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by Kihong Bae:

관계 형성의 중요성

내 글을 읽는 분들 중 대부분이 예비 창업자 또는 현재 창업해서 회사를 꾸려가고 있는 분들일 것이다. 예비 창업자 분들은 창업 후 어느 시점에 – 생각보다 빨리 온다 – 외부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다. 현재 창업해서 회사를 운영하시는 분들도 돈을 펑펑벌고 있는 서비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언젠가는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글은 투자 유치를 할때 알면 도움이 되는 창업자들이 가져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서이다. 전부터 포스팅을 하고는 싶었는데 최근에 만났던 몇 창업가들을 생각하면서 기억이 생생할때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창업가와 투자자가 만나서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과정을 연애과정을 거쳐 결혼을 하고 새 살림을 차리는 과정과도 같다고 전에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남을 설득해서 그들의 돈을 받는다는 건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이다. 좋은 팀을 가지고 있고 이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투자를 받는 건 쉽지가 않다. 아마도 그 이유는 결국 돈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거지만 역시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있기 때문인 거 같다. 그리고 은행에서 융자를 받을때 거쳐야 하는 과정같이 특정 양식이나 객관적인 항목을 기반으로 Yes, No를 결정하는게 아니라 투자자마다 다른 기준을 기반으로 주관적인 결정을 하는 과정이기 때문인거 같다.

엄청난 초기 traction이 (매출, 트래픽, 사용자 interaction 등) 없고 투자자와 창업가가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만났다면 첫 만남에서 투자가 성사되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이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1,2만원이 아니라 몇 억이 왔다갔다 하는데 그 어떤 제대로 된 사람이 한 번 만나고 투자를 하겠는가?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괜찮은 팀과 제품일지라도 위에서 말한 엄청난 트랙션이나 그 팀을 오래동안 알고 지내지 않았다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팀원들, 제품 그리고 그 시장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어할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들이 발생하는데 이런 난관들을 대표이사와 팀이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관찰하기 위해서 일부러 자극적인 질문들도 하고 엉뚱한 요구를 해보기도 한다.

투자 유치가 필요한 창업가들이 명심해야하는 건 한번 또는 두번 만남을 가졌는데 반응이 별로이고 투자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투자가 물 건너 간거는 아니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창업가와 그 팀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어한다.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더 잘 알고 싶어한다. 경쟁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대화, 만남 그리고 교류를 통해서 이런저런 업데이트를 제공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최종 NO를 듣기 전 까지는 그 투자자와 계속 연결고리를 유지하는게 좋다.

한 두번 만난 후에 투자자 반응이 신통치 않다고 해서 그 이후에 완전히 연락을 끊는거랑, 반응이 별로라도 정기적으로 연락하면서 지내는 거랑은 많이 다르다. 일단 지속적으로 비즈니스에 대한 업데이트를 투자자들과 공유하고 계속 발전과 성장이 있다면 투자자들의 생각과 의견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뭔가 계속 발전하는 비즈니스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워낙 많은 회사들을 만나기 때문에 그들이 만나는 회사들을 일일이 관리하고 자주 연락하는건 힘들다. 창업가들이 지속적으로 communicate 해야 한다. 투자자들과의 지속적인 연락이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 그리고 이게 나는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바로 이런 교류를 통해서 창업가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이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지금 당장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창업가가 연락을 하면서 회사상황, 본인의 생각, 궁금한 점 등에 대해서 업데이트를 주면 “우리가 만약에 이 회사에 투자하게 된다면, 이 창업가는 이런식으로 굉장히 진정성을 가지고 투자자들과 연락하고 communicate 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투자자는 분명히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고 믿음과 관계가 형설될 수 있는 확률이 더 커진다.

우리가 최근에 투자한 게임회사 Flow State Media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회사 창업자/대표이사 Kahn을 처음 만난 건 오래 전이었다. 굉장히 똑똑하고 좋은 사람이었고, 능력있는 팀원들로 구성된 회사라서 관심은 있었지만 내가 게임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서 투자를 하더라도 어떤식으로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투자자들을 VC 리스트에서 지워버리고 그 다음 순서의 투자자로 넘어간다. 관심을 보이지 않은 투자자들과는 연락을 끊는다. 하지만 Kahn의 경우 지속적으로 우리와 연락하면서 우리 동네로 출장오면 가끔씩 커피도 마시고, 투자 상황 및 비즈니스 상황에 대해서 업데이트를 해 줬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Flow State Media의 Letter UP이라는 게임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회사가 계속 성장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진정성 있고, communication 기술이 좋고, 투자자들한테 책임감있고 professional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투자 해볼만 하다라는 결정을 했다.

