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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 Ventures와 LA

LA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 사실인데, 스트롱벤처스는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창투사이다. 그리고 우리가 LA에 있는걸 아는 많은 분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주 한다. “스트롱벤처스는 왜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LA에 있나요?”

실은 나는 뮤직쉐이크를 운영하기 위해서 2008년 부터 LA로 이사와서 살고 있었고, John은 처가가 LA에 있고 아이들도 다 여기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큰 고민없이 LA에 스트롱벤처스를 설립했다. 하지만, 약 3년 동안 한국, LA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회사에 투자를 하면서 왜 우리가 LA에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왜 계속 LA에 있을건지에 대한 생각들이 명확하게 정리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한국의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북미) 진출하기 위해서는 실리콘밸리보다 오히려 LA가 더 좋은 발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관련해서 몇가지 생각을 여기서 공유한다:

1. 한국 바깥에 있는 한국의 수도 – 일단 LA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 LA의 한인 인구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찾을 수 없지만, 약 50만 ~ 100만 명으로 추정된다(LA와 그 주변 county들을 합치면). 이는 한국의 왠만한 소도시들보다 더 규모가 크며, 한인들끼리만 생활을 해도 경제권과 상권이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LA에서 50년 이상 사신 분들 중 영어를 전혀 못 하는 분들도 있고, 실제로 LA의 많은 한인들이 영어를 제대로 못한다. 어쩌면 영어의 필요성을 전혀 못 느낄지도 모른다. 영어를 안하고 한국어만 해도 살아가는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LA의 코리아타운에 가면 한국에 있는 왠만한건 다 있다. 한인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LA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매우 friendly 하다. LA의 시장 Eric Garcetti 씨는 “LA is the capital of South Korea, outside of South Korea (LA는 한국 외부에 있는 한국의 수도 입니다.)” 라는 말을 할 정도로 한국인과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그만큼 LA에는 한국인들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존재한다.
내 파트너 John이 농담같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뽀빠이가 신선한 시금치를 먹어야지 힘을 쓸 수 있듯이, 한국 사람들은 신선하고 맛있는 김치를 먹어야지 일을 할 수 있다” 이다. LA 만큼 맛있고 신선한 한국 음식이 풍부한 도시는 미국에 없다. 재료가 더 신선하고 좋기 때문에 오히려 어떤 음식들은 한국보다 더 맛있다(예: ‘북창동순두부’의 원조는 LA이다. 여기서 한국으로 넘어갔다).

스타트업을 하는 토종 한국 분들이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게 낯설고 어렵다. 사업적인 부분도 당연히 어렵지만, 정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굉장히 외롭고 쓸쓸하다. 하지만 ‘한국’ 이라는 나라, 문화 그리고 음식에 매우 익숙한 도시인 LA를 발판으로 북미시장 진출을 시도하면 정서적인 부분의 어려움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시장으로의 이주로 인한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더 빨리 적응하고, 일에 모든 걸 집중할 수 있다.

2. 한국 기업들의 북미시장 공략 발판 – 한국과의 끈끈한 관계 때문인지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게임 기업들은 대부분 LA에 북미 본사 및 지사를 설립하고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게임빌, 라인, NHN 엔터테인먼트, 쿠팡 모두 LA에 북미 사무실이 있고 앞으로 한국 스타트업들이 LA로 진출하면 같은 한국 기업들끼리 서로 도움을 주면서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 같은 곳에 있다고 협업이 자동으로 이루어 지는건 아니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자주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파트너쉽, 투자, 인수 등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3. 소비자 tech 컨버젼스의 중심 – LA가 전통적으로 컨텐츠와 엔터테인먼트가 강하다는 건 왠만한 분들은 잘 알고 있다. 할리우드와 대부분의 음반사들이 LA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모르는 사실이 또 하나 있다. 하드코어 기술이 아닌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BM 위주의 서비스들 – 소비자 제품에 있어서는 LA가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LA의 패션/의류/섬유 시장은 미국에서 가장 크며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다양한 모델의 패션/의류 전자상거래 비즈니스들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런 모델들이 성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카테고리의 전자상거래 모델들로 발전했다. 확실한 자료는 없지만, subscription 기반의 전자상거래 모델도 LA에서 탄생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하드코어 기술 기반의 IT 산업 외의 산업들이 발달하다 보니 LA는 기술자나 투자자들 보다는 평범한 일반 소비자들과의 연결고리가 훨씬 더 강한 지역이 되었고,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창조경제가 실리콘밸리보다 더 먼저 형성된 독특하고 유일한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조금 유식하게 포장해보면 기술, 미디어, 컨텐츠, 엔터테인먼트, 패션과 전자상거래의 컨버젼스가 이루어 지는 곳이며, 공교롭게도 한국이 꽤 잘하는 영역이 이런 분야들이다(물론, 원천기술도 요샌 강세이지만)

