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ing

Top Gun: Maverick

2019년도 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누군가 페이스북에 영화 예고편을 공유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손가락으로 넘겼을 텐데, 섬네일에는 전투기 조종석에 있는 파일럿이 보였고, 이 파일럿은 톰 크루즈인 것 같았다.

“설마?” 하고 너무 반가운 마음에 클릭해서 유튜브로 넘어갔는데, “Top Gun: Maverick”의 예고편이 내 눈앞에서 재생됐다.

“After 34 years, Tom Cruise returns as Maverick.”

이 멘트를 듣자마자 심장이 멎는 듯 했다. 탑건의 후속편이 만들어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 했던 나로서는 너무 놀라웠다. 내 10대 때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의 후속편이 제작되고 있고, 그것도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톰 크루즈가 그대로 다시 출연한다는 소식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멋지고, 흥분됐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2020년 여름에 개봉했을 텐데, 우여곡절 후에 2022년 6월에 출시됐다.

줄 서서 보고 싶은 영화였지만, 나는 개봉 한 달 후에 봤고, 그동안 영화를 본 분들의 관전평을 읽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와이프는 별로 보기 싫다고 해서 대학교 친구 두 명과 친구의 중학생 아들과, 이렇게 네 명의 남자가 드디어 기대하고 기대하던 이 영화를 봤다.

Top Gun Anthem 도입부의 “쿵…” 소리를 듣자마자 난 그냥 영화를 보지도 않고 평점 10점을 주고 싶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100점을 주고 싶었다. 뻔한 스토리, 그것도 1편과 거의 동일한 스토리인데, 숨죽이면서 매 장면을 최선을 다해서 봤다. 비행, 싸움, 우정, 사랑, 희생, 가족 등, 너무나 뻔한 요소들이 들어간 뻔한 내용의 영화지만, 전 세계 남녀노소의 감정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유튜브에서 탑건 2 제작 과정에 대한 이 영상을 봤는데, 이 또한 흥미진진했다.

톰 크루즈가 탑건 2를 항상 촬영하고 싶었지만, 멋진 후속편을 위한 스토리와 이 스토리를 뒤받쳐 줄 만한 기술이 시중에 나왔을 때 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서 30년 이상을 기다렸다는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는 관람객이 실제 비행기를 조종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비행기 조종석에 아이맥스급 카메라 4개를 장착했고, 단순 CG를 사용한 게 아니라, 배우들이 실제로 비행 훈련을 받아서 많은 비행 장면을 실제로 소화했고, 물에 불시착했을 경우 죽지 않고 수중 탈출할 수 있게 수영장 안에서 훈련하는 장면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이 영화의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는 “지금까지 이런 항공 영화는 없었고, 앞으로 또다시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자신 있게 했는데 그만큼 최첨단 촬영 기술이 동원됐고, 영화 촬영을 위해 배우들이 준비를 많이 했다는 뜻 인 것 같다. 나도 동의한다. 허접하지만 감동을 주는 스토리라인, 훈련을 많이 한 개성 있는 배우들, 그리고 최첨단 기술과 촬영 기법으로 인해서 이 영화는 항공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건 확실하다. 이 요소 모두가 탑건 2의 확실한 진입장벽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탑건 2의 진정한 진입장벽은 톰 크루즈 자체라고 생각한다. 60세의 나이에 이런 멋진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톰은 관리의 대명사로 잘 알려졌지만, 이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한 줄은 몰랐고, 촬영 현장에서도 영화감독이 해야 할 많은 일을 스스로 맡아 솔선수범했다고 하다. 한글 자막을 읽으면 정확한 뉘앙스가 전달이 안 되는 대사가 몇 개 있었는데, 이런 대사들마저 다른 배우가 했다면 어색했을 것이다. 톰 크루즈만의 표정, 눈빛, 그리고 몸짓으로 소화했기 때문에 상당히 세련되고 멋진 많은 대사와 장면이 합쳐진 게 탑건 2이다.

우리도 투자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많은 초기 스타트업의 진정한 진입장벽은 그 회사의 창업팀 그 자체라는 건데, 이런 진입장벽은 극복하기가 정말로 어렵기 때문에 사람 자체가 진입장벽이면 그 사업을 카피하는 게 쉽지 않다. 아마도 탑건 프랜차이즈도 톰 크루즈 자체가 가장 큰 진입장벽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항공 영화를 만드는 게 정말 힘들지 않을까 싶다.

결국, 꾸준함이 이긴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다시 이사 온 지 거의 7년이 됐고, 지금 사는 아파트 지하의 헬스클럽에서 7년째 운동하고 있다. 월요일 ~ 일요일, 1주일 7일, 1년 365일, 매일 운동하고 싶지만, 이건 정말 힘들고,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4번은 헬스장에 출근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무리하지 않고 매번 1시간씩, 조금 더 많이 하면 1시간 15분 정도만 운동한다.

