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by Kihong Bae:

아름다운 질문들

한 연구에 의하면 4살짜리 꼬마들은 하루에 평균적으로 300개 이상의 질문을 한다고 한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2살 – 5살 동안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40,000개의 질문을 한다고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우리의 궁금증은 사라지고 질문의 빈도가 줄어든다. 하루에 300개 이상의 질문을 하던 꼬마가 고등학생이 되면 거의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고학년이 될수록 학교는 학생들의 호기심과 질문하려는 의욕을 좌절시킨다. 대학 입학 시험은 학생들의 질문보다는 답을 중시한다. 직장 상사는 질문이 너무 많은 직원들을 싫어한다 – 특히 그 질문이 상사의 생각과 반대가 된다고 생각되면. 질문을 하는 사람은 무식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걸쳐 팽배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질문 하고 싶어도 꾹 참게 되며 이건 습관이 되고 우리의 인생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질문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내가 ‘WHY?‘라는 포스팅에서도 잠깐 언급을 했다. ‘좋은’ 질문들을 많이 해야만 그에 대응하는 좋은 답변들과 해결책들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창업가라면 좋은 질문들을 넘어서 ‘아름다운’ 질문들을 우리는 수시로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1970년대 어느날 모토로라의 부장 Martin Cooper는 스타트랙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캡틴 커크가 이동 ‘communicator’라는 기기를 사용해서 우주선의 선원 중 한명과 대화를 하고 있는 장면이 있었다.
그는 그 순간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첫번째 질문을 했다. “사람이랑 통화하고 싶은데 왜 특정 장소로 전화를 해야 할까? (=나는 내 친구랑 전화를 하고 싶은데 왜 개네 집으로 전화를 해야할까?)”
이 질문에 이어서 그는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두번째 질문을 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이걸 만들어 볼 수는 없을까?”
첫번째 질문은 정말 좋은 질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불편함을 감소하면서 인생을 살지 이런 질문 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의 두번째 질문은 ‘아름다운’ 질문이다. 이 질문을 함으로써 쿠퍼씨는 문제의 해결책을 다른 사람한테서 찾지 않고 스스로 그 질문의 오너싶을 갖게 되었다. 쿠퍼씨는 동료 엔지니어와 연구 개발을 시작했고 1973년 4월 3일 그는 세계 최초로 이동전화로 (핸드폰) 다른 사람한테 전화를 걸었다.

이젠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도 시작은 비슷했다. 뉴멕시코에서 휴가를 즐기던 Edwin Land씨의 3살짜리 딸이 “아빠. 사진을 보려면 왜 기다려야 해요?”라는 질문을 했다. 이 질문은 매우 좋은 질문이었다. 랜드씨는 여기서 “왜 이런 카메라를 다른 사람들은 안 만들지?”라는 질문에서 멈추지 않고, “내가 이 카메라를 만들면 안 되나?”라는 ‘아름다운’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1948년에 최초의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탄생하게 되었다.

세상을 바꾼 대다수의 발명의 시작은 좋은 질문이다 – “왜 이럴까?”
창업가들은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다음의 ‘아름다운’ 질문을 한다 – “내가 이걸 해결할 수 없을까?”

좋은 아이디어가 없어서 창업을 못하고 있다면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그 해답들을 남이 아닌 내가 찾아보려고 노력해봐라. 질문하는거 자체가 너무 힘들다면 3살의 나로 다시 돌아가보자. 그 순진함과 호기심으로 모든 걸 질문해보자. 그리고 남이 아닌 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러한 질문들을 ‘아름다운’ 질문으로 바꿔보자.

<참고서적 = “A More Beautiful Question: The Power of Inquiry to Spark Breakthrough Ideas” by Warren Berger>
<이미지 출처 = “http://blogs.mlmins.com/goodquestion/files/2012/04/good-questions-to-ask-when-getting-to-know-a-guy1.jpg“>

기본 원칙들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것들이 변하지만 항상 변하지 않는 기본적인 원칙들은 존재한다. 우리가 좋든 싫든 이러한 원칙들은 지켜지기 위해서 존재한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건 기존의 방법을 탈피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지만 이 걸 불법적으로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거와 동일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창조성을 기반으로 효율과 생산성을 극대화 하는 건 지름길로 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지름길로 가는거 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경우도 많다.

