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by Kihong Bae:

거기 있어야 하는 이유

미국을 대상으로 글로벌 사업을 하려면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라는 – 상황이 허락한다면 – 말을 나는 항상 강조한다. 아직도 이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며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함에 있어서 여러가지 중요한 행정적인 이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느낀점은 단순히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는 것 보다는 비즈니스를 실행하는 팀이 물리적으로 미국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한국에 좀 오래 머물면서 이걸 더욱 더 절실히 깨달았다.

한국 나오기 바로 전에 미국에서의 내 관심사는 NBA 플레이오프 였다. 내가 NBA에 엄청나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주위 사람들이 모두 농구 이야기를 했고, TV를 켜도 항상 방송되는게 NBA 경기였고, 미디어에서도 계속 관련 기사들이 올라와서 그냥 자동으로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두가지 현상을 경험했다. 일단 그 누구도 NBA 플레이오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관련 소식을 내가 노력해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관련 컨텐츠들이 나한테 push 되지 않으니 나도 자연스레 흥미를 잃고 이와 함께 관심도가 내려간다.
어제부터 시작한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French Open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사람들이야 워낙 테니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French Open이 열리는 2주 동안 항상 관련 뉴스들과 테니스 경기를 TV로 보여준다. 나는 지금 한국에서 French Open을 보고 싶어서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면서 경기 일정을 보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미국에서는 2주 동안 밤을 새우면서 경기들을 보지만, 한국에서는 워낙 관련 소식조차 접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냥 자연스럽게 관심도가 떨어지고 그냥 잊은채로 2주가 지나갈 거 같다.

이런 상황은 주목해야 할 만한 현상이다. 내가 한국에 사는 창업가이며 NBA, 테니스 또는 한국에서는 큰 인기가 없고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의 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굉장히 어려움이 많이 있을 것이다. 미국 시장을 잘 모른는 팀이 – 미국에서 살아본 경험도 없고 미국인들이 어떤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그리고 영어를 하지 못하는 – 글로벌 시장을 위한 제품을 한국에서 만들때 많은 어려움을 겪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특히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만드는 consumer service나 제품은 솔직히 단순 하지가 않다. 소비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product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문화, 패턴, 트렌드, 삶, 주위 환경, 주위 사람들 등 상당히 복합적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미국에 물리적으로 있지 않으면서 이런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만든다는 건 상당히 어렵다. 위의 NBA나 French Open의 예에서 말한대로 한국에 있으면 미국사람들이 주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고, 어디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요새 유행하는게 무엇인지를 직접적으로 깊게 이해하고 체험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를 잘 한다면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뉴욕에서 새해를 직접 맞이하는 거와 TV를 통해서 카운트다운 하면서 ball이 떨어지는 걸 보는 건 완전히 차원이 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력은 한국에 있지만 서류상으로만 본사를 미국에 set up 한 회사가 있는가 하면, 서류상 본사는 한국이지만 모든 팀원이 미국에 있는 회사가 있다. 만약에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한다면 후자가 훨씬 더 바람직 하다. 위에서 내가 말했던 이유 때문에. 물론, 가장 좋은 건 서류상 본사도 미국이고 팀원들도 미국에 있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tollfreeforwarding.com/blog/global-connection-top-international-business-stories-from-january-2014/>

투자자의 pro-rata 권리

다음과 같은 경우를 한번 생각해보자. 내가 어떤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에 1억을 투자했는데 이때 이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10억 이었다(post-money). 즉, 나는 1억원을 투자하고 이 회사의 10% 지분을 갖게 되었다. 얼마 후 이 회사가 Series A 투자를 4억원 받았는데 그때 밸류에이션은 20억원이었다. 이렇게 될 경우 내가 가지고 있던 회사의 10% 지분은 20% 희석되어 8%로 줄어든다. 물론, 종이상 내 초기 투자금 1억원의 가치는 1.6억원으로 증가했지만 (20억원짜리 회사의 8%를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많은 투자자들은 초기 지분 10%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이걸 보호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투자 계약서에 – 내가 최근에 본 모든 계약서에 적용 – 포함된 항목이자 투자자의 권리가 바로 이 pro-rata 권리이다.

