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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를 통한 성장


지난 주 한국 tech 업계의 가장 큰 소식은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아닐까 생각된다. 근거없는 소문이 돌 때부터 두 회사의 결혼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실제로 deal이 발표되니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실리콘 밸리의 가장 큰 소식은 애플의 Beats 인수가 아닐까 생각된다. 인수 가격은 30억 달러이고 아직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 딜의 소식을 듣고 나는 다시 한번 한국과 미국의 기업 문화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좀 의외였다. 음악이라면 애플이 좀 알고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했고, 음악관련 비즈니스라면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애플이 타 경쟁사 보다는 훨씬 많은 경험, 좋은 인력 그리고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해도 시장을 점유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서서히 죽어가는 음악 비즈니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준 건 iTunes라고 생각하고 디지털 음악 분야에서 돈을 버는 거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애플을 이기지 못한다고 항상 생각 해왔기 때문이다. 애플이 Beats를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 물론, 이건 업계의 생각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 다시 한번 디지털 음악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음반 시장이 죽으면서 MP3 시장이 커졌고 이 시장의 성장에는 애플이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은 다시 MP3에서 스트리밍, 그리고 무제한 스트리밍으로 – 유료 모델도 있지만 광고를 기반으로 한 무료 모델이 주를 이룬다 – 바뀌고 있다. Pandora나 Spotify가 현재 시장의 강자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도 뛰어들었고 (Xbox Music 솔직히 나쁘지 않다) 많은 기존 및 신규 플레이어들이 이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애플은 이 시장에서 강자가 되기 위해서 Beats를 인수했다고 한다. 실은 Beats Music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아직 걸음마 단계의 서비스이지만, 아마도 애플이 봤던 장기적인 비전은 Beats의 우두머리들인 음악계의 거장들 Dr. Dre와 Jimmy Iovine과 이들이 이끄는 Beats의 팀원들의 가능성이 아닐까 싶다.
나도 음악을 좀 해봤는데 음악만큼 재미있는 비즈니스는 없다. 하지만, 음악만큼 돈 벌기 힘든 비즈니스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 비즈니스를 할 줄 아는 Beats의 하드코어 팀원들만큼 스트리밍 비즈니스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 인력들을 이렇게 한 방에 인수한다는 건 애플한테 매우 중요한 전략일 거 같다.

이 소식을 접하고 역시 미국 기업들은 생각이 다르고 애플이 ‘통’이 크다라는 생각을 다시 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음악 스트리밍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한다는 건 몇 년 전까지만해도 애플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iTunes MP3 비즈니스를 스스로 잠식 하겠다는 뜻이다. 전성기 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상당한 매출을 발생시키는 이 비즈니스를 스스로 죽인다는게 상당히 어렵고 힘든 결정이지만, “스스로 잡아먹기“에서 언급했듯이 남이 내 시장을 잠식하는거 보다는 내가 내 시장을 스스로 잠식하는게 훨씬 낫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에서 보면 애플이 직접 해도 될 법한 음악 비즈니스를 굳이 3조원이라는 돈을 써가면서 Beats를 인수한 건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매우 명확하게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엣지를 애플이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 나는 해석한다. 본인들이 스스로 하는 거와 외부 업체를 인수했을 경우의 성공 확률, 투자비용, 시간, 서비스의 확장 가능성 등을 명확하게 비교했고 애플은 인수를 통한 성장을 택했다.

한국의 기업도 애플같이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안 그럴거 같다. 대기업들은 분명히 스스로 모든걸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직접 음악 서비스를 시작했을 것이다. 결과를 떠나서 한국 대기업의 정서 상 수조원을 들여서 다른 작은 회사를 인수한다는 건 대기업이 스스로 자신의 약점과 무능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 되어지기 때문이다. 아, 그렇다고 내가 대기업을 비난하는 건 아니다. 전에도 여러번 언급했듯이 한국의 대기업이 작은 스타트업을 인수하지 않고 뭐든 직접 하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큰 돈을 들여서 인수할만큼 매력적인 스타트업들이 한국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 http://defsounds.com/hip-hop-news/dr-dre-showcases-new-beats-by-dre-line-which-includes-a-wireless-model/>

거기 있어야 하는 이유

미국을 대상으로 글로벌 사업을 하려면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라는 – 상황이 허락한다면 – 말을 나는 항상 강조한다. 아직도 이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며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함에 있어서 여러가지 중요한 행정적인 이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느낀점은 단순히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는 것 보다는 비즈니스를 실행하는 팀이 물리적으로 미국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한국에 좀 오래 머물면서 이걸 더욱 더 절실히 깨달았다.