투자를 받는다는 건 간단하게 보면 있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사람한테 돈을 주는 것이지만, 그 밑에는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오랜 교류로 인한 관계가 있다는 걸 잘 이해하면 좋겠다. 솔직히 창업가의 입장에서도 이왕 투자를 받을거면 이 투자자는 어떤 사람이고, 이 돈은 어떤 돈인지 더 잘 알면 좋다.

꿈이 현실이 될 때

우리 주변에는 창업가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큰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유명한 창업가들도 있는가 하면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나름 성공한 창업가들도 있다. 또,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비즈니스를 소유하지는 않지만 자기가 항상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자신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창업가들도 있다. 예를 들면, 동네 빵집 아저씨나 작은 커피숍 주인이 그렇다. 이런 분 중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지만, 자세히 이야기해 보면 과거에는 대기업에서 일하던 분들도 있고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던 명문대 출신들도 많다.

이 창업가들의 공통점은 뭘까? 물론, 공통점은 많이 있는데 내가 최근에 많이 공감하는 부분은 바로 이 사람들은 ‘꿈’을 어느 순간에 ‘현실’로 만들었다.만들려고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태어날 때부터 창업하고 자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많은 사람이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해서 일을 하겠다는 꿈을 꾼다. 주위에 성공적인 창업가들을 보면서 본인도 언젠가 타이밍이 맞으면 멋지게 창업해서 성공하는 꿈을 꾼다.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꿈만 꾼다. 하지만, 창업가들은 어느 순간부터 꿈꾸는걸 멈추고 이 꿈을 실현하기 시작한다. 이게 일반인들과 창업가들의 큰 차이점인 거 같다. 꿈꾸는 자는 아름답고 꿈을 가지고 사는 건 좋다고 하지만 이 말을 다시 생각해보면 좀 슬픈 말인 거 같다. 꿈은 말 그대로 현실이 아니므로 이루지 못하는 꿈만 꾸다가 인생을 끝내는 건 좀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건 언제인가? 인생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영어에도 “Timing is Everything”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꿈을 현실로 만드는 완벽한 타이밍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굴곡과 변수투성이인 우리 삶에서 창업을 위한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린다는 거 자체가 그냥 평생 꿈을 꾸면서 살겠다는 말과도 같다.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이 아니지만 내가 꿈꾸는 걸 멈출 준비가 되어있느냐에 대한 정답을 아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바로 나 자신이다.

이번 주말에도 모르는 분들한테 이메일을 여러 개 받았다. 학생들도 있고 직장인들도 있는데 모두 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서 언젠가는 큰일을 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었다. 꿈을 꾼다는 거 자체는 좋다. 하지만, 이분들은 곰곰이 생각하고 행동하길 바란다. 20년 후에도 같은 꿈만 꾸고 싶은지, 아니면 최소한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을 언제 내디딜 것인지.

<이미지 출처 = http://cocospeaks.net/stop-dreaming-start-doing/>

대기업은 원래 그래요

bureaucrat_2최근 몇개월 동안 한국과 미국 대기업 분들과 같이 소통하고 일 할 기회가 좀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대기업과 같이 일하는게 쉽지 않고 항상 실망감만 남았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특정 기업에 대한 나쁜 인상을 가졌던거 보다는 대기업의 사람들한테 큰 실망감을 경험했다. 내가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다.

“잘 아시잖아요. 대기업이 원래 좀 그래요.”

의사결정이 엄청 느렸다. 대기업이 원래 그렇단다. 같은 부서 직원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안 되었다. 다른 부서는 완전히 다른 회사다. 대기업이 원래 그렇단다. 언제까지 뭔가 결과물을 전달해 준다고 했는데 항상 늦었다. 대기업이 원래 그렇단다. 뭔가 잘 안되면 ‘윗 사람들’이 승인을 안해서 그렇단다. 대기업이 원래 그렇단다. 아예 연락이 안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기업이 원래 그런가보다. 참 안타깝고 실망스러웠다.

