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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남으면 안 되는 사업

지난 번에 쿠팡에 대해서 이야기 했는데, 말 나온김에 이번에도 쿠팡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에서 투자자들이나 창업가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항상 쿠팡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기도 하며, 최근에 해외로부터 대형 투자를 받으면서 많은 분들이 쿠팡의 미래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있는거 같다. 대부분 나한테 쿠팡은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은지, 계속 적자인데 과연 돈을 버는 제대로 된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는지, 뭐 이런 류의 질문들을 한다.

남의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전혀 모른다. 다만, 개인적으로 나한테 물어본다면 나는 쿠팡이 앞으로 최소 지금의 10배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 회사가 돈을 벌고 수익을 내서 자립할 수 있을까? 지금은 돈을 출혈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비즈니스이자 구조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 분야에서 일하면 – 특히, 전자상거래와 같이 고객에게 뭔가를 판매하고 있는 업에 종사하고 있으면 – LTV(Life Time Value)와 CAC(Customer Acquisition Cost)를 모두 다 알고 있을거라 짐작한다. 전자상거래 회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계속 돈을 쓰고 마케팅을 해서 고객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게 만드는, 어떻게 보면 모든 기업들의 가장 기본적이자 중요한 전략밑에 깔려 있는 개념들이다.

CAC는 말 그대로 한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데 회사가 사용하는 비용이다. 페이스북 광고를 해보신 분들은 잘 알텐데, 돈을 써서 페이지 라이크 수를 올리는 광고 캠페인을 진행 해보면 한 개의 라이크를 확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잘 산정된다. 이게 CAC 이다. 쿠팡의 예를 들어보자. 쿠팡이 TV 광고를 했는데, 여기에 쓴 돈이 1,000만원 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이 광고를 보고 그동안 쿠팡에서 한 번도 구매를 해보지 않은 고객 5명이 회원 가입을 하고 물건을 구매했다고 가정해보자. 간단하게 계산해 보면 CAC는 200만원이 된다(=1,000만원/5명의 신규 고객). 즉, 한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200만원이라는 말이다.

그럼 이 200만원이 큰 돈인가 작은 돈인가? 신규 고객 한 명을 확보하는데 200만원 쓰는게 낭비인가 아니면 잘 하는건가? 여기서 LTV 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간단하게 말해보면, 200만원을 써서 확보한 고객이 앞으로 쿠팡에서 201만원 어치의 물건을 구매하면 1만원이 남고, 199만원만 사용하면 1만원이 까진다. 그러니까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신규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마케팅 비용을 책정할때, 이 고객이 앞으로 우리 회사에 평생 가져다 줄 가치를(=매출, 수익 등) 계산하고, 그 보다 낮게 마케팅 비용을 책정하는 것이다.

쿠팡 같은 업체들이 마케팅 비용을 엄청나게 집행해서 계속 적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돈을 벌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다. 간편한 결제, 좋은 추천, 질 좋은 배송 등의 서비스로 한 번 확보한 고객을 계속 쿠팡의 고객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이 고객은 쿠팡에서 5년 – 10년 동안 물건을 구매할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렇게 5년 – 10년 동안 한 명의 고객이 쿠팡에서 얼만큼의 돈을 쓸까? 많이 쓰면 1,000만원도 쓸 수 있을거 같다. 즉, 이 고객의 Life Time Value는 1,000만원이다. 그렇다면 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집행한 초기 마케팅 비용 200만원은(=Customer Acquisition Cost) 그렇게 큰 돈이 아니다. 200만원 써서 1,000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한 명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999만원의 마케팅 비용도 집행할 수 있다. 이렇게 해도 1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비즈니스를 해보면 LTV와 CAC의 계산이 이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고려해야 할 너무나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크게 다르지는 않기 때문에 쿠팡이라는 회사가 엄청난 적자가 날 정도로 마케팅에 돈을 많이 쓴다고 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 비용이 충실한 고객의 확보와 매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

한가지 더 첨언 하자면, 미국에서 전자상거래 유니콘 회사들에 투자한 큰 손 투자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규모가 작은데 이미 수익을 내고 있는 전자상거래 스타트업들을 이들은 오히려 좋아하지 않는다. 투자금과 버는 모든 돈을 다시 비즈니스에 재투자하고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데 써야 한다는 이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적자가 날 정도로 ‘과소비’를 해야지만,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이들이 앞으로 회사에 큰 Life Time Value를 가져올 수 있다는걸 여러번 경험해봤기 때문인거 같다. 물론, 그렇게 오랫동안 적자 비즈니스를 하면서 돈을 벌기 전까지 망하지 않도록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투자를 계속 받아야 한다.