4. 급부상하는 유니콘 농장 – 3번의 독특한 환경에 IT가 접목되기 시작하면서 최근 LA의 스타트업 시장이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매우 빠른 속도로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유니콘 회사들이 LA에서 창업되어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유니콘 회사 Snapchat도 LA 회사이다. 페이스북이 2조원 이상에 인수한 가상현실 기업 Oculus, 디즈니가 1조원 이상에 인수한 유투브 기반의 프로덕션 회사 Maker Studios, 그리고 할리우드 유명 연예인 제시카알바와 한인창업가 Brian Lee가 공동창업했고 곧 IPO를 계획하고 있는 The Honest Company 모두 다 LA를 대표하는 유니콘 벤처기업들이다. 이미 LA에만 10개 이상의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있다.

5. 창업에 관심을 갖는 대학생들
– 실리콘밸리의 형성과 성장에는 스탠포드 대학과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이 큰 기여를 했다.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 주변의 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공대생들이 창업을 통해서 미래의 꿈을 실현하고 있고, 이미 창업한 회사에 지속적인 엔지니어링 인력들이 공급되면서 엄청난 기업들이 만들어 지고 있다. LA에도 이에 뒤지지 않는 학교들이 있다. 대표적인 대학교들은 UCLA, USC(남가주 대학) 및 Caltech(캘리포니아공대) 이며, 이 외에도 수십개의 대학이 LA에 있다. 실리콘밸리 보다는 많이 늦었지만, 최근 몇년 전부터 LA의 대학생들도 창업과 기술쪽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명문대를 졸업한 똑똑한 젊은 공학도들이 실리콘밸리의 장점만을 흡수하여 LA만의 자체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들도 이런 좋은 인력들을 실리콘밸리 보다는 조금 더 저렴하게 채용할 수 있다.

6. LA의 ‘코리아 마피아’ – LA에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이름을 붙인 ‘Korea Tech Mafia’ 라는 한인 출신 창업가/투자자 그룹이 존재한다.
LA K-mafia
-David Lee/SV Angel: David Lee는 세계 최고의 시드 펀드/마이크로 VC인 SV Angel의 대표이다. SV Angel은 지금까지 50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했으며 이 중 160개 이상의 회사가 IPO 또는 인수를 통해 성공적인 exit을 했다. SV Angel의 투자는 마치 성공의 보증수표와도 같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브랜드가 강한데 몇 년 전에 David은 LA로 이사와서 거주하고 있다.
-Michael Yang: 한인 출신 창업가 중 북미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가 중 한 명인 Michael Yang은 3번의 성공적인 exit을 했으며, 현재 스트롱벤처스 사무실인 Kolabs에서 4번째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2000년도에는 mySimon을 CNET에 8,000억원에 매각하면서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Brian Lee와 Richard Jun/BAM Ventures: 한인 출신 창업가 중 현재 북미에서 가장 유명한 분은 Brian Lee 이다. Brian은 온라인 법률서비스인 LegalZoom을 창업했으며(기업가치 약 6,000억원), 그 이후 할리우드의 유명한 연예인 Kim Kardashian과 신발 전자상거래 사이트 ShoeDazzle을 창업해서 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후 또다른 LA의 유니콘 회사인 JustFab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이후 또 다른 할리우드의 유명배우 제시카 알바와 The Honest Company를 창업했고 1조원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Brian이 지금까지 창업한 기업들이 창출한 시장가치는 약 4조원 정도가 된다. BAM Ventures는 Brian Lee와 그의 동료 Richard Jun이 운영하는 LA 기반의 마이크로 VC 이다.
-Peter Lee/Baroda Ventures: Baroda Ventures는 LA의 스타트업들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VC 이다. 지역적인 focus가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창투사 보다 훨씬 더 양질의 LA 기반의 스타트업들을 찾아서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Peter Lee는 Baroda Ventures의 대표이다.