전에 한국에서 살았을때도 그렇고, 지금은 한국에 살지 않지만 한국에 올 때마다 지난 몇 년 동안 느낀 점은 가끔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은 선진국에서는 – 한국이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에 대해서는 각자 의견이 다르지만 – 발생하면 안되는 것 들이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건 주정차 위반, 신호등 위반, 안전운전 등의 교통법규 위반이다. 아무리 새벽길에 차들이 없지만 이렇게 제한속도를 무시하고 신호등도 무시하고 차들이 막 달리는 도시는 서울이 거의 최고인 거 같다 (내가 가본 도시 중). 더욱 더 걱정되는 건 운전을 업으로 하는 택시 기사들이 제일 심하다는 것이다. 새벽에 동네 사거리에 사람들이 안 다닌다는 걸 누가 모르나? 주말에는 휴교라서 학생들이 학교 근처에 없다는 거 누가 모르나? 그렇지만 신호등이 거기에 있고 빨간색이면 정차했다가 다시 초록색으로 바뀌면 가는 건 사람이 있든 없든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지켜야 하는 원칙이다.
미국도 물론 운전을 개판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원칙에 있어서는 꽤 철저한 편이다. 대부분 STOP 사인이 있으면 완전히 정차 했다가 오른쪽 왼쪽 한번 확인하고 안전하다 싶으면 그제서야 출발한다. 나도 이러한 습관은 몸에 배어서 새벽 3시에 길거리에 개미새끼 한마리 없을때도 이건 반드시 지킨다. 이건 고지식한 것도 아니고 비효율적인 것도 아니다. 그냥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It’s just that.

이번에 한국에 큰 사고가 있었다. 난 한국에 살지도 않고 관련 기사나 글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헷갈려서 뭐라 할 입장은 전혀 아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위에서 아래까지 분명히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지름길을 선호하는 태도도 근본적인 문제점 중 하나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을 하는 분들은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분명 “더 빨리, 더 싸게, 더 좋게”를 외치지만 항상 비즈니스의 원칙은 지켜져야 하며 법의 태두리 안에서 해야한다. 그래야지만 글로벌 무대에서도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체제와 힘을 키울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해라

do what u love지난주에 우리 집 근처에 사는 그렇게 젊지는 않지만,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교포 창업가 2명을 만나서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다. 이들은 현재 제품을 만들어가는 중이며 3개월 후에 론치 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속으로 ‘최소 3개월 x 3 = 9개월 정도 걸리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창업해 본 사람들은 나랑 공감할 텐데,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했던 거보다 항상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이 글을 읽는 예비 창업가 중 “5,000만 원으로 2명이 6개월 정도 밤새워서 만들면 될 거 같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이 숫자들에 모두 최소 3을 곱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제품을 launch 하는 시점에서 역산을 해보면 아마도 1억 5,000만 원 정도 썼을 테고, 시간은 한 1년 반 정도가 걸렸을 것이다.

솔직히 이렇게 초기 예상보다 항상 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걸 누구의 잘못으로 돌리기에는 – 기획이 늦어졌다, 개발이 너무 더디었다 등… – 이 바닥은 너무나 많은 불확실성과 혼돈이 존재한다. 생존하기 위해서 하루에 몇 번이나 회사의 전략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초기에 세웠던 이런 가설들이 제품이 나오는 시점까지 변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물론, 대부분 회사가 제품을 론치 해보기도 전에 없어진다. 이러한 이유와 내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장담하는 론치 시점과 이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는 예산을 절대도 안 믿는다. 심지어 나는 3개월이면 다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던 창업팀이 결국 2년이라는 시간을 사용하는 걸 보면서 이제는 창업가들이 말하는 숫자들에 3이 아니라 5를 곱해서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혹시나 그 전에 완성이 되면 굉장히 기뻐할 수 있고, 더 오래 걸리더라도 자신을 위안할 수 있다.

창업을 결심했거나 지금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초기에 예상한 거 보다 돈, 시간, 인력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생각보다 더 빨리 돈이 떨어지고, 제품 개발은 늦어지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계속 내가 시작한 일을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하려면 정말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얼마 전에 비키/빙글의 호창성 님의 고생 스토리를 감명 있게 읽었는데 이 중 내 심금을 울렸던 말: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라. 그래야 버틸 수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길지 않은 인생, 우리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면서 가치 있게 살다 가자.

<이미지 출처 = FB Cover Street>

죽음의 활주로


우린 이제 한 2년 동안 16개 회사에 투자를 했다. 대략 1.5개월 마다 한 개의 회사에 투자한 셈인데 앞으로 이런 페이스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더 많은 투자를 하길 원한다. 이 업을 하다보면 새로운 거 엄청 많이 배우고 (거의 매일), 그동안 알던 걸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은데 오늘은 대부분의 초창기 스타트업들이 경험하고 그 중 80% 이상이 살아남지 못하는 죽음의 활주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일단 이 바닥에서 말하는 ‘활주로 (runway)‘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내 수익을 만들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돈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을 활주로 (runway)라고 한다. 비행기가 활주로 끝에 다다르면 하늘로 이륙하거나 더 이상 운행을 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아니면 바다로 추락하듯이, 스타트업들도 돈을 다 소진하면 재투자를 받아 날아가거나 아니면 망하는 것이다. 벤처 캐피털들이 “활주로가 얼마나 남았습니까? How much runway do you have?”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이는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언제 떨어집니까?’라는 말이다. -‘스타트업 바이블‘에서

