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변칙적 사고 (Thinking Outside the Box)

2011년도에 내가 가장 많이, 그리고 유용하게 사용했던 소프트웨어를 꼽자면 첫째는 두말할 거 없이 Outlook이고 둘째는 Dropbox이다. Dropbox는 아마도 IT 뿐만 아니라 생산성과 효율성이 중시되는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라면 다들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일 것이다. Dropbox를 처음 접했을때 나는 수년 동안 느끼지 못했던 놀라움과 반가움을 다시 경험했다. 마치 어렸을때 처음 피자 (그 당시에는 ‘피자파이’라고 했다)를 먹었을때의 그 느낌과도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니!”) 같았다고나 할까?
“아, 이런게 좋은 서비스가 있다니!” – 분명히 다른 분들도 이와 비슷했을거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Dropbox의 그 아이디어는 아주 새로운거는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기기에 상관없이 클라우드에 있는 내 정보를 필요 할때마다 데이터나 시간의 손실없이 꺼내서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다양한 툴과 소프트웨어들이 이미 시중에 있다. 하지만 왠지 모두 2-3% 정도 부족했고 우리는 Drew Houston과 Arash Ferdowsi라는 젊은 천재 창업가들 덕분에 Dropbox라는 좋은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다 (실은 Dropbox에 대한 내 느낌은 Evernote를 최근 다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반복되었다).

요새 나는 한국의 스타트업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확실히 5년 전에 비해서는 모두가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거 같다. 기술, UI, UX, 아이디어, creativity 그리고 젊은 친구들의 열정; 이 모든게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원동력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항상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Dropbox와 같은 서비스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서비스들의 클론 서비스들, 게임, 앱들과 같이 대부분 consumer service에 초점을 둔 ‘재미있는’ 스타트업들이 대부분이고 Dropbox와 같이 우리 삶의 생산성을 높혀주는 진정한 business productivity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의 스타트업은 아직도 찾기가 힘들다. 또한, 내가 Dropbox를 처음 사용했을때 느꼈던 “아, 이렇게 좋은 서비스가 있다니!”라는 느낌을 지금까지 그 어떤 한국의 스타트업을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우리 나라 창업가들은 왜 Dropbox와 같이 유저의 경험을 깊고 풍부하게 향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지 못할까?

나는 학자가 아니라서 교육학적인 이론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역시 이에 대한 해답은 대한민국의 교육에서 찾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비단 학교에서만의 교육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한 두번 정도는 경험했을 법한 운동 강습/교육에서도 찾을 수 있을거 같다. 솔직히 나는 공부를 썩 잘하지는 못했지만, 운동이라면 종목을 막론하고 왠만한 운동 선수 만큼 하기 때문에 여기서 한가지 예를 들어본다.
한국, 미국, 유럽에서 내가 오랫동안 받은 테니스 레슨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에서 테니스를 배워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나랑 동의할텐데, 시작하고 첫 2개월 동안은 – 길면 3개월 – 딱 한가지만 배운다. 바로 포핸드이다. 한시간 내내 코치들은 볼을 던져주고, 배우는 사람은 한쪽으로 계속 포핸드만 연습한다. 2개월 간의 포핸드 연습이 끝나면, 이제는 다시 2개월 간의 백핸드로 들어간다. 그리고 2개월 간의 발리와 서브 등등. 이렇게 해서 거의 반년 동안의 소위 말하는 ‘폼의 기본기’가 끝나면 그때부터 실전 게임을 칠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테니스 강습 받는 동안 코치들이 가장 강조하는건 바로 ‘폼’이다. 배우는 학생의 체구가 뚱뚱하던 마르던, 키가 크던 작던 이들이 가르키는 폼은 무조건 똑같다. 백핸드의 경우 한손 및 양손 백핸드가 있는데, 일단 정석은 한손이기 때문에 무조건 한손으로 백핸드를 가르킨다.
미국이나 유럽은 많이 다르다. 테니스 수업 첫날부터 포핸드, 백핸드, 발리, 서브 모든걸 한번씩은 다 배운다. 그들은 테니스 배울때 focus를 각 움직임의 ‘폼’이 아닌, 실전 게임을 하기 위한 total training에 둔다. 내가 처음 테니스를 배웠던 스페인 선생인 Julian은 나한테 버릇처럼 “폼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거는 자기한테 맞는 폼을 찾는거다. 나는 너한테 아주 기본적인 폼을 가르쳐 주지만, 그걸 응용해서 너 체형과 스타일에 맞는 테니스를 개발하고 발달하는건 너가 스스로 연구해야한다.”라는 말을 했다.

