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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서비스 업그레이드는 이렇게

Facebook이 Timeline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적용한 지 몇 개월이 지났다. 내 기억으로는 타임라인이 처음 발표되고 소개된 게 작년 말이었고, 그동안 사용자들은 타임라인을 7일 동안 시험적으로 사용해볼 기회가 있었다. 좋으면 바로 적용할 수도 있었고, 아니면 그 기간에 기존의 프로파일 페이지 UI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었다. 지금은 좋든 나쁘든 강제적으로 페이스북의 모든 페이지에는 새로운 타임라인이 적용되어있다.

구글의 대표적인 제품들인 YouTube와 Gmail 또한 비슷한 과정을 거쳤던 거로 기억한다. 대대적인 서비스/UI 업그레이드를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전에 사용자들에게 변경된 내용과 UI에 대해서 알려주고, 특정 기간 실제로 사용해볼 기회가 주어졌다. 며칠 사용해보고 편하고 익숙해졌으면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적용할 수 있었고 별로 맘에 안 들면 이전 버전의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페이스북 타임라인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후에야 강제적으로 업그레이드가 적용되었다. 물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전 공지를 해주었다.

“그냥 업그레이드해버리면 되지 왜 이렇게 피곤하게 시간을 들여가면서 할까?”라고 나는 당시 생각을 했었다. 뮤직쉐이크에서는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할 때 그냥 사용자들에게 “몇 월 며칠 몇 시간 동안 업그레이드를 할 겁니다”라고 발표하고 그냥 새로운 버전을 적용했다. 굳이 귀찮게 기존 서비스와 새로운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안 그래도 복잡한 인생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 싫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Jason Fried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관해서 쓴 글을 읽고 왜 이런 절차를 거치는지 이해를 했다. 참고로 Jason Fried는 Basecamp 제품을 (Ruby on Rails) 만드는 37signals의 창업자이자, 노련한 개발자/디자이너/기획자/경영인이다.

Basecamp 또한 1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서 제품의 업그레이드를 준비했고 2012년 3월 6일 오전 8시에 ‘Launch’ 버튼을 눌러서 한 번에 업그레이드를 전체적으로 적용했다. 물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하루 만에 신규 고객 10,000명이 서비스 등록을 했고 우려했던 서버 문제나 속도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통해서 업그레이드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고객심리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고 한다.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고객들에게 더 빠르고, 더 이쁘고, 더 좋은 기능의, 더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업그레이드(upgrade)라는 말 자체가 기존 제품을 더 향상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 어떠한 스타트업도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다운그레이드(downgrade)된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존 서비스를 경험해보지 않은 완전 신규 사용자들에게는 이 업그레이드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그들에게는 이 업그레이드 된 서비스가 처음으로 접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서비스를 사용하던 기존 사용자들에게 이 업그레이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더 좋아진 서비스이지만, 이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건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새롭다’가 ‘더 좋은 서비스’로 다가온 게 아니라 오히려 ‘뭔가 달라진 서비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뭔가 달라졌다는 건 항상 긴장과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Jason은 이 경험을 마치 어느 날 우리 집 거실로 들어왔는데 누군가 벽지를 새로 하고 가구를 재배치한 거에 비교했다. 이에 대한 대부분 사람의 첫 번째 반응은 거실이 전보다 더 좋아졌다가 아니라 “음…누군가가 벽지랑 가구를 바꾸어 놓았는데 뭔가 좀 달라 보이네.”이다. 그리고 뭔가 달라 보인다는 건 일단 일시적인 혼란을 가져온다.

즉, 새로운 서비스에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만약에 내가 유튜브에서 동영상 관련 프로젝트 작업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UI와 기능들이 바뀐다면 나 또한 많이 혼란스러워할 것이고, 새로운 서비스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므로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이 노련한 웹서비스 업체들은 업그레이드하더라도 강제적으로 일괄 적용하지 않고 일단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기능과 UI들을 공개하고 바뀐 서비스에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어느 정도 주는 것이다.

현재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라면 이런 접근방법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기존 사용자들에게 업그레이드에 대해서 알려주고 초대를 해서 새로운 기능과 UI를 경험할 수 있는 기간을 줘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충분히 사용해보고 익숙해졌을 때 스스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

모든 창업가는 고객들의 습관, 심리 및 기대수준에 대해서 항상 고민해야 하며 이들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디자인, 코딩,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에 대해서 더욱더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 역시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편하게 느끼는 서비스들이 그냥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거는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 좋은 글이었다.

참고:
 -Jason Fried, “How to Avoid the Upgrade Backlash” (Inc., 2012.05.01.)