O2O와 불안해소(anxiety relief)

O2O

O2O와 불안해소

얼마 전에 Benchmark Capital의 노련한 투자자 Bill Gurley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아 맞다 이거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몇 자 적어본다.

요새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타트업 용어 중 하나가 O2O다(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약자이지만 모두가 사용하니까…). 원래는 online to offline의 약자인데 요샌 솔직히 이게 online to offline 인지, offline to online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전자상거래만 하던 회사들이 물리적인 상점을 오픈하는 경우는 online to offline이지만, 요새는 기존의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offline to online이 더 많은 거 같다. 후자의 경우(offline to online), 주로 오프라인으로만 운영되던 비즈니스에 기술을 적용해서 효율성과 편리함을 더하는 경우인데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최근엔 손끝에서 그 효율성과 편함을 즐길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offline이 차지하는 부분을 최대한 제거하면서 이를 online으로 대체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버를 생각해보자. 전통적으로 택시를 부르고, 타고, 목적지까지 가고, 돈을 내는 과정은 100% 오프라인 프로세스였다. 집에서 거리로 나가 손으로 택시를 잡고, 택시 문을 열어서 타고, 목적지에 도달하면 지갑에서 돈을 꺼내 요금을 내고, 택시에서 내려서 목적지로 걸어갔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콜택시 제도를 통해서 택시를 부르는 게 조금 편해졌고, 현금 말고 카드결제나 NFC를 이용한 교통카드 결제가 가능해졌다. 우버가 나오면서 우리는 택시에 타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과 결제까지 손가락 몇 번 까딱해서 처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만 제외하면 모든 게 online으로 옮기게 되었다. 앱을 통해서 음식을 배달하는 것도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재미있는 점은 대부분의 O2O 비즈니스에서 offline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하려면 물리적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하며,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만든 음식을 먹으려면 누군가는 우리 집으로 음식을 갖다 줘야 한다. O2O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들이 교통과 같은 offline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해소하는 건 매우 힘들다. 이건 교통 당국이나 다른 기관에서 해결하는 게 더 맞다. 하지만 online 프로세스를 더욱더 사용하기 쉽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건 스타트업들의 몫이다. 또한, offline 부분은 마음대로 못 하므로 전체 프로세스에서 offline 부분을 최소화하면서 online 부분을 극대화하면 O2O 업체들이 전체 비즈니스에서 제어 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이게 스타트업들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나는 이 offline/online 비중에 대해 조금 더 유식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적합한 단어를 생각해내지 못했는데, 벤치마크의 빌 걸리는 오프라인 프로세스를 최소화하면 고객들의 “불안 해소(anxiety relief)”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칼라닉이 우버를 창업했을 때 그가 처음부터 강조했던 건 앱을 통한 결제뿐만이 아니라 팁의 계산과 결제였다. 미국의 경우, 택시기사한테 팁을 줄 때 도대체 얼마를 줘야 할지 항상 혼란스럽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도달하고, 계산하고 내려야 하는데 이 팁 때문에 사용자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해 한다(팁 문화가 없는 한국에서는 잘 이해가 안 되겠지만, 나는 과거에 라스베가스에서 팁 때문에 택시기사와 동전을 던지면서 싸운 적도 있다). 우버는 이 팁까지 모두 앱으로 자동으로 처리해서 사전에 불안요소를 제거한다. 음식 배달이나 식당 예약도 비슷한 거 같다. 식당에 전화해서 누구와 통화해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6명 자리가 있는지 물어봐야 하는 귀찮음과 불안을 배달 앱과 예약 앱들은 사전에 제거해 준다.

