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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촌

나는 초등학교 절반, 그리고 중학교의 대부분을 유럽에서 보냈다. 80년대 후반이니 거의 25년 전이다(벌써!). 라스팔마스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좋은 기억들이 있는데 이 중 가장 기억나는 건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연습했던 테니스와 테니스 수업이 끝나고 들렸던 오락실이다. 요샌 오락실에 가지 않고 집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많다. 모바일 게임, LoL과 같은 PC 게임, PlayStation이나 Xbox와 같은 콘솔게임 등…젊은 세대들은 아마도 우리 세대가 오락실에서 손목이 아플때까지 하던 게임들을 보면 유치하다고 할 것이다.

요새는 게임을 거의 안하지만 어릴적에는 부모님이 걱정할 정도로 오락실 출입을 많이 했다. 수많은 오락을 해봤지만 나의 No.1 게임은 ‘마계촌(Ghosts n’ Goblins)’ 이라는 게임이다. 요즘 게임에 비하면 그래픽도 촌스럽고 음악도 기계음악이지만 지금해도 역시 재미있고 내 손에는 아직도 마계촌 오락에 대한 muscle memory가 남아서 지금도 전성기만큼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다. 마계촌 무료버전을 얼마전에 웹에서 찾아서 여기 embed 해본다. 단순한 게임이지만 많은 추억들이 떠오른다…

*참고로 비석을 15번 치면 천사가 번개를 던지고, 시간을 잘 조절해서 죽자마자 이걸 맞으면 무제한 시간을 갖게 된다.

웨어러블, IoT에 대한 단상

Matrix_code_by_phi_AU미국의 제2위 스포츠 의류업체 Under Armour가 피트니스 관련 앱 3개를 인수하는데 사용한 비용이 거의 7,500억원 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앱 인수 배경에는 지금은 시계나 팔찌같이 몸에 착용하는 기기들을 웨어러블이라고 하지만 결국 미래에는 실제 의류들이 이런 기기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나도 이 생각과 어느정도 동의는 한다. 단순 면으로 만든 운동복이 땀 흡수와 통풍을 가능케 하는 신소재 운동복으로 대체되고 있듯이 앞으로는 거추장스러운 기기들이 그냥 우리가 평상시에 즐겨 입고 다니는 옷으로 흡수될 확률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너도나도 웨어러블과 IoT라는 단어를 남발하고 있는 이 시점에, 이 시장에서의 가장 큰 승자는 웨어러블/IoT 기기를 만드는 하드웨어나 의류 업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기기들이 수집하는 온갖 종류의 다양한 데이터를 제대로 프로세싱하고, 이 데이터에 접근을 가능케 하는 API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야 말로 진정한 승자이자 투자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질 회사들이라고 생각한다.

Fitbit 같은 기기나 Athos 같은 옷을 통해서 분명히 몇 년 후에는 – 생각보다 더 빠를수도 있다 – 우리는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우리 삶에 대한 모든 종류의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미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회사는 우리가 생각하는것 보다 우리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24시간 몸에 뭔가를 부착하고 다니면 더 많은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진다. 다양한 기기를 통해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차곡차곡 쌓일텐데 이렇게 되면 고민해야 할 부분은 이 많은 데이터의 표준을 정의하고, 이 정보를 필요로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위해서 방대한 raw 데이터를 ‘의미있는 정보’로 프로세싱 할 수 있는 분석기능, 그리고 단일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쉽고 효율적으로 이 정보들에 접근을 가능케 하는API가 아닐까 싶다. API에 대한 내 생각은 이 글을 참고하면 된다.

예를 들면 수면 중 수집된 뇌파/바이오리듬 데이터와 내 오전 미팅 일정을 분석해서 회사로 가는 동안 내 컨디션을 최적으로 유지해 줄 수 있는 음악을 차에서 알아서 재생하게 하려면 이런 데이터 프로세싱 기능과 API가 필요하다. 헬스클럽에서 운동 중 수집된 정보를 – 몇 칼로리를 태웠고, 어떤 영양소가 부족한지 등 – 기반으로 운동 후 차를 타자마자 필요한 단백질 위주의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 경로를 띄어 주려면 이런 소프트웨어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솔직히 웨어러블과 IoT를 하드웨어 각도에서만 접근하면 제조, 개발, 디자인 자원이 풍부한 큰 업체한테 밀릴 가능성이 다분히 존재하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은 오히려 작고 빠른 스타트업한테 유리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하면서 더 큰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deviantart.com/art/Matrix-code-28555951>

서울만 중요한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브래들리 쿠퍼 주연의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미국 특수부대 네이비실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실제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역대 미국 스나이퍼 중에서도 전설로 불리는 카일씨는 160여 명의 이라크 무장 세력을 사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의 내용을 떠나서 이 영화의 흥행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패턴이 보인다.

