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성공적으로 실패하기 1

“실패” – 우리는 모두 이 단어를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나를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실패보다는 성공하기를 원할 것이다. 실패란 단어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고, 그 어감 자체도 너무 싫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실패란 단어를 보면 절로 표정이 안 좋아진다. 하지만,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한두번의 실패를 경험한다. 어디 한두번만 실패하겠는가? 나는 지금까지 크고 작은 실수와 실패를 수십번 했고, 오늘도 몇가지 작은 실수들을 저질렀다.
교육학의 가장 기본적인 사상 중 하나가 바로 학생들은 실수를 하면서 가장 많은 걸 배운다는 매우 아이러니컬한 이론이다. 앞뒤가 잘 안맞지만, 잘 생각해보면 실패를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은 실패를 통해서 가장 많은것을 배운다는걸 잘 알고 있을것이다. 이 유쾌하지 않은 “실패 -> 배움 -> 성공” 프로세스에는 지름길이 없다. 배우려면 누구나 다 실패를 경험해야한다.

이 포스팅의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누구나 다 실패를 하지만, 그 실패의 경험과 결과는 누구에게나 다 동일하지는 않다. 어떤 이들은 실패를 훌륭하게 성공으로 승화시키지만 또 어떤 이들은 (많은 이들은) 계속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차이는 무엇일까? 왜 어떤 사람들은 실패를 통해서 배우고, 어떤 이들은 아무것도 얻는게 없을까?
현대 연구에 의하면, 실수를 할때마다 사람의 뇌에서는 2가지의 다른 반응이 일어난다고 한다. 첫번째 반응은 ERN (Error-Related Negativity)이라는 신호의 생성인데 실수를 한 후 50 밀리초 후에 무의식적으로 이 신호가 생성된다. 두번째 반응은 Pe (Error Positivity)라는 신호의 생성인데 실수를 한 후 100 ~ 500 밀리초 사이에 이 신호가 생성된다. Pe 신호는 우리가 실수에 신경을 기울이고, 그로 인한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해서 생각을 할때 생성된다.
연구에 의하면 ERN과 Pe가 다음과 같은 패턴으로 생성되면 실수로 부터 많은것을 배운다고 한다: 1)큰 폭의 ERN 신호 – 실수를 무의식중에 적극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 2)큰 변동없는 꾸준한 Pe 신호 – 지속적으로 실수의 결과에 대해서 신경을 쓴다는 의미

다음은 이러한 뇌의 반응을 교육학에 적용한 의미있는 실험들이다:

  • 스탠포드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Carol Dweck 박사는 인간을 ‘고정 마인드 (fixed mindset)’와 ‘성장 마인드 (growth mindset)’로 구분한다. 고정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은 이미 태어날때부터 어느정도 수준의 IQ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유전자적인 지능을 발달하는건 불가능하다”고 굳게 믿고있다. 이와 반대로 성장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무엇이던간에 더 좋게 만들고 향상할 수 있다고 믿고있다. 
  • Dweck 박사가 진행한 많은 실험에서 고정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실패는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믿는다. 반면에 성장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실패는 배움을 위해서 거쳐야만 하는 관문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더 개선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한다.

  • 미시간 주립 대학의 Jason Moser 박사는 위의 Dweck 박사의 연구결과들을 조금 더 깊게 실험해봤다. 그는 교육에 대한 믿음과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와의 상관관계를 자세히 연구해봤다. 그는 실험대상들이 알파벳의 배열순서를 찾아야하는 매우 지루하고 반복적인 인지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실험의 포인트는 바로 이 단순함/지루함이다. 실험대상들이 단순함을 못 이겨서 평소에는 하지 않는 실수를 하게 만드는게 실험의 목적이었다). 성장 마인드를 가진 대상들은 실수를 저지른 후에 훨씬 더 높고 일관성있는 Pe 신호를 생성하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그들의 정확도는 지속적으로 향상되었다. 하지만, 고정 마인드를 가진 대상들은 실수를 저지른 후에 낮고 불규칙적인 Pe 신호를 생성하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오히려 더 잦은 실수를 저질렀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실수로부터 배움을 얻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학생들이 높고 규칙적인 Pe 신호를 생성해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Dweck 박사는 이에 대한 여러가지 실험도 해봤는데, 교육자나 부모들의 아주 작은 노력들이 학생들의 긍정적인 마인드에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녀는 수백명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두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번째 그룹의 5학년 학생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너 참 머리가 좋구나. 너는 참 똑똑하구나.”라는 식의 칭찬을 했다. 이들은 본인들이 원래 똑똑하게 태어났으니 실수를 하는건 자신의 명예에 마이너스가 되고, 실수나 실패는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고정 마인드’를 발달하게 되었다.
두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너 참 열심히 하는구나. 노력하는건 좋은거야.”라는 식의 칭찬을 했다. 이들은 실수를 범해도 열심히 노력하면 격려와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성장 마인드’를 발달하게 되었으며, 실패에 대한 거부반응이 덜 생겼고, 오히려 실수와 실패로부터 배움을 얻어서 나중에 성공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런 결과는 시험에서도 똑같이 입증되었다. 머리가 참 좋다는 칭찬을 지속적으로 받은 학생들은 수개월 후에 시험 성적이 20% 정도 떨어졌고, 노력을 많이 한다는 칭찬을 지속적으로 받은 학생들은 수개월 후에 시험 성적이 30% 정도 향상되었다. 고정 마인드에 대한 성장 마인드의 승리인 셈이다.

