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ategorized

젊음, 그리고 용맹

11265245_842532005782427_3523948992242029118_n올해 Masters 골프 대회는 21살의 청년 Jordan Spieth가 많은 사람들을 놀라고 기쁘게 하면서 압도적으로 우승했다. 그리고 골프 대회 중 상금이 가장 높은(100억원 이상) Players 대회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26세의 청년 Rickie Fowler가 우승했다. 실은 조던과 리키의 골프 스타일은 상당히 다르고 성격도 많이 다른걸로 알고 있다. 이들의 골프 패션은 완전히 극과 극이다. 그래도 이 둘은 아주 중요한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젊음’과 항상 동반되는게 있는데 ‘용맹’ 이라는 것이다. 이 두 젊은 골퍼들의 플레잉 스타일을 보면 용감하고 사납다. 안전하게 플레이 할수도 있지만, 이들은 남들과 같이 안전하게 치면 잘 해봤자 그들과 비슷하게 끝난다고 생각을 한다. 장애물이 있어도 극복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한다. 어렵지만 성공하면 남들이 5번 쳐서 par 할 걸 3번 쳐서 eagle 또는 4번으로 birdie를 해서 우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젊다는 거 자체가 이들에게는 무기이다.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 또 시도하면 된다. 젊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도 많고 기회도 많다. 이런 젊은 골퍼들의 시원한 플레이를 보면, 터무니 없는 실수를 하고 점수가 형편없어도 보는 사람은 기분이 좋아진다. 젊고 용맹스러운거, 이거 굉장히 멋있다.

내 나이 이제 40이 조금 넘었다. 버릇없게 나이 많이 먹었다는 말은 하지 않겠지만, 솔직히 요새 20대 초반 젊은이들 보면 참 부럽다. 물리적으로 피부도 탱탱하고 체력도 좋은게 부럽지만, 젊기 때문에 용맹할 수 있다는게 실은 너무 부럽다. 그동안 세월과 경험이 – 보잘것 없고, 더 경험 많은 분들이 보면 욕하겠지만 – 나를 나약하게 만들었고, 다시는 20대의 그 용맹함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beGLOBAL Seoul 2015는 작년보다 더 성황리에 마감했다. 스타트업 정신 “do more with less” 를 몸소 실천한 정현욱 대표/전진주 이사와 비석세스 팀한테 다시 한번 존경을 표시한다. 해마다 비글로벌 행사를 통해서 나도 많은걸 느끼고 배우는데 올해 내가 가장 많이 느낀건 바로 젊음과 용맹함이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부스에는 나보다 15살 정도 어린 젊은 친구들이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태도에서는 용맹함이 느껴졌다. 돈 한 푼 못버는 회사 직원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무서울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소개하고 설명하는걸 보면서 정말 대단한 젊은이들이라는 생각을 이틀 내내 했다. 나도 바빴지만 중간 중간에 이층으로 올라가서 행사장의 부스들을 전체적으로 보곤 했는데, 그때마다 용감함과 사나움이 만들어 내는 그 광경과 에너지가 정말 좋았다. 돈을 줘도 볼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함 그 자체였다.

실은 비글로벌 행사에서 본 젊은이들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극소수이다. 한국의 20대 들은 방황하고 있다는 소식을 여기저기서 접할 수 있다. 취직도 안 되고, 인생은 더욱 더 힘들어 지고, 돈이 없어서 결혼도 못하는 젊은이들이 넘쳐 흐르는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비글로벌에서 본 젊은이들은 더욱 더 반가웠다. 어쩌면 경험이 없어서 용맹스러울지도 모른다. 어쩌면 무식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어쩌면 순박하고 순진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상관없다. 그냥 젊기 때문에 용맹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용맹함은 위대함을 만들 수 있다는걸 우리는 매일 경험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비글로벌 행사 참석하신 우리 아버지는 젊은 친구들이 너무 열심히 사는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하셨다. 아마도 아버지도 내가 느낀 그러한 용맹함과 젊음이 부러우셨을거다.

