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한국이여 – 실패를 우대하자!

얼마전에 내가 다음과 같은 트윗을 날린적이 있다.
“If you fail in Silicon Valley, you’re a rock star. If you fail in Korea, you’re a fucking failure. Korea really needs to honor failure.”
이건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트윗인거 같다. 실리콘 밸리에서 젊은 (or 늙은) 창업가가 벤처를 하다가 실패하면 영웅 취급을 받는데 왜 한국에서는 실패하면 완전 루저 취급을 받을까?

<스타트업 바이블> pg. 30 ~ 31에서 나는 실패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나라에서 창업이 대중화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세상은 이등을 기억하지 않습니다”라는 삼성 그룹의 광고 문구는 대표적인 예이다. 지금 이등을 했더라도 다음 기회가 분명히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 뒤처지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 유수의 투자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네이트온과 MSN 메신저의 모태가 된 이스라엘 기업 ICQ의 초기 투자자인 요시 바르디Yossi Vardi는 자신의 투자 철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사업계획서는 보지도 않습니다. 어떤 성격의 사업인지도 신경 쓰지 않아요. 나는 오직 젊은 창업가에게만 투자합니다. 특히 실패한 경험이 있는 젊은이라면 성공할 확률이 더욱 커지지요.”
진보적인 한 벤처 투자가의 실패에 대한 철학은 어떻게 보면 미국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 실리콘 밸리의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는 수많은 도전과 실패가 있었다. 특히 실리콘 밸리가 속한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지역에 둥지를 튼 스타트업들의 경우, 전체의 95% 이상이 실패를 경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IT 시장을 좌우하는 혁신 기술이 실리콘 밸리에서 창조되고 있는것은 바로 요시 바르디처럼 실패를 중요하게 여기는 투자자와 스타트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사람을 “용감한 사람이고, 사업을 하면서 많은걸 배웠고 분명히 다음번에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고 성공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한국은? “저럴 줄 알았다니까. 미친놈 그냥 편하게 월급 받으면서 시키는 일이나 하지 왜 사서 고생을 해. 저러니까 하는거 마다 실패할거야.”라는 색안경을 끼고 실패자들을 용납하지 않아서인거 같다. 아니, 실은 이렇게 단순한 표면적인 문제들보다 분명히 이렇게 실패를 용납하지 않은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 배경은 더 복잡하고 근본적인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건 분명히 교수들과 연구원들이 나보다는 더 잘 알것이다. 얼마전에 TechCrunch에 이와 관련된 재미있고 공감가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 항상 여러번 읽게 만드는 insightful한 글들을 적절한 백업 자료를 가지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Vivek Wadhwa 교수가 일본에 대해서 쓴 글인데 이 글을 읽을수록 이건 일본이 아니라 마치 한국에 대해서 쓴 글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는 얼마전에 일본을 방문하여 다양한 전문가들과 “혁신”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미팅을 하였고 여기서 그가 뼈저리게 느낀 점들은 바로 실리콘 밸리가 실리콘 밸리인 이유는 스탠포드 대학이 있다는것도,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것도, 돈이 넘쳐흐르는 것도 아니라 바로 실패를 인정할뿐만 아니라 실패를 찬양하는 문화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수많은 나라와 같이 일본 또한 일본의 실리콘 밸리를 만드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돈을 쳐들여서 대덕 밸리와 같은 tech park들을 설립하였으며, R&D;를 위한 정부 보조금 정책을 만들고 해외 석학들을 초빙하여 새로운 대학교도 만들었지만 일본의 실리콘 밸리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일본에서 창업되는 스타트업들도 거의 없을뿐더러, 이미 일본이라는 나라와 혁신이라는 단어는 매우 어울리지 않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거의 15년째 제자리 걸음인 일본의 경제로 표면화되고 있다. 이렇게 범정부적인 투자와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는데도 일본의 경제가 제자리 걸음이고, 스타트업들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한국도 이와 똑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할것이다.

