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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타기와 타이밍

2085419215_74d7ac28d2_z얼마전에 대기업에서 일하는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새 미국에서 관심을 많이 보이는 드론(drone)이랑 로보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드론과 로보트 사업은 이미 이 대기업이 몇 년 전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사업을 진행했지만,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자 돈이 안 된다고 접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새 다시 각광 받는걸 보고 임원진에서는 이 사업을 다시 해야하는게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드론과 로보트 사업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거 같다. 대기업들이 신규 사업 추진하는걸 보면 이와 비슷한 패턴을 찾아볼수 있다. 해마다 야심차게 미래전략과 장기사업계획을 수립하고, TF팀(Task Force)을 만들어서 대대적인 언론보도와 함께 투자를 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그런데 본인들이 ‘미래’와 ‘장기’ 사업이라고 이름을 붙이면서도 2-3년 안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런 사업들은 최소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고 어쩌면 평생 사업화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방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사장이나 사업부장이 바뀌면 그전에 진행하던 사업들은 백지화 시키고 다시 새로운 계획을 만들고 새로운 팀을 만들어서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많은 대기업들이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사업을 접지만 이들이 간과하는 건, 단기간내에 성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기간동안 대기업들이 집행한 투자와 R&D, 그리고 지속적인 언론보도는 그동안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전혀 모르던 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을 창출했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단기적인 성과의 부재로 인해 대기업이 사업을 포기할 시점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분야로 들어와서 더 빠르고 더 저렴한 방법으로 이 분야를 돈이 되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만드는 걸 우리는 많이 경험했다.

나는 대기업들이 조금 더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신사업을 진행했으면 한다. 확실한 cash cow 들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은 단기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 전략을 말 그대로 장기 전략으로 가져갈 수 있을텐데 왜 중도에 포기하는지 모르겠다. 중도 포기한 이 사업이 향 후에 커져서 다시 이 분야로 진입해서 따라잡으려면 오히려 더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갈텐데.

유감스럽게도 스타트업들은 이렇게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새로운 산업에서 창업하는 스타트업들은 마땅한 매출원이 없기 때문에 이 산업이 ‘뜨기’ 전까지는 투자자 돈으로 연명을 해야하는데 이게 6개월이 될 수도 있지만 6년이 될 수도 있고, 영원히 빛을 못 보고 그냥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에 ‘Chasing Mavericks‘ 라는 글에서도 내가 강조했듯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새로운 분야에 대한 확고한 확신이 있고, 꾸준히 이 분야를 파고 들어가서 시장의 1인자가 되면 언젠가는 큰 파도가 한 번은 올 것이다. 그리고 이 파도는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는 곳까지 스타트업을 한방에 데려다 줄 것이다. 이 파도는 자체적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과거에 철수하고 다시 이 분야로 진입하기 위해서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대기업이 만들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신사업에 대한 인내심 부족은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들 한테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새로운 분야를 잘 선택했고,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이미지 출처 = http://www.designer-daily.com/hokusais-great-wave-is-everywhere-4697>

확장과 집중, 그리고 그 틈새의 기회

fixing-yahoo-625x300얼마전에 극장에 갔는데 영화 상영전에 Yahoo!의 광고를 봤다. 그러자 앞에 앉아 있는 어떤 사람이 “야후 아직도 안 망했냐? 아직도 광고를 해?” 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내가 학교 다닐때만해도 세상 위에 군림했던 야후가 이정도까지 추락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주말에 집에서 야후에 대한 과거 기사들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아직 더 두고봐야겠지만 마리사 메이어도 야후를 살리지는 못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어떤 실수들을 했길래 도저히 회복불가라고 전문가들은 말할까? 물론, 한개의 결정적인 실수때문에 야후가 죽어가고 있는건 아닌거 같다.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가지 잘못된 결정을 했고, 그 결정을 책임지고 실행할 수 있는 적절한 사람들이 없었고, 이런게 연속적으로 누적되면서 야후!라는 배는 가라앉고 있는것 같다. 그런데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동의하는 원인은 ‘너무 빠르게 옆으로만 확장하고 아래로 깊게 들어가지 못함’ 인거 같다.