내 나이 20대 초반때 우리 부모님이 시간만큼 소중한게 없고 젊음 만큼 부러운게 없다고 하셨다. 본인들한테 딱 한가지 소원이 주워진다면 “20대 초반으로 돌아가는 것” 이라고 하셨는데 당시에 나는 그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복권 당첨이 되거나 때돈을 버는거와 같이 더 좋은 소원이 있을텐데 왜 굳이 젊어지려고 하시는지…..안 그래도 복잡한 청춘인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해가 간다. 그리고 나이가 조금씩 더 들수록 더 공감할거 같다.

계속 이렇게 용맹스럽게, 그리고 열심히 사세요. 당신들이야 말로 애국자이고, 국가대표이고, 정치인들보다 더 멋진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는 걸 잊지 마시구요. 뭐, 굳이 거창하게 ‘나라’를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위해서 그렇게 살길. 왜냐하면 40대가 되면 그렇게 살지 않았던 자신이 굉장히 미워질것이기 때문에.

<이미지 출처 = 비석세스 정현욱 대표 페이스북 페이지>

기업의 전략적 펀드 출자

우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벤처펀드는 남의 돈을 가지고 운영되는 투자도구이다. 수백 ~ 수천억 원 규모의 펀드라면 펀드운용사 또는 운용 매니저들이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을 직접 조달할 능력이 대부분 없으므로 ‘출자자(펀드 투자자)’ 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고, 이 자금을 다시 여러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고 집행한다. 출자자의 종류는 다양하다: 우리가 잘 아는 대기업들; 국민연금; 모태펀드(정부의 돈); 대학교(한국은 아직 활발하지 못하다); 돈 많은 개인 등이다.

출자자들의 펀드 출자 목적도 매우 다양하다. 개인 출자자들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출자하지만, 정부는 돈보다는 고용창출이나 자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의 공공 목적 때문에 출자한다. 여기서는 대기업들의 출자 목적에 대해서 조금 말해보려고 한다. 우리도 대기업 투자담당자들에게서 많이 듣는 질문이다. “전 세계에서 우리 회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고, 우리도 내부적으로 투자팀이 있는데 굳이 외부 펀드에 출자할 필요가 있을까요?”

출자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기업들이 우리와 같이 크고 작은 펀드에 출자하고, 이렇게 함으로써 여러 스타트업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다양한 스타트업 발굴: 많은 대기업 임원들과 투자 담당자들은 – 특히, 미국보다는 한국이 더 심하다 – 본인들이 모든 스타트업들을 발굴할 수 있고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이다. 물론, 이미 유명해져서 언론에 많이 노출된 회사들은 누구나 다 알지만 아무리 네트워크가 좋고 잘나가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도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새로 생기는 모든 스타트업들을 전부 다 알 수는 없다. 그러므로 다양한 분양의 벤처펀드에 출자하면 어디에 어떤 스타트업들이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VC 들을 안테나와 같이 활용하는 전략인데 수십억 또는 수백억을 여러 개의 펀드에 출자하는 게, 나중에 전혀 모르고 있던 좋은 스타트업을 경쟁사에 빼앗김으로써 발생하는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와 이로 인한 금전적인 손실보다는 훨씬 더 저렴하고 좋은 전략이다.

-대기업을 싫어하는 스타트업에 투자: 뜻밖에 대기업들과 같이 일하거나 투자받는 부분에 대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스타트업들이 많다. 특히, 자신감 있고 장래가 밝은 스타트업 중 대기업 담당자들이 찾아오면 만나주지도 않는 회사들도 많다. 대기업들에 대해 워낙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고, 이런 좋은 스타트업들은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투자받을 수 있는 채널이 많기 때문이다. 벤처 펀드에 출자했다면, 대기업의 이름은 숨기면서 펀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이런 좋은 회사들에 투자할 수가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스타트업들과의 관계를 만들 수 있고 이는 파트너쉽, 대기업의 직접 투자 또는 인수로 이어진다.