21세기 국가의 혁신과 경제적 성장은 작은 중소기업들, 특히 스타트업에서 나온다고 할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인과 한국인들은 창업은 무조건 위험한 선택이며, 이와 관련된 리스크를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큰 성공을 경험해보지 못한 나같은 사람한테도 이런 현상이 뻔히 보인다. 아직까지 한국 스타트업 industry에는 실리콘 밸리와 같은 치열한 경쟁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다가 한국에는 얼마나 많은 학교들이 있는가? 이 학교들이 해마다 공장처럼 배출하는 똑똑하고 능력있는 일꾼들이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하게 많다. 그만큼 한국은 스타트업들한테는 블루 오션이라는 말이다. 이런걸 보면 한국이나 일본이야말로 실리콘 밸리 못지 않은 스타트업의 메카가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일본과 한국의 사회는 뭔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창업가들을 무시하고 멸시하며, 이들이 실패를 하면 격려하지 않고 오히려 쌤통이다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에서 평생을 보내려는 생각을 하고 –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삼성이나 LG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그렇지 않고 본인들은 항상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한다고 반박하겠지만, 말만 그렇지 행동으로는 아무도 옮기지 못한다 – 다른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지 못하고 있다. 한번 창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완전히 매장당하기 때문에 ‘현장 경험이 있는’ 창업가들을 찾을 수가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모든 entrepreneur들은 first time entrepreneur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태어나서 처음 창업하는 창업가들이 운영을 하게되는데 이 중 99%는 실패한다 – 왜냐하면 이들이 자문을 구하거나 배울만한 role model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1등만을 기억하는 훌륭한 대한민국의 사회 분위기 덕분에 첫 시도에서 실패한 이들이 실패로부터 뭔가를 배우고 다시 창업해서 성공을 하는 케이스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사업하다가 실패하면 완전히 왕따가 되어버린다. 아무도 그들과 이야기하려고 하지도 않고, 다시는 비즈니스를 같이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여기 일본과 한국과 비슷한 나라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독일이다. 독일에서 사업을 하다가 망하면 파산 선고를 한 후에도 30년 동안 창업자들이 개인적으로 회사의 빛을 갚아야한다고 한다. 사업이 망하면 집도 빼앗기고, 개인 재산도 다 빼앗기고 범죄자 취급을 받으면서 감옥까지 갔다 와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사람들이 있어도 굳이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없는것이다. 한국도 연대보증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제도가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어떻게, 그리고 어떤 계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실리콘 밸리는 이러한 사실들을 일찌감치 깨닫고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혁신의 메카로 우뚝 솟는데 성공하였다. 실리콘 밸리에서 실패는 쪽팔린게 아니라 특급 무공 훈장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entrepreneur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그들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 그 다음에는 그들은 과거에 진행하다가 실패한 프로젝트들에 대해서 매우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왜냐하면 이 동네에서는 실패를 하였다는거는 그만큼 많은걸 배웠다는 말이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거라는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는 실패를 해봤고, 실패가 좋지 않다는 기억을 하기 때문에 그들은 다시는 쓰라린 실패의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서 피똥싸는 노력을 할 수 있다는걸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이걸 배워야한다 – 아직 성공하지는 못하였지만 언젠가는 성공을 해보려고 바둥거리는 한 사람으로써 이명박 대통령과 장관들한테 제발 부탁드린다. 실패를 우대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솔직히 한국 사회가 실리콘 밸리와 같이 실패한 entrepreneur들을 영웅 취급해주는건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사업에 실패한 사람을 인간 쓰레기 취급하는 시선만 어떻게 좀 바꾸어보자. 정치인들은 창업하고 폐업하는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줘야한다. 그리고 대중들도 인터넷 비즈니스와 같은 hi-tech 사업은 제조업과 다르다는걸 교육받고 숙지해야한다. 지속적인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쳐야만 성공이 있다는걸 우리는 모두 기억하자.
얼마전에 이명박 정권에서 한국 벤처 생태계를 다시 살리기 위한 매우 거창한 중장기적인 전략들을 발표하였다. 다 좋은 말들이고 스타트업에 국가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지는건 정말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거는 실리콘 밸리와 같이 한번 실패한 사람들이 그 실패를 발판으로 성공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하루 아침에 한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이야말로 국가적인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생산성을 저해하는 노조 (labor union)

노동조합은 (labor union) 후진국과 선진국 구분하지 않고 전세계에 존재한다. 악덕기업인들과 정부의 비논리적인 정책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대변하기 위해서 생긴 노동조합의 그 오리지날 의도는 매우 바람직하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노조의 그 순수하고 바람직한 의도는 많이 변질되었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의 노조들을 보면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나는 한번도 노조가 있는 직장에서 일을 해본적이 없고 어떠한 형태로라던지 노조와 엮인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어떤 생리로 운영되는지 전혀 직접적인 경험을 해본적은 없다. 단지 많이 보고, 읽고, 간접적인 경험만을 해봤을 뿐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노조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노조를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장점은 존재하는거 같다.

Financial Times의 기고자이자 Risk Capital Partner의 대표이사 Luke Johnson이 최근에 스타트업/entrepreneur들과노조를 비교한 글이 있는데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라서 액기스만 여기서 공유하고자 한다.
그는 노동조합은 고용창출, 가치창출 또는 부의 창출을 전혀 할 수 없는 집단 – 그는 ‘조직’이라는 말 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체계적인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 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노조가 고용창출을 한다고 착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노조는 단순히 데모와 파업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고용을 재분배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들은 세상을 마치 제로섬 대회와도 같이 본다.
이와는 반대로 entrepreneur들은 기업을 창출하고 고용을 무에서 창출한다. 그들은 창조성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혁신과 생산을 도모한다. 한국, 미국을 막론하고 우리 주위에 노동조합이 있는 스타트업을 본적이 있는가? 나도 없다. 그 이유는 노조야 말로 변화와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임을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생 스타트업들이 성공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시대를 거꾸로 가는 구시대 발상적인 근무환경을 고집하는 단체들이 없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는 여러가지 면에서 많은 기업들과 국가들이 본받으려고 하지만, 실리콘 밸리의 노조를 벤치마크하는 사람들은 없다. 노조가 없기 때문이다 – 실리콘 밸리의 열정적인 entrepreneur들은 세상을 바꾸는데 소중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노조들은 과거에 집착하고 새로운 변화와 기술을 거부한다. 영국의 체신부인 Royal Mail은 비슷한 타 기관들보다 모든 면에서 뒤떨어지는데 그 이유는 노조가 자동화와 개혁을 전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위에서 개혁과 변화를 외친다고 해도 노조가 자체적으로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지 않으면 절대로 국민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위한 투자를 유치할 수가 없다.