실은 대기업이 원래 그렇다기 보다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그 사람들이 원래 그렇다고 하는게 맞을거 같다. 능력있고 일 잘하는 사람들도 대기업 들어가면 결과나 효율보다는 정치, 프로세스, 책임면피 이런거에 집중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경우를 나도 더러 봤는데 많은 사람들은 회사가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런 사람들이 대기업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의사결정이 전반적으로 느린 이유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결정 프로세스를 느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말단 직원은 그 이유를 상사한테 넘기고, 상사들은 그 이유를 다시 그들의 상사한테 넘긴다. 실은 맨 위의 의사결정권자 한테는 이 내용이 제대로 전달 되지도 않는다. 권한은 모두가 다 가지려고 하는데, 책임은 그 누구도 지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 회사 잘 아시잖아요. 원래 좀 그래요.”를 버릇처럼 말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그 회사가 그렇다기 보다는 자기 자신이 능력이 없는거고 그걸 회사의 탓으로 돌리려는 성향이 강한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워낙 사람이 많고, 책임감을 여기저기 토스하면서 시간과 자원의 손실이 발생해도 대기업은 굴러갈 수 있는 돈과 자원이 있기 때문에 이게 가능하다. 기업문화가 회사의 직원들을 형성한다는 이론이 있는데 나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기업문화를 만들고, 더 나아가서 기업 자체가 되기 때문이다. 전에 내가 Red Bull의 기업문화에 대해서 쓴 적이 있는데, 당연히 이런 회사에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회사의 문화를 흡수해서 진정한 Red Bull 사람이 된다. 회사가 그 사람을 만들지만, 그 전으로 가보면 그런 회사는 Red Bull의 직원들이 만든 것이다. Red Bull도 직원이 거의 1만명이나 되는 대기업이지만, 내가 이들과 같이 일했을때를 회상해보면 부사장이나 리셉셔니스트나 모두 책임과 권한을 본인들이 가지고 움직였지 한번도 남 또는 회사를 탓 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작은 조직의 스타트업과 같이 일하는 걸 좋아한다. 이런 bullshit도 없고, 회사에 쓸데없는 지방이(fat) 끼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기업도 스타트업과 같이 운영될 수 있다. 결국엔 사람과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생각을 제대로 갖고 그에 충실한 액션을 취하면 된다.

<이미지 출처 = Verite Research>

판도라 미디어의 숙제

인터넷 스트리밍/라디오 서비스 판도라 미디어가 지난 주에 2014년 3사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 자체는 월가의 예상을 넘었지만, 주가는 거의 20% 정도 하락했다. 뮤직쉐이크를 5년 정도 미국에서 운영하면서 존경 반, 부러움 반으로 벤치마킹하던 회사이기 때문에 –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거의 매일 사용하고 듣는 서비스라서 – 주말에 실적 관련 자료들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봤다.

남의 컨텐츠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구조의 문제점에 대해서 작년에 내가 다음과 같은 블로깅을 했었다:

판도라는 인터넷을 통해서 음악을 스트리밍 할 때마다 음원 소유자들한테 스트리밍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물론, 하나씩 보면 엄청나게 적은 비용이지만 2011년도 자료를 보면 판도라의 음원 사용료는 전체 매출의 54%이니 절대로 만만치 않다 (2013년 예측은 60%). 판도라는 이 비용을 지금까지는 투자금과 광고 수익으로 땜빵하고 있고 아직도 회사는 수익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광고 수익이 늘어나면 언젠가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지만, 분명히 그때와서 음반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서 스트리밍 비용을 더 달라고 할 것이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수의 유저를 확보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판도라는 어쩔 수 없이 음반사들이 더 달라고 하면 더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판도라라는 비즈니스와 고객 자체가 이러한 남의 음원때문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주가가 떨어진 원인은 증가하는 음원 로열티 비용(=’컨텐츠 취득 원가(content acquisition cost)’라고 한다)과 감소하는 신규 active 사용자 성장률이다. 남의 컨텐츠를 기반으로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한테는 최악의 악몽이다. 역시 컨텐츠 비용은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고 현재 이 수수료를 낮추려고 담당 기관들과 판도라는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2015년 말까지는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더 올라갈 수 있는 확률도 무시할 수 없다.

