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거친 창업가 정신만이 살길이다

1997년 타계한 프랑스 태생의 재력가, 금융인 그리고 정치인이었던 Sir James Michael “Jimmy” Goldsmith씨가 죽기 얼마전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한적이 있다. “거칠고 천박함은 가끔은 에너지의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고상함을 가지고 있는 귀족들이 아닌, 듣보잡인 천박한 것들이 어느날 갑자기 등장해서 성공할 수 있는 이유도 그 거친 천박함 때문이죠.”
그러면서 그는 사회가 발전하려면 유전자 pool이 지속적으로 바뀌고 갱신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고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인간들만 존재하는 사회는 필히 망할것이라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했다.

Facebook과 우정에 관한 영화 The Social Network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평범한 미 중산층 출신의 Mark Zuckerberg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전형적인 귀족가문 출신의 Winklevoss 쌍둥이 형제들한테 Harvard Connection이라는 온라인 서비스를 위한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해서 ‘채용’된다. 저커버그는 그 중 괜찮은 아이디어를 훔쳐서 자신만의 웹서비스를 개발하고 이게 바로 전세계 6억13억 인구가 매달 사용하는 Facebook의 모태가 된 것이다. 쌍둥이들은 그들의 막강한 사회적 지위와 파워를 – 엄밀히 말하면 할아버지와 아버지 빽 – 이용하여 저커버그를 고소한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그러한 와중에 정식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거칠게 살아온 인터넷 비즈니스의 반항아이자 이단아인 Napster의 공동 창업자 Sean Parker와 힘을 합쳐서 그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그만의 비전을 실행한다.
대부분의 성공한 창업가들은 우리가 속해있는 사회의 틀을 깨려는 반항아들이 많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현체제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수구세력에 대한 위협이자 분열을 상징한다. 기존세력들은 처음에는 코웃음을 치면서 이들을 무시하지만, 이들이 성공하면 현사회는 그들을 흡수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마치 저커버그와 그만의 “시간낭비를 위한 웹사이트”를 기존세력들이 비웃다가 갑자기 될 거 같으니까 너도나도 어떻게 밥숟가락 하나 놓으려는거와 같이.

창업, 노력, 고생, 땀 – 솔직히 로얄 패밀리에서 태어나거나 부자 아버지 잘 만나서 월마트가 (Wal-mart) 벽지파는 가게인줄 아는 사람들한테는 우스운 단어들이다. 왜 사서 고생을 하려 하는가? 그냥 학벌이랑 빽을 이용해서 인생 쉽게 놀면서 살면 되는 걸 굳이 왜 창업을 해서 온갖 리스크를 감수하고 실패를 경험하려 하는가? 그들한테는 ‘창업가정신’이란 비웃음거리일 뿐이다.
하지만, 나와 같은 대다수의 서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게 또한 현실이다. 남들보다 성공하고 더 부자가 되려면, ‘천민’들은 매일 역경과 싸워야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많은 창업가들이 실패해서 포기하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이들의 창업가 정신과 노력은 고용을 창출하고, 대기업들보다 월등한 기술혁신을 일으킨다.
상속이 아닌 노력과 땀으로 부를 축적하는 우리 주위의 창업가들이야말로 우리의 경제를 탄탄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부자 부모님이나 ‘은수저’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더 높이 날기 위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다. 건강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더욱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건 바로 이러한 창조적 파괴 – 창조적 사고를 가진 신규세력들이 낡은 기술, 기업, 브랜드, 제품을 파괴하는 행위 – 이다.

문학인 George Bernard Shaw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적이 있다: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터무니없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발전시키는 진정한 힘이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의 유일한 마지막 희망은 바로 이 터무니없는 인간들인 창조적 창업가들이다. 이 지독한 불경기로부터 세계를 구출할 슈퍼맨들은 대기업의 임원들도 아니고, 마호가니 책상에서 개폼잡고 앉아 있는 사장들도 아니다. 스스로의 틀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오늘도 지구의 한 구석탱이에서 피똥싸면서 창조적 파괴를 하고 있는 창업가들이다.

세계 경기 회복의 해답은 매끈한 다이아몬드와도 같은 귀족사회의 특권이 아닌 땀과 실력을 기반으로 스스로의 존재를 정당화할 수 있는 정재되지 않은 원석과도 같은 창업가들임을 우리는 다시 한번 명심해야한다. 거친 창업가 정신만이 살길이고, 그것은 바로 이 글을 읽고 오늘도 벌떡 일어나서 열심히 일하는 당신들이다.

<참고: Financial Times “Rough diamonds are our lifeblood” by Luke Johnson >
<이미지 출처 = http://www.diamondschool.com/index.php?option=com_content&task=view&id=34>

“Burnout” 방지 및 관리 방법

이 블로그를 통해서 내가 ‘일과 스트레스’와 관련된 다음의 2가지 포스팅을 올린적이 있다:
운동선수들로부터 배우는 슬럼프 극복 방법
운동이 보약이다