미국에서도 Gold’s Gym을 꾸준히 다녔는데, 이렇게 한 곳에서 오랫동안 운동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되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자주 보는 현상은 연초에 몰리는 엄청난 운동 인구이다. 전에 어떤 기사에서 읽었는데, 연초에 세우는 새해 결심/목표 중 운동과 다이어트는 항상 탑 3에 드는데, 이걸 증명하듯 1월에는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운동시설에 몰린다. 이 기간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보이는데, 길면 3월, 조금 빠르면 2월부터 이런 뉴페이스는 더 이상 안 보인다.
어떤 분들은 한 달에 2번 정도 불규칙적으로 운동하러 온다. 이런 분들의 특징은 한 번 운동할 때 정말 미친 듯이 한다. 내가 봐도 저렇게 운동하면 다칠 정도로 몸에 무리를 주면서 운동하고, 한 번 오면 3시간 정도 운동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한 번 미친 듯이 운동하면, 이후 아주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잊을 만하면 다시 나타나서 또 미친 듯이 운동한다. 이렇게 운동하면 몸이 좋아지긴커녕, 다칠 확률이 훨씬 높다.
어떤 분들은 꾸준히 하다가, 사라지는데, 그러다가 굉장히 오랜만에 다시 헬스장에 출근한다. 나한테 오랜만이라고 인사하는 이런 분 중에 처음에는 내가 못 알아봤던 분들이 꽤 많다. 그동안 몸이 너무 불어서, 내가 못 알아봤던 것이다. 몇 달 바짝 운동하면, 예전 몸매가 나오는데, 그러다가 다시 안 보이고, 또 몇 개월 후에 다시 보면 몸이 완전히 망가져 있고, 이걸 반복하는 분들도 많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엔 인생 모든 일의 성공은 꾸준함에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선 운동을 예로 들었지만, 공부, 어학, 일, 기술, 운동 등, 모든 건 조금씩, 아주 꾸준히 하면 누구나 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고, 여기서 말하는 수준은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미 내가 이 블로그를 통해서 공유한 강미정이라는 동화작가의 ‘아주 작은 일’이라는 시가 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일주일을 계속하면 성실한 것입니다.
한 달을 계속 한다면 신의가 있는 것입니다.
일 년을 계속 한다면 생활이 변할 것입니다.
십 년을 계속 한다면 인생이 바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큰 일
아주 작은 일을 계속 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시작은 누구나 다 미비하고 느리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모든 일에서 이길 수 있다. ‘뚝심‘이라는 이전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뛰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전속력으로 달리면 얼마 못 가서 토하고 쓰러진다. 이렇게 쓰러지면, 어쩌면 다시는 못 일어날지도 모른다. 물론, 초반에 전속력으로 달리면, 남들보다 더 빨리 갈 것이고, 이땐 엄청 빠르다고 온갖 칭송을 다 받을 것이지만, 장기전에서는 절대로 승리할 수가 없다.

작은 일과 꾸준함은 모든 걸 이길 수 있다. 그리고 나에게 아주 작은 일이란,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러 가는 습관에서부터 시작된다.

뚝심

나는 과거에 워렌 버핏에 대해서 꽤 많은 글을 썼다. 내가 아는 많은 투자자들이 오마하의 현자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 특히, 유동성의 끝판왕이었던 팬데믹 기간 동안 – 버핏의 투자 철학은 공격의 대상이 됐었다. 기술주와 코인으로 돈을 많이 번 젊은 투자자와 Web3/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은 버핏의 보수적인 투자 원칙을 한없이 비웃었고, 오마하의 늙은이가 이제 한물갔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면서 과열된 불장에서 본인들의 회사가 버크셔해서웨이보다 수익률이 높았다고 경솔하게 자랑했다.

버핏의 투자철학은 장기전이다. 그것도 5년, 10년의 장기전이 아니라, 좋은 기업에 한 번 투자하면 그 지분을 평생 보유한다는 장기전 중의 장기전이다. 이런 관점에서 투자하면, 불경기와 호경기 동안 돈을 많이 벌거나, 잃거나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팔지 않기 때문에, 종이 상으로는 가치가 내려가더라도 실제도 손실을 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장기전을 좋아하고, 이런 철학을 갖고 투자하는 분들을 존경하지만, 이 믿음이 살짝 흔들릴 때도 있다. 대표적인 시기가 지난 2년이었던 것 같다. 팬데믹 기간 동안 시장이 하도 기이하게 움직였고,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손가락만 있으면 너도나도 키보드를 통해서 투자에 대한 개똥철학을 공유했기 때문에, 이 중 잡음을 모두 다 걸러서 나만의 원칙을 지키는 게 상당히 힘들었다.