한국 나오기 바로 전에 미국에서의 내 관심사는 NBA 플레이오프 였다. 내가 NBA에 엄청나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주위 사람들이 모두 농구 이야기를 했고, TV를 켜도 항상 방송되는게 NBA 경기였고, 미디어에서도 계속 관련 기사들이 올라와서 그냥 자동으로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두가지 현상을 경험했다. 일단 그 누구도 NBA 플레이오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관련 소식을 내가 노력해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관련 컨텐츠들이 나한테 push 되지 않으니 나도 자연스레 흥미를 잃고 이와 함께 관심도가 내려간다.
어제부터 시작한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French Open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사람들이야 워낙 테니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French Open이 열리는 2주 동안 항상 관련 뉴스들과 테니스 경기를 TV로 보여준다. 나는 지금 한국에서 French Open을 보고 싶어서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면서 경기 일정을 보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미국에서는 2주 동안 밤을 새우면서 경기들을 보지만, 한국에서는 워낙 관련 소식조차 접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냥 자연스럽게 관심도가 떨어지고 그냥 잊은채로 2주가 지나갈 거 같다.

이런 상황은 주목해야 할 만한 현상이다. 내가 한국에 사는 창업가이며 NBA, 테니스 또는 한국에서는 큰 인기가 없고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의 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굉장히 어려움이 많이 있을 것이다. 미국 시장을 잘 모른는 팀이 – 미국에서 살아본 경험도 없고 미국인들이 어떤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그리고 영어를 하지 못하는 – 글로벌 시장을 위한 제품을 한국에서 만들때 많은 어려움을 겪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특히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만드는 consumer service나 제품은 솔직히 단순 하지가 않다. 소비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product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문화, 패턴, 트렌드, 삶, 주위 환경, 주위 사람들 등 상당히 복합적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미국에 물리적으로 있지 않으면서 이런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만든다는 건 상당히 어렵다. 위의 NBA나 French Open의 예에서 말한대로 한국에 있으면 미국사람들이 주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고, 어디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요새 유행하는게 무엇인지를 직접적으로 깊게 이해하고 체험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를 잘 한다면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뉴욕에서 새해를 직접 맞이하는 거와 TV를 통해서 카운트다운 하면서 ball이 떨어지는 걸 보는 건 완전히 차원이 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력은 한국에 있지만 서류상으로만 본사를 미국에 set up 한 회사가 있는가 하면, 서류상 본사는 한국이지만 모든 팀원이 미국에 있는 회사가 있다. 만약에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한다면 후자가 훨씬 더 바람직 하다. 위에서 내가 말했던 이유 때문에. 물론, 가장 좋은 건 서류상 본사도 미국이고 팀원들도 미국에 있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tollfreeforwarding.com/blog/global-connection-top-international-business-stories-from-january-2014/>

오리고기와 고객 서비스

주말에 부모님과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부모님 집 근처에 있는 곤드레나물밥을 잘 한다고 소문난 식당을 찾아갔다. 솔직히 그냥 간단히 곤드레밥만 먹고 싶었는데 막상 와보니 메뉴에는 정식만 있었고 모든 메뉴에는 곤드레밥이 기본적으로 나오는 거였다. 정식에는 곤드레밥, 더덕구이 그리고 오리구이가 포함된다. 그냥 밥만 먹으면 안되냐고 물어보니 종업원이 정색을 하면서 그렇게는 안 된다고 했다. 우린 오리고기를 별로 안 좋아해서 물어보는 거라고 하니 약간 난처한 기색을 하면서 “그럼, 오리를 빼 드리는 대신 더덕구이를 더 드릴께요.” 라면서 주문을 받아갔다.