야후는 검색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검색 분야 vertical에서는 부동의 1등이 되었다. 하지만, 구글과 같이 검색을 광고와 엮는 발상을 깊게 하지는 못했고 새로운 매출원과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 계속 다른 vertical들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후 포털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vertical로 직접 진출하거나, 기존의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옆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확장이 가속화 되면서 야후는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한때는 월가의 총애를 받는 실리콘밸리의 darling 일때도 있었다. 하지만, 야후가 여러 vertical의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horizontal로 성장하는 동안 ‘한개의 제품’에만 집중하는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곧 야후는 경매 분야에서는 eBay한테 밀리기 시작했고, 안내광고(classified) 분야에서는 Craisglist한테 밀리기 시작했다. 또한, 야후가 개척하고 만들어낸 검색 분야에서도 구글한테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Facebook이 나타나면서 수백만명의 시작페이지였던 야후!가 페이스북으로 대체되었다. 이런 현상이 대부분의 vertical에서 발생하면서 야후의 광고수익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야후는 성장을 위해서 수많은 vertical로 진출은 했지만, 이 수많은 vertical에 진출만 했지 깊게 들어가서 그 vertical을 장악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런 과정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여러 vertical을 대중한테 노출시켰고 이런 vertical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야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결정할 수 있었던 작은 스타트업들은 이런 vertical 하나만을 공략하면서 그 분야의 제품을 아주 완벽하게 만드는 전략을 기반으로 아주 빠르고 깊게 들어갈 수 있었다. 야후는 뒤늦게 불필요한 vertical들을 제거하고 몇가지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미 직접 하기에는 늦었다싶어 그 vertical의 회사들을 또 인수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데 앞으로 비슷한 현상을 보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구글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지만 야후와는 다르다. 될 만한 vertical에는 상당히 많은 자원을 투입해서 굉장히 깊게 들어가고 있고, 안 될 만한 vertical은 빨리 버리고 그 인력과 자원을 다른곳에 재배치하면서 야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물론, 반복하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구글의 core인 검색과 광고는 계속 꽉 잡으면서 옆으로 확장하고, 깊게 들어가고 있다. 야후는 확장하면서 집중력을 잃었지만 구글은 확장과 집중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실은 많은 회사들이 성장하면서 야후!와 같은 길을 간다. 한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면서 빨리 성장하지만, 곧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서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린다. 옆으로 확장을 하면서 ‘확장’ 자체에만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기존에 하고 있거나 새로 진출한 비즈니스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 하면서 그 vertical을 아주 깊게 연구하고 실행하는 신생 스타트업들한테 주도권을 빼앗긴다. 정확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대기업들은 빼앗긴 주도권을 대체하기위해 계속 다른 분야로 확장을 한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대기업보다 더 깊게 한 vertical을 공략한 그 스타트업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성장을 하면서 똑같은 길을 걷는다. 이들은 신규 매출과 비즈니스를 위해 다른 vertical로 확장을 한다.

이 시점에서 스타트업들한테는 굉장한 기회가 발생할 수 있다. 한 vertical을 공략해서 잘 된 회사들이 다른 분야로 확장을 시도하면서 기존 비즈니스를 소홀히 할때, 그 vertical의 제품을 더욱 더 완벽하게 만들어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그런 기회이다. 잘 생각해보면 워낙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소비자들이 있기에 역사는 반복되고 이런 기회는 계속 생길 것이다. 그리고 구글같이 확장과 집중을 둘 다 잘하는 회사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러한 기회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확장과 집중을 반복하면서 생기는 이 틈새는 아무한테나 보이는 건 아니다. 이 틈새를 오랫동안 예의주시하고 준비한 회사들에게만 보인다.

<이미지 출처 = http://www.digitaltrends.com/web/r-i-p-yahoo-mail-classic-messenger-but-will-anyone-come-to-the-funeral/>

결정의 속도 vs. 결정의 질

shoot_then_aim_web나는 MBA를 하다 중퇴했고 내 글을 좀 읽어보신 분들은 내가 MBA 학위가 창업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일인이라는걸 잘 알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MBA 학위가 아주 쓸모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창업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 일할때에는 여러가지 면에서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는 학위이다 ([生生MBA리포트] 시리즈 참고)

얼마전에 미국 MBA 학교들이 실리콘밸리와 발맞추기 위해서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와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세상이 바뀌니 당연히 학교의 커리큘럼도 바뀌어야 하고 이는 좋은 시도이자 취지이지만, 여전히 MBA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이런 수업들은 현실감이 떨어진다는게 내 생각이다.