그래서 투자 경험도 없는 초짜들이 단기간 안에 엄청난 돈을 벌고, 버핏의 장기철학과 완전히 반대의 방법으로 어마무시한 수익률을 자랑하면서, 그를 비난했을 때, 이제 버핏도 한물갔다는 의문을 했던 적이 실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역시 시간이 흐르고, 경기 사이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면서, 진정한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있다. 요새 시장으로 보면 “썰물이 되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라는 버핏의 말이 너무나 기가 막히게 잘 맞아떨어지는 게 신기할 뿐이다. 단기적으로 코인이나 tech 주식 사고팔기를 반복하면서 돈을 벌었던 투자자들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모두 다 크게 손실을 봤거나, 아예 이 판에서 사라졌는데, 버크셔해서웨이는 오히려 선방하고 있다. 2021년도 순수익이 100조 원 이상이고, 현재 160조 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버핏은 저평가된 기업들을 인수하려고, 남들이 욕심을 부릴 때 시장을 두려워했고, 이제 남들이 시장을 두려워할 때 욕심을 부릴 준비를 하고 있다.

솔직히 스트롱은 아직까지 한 번도 불경기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우리가 2012년도 하반기부터 투자를 시작했는데, 이후 10년 동안 아직 글로벌 불경기가 온 적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특별하게 멍청한 투자를 하지 않았으면, 우리를 비롯한 다른 VC들의 성적은 대부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정말로 10년마다 한 번씩 온다는 불경기와 스태그플레이션이 함께 온다면, 우리가 투자를 시작한 이후로 처음으로 소위 말하는 다운사이클을 경험하게 되는 건데, 이 기간 동안에는 어떻게 투자하는지, 또는 어떻게 버티는지 잘 모르겠다.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경험을 한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준비해야 하는데, 다운사이클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다.

하지만, 한가지 내가 확실한 게 있다면, 결국엔 불경기도 언젠가는 끝나고, 다시 바닥을 치고 리바운드될 것이기 때문에, 버핏과 같은 장기전의 마인드는 필수다. 장기전을 하기 위해선, 기본 체력이 필요하고, 결국엔 나만의 철학이 있는 사람들이 언제나 꾸준히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다. 이런 걸 우린 종합적으로 ‘뚝심’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좀 미련할 정도로 본인의 철학을 굳세게 지키는 건데,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이건 미련한 게 아니라 현명한 것이다.

마라톤을 뛰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전속력으로 달리면 2키로미터도 못 가서 토하고 쓰러진다. 물론, 2키로 동안 전속력으로 뛸 땐, 엄청 빠르다고 온갖 칭송을 다 받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투기는 가능해도, 투자는 절대로 못 한다. 어느 때보다 뚝심이 필요한 순간이다.

마법의 순간

얼마 전에 도산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다. 내 뒤에는 젊은 여성 두 분이 쉬지 않고 떠들고 있었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살짝 짜증이 났었다. 그런데 갑자기 “…축구…플랩…”이라는 말이 들려서 집중해서 두 분의 대화를 엿들어봤다. 앞뒤 내용은 내가 잘 모르겠지만, 둘 중 한 분이 축구(=풋살: 미니축구)를 좋아하고, 이번 주에 두 번이나 플랩으로 축구를 했다는 게 내가 듣고 싶었던 그 부분이다. 팀이 없어도, 혼자 가도 선수를 매칭해주는 우리 투자사 소셜풋살 플랫폼 플랩풋볼이 메인스트림 시장으로 진입하는 마법의 순간을 내가 강남 한복판에서 목격한 감동의 순간이었다.

우리가 꽤 대중적이고 생활밀착형인 서비스에 많이 투자하다 보니, 나는 위에서 말 한 이런 마법의 순간을 몇 번 경험해봤다. 당근마켓이 지금은 국민 앱이 됐지만, 우리가 처음 투자할 때는 트래픽이 별로 없었고, 초반에는 성장도 상당히 더뎠다. 시간이 가면서 입소문으로 앱이 바이럴하게 퍼졌지만, 그래도 내 주변에 당근마켓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회사에서 퇴근하는 만원 버스 안에서 여기저기 밀리고 치여서 짜증이 살살 나고 있을 때, 뒤편에서 귀에 익은 깜찍한 소리가 들렸다. 바로 “당근~” 소리였는데, 아직도 그 순간이 기억난다. 아무도 몰랐던, 그리고 그 누구도 이렇게 성장하리라고 예측 못 했던 – 물론, 당시엔 지금 당근마켓의 성장은 상상도 못 했다 – 회사에 우리가 초기 투자를 하고, 그 서비스를 만원 퇴근 버스 안의 내가 모르는 그 누군가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한 그 순간은 정말로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세탁특공대도 이와 비슷한 순간이 있었다. 나는 투자자라서 초반부터 열심히 세특을 애용했지만, 당시 우리 아파트 주민들은 대부분 동네 세탁소 또는 클린토피아를 사용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동네 세탁소 아저씨를 만날 때마다 속으로는 “빨리 모든 사람이 세탁특공대를 사용해야할텐데…언제 그렇게 될까”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 생각보다 빨리 왔다. 어느 날 너무나 낯익은 세탁특공대 유니폼을 입은 요원을 우리 아파트 정문에서 만났고, 혹시 몇 동 몇 호에 가시냐고 물어봤고, 우리 집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을 때,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청담도서관에서 어느 날 플라이북의 키오스크를 발견한 순간도 마법과도 같았다. 무에서 유를 만들고 싶어 하는 회사에 투자했는데, 정말로 대중이 사랑하고 내 눈앞에서 어린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와서 플라이북 키오스크에서 추천해주는 책을 도서관에서 대여하면서 기뻐하는 그 모습을 보는 건, 마법과도 같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런 마법의 순간을 더 자주, 더 오래, 그리고 더 깊게 느꼈으면 좋겠다.