이 글들을 읽은 많은 분들이 그동안 나한테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에 대한 문의를 많이 했다. 솔직히 나는 의사도 아니고 business executive coach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벤처기업에 종사하는 일인일 뿐이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드린 답변들이 업무나 일상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감사 메일을 받으면서 요새 느끼는 점은 바로 현대 직장인들과 스트레스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은 이런 내용들이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들이라서 모두가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려하지만, 바쁘고 절박한 직장 생활을(특히 벤처 초기 단계) 하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정신적/육체적으로 많은 압박을 받고 살고 있다. 내가 이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나 또한 그런걸 개인적으로 최근에 경험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몇 년 전만 해도 ‘스트레스’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코웃음을 치고, 남들이 스트레스라는 말을 꺼내면 그 사람들을 비웃던 부류의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일로인한 스트레스라는건 나약하고 한가하고 한심한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럭셔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목표를 향해서 열심히 그리고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는 스트레스라는 게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을 했던 부분도 있었고…
2009년 힘든 한 해를 보내면서 나는 이런 내 생각이 많이 틀렸다는걸 느꼈다. 마음속으로는 스트레스를 부인하고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육체적/정신적으로 내 몸뚱어리는 삶의 무게를 느끼고 있었고 이러한 부하가 계속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순간적으로 burnout이라는 현상을 경험했다. 처음 경험하는 현상이라서 극복하는 데는 몇 주라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인생을 되돌아 보고 나한테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일을 하면서 주위를 자주 둘러본다. 그리고 내 주위에 업무 때문에 힘들어하는 동료들이 보이면 더 이상 “이 나약해 빠진 새끼야, 정신 차리고 긴장해!”라고 소리치지 않는다. 분명 저들도 내가 그랬던거와 같이 burnout 현상을 경험하고 있거나, 곧 경험할 것이라는걸 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가지고 있는 나도 burnout이 될 수 있었다면 분명히 내 주위 직장인들 90% 이상의 몸과 정신에 이 순간에도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다.
여기 burnout 현상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공유한다. 혹시 본인이 요새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거나 아니면 주위에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1. Burnout은 무엇이며 증상은?
“Burnout”은 말 그대로 정신적/육체적 에너지와 지방이 모두 타버려서 ‘앵꼬’가 된 상태를 말한다. 쉽게 말해서 우물의 물이 모두 고갈되었다는 말이다. 증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잠을 잘 못 자고, 술을 많이 먹고, 특정한 이유가 없이 화를 많이 내고, 평소에는 매우 관심을 두고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일, 증상에 대해서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burnout이 임박해 있다고 할 수 있다(물론, 갑자기 환경에 변화가 생겼거나 또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거나 하는 외부 쇼크로 인한 증상일 수도 있다).
영어에는 “tired but wired”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육체는 매우 피곤하지만, 정신적으로는 괜히 불안하고 뭔가를 계속 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생기는 상태를 말하는데 만약 tired but wired 상태라면 조심해야 한다.

2. 원인은 무엇인가?
현대 직장인들한테 있어서 burnout의 가장 큰 원인은 과로와 업무 과부하라고 Institute for Employment Studies는 명시한다. 또한, 다른 원인으로는 보고해야 하는 보스들이 너무 많거나, 책임만 있고 권한의 부재, 남들한테 일을 위임할 수 없는 성격 등이다.

3. Burnout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나도 경험을 했고, 주위 사람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방법은 바로 “일이 나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일을 하는거다.”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특히 나같이 의욕과 자신감이 넘치는 직장인들은 스스로 모든 일을 해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경우가 있는데 – 일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솔직히 일을 쫌 한다는 사람들은 남들한테 일을 맡기면 많이 답답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냥 본인들이 모든 일을 처리해 버리려는 경향이 있다 – 그렇게 하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가 있다. 솔직히 우리가 하는 일들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인가? 내가 대통령도 아니고, 내가 하는 일이 나라를 살리는 일도 아니다(물론, 그렇다고 일의 중요도를 무시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거는 나와 내 가족의 웰빙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꽤 효과적인 burnout 방지 방법들이다(나도 이 중 몇 가지 해봤는데 꽤 괜찮다):
-내가 하고 있는 일 중 남한테 맡길 수 있는 일에 우선순위를 매겨서 남한테 위임하거나 맡겨라. 괜히 나 혼자 내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이 세상과 회사의 짐을 다 짊을 필요는 없다.
-보스를 찾아가서 지금 현재의stressful 한 상황, 답답하고 걱정되는 점들을 속 시원하게 털어놔라. 그렇게 할 수 있는 보스가 없다면 회사가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당신이 인생을 잘못 사는 것이다. 회사의 사장이라면? 친한 직원과 이야기를 하거나, 이사회 임원 또는 와이프랑 이야기하는 걸 권장한다.
-어떤 이는 ‘씹을 수 있는 거보다 훨씬 더 많이 배어 먹어야 한다’라고 말을 한다. 나도 사회생활 처음 할때는 항상 이렇게 했고 작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지 말고, 씹을 수 있는 만큼만 베 먹어라. 나머지는 다른 직원들이나 동료들이 베어 먹으면 된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라. 하루에 한 두 시간씩 덜 일하는 게 어떨 때는 더 효율적일 수가 있다.
-직장에서 다루는 문제들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 의사 결정이라는걸 자신에게 계속 상기시켜야한다. 그리고 공과 사를 가끔은 구분할 수 있도록 스스로 훈련을 시켜라 – 이건 정말 힘들다. 특히 내 인생을 걸고 하는 벤처라면…
-좋은 직장 동료들과 자주 어울리고, 일 외의 대화를 많이 나누어라. 술 먹으면서 어울리지 말고 맨 정신에 해라.