일단 미국 영화 업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는 개봉한 주말의 흥행기록인데(미국 영화들은 대부분 금요일에 개봉한다)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북미와 캐나다 개봉 주말 매출은 1,150억 원 정도였다. 월요일이 공휴일이라서 금/토/일/월 나흘 동안의 기록이었지만 중저가예산의 영화치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높은 매출이었다. 더 재미있는 건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가장 많이 본 10개 도시 중 8개가 미국 남부와 중서부 도시였다. 전통적으로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에 더 많은 극장이 있고, 영화표 가격이 더 비싸고, 더 많은 사람이 더 자주 극장에 가기 때문에 성공한 영화들은 이 두 도시에서 항상 강세를 보이지만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경우 과거의 데이터와 많이 다른 양상을 보였다. 그만큼 미국 시골의 작은? 도시에는 평소에는 극장에 거의 가지 않는 참전용사들과 –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보기 위해서 수 십 년 만에 극장을 찾았다는 분들도 있다 – 이들을 위주로 형성된 underserved(손길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시장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시장이 말이다.

이 재미있는 현상을 보면서 나는 한국의 시장에 대해서 잠깐 생각을 해봤다.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는 ‘서울공화국’ 이다. 나도 부산에서 잠깐 살아봤지만, 그때는 한국 제2의 도시 부산과 서울의 격차가 그렇게 많이 나는지 몰랐다. 한 도시와 그 주변에 한 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사는 나라가 한국말고 과연 또 있을까?

벤처업계도 이 패턴을 따르는 거 같다. 한국의 벤처 돈의 90%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거로 알고 있다. 아무리 서울에 인구가 많고, 회사들이 많고, 학교들이 많지만 이건 너무 과한 것 같다. 비서울 지역에도 좋은 학교, 인력 그리고 스타트업들이 분명히 있다. 나한테 연락 오는 벤처 중 지방이 본사인 회사들도 많고 이 중 굉장히 좋은 회사들도 많다. 하지만 모두 하는 말이 “서울이 아니라서 그런지 정보도 얻기 힘들고 투자자분들이 귀찮고 바빠서 잘 안 내려오시네요.”이다. 스타트업들도 비슷하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서울에서 출시되는데 나는 오히려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을 초기시장으로 공략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역들이 모두 underserved 시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예상치 못한 시장을 찾았듯이 스타트업들도 서울이 아닌 underserved 시장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장들은 ‘underserved(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시장이지 ‘undeserved(손길을 미칠 가치가 없는)’ 시장이 아니다.

<참고기사 = http://www.wsj.com/articles/america-embraces-american-sniper-1421705164>

같은 행동 = 같은 결과

해마다 반복되고 해마다 보는 상황이다.

우리 동네 헬스클럽 골드짐에 1월/2월이면 회원수가 거의 3배 증가한다. 새로운 얼굴들이 보이고 락커룸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가끔 줄을 서서 샤워를 해야한다. 그런데 이러다가 만다. 5월이면 신규 회원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모든건 일상으로 돌아온다. 새해에는 건강하게 살고 살을 빼야겠다는 결심은 일상생활속의 바쁨과 게으름에 밀려버린다. 전형적인 작심삼일이다.

금연, 살빼기, 금주, 건강한 식단 유지, 일찍 일어나서 영어공부하기 등…..내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새해 결심들이다. 모두가 다 현재와는 극적으로 다른 결과를 원하고 이를 위한 결심들을 한다. 그런데 하는 행동들은 똑같다. 행동은 과거와 다르지 않은데 어떻게 결과가 달라지겠는가. 초등학생들도 아는 이 사실을 내 주위 많은 어른들이 모르는거 같다. 과거와 변함없이 과식하고, 거의 매일 술먹고,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도 전혀 하지 않으면서 올해는 반드시 체중을 줄여서 건강해져야 한다고 하는 친구들을 거의 10년째 보고 있다. 똑같이 먹고 똑같이 안 움직이는데 어떻게 체중이 줄고 건강해지겠는가 이 친구들아.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정말 다른 결과를 원한다면 작년과는 뭔가 달라져야 한다. 올해는 회사한테 정말로 중요한 한 해가 될거라는 말만 하고 행동은 그대로라면 결과도 똑같을 수 밖에 없다. 그 결과가 더 좋든 나쁘든 어쨌든 다른 결과를 원한다면 과거와는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극적으로 다른 결과를 원한다면 행동 또한 그만큼 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오늘의 행동이 어제와 같다면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우버에 대한 단상