-기업 이미지를 손상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 투자: 대기업들은 언론의 눈치를 많이 봐야 한다. 툭하면 “대기업이 그런 것도 하냐” 하면서 여론을 몰아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도박 또는 마리화나 관련 비즈니스에 국내 유명 대기업이 투자하면 언론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비칠게 뻔하다. 하지만, 도박이나 마리화나도 앞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이며 실행만 잘하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외부 벤처펀드에 출자하고, 그 펀드를 통해서 이런 비즈니스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면 된다. 그러면 기업 이미지 손상을 방지하면서 이런 비즈니스에 대해서 더 배울 수 있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순수 금전적인 보상을 목적으로 벤처 펀드에 출자하는 대기업들도 있지만 내가 아는 대기업들은 모두 위에서 나열한 전략적인 목적을 가지고 펀드에 출자한다.

Ode to My Father

사진 2015. 5. 14. 오후 3 42 39얼마전에 비행기 안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봤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 잠깐 출연도 하고, 워낙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기대가 너무 컸던지…..솔직히 영화 자체는 so so 였다. 내용도 좀 뻔했고, 그냥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라는 느낌만 받았다.

하지만 감동은 있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아버지의 삶을 한번 간접적으로 상상해봤다. 우리 아버지가 1940년 생이시니 아마도 이 영화의 주인공 덕수랑 비슷한 시대에 태어나서 영화에서 묘사된 전쟁, 경제적 파탄, 경제적 성장, 이산가족 등의 모든 과정을 겪으셨을 것이다. 물론 이 영화만큼 드라마틱하게 사시지는 않았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경제적으로 정말 어려운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나서 맨손으로 집안을 일으키신 분이다. 공부도 잘 했지만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자신의 학업도 일부 포기하면서 어린 나이에 취업 전선으로 뛰어들어 5명의 형제들을 먹여살린 ‘가장’인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많은걸 희생했고, 얼마나 열심히 일을 했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아버지도 경상도 분이시고, 나도 부산에서 몇 년 살았고, 실제로 남포동 국제시장에 가봐서 그런지 영화가 끝날 때에는 마음이 짠 했다. 우리 고모들이 이 영화를 보고 오빠(=우리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는데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던거 같다.

열심히 사신 아버지는 이제 은퇴하신지 꽤 되셨고, ‘가장’의 바톤을 내가 이어 받았다. 릴레이 경기에서 이기려면 선발주자보다 후발주자들이 더 열심히 뛰어야 하는데 – 나는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 과연 내가 아버지보다 더 열심히 인생을 살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고 ‘국제시장’ 과는 달리 우리나라도 강대국이 되었지만, 우리 아버지 세대들의 노력을 이어받아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좀 했다.

‘국제시장’의 영어 제목은 ‘Ode to My Father(아버지에게 바치는 서시)’ 인데 이번 포스팅은 정말로 ‘아버지에게 바치는 서시’ 이다. 아버지 수고하셨구요, 이제 좀 쉬세요. 우리가 잘 이어가겠습니다.

좋은 게 좋은 사람

얼마전에 내가 아는 분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배대표님, 벤처 업계에서는 꽤 유명하신 분이였네요. 제가 이 분야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니까 많은 분들이 알고 있더라구요.”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나를 아는 분들의 나에 대한 의견은 극과 극으로 갈릴 것이다. 나를 굉장히 좋게 보는 분들도 있지만, 이와는 완전히 반대로 나를 정말 “xxx” 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 파트너 John은 항상 나한테 싫어도 너무 티를 내지 말고 그냥 살살, 적당히 넘어가라고 한다. 실은,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다. 아무리 싫고, 아닌거라도 그냥 좋은 게 좋은거라 하면서 그냥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성격의 투자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욕을 좀 먹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걸 그대로 말할 수 있는 돌직구를 던지는 투자자가 될 것인가. 아마도 나랑 비슷하게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있을거라고 생각된다(내 주위에 이런 분들이 좀 있다).