4. 노력을 했지만 burnout이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에너지 넘치고, 자신감 넘치고, 자존심이라는 아우라가 온몸을 감싸고 있는 현재 직장인들한테는 이 과정이 가장 힘들것이다. 노력을 했지만 결국 burnout이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더는 이렇게 살 수가 없다”라고 인정을 해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가 않다.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건 정말 힘들고 쪽팔리는 일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남들이 ‘멈추지 않는 불도저’, ‘탱크’, ‘기계’ 라고 할 정도로 에너지와 자신감이 넘치던 내 자신이 이런 나의 나약함을 인정해야하는 순간이 오자 나의 한 부분은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숨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또 다른 한 부분은 “그래, 지금까지 정말 쉬지 않고 달려왔다. 내 몸이 기계가 아닌 이상 이렇게 평생 직진만 할 수 없지 않는가. 이제 좀 쉬자.” 라고 말을 했고 나는 나의 이 나약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선택이었다.
스트레스에 대한 고민과 대화는 ‘정신병’을 연상시키고 이 말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터부시되는 단어이다. 그래도 인정할거는 인정해야 하며, 정신병은 ‘미친놈’이나 ‘정신병원’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 또한 모두가 명심해야한다
Burnout이 되면 육체적, 정신적 우물이 고갈되기 때문에 이를 보충해줄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다른이들 – 가족, 친구, 멘토, 동료 등 – 한테 많이 의존을 해야 하는데 이걸 절대로 수치스럽거나 부끄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많은 현대인들이 경험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니까.
충전을 위해서 얼마 동안 쉬기로 했다면 내가 하던 일에 빵꾸가 나지 않고, 더 중요한 거는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 똑같은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에서 당분간 내가 하던 일을 추스르고 담당할 적임자를 찾는 걸 확인하고 당분간 떠나는게 매우 중요하다.

5. 내가 매니저라면 직원들의 burnout 현상 예방 방법은?
매니저로서의 중요한 역할은 좋은 선례를 만드는 것이다. 정말 필요치 않다면 주말에는 절대 일하지 말고, 새벽 3시에 이메일을 보내지 말아라. 새벽 3시에 이메일 보내지 않아도 북한이 쳐들어오지 않고, 회사는 안 망한다.
또한, 직원들이 육체적, 정신적 피곤함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동시에 그때마다 필요한 지원을 회사 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목표를 세울 때는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걸 권장한다. 괜히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 목표를 만들어서 직원들을 혹사하지 마라.

2011년은 모두에게 힘차고 스트레스 없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하며.

출처 및 참고: Financial Times “The careerist: How to cope with burnout” by Rhymer Rigby

운동선수들로부터 배우는 슬럼프 극복 방법

내 개인 이메일의 서명에는 연락처와 함께 다음과 같은 글이 인용되어 있다. “Success, it’s a mind game.”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스위스 시계 Tag Heuer가 한동안 사용했던 catch phrase인데 너무 맘에 들어서 지금 몇년 동안 이메일 서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실로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장 차이이며, 많은 부분이 멘탈과 관련되어 있다.

오늘은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다 겪게되는 ‘슬럼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슬럼프라는 단어는 운동선수들과 그들의 부진을 연상시키지만, 우리도 직장 또는 가정에서 일이 잘 안풀리거나 뭔가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데도 잘 안되면 슬럼프에 빠진다. 피츠버그에 사는 Dan Di Cio씨는 오랫동안 기술장비를 판매해온 잘나가는 영업사원이다. 그는 작년에 자신의 영업인생에서 최고의 실적을 내기 위해서 주말을 비롯해서 매일 야근을 하였지만, 일을 더 열심히 하면 할수록 그의 실적은 목표치로부터 오히려 더 멀어지고 있었다. 결국 다른 영업사원들에게 판매왕 자리를 빼앗기면서 그는 속으로 “왜 나는 저 사람같이 팔지 못할까?”라고 스스로를 계속 꾸지르면서 비난하기 시작했다.
야구를 매우 좋아하던 Di Cio씨는 메이저리거 피처 John Smoltz가 1991년도에 지독한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 멘탈 훈련을 하였던 일화를 떠올리면서 유명한 스포츠 심리학자인 Gregg Steinberg의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의 도움으로 Di Cio씨는 자신의 문제는 바로 무리한 목표달성을 위해서 일을 너무 많이 한다는 매우 평범하지만 심각한 문제임을 깨달았고, 이러한 압박은 그의 실적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결과를 야기시킨다는 사실 또한 알게되었다. Steinberg씨는 그가 무수히 많은 운동선수들한테 주는 동일한 처방을 Di Cio씨에게 내렸다: “과로하지 말고 좀 쉬세요.”

Di Cio씨를 상담한 저명한 저자이자 스포츠 심리학자인 Steinberg 박사는 슬럼프를 유발시키는 근본적인 원인들은 운동경기에서나 직장에서나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한다. 슬럼프의 증상들은 주로 자신감 상실, 매사에 너무 많이 생각하고 분석하는 습관, 이미 벌어진 실수에 집착, 그리고 사무실에서 항상 늦게까지 과로라고 한다.

