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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은 현실화 될 것인가?

미국이나 한국이나 요새 많은 관심이 집중된 분야 중 하나가 가상현실이다. 솔직히 ‘가상현실’ 이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들어왔지만(내 기억으로는 80년대 오리지날 TRON 영화를 보고 처음 들었던 거 같다) 가상현실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게된 계기는 Oculus의 출현이었던거 같다. 실은 나도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진 않았지만 얼마전에 가상현실 컨텐츠를 만드는 회사와 이야기를 하다 HMD를(head-mounted display) 실제로 착용하고 경험해보니 정말로 완전히 신세계였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말할것도 없고, 아무리 큰 모니터가 있더라도 우리의 컴퓨팅 경험은 화면의 크기에 의해 크게 제약을 받는데 가상현실 기기들을 통한 경험은 이런 화면의 크기나 공간으로 인한 제약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신기하고 재미는 있지만 과연 가상현실이 대중적으로 현실화가 될까? 아니면 소수의 게이머나 tech 덕후들만을 위한 틈새 시장으로 존재할까? 이 생각을 요새 자주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한국 출장길에서 서울 지하철 안에서도 이런 생각을 조금 하고 있었다. 약속 시간 때문에 피크 출근시간대에 사당에서 2호선을 갈아탔는데 정말 숨 막혀서 죽는 줄 알았다. 지하철 안에서 숨도 크게 못 쉬면서(앞에 여자분이 있었는데 지하철 급정거 하면 거의 뽀뽀할 정도로 가까워서) 주위를 보니 지하철 안의 광경은 가관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거의 다 머리 쳐박고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사진을 하나 찍고 싶었는데 도저히 손을 올릴 수가 없었다). 10년 전에 이런 세상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에는 서울 지하철 승객들은 대부분 신문이나 책을 읽었다. 그 어떤 유능한 점쟁이도 10년 후에 서울 지하철 모든 사람들이 손바닥안의 작은 기기만 보면서 낄낄거리고, 정보를 습득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전세계 친구들과 사진을 공유하고 이야기 할 거라는 건 예측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출근시간의 2호선 지하철 안을 보니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머리통과 눈 앞에 뭔가를 다 쓰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고개과 손을 움직이는 비전이 순간적으로 내 머리를 스쳤다. 어쩌면 일시적인 산소부족 현상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보였다. 그리고 이제 나는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그랬듯이 앞으로는 –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 가상현실이 대중적인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기기 자체도 지금같이 투박하지 않고 상당히 진화되었을 것이다.

내가 맞을까?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다. 5년 뒤에 이 블로그 포스팅을 재방문 해봐야겠다.

파도타기와 타이밍

2085419215_74d7ac28d2_z얼마전에 대기업에서 일하는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새 미국에서 관심을 많이 보이는 드론(drone)이랑 로보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드론과 로보트 사업은 이미 이 대기업이 몇 년 전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사업을 진행했지만,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자 돈이 안 된다고 접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새 다시 각광 받는걸 보고 임원진에서는 이 사업을 다시 해야하는게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드론과 로보트 사업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거 같다. 대기업들이 신규 사업 추진하는걸 보면 이와 비슷한 패턴을 찾아볼수 있다. 해마다 야심차게 미래전략과 장기사업계획을 수립하고, TF팀(Task Force)을 만들어서 대대적인 언론보도와 함께 투자를 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그런데 본인들이 ‘미래’와 ‘장기’ 사업이라고 이름을 붙이면서도 2-3년 안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런 사업들은 최소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고 어쩌면 평생 사업화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방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사장이나 사업부장이 바뀌면 그전에 진행하던 사업들은 백지화 시키고 다시 새로운 계획을 만들고 새로운 팀을 만들어서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많은 대기업들이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사업을 접지만 이들이 간과하는 건, 단기간내에 성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기간동안 대기업들이 집행한 투자와 R&D, 그리고 지속적인 언론보도는 그동안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전혀 모르던 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을 창출했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단기적인 성과의 부재로 인해 대기업이 사업을 포기할 시점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분야로 들어와서 더 빠르고 더 저렴한 방법으로 이 분야를 돈이 되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만드는 걸 우리는 많이 경험했다.