자, 이 결론들을 잘 생각하면서 대한민국 버전의 실패에 대해서 한번 고민해 보자. 한국은 확실히 고정마인드에 사로잡혀 있다. 실패를 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되고, 마치 나병환자와 같이 사람들이 뒤에서 손가락질하면서 숙덕숙덕한다. 이러니 한번 실패한 사람들은 다시는 재기에 성공할 수가 없는것이다. 아니, 재기에 성공을 해도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다 떠나간 후이다. 타인들도 문제이지만, 본인 조차 어쩔수 없이 이런 고정마인드를 갖게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특히, 어렸을때부터 전교 1등하면서 서울대가서 천재소리만 듣고 자란 사람이라면.
얼마나 이런 고정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 ‘실패 기업인 재창업자금지원‘ 이라는 정책을 정부가 만들었을까. 대놓고 “실패한 기업인은 재창업할 생각마라”라는 말을 하는거와 다름없는건데 이 정책 정말 어이가 없다. (이런 분들이 아마 게임 셧다운 제도도 만들었겠지?)
우리도 빨리 실리콘밸리와 같이 실패를 우대하고 실패한 사람들이 성장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성장국가/성장사회가 될 수 있을면 좋겠다.

처음에 말했듯이 실패는 유쾌한게 아니다. 그 누구도 실패하는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패가 인생에서 겪어야 하는거라면, 겸손하게 실패를 받아들이되 반드시 배움을 얻도록 노력하자. Growth mindset (성공 마인드)을 발달시키자.

실패를 해도 성공적으로 실패하자

이 글과 연관이 있는 몇개의 과거 포스팅들:
–한국이여 – 실패를 우대하자!
–Life and Rejections
–Trophy Kids

참고:
-The Wall Street Journal “The Art of Failing Successfully” by Jonah Lehrer 
-“생각버리기 연습 (1부)” by 인지심리 매니아

2011 OnSuccess-StrongVC Survey 결과

우리나라의 창업가와 벤처기업의 CEO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2주 전에 본 서베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질문이었다.
2011.11.7. ~ 2011.11.21. 동안 baenefit.com, 온석세스 그리고 벤처스퀘어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서베이에 76명의 창업가들이 참여했고, 여기 그 결과를 간략하게 정리해서 공유한다.

예상했던 결과지만 역시 한국의 entrepreneur 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95%가 남성)    
정확하게 절반이 사업 초기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고 있었으며 (이건 조금 놀라운 finding이었다. 나는 80% 이상이 중간에 아이템을 바꾸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다)

55%가 국내 비즈니스와 해외 비즈니스도 하고 있고 (빨리 이 숫자가 늘어났으면좋겠다),

첫 창업시 자금 조달은 개인돈 또는 가족/친구로 부터 받은 종자돈으로 해결한 경우가 70%가 넘는다. 역시 아직 우리나라의 엔젤투자는 갈길이 멀다.

많은 창업가들이 회사의 exit 전략으로는 큰 업체에 인수됨을 IPO보다는 약간 더 선호했고, 많은 분들은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아마도 현재 비즈니스에 focus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exit 전략에 대해 크게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을거 같다.
약간 의외였던거는 이 서베이를 미국의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현 시점에서는 80% 이상이 큰 업체에 인수되는걸 exit 전략으로 생각하고 있었을거 같다. 이는 반대로 그만큼 우리나라의 M&A; 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았다는걸 의미한다.