싸이영상을 여러번 받았던 Atlanta Braves 팀의 명피처 John Smoltz는 1991년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경기를 하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방법들을 바탕으로 그는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연습을 하였지만 매번 경기에 나가서는 성급하게 피칭을 하였고, 잘못 던진 공들을 계속 머리속에서 분석하고 “왜 그렇게 던졌지?”라고 계속 묻는 자신을 컨트롤 할 수가 없을 지경까지 이르렀다. 결국 그는 Jack Llewellyn이라는 스포츠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았다. 의사선생은 Smoltz 선수가 지금까지 퍼펙트 피칭했던 게임들의 기록을 가지고 2분짜리 짧은 동영상을 만들어서 이 동영상을 반복적으로 시청하도록 시켰다. 그리고 Smoltz 선수가 경기 도중 공을 잘 못 던지면 자동적으로 이 동영상이 머리속에서 재생될 수 있는 훈련을 시켰다. Smoltz 선수가 과거 퍼펙트 게임을 했을때의 자신감있는 느낌과 기분을 기계적으로 회상시키게 하기 위해서였다.
Smoltz 선수의 자신감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고 나머지 시즌 동안 그는 인생 최고의 피칭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멘탈 훈련 이후 그는 다시는 과거에 잘못한 일들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는 좋은 습관을 몸에 익혔다고 한다.
슬럼프에서 극복한 John Smoltz 선수를 role model로 삼은 Di Cio씨는 충분한 휴식과 치료를 통해서 그 이후에 정신적 안정을 찾았고, 외모 또한 동료들이 놀랄 정도로 좋아졌다고 한다. 그는 고객들을 만나서 영업을 할때 그가 과거에 최고의 영업사원이었음을 항상 머리속에 떠올리며, 가장 실적이 좋았을때 그 자신의 모습, 외모, 말, 발표 등을 이미지화해서 머리속에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올해 그는 실적을 100% 초과 달성할 수 있었다. Smoltz 선수와 마찬가지로 그는 이제 실수를 하면 그 실수로 부터 항상 뭔가를 배우지만, 그 실수가 미래의 행동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정신적으로 무장하는데 성공하였다.

Tim Stowell씨는 25년 동안 업무용 부동산 중개 사업을 성공적으로 한 베테랑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불경기를 겪으면서 비즈니스가 거의 바닥을 치는 동시에 25년 동안 비즈니스를 같이 해오던 고객들이 그를 떠나는걸 목격하면서 자신감을 상실하였다.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그는 과거보다 2배나 열심히 일을 하였지만, 결과는 오히려 평소보다 더 좋지 않았다.
골프를 평소 즐겨 치던 Stowell씨는 전설적인 골퍼 잭 니클라우스가 골프 경기 중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던 방법을 자신의 비즈니스에 접목해보기로 하였다. 잭 니클라우스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고, 확실시되던 우승이 더 이상 확실해지지 않은 순간들에는 항상 공을 치기 전에 한두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한참동안 골프 코스와 관객들을 지긋이 바라보곤 했다. 그는 그의 이러한 행동은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멘탈 체제를 회복하기 위함”이라고 나중에 기자들에게 귀뜸해주곤 했다. 또한, 잭 니클라우스는 실수를 하거나 자신감이 부족할때마다 자신을 꾸지르기 보다는 스스로에게 “뭐가 두려운거냐? 나는 세계 최고의 골퍼이고 지금까지 항상 잘해왔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위치까지 올라오지 못했을거야. 정신차리고 똑바로 해보자.”라고 반복적으로 말을 했다고 한다.
Stowell씨 또한 잭 니클라우스 선수와 같은 방법을 자신의 비즈니스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발표할때 실수를하면, 그는 그냥 웃어 넘기거나그 실수를 잊어버리려고 노력한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다.큰 계약이 이 실수 때문에 날라가면 항상 그 실수의 쓰라린 기억이 엄습해오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그가 과거에 얼마나 성공적으로 상업용 부동산을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판매해왔는지를 항상 떠올리고, 그럴때마다 서두르지 않고 잭 니클라우스와 같이 한템포 쉬면서 긍정적인 정신적 안정을 되찾으려고 노력한다.
결국 그의 비즈니스는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했고, 그는 다시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시작하였다.

위 두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슬럼프가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과 정도는 스포츠와 직장 세계에서 그다지 다르지가 않다. 항상 이기던 운동선수가 갑자기 지면서 초라해진 그 자신의 이미지를 계속 떠올리는 현상은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과 거의 동일하다고 2007년도에 Brain Imaging and Behavior라는 논문에 발표가 되었다. 이와 비슷하게 직장에서 자신감을 상실해서 뭐를 해도 본인은 안된다는 패배주의에 빠진 직장인들도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동일하게 경험한다고 한다. 경기장이나 직장에서 이렇게 되면 결과는 뻔하다: 아무리 열심히 뛰고 일을 해도 항상 패배하게되어 있다.
우리는 잘나가던 운동선수가 슬럼프로 인해서 선수생활을 완전히 마감한 사례를 주위에서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축구의 이천수 (솔직히 이천수는 자기관리를 못했지만서도..), 고종수 (마찬가지이만서도..), 농구의 현주엽 등등. 하지만, 슬럼프가 종결시킬수 있는건 운동선수의 커리어뿐만이 아니다. 바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들도 슬럼프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 인생의 패배자로 커리어가 마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직장생활이나 운동선수 생활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슬럼프의 원인들이다:

  • 과거의 실패가 반복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두려움
  • 과거의 작은 실수에 집착하는 버릇
  • 자신감 상실
  • 다음 액션에 대해서 너무 많이 생각하고 분석함으로써 오는 실수
  • 운동선수들의 과연습, 직장인들의 과로
  • 운동이나 직장에 입문하였을때의 초심을 잊어버림
  • 감독, 팬 또는 상사로부터 반본적으로 듣는 꾸지람과 비난

그리고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들이 있으면 당연히 해결책 또한 존재한다:

  • 실패하거나 실수를 하면, 즉시 과거에 성공하였던 경험 떠올리기
  • 다음번 경기, 발표 또는 미팅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머리속에서 재현시키기
  • 동영상이나 글로 과거에 성공하였던 경험을 기록하기
  • 나의 강점을 종이 위에 적어놓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때마다 반복해서 보기
  • 잠시 생각을 접고, 단계별 프로세스에만 집중하기
  • 크게 심호흡 하기 (개인적인 의견 – 이거 간단하지만 굉장히 효과적이다)
  • 좋은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어울리기
  •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시점에 몸과 마음을 집중할 수 있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 개발하기 (심호흡을 크게 3번 하기, 박수를 3번 치기 등등)

모든건 마음가짐에서 나오는거 같다. Success, it REALLY is a mind game.