나는 대기업들이 조금 더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신사업을 진행했으면 한다. 확실한 cash cow 들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은 단기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 전략을 말 그대로 장기 전략으로 가져갈 수 있을텐데 왜 중도에 포기하는지 모르겠다. 중도 포기한 이 사업이 향 후에 커져서 다시 이 분야로 진입해서 따라잡으려면 오히려 더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갈텐데.

유감스럽게도 스타트업들은 이렇게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새로운 산업에서 창업하는 스타트업들은 마땅한 매출원이 없기 때문에 이 산업이 ‘뜨기’ 전까지는 투자자 돈으로 연명을 해야하는데 이게 6개월이 될 수도 있지만 6년이 될 수도 있고, 영원히 빛을 못 보고 그냥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에 ‘Chasing Mavericks‘ 라는 글에서도 내가 강조했듯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새로운 분야에 대한 확고한 확신이 있고, 꾸준히 이 분야를 파고 들어가서 시장의 1인자가 되면 언젠가는 큰 파도가 한 번은 올 것이다. 그리고 이 파도는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는 곳까지 스타트업을 한방에 데려다 줄 것이다. 이 파도는 자체적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과거에 철수하고 다시 이 분야로 진입하기 위해서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대기업이 만들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신사업에 대한 인내심 부족은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들 한테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새로운 분야를 잘 선택했고,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이미지 출처 = http://www.designer-daily.com/hokusais-great-wave-is-everywhere-4697>

Liquidation preference 예제

우선주 투자자들이 갖게되는 파워풀한 권리인 liquidation preference에 대해서 전에 설명한적이 있다.
-‘투자자의 liquidation preference’ 포스팅
‘Liquidation preference’ 동영상

얼마전에 우리 투자사랑 이야기 하면서 liquidation preference 관련 추가 질문들이 있었는데, 다른 창업가들도 알면 좋을것 같아서 여기서 또 몇 자 적어본다. 전 글에서 이미 가장 흔한 3가지 종류의 preference에 대해서 설명을 했는데 실제로 회사가 liquidate(청산, 정리, 인수 등) 되는 시나리오를 한번 보자.

레드모바일이라는 가상의 벤처기업이 있다. 이 회사의 지분 구조는 창업팀 40%; 직원 20%; 투자자 A(우선주) 30%; 투자자 B(보통주) 10%로 구성되어 있다. 레드모바일은 최근에 100억의 밸류에이션에 A로부터 30억원을 1X liquidation preference(no participation)의 조건에 투자받았다. 그리고 곧 레드모바일이 다른 회사에 인수되었다(인수도 liquidation에 포함).

#1 시나리오 – 레드모바일이 너무 잘 나가서 최근 투자 받은 밸류에이션의 10배인 1,000억원에 인수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1,000억원의 인수금은 다음과 같이 분배된다.

  • 일단 우선주 투자자 A는 이 상황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1X liquidation preference 권리를 행사할지 안할지 생각을 하는데 솔직히 고민해볼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1X liquidation preference 권리를 행사하면 우선주 투자자 A한테는 투자 원금 30억원만 돌아가고(배당금은 별도로 지급되는데, 편의상 이 시나리오에서는 A가 투자한 후 바로 회사가 인수되어서 배당금은 지급되지 않는걸로 가정), 1,000억원에서 남은 970억원이 나머지 보통주 주주들에게 분배되기 때문이다.
  • 그래서 이 경우 투자자 A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을 한다. 투자계약서에는 이런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주로 “liquidation이 발생할 경우 우선주 1개가 보통주 1개로 전환된다.”와 비슷한 내용이다. A의 우선주 30%는 보통주 30%로 전환된다.
  • 1,000억원은 보통주 주주들에게 지분율만큼 분배된다. 창업팀 400억원(40%); 직원들 200억원(20%); 투자자 A 300억원(30%); 투자자 B 100억원(10%)

#2 시나리오 – 경영진 불화와 경쟁사의 출현으로 인해 레드모바일의 비즈니스가 순식간에 악화되었고, 최근 투자 받은 밸류에이션보다 낮은 가격인 50억원에 인수되었다고 가정해보자.

