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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의 종말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누구나 다 개발이나 디자인을 외주(outsourcing)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경험은 제각각 다르겠지만 대부분 좋지 않거나 결과물이 뭔가 모자란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나 또한 개발과 디자인을 외주한 경험이 많은데 사람을 찾지 못해서 매번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했던 만큼 결과 역시 상당히 좋지 않아서 이젠 절대로 외주를 하지 않는다. Strong Ventures는 핵심 개발과 디자인을 외주로 처리하는 회사에는 절대로 투자를 하지 않는다. 이걸 재해석하면 창업팀에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없으면 웬만하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이런 회사들은 유료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확률이 거의 제로이기 때문이다.

좋은 서비스를 만든다는건 정말 힘들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수십가지 또는 수백가지 선택의 옵션을 가지고 있는 고객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만드는 건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어렵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은 경험으로 이런 현실과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변덕스러운 고객의 취향에 맞는 서비스는 어떻게 개발할까? 정답은 디자인 -> 개발 -> 테스팅 -> 디자인 -> 개발 -> 테스팅의 반복이다. 영어로 여러 가지 표현이 있겠지만 ‘product iteration’이 가장 적합한 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시장은 너무나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어차피 우리가 고객의 취향을 100%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완벽하게 준비해서 출시하는 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서비스를 launch 하는 과정 중에도 시장은 계속 바뀌고, 새로운 경쟁사가 출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머리에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빨리 디자인하고 개발해서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출시하는 게 중요하다. 진정한 제품개발은 바로 이 MVP를 출시 한 후에 시작된다(그런데 내가 아는 많은 회사는 제품을 일단 출시하면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다).

출시 후에 고객의 반응을 잘 살펴봐라. 그리고 지속해서 테스팅을 해봐라. 가령, ‘구매’ 버튼을 화면의 우측 상단에 놓을지(A), 좌측 하단에 놓을지(B) 또는 화면 정중앙에 놓을지(C) 너무 고민하지 말아라. 랜덤으로 A, B, C 테스팅을 한 후에 가장 클릭과 구매율이 높은 위치를 선택해서 구현하면 된다. 버튼의 색은? 이 또한 테스팅을 통해서 유저들이 가장 많이 클릭하는 색깔을 선택하면 된다. 중요한 건 24시간 x 7일 계속 이런 테스팅을 통해서 시장에서 가장 잘 먹힐만한 제품으로 우리의 서비스와 기능들을 최적화하는 작업이다. 이게 서비스의 성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이런 빠른 테스팅을 – 내가 아는 몇몇 스타트업들은 하루에 이런 테스트를 5번 이상 한다 – 제대로 하려면 반드시 회사 내부에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단시간 내에 지속적인 product iteration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좋은 UI/UX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Pinterest의 grid design에 우린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별거 아닌 거 같지만, 핀터레스트 공동창업자 Evan Sharp는 이 최적화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 무려 50가지 버전의 그리드 디자인을 만들어서 실험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끊임없는 테스팅을 통해서 사용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리드 열의 너비, 색감, 사진을 나열하는 방법 등을 최적화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그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버전은 192픽셀의 고정 너비와 지속해서 변화하는 높이의 그리드형 UI이다.

디자인이랑 개발을 외주하면 과연 이런 빠른 product iteration이 가능할까? 돈 받은 만큼만 일하는 외주업체가 이런 거 신경이나 쓸까? 절대로 불가능하다. 특히 외국에 있는 외주업체라면 위에서 말한 A,B,C 테스팅 한 사이클 돌리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 그래서 디자인과 개발을 외주로 처리하는 스타트업에서 시장을 장악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힘들다는 것이다.

제품 개발을 외주로 처리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고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기업문화에 대해서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기업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회사의 올바른 성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좋은 기업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경영학 학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좋은 기업문화를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들고, 그 기업문화가 전사적으로 퍼지고 뼛속까지 파고들려면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리는지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고만 있었는데 최근에 직접 체험하고 느낀 점들이 있어서 몇 자 적어본다.