창업가 부모님이 있다면 영향을 받아서 본인도 사업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이 중 44%만 부모님이 창업 또는 사업을 했다고 한다. 부모님의 영향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길 원한다는 면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창업가 중 71%가 토종 한국 출신이었고,

절반 이상이 결혼을 했고 (53%),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85%) 대학을 졸업했다. 이들 중 박사 출신은 5명 (5%) 이었다. 이와 반대로 고졸 출신의 창업가들도 11명 (14%) 있었다.

한국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창업하려고 하면 무조건 말릴거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서베이 결과로는 창업가 부모님들 중 41%만이 창업을 말렸다.

그리고 아주 희망적인거는 바로 95%가 취업에 실패해서 창업을 한게 아니라 원래 창업을 선택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들 중 단 1명만이 창업한 걸 현재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압도적으로 많은 창업가들이 5시간 ~ 7시간동안 수면을 취하고, 80% 이상이 새벽 5시에서 오전 9시 사이에 기상한다.

이들중 59%는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57%는 점심식사를 사무실 밖에서 해결한다. 또한, 역시 한국인들 답게 74%가 술을 먹고, 45%만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다.

업무 형태를 분석해보면, 50%가 업무 시간 중 1 ~ 3시간을 이메일 쓰고 확인하는데 할애하고, 5시간 이상을 할애하는 창업가들은 5%밖에 되지 않았다  (나는 이 5%에 속한다)

또한, 한국의 창업가들 중 다수가 (39%) 하루 일과 시간 중 10 ~ 25%를 직원들과 대화하는데 사용한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대표이사들은 하루 일과 시간 중 70% 이상을 직원들과 대화하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압도적으로 많은 창업가들이 Facebook을 밤낮 가리지 않고 사용한다. Twitter는 주로 업무 시간에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아직은 운전 중에 문자나 이메일을 보내지 않는 분들이 더 많다 (아마도 우리나라도 곧 운전 중 문자 보내는게 법으로 금지 될 것이다.)

한국의 창업가들은 투명인간보다는 슈퍼맨이 되어서 저 높은 하늘을 날아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투명인간이더 좋을거 같은데…)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선배 창업가들이 후배 창업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는 다음과 같다:

-인생은 바이오리듬과 같은 것
-실패에 대한 두려움, 성공에 대한 두려움…항상 두려움과 싸워야 하는게 창업가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고 재미있습니다. Go for it!
-첫 창업에 실패해도 꿈을 포기하지 마라.
-팀과 실행력이 제대로 갖춰진 스타트업이라면 끝난 게임이 아닐까요? 그런 팀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나 열정은 언제나 좋은 결과를 야기해주는 것 같아요. 도전, 도전, 도전!
-확실한 모델을 가지고 뛰어드는 것도 좋지만,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시도해 보면서, 수정하고 발전하는 모습도 젊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창업이라는 의미 있는 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한 한 꿈을 크게 꾸고, 치밀하게 준비하세요. 모든 것은 이룰 수 있다는 전제하에 꿈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초심은 잃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심을 ‘잊지’ 마세요.
-창업전에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실수들을 하지않도록 많은 간접 경험을 쌓고, 철저히 준비하길. 상상할 수 없는 난관과 장애물들이 네가 가진 자원들을 빼앗아 갈것이니.
-“다른 발상과 과정으로 자기를 연마한 사람이 그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말 중.
-야망을 가졌다면…이미 늦은거다. 달려서 쟁취하라. 꿈을 가졌다면…이미 늦은거다. 현실로 이뤄라.
-운은 노력하는 자에만 돌아오는 기회의 다른 이름입니다. 화이팅.
-사업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행동하는 것이다.
-잘 판단하셔서 정말 되는 사업을 하시기 바랍니다. 사업은 오래한다고 좋은게 아닙니다.
-스스로에게 강한 믿음을 가지고 계속 전진하세요.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인생의 밑그림을 그려라.
-도전하라!! 실패도 훌륭한 자산이다.
-도전은 의미있지만 고통 또한 잘참는 방법에도 익숙해져야합니다. 창업을 결정하셨다면 가장 무서운 적인 본인이 서있을겁니다.
-성공을 빨리 이루려고 하면 할수록 실패하고, 실패를 겁내어 주저하면 기회는 오지않으리.
-선택은 자유지만 공짜는 아니다. 댓가는 치루게 된다는 이야기.
-요즘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창업하는게 아닌, 왜 창업을 해야하는지, 내가 하려는것이 시장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시고, 창업전 많은분들의 조언을 꼭 구하시기 바랍니다.
-신뢰할수 있는 결정권자를 만나야 합니다.
-Follow your passion.
-확실한 준비없이 덤비면 개고생합니다.
-본인의 DNA에 창업자 기질이 있음에도 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스트롱 벤처스, 온석세스 그리고 벤처스퀘어 모두 대한민국의 창업가들을 응원합니다. 당신들이 있기에 이 나라의 성장 엔진이 돌아갑니다.