이제 우리 모두는 냉철한 시각으로 현실을 직면해야한다. 21세기는 노동조합의 파괴적이자 비현실적인 사상을 인정하고 수용하기에는 너무나 경쟁이 심하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건 미국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자랑하던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노조가 초래한 끔직한 비극이다. 노조가 없는 다른 자동차 부품 공장은 아직도 잘 운영되고 있으며 생산성을 극대화하면서 노동자, 경영진, 주주, 사회 모두한테 보람을 주고 있다.
1981년도에 레이건 대통령의 부임 초기에 미국의 항공 교통 관제국 (air traffic controller) 노조가 엄청난 연봉 인상을 주장한적이 있다. 너무나 큰 인상율이라서 레이건 정부는 이를 거절하였고 결과는 17,500명 노조원 중 13,000명의 파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데모하고 쌩지랄하고 결국에는 노조와 회사대표와 합의를 할 것이다 (아마 이럴 경우 노조의 요구 사항이 대부분 수용되는거 같더라). 하지만, 레이건 대통령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였다. 바로 불법 파업한 13,000명 전원을 해고시켰다. 교통 관제국 직원들이 채용될때 모두가 다 서명하는 고용 계약서에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간주되는 행동”을 취하면 정부에서 해고할 권리가 있다는 항목이 적용된 것이다. 13,000명이 해고되었지만 수주안으로 수천명의 새로운 직원들이 옛 연봉에 채용되었고 그동안 남아있던 4,500명의 직원들과 군인들은 합심하여 열심히 미국의 하늘을 지켰다. 놀랍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동안 항공 사고는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얼마 후 모든 항공 활동이 정상적으로 복귀되었다.
이 계기를 통해서 미국인 모두가 – 남아있던 4,500명의 노조원을 포함 – 노조의 존재 의미와 역할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문의하게 만들었으며, 항공 교통 관제국의 노조는 얼마 후에 영원히 해체되었다. 물론, 해고된 13,000명의 노조원들은 단 한명도 재채용되지 않았다.

이러한 시대착오적이고 과격한 노조는 이제 더이상 대한민국과 같이 하루라도 더 빨리 경제적/사회적으로 성장해야하는 국가들한테는 있어야하면 안되는 단체이다. ‘평등’ ‘복지’ ‘안정’ 등과 같은 대의명분을 위해서 투쟁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노조위원장들은 딱 2가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권력.

솔직히 우리나라와 같이 노조 문제가 민감한 사회에서 이런 글을 직접 쓰면 엄청난 공격과 악플을 각오해야하는데, Luke Johnson이 내 생각을 이렇게 잘 정리해줘서 속이 시원하다.

The Female Entrepreneur

내 책에서도 여러번 언급하였지만 실리콘 밸리는 모든 창업가들이 꿈꾸는 꿈의 구장이자 동시에 실패의 계곡 (valley)이다. 우리가 아는 이야기들; 대학 4학년때 만든 회사가 1년 만에 수천억원에 야후한테 팔렸고, 그냥 사이드로 밤마다 만든 소셜 게임이 앱 스토에서 대박이 나서 얼마 후에 굴지의 게임회사한테 수백억원에 팔린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들. 정말 말 그대로 꿈만 같은 이야기이며, 나같은 사람은 이런 꿈같은 이야기가 언제 나한테는 현실로 다가올까라는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냉혹하다. 이런 행복한 이야기 하나당 우리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99개, 아니 999개의 실패한 실리콘 밸리의 어두운 스타트업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어쨌던간에  전세계 그 어느 곳보다 실리콘 밸리는 철저한 능력위주의 사회이다 (meritocracy). 이 동네에서는 창업가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또한, 그 사람이 남자던 여자던, 백인이던 흑인이던 아시아인이던 이런 성별이나 인종은 중요하지 않다. 아이디어만 좋고, 그 아이디어를 잘 실행한다면 신체적 조건이나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게 바로 실리콘 밸리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정말 구역질나게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는게 이 동네의 매력이다.