LA의 Korea Mafia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자주 연락하면서 항상 한국과 한국의 스타트업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는데 주로 요새 어떤 회사들이 잘 하고 있고, 이런 회사들이 미국에 진출하면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한다. 인생의 선후배인 이 분들 모두 한국 회사들이라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투자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미 우리는 5개 이상의 한국 스타트업에 공동 투자를 했다. John과 나는 이 그룹에서 스트롱벤처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나름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른 분들은 상대적으로 한국어 능력도 부족하고 한국 시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서 한국 스타트업 투자 및 이들의 미국 진출에 대해서는 스트롱벤처스를 많이 신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LA의 Korea Mafia를 하나로 만드는 접착제와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 그리고 일하는 곳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위에서 나열한 이유들 때문에 우리는 LA가 한국 기업을 위한 최적의 북미시장 진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회사가 성장하고 커지면 비즈니스의 방향에 따라서 실리콘밸리, 뉴욕, 시애틀, 텍사스 등 미국의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영원한 숙제인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첫번째 진입 도시로서는 LA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우리도 이 부분에 많은 투자와 고민을 할 계획이다.

<이미지 출처 = http://laepiclosangeles.com/public/blog/where-in-los-angeles-should-you-live-in-your-20s>

MVP의 높아지는 ‘minimum’ 기준

Minimum-Viable-Product린 스타트업 하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개념이 MVP(Minimum Viable Product) 이다. 이미 다 익숙한 내용이기 때문에 여기서 MVP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전에 내가 MVP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쓴 적이 있다.

MVP는 출시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능만 제공한다. 보통 얼리어답터와 같은 소수 잠재 고객에게 먼저 공유를 한다. 이런 고객이 불완전한 제품의 가능성을 잘 파악하고 생산적인 의견을 주기 때문이다. MVP의 기본이 되는 사상은 고객을 발견하고 고객의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것이다. 빨리 제품을 시장에 내면 고객 성향을 빨리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창업자가는 고객이 관심 없는 기능엔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제품을 빠르게 내야 한다. 그래야 남들보다 빠르게 배울 수 있다.

-출처: ‘스타트업 바이블 2’ 23계명 – 빨리 똑소리 나는 MVP를 만들라

MVP의 의미는 아직 똑같다. 말 그대로 ‘시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최소한의 제품’ 이다. Facebook은 엄청나게 커졌지만, 창업초기에는 아마도 서로 친구 맺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이 구현된 MVP로 시작했을 것이고 지금의 트위터는 엄청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지만, 창업 초기에는 SMS를 이용한 트윗 날리는 최소한의 기능이 구현된 MVP로 시작했을 것이다. 어차피 완벽한 제품이란 없으며, 오래 고민해서 만든다고 시장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제품이 될 확률은 굉장히 낮다. 또한, 시장 상황은 지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실제 제품이 완성되어 출시되는 시점의 시장은 제품에 대한 비전이 그려지고 개발에 착수하는 시점의 시장과는 완전히 다를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우리 제품의 core를 최대한 빨리 만든 후 출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생각과 가설을 바탕으로 만든(몇몇 베타사용자의 피드백도 포함) 제품이나 기능이 실제로 시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자세히 관찰을 하고, 그 관찰을 통해서 배운 점들을 종합해서 다시 제품에 적용해서 수정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실제로 시장이 원하는 제품에 조금씩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그래서 나도 몇 년 전까지만해도 창업가들한테 왠만하면 너무 완벽한 제품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MVP를 빨리 만들어서 출시하라고 권장했다. 지금도 같은 말을 하지만, 약간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를 한다. 빨리 MVP를 만들어서 출시하라고 하는 부분은 같지만, 아주 완성도가 높은 MVP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두가지 측면에서 ‘완성도 높은 MVP’ 이야기를 한다:
첫째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전반적인 제품의 수준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요새 나오는 MVP들을 사용해보면 버그도 거의 없고, 단순한 기능만을 제공하기 보다는 몇 개의 기능들이 잘 조화를 이룬,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단순한 기능의 MVP를 출시하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확률이 존재한다. MVP의 목적은 시장의 반응을 배우고 이걸 다시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서인데 타 제품에 비해서 ‘후진’ MVP를 출시하면 그만큼 사용자들을 확보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두번째 이유는, 과거에 비해서 시장에 출시되는 제품의 절대적인 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비슷한 종류의 제품도 많고 워낙 많은 MVP들이 출시되기 때문에 다른 제품들에 비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용자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MVP가 필요하다.