너무 이른 성장 (Premature Scaling)

얼마전에 Startup Genome Project에서 발표한 보고서 – 다양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창업가, 투자자, 학자 등) 8개월 동안 3,200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을 여러각도에서 분석한 내용 – 에 의하면 스타트업의 성공 또는 실패 뒤에는 수백가지 이유가 있지만서도, 그렇다고 3,200개의 스타트업이 3,200개의 각각 다른 성공/실패 이유가 있는건 아니고 이 중에서도 공통적인 패턴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발견은 바로 스타트업의 위치, 창업자의 나이, 성별 또는 과거 창업 경험 뭐 이런거는 스타트업이 성공하거나 실패하는거와는 전혀 상관 관계가 없으며, 스타트업의 실패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너무 이른 성장 (premature scaling)’이라고 한다. 너무 이른 성장에 대한 연구원들의 정의는 “비즈니스의 특정 부분에만 불균형적으로 돈과 자원을 투자해서 – 다른 부분에 비해서 – 이 부분만 너무 빨리 성장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조금 풀어 말하자면, 스타트업이 초기 단계에 고객획득에만 너무 많은 돈을 쓴다거나, 개발에만 너무 많은 인력을 투입한다거나 또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자금을 유치하는것이다 (이 보고서 제작에 참여했던 어떤 VC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투자를 받는건 마치 자동차에 로켓 엔진을 다는거와 같다고 한다).
위 괄호에서 언급한 자동차의 예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성장하려면, 엑셀을 밟기전에 자동차의 내부부품들이 로켓엔진의 속도와 힘을 견딜 수 있도록 사전에 정비하는게 중요하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조사한 스타트업의 70% 이상이 너무 이른 성장을 경험했다고 한다. 또한, 급성장하는 인터넷 스타트업 중 74%가 너무 이른 성장으로 인해서 실패할 것이라고 예측하는데 그 뒤에 깔린 이론 또한 매우 재미있다. 스타트업들이 너무 빨리 성장하려고 하는 주된 이유는 바로 너무 많은 스타트업이 몇명의 early adopter들과 시장(market)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해서라고 한다. 즉, 백만명의 early adopter들이 갑자기 우리 서비스를 사용했다고해서 우리 서비스가 실제로 어떤 시장을 찾았다는거는 아니니 착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보고서를 읽는 내내 내 머리속에는 한 스타트업이 계속 생각났다. 바로 지난 주에 상장한 그루폰이다. 그루폰이야말로 너무 이른 성장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매일 생겨나는 짝뚱 경쟁자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 고객을 획득하는데 너무나 많은 비용을 쓰기 때문에 그만큼 회사 운영의 다른 분야에 (개발, 고객 서비스, 고객 분석 등) 돈과 자원을 투자하는데 소홀히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서 말한대로 과연 그루폰은 실패할까?
-그루폰 IPO 개시가는 (2011.11.4.) $20이었는데, 첫날 거래는 성공적으로 $26.11에 마감했다. 오프닝 가격보다 31% 증가한 셈이지만, 거래 첫날 이후부터 주가는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루폰과 진입장벽에 대해서 쓴 블로그 참고 