위 사례는 그냥 읽고 지나치면 별게 아니다. 그냥 한국과 외국은 조금 다르게 테니스를 가르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생각해본다면 (내가 한거같이) 단순한 운동을 가르키는 방식에도 한국과 외국은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을 가지고 접근한다는걸 알 수 있다. 한국에서 테니스를 가르치는 방식은 한국식 공부와 같은 주입식 방법이다. 선생은 자신이 20녀 전에 배웠던 교과서적인 테니스를 그대로 학생한테 전달 하고있다. 20년 동안 테니스라는 운동은 운동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상당히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지만, 선생은 진화하는게 두렵고 귀찮아서 그냥 자기가 배웠던 지식을 그대로 ‘채널링’한다. 학생이 질문을 해도 그냥 무조건 교과서에 나오는데로만 가르쳐 준다. 교과서에는 폼이 중요하다고 나왔으니까.
만약에 테니스가 뜨개질 같이 혼자하는 거라면 상관없지만, 테니스는 ‘상대방’이라는 무서운 존재랑 같이 해야하는 운동이다. 그리고 그를 무너뜨려야지만 자기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게임이다. 바로 여기서 한국에서 테니스를 배운 사람과 미국에서 테니스를 배운 사람의 차이가 난다. 한국에서 배운 사람은 아주 완벽하고 이쁜 폼을 가지고 있을지는 몰라도 상대방이 조금만 어렵거나, 스핀이 많이 걸리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교과서에서 보지 못한 구질의 공을 치면 당황한다. 그리고 miss 한다. 미국에서 배운 사람은 상황에 맞춰서 스스로의 스타일과 폼을 능동적으로 변형한다. 그리고 이긴다.
나는 단순한 테니스 경기에서도 이런 응용력과 창의력을 여러번 경험한 적이 있다.

언어를 배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초/중/고/대학교를 나왔다면, 우리는 거의 15년 이상 영어를 배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을 만나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 물론, 요새는 많이 달라졌지만 일반적으로는 마찬가지다 – 머리속에서 “I 다음에 have인가 has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들어보자면, 나는 유럽 스페인에서 중학교를 다닐때 2년 동안 불어를 배운적이 있다. 한국에서의 영어교육같이 빡센 수업이 아니라 일주일에 2시간짜리 수업이었다. 하지만, 그 2년 불어 수업 후 나는 프랑스 사람들과 매우 유창하지는 않지만 왠만한 대화는 할 수가 있었다. 물론, 문법적으로는 틀린 부분이 많았지만 언어의 가장 중요한 communication 기능을 수행하는데 있어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불어 또한 테니스와 같다. 한국 학생들이 혼자서 영문법을 공부하거나, 영어 문장을 여러번 외우는데 있어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말이라는건 혼자 하는게 아니다. 상대방이 말을 하면 그에 맞는 답변을 하면서 계속 이어나아가는게 대화인데,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거다. 문법을 통한 ‘틀린 기본기’를 탄탄하게 하기 보다는 외부의 변화에 적절하게 반응해서 자신만의 응용력과 창의력을 구사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을 현재 운영하고 계신 분들이나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거는 도통 ‘정답’이란게 전혀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경영학 교과서에서 배운 이론들, 창업론에서 배운 여러가지 전략과 케이스들 모두 다 부질없는 것들이다. 같은 industry의 스타트업들이라도 운영하는 사람들이 매일 경험하는 일들은 그때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그럴때마다 우리는 스스로를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자신의 창의력을 응용해서 난관을 극복해 나아가야 한다. 이런 능력은 물론 타고난부분도 있어야겠지만, 수 십년 동안 받은 교육이 어느정도 발판이 되어줘야 한다고 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교육은 아직도 개성과 창의성을 극대화 해주기는 커녕 모든 사람이 같은 방법으로 생각하게 만드는데 focus를 두는 거 같다. 이런 교육의 결과는 한국전쟁 이후 우리의 급격한 발전을 가능케 했지만, 요새 같이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빠르게 변화하고 대처할 수 있는 사고 방식 즉, 틀에 박히지 않은 변칙적 사고 (Thinking Outside the Box) 능력의 부재를 가져왔다. 최소한 한국, 미국, 유럽에서 교육을 받은 내 경험에 의하면 그렇다.