“The Dark Side of Charisma” 라는 심리학 논문을 보면 바람직하지 못한 매니저의 종류 중 하나가 ‘Highly Likable Floater’ 라는 부류인데 그냥 모든게 좋고, 어려운 결정은 절대로 본인이 하지 않으면서, 적을 절대로 만들지 않는 매니저이다. 주로 이런 매니저들은 조직에서 빠르게 승진을 하지만, 절대로 사장은 되지 못한다. 나도 가끔은 이런 사람이 되볼까 라는 생각도 한다. 모든게 좋고, 모든게 “그럴수도 있고”, 모든 사람들이 무난하게 생각하는 나이스가이가 되면 인생이 더 편해질거 같다. 내 주위에도 이런 투자자들이 더러 있다. “아무리 말도 안되는 비즈니스이고, 창업팀이 별로지만 뭐하러 서로 감정 상하게 싫은 소리 해요?” 라면서 그냥 좋은 소리 해주고 돌려보낸다. 이런 사람들은 글을 써도 절대로 논란의 여지가 생길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쓰지 않고, 그 어떤 사람들이 읽어도 기분 상하지 않는 무난한 글들만 쓴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사람들이 싫다. 어차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이 생각할 수 없고,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들에게 무난한 사람은 자기만의 주장이나 목소리가 없다고 난 생각한다. 특히, 모두가 다 불가능하다고 하는 비전을 실행해야하는 창업가들과 남의 돈을 가지고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를 하는 우리같은 벤처투자자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갖는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 그냥 무난해요” 라고 하는 창업가 보다는 나는 오히려 모두에게 욕을 먹어도 자기만의 주장과 색깔이 강한 사람들을 선호한다(그런데 그게 도덕적으로 욕을 먹는거면 안 된다).

Strong Ventures와 LA

LA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 사실인데, 스트롱벤처스는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창투사이다. 그리고 우리가 LA에 있는걸 아는 많은 분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주 한다. “스트롱벤처스는 왜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LA에 있나요?”

실은 나는 뮤직쉐이크를 운영하기 위해서 2008년 부터 LA로 이사와서 살고 있었고, John은 처가가 LA에 있고 아이들도 다 여기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큰 고민없이 LA에 스트롱벤처스를 설립했다. 하지만, 약 3년 동안 한국, LA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회사에 투자를 하면서 왜 우리가 LA에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왜 계속 LA에 있을건지에 대한 생각들이 명확하게 정리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한국의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북미) 진출하기 위해서는 실리콘밸리보다 오히려 LA가 더 좋은 발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관련해서 몇가지 생각을 여기서 공유한다:

1. 한국 바깥에 있는 한국의 수도 – 일단 LA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 LA의 한인 인구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찾을 수 없지만, 약 50만 ~ 100만 명으로 추정된다(LA와 그 주변 county들을 합치면). 이는 한국의 왠만한 소도시들보다 더 규모가 크며, 한인들끼리만 생활을 해도 경제권과 상권이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LA에서 50년 이상 사신 분들 중 영어를 전혀 못 하는 분들도 있고, 실제로 LA의 많은 한인들이 영어를 제대로 못한다. 어쩌면 영어의 필요성을 전혀 못 느낄지도 모른다. 영어를 안하고 한국어만 해도 살아가는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LA의 코리아타운에 가면 한국에 있는 왠만한건 다 있다. 한인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LA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매우 friendly 하다. LA의 시장 Eric Garcetti 씨는 “LA is the capital of South Korea, outside of South Korea (LA는 한국 외부에 있는 한국의 수도 입니다.)” 라는 말을 할 정도로 한국인과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그만큼 LA에는 한국인들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존재한다.
내 파트너 John이 농담같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뽀빠이가 신선한 시금치를 먹어야지 힘을 쓸 수 있듯이, 한국 사람들은 신선하고 맛있는 김치를 먹어야지 일을 할 수 있다” 이다. LA 만큼 맛있고 신선한 한국 음식이 풍부한 도시는 미국에 없다. 재료가 더 신선하고 좋기 때문에 오히려 어떤 음식들은 한국보다 더 맛있다(예: ‘북창동순두부’의 원조는 LA이다. 여기서 한국으로 넘어갔다).