‘너무 이른 성장’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패한다는 결과 외에 보고서의 몇 가지 재미있는 내용들:
-실험정신의 중요성: 비즈니스 모델에 지속적으로 변화를 주면서 실험하는 스타트업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실험은 몇번이나 해야할까?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은것일까? 보고서에 의하면 한번 또는 두번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그 이하 또는 그 이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는 실험을 하는 스타트업들은 실패할 확률이 커진다고 한다.
-동업의 필요성: 1인창조기업은 성공하기 힘들다. 성공을 해도 2인창조기업보다 3.6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대한민국 정부의 ‘일인창조기업’ 지원 정책은 역시 공무원들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반영하는 정책이다.
-경영과 공학의 조화: 경영학도 위주 또는 공학도 위주의 극단적인 구성보다는 경영학도 한명과 공학도 한명으로 구성된 창업팀이 30%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2.9배 더 빠르게 성장한다.
-창업가의 비현실적인 긍정주의: 대부분의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시장에서 입증받는데는 창업가들이 생각하는거보다 2~3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또한, 아직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스타트업의 창업가들은 target 시장의 크기를 실제 크기보다 100배 이상으로 생각한다 (절대 공감!)

*52장짜리의 full 보고서 “Startup Genome Report Extra on Premature Scaling”을 읽고 싶은 분들은 여기서 다운받으면 됨

참고:
-“Startup Genome Report Extra on Premature Scaling”
-Forbes 2011.09.02 “#1 Cause of Startup Death? Premature Scaling” by Nathan Furr

2011 OnSuccess-StrongVC Survey

*본 서베이는 이미 완료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창업가/CEO들은 어떤 분들일까?
26개의 간단한 질문을 통해서 한국 스타트업 리더들에 대한 의미있지만, 심각하지 않은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 OnSuccess와 Strong Ventures가 공동으로 서베이를 진행합니다.
설문 기간은 2011.11.7. ~ 2011.11.21 (2 주) 까지이며, 결과물은 OnSuccess와 제 블로그를 통해서 동시에 공개합니다.
바쁘시겠지만, 5분씩만 할애해 주시고 주위의 창업가들과도 공유 부탁드립니다.
*완료 하신 후 맨 밑의 [Submit] 버튼을 꾸욱 눌러주세요

나의 불편했던 eBook 구매 경험

2주간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다시 LA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몇 자 적어본다. 한국에 있는 동안 서점에도 가보고,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태블릿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유심히 관찰도 해봤는데 미국과는 많이 다르게 이북을 읽는 광경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라는 말까지 있는 우리나라에서 왜 이토록 편하고 ‘가벼운’ 이북이 아직 보급되지 않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나는 약간은 알 것 같다. 몇 일 전에 YES24를 통해서 이북 구매를 시도해본 나의 불편했던 이야기를 공유해 본다.

[스타트업 바이블]이 YES24에 이북으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출판사를 통해서 들었다. 이제 왠만하면 종이책을 구매하지 않는 나로써는 당연히 스타트업 바이블 이북은 어떨까라는 호기심에 바로 구매해 보기로 했다.
일단 이북 독서를 위해 최적화되어 있는 iPad용 YES24 이북 전용 리더가 없다는 점에 매우 실망했다. 갤럭시탭용 이북 리더는 있으면서 아이패드 앱이 없다는게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뭐 한국이니까 그렇겠지 하고 아이폰용 YES24 앱을 설치 하고 이 앱을 통해서 이북을 구매해봤다. 경험은 그닥 나쁘지 않았다. 아니, 결제하기 전까지의 경험은 그닥 나쁘지 않았다. 신용카드 결제를 하려고 보니 사용가능한 카드가 ‘BC카드’ ‘국민 카드’ ‘삼성카드’ 등 국내 카드 몇가지 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한국 카드인 ‘외환 마스터카드’도 카드 리스트에 없었다. “이런 제기랄…역시 이런식으로 밖에 못 만드는구나”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해외 카드는 전혀 없고, 심지어는 국내 카드도
다 나열되어 있지 않다

다른 이북같으면 여기서 욕하고 그냥 안 샀을텐데 그래도 내 책이니까 사야겠다는 집념에 노트북을 켜서 브라우저를 열고 YES24 사이트에 접속했다.
일단 회원 가입을 해야했다. 실명확인이야 우리나라 법이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지만, 이 또한 유저의 입장에서 봤을때는 매우 귀찮고 짜증나는 단계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나 웹서비스를 잘 사용하지 않는 정부 담당자들이 만든 불필요한 정책이라는게 매번 느껴진다.