자, 다시 처음에 언급했던 Dropbox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 삶의 근본적인 productivity를 향상시킬 수 있는 Dropbox와 같은 ‘깊이’있는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생기려면 이런 창조적 사고가 필요하다. ‘문제가 A이면, 그걸 푸는 방식은 무조건 a이다’ 라는 사고 방식이 아닌, ‘다른 사람은 a방식이라고 하지만 b나 c라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그런 사고 말이다. 그러려면 근본적으로 우리의 교육이 바뀌어야할거 같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교육은 교육 curriculum, 선생, 학교, 학생, 학부모, 사회제도, 정부, 민간 모두를 포함한다.

성공적으로 실패하기 1

“실패” – 우리는 모두 이 단어를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나를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실패보다는 성공하기를 원할 것이다. 실패란 단어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고, 그 어감 자체도 너무 싫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실패란 단어를 보면 절로 표정이 안 좋아진다. 하지만,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한두번의 실패를 경험한다. 어디 한두번만 실패하겠는가? 나는 지금까지 크고 작은 실수와 실패를 수십번 했고, 오늘도 몇가지 작은 실수들을 저질렀다.
교육학의 가장 기본적인 사상 중 하나가 바로 학생들은 실수를 하면서 가장 많은 걸 배운다는 매우 아이러니컬한 이론이다. 앞뒤가 잘 안맞지만, 잘 생각해보면 실패를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은 실패를 통해서 가장 많은것을 배운다는걸 잘 알고 있을것이다. 이 유쾌하지 않은 “실패 -> 배움 -> 성공” 프로세스에는 지름길이 없다. 배우려면 누구나 다 실패를 경험해야한다.

이 포스팅의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누구나 다 실패를 하지만, 그 실패의 경험과 결과는 누구에게나 다 동일하지는 않다. 어떤 이들은 실패를 훌륭하게 성공으로 승화시키지만 또 어떤 이들은 (많은 이들은) 계속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차이는 무엇일까? 왜 어떤 사람들은 실패를 통해서 배우고, 어떤 이들은 아무것도 얻는게 없을까?
현대 연구에 의하면, 실수를 할때마다 사람의 뇌에서는 2가지의 다른 반응이 일어난다고 한다. 첫번째 반응은 ERN (Error-Related Negativity)이라는 신호의 생성인데 실수를 한 후 50 밀리초 후에 무의식적으로 이 신호가 생성된다. 두번째 반응은 Pe (Error Positivity)라는 신호의 생성인데 실수를 한 후 100 ~ 500 밀리초 사이에 이 신호가 생성된다. Pe 신호는 우리가 실수에 신경을 기울이고, 그로 인한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해서 생각을 할때 생성된다.
연구에 의하면 ERN과 Pe가 다음과 같은 패턴으로 생성되면 실수로 부터 많은것을 배운다고 한다: 1)큰 폭의 ERN 신호 – 실수를 무의식중에 적극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 2)큰 변동없는 꾸준한 Pe 신호 – 지속적으로 실수의 결과에 대해서 신경을 쓴다는 의미

다음은 이러한 뇌의 반응을 교육학에 적용한 의미있는 실험들이다:

  • 스탠포드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Carol Dweck 박사는 인간을 ‘고정 마인드 (fixed mindset)’와 ‘성장 마인드 (growth mindset)’로 구분한다. 고정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은 이미 태어날때부터 어느정도 수준의 IQ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유전자적인 지능을 발달하는건 불가능하다”고 굳게 믿고있다. 이와 반대로 성장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무엇이던간에 더 좋게 만들고 향상할 수 있다고 믿고있다. 
  • Dweck 박사가 진행한 많은 실험에서 고정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실패는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믿는다. 반면에 성장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실패는 배움을 위해서 거쳐야만 하는 관문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더 개선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한다.