“사장님, 더덕구이를 더 많이 드린거예요~” 라면서 종업원이 음식을 가져왔다. 다행이 식사는 맛 있었고 우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밥을 먹었다. 그 와중에 옆 자리에 다른 가족 3분이 와서 우리랑 똑같은 정식을 시켰다. 이 분들은 더덕구이랑 오리고기를 다 시켰는데 막상 나온 더덕구이를 보니 우리랑 양이 똑 같았다. 여기서 나랑 우리 아버지는 기분이 확 상했다. 더 많이 준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오히려 오리고기만 빼고 정식을 가져와서 우린 속은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속은거다). 이런거 그냥 넘어가도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좋은게 좋은거라 그냥 넘어가지만, 우리 부자는 조금 다르다. 나는 이런 거 분명히 따지고 넘어가는데 아마도 어렸을 적부터 힘들게 번 돈에 대한 대가는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우리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다.
아버지가 아까 그 종업원을 불러 불평하니까 그 종업원은 “저는 분명히 주방에 그렇게 말했는데요. 잘 모르겠네요.” 라면서 그 자리를 피하기 바빴다. 본인 입으로 더 많이 드린다고 말까지 해놓고 이제와서 이딴 변명을 하는 거 참으로 어이 없었다. 물론, 우리 아버지 성격에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다. 카운터로 내려가서 계산을 하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우린 오리고기를 안 먹었으니까 그만큼 돈을 빼달라고 하셨다. 이번엔 화를 좀 내면서. 그런데 바빠서 그런건지 고객 응대의 개념을 전혀 모르시는 분인지 그냥 난처하고 약간 짜증난 표정만 지으면서 본인은 주방장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고, 정식 메뉴의 가격만 기계에 입력되어 있어서 가격에서 돈을 깍는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우리 아버지는 결국 정식에 포함되는 오리고기 3인분을 받아서 집으로 가져 오셨다. (그것도 구워서 달라고 하니까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그냥 생으로 가져왔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동안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냥 보고만 있었다. 평소 내 성격 같았으면 카운터의 그 분은 정말 험한 말 듣고 크게 사과를 했을 것이다. 내가 느낀 점 3가지:
1. 돈 아까운 줄 알아야 하고 내가 힘들게 번 돈에 대한 가치는 반드시 받아야 한다. 솔직히 우리 아버지도 그냥 좋은게 좋은거라고 넘어가실 수 있었다. 오리고기 못 먹은걸 금액으로 환산하면 기껏해야 5,000원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젊은 시절 정말 힘들게 번 돈을 쓸 때에는 그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으시는 그 태도는 매우 존경스럽다. 나도 분명히 이런 일이 있으면 엄청 난리를 쳤을텐데, 오리고기까지는 받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를 보면서 조금 더 분발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2. 고객 서비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이번 경우는 잘못은 거의 이 식당과 종업원들한테 있다고 생각되지만 혹시나 손님이 틀렸거나 오해를 했다고 해도 나 같으면 잘 이야기해서 돈 몇 천원 정도 깍아 줬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식당은 몇 천원의 손해를 보지만 그 고객은 식당이 존재하는 이상 평생 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life time value가 극대화 된다. 앞으로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들에도 이런 고객 서비스 개념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
3. 내가 손해보기 싫어하고 이런걸 따지는 성격은 아버지를 닮았다.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유전자적 요인이지 내가 특별히 이상하게 컸거나 사상이 이상한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좋아하는 것을 해라

do what u love지난주에 우리 집 근처에 사는 그렇게 젊지는 않지만,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교포 창업가 2명을 만나서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다. 이들은 현재 제품을 만들어가는 중이며 3개월 후에 론치 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속으로 ‘최소 3개월 x 3 = 9개월 정도 걸리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창업해 본 사람들은 나랑 공감할 텐데,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했던 거보다 항상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이 글을 읽는 예비 창업가 중 “5,000만 원으로 2명이 6개월 정도 밤새워서 만들면 될 거 같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이 숫자들에 모두 최소 3을 곱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제품을 launch 하는 시점에서 역산을 해보면 아마도 1억 5,000만 원 정도 썼을 테고, 시간은 한 1년 반 정도가 걸렸을 것이다.

솔직히 이렇게 초기 예상보다 항상 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걸 누구의 잘못으로 돌리기에는 – 기획이 늦어졌다, 개발이 너무 더디었다 등… – 이 바닥은 너무나 많은 불확실성과 혼돈이 존재한다. 생존하기 위해서 하루에 몇 번이나 회사의 전략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초기에 세웠던 이런 가설들이 제품이 나오는 시점까지 변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물론, 대부분 회사가 제품을 론치 해보기도 전에 없어진다. 이러한 이유와 내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장담하는 론치 시점과 이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는 예산을 절대도 안 믿는다. 심지어 나는 3개월이면 다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던 창업팀이 결국 2년이라는 시간을 사용하는 걸 보면서 이제는 창업가들이 말하는 숫자들에 3이 아니라 5를 곱해서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혹시나 그 전에 완성이 되면 굉장히 기뻐할 수 있고, 더 오래 걸리더라도 자신을 위안할 수 있다.