에너지 드링크로 유명한 Red Bull의 북미 본사가 LA에 있는데 얼마 전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시간이 좀 남아서 난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하나 사서 마시면서 Red Bull 입구로 들어갔다. 일단 리셉션에서 check-in을 하는데 리셉셔니스트가 나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보면서,

리셉셔니스트: 지금 도대체 뭘 마시고 있나요?
나: 커피 먹고 있는데…왜요? 어차피 (레드불과) 같은 카페인 아닌가요?
리셉셔니스트: Oh my god…그런 쓰레기를 마시다니…

뭔가 좀 찜찜한 기분으로 로비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미팅 상대를 기다렸다…커피를 마시면서. 그런데 로비를 왔다 갔다 하는 모든 레드불 직원이 지나가면서 나랑 내 손의 스타벅스를 번갈아 보면서 좋지 않은 표정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지나갔다. 아무리 얼굴에 철판을 깐 나이지만 이 정도 되니까 이 회사의 분위기 파악이 되면서 스타벅스를 들고 있는 손이 좀 민망해져서 커피를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러자마자 리셉셔니스트가 갑자기 차가운 레드불 한 캔을 가지고 왔다. “이런 게 바로 진짜 음료수죠.”라고 매우 자랑스럽게 말하면서…

솔직히 난 레드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의 박카스를 더 좋아하면 좋아했지……하지만, 레드불에서의 불쾌/유쾌했던 이 경험은 ‘기업문화’에 대한 아주 강한 이미지를 내 머리에 각인시켜 줬다. 솔직히 ‘리셉셔니스트’라는 포지션은 일반적으로 아주 low level의 포지션이다. 내가 아는 다른 회사의 모든 리셉셔니스트들은 회사에 대한 애사심은 전혀 없다. 대부분 회사가 뭘 하는지 잘 알지도 못한다. 그냥 리셉션에 앉아서 미소를 지으면서 손님 안내하고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면 되는 그런 포지션이다. 그리고 언제나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라는 게 회사의 생각이자 본인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런데 레드불의 리셉셔니스트는 타사의 드링크를 마시고 있는 손님한테 감히 시비를 걸면서까지 자기 회사의 제품을 홍보하고 권했다. 그냥 회사에서 시킨 게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애사심 때문이었다. 미팅 내내 레드불은 회사의 대표이사부터 말단 리셉셔니스트까지 ‘Red Bull’이 전 직원의 핏속에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단한 하드코어 기업문화다.

애플도 레드불 만만치 않은 기업문화가 있다. 스티브 잡스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전사적으로 ‘디자인’ 우선주의 문화가 팽배해 있다. 애플 제품을 배달하는 물류창고에 가보면 작업자들이 애플의 사과 로고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도록 박스를 트럭에 차곡차곡 싣는다고 한다. 어느 날 애플 본사의 한 중역이 그 이유를 물어보니 트럭 기사가 하는 말이 트럭을 열었을 때 애플 로고가 모두 잘 정렬된 거를 보면 고객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그걸 볼 때마다 너무 행복하고 자랑스럽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건데 정말 대단하고 약간 무섭기까지 한 애플의 기업문화이다.

가끔 난 생각한다. 레드불과 애플과 같은 회사와 경쟁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이런 기업문화를 이기려면 그 경쟁사들은 얼마나 더 탄탄하고 잘 정립된 문화가 필요할까?

<이미지 출처 = Viralscape>

답답한 회사들, 답답한 서비스들, 답답한 직원들

얼마전에 어떤 스타트업 바이블 독자가 YES24.com에 올라가 있는 내 작가 정보를 업데이트 하라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부분이라서 직접 가서 보니 작가 프로필, 이력, 경력 등이 오래된 내용들이라서 이 기회에 업데이트하고 사진도 바꾸려고 했다. 문제는 아무리 찾아봐도 작가정보를 수정할 수 있는 버튼이 없었다 (참고로 아마존 같은 경우 작가가 직접 작가페이지를 수정할 수 있고 블로그 RSS, 트위터 피드, 동영상, 사진 등 여러가지 컨텐츠를 더할 수도 있다 – 작가가 직접).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이메일을 하나 발견해서 작가 페이지 정보를 수정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문의를 했다.