후회, 그리고 아쉬움

나는 후회하거나 아쉬워하는 성격은 아니다. 그래서 투자할 때도 과거에 놓친 딜에 대해서 후회하진 않는다. 예를 들어, 지금은 유니콘이 된 몇 스타트업에 스트롱이 완전 초기에 투자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에 패스한 거에 대해서 지금 와서 “그때 투자할걸. 너무 후회되네.”라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당시에는 투자하지 않았던 합당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었고, 좋은 회사는 많으니까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전진하자는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주 가끔은 후회도 하고, 아쉬워도 하는데, 최근에 이런 후회와 아쉬움을 강하게 느꼈던 적이 있어서 글로 남겨본다.

2009년도에 뮤직쉐이크를 하고 있을 때,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VC 앞에서 피칭했다(당시에 LA에는 VC 생태계가 상당히 낙후되어 있어서, 제대로 된 VC가 별로 없었다). 그중 하나가 알토스 벤처스의 한 킴 대표님이었다. 알토스의 투자는 못 받았지만, 당시 김대표님이 “우리 투자사 중에 어린이들 대상으로 사용자 제작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 대표 한 번 만나봐요. 그 게임 안에 음악을 넣으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온라인 레고랑 비슷한 회사예요.” 하면서 알토스의 투자사를 하나 소개해줬다. 그 회사가 바로 Roblox 였다.

당시의 로블록스는 지금의 로블록스와는 매우 달랐다. 창업한 지 3년 차였고, 그땐 거의 아무도 모르고, 사용자가 많지 않았던, 이제 시작하는 서비스였다. ‘메타버스’라는 말 자체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사용자 제작 레고 게임’ 이라고 했었다. 당시 로블록스 직원이 10명이 안 됐던 걸로 기억하고 David Baszucki 사장도 앞으로 이 회사가 어떻게 될지, 그리고 어떻게 성장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고, 내가 뮤직쉐이크에서 헤매고 있는 정도로 로블록스도 헤매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 이제 로블록스는 거의 20조 원짜리의 어마어마한 회사가 됐다.

당시에 내가 우리 음악을 삽입하고 싶었던 또 다른 대형 서비스는 Slide.com 이라는 스타트업이었다. 여러 가지 사진을 혼합해서 재미있는 슬라이드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였고,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서비스였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자 CTO였던 Max Levchin인데, 나는 당시에 Max를 직접 두 번이나 만나서 협업 관련 이야기를 했었다. Slide는 한 때 정점을 찍은 후 트래픽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었고, 이 친구도 당시에 어떻게 하면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역시나 헤매고 있었다. 슬라이드는 결국 구글에 인수됐고, Max는 이후에 Affirm이라는 BNPL 분야의 유니콘 회사를 다시 창업했다.

로블록스와 슬라이드와의 협업은 모두 무산됐다. 그런데 결국엔 잘 된 이 두 회사가 초반에 얼마나 헤매고 고생했는지 직접 내 눈으로 봤기 때문인지, 나도 조금 더 버티면서 뮤직쉐이크를 조금 더 잘했으면, 로블록스나 슬라이드만큼 성공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후회와 아쉬움이 가끔 머리와 가슴을 엄습한다.

지난주에 운동하면서 우연히 Max Levchin의 인터뷰를 팟캐스트로 들었다. 오래전에 이 친구를 만났던 기억이 나면서, “왜 난 뮤직쉐이크를 더 잘하지 못했을까? 조금만 더 해볼걸”이라는 후회를 하면서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이런 후회와 아쉬움이 오늘, 내일, 그리고 앞으로 남은 더 많은 날을 더 열심히 살아가게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원동력이 되기에 즐겁게 이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