  • 미시간 주립 대학의 Jason Moser 박사는 위의 Dweck 박사의 연구결과들을 조금 더 깊게 실험해봤다. 그는 교육에 대한 믿음과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와의 상관관계를 자세히 연구해봤다. 그는 실험대상들이 알파벳의 배열순서를 찾아야하는 매우 지루하고 반복적인 인지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실험의 포인트는 바로 이 단순함/지루함이다. 실험대상들이 단순함을 못 이겨서 평소에는 하지 않는 실수를 하게 만드는게 실험의 목적이었다). 성장 마인드를 가진 대상들은 실수를 저지른 후에 훨씬 더 높고 일관성있는 Pe 신호를 생성하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그들의 정확도는 지속적으로 향상되었다. 하지만, 고정 마인드를 가진 대상들은 실수를 저지른 후에 낮고 불규칙적인 Pe 신호를 생성하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오히려 더 잦은 실수를 저질렀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실수로부터 배움을 얻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학생들이 높고 규칙적인 Pe 신호를 생성해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Dweck 박사는 이에 대한 여러가지 실험도 해봤는데, 교육자나 부모들의 아주 작은 노력들이 학생들의 긍정적인 마인드에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녀는 수백명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두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번째 그룹의 5학년 학생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너 참 머리가 좋구나. 너는 참 똑똑하구나.”라는 식의 칭찬을 했다. 이들은 본인들이 원래 똑똑하게 태어났으니 실수를 하는건 자신의 명예에 마이너스가 되고, 실수나 실패는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고정 마인드’를 발달하게 되었다.
두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너 참 열심히 하는구나. 노력하는건 좋은거야.”라는 식의 칭찬을 했다. 이들은 실수를 범해도 열심히 노력하면 격려와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성장 마인드’를 발달하게 되었으며, 실패에 대한 거부반응이 덜 생겼고, 오히려 실수와 실패로부터 배움을 얻어서 나중에 성공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런 결과는 시험에서도 똑같이 입증되었다. 머리가 참 좋다는 칭찬을 지속적으로 받은 학생들은 수개월 후에 시험 성적이 20% 정도 떨어졌고, 노력을 많이 한다는 칭찬을 지속적으로 받은 학생들은 수개월 후에 시험 성적이 30% 정도 향상되었다. 고정 마인드에 대한 성장 마인드의 승리인 셈이다.

자, 이 결론들을 잘 생각하면서 대한민국 버전의 실패에 대해서 한번 고민해 보자. 한국은 확실히 고정마인드에 사로잡혀 있다. 실패를 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되고, 마치 나병환자와 같이 사람들이 뒤에서 손가락질하면서 숙덕숙덕한다. 이러니 한번 실패한 사람들은 다시는 재기에 성공할 수가 없는것이다. 아니, 재기에 성공을 해도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다 떠나간 후이다. 타인들도 문제이지만, 본인 조차 어쩔수 없이 이런 고정마인드를 갖게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특히, 어렸을때부터 전교 1등하면서 서울대가서 천재소리만 듣고 자란 사람이라면.
얼마나 이런 고정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 ‘실패 기업인 재창업자금지원‘ 이라는 정책을 정부가 만들었을까. 대놓고 “실패한 기업인은 재창업할 생각마라”라는 말을 하는거와 다름없는건데 이 정책 정말 어이가 없다. (이런 분들이 아마 게임 셧다운 제도도 만들었겠지?)
우리도 빨리 실리콘밸리와 같이 실패를 우대하고 실패한 사람들이 성장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성장국가/성장사회가 될 수 있을면 좋겠다.

처음에 말했듯이 실패는 유쾌한게 아니다. 그 누구도 실패하는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패가 인생에서 겪어야 하는거라면, 겸손하게 실패를 받아들이되 반드시 배움을 얻도록 노력하자. Growth mindset (성공 마인드)을 발달시키자.