과연 그럴까? 실리콘 밸리는 남자건 여자건 상관없이 능력만 있으면 그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곳일까? 오늘은 tech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끈임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는 “창업: 남자 vs. 여자”라는 주제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먼저 몇가지 숫자들을 검토해보자. 최근 30년 동안 여성들이 창업하거나 경영하고 있는 사업들은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남성들보다 여성들은 이 기간동안 2배나 더 빠른 속도로 창업을 하였고, 이에 따른 고용 창출과 매출 신장은 전반적인 미국 경제 성장 속도와 규모를 능가하였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으로 여성들의 비즈니스는 규모면에서 남성들의 비즈니스보다 훨씬 작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는 있지만, 2008년도 숫자를 보면 여성 비즈니스의 평균 매출은 남성 비즈니스의 매출의 27%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많은 남성들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숫자들이 이미 그들이 알고 있는 절대절명의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고 한다: 즉, 여자들은 유전자적으로 창업의 리스크를 감수할 준비가 안되어 있고, 창업을 해도 남성들만큼 조직 경영 능력이 없다는 사실 말이다. 막말로 우리 남자들이 하는 표현인 “기집애들은 안돼. 그냥 살림이나 해야해.” 정도?
그렇지만, 여성들이 유전자적으로 비즈니스와는 맞지 않다라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논리와 데이터가 너무나 약한거 또한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년 매출 10억 이상 하는 회사 중 250,000개가 여성이 창업하였거나 CEO이며 이 중 수백억의 매출을 하는 회사들도 상당히 많이 있다. 이런걸 보면 여성들도 비즈니스를 키우고 운영할 비전과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도 대학교와 대학원 여자 후배/동기/선배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 그 중에서는 정말 대차고 똑똑한 여성들이 많이 있었고 지금도 다들 나름대로 모두 한따까리 하는 위치까지 올라간 사람들도 많다.
University of Maryland 교수이자 여성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는 Sharon Hadary 교수는 여성들의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상대적으로 약한 입지는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첫번째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남성들로 바글거리는 비즈니스와 정부 시스템에서 여성을 보는 고정관념과 편견이다. 두번째 이유는 바로 여성들이 스스로를 구속하는 굴레와 스스로를 비하하는 자격지심 때문이라고한다. Hadary 교수는 이러한 이유들을 조금 더 자세히 분석하는데 여성들의 창업을 방해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1. 마인드와 목표 – 남성들이 창업하는 이유와 여성들이 창업하는 이유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남성들은 창업하는 이유가 그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고 내가 내 스스로의 보스가 되기 위해서 창업을 하며, 일단 창업을 하면 그 순간부터 비즈니스의 목표는 가장 짧은 기간안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여성들은 창업하는 이유가 스스로에게 동기유발을 하기 위해서이며, work and family를 적절히 잘 조화시키기 위해서이다. 일단 창업을 하면 여성 창업가들은 고속 성장보다는 일과 가정 생활이 방해 받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비즈니스를 유지하는데 집중하게 된다고 한다.
여성들이 이러한 마인드를 가지고 창업하는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지만, 그렇게 하도록 교육을 받는다는 사실이 가장 크다고 한다. 여성 창업 센터나 창업 세미나에 가보면 대부분의 교육 내용은 비즈니스를 키우려면 회사를 어떻게 관리해야하는 점들 보다는 어떻게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시작했으면 어떻게 소규모로 운영하고 관리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창업을 해서 회사가 특정 시점과 규모를 넘어서면 그 이후에는 비즈니스를 어떻게 운영해야하는지 전혀 개념이 없다.

2. 부족한 자본 – 일단 기본적으로 창업을 함에 있어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절대적으로 자본이 부족한 상태로 시작을 한다.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소매업이나 서비스업으로 창업을 하는데, 그만큼 초기 비용이 필요 없는 만큼 이러한 비즈니스들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왜 남성에 비해서 여성들은 자본이 부족할까? Hadary 교수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여성들의 잘못이 크다고 한다. 다양한 연구 조사 결과에 의하면 여성들은 “빚”을 아주 나쁘게만 보는 경향이 있어서 최악의 경우가 아니면 절대로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향 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면 은행으로 가기 보다는 현재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사업 확장에 재투자 하려고들 하는데 이럴 경우 그 한계점은 명확하게 존재한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여성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상대와의 원활한 관계 형성 능력인데 너무나 많은 여성들이 은행원들과의 관계 형성에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많은 여성 기업가들은 중소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은행의 융자 상품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거나, 남성들에 비해서 그 활용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많은 여성들이 – 특히 백인들보다는 유색인종의 여성 – 은행에서 융자를 신청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신청을 해도 승인을 받을 확률이 매우 낮을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융자 신청을 하지 않는 여성 창업가들이 늘어나고 있고, 융자 신청을 하더라고 최소 금액만을 신청한다. 이렇게 되면 또 자본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사업 확장에 한계가 발생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게 된다.