그리고 나서 아이디 만들고 해야하는 ‘아이디 중복확인’에 다시 한번 짜증이 났다. 아이디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확인해주는 흐름을 타야하는 대신 유저가 아이디를 입력하고, 다시 한번 수동으로 ‘중복확인’ 버튼을 눌러야 한다. 유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런 user experience 디자인이 도대체 어떻게 나왔을까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 이유는 뻔하다. 웹서비스 기획하는 인간들이 아무 생각도 없고 게을러서이다. “어떻게 하면 사용자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까?”를 24시간 내내 생각하는 미국의 product manager들과는 달리 YES24 기획자들은 정말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매우 힘들고 귀찮게 여러가지 정보를 입력하고, 회원등록을 마친 후 나는 드디어 결제를 하려고 하는데 다음과 같은 창이 떴다.

카드사 및 PG사의 사정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 외 브라우저에서의 카드결제 서비스가 일시 
중단됩니다. 카드결제 주문을 원하시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이용해 주세요.

과연 일시 중단일지 아니면 원래 안되는건지 상당히 의심스럽다. 이 또한 서비스 기획자들의 아무 생각없고 나태한 자세 때문이다.

아씨…이제 오기가 생겨서 IE를 열었다. 결제를 하려고 하니까 ‘안심클릭 플러그인’ 설치 팝업.

설치하니 이번에는 ‘이니시스 플러그인’ 설치 팝업.

자, 그러고 나니 브라우저를 다시 refresh/resend함. 당연히 지금까지 입력했던 정보 다 날라가서 다시 입력.

[Retry] 누르니 다시 한번 ‘안심클릭’과 ‘이니시스’ 플러그인을 설치하라는 창이 떴다. 화가 정말 났지만 꾹 참고 다시 설치했다.

[OK] 누르니 영문 Windows에서는 보이지 않는 깨진 글씨로 뭔가 깔렸다.

‘이니페이’ 설치 하니 뜨는 다음과 같은 팝업.

드디어 신용카드 정보 입력을 위한 절차가 시작되었는데 역시 영문 Windows라서 그런지 글씨가 다 깨졌다. 정보 입력하는 칸들도 다 밀려서 글씨가 잘 안보였지만 몇번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냥 대략 guess하면서 계속 진행시켰다.

아, 그러자 또다시 뜨는 팝업 창.

이 후 또 뭔가를 설치했어야 한다면 나는 아마도 포기하고 몇일 후에 다시 한번 시도를 했을텐데 다행히 이 정도 하니 구매에 성공했다.

iBooks와 Kindle에 익숙한 나로써는 2-3번 클릭을 통한 쉬운 구매를 예상했었는데, 소중한 휴식시간의 45분을 이북 구매에 허비한 것이다.
그런데 이북 하나 구매하는게 정말로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워야 하는 것일까? 돈을 쓰겠다는 고객을 이런식으로 짜증나게 하고 열었던 지갑을 다시 닫게 만드는 YES24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eCommerce 서비스들은 정말로 반성을 해야한다.
솔직히 좋은 사용자 경험 환경을 제공한다는게 그리 어려운거는 절대로 아니다. 본인들이 유저의 입장에서 물건을 한번만 구매해 보면 답이 나오는건데 내 생각에 YES24.com 서비스를 만든 기획자/엔지니어/디자이너들은 사이트를 만들어 놓기만 했지 실제로 사용해보지는 않은거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허접한 구매 프로세스가 구현되었을리가 없다.
YES24와는 달리 Amazon을 이용하면 이북 구매에 걸리는 시간은 3분이 채 안된다. 참고로, 이북 구매는 아니지만 아마존 UI/UX의 훌륭함은 조성문씨의 블로그 ‘아마존(Amazon) 유저 인터페이스 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한마디만 더 추가하자면, 이북 자체의 quality 또한 Kindle용 이북에 비해서 많이 떨어진다.

전세계에 가장 많이 보급된 태블릿인 iPad용 이북 전용 리더의 부재  (제3자가 아닌 YES24나 교보문고 같은 서점에서 직접 제공하는), 매우 불편하고 복잡한 이북 구매 프로세스, 그리고 종이책에 비해서 많이 떨어지는 이북의 quality.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아직 한국에서는 이북이 대중화되지 못한거 같다.
하지만, 전에 내가 쓴 ‘종이책의 종말 – Get Ready for eBooks‘에서 강조하였듯이 종이책에서 이북으로의 전환은 기정사실이며, 단순한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YES24는 이북 서비스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재디자인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