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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on의 개밥 먹기


내 블로그를 자주 보시는 분들은 내가 ‘개밥 먹기‘를 얼마나 강조하는지 잘 알 것이다. 지난 주에 한국에 잠깐 나갔다 왔는데 아직도 자기가 만들고 있는 제품을 제대로 모르는 창업가/대표이사들이 많다는 사실에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 제품은 저 친구가 담당하고 저는 사장이라서 주로 영업을 해서 제가 잘 모릅니다. 허허허.” 뭐 대부분 이런 익숙한 situation 이었다.

진공청소기를 아름다운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Dyson사의 모든 직원들은 근무 첫날 직접 청소기를 부품 하나하나 조립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청소기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 거의 공짜 – 사내 구매할 수 있단다. 이렇게 하면 다이슨 직원은 사장에서 말단 직원까지 자사 제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떻게 작동하며, 타사 제품과 어디가 다른지 아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심지어는 갓 입사한 경리직원도 자사 청소기가 고장나면 부품을 직접 교체해서 고칠 수 있다고 한다. 다이슨의 성공 뒤에는 이런 super dogfood eating 문화가 있다.

나는 과연 우리 회사가 만들고 있는 제품에 대해서 얼만큼 알고 있을까?

<이미지 출처 = www.dyson.com>

스스로 잡아먹기

얼마전에 ESPN 관련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스포츠 TV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고 30년 동안 케이블과 위성 TV 스포츠 분야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ESPN이 이제 유료 TV 시장이 성숙하면서 구독자 수와 매출의 성장 속도가 더디어지자 컨텐츠와 방송의 미래인 인터넷 스트리밍을 조심스럽게 실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은 이는 유독 ESPN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료 TV 시장이 직면한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이다. 유료 TV는 아직도 엄청나게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며, 오늘 내일 당장 이 시장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유료 TV 구독자들은 TV를 보기 위해서 말도 안되게 비싼 요금을 – 내가 구독하는 DirectTV의 가장 저렴한 서비스가 매달 $60 이다 – 지불 할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거는 이 시장이 해마다 꽤 빠르게 수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ESPN만 해도 2011년 9월 – 2013년 9월 2년 동안 구독자 150만 명이 서비스 탈퇴를 했다 (참고로 ESPN의 총 유료 구독자 수는 거의 1억명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비싸지는 ESPN 구독료와 온라인 동영상에 대한 시장의 갈증으로 인해 이 탈퇴자 숫자는 계속 커질 것이다.

시청자의 취향과 시장의 방향이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바뀌고 있다는걸 ESPN이 모를리가 없다. ESPN도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고 이런 실험의 일환으로 럭비, 폴로 등 비인기 스포츠 경기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ESPN3라는 온라인 채널을 서비스 하고 있고, WatchESPN이라는 앱을 통해서 과거 운동 경기 동영상도 보여준다. 하지만, ESPN이 아주 과감하게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을 공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함으로써 현재 회사의 캐쉬카우인 유료 TV 시장을 스스로 잠식(cannibalize)할 수 있는 두려움 때문이다. Full 온라인 서비스를 무료 또는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했다가는 TV 고객들이 모두 탈퇴하고 온라인 서비스로 옮길게 예상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ESPN은 모기업 디즈니의 영업이익의 40%를 해마다 벌여 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조심스러운게 사실이다.

우리 주위에 이런 딜레마에 빠진 기업들을 종종 찾아 볼 수 있다. 고객과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빠르게 변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 이 변화는 스스로의 잠식이 필요하다. 변화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굳이 지금 잘되고 있는 비즈니스를 스스로 파괴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하는건지 혼란스럽다.
넷플릭스의 Reed Hastings 사장도 2007년 – 2008년에 비슷한 고민을 했을거 같다. 우편으로 보내주는 DVD 대여 사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시장은 포화되었고, 시장은 DVD 플레이어를 버리고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인터넷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면 DVD 대여 구독 고객들이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 타면서 스스로의 시장과 비즈니스를 잠식시키는 결과가 발생할텐데 어떻게 해야할지 그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넷플릭스는 자기 시장을 스스로 잠식하면서 불과 5-6년 만에 비즈니스 모델을 인터넷 스트리밍 구독으로 완전히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아마존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하면 아마존이 스스로 개척했던 종이책 온라인 판매 비즈니스가 큰 타격을 받을텐데, 그래도 변하는 시장에 발 맞추기 위해서 과감한 베팅을 했고 이 결정 역시 옳은 결정이었던 거 같다.

리드 헤이스팅스와 제프 베이조스는 이 결정에 대해서 똑같은 말들을 한다:

“힘들게 개척해서 만든 비즈니스를 스스로 잡아먹는 건 고통스럽지만 남이 내 시장을 잠식하는거 보다는 내가 내 시장을 잠식하는게 훨씬 낫다는 판단을 했다.”