    참고: Wall Street Journal “Slumping at Work? What Would Jack Do” by Sue Shellenbarger

    이 여자 – Felisa Wolfe-Simon

    2010년 12월 3일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 NASA는 “우주생명체 관련 기자회견”을 전세계에 생중계했다. 이미 몇 주 전부터 나사는 ‘외계 생명체의 증거 탐색 노력과 관련한 충격적 발견’을 발표할것이라고 홍보를 하고 있어서 많은 전문가들과 비전문가들은 그동안 추측만 난무하던 외계 생명체에 대한 존재가 밝혀질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지만 실망스럽게도 – 나는 정말 실망했다. ET와 관련된 또는 영화 아마게돈과 같이 지구가 곧 멸망할것이라는 발표를 기대했었다 – 발표 내용은 외계 생명체가 아니었다. 다만 독성물질인 비소 (arsenic)에서도 박테리아가 서식 가능하며 이는 지구이외의 우주 환경에서 생명체가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확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단한 박테리아를 최초로 발견하고 이 박테리아에 GFAJ-1라는 이름을 붙인 과학자 Felisa Wolfe-Simon은 하루만에 슈퍼스타가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GFAJ-1이라는 이니셜은 이제 하도 봐서 익숙해졌지만, 이 이니셜들 뒤에 숨은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오늘 Wall Street Journal을 읽다가 나도 처음 알게된 사실인데 너무 흥미있어서 여기서 간단하게 소개해본다.
    4년전 Felisa는 유명한 우주생물학자인 Ariel Anbar 밑에서 연구를 하던 아리조나 주립대학원의 어린 포닥 학생이었다. 그녀는 다른 포닥 학생들과는 달리 매우 도전적이고 실험정신이 풍부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원래는 오보에를 전공한 음악도였는데,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해양학 공부를 하게 되었고 아리조나 주립 대학으로 오면서 화학과 미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당신 Felisa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의 기원이 반드시 동일하지는 않다는 비주류의 사고를 하기 시작하였고, 반드시 이 세상 어딘가에는 인 (phosphorus)이 아닌 다른 물질을 – 비소와 같은 – 기반으로 만들어진 생명체가 살고 있을것이라는 강한 의문을 스스로에게 하였다. 인과 비소는 화학적 구조상으로는 유사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주류 사회의 과학자들과 화학자들은 Felisa의 이러한 이론은 말도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Felisa는 그 당시 아직 20대 후반이었고 아리조나 주립 대학에서의 계약직은 곧 만료될 시점이었다. 또한, 그녀는 이 분야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려면 쟁쟁한 선배들한테 적당히 아부하고, 크게 튀지 않고 연구활동을 해야지만 한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알고 있는 연구 초년생이었다. 그녀와 비슷한 또래 대부분의 젊은 과학도들은 남들이 의문을 재기하지 않는 mainstream 연구 주제를 선택하여 본인들의 커리어를 안전하게 쌓고 있었지만 Felisa는 남달랐다. 그녀는 이러한 과학세계의 관료주의와 보수적인 사고를 경멸하였고 동료 과학자들은 절대로 택하지 않았을 일생 일대의 도박을 해보기로 결정하고 소신껏 새로운 이론을 뒷받침할 연구를 해보기로 하였다. 즉, 독성물질인 비소를 기반으로 번식하는 박테리아가 지구상에 존재한다는걸 증명해보기로 결심하였다.
    문제는 과연 이런 말도 안되는 – 그 당시 기준으로는 – 연구 프로젝트를 funding 해줄 기관이나 개인을 찾는 것이었다. 어떤 비영리 기관에서 연구 비용을 제공하기로 하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너무나 이론적이고 추리적이다”라는 이유로 취소하였고 결국, 나사에서 이 연구를 지원해 주기로 하였다. Felisa는 나사의 돈으로 무장한채로 이 괴생명체를 찾기 위해서 요세미티 국립 공원 근처의 Mono 호수를 새벽부터 밤까지 매일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였다. Felisa의 이러한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서 영국의 어떤 저명한 우주생물학자는 “비소 기반의 생명체를 찾는거는 완전히 미친 짓이다.”라고 할 정도로 주류 과학 사회에서 보는 그녀의 프로젝트는 말도 안되는 짓이었다.

    하지만, 3년 후 Felisa는 그녀를 유명인사로 만들어줄 박테리아를 드디어 찾아버렸다. 그리고 그 박테리아에 GFAJ-1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GFAJ는 무슨 약자일까? 바로 “Get Felisa A Job“의 약자라고 한다. 즉, 이 박테리아를 찾기 전까지 Felisa는 여기저기 계약직으로 일을하는 떠돌이 과학자일 뿐이었고 그녀는 이 박테리아를 찾으면서 본인한테 이제는 제대로 된 정규직 연구 직업을 달라는 의미로 GFAJ-1라는 이름을 붙인것이다.

    이제 완전히 생물학계의 슈퍼스타가 된 Felisa가 job을 찾는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을것이라고 생각된다. 역시 스타트업이나 비영리 연구소나 큰 발전이나 도약을 하려면 이렇게 남들이 해보지 않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분야에 도전해야 하는거 같다. 물론 여기에는 엄청난 risk, 어려움, 그리고 친구/적들의 손가락질과 비난이 반드시 동반되지만, 자신이 믿는 바가 있다면 Felisa Wolfe-Simon과 같은 신념의 도약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오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아름다운 토요일 밤이다.