과거의 성공 기록이 없고, 남들이 알아주는 팀원도 없고, 아직 제품이 준비되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펀딩을 받고 시작하기란 힘들다. 과거에도 힘들었지만 소수의 회사들에만 돈이 집중되고 있는 현재 시장에서는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현재 돈이 집중되어 있는 소수의 스타트업들은 남들이 알아주는 과거의 성공 경험이 많은 창업가들이 시작했거나 이미 제품이 있고 어느 정도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그런 회사들이다. 불행하게도 이 블로그를 읽는 분들 중 창업을 했거나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많은 분들 한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분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돈 많은 가족 또는 현실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스트롱 벤처스와 같은 시드 투자자 들이다. 운이 좋아서 가족이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더라도 금액 자체는 크지 않을 것이다. 우리같은 경우도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이 해도 1억원 정도까지만 투자를 하는데 어떻게 보면 큰 돈 이지만 2-3명의 팀원들이 최소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살더라도 서울, 실리콘밸리 또는 LA와 같이 물가가 비싼 곳에서 생활하기에는 모자랄 수 있다. 가족한테 투자를 받아도 비슷한 걸 난 목격했다. 정공법으로 돈을 번 사람들 이라면 아무리 아들 딸이 창업을 해서 고생하고 있더라고 무작정 몇 억 또는 몇 십억원을 주지는 않는다. 최소 투자금을 주고나서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투자를 받는 이 순간부터 ‘죽음의 활주로’는 시작된다. 이 투자금을 가지고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제품을 만들어서 운이 좋으면 launch 할 수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은 제품도 launch 해보지 못하고 없어진다). 이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launch 하자마자 크게 잘되는 서비스는 드물다. 론치 한 후에 시장이 원하는 product fit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게임은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product fit을 찾는 과정은 제품을 론치하는 거 보다 훨씬 더 어렵다. 이 과정은 실험과 시행착오의 연속이며, 더 안타까운 건 대부분의 회사와 제품들이 이 product fit을 찾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진다. 그 이유는 이 실험과 시행착오에는 생각했던 거 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대부분의 회사들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도 훨씬 전에 자금이 바닥난다. 즉, 생각보다 활주로는 짧고 우리 비행기는 하늘로 날지 못 한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시드 펀드라는 거 자체가 한정된 금액이고 이 돈을 가지고 제대로 된 제품을 빨리 만든다는 건 위에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다. 다른 이유는 이런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창업 멤버들 사이에 금이 가고 멀어진다. 그러면서 팀이 해산되고 회사도 해산된다. 솔직히 내 생각은 후자의 경우도 궁극적으로는 ‘돈’의 문제이다. 돈이 너무 없으니까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창업 멤버들 사이도 멀어지는 걸 많이 목격했다.

지속적인 실험과 그 실험들에 대한 데이터 축적 및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죽음의 활주로’ 때문이다. 활주로의 끝에 왔는데 운이 좋게 market fit과 product fit을 찾았다면 축하한다. 이제 돈을 버는 서비스를 만드는 건 시간 문제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 했다면 다시 투자자들이나 가족을 찾아가서 돈을 구해야 하는데 product fit을 아직 찾지 못한 이 시점에서 정상적인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우리 팀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은 어느 방향으로 가면 만들 수 있는지 조금씩 찾아가고 있으며, 매일 매일 그 목표에 더 가까워 지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아직 아무것도 없는 팀이 이를 보여주고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서 얻는 수치화 할 수 있는 데이터다.

솔직히 이렇게 해도 투자를 받는 건 쉽지 않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모두 확실한 수치를 (유저, engagement, 매출 등)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이 좋으면 그동안 창업팀이 한 수많은 시행착오, 실험 그리고 데이터의 가능성을 꿰뚫어 보고 여기에 베팅하는 투자자를 가끔씩 만난다. 이런 투자자한테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면 여기서 다시 한번 활주로는 시작되고 이번엔 반드시 우리 비행기를 하늘 높이 띄워야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justtheflight.co.uk/blog/1-13-death-defying-runways.html>

[生生MBA리포트] Full-time MBA는 앞으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최근 들어 기술과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 온라인 교육이 활기를 특히 띄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 집에서 내 컴퓨터 화면 앞에서 TEDx를 통해 세계적 유명 인사의 강연을 들을 수도 있고,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나 Coursera를 통해 아이비리그의 강좌를 들을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추세를 따라 online MBA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2년씩이나 생업을 쉬고 미국에서 유학할 것도 없이 온라인으로 학위를 따면 비용이나 효율 면에서 훨씬 유리할 것처럼 보입니다.