Microsoft Store (마이크로소프트 벼룩시장)

난 2005년 1월부터 2007년 5월까지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었다. 내가 당시 근무했던 기간에는 아직 Google, Apple 그리고 Facebook의 힘이 지금같이 막대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고 있는걸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나름대로 innovation을 통해서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있는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점은 바로 Bill Gates가 그 당시 회사의 CEO였기 때문에 Steve Ballmer의 허튼짓들과 광기를 억누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동안 세월이 많이 변했고 레드몬드의 공룡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말 공룡같이 둔해졌고 어쩌면 곧 멸종될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난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이 남아있다. 아직도 나는 MSFT의 소액 주주이며 아직 한 주도 팔지 않고 있다 ($30이 넘으면 팔려고 했는데 아직 몇 년째 못 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 빌 게이츠의 영원한 팬이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신제품이 출시되거나 새로운 소식이 발표되면 꽤 관심 있게 검토하고 사용해보곤 한다.

얼마 전에 우리 집 근처의 쇼핑센터에 갔다가 그동안 말로만 듣던 Microsoft Store가 생긴 걸 보고 너무나 반가워서 와이프와 함께 들어가 봤다. 그리고 엄청 실망하고 나왔다.
아직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고 있는 옛 동료들과 친구들도 많고 또한 소액 주주로써 웬만하면 이제 MSFT에 대해서 부정적인 글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스토어에 대한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어서 여기 몇 자 적어본다.

Microsoft Store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마이크로소프트 벼룩시장”이다. 워낙 애플 스토어의 깔끔함과 미니멀리슴에 익숙해서 그런지 도대체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는 뭘 파는 가게인지 약간 의심이 들 정도였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애플과 같이 A부터 Z까지 OS, 소프트웨어 그리고 하드웨어를 다 in-house에서 제조하는 게 아니므로 애플 스토어와 같은 ONE CONCEPT, ONE BRAND를 기대할 수는 없다. 나도 이 정도는 잘 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관련자한테 이에 관해서 물어보니 비슷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만 주로 제공하고 하드웨어는 많은 제조업체가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모양과 다양한 색감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애플과 같이 white, metallic, minimalist 컨셉보다 이런 게 훨씬 좋은 거 같은데요?”라는 말을 하는데, 역시 관련자의 수준이 이 정도이니 이런 후진 가게가 산출물로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이런 이유로 IBM, Sony, Samsung, Acer, ASUS, LG, HP 등등의 노트북, 데스크톱, 태블릿, 폰, TV와 잡동사니가 가지각색의 모양과 색깔로 어수선하게 전시되어야만 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는 도대체 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행태를 보면 애플과 구글이 하는 걸 무조건 따라 하려는 성향이 있는데 애플 스토어의 인기가 많으니 일단 따라 한 거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밑에 사진 보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할인 프로모션 배너를 이젤 위에 얹어 놓았는데 싸구려 나무 이젤이라니….

안 그래도 어수선한 제품들을 파는 가게에서 더욱더 눈을 피곤하게 하는 건 바로 전반적인 색감이다. Windows 브랜드 색인 빨강, 파랑, 초록 그리고 노랑을 위주로 인테리어를 장식했고 직원들도 이 4가지 색 중 하나의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물론, 색을 통해서 브랜드를 계속 노출하는 건 좋은데 고객의 입장에서는 약간 눈에 피로감이 올 수 있는 경험을 했다.

30분 동안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가게를 찾는 고객군들 또한 애플 스토어와는 차이가 크게 난다. 애플은 젊고 cool 한 돈이 좀 있는 고객들이 오는 거 같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옷도 잘 못 입고 저렴함을 찾는 고객들이 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를 포함?). 직원들이 고객들한테 ‘25% 할인 프로모션’을 계속 강조하는걸 보면 어쩌면 처음부터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Microsoft Store에서의 최악의 경험은 바로 직원들 그 자체였다. 그들의 낮은 수준이었다. 어떻게 ‘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이런 허섭스레기들을 자기네 얼굴과도 같은 스토어에 채용했을까? 약 30분간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 있는 동안 12명의 직원이 와서 “뭐 도와드릴까요?” “궁금하신 점 있으신가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25% 할인 프로모션에 대해서 알려드릴까요?”를 토시 하나 안 틀리고 앵무새 같은 목소리로 지저귀며 계속 귀찮게 했다. 심지어는 5분 전에 이미 이 프로모션에 대해서 우리한테 자세히 설명해준 어떤 멍청한 여직원은 다시 우리한테 와서 “할인 프로모션에 대해서 아시나요?”를 또 물어보기도 했다. 더 한심한 거는 대부분의 직원이 본인이 뭘 파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Windows 7 Enterprise의 용량을 물어봤는데, 주위에 있던 4명의 직원이 전혀 모르고 있었고 Windows 7 Starter에 관해서 물어봤더니 “그게 뭐지? 그런 것도 있나?”라고 하는 직원조차 있었다. 참고로 Windows 7 Starter는 저사양 넷북을 위한 Windows 7이고,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는 넷북이 여러 대 진열되어 있었다.