한 일주일 후에 다음과 같은 답변이 왔다:

“직접 수정할 수 있는 경로가 따로 없으며, auth@yes24.com 혹은 출판사를 통해 수정 요청을 하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내가 다시 물어봤다:

“고맙습니다. 작가/독자/IT 종사자/투자자 로써 문의드리는건데, 작가들이 직접 수정할 수 없게 만든 별도의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변이 왔다:

“본인 확인에 대한 승인 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해야 하고, 검수되지 않은 정보가 게재될 수도 있는 기타 이유로 YES24 내 정보 및 작가 정보는 ‘승인’ 절차 없이 외부에서 등록 및 수정이 불가합니다.”

내가 너무 까칠한건지, 아마존에 너무 익숙한건지 아니면 그냥 한국의 시스템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하다보면 화가 난다. 이 회사는 과연 생각을 하면서 비즈니스를 하는건지 궁금하다. 책을 파는 사이트의 고객은 독자, 출판사 그리고 작가가 있을텐데 고객의 입장에서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는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무슨 국방부 핵무기 관리 시스템도 아니고 그냥 사용자 ID/패스워드로 작가 확인하면 될텐데 이게 그리 어려운가? 그리고 작가가 자기 PR을 하기 위해서 재미있고 creative한 내용을 본인 프로필 페이지에 올리는걸 굳이 하나씩 검수를 해야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 어느 작가가 본인한테 해가 되는 내용을 사이트에 올릴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치자. 그렇다고 이메일로 “[이력] 부분의 Stnford 대학의 ‘Stnford’에서 n과 f 사이에 ‘a’ 빠졌있네요. 이걸 ‘Stanford’로 바꿔주세요.”라는 식의 장황하고 비효율적인 수정 요청 내용을 보내야하나? 그냥 본인이 직접 수정한 후, 내부적으로 승인과정을 거친 후에 okay하면 되지 않을까.

여기서 아주 명확하게 공시한다. 나는 YES24의 이 담당자를 비난하는게 절대로 아니다. 분명히 이 분도 회사의 내부 방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이런 요청이 나를 비롯한 다른 작가들로부터도 접수됐을텐데 어떻게 이런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능이 내부적으로 고려되지도 않고 그냥 NO라는 답변이 올까. 직원들이 이런 사항들을 내부적으로 건의를 하는데도 윗선에서 짤리는건지, 아니면 귀찮으니까 그냥 시키는 일이나 하자고 무시되는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던간에 나는 고객의 입장에서 이런 일들을 당할때마다 이 회사는 경영진들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서비스를 운영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답답한 회사에서는 답답한 서비스가 나오고 어쩔 수 없이 답답한 직원들이 만들어 지는거 같다.

담당자와 경영진들이 회사의 서비스를 깊게 사용해 봤는지도 의심스럽다. 깊게 사용해봤다면 분명히 그들도 사용자의 불편함과 UX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스타트업 바이블2’에서 내가 강조하는 개밥 먹기 (eating our own dogfood)가 전혀 안되는거 같다.

이런 사람들과 비즈니스 하지마라

내가 비즈니스 하면서 가장 싫어하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두 부류 모두 굉장히 단순한 걸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묻는거에 정확하게 답변을 못하는 사람들이다.

못하는건지 아니면 일부러 안하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상당히 짜증나는 사람들이다. 최근에 이런 사람과 일때문에 어쩔 수 없이 communication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이메일 두번이면 해결할 수 있는게 일주일이나 걸렸다. 그것도 내가 한국으로 전화해서 협박하듯이 물어봐서 답을 받았다.