MVP 자체가 최소 수준의 제품인데, ‘높은 수준의 MVP’는 어쩌면 말이 안 되는거 같지만 그만큼 수준이 높아졌고 경쟁이 심화되었다는 의미이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출시를 너무 늦추면 안되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MVP를 출시했다가는 뭘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게임이 끝날 수도 있으니 참으로 쉽지 않은 세상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vapartners.ca/going-to-market-with-a-minimum-viable-product/>

파도타기와 타이밍

2085419215_74d7ac28d2_z얼마전에 대기업에서 일하는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새 미국에서 관심을 많이 보이는 드론(drone)이랑 로보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드론과 로보트 사업은 이미 이 대기업이 몇 년 전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사업을 진행했지만,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자 돈이 안 된다고 접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새 다시 각광 받는걸 보고 임원진에서는 이 사업을 다시 해야하는게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드론과 로보트 사업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거 같다. 대기업들이 신규 사업 추진하는걸 보면 이와 비슷한 패턴을 찾아볼수 있다. 해마다 야심차게 미래전략과 장기사업계획을 수립하고, TF팀(Task Force)을 만들어서 대대적인 언론보도와 함께 투자를 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그런데 본인들이 ‘미래’와 ‘장기’ 사업이라고 이름을 붙이면서도 2-3년 안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런 사업들은 최소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고 어쩌면 평생 사업화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방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사장이나 사업부장이 바뀌면 그전에 진행하던 사업들은 백지화 시키고 다시 새로운 계획을 만들고 새로운 팀을 만들어서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많은 대기업들이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사업을 접지만 이들이 간과하는 건, 단기간내에 성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기간동안 대기업들이 집행한 투자와 R&D, 그리고 지속적인 언론보도는 그동안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전혀 모르던 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을 창출했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단기적인 성과의 부재로 인해 대기업이 사업을 포기할 시점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분야로 들어와서 더 빠르고 더 저렴한 방법으로 이 분야를 돈이 되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만드는 걸 우리는 많이 경험했다.

나는 대기업들이 조금 더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신사업을 진행했으면 한다. 확실한 cash cow 들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은 단기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 전략을 말 그대로 장기 전략으로 가져갈 수 있을텐데 왜 중도에 포기하는지 모르겠다. 중도 포기한 이 사업이 향 후에 커져서 다시 이 분야로 진입해서 따라잡으려면 오히려 더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갈텐데.

유감스럽게도 스타트업들은 이렇게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새로운 산업에서 창업하는 스타트업들은 마땅한 매출원이 없기 때문에 이 산업이 ‘뜨기’ 전까지는 투자자 돈으로 연명을 해야하는데 이게 6개월이 될 수도 있지만 6년이 될 수도 있고, 영원히 빛을 못 보고 그냥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에 ‘Chasing Mavericks‘ 라는 글에서도 내가 강조했듯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새로운 분야에 대한 확고한 확신이 있고, 꾸준히 이 분야를 파고 들어가서 시장의 1인자가 되면 언젠가는 큰 파도가 한 번은 올 것이다. 그리고 이 파도는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는 곳까지 스타트업을 한방에 데려다 줄 것이다. 이 파도는 자체적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과거에 철수하고 다시 이 분야로 진입하기 위해서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대기업이 만들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신사업에 대한 인내심 부족은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들 한테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새로운 분야를 잘 선택했고,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이미지 출처 = http://www.designer-daily.com/hokusais-great-wave-is-everywhere-4697>

[사후 분석] 비트코인으로 팁 주기

일주일 전에 ‘비트코인으로 팁 주기‘ 라는 개인적인 실험을 해봤다. 소량의 비트코인을 선착순 100명한테 주면서 비트코인 지갑이 없는 분들은 지갑을 만들어 보라고 권장했고, 이미 소유하고 있지만 사용해보지 않은 분들은 실제 사용을 해보라고 권장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51명에게 각각 0.001 BTC를 드렸고 이 중 나한테 tipping을 한 분들은 7명이다(100명한테 드려야 하는데 내가 일일이 보내드리는게 너무 힘들어서 여기서 마감) – 나머지 44명도 실제로 비트코인 사용을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 7명 이라는 숫자가 워낙 작은 샘플이라서 이 분들의 의견이 모두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그 중 다음과 같은 피드백이 있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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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별로 어려운건 없었고, 복잡한것도 없었다. 실험이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할 정도로 간단했다. 하지만, 별거 아닌거 같은 이 실험에 참여해서 처음으로 지갑을 만들고 비트코인을 사용해보신 분들은 비트코인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하거나 또는 상당히 불편했을 일들을 매우 쉽게 처리했다.