    한국인들의 11가지 실수

    얼마전에 내가 포스팅한 한국인들의 7가지 실수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여기서 추가적으로 몇개 더 나열해보려고 한다. 솔직히 나는 이 글을 쓰면서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그냥, 내가 한국과 미국에서 일을 하면서 “이런 부분은 한국분들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때 염두하거나 자제하면 좋겠다”라고 느낀 부분들을 경험을 바탕으로 캐주얼하게 적었는데 이 포스팅은 무려 7,200+명이 열람하였고, 아는 분들과 모르는 분들의 트윗을 통해서 엄청나게 많은 한국의 네티즌들과 공유되었다. 대부분의 피드백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많은 분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셨고 특히 #1 주제인 “이메일 계정”과 관련된 부분은 폭풍동감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분들이 동의를 하였다. 어떤 분들은 그 이후로 이메일 주소까지 바꾸신 분들이 있다. 오늘은 비슷한 맥락의 내용들을 몇가지 더 적어보려고 한다. 전에 #7까지 적었으니까 #8부터이다.

    8. 남발되는 약자 –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한 부장님과 LA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간부들과 미팅을 한 적이 있다. 삼성전자에서 미국 미디어의 컨텐츠를 라이센싱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이미 몇개월 동안 전화통화와 이메일을 통해서 communication이 진행되었고 이 자리는 계약서 전 단계인 조건들에 대한 합의를 하기 위한 미팅 자리였다. 아…이 날도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일들이 있었다. 미국사람들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물어보자 물어보자 이 아저씨는, “as I mentioned in my PT, we wanna talk about RS model…중략…hopefully, we can do a BMT…생략”
    미팅 참석한 미국애들의 얼굴을 보니 온통 “???”로 도배가 되있었다. 미국사람들이 왜 의아해하는지를 전혀 감잡지 못하신 부장님을 대신해서 내가 미국애들한테 친철하게 설명해주었다:
    PT: Presentation, RS: Revenue Share (Rocket Science? Room Salon?), BMT: Benchmark Test

    더 재미있는 사실은 “아니, 미국애들이 그런 기초적인 영어 약자도 몰라요?”라면서 더 황당해하는 부장님. 일본인들과 한국분들은 약자를 너무 좋아한다. 당연히 미국도 약자를 엄청나게 많이 사용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만을 위한 내부 약자집이 있을 정도로 많은 약자들이 남발된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내부 약어집이다. 외부인들은 몰라도 되고, 알아야할 필요도 없는 용어들이다.
    우리나라에서 너무나 흔하게 사용되는 PT나 RS와 같은 약자들 – 100% 콩글리쉬다. 미국인들은 이런 약자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냥 “presentation” “revenue (rev) share”라고 full로 풀어서 말하면 된다. 약자를 사용하면 괜히 유식해 보이는거 같은 우쭐함을 느끼고 즐기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지 마세요. BS (병신)되는 수가 있습니다.

    9. 약자의 의미 – 어떠한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굳이 약자 쓰는걸 고집하시는 분들을 위한 진심어린 내 충고. 그러면 최소한 그러한 콩글리쉬 약자들이 뭘 뜻하는지는 알고 사용합시다. 내가 아는 많은 한국 직장인들은 PT가 Presentation의 약자인지 모르고, RS가 Revenue Share의 약자인줄 모른다. 그냥 남들이 사용하니까 나도 무조건 대략적인 문맥상 의미로 사용하는것이다. 이건 개인적인 무식도 문제이지만, 외국인들과 미팅하다가 내가 사용한 약자의 뜻을 외국인이 물어보면 최소한 그 약자를 풀어서 말을 해줄 수는 있어야하지 않을까?
    “PT는 무슨 약자죠?”라고 묻는 외국인한테 “PT는 PT입니다. 외국사람이 그것도 몰라요!”라고 윽박지를 수는 없지 않는가.

    10. 발음 꼬기 – 외국어를 (특히 영어) 유창하게 못하는 분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과도한 발음 꼬으기다. 우리 말이 아니니까 한국 사람이 영어를 잘 못하는건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국제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반드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줄 알아야하기 때문에 우리는 영어 공부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것이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배우를 한다거나 미국에서 방송생활을 할 계획이 아니라면 영어는 그냥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이다. 영어 발음이 원어민 수준이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대방과 대화를 하고 비즈니스를 할 정도가 되면 okay다. 내가 상대방한테 말하고자 하는 내용만 정확하게 전달하면되지, 과도하게 발을음 꼬아서 나도 무슨 말하는지 모르고 상대방도 내가 무슨말 하는지 모르는 그런 황당한 상황을 굳이 연출할 필요는 없다.
    미국 – 특히 LA – 사는 많은 한국분들이 멕시코나 인도 사람들 영어가 형편없고 개판이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발음적인 측면에서 보면 맞다. 너무나 형편없는 발음들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말을 이해하고 대화를 하는데 있어서는 그 어떤 불편함도 없다. 후진 발음이지만 이들은 하고 싶은 말들을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다 말한다. 오히려 나는 이런 후진 발음을 비판하는 한국분들이 영어를 할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한마디도 이해할수가 없다. 괜히 영어 잘하는척 하기 위해서 발음만 배배꼬기 때문이다. 내가 최근에 참석한 미팅에서 한국분들이 꼰 발음 중 미국인들이 한번에 이해하지 못한 단어들 몇 개 소개한다:
    Coyote: 카요리 (자동차 요리? 그냥 코.요.테. 하면 다 알아듣는다)
    Revenue: 뢰뷔뉴 (그냥 레.베.뉴. 해도 다 알아듣는다)
    Internet: 이너닛 (그냥 인.터.넷. 하면 된다)
    Residual: 뤼쥐듀얼 (그냥 레.시.듀.얼. 해도 된다)
    Condom: 칸덤 (그냥 콘.돔. 해라)

    어차피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니라면 그냥 알파벳 하나하나에 충실하게 발음을 하면 된다. 그러면 오히려 발음이 더 또박또박해서 이해하는게 훨씬 수월하다. 솔직히 나도 영어를 유창하게는 하지만 native speaker는 아니다. 약간의 스페인어/한국어 발음이 섞여 있기 때문인데 전에 한국에서 오신 분이 내가 영어 하는걸 보고 “배기홍씨 영어 잘하는 줄 알았더니 별로 못하네..”라고 하신적이 있는데 아마도 내가 발음을 충분히 꼬지 않아서 그랬던거 같다.