실패를 해도 성공적으로 실패하자

이 글과 연관이 있는 몇개의 과거 포스팅들:
한국이여 – 실패를 우대하자!
Life and Rejections
Trophy Kids

참고:
-The Wall Street Journal “The Art of Failing Successfully” by Jonah Lehrer 
-“생각버리기 연습 (1부)” by 인지심리 매니아

2011 OnSuccess-StrongVC Survey 결과

우리나라의 창업가와 벤처기업의 CEO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2주 전에 본 서베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질문이었다.
2011.11.7. ~ 2011.11.21. 동안 baenefit.com, 온석세스 그리고 벤처스퀘어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서베이에 76명의 창업가들이 참여했고, 여기 그 결과를 간략하게 정리해서 공유한다.

예상했던 결과지만 역시 한국의 entrepreneur 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95%가 남성)    
정확하게 절반이 사업 초기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고 있었으며 (이건 조금 놀라운 finding이었다. 나는 80% 이상이 중간에 아이템을 바꾸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다)

55%가 국내 비즈니스와 해외 비즈니스도 하고 있고 (빨리 이 숫자가 늘어났으면좋겠다),

첫 창업시 자금 조달은 개인돈 또는 가족/친구로 부터 받은 종자돈으로 해결한 경우가 70%가 넘는다. 역시 아직 우리나라의 엔젤투자는 갈길이 멀다.

많은 창업가들이 회사의 exit 전략으로는 큰 업체에 인수됨을 IPO보다는 약간 더 선호했고, 많은 분들은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아마도 현재 비즈니스에 focus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exit 전략에 대해 크게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을거 같다.
약간 의외였던거는 이 서베이를 미국의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현 시점에서는 80% 이상이 큰 업체에 인수되는걸 exit 전략으로 생각하고 있었을거 같다. 이는 반대로 그만큼 우리나라의 M&A; 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았다는걸 의미한다.

창업가 부모님이 있다면 영향을 받아서 본인도 사업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이 중 44%만 부모님이 창업 또는 사업을 했다고 한다. 부모님의 영향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길 원한다는 면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창업가 중 71%가 토종 한국 출신이었고,

절반 이상이 결혼을 했고 (53%),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85%) 대학을 졸업했다. 이들 중 박사 출신은 5명 (5%) 이었다. 이와 반대로 고졸 출신의 창업가들도 11명 (14%) 있었다.

한국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창업하려고 하면 무조건 말릴거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서베이 결과로는 창업가 부모님들 중 41%만이 창업을 말렸다.

그리고 아주 희망적인거는 바로 95%가 취업에 실패해서 창업을 한게 아니라 원래 창업을 선택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들 중 단 1명만이 창업한 걸 현재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압도적으로 많은 창업가들이 5시간 ~ 7시간동안 수면을 취하고, 80% 이상이 새벽 5시에서 오전 9시 사이에 기상한다.

이들중 59%는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57%는 점심식사를 사무실 밖에서 해결한다. 또한, 역시 한국인들 답게 74%가 술을 먹고, 45%만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다.

업무 형태를 분석해보면, 50%가 업무 시간 중 1 ~ 3시간을 이메일 쓰고 확인하는데 할애하고, 5시간 이상을 할애하는 창업가들은 5%밖에 되지 않았다  (나는 이 5%에 속한다)

또한, 한국의 창업가들 중 다수가 (39%) 하루 일과 시간 중 10 ~ 25%를 직원들과 대화하는데 사용한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대표이사들은 하루 일과 시간 중 70% 이상을 직원들과 대화하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압도적으로 많은 창업가들이 Facebook을 밤낮 가리지 않고 사용한다. Twitter는 주로 업무 시간에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아직은 운전 중에 문자나 이메일을 보내지 않는 분들이 더 많다 (아마도 우리나라도 곧 운전 중 문자 보내는게 법으로 금지 될 것이다.)