판도라가 앞으로 성공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이 있다. 어차피 유료 유저들은 적기 때문에 무료 유저들로 부터 광고수익을 극대화 해야 한다. 일단 광고 수익을 극대화 하려면 더 많은 active 유저들이 음악을 더 많이 들어야 한다. 하지만 Spotify, 그리고 앞으로 이 산업을 다시 한번 disrupt할지도 모르는 Apple의 iTunes Radio와 경쟁하려면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집행해야 한다. 신규 사용자들을 확득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비용을 더 써야하는데, 이 사용자들이 무료 음악을 더 들을수록 컨텐츠 취득 비용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이렇기 때문에 아무리 매출이 증가해도 그에 따라서 증가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항상 낮을 수 밖에 없다. 앞으로 판도라가 이 숙제를 어떻게 풀지가 매우 궁금하다.

<이미지 출처 = “http://www.billboard.com/biz/articles/news/radio/5638323/pandoras-business-model-is-it-sustainable“>

조금은 다른 각도의 혁신

얼마전에 저널에서 Mahindra Genze라는 전기 스쿠터에 대한 기사를 읽고 ‘혁신’에 대한 생각을 다시끔 했다. Genze가 사용하는 휴대용 배터리는 11kg 정도로 가벼운 편이어서 사용자들이 배터리만 집안에서 충전할 수 있고, 한번 충전하면 50키로 정도까지 갈 수 있다. 가격도 1,000 달러로 시중에 있는 배터리보다 1/3 정도 저렴하다. 아, 그렇지만 그냥 크기를 작게 했고 가격을 조금 더 저렴하게 한 이 배터리 자체가 혁신적이라는 건 아니다.

그전에 배터리에 대해서 조금만 더 알아보자. 배터리 기술의 발전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더디어서 배터리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건 쉽지 않다고 한다. 스마트폰, 타블렛,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용량은 잘해봐야 해마다 몇 % 밖에 증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전기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와 같이 사이즈가 커지면 더 복잡해진다. 단위 무게 당(1 lb)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솔린에 20배 이상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으며, 비용으로 따지면 훨씬 더 차이가 난다: 참고로 Tesla Model S의 배터리팩 가격은 약 3만 달러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전세계적으로 배터리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위한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수조원의 자금과 수천명의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투입되고 있다. 물론, 실험실에서는 배터리 용량을 2배로 증가할 수 있는 혁신이 매일같이 보도되고 있지만, 이 기술을 상용화 하려면 수십년이 걸릴 것이다.

Genze의 엔지니어들과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잘 쓴게 바로 이 부분이다. 이들은 앞으로 수십년 후에나 현실화 가능한 배터리 혁신을 기다리는 대신 현실과의 타협을 선택했고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혁신’을 시도했다. 어차피 배터리 용량은 크게 늘리지 못하니까 용량은 상수로(constant) 놔두고 대신 다른 부분을 변수로(variable) 이런저런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디자이너들은 전반적인 디자인 자체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었고, 여기에 엔지니어들의 피드백과 엔지니어링이 추가된 최종 제품은 기존 전기 스쿠터보다 더 가볍고 효율적인 새로운 차원의 스쿠터 였다.
한번 충전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현재 기술로 구현하려면 무겁고 크고 비싸기 때문에 이들은 역발상적으로 자주 손쉽게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를 구상했고, 자주 손쉽게 충전할 수 있게 하려면 무게가 가벼워서 사용자들이 가지고 다니면서 실내에서 충전할 수 있게 해야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작은 배터리로 스쿠터의 효율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스쿠터의 무게를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스쿠터 프레임을 버리고 외부 샤시를 최적화 했다. 즉, 현실과 싸워야 하는 배터리의 혁신보다는 스쿠터 전체의 혁신을 re-engineering하고 re-designing을 한 것이다.

‘혁신’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Dyson의 엔지니어들도 비슷한 과정을 겪은 적이 있다. 2006년에 출시된 무선 진공청소기는 한번 충전에 7분 정도 밖에 작동하지 않았다. 같은 산업과 타 산업군의 엔지니어들은 작동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더 기발한 배터리 연구와 개발에 집중했지만 다이슨의 엔지니어들과 디자이너들은 배터리 기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오히려 전기모터 개발에 눈을 돌렸다. 그래서 이들이 개발한 전기모터는 타사 진공청소기 모터보다 효율이 3배 이상이고, 한 번 충전에 작동 시간을 20분까지 연장시켰다 – 배터리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서도.

조금 다른 각도의 혁신 – 앞으로 이런 사례가 더 있는지 예의주시 해야겠다.

<이미지 출처 = http://www.genz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