  • 우선주 투자자 A는 우선주를 보통주 30%로 전환하면 15억원만 돌려받기 때문에(50억의 30%), 1X liquidation preference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그러면 투자원금 30억원을 고스란히 돌려받는다(배당금은 ‘0’ 이라 가정)
  • 인수금 50억원에서 남은 20억원은 나머지 보통주 주주들에게 비례해서(A에게 분배된 30%를 제외한 70%에 대해) 분배된다. 창업팀 11.4억원(57%); 직원들 5.7억원(28.6%); 투자자 B 2.9억원(14.3%)
  • 지분율과 인수금 분배율은 많이 달라진다. 투자자 A는 3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가져간 돈은 60%이며(30억원/50억원), 회사 지분 40%를 가지고 있던 창업팀이 실제로 가져간 돈은 23% 이다.

자, 여기서 만약에 #2번 시나리오의 투자자 A가 1X participating liquidation preference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A는 투자원금 30억원을 돌려받고, 30%의 지분은 다시 보통주같이 취급되기 때문에 남은 20억원의 30%를 또 가져간다 – 총 36억원을 가져간다. 그 이후에 나머지 보통주 주주들이 남은 14억원을 지분율대로 가져간다. 이 경우 A는 회사 지분은 30%를 가졌지만, 실제로는 인수금의 72%를 가져간다.

위의 상황들에서 알 수 있듯이 liquidation preference는 상황이 좋지 않을때 우선주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우선주 투자자들은 회사가 높은 가격에 팔리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고, 그렇지 않으면 liquidation preference 권리를 행사한다(예외도 존재한다. 주로 IPO가 발생하면 우선주는 강제로 보통주로 전환이 되는데, 이 또한 계약서마다 다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창업가들은 투자를 받을때 liquidation preference를 잘 이해하고, 계산을 한 후에 돈을 받는게 좋다. 멋모르고 3X participating liquidation preference를 주었다가 나중에 회사가 적당한 금액에 인수되었는데 인수금을 전부 다 우선주 투자자가 가져가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투자자들은 주로 우선주를 구매하고, 창업가들이나 직원들은 보통주를 받거나 구매한다. 물론, 이 부분도 협상하기 나름이다.

[리블로그] GMO 감자와 사과

arctic-apple나같이 먹거리에 관심이 많고 농업기술에도 관심있는 분들한테는 흥미로운 소식이다.

얼마전에 미식품의약국에서 처음으로 유전자 재조합된(GMO’d) 감자와 사과를 승인했다. ‘Arctic’ 종 사과는 껍질을 깐 후 공기와 접촉하면 색이 갈색으로 변하는걸 방지하도록 재조합 되었고, ‘Innate’ 종 감자는 멍이 덜 들고 고온에서 요리하면 형성될 수 있는 발암성 물질 아크릴아미드 함유량을 줄일 수 있도록 재조합 되었다. Arctic 사과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실제 판매되기 까지는 수 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Innate 감자는 몇 개월 후에는 판매할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조사와 실험을 거친 이 두 농산물은 “영양과 안정성 면에 있어서는 유전자 재조합되지 않은 기존 감자와 사과랑 동일하다” 라고 식품의약국은 발표했다.

이미 우리가 먹고 있는 콩이나 옥수수는 대부분 유전자재조합된 제품들이지만 이들은 소비자보다는 농부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 내성이 더 강하고,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수확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농부들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이번에 승인된 사과와 감자의 경우 농부들 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 GMO 농산물들이 시장에서 받던 부정적인 피드백과는 약간 다른 반응이 예상된다.

앞으로 유전자재조합 관련된 연구와 개발은 끊임없이 진행될 것이며 실리콘밸리의 돈도 이 분야에 많이 투자될 것이다.

[과거글: 유전자 재조합 식품에 대한 고찰]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이 제일 먼저 신경쓰는 부분이 바로 먹거리 이다. 요새 한국이나 미국이나 ‘잘먹고 잘사는법’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고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래의 식량 곤충). 동네 슈퍼에서도 쇼핑을 많이 하지만 유기농 제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슈퍼나 마트도 자주 가고, 이제는 뭐를 하나 사더라도 재료랑 영양성분 표기를 보는게 습관이 되었다 (그렇다고 보면 다 이해한다는 건 아니다).