한국의 창업가들은 투명인간보다는 슈퍼맨이 되어서 저 높은 하늘을 날아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투명인간이더 좋을거 같은데…)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선배 창업가들이 후배 창업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는 다음과 같다:

-인생은 바이오리듬과 같은 것
-실패에 대한 두려움, 성공에 대한 두려움…항상 두려움과 싸워야 하는게 창업가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고 재미있습니다. Go for it!
-첫 창업에 실패해도 꿈을 포기하지 마라.
-팀과 실행력이 제대로 갖춰진 스타트업이라면 끝난 게임이 아닐까요? 그런 팀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나 열정은 언제나 좋은 결과를 야기해주는 것 같아요. 도전, 도전, 도전!
-확실한 모델을 가지고 뛰어드는 것도 좋지만,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시도해 보면서, 수정하고 발전하는 모습도 젊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창업이라는 의미 있는 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한 한 꿈을 크게 꾸고, 치밀하게 준비하세요. 모든 것은 이룰 수 있다는 전제하에 꿈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초심은 잃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심을 ‘잊지’ 마세요.
-창업전에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실수들을 하지않도록 많은 간접 경험을 쌓고, 철저히 준비하길. 상상할 수 없는 난관과 장애물들이 네가 가진 자원들을 빼앗아 갈것이니.
-“다른 발상과 과정으로 자기를 연마한 사람이 그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말 중.
-야망을 가졌다면…이미 늦은거다. 달려서 쟁취하라. 꿈을 가졌다면…이미 늦은거다. 현실로 이뤄라.
-운은 노력하는 자에만 돌아오는 기회의 다른 이름입니다. 화이팅.
-사업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행동하는 것이다.
-잘 판단하셔서 정말 되는 사업을 하시기 바랍니다. 사업은 오래한다고 좋은게 아닙니다.
-스스로에게 강한 믿음을 가지고 계속 전진하세요.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인생의 밑그림을 그려라.
-도전하라!! 실패도 훌륭한 자산이다.
-도전은 의미있지만 고통 또한 잘참는 방법에도 익숙해져야합니다. 창업을 결정하셨다면 가장 무서운 적인 본인이 서있을겁니다.
-성공을 빨리 이루려고 하면 할수록 실패하고, 실패를 겁내어 주저하면 기회는 오지않으리.
-선택은 자유지만 공짜는 아니다. 댓가는 치루게 된다는 이야기.
-요즘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창업하는게 아닌, 왜 창업을 해야하는지, 내가 하려는것이 시장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시고, 창업전 많은분들의 조언을 꼭 구하시기 바랍니다.
-신뢰할수 있는 결정권자를 만나야 합니다.
-Follow your passion.
-확실한 준비없이 덤비면 개고생합니다.
-본인의 DNA에 창업자 기질이 있음에도 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스트롱 벤처스, 온석세스 그리고 벤처스퀘어 모두 대한민국의 창업가들을 응원합니다. 당신들이 있기에 이 나라의 성장 엔진이 돌아갑니다.

너무 이른 성장 (Premature Scaling)