즉, 투자자들의 초기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그 다음 round에 추가 투자를 – 초기 지분율까지만 – 할 수 있는 투자자의 권리이다. 위의 예에서 나의 pro-rata 권리는 바로 초기 지분율 10%를 유지 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 2%, Series A 밸류에이션 기반으로 이 2%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000만원이다. 나에게 주어지는 pro-rata 권리에 의하면 나는 4,000만원을 추가 투자하면 내 지분율 10%를 계속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건 의무가 아니라 권리이다. 그리고 평생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투자가 이루어진 후 보통 2주 – 3주 내로 행사를 해야하는 권리이다. 처음엔 회사가 너무 맘에 들어서 투자를 했는데 그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면 그냥 내 pro-rata 권리를 포기하고 지분을 희석시키면 된다. 하지만 돈을 번 많은 투자자들은 좋은 회사에 계속 이 pro-rata 권리를 행사하면서 지분율을 유지한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잘 되고 있다고 느껴지면, 처음 투자했을때 보다는 더 비싼 돈을 내서라도 지분을 유지하는게 좋다.

더 나아진 나

내가 5월달에 한국에 나온 3가지 이유 중 하나인 – 그리고 매우 중요한 – 비론치 2014 행사가 지난 주 목요일 막을 내렸다. 양적 그리고 질적인 면에서 봤을때 대한민국 최고의 IT 행사로 자리매김을 확실하게 한 거 같다. 나는 이번 비론치 행사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가를 했다: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급성장을 경험했는데 비론치는 마치 스타트업계의 88 올림픽과 같아요. 이번 비론치 2014는 모든 면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굉장한 성장을 한 것 같습니다. 다른 콘퍼런스 같으면 10년이 걸려 개선됐을 부분들이 고작 3년 만에 정말 기적적인 발전을 이뤘죠. 비론치라는 콘퍼런스는 이제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어요. 이번 행사 때 이야기를 나눴던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 콘퍼런스 중 단연 최고였다고 말해요. 일부는 테크크런치보다 나은 점도 많다고 해요.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이제 불같이 퍼질 거예요. 아무도 그걸 멈출 수 없죠. 올해가 바로 그 시작점입니다.

아시아 테크 산업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싶다면, 비론치로 향하세요. 이런 콘퍼런스가 한국에 있다는 게 자랑스럽고, 내년이 정말 기대됩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건 ‘티핑 포인트’ 이다. 솔직히 beLaunch 2012와 2013도 모두 매우 훌륭했고, 행사가 끝난 후에는 역시 최고의 행사구나 라는 생각을 해마다 하게 만드는 좋은 컨퍼런스였다. 하지만 2014 행사는 과거 2회의 컨퍼런스와는 달리 단순히 “좋은 행사”를 넘어 뭔가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운동’의 시작”이라는 느낌을 주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비석세스와 Strong Ventures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흥분되었다.

하지만, 이 외에도 나는 beLaunch 2014를 통해서 개인적으로 얻은게 너무나 많았다.
-배틀에 참석한 스타트업들과 리허설을 하면서 나는 좋은 창업가들을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이들과 대화하면서 더 좋은 투자자가 되었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 비석세스 정현욱 대표와 비석세스 팀을 보면서 나 또한 더 긍정적인 창업자 마인드를 갖게 되었고
-행사 준비와 운영 관련 내 비즈니스 파트너 John과 더 깊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었고
-행사 때문에 가족과 2주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더 좋은 남편이 되었고 (된 거 같고)
-행사에 아버지와 장인어르신을 초청했는데 두 분이 너무나 재미있게 경청해 주셔서 많은 생각과 배려를 할 수 있는 더 좋은 아들/사위가 될 수 있었고
-사촌동생도 행사에 초청했는데 너무나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해서 더 좋은 사촌형이 될 수 있었고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을 비론치 행사 현장에서 만나서 (우연히 또는 약속을 잡아서)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고
-smartness의 전형적인 role model인 Naval Ravikant로 부터는 스타트업 업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배웠고
-친한 친구이자 후배분인 Eric Kim의 ‘소명(calling)’에 대한 연설로부터는 비전과 열정을 배웠고
-좋아하는 걸 하면서 치열하게 버티고 있는 대한민국 창업가들로부터는 진정한 can-do 정신을 배웠다

종합 해보면, 나는 비론치 2014 행사를 통해서 위의 모든 걸 깊게 생각하고 감사할 수 있는 더 좋은 사람이 (a better person) 되었다. 정말로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주말에 부모님 집에 잠깐 들렸는데 우리 아버지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하셨다.

“기홍아. 한국의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정말 몰랐다. 솔직히 아빠는 그동안 미디어에 비친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이나 지하철에서 학생들을 보면서 한국 젊은이들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되었는데 비론치 행사를 이틀 보면서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봤다. 너 참 대단한 일 하고 있구나. 내년 행사도 기대된다.”