3. 시장 접근성의 어려움 – 이 부분에 있어서는 Hadary 교수는 미국 사회와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성장 기회는 대기업의 프로젝트 수주 또는 정부 프로젝트 수주이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젝트의 입찰 과정에서 업계의 입장은 여성이 운영하는 회사는 남성이 운영하는 회사에 비해서 performance가 떨어지기 때문에 프로젝트는 항상 남성이 운영하는 벤더한테 수여되기 마련이다. 실제 데이타를 분석해보면 여성이 운영하는 회사의 정부 프로젝트 수주율은 매우 낮다.
보통 이러한 기업 프로젝트들은 그 규모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하나의 벤더가 모든걸 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 벤더와 (을) 그 밑에 줄줄이 엮인 용역회사들이 (병) 일종의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는데, 여성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하나의 방도로 미국 정부는 기업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컨소시엄에는 반드시 여성이 운영하는 용역회사들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규칙을 박아놓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주 벤더가 프로젝트를 수주한 후에 여성이 운영하는 용역회사를 컨소시엄에서 아예 제외시키는 현상이 매우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정부 프로젝트에도 이러한 케이스는 예외가 아니다. 15년 동안 정부 프로젝트의 5%는 반드시 여성들이 운영하는 기업한테 가게 되어 있는데 이 규정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Hadary 교수는 말을 한다.

4. 네트워크의 부재 –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던, 식당을 하던 비즈니스를 하는데 있어서 네트워크 만큼 중요한게 있을까? 시장 동향, 영업 소식, 키맨들과의 관계 형성 및 벤처캐피탈/투자자들의 폐쇄적인 커뮤니티로의 진입…이 모든걸 제공하고 가능케 하는것이 네트워크이다. 하지만, 남성들에 비해서 여성들은 이러한 네트워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솔직히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여성들은 이러한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대해서 남성들만큼 인식하지 못하는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네트워킹 행사에 – 특히, 실리콘 밸리에서 – 가면 여자들을 찾을 수가 없다. 항상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이렇게 여성들은 네트워킹에 관심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남성들이 갖게 되고, 그 결과로 인해서 여성들이 네트워킹을 하려고 하면 많은 남성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극단적인 케이스는 그냥 대화에서 여성들을 단절시켜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더 많은 여성들이 창업 하고, 더 많은 여성들이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걸 방해하는 요소 중에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한계도 있지만, 여성들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문제점들도 있다는게 Hadary 교수의 주장이다. 그래도 전반적인 결론을 내려보면 여성들이 비즈니스 세계에 입문하고 입문한 후에 성장하는걸 방해하는 요소들이 대부분 우리 사회의 문제라는 말인데 TechCrunch의 창업자 Michael Arrington은 이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 아니, 조금 다른게 아니고 완전히 극단적으로 다른 – 입장을 취한다.
Wall Street Journal의 칼럼니스트인 Rachel Sklar는 실리콘 밸리는 여성들이 창업하는걸 장려하는 문화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수 년동안 해오고 있다. 특히 TechCrunch와 같은 IT 행사의 key speaker나 발표자들을 보면 90% 이상이 남성인점을 지적하면서 IT 바닥의 여성 창업가 부족 현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Michael Arrington의 반박은 (솔직히 논리적인 반박이라기 보다는 거의 면상에 대고 “Fuck You BiAtch!”라고 하는거 같지만):

-여성 스피커를 찾고 싶다.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일단은 스피커할만한 여자들이 없다. 찾는다해도 많은 여성 창업가들이 무대위에 올라가서 남 앞에서 이야기하는걸 꺼려한다.
-우리도 제발 여성 창업가들의 무용담을 TechCrunch를 통해서 공개하고 싶다. 근데 없는걸 어떻하냐고? 눈을 씻고 봐도 제대로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여성 창업가들을 찾을 수가 없다.
-여성들은 유전자적으로 risk-taking을 할만한 위인들이 못된다. 이건 여자들 스스로 인정한다.
-Michael Arrington의 여성창업가들에 대한 충고; “Sklar와 같이 실리콘 밸리에 여성 창업가들이 너무 없다는 불평을 하는 여자들이 있는가 하면, 그냥 ‘인생 한번 사는건데’하고 창업을 행동으로 옮기는 여자들이 있다. 실리콘 밸리는 후자의 여성들을 더 필요로 한다. 그리고 여성동지들이 정말로 이런 의지로 창업을 한다면 TechCrunch에 연락해라. Top 기사로 온천하에 공개해 주겠다.”

한국인들의 7 가지 실수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일하다 보면 – 특히, 대한민국이 그나마 강하다고 자처하는 IT 분야에서 –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오는 비즈니스맨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원래 알던 분들이 미국에 출장 온다거나, 또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시장조사를 오신다거나, 아니면 아는 사람들의 소개를 통해서 만난다거나…아마도 나는 한 달에 3~4명의 새로운 한국 비즈니스맨들을 이메일/전화/미팅을 통해서 알게 되는 거 같다. 거기다가 모든 한인이 살면서 일생에서 한번은 거친다는 LA라는 지리적인 특색을 고려하면 더욱더 많은 한국분을 알게 된다.

실로 LA에 살면서 그동안 나는 많은 한국 비즈니스맨들을 –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시는 – 만날 기회가 있었다. 경영인, 창업가, 언론인, 영화배우, 운동선수, 식당업, 제조업, 농수산물 등등의 분야에서 나름대로 세계라는 무대를 대상으로 바쁘게 사시는 분들이며 모두 나름대로 배울 점들이 많은 분이다. 이 분들을 만나면서 내가 느꼈던 한국인들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고쳤으면 좋은 점 7가지를 여기서 한번 나열해 본다. 물론, 이 리스트는 나의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리스트이기 때문에 굳이 남들의 동의를 구하지는 않지만 거의 10년 이상 우리나라 분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와..내가 미국인이었다면 이럴 땐 정말 황당해할 거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들을 모아놓은 사례들이다.