앞으로 가야할 미래가 빤히 보이는데 스스로 만들어 놓은 틀 안에 갇혀 있다면 이 틀을 빨리 깨야 한다. 남이 내 틀을 깨주는거 보다는 그냥 내가 내 틀을 깨는게 훨씬 속 편하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http://careeranna.com/wp-content/uploads/2013/07/iphone-ipod-herval.jpg>

See’s Candies의 교훈

Sees미국에 여행이나 출장 온 경험이 있는 분들은 웬만한 미국 공항에서 See’s Candies라는 초콜릿을 봤거나 구매해 보신 경험이 있을 거다. 나도 미국에서 공항을 이용할 일이 있거나 한국에 갈 때 항상 선물로 2~3박스 정도는 산다(그리고 내가 다 먹는다). See’s Candies라는 회사는 1921년에 LA에서 Charles See가 그의 어머니 Mary See와 부인 Florence와 함께 창업한 작은 캔디 구멍가게였는데, 최근에 한국에도 진출한 거로 알고 있다. 이 초콜릿이 더욱더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는 – 맛이 너무 좋다는 이유 외 – 1972년도에 워렌 버핏이 2,500만 달러에 인수해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회사이기 때문이다.

3주 전에 난 샌프란시스코에 잠깐 갔다 왔는데, LA로 돌아올 때 공항에서 습관처럼 See’s Candies 한 박스를 사서 거의 이틀 만에 와이프랑 다 먹었다. 이 초콜릿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너무 맛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다른 초콜릿처럼 단맛이 강하지 않다. 그리고 내가 1999년도에 처음 먹었던 그 씨스 캔디와 2013년도에 먹는 씨스 캔디는 맛이 똑같았다. 포장 또 한 거의 변하지 않고 옛날 그 촌스러운 포장 그대로이다. See’s Candies는 절대로 싸지 않다. 24~28개에 $22~$28이니까 작은 초콜릿 하나에 거의 $1인 셈이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내 주위 사람들은 그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가 먹어도 행복하고 남한테 선물 줘도 항상 맛있어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듣기 때문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우리 부모님과 장인/장모님도 사드릴 때마다 너무 좋아하신다.

우리가 투자하는 스타트업들도 See’s Candies와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특별히 마케팅에 신경을 쓰지도 않고 요란한 껍데기와 포장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비즈니스의 core에만 집중하면 그 서비스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본질이 좋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고객들이 줄을 서기 때문이다. See’s Candies는 초콜릿의 품질과 맛으로 승부를 겨룬다. 가격을 깍지도 않고, 크게 광고를 하지도 않고, 행사에 돈을 쓰지도 않는다. 하지만, 항상 같은 formula를 사용하고 최상의 원료를 사용한다 (내 친구가 씨스 캔디스에 원료를 납품하는데 품질 관리 정말 까다롭다고 한다). 왜냐하면, 맛이 좋으면 고객이 항상 다시 찾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우리 투자사와 마케팅에 돈을 쓰냐 마냐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씨스 캔디스 생각을 했다. 거창한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남들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지만, 결국 제품이 좋으면 고객이 발생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우리가 합의한 결론이었다. 한국의 경우, 요새 정부에서 주관하는 행사도 많고 이런저런 pitch 대회도 많은데 이런 데만 여러 번 참여하는 많은 회사들 보면 솔직히 한심하다. 진작 중요한 게 뭔지 모르고 너무 껍데기에만 신경을 쓰는 거 같은데, 그럴 시간에 제품이나 좀 제대로 만들라고 말해주고 싶다. 고객들이 사용할만한 제품을 만드는데 100%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도 성공확률은 5% 미만인데 발표자료랑 회사소개서 만드는데 사장과 경영진들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비싸면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가 있고, 비싸지만 필요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서비스가 있다. 후자가 되려고 모든 벤처인은 노력해야 한다. See’s Candies 처럼.