즉, 직원 교육이 전혀 안 되고 있다는 뜻이다.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을 급히 채용했다는 느낌을 팍팍 받았고 작은 가게에 너무 많은 직원을 배치해놔서 서로의 담당 구역 관리가 전혀 되지 않기 때문에 같은 직원이 또 와서 똑같은 질문들을 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파는 제품에 대해서 너무나 교육이 잘되어 있고 경험이 많은 애플 스토어 직원들과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의 수준이었다. 참고로 나는 최근에 iPhone 4S를 사기 위해서 애플 스토어를 찾아갔었는데 이때 캐리어인 AT&T;와 작은 문제가 있었다. 담당 직원이 너무나 깔끔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 줬는데, 이때 나는 작은 감동까지 받은 경험이 있다.

들어간지 30분만에 나는 Microsoft Store를 나왔다. 맹세컨데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왜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움을 얻지 못하는 것일까? 마이크로소프트의 신제품 출시 전략은 주로 ‘일단 출시하고, 계속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적당한 가격에 더욱더 많은 사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자. 우리는 돈이 많으니까 5년이 걸려도 되고 10년이 걸려도 된다.’ 이다. 이게 어떻게 보면 비즈니스를 long-term으로 보고 꾸준히 노력하니까 굉장히 좋은 전략이 될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되지도 않는 비즈니스를 너무 오래 해서 돈만 낭비하는 매우 나쁜 전략이 될 수도 있다. 하여튼 이런 전략을 실행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돈이 많아야 하는 건데 마이크로소프트에 돈은 아직은 전혀 문제가 안 되기 때문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Xbox의 예를 한번 들어보자. 2001년도에 Xbox가 처음 출시되었고, 2005년도에 후속타인 Xbox 360이 출시되었는데 전문가들에 의하면 그때까지도 Xbox 한 대 팔 때마다 손실액이 약 15만 원이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3년 동안 Xbox를 담당하는 그룹은 계속 흑자를 내고 있고, 지난 사분기에는 Kinect라는 효자 상품 덕분에 – 마이크로소프트도 가끔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 1조 원 이상의 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그동안 Xbox 그룹이 퍼부어야 했던 돈은 얼마일까? 거의 6조 원 이상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다른 제품들도 비슷하다. 구글로부터 검색 시장을 뺏어오려고 Bing을 출시한 검색 그룹은 최근 5년 동안 수조 원의 현금을 퍼부었고, Windows Phone은 말할 필요도 없다. Windows Phone 7을 유통하기 위해서 노키아에만 지급한 게 2조 원이 넘는다.

자, 과연 Microsoft Store도 이런 방향으로 가게 될까? 수년 동안 수조 원의 돈을 퍼부어서 결국에는 애플 스토어를 따라잡을 만한 가게로 만들 수 있을까? 단위 면적당(1 sq ft) 매출 600만 원 이상으로 전 세계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소매상점인 애플 스토어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참고로 2위는 보석상인 Tiffany인데 단위면적당 매출은 애플의 절반인 300만 원 밖에 안된다). 글쎄다. 내가 느낀바로는 한 10년 정도의 시간과 수십 조원의 현금이 또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때가 되면 애플은 또 몇단계 업그레이드 되어있을 것이다.

(내가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위기에 대해서 쓴 포스팅들이다)
Microsoft 이제는 어디로?
Microsoft in deep shit?

아, 그나마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내가 가장 즐겼던 제품은 Surface였다. 이건 정말로 꽤 쿨한 제품인거 같다.

참고:
Costa Mesa Microsoft Store
-Cult of Mac “Move Over Tiffany’s! Per Square Foot, Apple Is The Most Powerful Retailer In America” by Killiam Bell
-Business Insider “Microsoft’s Board Is Now Worried About How Much Money XBox Will Lose” by Matt Rosoff

너무 이른 성장 (Premature Scaling)