스타트업을 하는 토종 한국 분들이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게 낯설고 어렵다. 사업적인 부분도 당연히 어렵지만, 정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굉장히 외롭고 쓸쓸하다. 하지만 ‘한국’ 이라는 나라, 문화 그리고 음식에 매우 익숙한 도시인 LA를 발판으로 북미시장 진출을 시도하면 정서적인 부분의 어려움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시장으로의 이주로 인한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더 빨리 적응하고, 일에 모든 걸 집중할 수 있다.

2. 한국 기업들의 북미시장 공략 발판 – 한국과의 끈끈한 관계 때문인지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게임 기업들은 대부분 LA에 북미 본사 및 지사를 설립하고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게임빌, 라인, NHN 엔터테인먼트, 쿠팡 모두 LA에 북미 사무실이 있고 앞으로 한국 스타트업들이 LA로 진출하면 같은 한국 기업들끼리 서로 도움을 주면서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 같은 곳에 있다고 협업이 자동으로 이루어 지는건 아니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자주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파트너쉽, 투자, 인수 등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3. 소비자 tech 컨버젼스의 중심 – LA가 전통적으로 컨텐츠와 엔터테인먼트가 강하다는 건 왠만한 분들은 잘 알고 있다. 할리우드와 대부분의 음반사들이 LA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모르는 사실이 또 하나 있다. 하드코어 기술이 아닌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BM 위주의 서비스들 – 소비자 제품에 있어서는 LA가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LA의 패션/의류/섬유 시장은 미국에서 가장 크며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다양한 모델의 패션/의류 전자상거래 비즈니스들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런 모델들이 성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카테고리의 전자상거래 모델들로 발전했다. 확실한 자료는 없지만, subscription 기반의 전자상거래 모델도 LA에서 탄생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하드코어 기술 기반의 IT 산업 외의 산업들이 발달하다 보니 LA는 기술자나 투자자들 보다는 평범한 일반 소비자들과의 연결고리가 훨씬 더 강한 지역이 되었고,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창조경제가 실리콘밸리보다 더 먼저 형성된 독특하고 유일한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조금 유식하게 포장해보면 기술, 미디어, 컨텐츠, 엔터테인먼트, 패션과 전자상거래의 컨버젼스가 이루어 지는 곳이며, 공교롭게도 한국이 꽤 잘하는 영역이 이런 분야들이다(물론, 원천기술도 요샌 강세이지만)

4. 급부상하는 유니콘 농장 – 3번의 독특한 환경에 IT가 접목되기 시작하면서 최근 LA의 스타트업 시장이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매우 빠른 속도로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유니콘 회사들이 LA에서 창업되어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유니콘 회사 Snapchat도 LA 회사이다. 페이스북이 2조원 이상에 인수한 가상현실 기업 Oculus, 디즈니가 1조원 이상에 인수한 유투브 기반의 프로덕션 회사 Maker Studios, 그리고 할리우드 유명 연예인 제시카알바와 한인창업가 Brian Lee가 공동창업했고 곧 IPO를 계획하고 있는 The Honest Company 모두 다 LA를 대표하는 유니콘 벤처기업들이다. 이미 LA에만 10개 이상의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있다.