<이미지 출처 = http://cc.mcgarrybowen.com/digital/2011/12/mobile-devices-my-tool-for-a-better-me/>

오리고기와 고객 서비스

주말에 부모님과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부모님 집 근처에 있는 곤드레나물밥을 잘 한다고 소문난 식당을 찾아갔다. 솔직히 그냥 간단히 곤드레밥만 먹고 싶었는데 막상 와보니 메뉴에는 정식만 있었고 모든 메뉴에는 곤드레밥이 기본적으로 나오는 거였다. 정식에는 곤드레밥, 더덕구이 그리고 오리구이가 포함된다. 그냥 밥만 먹으면 안되냐고 물어보니 종업원이 정색을 하면서 그렇게는 안 된다고 했다. 우린 오리고기를 별로 안 좋아해서 물어보는 거라고 하니 약간 난처한 기색을 하면서 “그럼, 오리를 빼 드리는 대신 더덕구이를 더 드릴께요.” 라면서 주문을 받아갔다.

“사장님, 더덕구이를 더 많이 드린거예요~” 라면서 종업원이 음식을 가져왔다. 다행이 식사는 맛 있었고 우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밥을 먹었다. 그 와중에 옆 자리에 다른 가족 3분이 와서 우리랑 똑같은 정식을 시켰다. 이 분들은 더덕구이랑 오리고기를 다 시켰는데 막상 나온 더덕구이를 보니 우리랑 양이 똑 같았다. 여기서 나랑 우리 아버지는 기분이 확 상했다. 더 많이 준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오히려 오리고기만 빼고 정식을 가져와서 우린 속은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속은거다). 이런거 그냥 넘어가도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좋은게 좋은거라 그냥 넘어가지만, 우리 부자는 조금 다르다. 나는 이런 거 분명히 따지고 넘어가는데 아마도 어렸을 적부터 힘들게 번 돈에 대한 대가는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우리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다.
아버지가 아까 그 종업원을 불러 불평하니까 그 종업원은 “저는 분명히 주방에 그렇게 말했는데요. 잘 모르겠네요.” 라면서 그 자리를 피하기 바빴다. 본인 입으로 더 많이 드린다고 말까지 해놓고 이제와서 이딴 변명을 하는 거 참으로 어이 없었다. 물론, 우리 아버지 성격에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다. 카운터로 내려가서 계산을 하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우린 오리고기를 안 먹었으니까 그만큼 돈을 빼달라고 하셨다. 이번엔 화를 좀 내면서. 그런데 바빠서 그런건지 고객 응대의 개념을 전혀 모르시는 분인지 그냥 난처하고 약간 짜증난 표정만 지으면서 본인은 주방장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고, 정식 메뉴의 가격만 기계에 입력되어 있어서 가격에서 돈을 깍는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우리 아버지는 결국 정식에 포함되는 오리고기 3인분을 받아서 집으로 가져 오셨다. (그것도 구워서 달라고 하니까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그냥 생으로 가져왔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동안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냥 보고만 있었다. 평소 내 성격 같았으면 카운터의 그 분은 정말 험한 말 듣고 크게 사과를 했을 것이다. 내가 느낀 점 3가지:
1. 돈 아까운 줄 알아야 하고 내가 힘들게 번 돈에 대한 가치는 반드시 받아야 한다. 솔직히 우리 아버지도 그냥 좋은게 좋은거라고 넘어가실 수 있었다. 오리고기 못 먹은걸 금액으로 환산하면 기껏해야 5,000원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젊은 시절 정말 힘들게 번 돈을 쓸 때에는 그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으시는 그 태도는 매우 존경스럽다. 나도 분명히 이런 일이 있으면 엄청 난리를 쳤을텐데, 오리고기까지는 받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를 보면서 조금 더 분발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2. 고객 서비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이번 경우는 잘못은 거의 이 식당과 종업원들한테 있다고 생각되지만 혹시나 손님이 틀렸거나 오해를 했다고 해도 나 같으면 잘 이야기해서 돈 몇 천원 정도 깍아 줬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식당은 몇 천원의 손해를 보지만 그 고객은 식당이 존재하는 이상 평생 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life time value가 극대화 된다. 앞으로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들에도 이런 고객 서비스 개념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
3. 내가 손해보기 싫어하고 이런걸 따지는 성격은 아버지를 닮았다.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유전자적 요인이지 내가 특별히 이상하게 컸거나 사상이 이상한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生生MBA리포트] Reality Check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예전에 이 블로그의 운영자인 배기홍 씨가 “어떻게 잘 되지 않는다 (절대로)“라는 글을 쓰신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내용에 공감했는데, 스타트업 뿐 아니라 MBA 지원 과정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MBA 과정을 지원함에 있어서, ‘내가 이만큼 했으니까 어떻게 잘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백전백패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지원 과정에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합격 가능성이 존재하는 곳에 최선의 정성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정도는 기본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MBA에 지원할 때 ‘어떻게 되겠지’ 같은 생각으로 지원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꿈과 비전은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만, 나의 출발점이 어디인지 선명하게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도 원대한 꿈만큼이나 중요합니다. 객관적으로 학교들이 발표하는 GMAT 평균보다 점수도 20점 이상 낮고, 토플이나 경력도 딱히 나을 게 없고, 또 본인의 경력으로는 에세이에 쓴 커리어골을 달성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도, 운이 좋으면 열정을 보고 뽑아줄 수도 있다며 지원하고 결과를 기다리며 애태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내 지원 패키지를 검토하게 될 애드컴이 (=admission committee) 지원자의 열정만 보고 미래의 스티브 잡스를 솎아낼 수 있을 정도의 날카로운 식견을 가졌을 확률은 미미합니다. 결과도 결과이지만, ‘어차피 최상이 아닌 상태로 지원’한다고 생각하니 응당 완벽하게 챙겨야 할 디테일도 꼼꼼하게 검토하지 않고 어느 정도 선에서 스스로와 타협하듯이 내는 것 또한 문제입니다. 본인의 현재 상태를 냉정하게 진단하지 못하면 앞으로의 커리어 발전 전략 또한 제대로 세우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실적으로 합격 가능성이 낮은 ‘드림스쿨’에 지원하는 것은 그 자체로 꿈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결과에 대해서는 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합격할 가능성이 보다 높은 학교 지원에 촛점을 맞춰 모든 에너지를 투자해야 합니다.