1/ 이메일 계정 -언젠가 한국에서 꽤 잘나간다는 신문사 기자를 미국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의 명함에 기재된 이메일은 bonjoureverybody@xyz.com 이었다. 몇 주 후에 만난 한 벤처기업 마케팅 이사의 이메일은 bestandhappy@wxy.com이었다. 무슨 특별한 뜻이 있냐고 물어보니 “항상 최선을 다해서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자는 뜻입니다.”라고 아주 자랑스럽게 말을 하더라 – “이거 생각해낸다고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라는 말도 함께. 이 분이랑 같이 미국 회사 중역들과 미팅을 하였는데, 명함의 이메일을 보고 황당해하는 그 미국인들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이메일 주소는 무조건 이름을 사용해라. 왜 그러냐고 묻지도 마라. 그냥 무조건 자기 이름과 성을 가지고 이메일 주소를 만들어라. 이건 너무나 기본적인 이메일 원칙이며,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비즈니스맨들이 이렇게 function하고 있다. 튀는 것도 좋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데는 그냥 평범한 원칙을 따르는 게 좋다. 괜히 말도 안되는 ‘튀는’ 이메일 계정을 만들지 말고 그냥 누가 봐도 무난하고 이름을 외울 수 있는 이메일을 사용해라. 나도 여러 개의 이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kihong, khbae, kihong.bae, kbae 이런식으로 되어 있다.
유난히 아시아인들이 (특히 한국과 일본) 독특한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려고 하는데 이런 걸 볼 때마다 미국인들은 많이 비웃고 우습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언제 한번 관심을 가지고 9시 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봐라. 10명 중 9명의 기자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나 언론인들은 이런 걸 좀 자제해주면 좋을 거 같다.

2/ 회사 이메일 – 할리우드로 진출하고 싶어 하는 한국의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사장과 함께 LA에서 미팅을 한 적이 있다. 아직 생긴 지 얼마 안되는 회사라서 명함은 준비가 안 되었는데 뭐 미국에서의 명함은 한국에서와 같은 절대적이고 심각한 의미를 지니지 않기 때문에 그건 그다지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그 사장이 미팅을 하였던 미국인의 명함에 적어준 본인의 이메일은 xyz@paran.com이었다. 파란을 당연히 모르는 미국인은 “파란”이 모기업의 이름이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미쳐 중간에 끊어서 답변을 하기 전에 그 사장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아뇨, 파란은 그냥 웹메일입니다. 회사 메일이 있는데 그냥 귀찮아서 잘 사용 안 합니다.”
미팅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서 나는 그 사장한테 그게 귀찮아서 명함에 파란 메일을 박아서 다니려면 그냥 짐 싸서 집에 가라고 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건데 아직도 한국에서 오시는 비즈니스맨들을 보면 hotmail, hanmail이나 gmail을 명함에 박아서 다니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다. 물론, 아직 법인 설립을 하지 않았거나 회사 이름을 정하지 않았다면 큰 상관은 없지만 대부분 거의 2~3년 이상 회사를 운영하신 분들이 이러니 참…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보자. 내가 비즈니스 미팅에서 어떤 회사의 대표이사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의 회사 명함에 abc@hotmail.com이라는 이메일 주소를 보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엉터리 회사, 사기꾼 또는 진지하게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3/ CC: – 한국분들과 이메일을 하다 보면 cc:의 개념을 잘 이해 못 하시는 분들이 뜻밖에 많다. 내가 메일을 보낼 때 누군가를 cc: 하면 cc:된 사람도 계속 그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그 이후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그 사람도 cc: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 답장을 할 때는 항상 reply all을 하는 게 예의이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한국 비즈니스맨들은 그냥 reply를 한다. 그러면 내가 또 다른 사람을 cc:해서 답장을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또 그냥 나한테만 reply를 한다.

분명히 이 사람은 cc:라는 걸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정말 답답한 사람들이다.

4/ 명함 – 실리콘 밸리에서는 명함을 아예 안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메일이 커뮤니케이션의 주수단인 동네에서 명함을 굳이 가지고 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어떤 분들은 환경을 위해서라고 한다). 설령 명함을 상대방한테 주더라도 그냥 한 손으로 주는 게 이 동네의 분위기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명함을 던져주는 분들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랑 일본 사람들은 명함을 무슨 목숨과도 같이 지키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항상 명함을 무슨 신주 모시듯 꺼내고, 두 손으로 매우 반듯한 자세로 상대방한테 전달하는 경향이 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냥 한 손으로 전달하면 된다.