잘 생각해보면 ‘offline’ 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오프라인 비즈니스들은 이런 사람 대 사람의 상호작용이 필요한데, O2O 비즈니스들은 이런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불안감과 마찰을 해소할 방법에 대해서 잘 생각해봐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물리적으로 필요한 오프라인 프로세스를 제외한 나머지 프로세스는 모두 온라인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가져온 프로세스는 최고로 간단하고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이길 수 있는 O2O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Mission Impossible – 인터넷 결제

한국의 온라인 결제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얼마나 불편하고 뒤떨어져 있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이 블로그를 읽는 분들은 잘 알 것이다. 관련해서 이미 과거에 몇 번 글을 쓴적이 있다:
나의 불편했던 eBook 구매 경험
누구를 위한 공공사이트인가?

그런데 이 깨진 시스템을 내가 단시간 내에 직접 고칠 수 있는게 아닌걸 나도 잘 알기 때문에 불평해도 소용없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어디서 하소연 할 곳도 없기 때문에 여기서 불평을 한 번 더 해야겠다.

내 책 ‘스타트업 바이블‘을 읽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어서 몇 권 주문하기 위해서 예스24에 들어갔다. Chrome으로는 시도할 생각도 안 했지만 Firefox는 되지 않을까 싶어서 yes24.com에서 책을 선택하고 결제를 진행하려고 하니 사은품 구매 페이지가 나타났다.

1-FireFox 사은품

사은품 선택 페이지(이후로는 진행이 안 됨)

그런데 뭘 눌러도 그 다음 결제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았다. 전에는 매우 분노했겠지만, 워낙 익숙해진 상황이라서 – 이런 익숙함이 참 무섭다 – 더 이상 시도하지 않고 그냥 닫고 인터넷익스플로러를 실행했다. 로그인하고, 책 선택하고, 결제 진행하기 전까지는 큰 문제없이 잘 진행되었다(너무나 당연한 거지만 한국 사이트에서 뭔가를 구매하려고하면 항상 불안하다). 일단 일반 신용카드를 선택하고 결제를 진행했다. 이젠 너무나 익숙한 다양한 엑티브X 플러그인들 다 설치하고 신용카드(하나카드, 구 외환카드) 결제를 선택했는데 다음과 같은 하나은행 안심클릭 팝업창이 떴다.

2-일반신용카드-모비페이

일반신용카드 – 모비페이 안심클릭

일단 창 안의 내용이 짤려서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짜증이 팍 났다. 창 크기 조절도 안되고 그 안의 내용을 최소화 할 수도 없어서 내용 자체를 읽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냥 일반결제를 하려고 했지만, 일반결제 부분이 짤려서 어쩔 수 없이 ‘모비페이’ 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잠시 PC를 떠나서 아이폰으로 모비페이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했는데, 내가 사용하는 카드를 이 앱에 등록하는 절차가 굉장히 만만치 않았다. 이런저런 시행착오와 PC와 아이폰을 왔다갔다 하면서 한 15분 동안 모비페이 앱을 셋업 했다. 이 시점에서 이미 내 인내심의 절반 이상을 사용해버렸다. 그리고 PC로 다시 와서 결제 프로세스를 계속 진행했는데 역시 이 팝업창의 내용도 짤려있어서 결제코드가 잘 안보였다.

3-일반신용카드-모비페이

모비페이 짤린 결제코드창

자, 이제 다시 모비페이 앱으로 가서 긴가민가한 이 결제코드를 입력했다. 확인을 누르니 ‘결제비밀번호’ 또는 ‘공인인증서’로 결제를 진행하라고 하는데 아이폰에서 공인인증서로 뭔가를 할 상상만 해도 땀이 삐질삐질 나서 그냥 결제비밀번호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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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페이 결제비밀번호 vs. 공인인증서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어디에도 이게 어떤 비밀번호인지 설명을 안 해줘서 그냥 큰맘먹고 공인인증서로 진행해 보기로 했다 – 참고로 아이폰에서 공인인증서를 가지고 뭔가를 해보는 첫 시도였다. 그래서 어렵게 다시 PC를 통해서 외환은행 사이트에 들어갔고, 공인증서를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내보내는 방법을 확인한 후에 정확하게 인증서 전송에 성공을 했다. 다시 모비페이앱을 통해서 공인인증서를 사용한 결제 진행을 해보니 전송이 잘 안되었다. 이 과정을 다시 반복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6-일반신용카드-모비페이

공인인증서 저장 계속 실패

결국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건 포기하고 다른 옵션인 계좌이체로 결제를 다시 시도해봤다.