참고로 See’s Candies는 워렌 버핏이 공식 석상에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투자사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미지 출처: See’s Candies 웹사이트 http://www.sees.com>

DIY 시대

Being A CIO At Tesla Motors, A Startup That Builds Cars And Its Own IT” 기사에서 Tesla Motors의 CIO인 Jay Vijayan은 테슬라의 독특하고 빠르고 유연한 기업 프로세스를 소화할 수 있는 ERP 시스템(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찾을 수 없어서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참고로,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과는 다르기도 하지만 딜러 네트워크를 통해서 차를 판매하는 자동차 회사들과는 달리 테슬라는 직접 고객들에게 차를 판매한다. 이런 테슬라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현존하는 Oracle이나 SAP ERP가 수용할 수 없어서 테슬라의 250명 이상의 IT 팀원들이 4개월 만에 자신만의 ERP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2000년 초 나는 한국에서 자이오넥스라는 벤처기업에서 3년 동안 영업을 했다. ERP와도 연관된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 솔루션을 개발해서 구축하는 몇 안되는 – 거의 유일한 – 국내 스타트업 이었다. 그때 우리가 강조했던 외산 소프트웨어와 다른 우리만의 강점은 바로 생산과 제조 프로세스가 독특한 한국의 제조업체에 super customize에 된 공급망 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 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이 분야는 SAP가 꽉 잡고 있던 시장이었고 SAP 제품은 생산, 회계, 인사 등과 같은 기업의 여러 업무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모듈화 했었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모듈을 각 회사의 프로세스에 맞추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customization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게 사실이었고 우리는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super customization을 할 수 있었던 유연성과 장점이 있었다. 실제로 이런 전략때문에 – 그리고 외산 제품보다 싼 가격으로 – SAP와 입찰에서 이기고 프로젝트를 수주한 적도 있었다.

솔직히 내가 자이오넥스에서 일할때는 ERP와 같은 무거운 소프트웨어를 내부적으로 직접 구축한다는 건 힘들었다. 그리고 직접 해도 수 년이 걸리는 일이었다 – 물론 테슬라는 GM이나 Ford 정도의 규모의 회사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테슬라 모터스 기사를 읽으면서 10년 만에 세상이 또 바뀌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이제는 빠르게 변화하고 남들보다 한 발 앞서가는 회사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프로세스를 소화하기 위해서 내부 IT 시스템도 직접 만들고 더 놀라운 거는 짧은 기간안에 ERP와 같이 복잡한 시스템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이게 다 소프트웨어의 눈부신 발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와 사랑

공동 창업자를 만나서 회사를 시작하는 건 마치 연애과정을 거쳐 결혼을 하고 새 살림을 차리는 거와 같다고 많은 투자자들이 말한다. 나도 경험해보니 매우 적절한 비유인거 같다. 그런데 이는 공동 창업자 뿐만 아니라 투자자와 창업자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남녀가 만나서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그 감정을 확인하기 위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데 이는 창업가와 투자자가 처음 만나고 성공적인 투자를 받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남녀는 첫눈에 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오랜 만남과 연애를 통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갖게 되는데 나 또한 투자를 하면서 이런 경험을 많이 한다. 매우 드문 경우지만, 첫 만남에서 “아, 바로 이 사람이다” 또는 “아, 바로 이 서비스다”라고 강렬하게 느끼고 그 자리에서 투자 결정을 했던 스타트업들이 몇 개 있었고 이번 주에 closing한 한 회사도 이런 경우이다. 하지만, 우리가 투자한 대부분의 회사들은 John과 내가 아주 오래동안 창업자를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거나 서비스를 꽤 오래동안 옆에서 지켜본 후에 투자 결정을 했다.

이 회사들 모두 창업팀과의 첫 만남과 첫 인상은 당연히 좋았지만, 투자 결정을 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투자를 하지 않기에는 뭔가 많이 아쉬웠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지금 상태에서 투자하기에는 좀 자신이 없었지만 우리랑 조금 더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이런저런 부분들을 잘 다듬으면 가능성이 높은 서비스와 회사가 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창업팀을 잘만 다듬으면 큰 ‘사고’를 낼 수 있을거 같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Brandboom이라는 회사다. 창업자 Eric을 처음 만난 건 2008년도 였는데, 우리가 투자한 건 2012년도이다. 4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그 이유가 회사가 엄청난 성공을 거둘때까지 기다린 후에 안전빵으로 투자하려고 했던건 아니다(아직도 Brandboom은 고생하고 있고, 이제 조금씩 안정적인 매출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와 창업팀이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는 4년 동안 계속 가까이 지내면서 서로를 잘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호감을 확인하고 (회사와 투자자의 입장에서) 연애를 하면서 “투자할 타이밍이 된 거 같다”라는 확신이 섰을때 투자를 했다.
얼마전에 투자한 MagTag라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MagTag의 부부 창업가 Marianne과 Rajiv를 처음 만난 건 1년 전이었는데 서로를 더 잘 알고, 궁합이 맞는지를 확인하는데 1년이 걸렸고 우리도 투자에 확신이 생겼고 MagTag도 우리의 돈을 받을 준비가 되었을때 ‘결혼=투자’를 한 것이다.

첫눈에 반한 투자가 더 성공할지 아니면 오랜 연애 후에 한 투자가 더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힘들게 한 이 결혼 생활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려면 창업가나 투자자나 모두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