자기 사업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어려운 점들이 많다. 여기서 하나씩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신경써야할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은데, 창업가의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빠른 결정’ 이다. 그것도 필요한 정보의 5%도 없는 상태에서 결정을 해야한다. 벤처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정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결정을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결정의 질’ 보다는 ‘결정의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어차피 정보가 없기 때문에 시장조사나 더 많은 데이터를 취합하기 위해서 시간을 끌면 자원과 안 그래도 없는 옵션들이 고갈되기 때문에 계속 빠르게 결정하고, 그 결정이 틀리다면 다시 결정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비즈니스의 생명을 유지시켜야 한다. 결정이 틀리더라도 빠르게 결정한다면 그 다음 결정을 할 수 있지만, 결정이 느리고 그 결정이 틀렸다면 이미 너무 늦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보고, 분석하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결정하는 걸 훈련시키는 MBA 수업의 기본 철학과 이 부분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나는 과연 경영대학원에서 이런걸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비싼 돈 들여 학교 다니는데 “감으로 빨리 결정하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행동해라” 를 학교에서 가르치는것도 좀 이상하다. 이런건 오로지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울수 밖에 없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처음부터 올바른 결정” 이란 없다. “일단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올바르게 만들자” 만이 존재한다. 내가 결정을 하면, 그 결정을 올바르게 만들기 위해서 모든 행동과 정신을 그쪽으로 집중하고 이렇게 하면 뭔가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는걸 나는 여러번 경험했다. 하다가 영 아니다 싶으면 빨리 또 방향을 바꾸면 된다. 이렇게 빠른 결정을 5번 하는게 계속 생각만 하고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는것보다 회사한테는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

초기 벤처의 경우 ‘결정의 속도’가 ‘결정의 질’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greenmossway.wordpress.com/2014/01/27/shoot-then-aim/>

멈추지 않는 변신 – Windows 10

a마이크로소프트가 어제 Windows 10을 발표 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tech 관련 전문가, 분석가 그리고 기자들은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냥 정기적으로 하는 새로운 윈도우스 발표라고 생각했고 Windows 8이 기대이하였기 때문에 8에서 실수했던 부분들을 고친 운영체제 정도로 생각을 했다.

발표를 실시간으로 전부 다 보지는 못 했지만 내가 가장 놀랐던 건 독점적인 위치를 이용해 30년 이상 고객들한테 1원이라도 더 쥐어짜내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스 10 무료 업그레이드를 제공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로 인해 약 5,5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 뭐, 이 정도는 마이크로스프트한테 큰 돈은 아니다 – 돈을 떠나서 ‘독점적인 소프트웨어를 최대한 비싸게 팔자’ 라는 회사의 방향 자체를 180도 바꾸는거라서 놀라웠다. 물론, 내부적으로 많은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했고, 윈도우스를 무료로 주면 이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추가 매출이 더 높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겠지만 작년 매출 90조원을 한 큰 회사한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3번째 대표이사인 Satya Nadella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사장 취임한지 1년도 안 되었지만 그동안 기업문화를 바꾸고, 과거에 절대로 물어보지 않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하고, 변화하고 있는 시장을 더욱 더 경청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지금까지 걸어왔던 40년을 과감하게 버리고 앞으로 갈 40년을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한테도 현실은 만만치 않다. 세상은 레드몬드의 공룡보다 조금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더 작고 빠른 기업들이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마이크로스프트의 밥을 야금 야금 먹고 있다. 특히 모바일과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완전 후발주자이다. 그렇게 갈길은 멀지만, 드디어 방향은 잘 잡은거 같다. 똑똑한 인재들, 엄청난 돈, 그리고 좋은 리더십을 잘 이용해서 더 빨리 뛰어서 꼴찌를 모면하길 바란다.

Windows 10 – 세상은 조금 더 좋아진 운영체제를 기대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이상을 보여줬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다는걸 보여줬다. 그리고 회사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줬다. 아, 맞다….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가상현실과 홀로그램도 보여줬다.

멋지다. 그리고 기대된다.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과거 포스팅:
마이크로소프트의 현실 받아들이기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습

<이미지 출처 = https://www.dailyherald.com/article/20150122/business/150129644/>

김치와 햄버거

OLYMPUS DIGITAL CAMERA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고 햄버거는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그런데 미국인들한테 김치를 팔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질문은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한국 벤처인들의 질문이기도 하다. 한국인들이 창업했고, 한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시키는건 마치 미국인들에게 김치를 판매하는거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그 정답은 모른다. 태생이 한국인 제품 뮤직쉐이크를 미국 시장으로 진출시키면서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었고 잘 한 부분도 있지만, 아주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글로벌 진출에 성공했다고는 못 하겠다. 실은, 뮤직쉐이크 뿐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제품에만 국한해서 보면 그 어떤 한국의 스타트업도 미국에 진출해서 제대로 성공한 사례가 (아직) 없다. 미국에서 김치를 판매하는건 무리인가?