7-계좌이체

계좌이체 서비스 창 내용도 다 짤려서 안 보인다

계좌이체할 외환은행을 선택하니까 또 무슨 플러그인을 설치하라고 해서 설치를 했는데, 계속 보안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설치되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떠서 계좌이체도 실패했다.

8-계좌이체

몇번을 설치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

결국 온라인 구매를 포기할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가장 쉬워보이는 핸드폰 결제를 시도해봤다. 참고로 핸드폰 결제는 한국 핸드폰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9-핸드폰결제

핸드폰 결제 창도 짤려서 내용을 보기가 쉽지 않음

그런데 이 팝업창 역시 내용이 다 짤려서 도대체 어느 부분에 어떤 정보를 기입해야하는지가 상당히 난감했지만, 오기가 생겨서 거의 때려맞추는 수준으로 핸드폰 번호와 필요한 정보를 기입했다. 핸드폰으로 인증번호가 날라와서 그것만 기입하면 이제 고생 끝인줄 알았지만, 핸드폰 결제를 하려면 또 무슨 동의를 별도로 해야한다는 문제가 날라왔다.

10-핸드폰결제

마지막 희망인 핸드폰결제도 실패!

결국 나는 거의 한 시간을 PC, 아이폰, 그리고 액티브엑스와 사투를 벌였지만 완전히 졌다. 시간만 낭비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이게 무슨 대단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알아야 하고, 해킹을 해야하는 업무였으면 이해가 가지만 내가 내 돈 써가면서 책 2권을 사는데 이런 고생을 해야하나? SERIOUSLY? 정말 너무너무 짜증나는 경험이었고 예스24와 외환은행이 죽도록 미워졌다(물론, 이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은행은 계속 사용해야하니 어쩔 수 없지만, 나는 앞으로 예스24.com은 다시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결제와 보안 관련 규정과 법을 만든 사람들, 이런 말도 안되는 규정을 통과 시킨 높으신 분들, 그리고 이걸 기술적으로 구현함에 있어서 실제 사용자 경험이나 소비자의 불편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업체들이 야속했던 하루다. 이 잘못된 시스템을 고치는데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있다. 아마존이라면 책 2권 결제하는데 30초 걸렸을 것이다.

결국 나는 반디앤루니스 코엑스점에 직접 가서 스타트업 바이블 2권을 구매했다.

노조, 변호사 그리고 공유경제

littech15-crop-600x338이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잘 알텐데 얼마전에 Homejoy 라는 공유경제 청소 서비스가 문을 닫았다. 유명한 투자자들이 400억원 이상을 투자한 스타트업이고, 급성장하다가 갑자기 망해서 그런지 필요 이상의 관심을 받는 큰 사건 중 하나였다. 뭐, 이 정도 투자 받고 망한 회사들이 워낙 많지만, Homejoy의 폐업이 더 쇼킹했던 이유 중 하나는 최근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공유경제 회사라서 그런거 같다. 이 회사가 망한 이유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제품(=서비스) 자체가 경쟁력이 없었고, 고객서비스가 형편없었다고 하는 사용자들도 상당히 많지만, 대표이사에 의하면 회사가 고용관련 소송에 휘말려서 더 이상 투자유치를 못했고, 이로 인해서 문을 닫는다고 한다.