얼마전에 Startup Genome Project에서 발표한 보고서 – 다양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창업가, 투자자, 학자 등) 8개월 동안 3,200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을 여러각도에서 분석한 내용 – 에 의하면 스타트업의 성공 또는 실패 뒤에는 수백가지 이유가 있지만서도, 그렇다고 3,200개의 스타트업이 3,200개의 각각 다른 성공/실패 이유가 있는건 아니고 이 중에서도 공통적인 패턴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발견은 바로 스타트업의 위치, 창업자의 나이, 성별 또는 과거 창업 경험 뭐 이런거는 스타트업이 성공하거나 실패하는거와는 전혀 상관 관계가 없으며, 스타트업의 실패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너무 이른 성장 (premature scaling)’이라고 한다. 너무 이른 성장에 대한 연구원들의 정의는 “비즈니스의 특정 부분에만 불균형적으로 돈과 자원을 투자해서 – 다른 부분에 비해서 – 이 부분만 너무 빨리 성장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조금 풀어 말하자면, 스타트업이 초기 단계에 고객획득에만 너무 많은 돈을 쓴다거나, 개발에만 너무 많은 인력을 투입한다거나 또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자금을 유치하는것이다 (이 보고서 제작에 참여했던 어떤 VC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투자를 받는건 마치 자동차에 로켓 엔진을 다는거와 같다고 한다).
위 괄호에서 언급한 자동차의 예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성장하려면, 엑셀을 밟기전에 자동차의 내부부품들이 로켓엔진의 속도와 힘을 견딜 수 있도록 사전에 정비하는게 중요하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조사한 스타트업의 70% 이상이 너무 이른 성장을 경험했다고 한다. 또한, 급성장하는 인터넷 스타트업 중 74%가 너무 이른 성장으로 인해서 실패할 것이라고 예측하는데 그 뒤에 깔린 이론 또한 매우 재미있다. 스타트업들이 너무 빨리 성장하려고 하는 주된 이유는 바로 너무 많은 스타트업이 몇명의 early adopter들과 시장(market)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해서라고 한다. 즉, 백만명의 early adopter들이 갑자기 우리 서비스를 사용했다고해서 우리 서비스가 실제로 어떤 시장을 찾았다는거는 아니니 착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보고서를 읽는 내내 내 머리속에는 한 스타트업이 계속 생각났다. 바로 지난 주에 상장한 그루폰이다. 그루폰이야말로 너무 이른 성장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매일 생겨나는 짝뚱 경쟁자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 고객을 획득하는데 너무나 많은 비용을 쓰기 때문에 그만큼 회사 운영의 다른 분야에 (개발, 고객 서비스, 고객 분석 등) 돈과 자원을 투자하는데 소홀히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서 말한대로 과연 그루폰은 실패할까?
-그루폰 IPO 개시가는 (2011.11.4.) $20이었는데, 첫날 거래는 성공적으로 $26.11에 마감했다. 오프닝 가격보다 31% 증가한 셈이지만, 거래 첫날 이후부터 주가는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루폰과 진입장벽에 대해서 쓴 블로그 참고 

‘너무 이른 성장’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패한다는 결과 외에 보고서의 몇 가지 재미있는 내용들:
-실험정신의 중요성: 비즈니스 모델에 지속적으로 변화를 주면서 실험하는 스타트업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실험은 몇번이나 해야할까?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은것일까? 보고서에 의하면 한번 또는 두번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그 이하 또는 그 이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는 실험을 하는 스타트업들은 실패할 확률이 커진다고 한다.
-동업의 필요성: 1인창조기업은 성공하기 힘들다. 성공을 해도 2인창조기업보다 3.6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대한민국 정부의 ‘일인창조기업’ 지원 정책은 역시 공무원들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반영하는 정책이다.
-경영과 공학의 조화: 경영학도 위주 또는 공학도 위주의 극단적인 구성보다는 경영학도 한명과 공학도 한명으로 구성된 창업팀이 30%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2.9배 더 빠르게 성장한다.
-창업가의 비현실적인 긍정주의: 대부분의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시장에서 입증받는데는 창업가들이 생각하는거보다 2~3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또한, 아직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스타트업의 창업가들은 target 시장의 크기를 실제 크기보다 100배 이상으로 생각한다 (절대 공감!)

*52장짜리의 full 보고서 “Startup Genome Report Extra on Premature Scaling”을 읽고 싶은 분들은 여기서 다운받으면 됨

참고:
-“Startup Genome Report Extra on Premature Scaling”
-Forbes 2011.09.02 “#1 Cause of Startup Death? Premature Scaling” by Nathan Furr