내 질문은 매우 단순했다. “xxx는 몇개 팔 수 있을거 같고, 가격은 얼마인가?”였고, 상식적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xxx를 50,000개 정도 팔 수 있을거 같고, 가격은 100,000만원 입니다” 이다. 이러면 상황 종료되고 각자 일을 진행하면 된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은 전혀 엉뚱한 내용이었다. 다시 한번 나는 “내가 알고 싶은건 간단합니다. 몇개를 얼마에 팔 건가요?”라고 이메일을 썼는데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은 안하고 또다시 엉뚱한 답변이 왔다. 왜 사람들은 묻는거에 대해서 답변을 하지 못할까? 결국 나는 국제 전화를 했고, 거두절미하고 다그쳐서 물어봤는데 아직 수량이랑 가격을 정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면 그렇게 말을 하던지.

혹시 이런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해야한다면 무조건 찾아가서 얼굴 보고 이야기 하던지 –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면 – 아니면 전화 통화를 해라. 이메일로 계속 communication을 하다보면 같은 질문만 여러번 반복하다 결론이 안 난다.

다른 부류는 바로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는 사람들이다.

비즈니스 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나는 여러번 접했는데, 일이 잘 진행될때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메일과 전화를 하다가 갑자기 상황이 조금 어려워 지면 완전히 잠수를 탄다. 정말 너무너무 답답하고 짜증난다 – 특히, 선금을 지급했는데 결과물을 못 받았다면. 이런 인간들을 상대하는 방법은 딱 하나다. 일단 연락이 두절된 이유을 정확하게 판단하자. 가끔, 정말 아주 가끔씩 비상사태가 발생해서 연락이 안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를 당했던지 또는 축구하다가 머리에 공을 너무 세게 맞아서 기억상실증이 걸렸던지…). 하지만 99%는 대부분 뭔가 찔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연락을 피하는거다. 이런 괘씸한 이유가 확인되면, 회사던 집이던 무조건 찾아가서 협박하는 방법밖에 없다.

나는 이런 경험이 꽤 많다. 어릴적 친구한테 돈을 빌려주고 그 이후 연락이 두절됐을때 그 친구 집으로 찾아가서 부모님한테 수금한거부터 시작해서, 뮤직쉐이크 시절 유명한 YouTube 스타인 KevJumba와 같이 동영상을 제작하면서 선금을 지불한 후 그의 매니저들과 연락이 갑자기 두절되자 베벌리 힐스 사무실을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가서 쌍욕을 퍼부으면서 난동부렸던 경험이 있다. 그때 그의 매니저/비서/변호사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 질렀던게 그대로 기억난다. “Don’t fxxx around with me because you guys have no idea who the fxxx you are dealing with. If I don’t get the final cut of the video by tomorrow, I am going to fxxxing sue you all!”

다음날 아주 완벽한 동영상 최종본이 우리한테 배달되었다.

영국 올림픽팀의 구조조정

내가 워낙 스포츠를 좋아해서 그런지 이 블로그에도 스포츠 관련 글들이 꽤 있다. 그 중 ‘돈과 스포츠’라는 주제로 쓴 글 2개가 있다. 경영 테크닉들이 스포츠 분야에 어떻게 적용되었고, 그로인한 결과들에 대한 내용들이다:
-‘돈과 스포츠 Part 1 – Private Equity and Boston Celtics
-‘돈과 스포츠 Part 2 – Canada and B2ten‘ 

영리단체들의 특징인 숫자기반, 결과기반, 능력위주, 수익창출, 효율성 위주의 경영 기법과 사고가 비영리단체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고 그 결과로 인해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는걸 보면 놀랄때가 정말 많다. 대영제국 또한 그런 방법으로 올림픽팀을 완전히 구조조정하고 있다.

1996년 아틀랜타 올림픽 폐막 후 영국 올림픽팀은 금메달 1개를 가지고 귀국했다. 이는 금메달 3개를 취득한 카자흐스탄 보다 못한 치욕적인 실적이었다. 영국 타블로이드는 “대영제국이 염소와 양때를 키우고, 독수리를 훈련시켜서 사냥을 하는 카자흐스탄한테 굴육당했다.”라면서 영국 정부, 올림픽 위원회 그리고 올림픽 선수들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대영제국의 올림픽팀은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자국민들은 슬퍼했다. 하지만, 그 이후 Team GB(Great Britain)는 드라마틱하게 컴백을 했고 곧 개막할 런던 올림픽 홈그라운드에서는 메달 신기록을 수립할지도 모른다.