5. 창업에 관심을 갖는 대학생들
– 실리콘밸리의 형성과 성장에는 스탠포드 대학과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이 큰 기여를 했다.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 주변의 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공대생들이 창업을 통해서 미래의 꿈을 실현하고 있고, 이미 창업한 회사에 지속적인 엔지니어링 인력들이 공급되면서 엄청난 기업들이 만들어 지고 있다. LA에도 이에 뒤지지 않는 학교들이 있다. 대표적인 대학교들은 UCLA, USC(남가주 대학) 및 Caltech(캘리포니아공대) 이며, 이 외에도 수십개의 대학이 LA에 있다. 실리콘밸리 보다는 많이 늦었지만, 최근 몇년 전부터 LA의 대학생들도 창업과 기술쪽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명문대를 졸업한 똑똑한 젊은 공학도들이 실리콘밸리의 장점만을 흡수하여 LA만의 자체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들도 이런 좋은 인력들을 실리콘밸리 보다는 조금 더 저렴하게 채용할 수 있다.

6. LA의 ‘코리아 마피아’ – LA에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이름을 붙인 ‘Korea Tech Mafia’ 라는 한인 출신 창업가/투자자 그룹이 존재한다.
LA K-mafia
-David Lee/SV Angel: David Lee는 세계 최고의 시드 펀드/마이크로 VC인 SV Angel의 대표이다. SV Angel은 지금까지 50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했으며 이 중 160개 이상의 회사가 IPO 또는 인수를 통해 성공적인 exit을 했다. SV Angel의 투자는 마치 성공의 보증수표와도 같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브랜드가 강한데 몇 년 전에 David은 LA로 이사와서 거주하고 있다.
-Michael Yang: 한인 출신 창업가 중 북미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가 중 한 명인 Michael Yang은 3번의 성공적인 exit을 했으며, 현재 스트롱벤처스 사무실인 Kolabs에서 4번째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2000년도에는 mySimon을 CNET에 8,000억원에 매각하면서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Brian Lee와 Richard Jun/BAM Ventures: 한인 출신 창업가 중 현재 북미에서 가장 유명한 분은 Brian Lee 이다. Brian은 온라인 법률서비스인 LegalZoom을 창업했으며(기업가치 약 6,000억원), 그 이후 할리우드의 유명한 연예인 Kim Kardashian과 신발 전자상거래 사이트 ShoeDazzle을 창업해서 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후 또다른 LA의 유니콘 회사인 JustFab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이후 또 다른 할리우드의 유명배우 제시카 알바와 The Honest Company를 창업했고 1조원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Brian이 지금까지 창업한 기업들이 창출한 시장가치는 약 4조원 정도가 된다. BAM Ventures는 Brian Lee와 그의 동료 Richard Jun이 운영하는 LA 기반의 마이크로 VC 이다.
-Peter Lee/Baroda Ventures: Baroda Ventures는 LA의 스타트업들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VC 이다. 지역적인 focus가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창투사 보다 훨씬 더 양질의 LA 기반의 스타트업들을 찾아서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Peter Lee는 Baroda Ventures의 대표이다.

LA의 Korea Mafia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자주 연락하면서 항상 한국과 한국의 스타트업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는데 주로 요새 어떤 회사들이 잘 하고 있고, 이런 회사들이 미국에 진출하면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한다. 인생의 선후배인 이 분들 모두 한국 회사들이라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투자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미 우리는 5개 이상의 한국 스타트업에 공동 투자를 했다. John과 나는 이 그룹에서 스트롱벤처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나름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른 분들은 상대적으로 한국어 능력도 부족하고 한국 시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서 한국 스타트업 투자 및 이들의 미국 진출에 대해서는 스트롱벤처스를 많이 신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LA의 Korea Mafia를 하나로 만드는 접착제와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 그리고 일하는 곳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위에서 나열한 이유들 때문에 우리는 LA가 한국 기업을 위한 최적의 북미시장 진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회사가 성장하고 커지면 비즈니스의 방향에 따라서 실리콘밸리, 뉴욕, 시애틀, 텍사스 등 미국의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영원한 숙제인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첫번째 진입 도시로서는 LA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우리도 이 부분에 많은 투자와 고민을 할 계획이다.

<이미지 출처 = http://laepiclosangeles.com/public/blog/where-in-los-angeles-should-you-live-in-your-2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