Your Startup and Your Team

[스타트업 바이블]이 출간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백만 부가 팔리지는 않았지만(아직), 그래도 처음 출간한 책치고는, 그리고 ‘벤처’ ‘창업’이라는 아직 한국에서 대중적이지 않은 틈새시장을 위한 책치고는 많은 독자분이 읽었다. 책 부수보다 더 중요한 거는 읽으신 분들 대부분 내 생각과 책의 내용에 대해서 많이 공감하고 느꼈으며, 그들의 비즈니스와 인생에 책의 내용을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바이블에서 딱 한 가지만 기억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스타트업 =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도 이제 거의 10년 넘게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사람과 team이 스타트업의 전부라는 절대불변의 진리를 하루가 다르게 더욱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현재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매일매일 당신들과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바로 당신의 회사라는 점을 잊지 말자. CEO는 업무시간의 80% 이상을 좋은 사람들을 찾고 채용하는데 사용해야 한다는 점과 함께. 그래서 여기서는 [스타트업 바이블]에 나오는 “사람”과 관련된 좋은 문구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본다:

  •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원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람’이다. 따라서 인재를 채용하고 관리하는 일은 스타트업의 운영에서도 자연스럽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책에서 오직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그것은 바로 ‘스타트업=사람’이라는 공식일 것이다.
  • 스타트업의 인재 채용과 관련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지침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최대한 채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신 100% 마음에 드는 사람만 채용해라. 인원이 두 배라고 해서 생산성도 두 배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 뮤직쉐이크는 2009년 힘든 시기를 보내며 원치 않는 감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 1년 사이에 직원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감원 전에 처리했던 일의 양과 감원 후 처리하는 일의 양이 거의 비슷했다. 인원이 두 배라고 해서 생산성도 두 배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 지금은 파산한 Circuit City의 대표이사였던 Alan Wurtzel에게 당시 부사장이었던 Walter Bruckart가, “사장님, 신규 인력이 필요한데 아직 적당한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데 어느 시점에 채용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었다.이때 알란의 대답은 확고했다. “계속 찾아보세요. 확실한 사람을 찾을 때까지는 그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봅시다.”
  • 완벽한 인재 채용 관련 HP의 David Packard는 이렇게 말했다.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매출목표가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기에 적합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면, 일시적으로 아무나 채용하지 말고 목표를 하향 조정해라.”
  • B급 인재 열 명보다는 A급 인재 한 명을 채용해라. 스타트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몸값 5천만 원의 B급 인재 열 명보다 몸값 5억 원의 A급 인재 한 명이 더 필요하다.
  • 나보다 항상 똑똑한 사람을 채용해라.
  • A급 인재의 주위에는 늘 같은 A급 인재들이 모인다. A급 인재는 A+급 인재를 채용하지만, B급 인재들은 C급 인재를 채용한다.
  • 이력서에 집착하지 말아라. 학력과 경력은 이력서에서는 중요한 요소일지 몰라도, 실제로 일을 할 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 끝을 볼 줄 아는 ‘미친’ 사람을 찾아라.
  • “나의 가장 소중한 직원들이 매일 저녁 회사 정문으로 퇴근합니다. 대표이사로서 제가 할 일은 이 사람들이 다음 날 다시 회사로 돌아오도록 하는 겁니다.” -2010년 Fortune지 선정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1위 SAS의 창업자/CEO Jim Goodnight
  •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도 하기 싫어한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CEO가 직접 해라. 행동으로써 보여줘라.
  • 직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라. 모든 직원을 연애 초기의 애인이라고 생각해라.
  • 해고는 과감하게. 해고 결정을 하면 바로 해고해라.
  •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 아니다. ‘적합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중.
  • 좋은 팀이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쓸 만한 아이디어와 적당한 양의 돈은 좋은 팀만 갖춰지면 자연히 따라오는 파생적인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좋은 아이디어는 좋은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적당한 양의 돈은 좋은 사람들에게 투자되지 않는가.
  •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와 제안서 맨 앞장에는 창업자와 경영진의 이력이 제시된다. 투자자들은 먼저 인적 자원의 경쟁력 여부를 판단한 후에 그 뒷장을 넘겨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검토하기 때문이다.
  • 창업 team을 멀리서 찾지 말아라. 가족이나 친구와 창업을 하는 게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 좋은 학교를 다닌다고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좋은 인재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능력과 형편이 된다면 좋은 학교로 가라.
  • CEO의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업무는 좋은 사람을 발굴해서 채용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회사는 알아서 잘 굴러간다.
  • 당신이 지금 힘들게 채용해서 만드는 team이 바로 당신이 만들 회사 그 자체임을 잊지 말아라.

이외에 독자분들이 알고 있는 “사람”과 관련된 좋은 문구들이 있으면 알려주세요(답글).