    11. 본론만 간단히 – 일본사람들 못지 않게 우리나라 분들도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는 이런 행동들이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간주되었지만, 요즘같이 모두가 바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고 계속 주위만 맴도는 말을 하는건 모두의 시간을 낭비하는 나쁜 습관이다. 특히, 비즈니스를 함에 있어서는. 미국 사람들은 본인들이 들었을때 좋던 나쁘던간에 상대방의 명확한 의사전달을 중요시 한다. A를 원하는데 자꾸 B로 말을 빙빙돌리다가 막상 B를 상대방이 주면 “저 양놈새끼는 내 의중도 파악 못하고…”라면서 욕을 하시는데 왜 그렇게 복잡하게 인생을 사십니까? 그냥 “저는 A를 원합니다.”라고 말하면 되는거를…그런데도 상대방이 A를 주지 못하면 그때부터는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서 최선의 합의점을 찾으면 되는것이다.
    이런 태도는 대화 뿐만이 아니라 이메일에서도 매우 극명하게 나타난다. 미국인들의 비즈니스 이메일들은 매우 짧다. “다음 주 목요일까지 A 제품 1,000개를 $1.50에 주세요. 가격에 문제가 있으면 전화주세요.”라는 내용의 한줄짜리 이메일들에 익숙한 미국사람들한테, “하늘이 청명한게 독서의 계절이 왔습니다…중략…제가 원하는 가격에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부디 귀사의 적극적인 사려와 깊은 배려를 요청드립니다. xyz 배상.” 이라는 내용의 – 참고로 이 이메일에는 본론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 – 이메일을 쓰면 본론에 도달하기 전에 5번의 이메일이 왔다갔다 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의 시간차이를 생각해보면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많게는 10일이 넘게 걸릴 수가 있을것이다. 이게 무슨 개뼉다귀같은 시간/돈 낭비인가? 안그래도 바쁜 세상 일을 함에 있어서는 우리 본론만 간단하게 하자.

    솔직히 이외에도 줄줄히 나열하자면 미팅 습관, 발표 방식, 옷입는 법 등등 큰 실수부터 사소한 실수까지 많은 부분들을 지적할 수 있지만 여기서 언급한 11가지 실수가 내가 10년 이상 한국과 미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꼭 한번 정도는 지적하고 싶었던 실수들이다. 그리고 이 블로그를 통해서 다시 한번 말하고 싶은 부분은 위 11가지 실수들은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들이다. 내 의견에 많은 분들이 동의하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이 있을것이며 그런 분들의 반대의견 또한 언제든지 환영이다.

    한국인들의 7가지 실수“를 보시고 어떤 분이 다음과 같은 댓글을 주셨다:
    아이고 양선생님~ 덕분에 양키들에게 지켜야 하는 좋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그런것들을 지키지 못하여 같은 국적 또는 인종으로 하여금 쪽팔림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런데 한쿡에서는 사람면전에 대놓고 집에가라고 하면 죽빵날라감과 동시에 옥수수 털리는 사례가 종종 있더군요 그래도 쌀나라에 비하면 자비롭지 않습니까? 목숨만은 살려부니 말입니다. 정리하자면 그런기본적인 것들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사업에 지장 받는 사장님 또는 영업맨이 얼마나 있을까요? 한메일 쓰고 양키들에게 깍듯이 해도 수백억 실적땡기는 분들 많이 봤지 말입니다. 그냥 보기 짜증나는 표현이 있어 짜증내 봤습니다.

    나 또한 한국사람이다. Proud Korean이라고 말하기에는 내 애국심이 턱없이 모자라지만 나도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 군대도 (카투사) 갔다왔다. 내가 이런 내용들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는 이유는 한국인들의 실수를 꼬집어서 신랄하게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다. 다만, 국제 비즈니스를 하기위한 FM (Field Manual) 기본적인 사항들을 숙지함으로써 더 많은 한국분들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제대로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함이다.

