기반으로 사업을 했고, 그 이유는 그 정도의 자신감밖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26살의 젊은 창업가 Evan이 스냅챗을 수십조 원짜리 회사로 상장시켰을 때, LA 지역의 창업가들은 이 IPO로 인해 굉장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LA에서 수천억 원 ~ 수조 원의 엑싯은 심심찮게 나왔지만, 수십조 원의 IPO도 가능하다는 걸 스냅이 입증해 줬기 때문에, 더 많은 창업가가 “나도 굳이 실리콘밸리나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아도, 내가 사랑하는 따뜻한 LA에서 잘만 하면 수십조 원짜리 회사를 만들어서 상장시킬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엄청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스냅의 IPO 이후엔 더 많은 LA의 창업가가 더 큰 꿈과 비전을 갖고, 이왕 시작한 회사를 가능하면 대형 IPO가 가능한 규모로 키울 생각을 하게 됐는데, 나는 이게 엄청난 긍정적 자신감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스냅의 성공적인 IPO로 인해서 다양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 몇 가지에 대해서 적어보고 싶다. 일단 LA의 북동쪽에 위치한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학생들의 창업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칼텍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MIT나 스탠포드 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는데(smart이기도 하지만, 훨씬 더 geeky하고 nerdy 하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창업보다는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이 학교 졸업생들은 대부분 석사/박사 과정까지 하고, 이후에는 교수, 또는 NASA나 JPL(제트추진연구소)에 취직해서 인류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찾는 커리어를 선호한다. 하지만, 스냅 IPO 이후에는 칼텍 학생들도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렇게 좋은 창업가들이 뭔가를 시작한다는 건 LA의 창업 생태계에는 엄청난 긍정적인 변화와 자신감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또한, 스냅의 IPO로 인해, 굉장히 많은 부자들이 탄생했다. 스냅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이 IPO로 번 돈은 엄청났고, 이들은 LA 생태계에 계속 돈을 투입하면 더 많은 성공적인 회사들이 나올 것이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확고한 자신감이 생겼다. 또한, 이들에게 자금을 제공해 주는 LP 들도 LA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신념이 생기면서 계속 대규모 자본이 LA 스타트업에 투입되는 선순환 사이클이 만들어졌다.

스냅의 많은 직원들도 이 IPO로 인해서 백만장자가 됐다. 이들은 성공적인 회사를 만들었고, 돈도 벌면서 새로운 레벨의 자신감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다른 스타트업에 개인 투자를 하거나, 후배 양성을 위한 액셀러레이터나 VC 펀드를 설립해서 본인이 사업하면서 남들한테 받았던 도움을 다시 pay it forward 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이클이 몇 번 반복되면서 LA도 실리콘밸리와 같은 두터운 창업가와 투자자의 인프라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내가 말하는 자신감이 여기저기서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스냅의 IPO로 큰돈을 못 번 직원들도 작은 회사가 초고속 성장해서 IPO까지 가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 배움, 그리고 자신감을 다른 스타트업으로 그대로 가져가서 스냅과 같은 성공 케이스를 계속 만들기 시작하면서, LA 스타트업 생태계의 자신감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현상이 한국에서도 이제 막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스타트업 분들이 기대하고 있는 토스의 IPO가 초대박이 나길 바라고 있고 마켓컬리 같은 회사도 아주 잘 되길 바란다. 참고로, 우린 토스나 마켓컬리 투자자는 아니다.

자신감에 대해서 – part 1

요새 나는 한국보단 해외 투자자들을 훨씬 더 많이 만나서 이들에게 돈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에게 돈 받는 건 항상 어려운 일이고, 특히나 요새 같이 이자율이 높고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불경기엔 펀딩이 더욱더 힘들어 진다.(VC들의 펀딩이 이렇게 어렵다 보니, 우리 같은 VC에게 투자받아야 하는 창업가들의 펀딩은 더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몇 년 전과 비교해 보면 좋아진 점도 있는데, 그건 바로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와 한국의 벤처 시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는 것이다. 전에는 잠재 LP들에게 왜 스트롱 같이 한국에 투자하는 VC에 출자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데만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이 설명의 기간이 어떤 경우엔 수년이 걸렸다. 하지만, 이젠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한국이라는 시장에 대한 의문이나 의심은 없을 정도로 한국의 벤처생태계가 그동안 많은 발전을 했다.