사과 속으로 – 애플의 성공 비결

나는 “후회”를 싫어한다. 그래서 후회할 일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은 힘들지만 더 열심히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나도 생각할 때마다 아쉬워하며 후회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5년 전에 Apple사의 주식을 사지 않은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왕창 샀다 대신…완전 실수였지). 그당시 애플의 주가는 약 $60 정도였는데, 2011년 7월 23일 기준으로 애플의 주가는 $390이다.
2010년도 애플의 매출은 약 72조원, 순이익은 15조원이었다. 시총은 무려 360조원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이미 제꼈고, 애플에 투자한 사람들은 자그마치 53.1%라는 어마어마한 투자회수율을 즐기고 있다. 
애플은 도대체 뭐가 다를까? 남과 뭘 어떻게 다르게 하길래 이렇게 비즈니스를 잘 할까? 창업 후 기업이 수명을 다하기까지 히트 상품을 1개 만들기도 힘든데 대박 상품에 이어 또 대박 상품을 한번도, 두번도 아닌 여러 번 반복하는 애플의 비결은 무엇일까? 50,000명 이상의 직원과 연매출이 72조원에 웃도는 대기업이 어떻게 해마다 60% 이상 성장할 수 있을까? 애플은 이러한 성공 비결을 공유하길 가장 꺼려하는 기업 중 하나이지만 얼마전에 Fortune지에서 “Inside Apple”이라는 상세한 기사가 개재되었는데 그 기사와 그동안 내가 애플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종합해서 내가 생각하는 애플의 성공 비결 몇가지를 한번 정리해 본다:

1. 확실한 책임 소지 (1) – ‘실패’라는 단어는 애플한테는 매우 낯설지만 그래도 가끔 실패를 한다. 2008년도 애플이 3G 아이폰을 처음 발표하면서 완벽한 동기화를 제공하는 MobileMe라는 이메일 서비스를 같이 launch 했다. 아이폰은 초대박이 났지만, MobileMe는 화려하게 실패했다. 유저들은 이메일이 중간에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서 불평했고, 블랙배리에 비해서 동기화가 너무 불편하다는 피드백이 대세였다.
스티브 잡스는 얼마 후 MobileMe 팀원들을 모두 불러 모았고 그 자리에 있었던 애플 직원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MobileMe가 어떤 기능을 제공해야하는 서비스인지 누가 좀 말해 줄래요?”라고 잡스가 MobileMe 팀원들한테 물었다. 몇몇 팀원들이 다양한 답변을 제공했고 잡스는 바로 “이런 제기랄. 그런데 왜 니네가 만든 MobileMe는 그런것들이 안되냔 말이야!”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그이후 약 30분 동안 잡스는 MobileMe 팀이 애플의 명성을 추락시켰고, 애플한테 매우 우호적인 Wall Street Journal의 저명한 기술 평론가인 Walt Mossberg마저 MobileMe에 대한 악평을 했다면서 그 자리에서 MobileMe 그룹장을 해고하고 교체했다.
2. 확실한 책임 소지 (2) – 애플에는 프로젝트가 크던 작던 DRI라는 비공식적인 직급이 존재한다. Direct Responsible Individual 의 준말이며, 말 그대로 “직접적인 책임자”이다. 미팅이나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DRI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문서화되기 때문에 모든 팀원들은 누가 책임을 소지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애플의 모든 미팅 일정에는 구체적인 action plan들이 나열되어 있고, 각 action plan 옆에는 해당 DRI의 이름이 적혀있다고 한다. 애플 내부에서 아주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질문 중 하나가 “DRI가 누구지?”라고 한다.
이런 제도를 통해서 정확한 담당자와 책임자를 파악하는데 혼돈이 발생하는걸 방지한다.
3. 변명은 금물 – 애플의 임원들이 부사장 (VP)으로 승진할때마다 잡스가 이들에게 해주는 설교가 있다. “부사장과 청소부의 차이점”이라는 이야기인데 다음과 같다. 어느날 잡스 사무실의 쓰레기통이 매일 비워지지 않아서 청소부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사무실 자물쇠가 바뀌었는데 본인은 새로운 키가 없어서 쓰레기통을 비우지 못했다는 거다. 업으로 쓰레기통을 비우는 청소부의 입에서는 나올 수 있는 변명이고 청소부는 본인의 실수에 대한 변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사장은 그렇지 못하다. 신임 부사장들한테 잡스는 항상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고 한다. “당신이 청소부라면 여러가지 변명을 할 수 있다. 청소부한테는 변명이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사장이 되면서 그런건 의미가 없어진다.” (참고로, 애플에는 부사장이 70명 밖에 없다)
4. Fast and Nimble – 직원 50,000명의 대기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애플은 민첩하게 움직인다. 임원단에서 전략의 방향을 바꾸기로 결정하면, 변화는 그 순간 즉시 360도로 일어난다. 한 예로 애플 경영진은 신제품 출시 48시간 전에도 가격을 바꾸는걸로 유명하며, 보지 못했던 기회가 발생하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재빨리 방향을 바꾸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5. 별똥부대 Top 100 – 애플에는 스티브 잡스와 직접 만나서 애플의 중요한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본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Top 100”라고 하는 이 집단은 해마다 비밀리에 모여서 3일동안 잡스와 함께 애플의 전략에 대해서 회의를 한다. Top 100에 대한 모든 사항은 극비로 진행되는데 그 존재마저도 애플 내부에서 공식적이지 않으며, 입소문을 통해서만 존재한다. 해마다 열리는 이 회의에 참석자들은 회의 장소로 직접 운전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대신 애플 본사 Cupertino로부터 버스를 타고 단체로 같이 이동한다.
Top 100 미팅을 통해서 잡스는 회사의 핵심인력들한테 앞으로 애플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발표하며, 차세대 리더들과 함께 그의 비전을 공유한다. 행사는 잡스가 특유의 카리스마틱한 발표 스타일로 직접 kick-off하며 다양한 세션을 통해서 사전에 결정된 담당자들의 발표로 진행된다. 100명 모두가 발표하는건 아니고 이 중 10명 정도만 발표를 하는데 듣는 사람들한테는 흥분되고 기억에 남는 행사가 되지만, 발표하는 사람들한테는 매우 긴장되고 악몽과도 같은 자리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실수하면 바로 짤릴 수가 있다고 한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애플에서 일했던Mike Janes는 Top 100 미팅을 통해서 잡스가 iPod를 처음 보여줬다고 한다. “우리가 iPod를 최초로 본 그룹이었죠.”
Top 100은 스티브 잡스가 직접 선발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직급으로 뽑는건 아니라고 한다. 물론, 부사장급의 경영진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갓 입사한 유능한 신입 직원들도 간혹 Top 100 미팅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Top 100의 명예는 절대 영원한거는 아니다. 해마다 새롭게 선발되며 조금이라도 능력, 성과 또는 가능성이 부족하면 그 사람은 Top 100 리스트에서 제명된다. 여기에서 밀린 애플 직원들로 구성된 Bottom 100라는 모임이 존재한다는 소문도 있다 🙂
잡스는 비공식적으로 Top 100에 대해서 “내가 회사를 다시 맨땅에서 세워야 한다면, 이 100명의 직원들과 같이 만들겠다.”라고 말한적이 있다고 한다.
6. Do More with Less – 애플은 차고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3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실리콘 밸리 기준) 대기업이다. 지리적으로는 실리콘 밸리의 중앙에 위치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과는 사뭇 다른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갓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멘탈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특히, 회사의 사활을 결정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들에 많은 인력이 아닌, 소수의 정예 멤버들만 투입하는 스타트업 특유의 “Do More with Less” 정신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하나의 예를 들면: 애플의 Safari 웹브라우저를 iPad용 사파리 브라우저로 바꾸는 – 엄청나게 큰 프로젝트였다 – 코딩을 담당한 엔지니어는 달랑 2명이었다고 한다. 2010년도 한 기술 conference에서 스티브 잡스는 다음과 같이 애플의 do-more-with-less 정신을 요약한 적이 있다. “애플은 가장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아닙니다. 그대신 우리가 계속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떤 말을 탈지 (choosing which horses to ride) 아주 신중하게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만 본다면 정말 말도 안되는 말이다. 한때는 애플도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현금만 70조원이 넘게 있는 회사가 자원이 별로 없다는걸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비용을 아끼면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스타트업 마인드를 가지고 일을 한다는걸 의미한다.