    참고로 밑에는 내가 전에 나열하였던 “한국인들의 7가지 실수“들이다:
    1. 이메일 계정 -언젠가 한국에서 꽤나 잘나간다는 신문사 기자를 미국에서 만난적이 있다. 그의 명함에 기재된 이메일은 bonjoureverybody@xyz.com 이었다. 몇주후에 만난 한 벤처기업 마케팅 이사의 이메일은 bestandhappy@wxy.com이었다. 무슨 특별한 뜻이 있냐고 물어보니 “항상 최선을 다해서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자는 뜻입니다.”라고 아주 자랑스럽게 말을 하더라 – “이거 생각해낸다고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라는 말도 함께. 이 분이랑 같이 미국 회사 중역들과 미팅을 하였는데, 명함의 이메일을 보고 황당해하는 그 미국인들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미 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이메일 주소는 무조건 이름을 사용해라. 왜 그러냐고 묻지도 마라. 그냥 무조건 자기 이름과 성을 가지고 이메일 주소를 만들어라. 이건 너무나 기본적인 이메일 원칙이며,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비즈니스맨들이 이렇게 function하고 있다. 튀는것도 좋지만, 비즈니스를 하는데 있어서는 그냥 평범한 원칙을 따르는게 좋다. 괜히 말도 안되는 ‘튀는’ 이메일 계정을 만들지 말고 그냥 누가봐도 무난하고 이름을 외울 수 있는 이메일을 사용해라. 나도 여러개의 이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kihong, khbae, kihong.bae, kbae 이런식으로 되어 있다.
    유난히 아시아인들이 (특히 한국과 일본) 독특한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려고 하는데 이런걸 볼때마다 미국인들은 많이 비웃고 우습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언제 한번 관심을 가지고 9시 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봐라. 10명 중 9명의 기자들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을것이다. 특히나 언론인들은 이런걸 좀 자제해주면 좋을거 같다.

    2. 회사 이메일 – 할리우드로 진출하고 싶어하는 한국의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사장과 함께 LA에서 미팅을 한적이 있다. 아직 생긴지 얼마 안되는 회사라서 명함은 준비가 안되었는데 뭐 미국에서의 명함은 한국에서와 같은 절대적이고 serious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건 그다지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그 사장이 미팅을 하였던 미국인의 명함에 적어준 본인의 이메일은 xyz@paran.com이었다. 파란을 당연히 모르는 미국인은 “파란”이 모기업의 이름이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미쳐 중간에 끊어서 답변을 하기전에 그 사장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아뇨, 파란은 그냥 웹메일입니다. 회사 메일이 있는데 그냥 귀찮아서 잘 사용안합니다.”
    미 팅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서 나는 그 사장한테 그게 귀찮아서 명함에 파란 메일을 박아서 다니려면 그냥 짐싸서 집에 가라고 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건데 아직도 한국에서 오시는 비즈니스맨들을 보면 hotmail, hanmail이나 gmail을 명함에 박아서 다니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다. 물론, 아직 법인 설립을 하지 않았거나 회사 이름을 정하지 않았다면 큰 상관은 없지만 대부분 거의 2-3년 이상 회사를 운영하신 분들이 이러니 참…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보자. 내가 비즈니스 미팅에서 어떤 회사의 대표이사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의 회사 명함에 abc@hotmail.com이라는 이메일 주소를 보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엉터리 회사, 사기꾼 또는 진지하게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3. CC: – 한국분들과 이메일을 하다보면 cc:의 개념을 잘 이해못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내가 메일을 보낼때 누군가를 cc: 하면 cc:된 사람도 계속 그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이후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그 사람도 cc: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하다. 그러면 답장을 할때는 항상 reply all을 하는게 예의이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한국 비즈니스맨들은 그냥 reply를 한다. 그러면 내가 또 다른 사람을 cc:해서 답장을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또 그냥 나한테만 reply를 한다.
    분명히 이 사람은 cc:라는걸 모르는 사람일것이다. 정말 답답한 사람들이다.

    4. 명함 – 실 리콘 밸리에서는 명함을 아예 안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메일이 communication의 주 수단인 동네에서 명함을 굳이 가지고 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eco-friendly한 이유때문이라고도 한다). 설령 명함을 상대방한테 주더라도 그냥 한손으로 주는게 이 동네의 분위기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명함을 던져주는 분들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랑 일본 사람들은 명함을 무슨 목숨과도 같이 지키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항상 명함을 무슨 신주모시듯 꺼내고, 두손으로 매우 반듯한 자세로 상대방한테 전달하는 경향이 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냥 한손으로 전달하면 된다.

    5. 악수 – “두손” 전략은 비단 명함 전달에만 적용되는건 아니다. 악수를 할때도 한국분들은 굳이 두손으로 악수를 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반가움의 밀도를 표현하는거라고 하지만 괜히 미국에서는 이상한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악수는 그냥 교과서에 나오는대로 한손으로 상대방의 손을 지긋이 잡아주면 된다. 그리고 악수를 하면서 쓸데없이 허리를 굽히거나 괜히 굽신굽신거리는 제스처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

    6. 회사 연혁은 생략 – 한국 회사의 소개자료를 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게 있는데 바로 회사 창립일부터 현재까지 매년/매달 단위로 주저리 주저리 적어놓은 회사 연혁이다. 특히, 무슨 “중소기업청 이노비즈” 니 “대한민국 혁신벤처기업상” 등등 전혀 미국 비즈니스에 도움되지 않는 연혁들을 소개자료에 집어넣는 회사들이 있는데 미국 회사들은 이런 회사의 연혁을 주저리 주저리 회사 소개 자료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회사 경영진, 제품/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정도만 포함하면 된다.

    7. 어설픈 영문 자료 – 이또한 매우 짜증나는 현실이지만 아직도 너무나 많은 한국 회사들의 영문 자료나 영문 웹사이트를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영문 표현들과 오타들이 수두룩하다. 어떤 회사는 보니까 회사 이름에도 오타가 있던데 한 1년 동안 그 틀린 글짜가 그대로 웹사이트에 올라가 있더라. 어차피 미국인이 아니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서 철자나 영문법 같은거야 틀릴 수 있다고 굳이 주장하시는 분들한테는 그러면 그냥 집으로 가시던지 아니면 준비가 된 후에 다시 미국으로 오시던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영문자료는 주위에 영어 잘하는 사람이나, 외부 전문 기관에 돈 몇푼 주고 검토해달라고 부탁하면 되는건데 그런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분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미국에 와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는지 심히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