내가 잠재 LP들에게 최근에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이렇게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한국의 스타트업 시장이 좋아졌냐인데, 이 질문에 대한 짧은 답변은 아주 간단하게 그냥 한국 창업가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럼, 왜 한국 창업가들의 수준이 이렇게 좋아졌을까? 여기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 생각, 그리고 각자의 경험이 있지만, 내가 딱 한 가지만 강조하자면, 그건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창업가의 자신감은 정말 중요하다. 내가 하는 사업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 내가 만들고 있는 제품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은 안 되는 사업도 되게 하고, 못 받던 펀딩도 받게 한다. 평소에 잘 안되던 것들이 자신감과 이로 인한 파급 효과로 인해서 하나씩 만들어지는 걸 경험하는 순간, 잠재의식 속에서는 더 큰 자신감이 무의식적으로 생기고, 이건 결국엔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밖에 없다. 창업가들이 이렇게 자신감으로 무장되면, 기업가치 300억 원의 회사를 만들겠다던 목표가 1,000억 원이 된다. 그리고 이 목표가 계속 커져서 결국엔 10조 원짜리 데카콘까지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게 창업가의 자신감이다.

비공식적인 기록이지만, 한국에는 유니콘 기업이 22개나 있다. 작은 나라치곤 엄청나게 많은 유니콘이다. 이런 사실도 한국 창업가들에겐 큰 자신감을 준다.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회사가 이렇게 많다는 점, 이 중 몇 개의 기업은 본인이 개인적으로 아는 창업가들이 만들었는데, 그들도 그냥 나랑 비슷한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 그래서 어쩌면,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수천억 원의 펀딩을 받고 유니콘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이 창업가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수 있다.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은 한국 창업가들의 마음에 큰불을 질렀다. 한국 시장만을 상대로 이커머스 사업을 하는 회사가 미국에서 IPO를 했고, 지금은 좀 내려갔지만, 한때는 기업가치가 100조 원에 육박했다는 사실은 한국 창업가들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준 큰 사건이었다. 그동안 항상 한국 시장이 작고,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상장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부정적인 이야기만 들었고, 한국인들도 항상 곧 망할 거라고 확신했던 쿠팡이라는 회사를, 김범석이라는 창업가가 이런 비관론자들에게 마치 fuck you를 날리듯 보기 좋게 성공시켰다.

배달의민족 엑싯도 한국 창업가들에게 큰 자신감을 줬다. 국내에서 학교를 다녔고, 국내에서만 일 한 경험이 있는 순수 토종 창업가 김봉진 대표가 만든 한국의 스타트업이 수조 원의 기업가치에 외국 회사에 인수됐을 때, 많은 한국의 창업가들이 “아, 유니콘은 외국에서 공부한 엄친아들만 만들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구나. 나도 더 열심히 하면 배달의민족보다 훨씬 더 큰 회사를 만들 수도 있겠다.”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할 수 있다는 아주 큰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자신감은 창업가들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이들에게 투자했던 VC들에도 해당한다.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큰돈을 버는 건 외국 VC에만 해당하는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국내 VC들도 투자한 회사들이 유니콘이 되고, 이들이 엑싯했을 때 엄청나게 큰돈을 벌면서, 앞으로 더욱더 많은 유니콘 회사를 발굴해서 투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 자신감으로 이들은 더 큰 펀드를 만들고, 더 큰 펀드로 더 많은 좋은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이런 자신감들이 처음에는 작게 생기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저기서 생기고, 이게 계속 쌓이면서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커지는데, 이럴 때 대단한 일들이 벌어진다.

지금이 바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앞으로 한국의 스타트업 시장은 더욱더 좋아질 거라고 확신한다.

Part 2에서도 자신감 관련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