5/ 악수 – “두 손” 전략은 비단 명함 전달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악수를 할 때도 한국분들은 굳이 두 손으로 악수를 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반가움의 밀도를 표현하는 거라고 하지만 괜히 미국에서는 이상한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악수는 그냥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한 손으로 상대방의 손을 지긋이 잡아주면 된다. 그리고 악수를 하면서 쓸데없이 허리를 굽히거나 괜히 굽신거리는 몸짓을 취하지 않아도 된다.

6/ 회사 연혁은 생략 – 한국 회사의 소개자료를 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 게 있는데 바로 회사 창립일부터 현재까지 매년/매달 단위로 주저리주저리 적어놓은 회사 연혁이다. 특히, “중소기업청 이노비즈” , “대한민국 혁신벤처기업상” 등등 전혀 미국 비즈니스에 도움되지 않는 연혁들을 소개자료에 집어넣는 회사들이 있는데 미국 회사들은 이런 회사의 연혁을 주저리주저리 회사 소개 자료에 포함하지 않는다. 회사 경영진, 제품/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정도만 포함하면 된다.

7/ 어설픈 영문 자료 – 이 또한 매우 짜증 나는 현실이지만 아직도 너무나 많은 한국 회사들의 영문 자료나 영문 웹사이트를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영문 표현들과 오타들이 수두룩하다. 어떤 회사는 보니까 회사 이름에도 오타가 있던데 한 1년 동안 그 틀린 글자가 그대로 웹사이트에 올라가 있더라. 어차피 미국인이 아니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서 철자나 영문법 같은 거야 틀릴 수 있다고 굳이 주장하시는 분들한테는 그러면 그냥 집으로 가시든지 아니면 준비가 된 후에 다시 미국으로 오시든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영문자료는 주위에 영어 잘하는 사람이나, 외부 전문 기관에 돈 몇 푼 주고 검토해달라고 부탁하면 되는 건데 그런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분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미국에 와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위에 나열한 7가지 “mistake”들은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다. 어떤 분들은 내가 이런 부분들을 지적하면 “너 지금 어릴 때부터 외국 살아서 영어 잘한다고 자랑하냐?”라고 비꼬면서 비아냥거리시는 분들도 있다. 과연 그런 걸까? 솔직히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그냥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이슈들이고, 그렇다고 위에 나열한 7가지 실수들이 큰 계약의 성사를 방해하거나 회사를 하루 아침에 망하게 하는 절대적인 deal-breaker 수준의 실수들은 아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은 다르다. 모든 일에 있어서 “기본”이라는 건 존재한다. 아무리 창의력과 차별화가 요구되는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이지만 항상 변하지 않는 기본적인 비즈니스 에티켓들이라는건 존재하며, 미국에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이런 기본적인 규칙들은 지켜져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월가의 왕 – Goldman Sachs

몇 주전에 뉴욕으로 아주 짧게 출장을 (1 day) 다녀왔다. 주로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 밸리로만 출장을 다니는데 이번에는 큰 맘 먹고 그동안 전화나 이메일로만 이야기를 나누던 파트너들과 직접 만나서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서 동부로 오랜만에 날라갔다. 바쁜 일정이었지만 잠깐 짬을 내서 나는 2001년도에 폭파하였던 World Trade Center 바로 건너편인 200 West Street를 들릴 기회가 있었다. 여기가 바로 Goldman Sachs (GS) 본사의 새 보금자리이다.

1869년도에 작은 사무실 하나로 시작한 후 계속 뉴욕 다운타운에 본사를 두고 있던 GS는 2004년도에 당시 Broad Street에 있었던 본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겠다는 결정을 하였다. 9.11. 테러 사건으로 인해서 뉴욕의 많은 금융업체들이 다운타운 맨하튼을 떠나겠다는 선전포고를 해서 뉴욕시는 금융업체들을 계속 유치하기 위해서 다양한 세금 혜택을 제공하였다. 2005년도에 뉴욕시는 GS한테 2억 달러 이상의 세금혜택을 제공하였고, GS는 200 West Street의 새로운 본사 공사를 2005년도 시작하였다. 모든게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2007년도에 7톤의 강철이 200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설계사 한명을 불구로 만들었고, 그 이후에는 18층에서 강철 쉬트가 근교의 야구장으로 떨어지기도 하였다 (리틀 리그가 진행 중이었지만, 다행히도 피해자는 없었다).
2009년 11월부터 직원들의 입주가 시작되었다. 허드슨 강가에 있고, New York Harbor의 절경이 보이는 새로운 본사에는 210만 sq. ft.의 부지에 각각 미식 축구장보다도 더 큰 6개의 trading floor가 있다. 각 trading floor는 미국의 가전 제품 매장인 Best Buy 매장의 창고보다 더 많은 평면 모니터들로 중무장되어 있다고 한다. 지하에는 92개의 얼음저장 탱크가 있는데, 낮보다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밤마다 매일 만들어지는 170만 파운드의 얼음을 저장하고 있다. 먹으려는게 아니라 이 얼음들이 녹으면서 냉방되는 공기로 전체 빌딩을 냉방시킨다.
새로운 본사 11층에는 Sky Lobby라는 직원 복지 센터가 있다. 유리로 만든 천장을 통해서 멋지고 은은한 햇살을 즐길 수 있는 이 공간에는 미팅룸, 회의실, 카페테리아와 직원들을 위한 헬쓰클럽이 있다. 이 빌딩 설계를 담당하였던 Henry Cobb은 Sky Lobby를 GS 빌딩의 (역삼역의 GS 빌딩과는 무관) “거실”이라고 할 정도로 일하다가 잠시 쉬기 위해서 오는 GS 직원들의 럭셔리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카페에서는 바리스타들이 온갖 종류의 커피를 즉석에서 만들어 주며, 다양한 샌드위치와 컵케익과 같은 페스츄리 또한 충분하다고 한다. Broadway에 있던 옛 건물의 카페테리아는 창문이 없는 어두침침한 공간이었지만 이와 반대로 충분한 햇살과 특급 호텔 수준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새로운 카페테리아를 직원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여기서 일하는 어떤 지인이 귀뜸해 주더라.
54,000 sq. ft. 공간의 GS Wellness Exchange는 – 헬쓰클럽 – 새벽 5시45분 부터 저녁 7시50분까지 fitness class를 제공하며 전직원이 사용할 수 있는 사우나도 있다. 같은 층에는 또한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 회사가 회사다보니 대부분의 책들은 금융과 관련된 책들이다. 전 GS 대표이사였던 Henry Paulson의 베스트셀러 책 “On the Brink”가 여기서 가장 많은 GS 직원들이 보는 책이라고 한다. 다음은 새로운 본사에 대한 몇가지 재미난 숫자들이다:

21억 달러 – Goldman Sachs의 새로운 본사 공사에 소요된 총 비용
134억 달러 – Goldman Sachs의 2009년도 매출
7,500명 – 새로운 본사에서 일하게될 직원 수
300명 – 밖이 보이는 전망을 가지고 있는 방에서 일하게 될 파트너 수
170만 파운드 – 건물 냉방을 위해서 지하에서 매일 생성되는 얼음
12 – 직원용 헬쓰클럽에서 매일 제공되는 피트니스 클래스 종류

물론, 새로운 본사가 모든 사람들한테 환영을 받는건 아니다. 월가와 GS와 같은 투자은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미국인들과 미국 정부는 아직도 subprime mortgage 사태로 인해서 전세계가 고생하고 있는 이 시점에 21억 달러라는 비용을 써가면서 완공한 GS의 새로운 사무실은 불필요한 사치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그 사태의 장본인들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 GS이니 더욱 더 그럴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GS도 그냥 무시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새로운 본사 이전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PR도 크게 하지 않았으며, 직원들한테도 그냥 조용히 이주하라는 전사적인 이메일을 뿌렸다고 한다.
또한, GS 내부 직원들 모두가 새로운 사무실을 좋아하는건 아니다. 새로운 본사로 이주를 하면서 그전에는 GS에 존재하지 않던 “없는자”라는 계급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는 건물 외곽의 방들은 이제는 GS의 가장 엘리트 계급인 300명의 파트너들만을 위해서 예약되었으며, 그 다음 계급인 Managing Director들은 이제는 창문조차 없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봐야한다. 그리고 전에는 대부분 개인 방을 가지고 있던 부사장급인 Vice President들은 이제는 완전히 개방되어 있는 공간에 있는 벤치에서 일을 해야한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이런 벤치에 앉아본 적이 없는데, GS에서 다시 이런 의자에 앉아서 일을해야한다니 믿기지 않는다.”라는 불평을 어떤 VP가 한다.

그래도 GS 직원들은 입을 좀 닥칠 필요가 있다. 비싼 양복입고, 여름에 시원하다 못해 추운 사무실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복지가 다 주어진 엘리트 회사에서 머리 팍팍 돌아가는 동료들과 같이 일하는게 얼마나 큰 특권인가. 출장을 갈때도 항상 business class로 다니고, 특급 호텔에서 자고, 맛있는 음식 먹고, 엄청난 benefit을 즐기면서 연봉은 우리와 같은 스타트업 인생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받는다 (아, 그렇다고 이런게 unfair 하다는건 아니다. GS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건 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대학교 기숙사보다 작은 방구석에서 3-4명이 대가리 맞대고 밤새서 일하는 스타트업들이 있고, 다음달 월급은 어떻게 만들까 하루 24시간 고민하는 창업자들과 CEO들을 한번만 생각해 주면 허드슨 강이 잘 안보인다는 불평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을거다. GS 직원들이 출장가서 Four Seasons에서 잘까 Hyatt에서 잘까 비서들이 고민해주는 동안 나는 Travelocity.com과 Kayak.com을 허벌나게 왔다갔다 하면서 어떻게든 50불 이라도 더 싼 항공권과 숙소를 구해보려고 지난 주에도 40분을 소비했다.
아, 그렇다고 내가 내 신세 한탄을 하는건 절대 아니다. 몇억/몇십억의 연봉을 준다고 해도 나는 GS같은 조직 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행복하니까 (사실은 나같은 사람은 GS 같은 회사에 들어갈 능력도 없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