1996년 아틀랜타 올림픽에서 영국은 메달 총 15개를 획득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릭픽에서는 메달 28개를 획득해서 전체 랭킹 10위권에 들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30개, 그리고 4년 뒤인 2008년 베이징 올릭픽에서는 무려 메달 47개를 획득하면서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어서 4위를 했다. 골드만 삭스의 분석에 의하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영국이 65개의 메달을 획득해서 러시아를 넘어설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4년 전보다 메달을 무려 38% 더 이긴다는 이론이다.

다 죽어가는 올릭픽 팀을 영국은 어떻게 구조조정 했을까? 핵심을 정리해본다:

1. 대량감원 및 새로운 team – 1997년도에 영국은 기존 올림픽 준비 위원회를 해체하고 기업마인드를 가진 인력으로 재정비했다. 그리고 UK Sport라는 새로운 기관을 만들었다.

2. 뚜렷한 목표 – UK Sport의 목표는 ‘스포츠를 통한 대영제국의 건강 도모’와 같은 애매모호한게 아니다. 목표는 하나였고 ‘올릭픽에서 금메달을 따는거’ 였다. UK Sport의 대표이사인 Liz Nicholl은 버릇처럼 “올릭픽의 목표는 참여가 아니라 이기는 것이다”라고 말을 했다.

3. 대규모 투자 – 1996년 이전 영국 올릭픽팀은 항상 예산 부족에 허덕였다. 아틀랜타 올릭픽 이후 몇명의 영국 올릭픽 선수들이 돈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선수복과 장비를 팔았다고 하니까 얼마나 돈이 없었는지 상상이 간다. 결국 올림픽도 돈싸움이라는걸 인식한 영국 정치인들은 UK Sport기관에 예산을 배정하기 위해서 새로운 복권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한,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더 많이 획득하기 위해서 영국정부는 UK Sport에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추가로 퍼부었다. 참고로, 한국이나 미국의 올림픽팀의 예산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개인후원으로 충당된다.

4. 우선순위 기반의 전략 – UK Sport는 일단 다른 스포츠보다는 메달을 딸 수 있는 스포츠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했다. 조정, 세일링, 사이클, 육상이 이에 해당됐고 이 4개의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이미 전성기가 지났지만 계속 국제시합에 나가는 선수들은 일부러 체계적으로 운동선수 생활을 마감시켰다. 더이상 메달 획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선수들을 ‘메달 획득 가능성’ 순위로 재배정 했다. Rebecca Romero 선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조정 은메달리스트였지만, UK Sport의 반강제적 권장으로 종목을 사이클링으로 바꿨다. 그녀는 2008년 올림픽에서 사이클링 금메달을 획득했다. 

5. 객관적 지표 기반의 평가 – UK Sport는 해마다 영국의 모든 운동 선수들을 객관적인 성적을 기반으로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다. 물론, 모든 평가와 점수는 선수들의 메달 획득 가능성 위주로 실행된다. 시스템은 간단하다. 여러개의 메달 획득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그 선수들에게 가장 많은 예산이 배정된다. Nicholl 대표는 “우리의 시스템이 너무 냉정하고 선수들을 기계와 같이 취급한다는 비난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메달 획득이고 이 목표를 위해서 돈을 한푼도 낭비하지 않는게 제가 해야할 일입니다.”라고 마치 대기업 CEO와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영국이 과연 몇개의 메달을 획득하고 몇위 할지 매우 궁금해졌다(물론, 한국이 제일 궁금하다). 하지만, 나는 쓰러져가는 스포츠팀과 정부기관들이 사기업들의 이러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해서 성공적인 구조조정 과정을 거친 사례들을 많이 목격했기 때문에 분명히 잘 할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정부나 공기업에 이런 체계적인 경영 기법들이 적용되어서 업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하고 국민 세금 낭비를 최소화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참고:
-The Wall Street Journal “The Return of the British Empire” by Paul Sonne and Jonathan Cleg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