유기농 제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요새 미국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게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재조합 식품)라는 레이블이다. 식품 제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유전자 조작 유무를 표기하기 시작했고 Non-GMO Project나 Just Label It!과 같은 관련 단체들은 이걸 의무화 시키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아이스크림 업체 Ben & Jerry’s와 멕시칸 semi-패스트푸드 업체 Chipotle는 아예 유전자 재조합 재료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에 둘러쌓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GMO는 굉장히 안 좋은 거라는 생각을 하고 슈퍼에서도 non-GMO 라벨 제품들을 찾게 된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런데 최근에 이를 반박하는 기사와 글들을 통해서 우리가 잘 몰랐던 유전자 재조합 식품에 대한 사실을 몇가지 알게 되었고 스스로를 교육하는 차원에서 여기 몇 자 적어본다.

-과학일 뿐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인간의 삶은 굉장히 편해지고 윤택해졌다. 유전자 재조합도 생명과학일 뿐이지 음식에 나쁜 짓을 하는게 아니다. 이미 수천년 동안 농부들은 다양한 교배 방법을 통해서 더 강하고 맛있는 작물을 재배하고 있었고 80년대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서 과학자들이 다른 품종의 특성을 특정 식물의 DNA에 심을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서 가뭄을 더 잘 견디는 씨앗이나 해충의 피해를 덜 입는 씨앗이 탄생하게 되었다. 1996년도에 유전자 재조합이 상용화 되었고 이제 우리가 먹는 옥수수와 콩의 80%가 유전자 재조합된 품종들이다.

-농부들의 선택이다: 유전자가 재조합되지 않은 씨앗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사용할 수 있지만, 오히려 농부들이 유전자 재조합 품종을 선호한다. 뭐, 이유는 뻔하다. 유전자 재조합 씨앗은 내성이 더 강하고,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수확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월등하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기억해야하는 사실은 농부들은 상당히 똑똑한 사람들이고 단순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유전자 재조합 씨앗을 사용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적인 면도 있지만, 맛도 좋고 건강에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본인들도 이걸 먹고 이들의 가족들도 먹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근거: 그동안 많은 연구 결과가 진행되었지만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들이 건강에 나쁘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음식에 대해서는 가장 까다롭다는 유럽의 모든 식품 관련 규제 기관들에서는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들이 안전하고 일반 농산물만큼 영양소가 풍부하다고 인정을 했고 이는 미국의 식약청도 마찬가지이다.

-엄격한 규제: 생명공학으로 탄생한 농산물들은 내가 생각했던 거 이상의 시험과 규제를 받는다. 새로운 씨앗이 탄생되면 미국 농무부로부터 검사를 받아야 하며, 미식약청으로부터 자발적 – 하지만, 거의 의무적이다 – 검사를 받게 된다. 씨앗들에 살충제나 해충제가 들어가 있다면 미국 환경청의 검사까지 받아야 한다. 이런 과정 때문인지 새로운 씨앗을 개발해서 상용화 하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약 1,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비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개발되는 씨앗은 정부의 검사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한다.

-지구를 살리는 GMO 농산물: 유전자 재조합 씨앗들은 오히려 지구를 살리고 있다. 대부분의 GMO 씨앗들은 해충에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살충제의 사용을 극적으로 감소시킨다. 실제로 2012년도에 살충제 감소로 인해 전세계 탄소배출량을 267억 킬로나 줄였다고 한다 (이는 1년 동안 자동차 1,180만대가 방출하는 탄소와 동일)

-심리적 요인: 약간의 심리적 요인도 작용을 한다. “유전자 재조합” 이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일부 GMO 업체들은 비GMO 업체들이 영리적인 목적 때문에 일부러 이런 무시무시한 용어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하기까지도 한다.

지구를 사과로 생각해보자. 이 사과를 반으로 쪼개고, 또 반으로 쪼개고, 32등분으로 쪼갤때까지 잘라보자. 그 32개의 사과조각 중 하나가 바로 농업을 할 수 있는 땅의 크기이다. 나를 비롯한 선진국 사람들은 잘 못 느끼고 있지만 지구의 자원부족과 식량부족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그리고 앞으로 이 문제는 더욱 더 심해질 것이다. 매일 전세계 인구 9억명이 고픈배를 움켜잡고 잠을 청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좁은 땅덩어리에서 더 많은 수확을 해야만 하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생명과학의 발전을 통한 유전자 재조합이 필수인거 같다.