소송을 워낙 좋아하는 미국에서는 물론, 전 세계의 공유경제 서비스는 노조와 변호사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대통령 후보도 얼마전에 공유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할 정도로 우버와 같은 온디맨드 서비스는 매우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우버나 Lyft 또는 Instacart와 같은 회사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들을 ‘자영업자’ 또는 ‘independent contractor(아무한테도 고용되지 않고, 아무도 고용하지 않고 일하는 방식)’로 잘못 구분을 했고, 이로 인해서 이들에게 상해보험, 실업보험, 실업수당, 초과수당 등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회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소송을 당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Homejoy 또한 청소서비스 공급자들에게 5시간 마다 30분의 간식 휴식 시간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

나는 과거에 우버에 대한 글을 여러번 썼다:
멈추지 않는 우버의 질주
우버에 대한 단상
뿌리를 찾아서 뽑자

내가 고객으로서 우버에게 점수를 준다면 100점을 준다. 그만크 유용하고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다른 공유경제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고객들에게 – 공유경제 서비스들의 고객은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이다 –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시장과 숫자를 보면 이는 명확해진다. 최근 수 년동안 온디맨드 공유경제 서비스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회사들에 퍼부어지는 돈도 천문학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왜? 간단하다. 이런 서비스들을 돈을 내고 기꺼이 사용할 사용자들과 이들에게 서비스를 기꺼이 제공해 줄 공급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직 정확한 수치는 발표된게 없지만 이런 공유경제 서비스들은 실업자 또는 자신이 원하는 페이스대로 일을 하면서 돈을 조금 더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평균적으로 공유경제를 통해서 벌 수 있는 수입은 노동법으로 정한 최저임금보다 높으며, 더 열심히 하거나(=좋은 리뷰) 피크타임에 일을 하면 이 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건 아니다. 이를 위해서 공유경제 회사들이 지정한 규정과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개개인의 이력과 백그라운드를 조회하며, 우버의 경우 서비스 공급자들은 10년 미만의 차량을 사용해야 한다. 어떤 회사들은 유니폼을 입도록 요구하며, 고객과 대화하는 방법까지 지시를 한다. 공유경제 회사들의 바로 이러한 요구사항들 때문에 공급자들은 계약직이 아니라 회사의 정직원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게 아마도 소송의 핵심인거 같다.

이 회사들을 고소하는 주체는 주로 서비스 공급자들이 아니라 이들과는 어떻게 보면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노동조합들이다(independent contractor들은 노조를 만들 수 없다). 그리고 노조들을 대변하는 소송변호사들과 law firm 들은 과거에 수 많은 회사들을 대상으로 이와 비슷한 소송을 진행해서 수천억원의 승소금을 받은 회사들이다.

물론 법은 중요하고 지키라고 존재한다. 하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 애매모호해지는 공유경제에 대한 노동법의 헛점을 이용해서 노조와 편을 먹고 굳이 이렇게까지 소송을 해야하나라는 생각은 개인적으로 항상 하고 있다. 5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우버의 경우 돈방석 위에 앉아 있기 때문에 더욱 더 비싸고 유능한 변호사를 통해서 소송에 대응할 수가 있지만 다른 수백개의 공유경제 스타트업들은 이렇게 나오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노조와 변호사들은 소송에 이기면 큰 돈을 벌겠지만 결국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손해를 보는 건 우리와 같은 사용자들,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들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insidecounsel.com/2014/03/24/its-time-for-litigation-lawyers-to-innovate-with-a>

전자상거래와 subscription 모델

subscribe1지난번에 전자상거래와 개인화, 추천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봤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는 정기구독서비스(=subscription) 모델에 대한 생각을 좀 정리해본다. 솔직히 정기구독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 개념 자체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건 신문이나 우유배달 서비스이다. 신문은 매일 읽고, 우유도 매일 마시는데, 귀찮게 매번 결제를 하는 게 아니라 아예 한 달 또는 3개월 치 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편리하게 집에서 매일 아침 배달받아서 즐길 수 있다. 이 개념을 전자상거래에 적용했고, 그 결과는 전반적으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subscription fatigue라는 후유증도 탄생했지만).