현재 랭킹 20위 이내에서 온라인 MBA를 제공하는 학교는 카네기 멜론 테퍼 (US News기준 정규 MBA 랭킹: 18위) 스쿨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19위)이 있고, 20위권의 학교들로는 인디애나 대학의 켈리(21위), 조지 워싱턴 대학(23위), 아리조나 주립대 케리(27위) 등이 있습니다. 카네기 멜론에서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MBA(FlexMBA)에서는 평소에는 동영상 생방송으로 수업을 하고, 2개월에 한번씩 사흘간 피츠버그에 모여서 참여형 수업 및 네트워킹, 기타 커리어 코칭 등을 받는 구조입니다. 정규 풀타임MBA와 동일한 교재로, 동일한 교수진에게 교육을 받지만, 사실 학교 입장에서 보면 온라인 MBA 는 정규 MBA에 비해 수익이 많이 남는 구조입니다.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 때문에 정규 MBA에서처럼 장학금을 줄 필요가 없고 (비공식적인 통계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학비의 약25% 정도가 장학금으로 수여된다고 합니다), 강의실이나 커리큘럼 운영 등을 위한 추가적인 비용도 거의 소요되지 않습니다. 많은 학교들이 MBA 사이즈를 늘리기 위해 비즈니스 스쿨 건물을 신축하는 추세인데, 온라인 학위의 경우 이런 대규모 투자가 필요 없으니까요. 게다가 학비는 $116,000 으로(카네기 멜론 기준) 정규 MBA 프로그램과 비교할 때 거의 동일합니다. 그런데 탑스쿨들은 왜 이 비즈니스에 뛰어들지 않은 걸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원자들의 인식이 빠른 시간 내에 갑자기 변하여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선호하는 현상이 생기지 않는 한, 탑스쿨들은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온라인 MBA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일단, 비즈니스 스쿨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랭킹이라는 점을 기억합시다. 학교들은 이 랭킹을 올리기 위해, 뒤처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는 경쟁과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랭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는 졸업생들의 취업률(및 연봉)과 학생들의 우수성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온라인 MBA가 정규MBA와 비교할 때, 이 두 가지 면에서 더 우수한 결과를 내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기업들이 많은 연봉을 주면서 MBA들을 채용하는 이유는 비즈니스 스쿨들이 사람들을 선별하는 안목을 믿기 때문인데, 기업들은 온라인 MBA 학생들이 정규 MBA만큼 우수한 학생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맥킨지나 골드만삭스는 온라인 MBA 들을 위한 취업 설명회에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온라인 MBA 프로그램을 시작한 카네기 멜론 테퍼스쿨의 경우, GMAT 점수가 일정 이상 되고 어느 정도 좋은 직장 경력을 가진, 객관적으로 ‘우수하다고 볼 수 있는’ 학생들을 모집하는데 상당히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취업의 기회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크게 다릅니다. 또한, 온라인 MBA의 규모가 커질 수록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라는 이미지가 희석되어 취직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규 MBA의 선호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학교의 랭킹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온라인 MBA 교육이 정규 MBA와 같은 교재와 같은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그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도 의문입니다. 요즘 MBA 프로그램들은 숫자 분석 뿐 아니라 리더십, 협상 등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수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강화하는 추세가 분명한데, 2개월에 한번씩 만나서는 이러한 수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네트워킹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정규 MBA들은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클래스에서 여러가지 수업도 같이 듣고, 팀 프로젝트와 각종 클럽에 참여하며 끈끈한 네트워크를 다져 가지만, 2개월에 한번씩 만나는 이들에게 이러한 유대감이 생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좋은 학교일수록, 온라인 MBA에 진출함으로써 얻어지는 득과 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카네기 멜론에서 온라인 MBA의 규모를 20명에서 30명 이내의 소그룹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러한 부분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최근의 증가하는 온라인 MBA의 추세는, 탑스쿨들보다는 30위 바깥의 학교들에 훨씬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직장이 있는 도시 내에서 파트타임 MBA나 executive MBA로 진학했던 이들이 이제는 지역적 제약을 극복하여 다른 주의 온라인 MBA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맥킨지나 모건 스탠리로 이직을 원하는 지원자는 탑스쿨의 정규 MBA에 진학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겠지만,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조금 더 인정을 받아 좀 더 빨리 승진하려는 목적이라면 살고 있는 도시 근처의 파트타임이나 executive MBA(경력이 긴 경우)에 진학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의 수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기술의 발전은 축복이지만, 그만큼 진학의 목표를 확실하게 이해해야 할 책임은 학생에게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래 첨부한 표는 US News에서 발표한 온라인 MBA 프로그램 랭킹입니다.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Chapel Hill (UNC)에서는 랭킹 선정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여 아예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카네기 멜론의 경우, 2013년에 처음으로 1기를 모집했기 때문에 명단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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