현실성을 검토할 때에는, 학교에서 원하는 스펙(GMAT, 토플 점수, 출신대학, 다니고 있는 회사, 경력 등)과 스스로의 지원 자격을 비교할 뿐 아니라, 미래의 커리어 골 또한 과연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지도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대학에 지원할 때, 수능 배치표도 참고하고 입시 컨설턴트도 찾아가고 상담도 받았던 것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됩니다. MBA 지원 시에는 가고자 하는 학교의 웹사이트는 물론, 재학 중인 학생이나 졸업생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합니다. 학교 측에서는 ‘MBA가 열어주는 다양한 커리어 기회’라는 측면을 강조하고자 하는 유인이 있기 때문에 열정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보여주기 마련이지만, 실제로 MBA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커리어는 생각보다 제한적이며, 그마저도 이전의 경력으로부터 크게 벗어나기 어렵습니다(물론 컨설팅은 예외입니다).

저는 요즘 한국 방문 중입니다. 많은 MBA 지원자 분들과 상담을 하면서, 이러한 reality check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제가 지원하던 2006-2007년과 대비하여 뚜렷한 몇 가지 변화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지원자들의 배경이 다양해졌습니다. 7, 8년 전에 MBA에 지원하고 싶어하는 분들 다수는 금융계 (은행, 증권사 혹은 회계법인) 혹은 컨설팅 업계 종사자들이거나, 일반 기업이라고 해도 금융팀에서 일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이제는 이 판도가 뒤집어졌습니다. 오히려 일반 기업에 다니시는 분들이 더 많고, 다양한 job function의 지원자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렇다고 금융계 지원자들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으니, 보다 많은 사람들이 MBA지원에 뛰어들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이 지원자들이 MBA 졸업 이후에 하고 싶은 일도 다양해졌습니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 전반적인 변화와 테크놀로지 업계의 인기가 맞물려 투자은행 및 컨설팅에 대한 선호가 줄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미국 회사로 가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스타트업을 고려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트렌드이며, 실제로 과거에 비해 MBA 졸업생들을 뽑는 테크놀로지 회사나 스타트업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많은 미국인, 인도인, 중국인 학생들도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가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야에 취업하는 이들은 여전히 컨설팅과 금융계로 진출하는 비율(졸업생의60-70%)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비율(10% 언저리)입니다. 기회의 문은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좁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외국인은 현지 비즈니스나 문화에 대한 이해도와 같은 요소들 때문에 취업에 제약이 더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보다 입학 경쟁이 더 치열해진 상황에서, 졸업 후에 더 다양한 커리어를 희망하는 만큼 reality check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합니다.

이 부분을 간과하면 어드미션을 받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어떻게 받는다고 해도 MBA 후의 커리어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새는 항상 두 날개로 날아야 합니다. 한 쪽 날개에는 뜨거운 비전을, 다른 쪽 날개에는 스스로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차가운 이성을 잃지 않아야 균형을 맞추어 창공을 날 수 있습니다. MBA 지원을 염두에 두고 계신 분들이라면, 다른 어떤 일보다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스스로를 해부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참고: 저는 6/10일까지 한국에 있습니다. MBA지원에 대하여 궁금증이 있어서 상담을 원하시는 분들은 mbaparkssam@gmail.com으로 신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