섭스크립션 서비스는 고객이나 업체에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혜택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전자상거래 업체에 관해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업체 입장에서의 가장 큰 혜택은,
1/ 한 방에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성 생리대를 섭스크립션으로 판매하는 스타트업의 예를 들어보자. 어떤 고객이 6개월 치 섭스크립션을 구독하면 6개월 동안 한 명의 고객한테 정기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매출을 한 번에 확보할 뿐만 아니라 즉시 수금할 수 있다. 이런 고객의 수가 늘어나면 회사는 이 많은 현금을 다시 재투자해서 더 좋은 플랫폼을 만들거나 여러 가지 유용한 쪽으로 사용할 수 있다. 돈 없는 스타트업, 그리고 돈을 만지는 게 쉽지 않은 스타트업들한테 현금만큼 좋은 건 없다.
2/ 꾸준한 cash flow와 같이 제공되는 건 꽤 정확한 수요예측능력이다. 6개월 섭스크립션 고객이 1,000명이 있다면 6개월 동안 회사가 판매할 수 있는 생리대의 숫자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 수치를 기반으로 회사는 생리대를 대량으로 도매확보 할 수 있으며,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정 제품이 얼마만큼 팔릴지 모르니 항상 재고를 가져가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건 상당히 큰 매력이자 경쟁력이 될 수 있다.
3/ 고객이 있는 회사라면, 기존 고객을 유지하면서 신규 고객을 계속 유치하는 게 회사의 지상과제이다. 섭스크립션 모델을 잘 활용하면 신규 고객 유치에 회사의 모든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 왜냐하면, 위의 예에서는 고객들을 6개월 동안 완전히 lock 했기 때문에 이 고객들은 별다른 이슈가 없다면 최소 6개월은 이 회사의 고객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개의 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한 후에 어떻게 하면 이 고객한테 다른 제품도 판매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 시간에 신규 고객 유치 전략에 대해서 생각하면 된다. 섭스크립션은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기에는 가장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매번 전자상거래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서 같은 제품을 주문하고 결제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제공되지만, 또 다른 혜택은 바로 전혀 모르던 새로운 제품들을 섭스크립션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발견의 기쁨’ 이다. 그리고 이 발견의 기쁨은 개인화로 이어진다. 자주 사용하는 제품을 정기구독하는 섭스크립션 모델과는 약간 다른, 모르는 제품을 발견할 수 있는 큐레이션 섭스크립션 모델이 이 경우이다. 매달 특정 금액을 지급하면 나보다 특정 분야에 대해서 잘 아는 전문가들이 알아서 특정 제품들을 잘 큐레이션 해서 보내주는 서비스들이 요새 지속해서 생기고, 없어지고, 또 생기고 있다. 우리 투자사 중 SnackFever라는 스타트업이 있는데, 이 회사는 미국 고객들에게 한국 과자들을 큐레이션 해서 배달해주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고객들한테는 난생처음 보는 한국 과자들이다. 이 중 싫어하는 과자도 있고, 매우 좋아하는 과자들도 있을텐데, 이러한 고객들의 취향을 계속 분석하다 보면 이들이 좋아할 만한 과자들을 계속 추천하고 보내줄 수 있다. 가령, ‘새우깡’과 ‘고래밥’을 좋아하는 고객은 문어과자 또는 짭짤한 해산물 맛 과자들을 좋아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러면 모든 제품을 섭스크립션으로 판매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수많은 정기구독 전자상거래 서비스들이 실패하고 문을 닫았다. 섭스크립션 모델이 통하는 건 딱 2가지 부류의 제품밖에 없다.
첫째는 – 너무 당연하지만 – 자주 사용하는 필수품이다. 위에서 예를 든 생리대, 아기 기저귀, 개밥, 물 등은 모두 정기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필수품들이다. 이런 제품들이 섭스크립션 모델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물이나 기저귀 또는 개밥 같은 제품은 무겁기까지 하니 온라인 구매에 아주 적합하다.
두 번째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전문지식이 별로 없는, 그리고 그 종류의 수가 다양한 제품군이다. 와인이 아주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워낙 복잡한 분야라서 일반인들은 대부분 와인에 대해서 잘 모르고, 와인의 종류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다. 이런 제품을 섭스크립션 기반으로 주문하면, 와인에 대한 전문가들이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정기적으로 큐레이션 해서 보내준다.

그런데 이런 섭스크립션 서비스를 사용하다 보면 금방 질릴 수 있다. 같은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것도 피곤해지고, 남이 나를 위해 큐레이션 해서 매번 보내주는 제품도 어느 순간부터는 물린다. 이런 점들을 잘 고려해서 섭스크립션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기획하고 실험해봐야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dualcube.com/selling-subscriptions-woocommer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