얼마 전에 2주 동안 서울에 출장을 갔다 왔다. 항상 그렇듯이 택시, 버스, 지하철을 번갈아 이용하면서 이동을 했는데 시간과 이동거리 때문에 주로 택시를 애용했다. 일부러 한번 계산을 해봤는데 2주 동안 다양한 시간대에 택시를 37번 탔다.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님들에게 우버에 대해서 여쭤봤는데 나이드신 분들은 역시 아직 잘 모르셨지만 젊은 분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예상했던대로 우버에 대한 좋은 말은 듣지 못했다. 대부분의 기사분들은 쌍욕을 하면서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데 미국의 불법택시업체가 밥줄을 위협한다고 상당히 불만들이 많았다. 정부가 더 세게 대응을 해서 한국에서 완전히 추방을 해야한다는 분들도 꽤 있었다. 이 기사분들 중 안전벨트를 착용한 기사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직접 세어봤는데 37번 탄 택시 중 안전벨트를 착용한 택시기사는 6명이었다(뭐, 내가 이상한 택시만 탔을수도 있다).

좀 씁쓸했다. 아직도 그 이유를 난 명확하게 이해를 못하지만 서울시에서 우버는 불법 판정을 받았다. 또, 한편에서는 승객의 생명을 책임져야하는 택시기사들은 법으로 요구되는 안전벨트도 하지 않은채로 서울시를 미친 레이서처럼 달리고 있다. 경찰들은 오히려 우버를 비롯한 불법택시를 단속하는데 신경쓰고 있지 택시기사들 안전벨트 미착용은 단속도 하지 않고, 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 실제로 내가 탄 택시가 신호에 걸려 있었는데, 창문을 열고 기사가 경찰한테 인사를 하자 경찰도 그냥 인사만 하고 안전벨트 미착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달리는 내내 계속 안전벨트 경고음만 울리고 있었다. 결국 손해보는건 돈을 내야하는 나같은 택시 고객이다. 이동하는 동안 계속 마음을 졸이고 있었지만, 택시를 더 난폭하게 몰까봐 찍소리 못 했다. 그리고 내린 다음에 어디 불평할 곳 하나 없었다.

이미 관련하여 전에 내 생각을 쓴 적이 있는데, 서울시에서 불법으로 판정한 우버를 서울시민이 계속 이용하고 너무너무 좋다는 평을 하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택시기사들은 무턱대고 우버만 욕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우버보다 승객들한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조금만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 별거 없다. 안전벨트 착용하고, 신호등 위반하지 말고, 정속으로 달리고, 그냥 법만 지켜도 많은 부분들이 해소된다. 택시기사들은 우버를 불법이라고 욕하지만 본인들이 습관처럼 하는 안전벨트 미착용, 신호등 위반, 과속 등의 행동들도 불법이다. 그것도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수 있는 불법행위들이다.

어제 우버가 최근 투자유치한 시리즈 E 라운드를 1조원 이상 늘리기로 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회사의 가치가 무려 40조원 이상인데 이는 시총 36조원의 현대자동차보다 높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우버의 비즈니스를 믿고 있다는 뜻이다.

우버가 불법인가? 이 세상에 해를 끼치는 사회악인가? 잘 모르겠다. 사회에 악을 끼쳐서 불법이라기 보다는 사회, 정치, 경제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아주 오래된 특정 집단들을 보호하기 위해 불법으로 규정했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떨쳐낼수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버는 아주 좋은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우버의 직원들은 회사를 사랑한다. 우버의 투자자들도 회사를 너무 좋아한다. 우버의 고객인 승객들은 – 나를 포함 – 한 번이라도 우버를 사용해봤다면 평생 사용할 것이다. 우버의 다른 고객인 우버기사들도 대부분 우버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물론, 그렇지 않은 기사들도 있다). 한 비즈니스를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이렇게 행복한데 – 특히 고객들이 – 이 비즈니스가 그렇게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