한국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코빗이나 한국의 다른 비트코인 서비스로 계좌/지갑을 만들었을 것이다. 내가 이 분들한테 미국의 Coinbase 계좌로부터 0.001 BTC를 보냈는데, 이건 미국에서 한국으로 250원을 송금한거와 동일하다. 비트코인이 아니었으면 미국에서 한국으로 250원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미국 은행에서 한국 은행으로 보내면 수수료가 더 많이 발생해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250원을 가지고 한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갈수도 없다. 돈도 많이 들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불편함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사는 가족이나 친구한테 부탁을 하면 되는데, 51명에게 250원을 보내라고 할 수도 없고 한국에서 계좌이체를 해도 타은행이면 500원의 수수료가 발생하니 불가능하다.
또한, 조금씩 차이는 나겠지만 내가 비트코인을 보낸 후 약 30분 내로 모두 받으셨을 것이다. 그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이렇게 빨리 국제송금을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받은 분들 중 7명이 나한테 팁을 줬다. 별거 아닌거 같지만 이 또한 엄밀히 말하면 한국에서 미국에 있는 블로거한테 250원의 팁을 보내준 것이다. 250원 이라는 소액의 국제송금이라서 위에서 지적한 모든 부분들이 적용된다.

나한테 비트코인을 받고, 받은 비트코인을 tipping 하는 과정에서 두 번의 국제 송금이 일어났다 – 모두 1시간 내로, 최소의 수수료로, 그리고 최소의 클릭으로. 내가 알기로는 현존하는 그 어떤 방법보다 더 빠르고 쉬운 송금 방법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앞으로 비트코인의 사용은 mainstream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시장은 돈을 송금할때 발생하는 마찰점들과 정당화 할 수 없이 높은 수수료를 줄여주는 서비스를 선택할 것이고, 비트코인만큼 좋은 해결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실험] 비트코인으로 팁 주기

*Update [2015년 4월 5일] – 아직 100명에게 비트코인을 드리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마감하려고 합니다(제가 일일이 보내드려야 하는데 이것도 일이네요). 실험은 재미있었고 곧 간단한 finding에 대해서 포스팅 하겠습니다.
*Update [2015년 3월 31일] – 댓글로 비트코인 주소 보내주신 분들은 늦어도 48시간 안으로 보내겠습니다(좀 바빠서…)

비트코인 옹호자로서 비트코인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하고 글도 올리지만 아직 비트코인이 mainstream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거라는걸 잘 알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면에서 본다면 당장은 비트코인 결제 옵션을 제공하는 상인들의 수가 비트코인을 실제 사용하는 소비자들보다 훨씬 더 빨리 성장할 것이다. 우리의 투자사인 PurseIO와 같은 회사들이 바로 이 비트코인의 수요와 사용 부분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복합적으로 여러가지 경제적, 정치적, 심리적, 기술적 요소들로 인해 단시간 내에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욱 더 많은 일반소비자들이 비트코인을 실제로 경험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작은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 ChangeTip 이라는 회사/제품이 있는데 비트코인으로 온라인 기부나 팁을 가능케 하는 서비스이다. 이 블로그 우측 상단에도 나한테 팁을 줄 수 있는 Tip 버튼이 있는데 아직 한번도 받지 못한걸 보면 한국은 아직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이 아닌 투자/투기용 도구로 보는거 같다. 또는, 내가 올리는 내용들이 형편없어서 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

changetip

ChangeTip을 이용해서 블로그 주인장한테 팁 주기

(아직 모르는 분들을 위해) 비트코인이 얼마나 유용하고, 현금이나 신용카드보다 사용하기 쉬운지 알려드리기 위해 무료로 소량의 비트코인을 선착순 100명 한테(인당 0.001 BTC = 약 280원 정도, 2015년 3월 31일 기준) 무료로 배포하려고 한다. 받은 분들은 이 블로그의 Tip 버튼을 이용해서 나한테 다시 팁을 줘도 좋고, 싫으면 그냥 보관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된다:

1. 일단 비트코인 지갑이 있어야 한다. 미국에 있으면 Coinbase를 활용하면 되고(아니면 다른 지갑도 많다), 한국이면 우리 투자사 코빗에 계정을 열어 지갑을 만들면 된다.
2. 이 글에 댓글로 자신의 비트코인 지갑 주소를 복사(26 – 35개의 영숫자)
3. 내가 각자의 비트코인 지갑으로 1,000 bits를(=0.001 BTC) 송금
4. ChangeTip에 계정 만들기
5. 각자의 비트코인 지갑에서 ChangeTip 계정으로 비트코인 송금
6. Tip 버튼을 이용해서(블로그 우측 상단) 나한테 팁 주기(이건 옵션)

처음 하시는 분들이 보면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전혀 복잡하지 않고 처음에 이렇게 셋업만 하면 서로 다른 계정으로, 그리고 다른 나라로 비트코인을 보내는게 얼마나 간단하고 저렴한지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