얼마전에 Startup Genome Project에서 발표한 보고서 – 다양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창업가, 투자자, 학자 등) 8개월 동안 3,200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을 여러각도에서 분석한 내용 – 에 의하면 스타트업의 성공 또는 실패 뒤에는 수백가지 이유가 있지만서도, 그렇다고 3,200개의 스타트업이 3,200개의 각각 다른 성공/실패 이유가 있는건 아니고 이 중에서도 공통적인 패턴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발견은 바로 스타트업의 위치, 창업자의 나이, 성별 또는 과거 창업 경험 뭐 이런거는 스타트업이 성공하거나 실패하는거와는 전혀 상관 관계가 없으며, 스타트업의 실패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너무 이른 성장 (premature scaling)’이라고 한다. 너무 이른 성장에 대한 연구원들의 정의는 “비즈니스의 특정 부분에만 불균형적으로 돈과 자원을 투자해서 – 다른 부분에 비해서 – 이 부분만 너무 빨리 성장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조금 풀어 말하자면, 스타트업이 초기 단계에 고객획득에만 너무 많은 돈을 쓴다거나, 개발에만 너무 많은 인력을 투입한다거나 또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자금을 유치하는것이다 (이 보고서 제작에 참여했던 어떤 VC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투자를 받는건 마치 자동차에 로켓 엔진을 다는거와 같다고 한다).
위 괄호에서 언급한 자동차의 예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성장하려면, 엑셀을 밟기전에 자동차의 내부부품들이 로켓엔진의 속도와 힘을 견딜 수 있도록 사전에 정비하는게 중요하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조사한 스타트업의 70% 이상이 너무 이른 성장을 경험했다고 한다. 또한, 급성장하는 인터넷 스타트업 중 74%가 너무 이른 성장으로 인해서 실패할 것이라고 예측하는데 그 뒤에 깔린 이론 또한 매우 재미있다. 스타트업들이 너무 빨리 성장하려고 하는 주된 이유는 바로 너무 많은 스타트업이 몇명의 early adopter들과 시장(market)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해서라고 한다. 즉, 백만명의 early adopter들이 갑자기 우리 서비스를 사용했다고해서 우리 서비스가 실제로 어떤 시장을 찾았다는거는 아니니 착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보고서를 읽는 내내 내 머리속에는 한 스타트업이 계속 생각났다. 바로 지난 주에 상장한 그루폰이다. 그루폰이야말로 너무 이른 성장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매일 생겨나는 짝뚱 경쟁자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 고객을 획득하는데 너무나 많은 비용을 쓰기 때문에 그만큼 회사 운영의 다른 분야에 (개발, 고객 서비스, 고객 분석 등) 돈과 자원을 투자하는데 소홀히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서 말한대로 과연 그루폰은 실패할까?
-그루폰 IPO 개시가는 (2011.11.4.) $20이었는데, 첫날 거래는 성공적으로 $26.11에 마감했다. 오프닝 가격보다 31% 증가한 셈이지만, 거래 첫날 이후부터 주가는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루폰과 진입장벽에 대해서 쓴 블로그 참고 

‘너무 이른 성장’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패한다는 결과 외에 보고서의 몇 가지 재미있는 내용들:
-실험정신의 중요성: 비즈니스 모델에 지속적으로 변화를 주면서 실험하는 스타트업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실험은 몇번이나 해야할까?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은것일까? 보고서에 의하면 한번 또는 두번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그 이하 또는 그 이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는 실험을 하는 스타트업들은 실패할 확률이 커진다고 한다.
-동업의 필요성: 1인창조기업은 성공하기 힘들다. 성공을 해도 2인창조기업보다 3.6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대한민국 정부의 ‘일인창조기업’ 지원 정책은 역시 공무원들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반영하는 정책이다.
-경영과 공학의 조화: 경영학도 위주 또는 공학도 위주의 극단적인 구성보다는 경영학도 한명과 공학도 한명으로 구성된 창업팀이 30%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2.9배 더 빠르게 성장한다.
-창업가의 비현실적인 긍정주의: 대부분의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시장에서 입증받는데는 창업가들이 생각하는거보다 2~3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또한, 아직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스타트업의 창업가들은 target 시장의 크기를 실제 크기보다 100배 이상으로 생각한다 (절대 공감!)

*52장짜리의 full 보고서 “Startup Genome Report Extra on Premature Scaling”을 읽고 싶은 분들은 여기서 다운받으면 됨

참고:
-“Startup Genome Report Extra on Premature Scaling”
-Forbes 2011.09.02 “#1 Cause of Startup Death? Premature Scaling” by Nathan Furr

2011 OnSuccess-StrongVC Survey

*본 서베이는 이미 완료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창업가/CEO들은 어떤 분들일까?
26개의 간단한 질문을 통해서 한국 스타트업 리더들에 대한 의미있지만, 심각하지 않은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 OnSuccessStrong Ventures가 공동으로 서베이를 진행합니다.
설문 기간은 2011.11.7. ~ 2011.11.21 (2 주) 까지이며, 결과물은 OnSuccess와 제 블로그를 통해서 동시에 공개합니다.
바쁘시겠지만, 5분씩만 할애해 주시고 주위의 창업가들과도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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