우리가 하고자 하는게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이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해서는 나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스트롱벤처스도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나는 3 가지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

1. 김치말고 햄버거를 팔아라 – 과연 미국인들이 김치를 먹을까? 이 시각의 전제는 ‘미국인들은 김치를 먹지 않는다’ 이다. 그러면 미국 사람들한테는 김치가 아닌 햄버거를 팔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평생 김치만 먹고, 김치만 만들던 사람들이 갑자기 햄버거를 만들 수는 없다. 레시피를 보고 대충 흉내 낼 수는 있겠지만, 햄버거 맛을 잘 아는 양놈들이 이런 엉터리 버거를 돈내고 사먹을리 없다. 한국에서 개발된 제품을 대충 영어로 번역해서 미국에서 판매하려고 하는 전략이 바로 이런 엉터리 햄버거를 미국에서 판매하는 거와 비슷하다. 제대로된 햄버거를 만들려면 햄버거를 이미 만들어 본 요리사를 새로 영입해야 하는데, 미국 시장용 제품을 만들고 싶으면 영어를 하고, 미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미국 문화를 아는 인력을 영입해야 하는 거와 같다.

2. 계속 김치를 팔아라 – 이 의견의 전제는 ‘미국인들도 김치를 먹는다.’ 이다. 상식적으로 평생 김치를 만들어 팔던 사람들이 갑자기 햄버거를 만들어 팔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냥 잘 만들던 김치를 만들어서 계속 판매하는게 자연스러운 전략일수 있다. 이렇게 맛있는 김치를 분명히 미국인들도 먹을 것인데 다만 아직 미국 사람들은 김치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마케팅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한다. 한국에서 너무나 인기있는 소프트웨어 제품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는데, 양놈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마케팅을 잘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럼 일단 미국에 사는 교포들을 대상으로 김치를 판매하고, 이를 시작으로 서서히 메인스트림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을 한다. 이런 방식으로 김치를 백인들한테 성공적으로 판매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느낀건 김치 자체가 모든 미국인들이 즐기기에는 너무나 한국적인 음식이라는 것이다.

3. 아메리칸 김치를 팔아라 – #1번과 #2번을 적절히 혼합한,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김치의 기본 재료와 ‘발효’라는 core 컨셉은 유지하되 양념과 맛을 미국 시장에 조금 더 적합하게 customize 하는 것이다. 덜 맵게 하거나, 냄새가 강한 마늘의 사용량을 줄이거나 또는 미국인들이 좋아하게 더 달게 만드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고 어떤게 가장 잘 먹히는지는 꾸준한 실험과 반복을 통해서 fit을 찾아야 한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 성공한 제품이라면 그 기본적인 개념을 기반으로 UI, 기능, 결제방법 등을 더 미국적으로 바꾸는 거와 비슷하다. 그리고 지속적인 product iteration을 하면서 market과 product fit을 찾아야 한다. 아메리칸 김치를 만드려면 한국의 오리지날 김치도 먹어보고 김치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햄버거도 먹어보고 햄버거를 직접 만들어 본 요리사가 필요하다. 한국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하면서, 한국과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를 잘 알고, 양쪽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아메리칸 김치’의 예에 가장 적절한 내가 아는 음식/식당 두개가 있다. 하나는 food truck 열풍을 시작한 Kogi 이다. 한국 교포 요리사 Roy Choi가 한국의 갈비, 파, 김치를 재료로 만든 멕시코의 대표 길거리 음식 타코인데 정말 맛있다. 지금은 유사품들이 워낙 많이 나와서 몇 년 전과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Kogi 트럭이 오면 줄을 서서 먹어야 한다. 또다른 음식은 LA 우리 사무실 바로 앞에 있는 Seoul Sausage 이다. 한국인 2세 3 명이 경영하는 이 식당은 핫도그가 주 메뉴인데 한국의 갈비와 돼지갈비를 가지고 만든 소세지를 사용한다. 더 재미있는 건 이 식당에 가면 한국 음료인 ‘암바사’와 ‘쌕쌕’도 팔고, 튀긴 김치 주먹밥과 같은 다양한 코리안 퓨젼 음식들이 있다. 한국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 운영하는, 한국 컨셉의 음식을 팔지만, 고객의 대부분은 미국인들이다.

세상 모든일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에 정답은 없다. 어떤 회사들은 미국에서도 계속 김치를 팔면서 꾸준히 시장을 만들어 가고, 어떤 회사들은 방향을 완전히 바꿔서 햄버거를 팔면서 성공을 꿈꾸고 있다. 또는, 김치와 햄버거 경험을 두루 갖춘 인력을 기반으로 미국시장에 최적화된 ‘아메리칸 김치’를 만들어서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회사들도 있다. 회사의 제품, 인력, 방향, 전략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서 전략은 다를 것이고 이 전략 자체가 계속 바뀔수도 있다. 하지만, 전략과는 상관없이 아직 그 어떤 한국 소프트웨어 회사도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하진 못했다. 나는 5년 안으로 할 수 있다는데 한 표를 걸어본다.

<이미지 출처 = http://pureglutton.com/bulgogi-brothers-stir-burger-revolu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