실은 “Do More with Less”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가장 즐겨 쓰던 말 중 하나였고, 나의 짧았던 마이크로소프트 시절을 회상해보면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중요한 프로젝트에 항상 필요한거보다 더 적은 자원과 인력을 배정했었다. 잘되는 회사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나 보다.
7. 써야할때는 아끼지 말아라 – 애플에서 말하는 자원 부족은 주로 ‘좋은 인력’과 관련되었지 ‘돈’과 관련된거는 아니다. 심사숙고한 후에 결정을 하면 애플은 그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최신 iMovie 소프트웨어 홍보 동영상용 음악 제작을 위해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까지 모셔왔으며, 몇 년 전에는 데모용 동영상에 필요한 결혼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 카메라팀 전원을 하와이까지 보낸적이 있다.
8. 전문가 (specialist) 집단 – 애플은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모두가 전문가가 (specialist) 되길 격려한다. 이는 조직 위로 갈수록 일반가를 (generalist) 강조하는 다른 대기업과는 매우 다른 점이다. 애플 직원들은 담당 분야 이외에는 touch할 권한도 없을 뿐더러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애플의 인터넷 상점을 담당하고 있는 Jennifer Bailey는 인터넷 상점 사이트의 이미지나 사진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는다. 이미지와 사진들은 모두 애플의 그래픽 그룹에서 담당하기 때문이다. 애플에서 가장 힘이 센 임원 중 한명인 Ron Johnson (전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수익성이 가장 높은 Apple Store 총괄) 또한 애플 스토어의 재고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권한도 없다. 애플의 모든 재고관리는 스티브 잡스가 병가로 회사를 떠났을 때 임시 CEO를 담당했던 애플의 COO인 Tim Cook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잡스가 전문화 (specialization)를 강조하는 이유는 전문화야 말로 회사의 다양한 부서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직원들과 부서를 관리하기 위한 관리 목적만을 위해서 관리자를 채용하는 건 매우 비효율적인 운영 방침이라고 항상 강조한다 (믿습니다!). 그의 이런 회사 운영 방침은 매니저들이 특정 위치에 도달하면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일반가로 만드는 GE의 인재육성 방침과는 완전 정반대이다. 아마도 이러한 잡스의 사고 방식 때문인지 애플에서는 본인이 담당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나이, 직급, 학벌, 연차, 타 부서/직원과의 관계 등과 상관없이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는 거 같다.
9. Apple University – “스티브 잡스가 죽으면 애플은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우리는 요새 자주 접하고 있다. 애플을 잘 알고 있는 많은 전문가들은 ‘애플 = 스티브 잡스’이기 때문에 잡스가 죽으면 애플도 서서히 망할 것이라 하며, 후계자 양성에 소홀히 하고 있는 잡스와 애플을 비난하고 있다.
실은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3년전 스티브 잡스가 건강악화로 두 번째 휴가를 떠나기 전에 그는 Yale 경영 대학원장인 Joel Podolny를 스카우트해왔다. Podolny씨는 경영학 중 인재관리 분야의 전문가였는데 그는 애플로 온 후로부터 잠수를 탔고, 그가 몇 년 전에 애플의 HR 부사장으로 임명되었을 때도 그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Podolny씨는 비밀리에 Apple University라는 큰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었다. 바로 스티브 잡스 이후의 애플을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할 애플 자체의 내부 교육/훈련 프로그램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경영학의 대가들을 고용했으며, 그 중에는 하버드의 베테랑이자 인텔 앤디 그로브 회장의 전기작가인 Richard Tedlow가 포함되어 있었다. Podolny씨는 이 전문가 집단과 함께 애플의 역사상 중요했던 결정들에 대한 다양한 케이스 스터디를 작성하고 있다. 마치, 모든 MBA 학생들이 사용하는 Harvard Case Study와 같은 자료들이지만 애플 직원들만을 위한 애플의 전용 케이스 스터디 종합 세트인 셈이다. 어떤 내용들인지는 특급 비밀이지만, 애플 내부 임원들에 의하면 아이폰 제조를 중국의 단일 공장으로 통합했던 결정 및 Apple Store를 시작하게된 배경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한다. 참고로, 강사는 외부 강사들도 있지만 Tim Cook와 Ron Johnson과 같은 애플의 탑 임원들이 직접 가르친다고 한다.
Apple University의 궁극적인 목표는 애플의 차세대 리더들이 애플의 과거 사고 방식 및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배움으로써 미래에 대해서 준비시키기위함 이라고 한다.
10. 애플 vs. 마이크로소프트 –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한 경험이 모두 있는 한 임원은 두 회사의 차이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단 돈이 될만한 시장을 파악한 후에,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지 그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지를 연구 합니다. 애플은 완전히 그 반대입니다: 일단 아주 좋은 제품을 만든 후에 그 제품을 팔아서 돈을 억수로 벌 수 있는 시장을 찾던지, 개척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단 시장의 크기를 상세하게 계산한 엑셀 스프레드쉬트로 시작을 하지만, 애플은 프로토타입과 데모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도중 애플의 주가가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400을 넘었다고 한다. 미국이 곧 파산하니 마니 하는 좋지 않은 소식으로 다우와 나스닥 지수가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일어난 일이니 참으로 대단한거 같다. 그만큼 소비자와 시장이 애플에 거는 기대와 희망이 크다는 뜻인거 같다.

앞으로 애플의 활약이 더욱 더 기대되며, 소문대로 iPhone 5가 올해 출시됐으면 좋겠다. 몇년째 iPhone 3를 사용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은 목 빠지겠다.

참고:
-Fortune 2011, May “Inside Apple. From Steve Jobs Down To The Janitor: How America’s Most Successful – And Most Secretive – Big Company Really Works.”
-Apple.com Press Info
-Wikipedia Apple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