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워낙 스포츠를 좋아해서 그런지 이 블로그에도 스포츠 관련 글들이 꽤 있다. 그 중 ‘돈과 스포츠’라는 주제로 쓴 글 2개가 있다. 경영 테크닉들이 스포츠 분야에 어떻게 적용되었고, 그로인한 결과들에 대한 내용들이다:
-‘돈과 스포츠 Part 1 – Private Equity and Boston Celtics‘
-‘돈과 스포츠 Part 2 – Canada and B2ten‘
영리단체들의 특징인 숫자기반, 결과기반, 능력위주, 수익창출, 효율성 위주의 경영 기법과 사고가 비영리단체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고 그 결과로 인해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는걸 보면 놀랄때가 정말 많다. 대영제국 또한 그런 방법으로 올림픽팀을 완전히 구조조정하고 있다.
1996년 아틀랜타 올림픽 폐막 후 영국 올림픽팀은 금메달 1개를 가지고 귀국했다. 이는 금메달 3개를 취득한 카자흐스탄 보다 못한 치욕적인 실적이었다. 영국 타블로이드는 “대영제국이 염소와 양때를 키우고, 독수리를 훈련시켜서 사냥을 하는 카자흐스탄한테 굴육당했다.”라면서 영국 정부, 올림픽 위원회 그리고 올림픽 선수들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대영제국의 올림픽팀은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자국민들은 슬퍼했다. 하지만, 그 이후 Team GB(Great Britain)는 드라마틱하게 컴백을 했고 곧 개막할 런던 올림픽 홈그라운드에서는 메달 신기록을 수립할지도 모른다.
1996년 아틀랜타 올림픽에서 영국은 메달 총 15개를 획득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릭픽에서는 메달 28개를 획득해서 전체 랭킹 10위권에 들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30개, 그리고 4년 뒤인 2008년 베이징 올릭픽에서는 무려 메달 47개를 획득하면서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어서 4위를 했다. 골드만 삭스의 분석에 의하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영국이 65개의 메달을 획득해서 러시아를 넘어설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4년 전보다 메달을 무려 38% 더 이긴다는 이론이다.
다 죽어가는 올릭픽 팀을 영국은 어떻게 구조조정 했을까? 핵심을 정리해본다:
1. 대량감원 및 새로운 team – 1997년도에 영국은 기존 올림픽 준비 위원회를 해체하고 기업마인드를 가진 인력으로 재정비했다. 그리고 UK Sport라는 새로운 기관을 만들었다.
2. 뚜렷한 목표 – UK Sport의 목표는 ‘스포츠를 통한 대영제국의 건강 도모’와 같은 애매모호한게 아니다. 목표는 하나였고 ‘올릭픽에서 금메달을 따는거’ 였다. UK Sport의 대표이사인 Liz Nicholl은 버릇처럼 “올릭픽의 목표는 참여가 아니라 이기는 것이다”라고 말을 했다.
3. 대규모 투자 – 1996년 이전 영국 올릭픽팀은 항상 예산 부족에 허덕였다. 아틀랜타 올릭픽 이후 몇명의 영국 올릭픽 선수들이 돈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선수복과 장비를 팔았다고 하니까 얼마나 돈이 없었는지 상상이 간다. 결국 올림픽도 돈싸움이라는걸 인식한 영국 정치인들은 UK Sport기관에 예산을 배정하기 위해서 새로운 복권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한,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더 많이 획득하기 위해서 영국정부는 UK Sport에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추가로 퍼부었다. 참고로, 한국이나 미국의 올림픽팀의 예산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개인후원으로 충당된다.
4. 우선순위 기반의 전략 – UK Sport는 일단 다른 스포츠보다는 메달을 딸 수 있는 스포츠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했다. 조정, 세일링, 사이클, 육상이 이에 해당됐고 이 4개의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이미 전성기가 지났지만 계속 국제시합에 나가는 선수들은 일부러 체계적으로 운동선수 생활을 마감시켰다. 더이상 메달 획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선수들을 ‘메달 획득 가능성’ 순위로 재배정 했다. Rebecca Romero 선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조정 은메달리스트였지만, UK Sport의 반강제적 권장으로 종목을 사이클링으로 바꿨다. 그녀는 2008년 올림픽에서 사이클링 금메달을 획득했다.
5. 객관적 지표 기반의 평가 – UK Sport는 해마다 영국의 모든 운동 선수들을 객관적인 성적을 기반으로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다. 물론, 모든 평가와 점수는 선수들의 메달 획득 가능성 위주로 실행된다. 시스템은 간단하다. 여러개의 메달 획득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그 선수들에게 가장 많은 예산이 배정된다. Nicholl 대표는 “우리의 시스템이 너무 냉정하고 선수들을 기계와 같이 취급한다는 비난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메달 획득이고 이 목표를 위해서 돈을 한푼도 낭비하지 않는게 제가 해야할 일입니다.”라고 마치 대기업 CEO와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영국이 과연 몇개의 메달을 획득하고 몇위 할지 매우 궁금해졌다(물론, 한국이 제일 궁금하다). 하지만, 나는 쓰러져가는 스포츠팀과 정부기관들이 사기업들의 이러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해서 성공적인 구조조정 과정을 거친 사례들을 많이 목격했기 때문에 분명히 잘 할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정부나 공기업에 이런 체계적인 경영 기법들이 적용되어서 업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하고 국민 세금 낭비를 최소화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참고:
-The Wall Street Journal “The Return of the British Empire” by Paul Sonne and Jonathan Cleg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