나도 맹목적으로 non-GMO 라벨만을 선호했었는데 이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거 같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bc.ca/news/canada/nova-scotia/non-browning-arctic-apple-concerns-nova-scotia-growers-1.2559730>

소프트웨어가 은행도 먹어 치울 것이다

world money traffic얼마전에 “은행의 종말” 이라는 글을 통해서 전형적인 굴뚝산업인 은행들의 비효율성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서 불평한 적이 있다. 최근 한국 출장에서 은행거래업무를 몇 번 했는데 수수료를 부담할때마다 나는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 비해서 한국의 수수료는 저렴한 편이다. 그래도 타은행 이체수수료가 나갈때마다 내 돈을 내 친구한테 송금하는데 왜 수수료를 내야할까라는 의문을 항상 하게 된다. 돈은 아니지만, Hotmail에서 Gmail로 이메일 보내는건 무료인데 왜 같은 은행끼리 돈 보낼때는 무료이고 타은행으로 보낼때는 수수료가 발생할까? 외환은행 직원이 국민은행으로 물리적으로 돈을 직접 가지고 배달하는것도 아닐텐데 어디서 이 비용이 발생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것도 남의 돈도 아니고 내 돈을 움직이는건데. 은행 직원한테 물어보니 서로 다른 시스템을 사용해서 그렇다는데 역시 이해할 수가 없다. 불필요하게 많은 물리적인 은행 지점들과 이를 관리하기 위한 직원들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방법이라는게 내 결론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토스(Toss)라는 제품을 사용해봤다. 전부터 사용해보고 싶었는데 미국에서는 사용하지 못하고, 아이폰 앱도 최근에 출시되어 드디어 사용해봤는데 완성도가 매우 높은 경험을 했다. 회원등록부터 실제 송금까지 모든 과정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었다. 아쉬운 점은 제휴 은행이 몇 개 없었고 내 거래은행인 외환은행도 (아직) 등록되지 않아서 송금을 받은 친구가 실제로 돈을 받지는 못 했다. 토스가 mainstream이 되고 모든 은행과 제휴 된다면 상당히 편리하고 유용한 제품이 될거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을거 같다. 이 서비스가 크게 성장해서 은행들의 수수료 매출에 – 아무리 찾아봐도 정확한 매출 규모 파악 불가 – 타격을 입히는걸 은행들이 절대로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만들어놓은 안전한 울타리 안으로 누군가 침범하는걸 은행들은 분명히 규제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힘든 싸움과 hustling이 될 것이지만, 토스 팀이 잘 실행해서 좋은 합의점을 찾길 바란다. 진심으로.

토스같은 서비스의 성공에 필사적으로 반대할 은행들을 상상해보면 카카오톡과 이통사들이 생각난다. 엄청난 매출을 발생시키는 문자서비스를 죽일게 너무나 뻔한 카카오톡을 매장시키려고 이통사들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생각해보면 참 못나고 부질없는 짓이었다. 문자 서비스의 어두운 미래가 빤히 보이면 현실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이런 변화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고객들의 데이터 사용을 더 늘려서 데이터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나 메시징 플랫폼을 활용해서 이통사들이 신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은행들도 토스와 같은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싫든 좋든 이미 시장은 이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보다 현실을 더 빨리 수용하고 토스와 같은 핀테크를(솔직히 이 단어를 나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한국은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다 알고 있는 용어가 되어버려서) 활용해서 은행 고객의 만족도를 늘리면서 추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은행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은행은 고객들의 소중한 돈을 관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더욱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는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하는 방식은 안전한가? 은행도 망하고, 해킹당하고, 크고 작은 금융사고는 항상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새로운 실험들을 해야할 때가 왔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고, 곧 은행도 먹어 치울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정말 재미있는 세상이다. 은행과 스타트업/기술을 싸움 붙이려는 건 아니지만, 수백년 동안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공룡들이 더 작지만 빠르고 적응력이 월등한 생명체들한테 밀리면서 결국 멸종되는 시나리오를 상상하면 짜릿하다.

*공시 – 우리는 토스의 투자사가 아니다. 나는 토스와 비즈니스적이나 개인적인 그 어떠한 관계도 없다. 다만, 토스의 대표이사와는 (막 친하지는 않지만) 친분은 있다.

<이미지 출처=http://www.xconomy.com/national/2014/10/29/currencyfair-rides-irish-fintech-wave-with-money-transfer-mark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