창업을 결심했거나 지금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초기에 예상한 거 보다 돈, 시간, 인력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생각보다 더 빨리 돈이 떨어지고, 제품 개발은 늦어지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계속 내가 시작한 일을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하려면 정말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얼마 전에 비키/빙글의 호창성 님의 고생 스토리를 감명 있게 읽었는데 이 중 내 심금을 울렸던 말: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라. 그래야 버틸 수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길지 않은 인생, 우리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면서 가치 있게 살다 가자.

<이미지 출처 = FB Cover Street>

조금 다르게 보기

2006년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는 동안 나는 맥킨지 사람들과 컨설팅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가지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맥킨지에 의뢰를 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counterpart는 당시 마케팅 실무자였던 내가 배정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맥킨지 사무실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지인들이 많이 있었지만 내가 직접 이들과 일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같이 일한 3개월은 매우 재미있고 – 짜증나고 힘든적도 많았지만 – 많은 배움을 얻은 기간이었다.
솔직히 컨설팅 결과물은 프로젝트 가격에 비해서 실망스러웠지만 이 중 상당히 새로운 내용이 있긴 있었다. Confidentiality 때문에 다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당시 우리의 최대 고민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사들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하고 서로의 영억을 침범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방법이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제품을 파트너사들만을 통해서 판매했고 직접 판매하지는 않았다). 당시 맥킨지 컨설턴트 중 이동통신사 프로젝트를 많이 한 분이 있었는데, 이통사들이 파트너들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방법을 소프트웨어 파트너사들에게 적용해 보자는 것 이었다. 컨셉은 단순했지만, 소프트웨어 업계에 이런 방법을 적용한다는 걸 우린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잔뼈가 굵은 나이 드신 분들은 역시나 “업계에서 이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안 될 거다.”라면서 저항을 했지만 나를 비롯한 몇 몇 사람들의 고집으로 시도를 했고 그 과정과 결과는 상당히 재미 있었다. 숲 안에서 나무만 보고 살면 그 숲의 크기를 보기가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계기였다.

위의 맥킨지 이야기와 같이 완전히 다른 업계에서 온 사람들이 오히려 그 업계에서 평생 일했던 사람들보다 더 혁신적인 생각을 한다. 젊고 경험이 전혀 없는 창업가들이 기존의 플레이어들을 완전히 갈아 엎어버리는 것도 비슷하다. 같은 일을 너무 오래하다 보면 아무리 오픈마인드와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그 업계의 관행에 물들여 지고 생각이 굳는다. 누군가 새로운 생각과 방식을 가지고 오면 열린 마음으로 새로움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동으로 그 업계의 관행과 항상 일을 해오던 방식의 관점에서 그 새로움을 평가한다. 결론은 당연히, “원래 이 바닥에서는 그렇게 안 해.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나도 그렇게 하지 않을거야. 그렇게 하면 안 돼.”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기존 플레이어들의 이런 경직된 사고는 창업가들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된다. 경험이 없고 한번도 이 업계에서 일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모든 걸 새롭게 보고 그 새로움이 가능하다는 걸 종교처럼 믿는다.

평생 희귀병을 연구한 Sharon Moalem 이라는 의사도 이런 경험을 했다. 그는 희귀 유전병의 상태와 그 심각함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 환자들의 얼굴 사진을 찍어서 비교하는 모바일 앱을 수 년 동안 개발했다. 앱 개발은 했지만 문제는 환자들의 얼굴 크기도 다 다르고 사진의 화소랑 크기도 달랐기 때문에 여러 얼굴들을 비교할때 비율이 맞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딱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해커톤에서 만난 – 의학 분야의 경험이 전혀 없는 – MIT 학생이 단번에 솔루션을 제안했다. 이 학생이 제안한 방법은 환자들 이마에 25센트 동전을 올려놓고 사진을 짹어서 동전 크기를 기준으로 사진 비율을 맞추는 방법 이었다. 몰렘 박사는 이 말을 듣자마자 자기 이마를 손으로 치면서, “아, 왜 나는 한번도 이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현재 이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켜서 실제 기능으로 구현시키고 있다고 한다.

어리고 경험없는 창업가로서 왜 저렇게 하지? 다르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존 플레이어들이 이미 장악하고 있는 분야에서 새로 시작하고 있다면 주위의 비난과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말들을 하면서. 하지만,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소신있게 계속 도전해 봐라. 기존 업계를 disrupt하고 수 조원 대의 비즈니스를 만드는 건 세상을 다르고 새롭게 보는 시각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지 출처 = http://www.wikihow.com/Do-a-Coin-Trick-on-Your-Foreh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