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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의 높아지는 ‘minimum’ 기준

Minimum-Viable-Product린 스타트업 하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개념이 MVP(Minimum Viable Product) 이다. 이미 다 익숙한 내용이기 때문에 여기서 MVP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전에 내가 MVP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쓴 적이 있다.

MVP는 출시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능만 제공한다. 보통 얼리어답터와 같은 소수 잠재 고객에게 먼저 공유를 한다. 이런 고객이 불완전한 제품의 가능성을 잘 파악하고 생산적인 의견을 주기 때문이다. MVP의 기본이 되는 사상은 고객을 발견하고 고객의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것이다. 빨리 제품을 시장에 내면 고객 성향을 빨리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창업자가는 고객이 관심 없는 기능엔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제품을 빠르게 내야 한다. 그래야 남들보다 빠르게 배울 수 있다.

-출처: ‘스타트업 바이블 2’ 23계명 – 빨리 똑소리 나는 MVP를 만들라

MVP의 의미는 아직 똑같다. 말 그대로 ‘시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최소한의 제품’ 이다. Facebook은 엄청나게 커졌지만, 창업초기에는 아마도 서로 친구 맺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이 구현된 MVP로 시작했을 것이고 지금의 트위터는 엄청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지만, 창업 초기에는 SMS를 이용한 트윗 날리는 최소한의 기능이 구현된 MVP로 시작했을 것이다. 어차피 완벽한 제품이란 없으며, 오래 고민해서 만든다고 시장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제품이 될 확률은 굉장히 낮다. 또한, 시장 상황은 지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실제 제품이 완성되어 출시되는 시점의 시장은 제품에 대한 비전이 그려지고 개발에 착수하는 시점의 시장과는 완전히 다를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우리 제품의 core를 최대한 빨리 만든 후 출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생각과 가설을 바탕으로 만든(몇몇 베타사용자의 피드백도 포함) 제품이나 기능이 실제로 시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자세히 관찰을 하고, 그 관찰을 통해서 배운 점들을 종합해서 다시 제품에 적용해서 수정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실제로 시장이 원하는 제품에 조금씩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그래서 나도 몇 년 전까지만해도 창업가들한테 왠만하면 너무 완벽한 제품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MVP를 빨리 만들어서 출시하라고 권장했다. 지금도 같은 말을 하지만, 약간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를 한다. 빨리 MVP를 만들어서 출시하라고 하는 부분은 같지만, 아주 완성도가 높은 MVP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두가지 측면에서 ‘완성도 높은 MVP’ 이야기를 한다:
첫째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전반적인 제품의 수준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요새 나오는 MVP들을 사용해보면 버그도 거의 없고, 단순한 기능만을 제공하기 보다는 몇 개의 기능들이 잘 조화를 이룬,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단순한 기능의 MVP를 출시하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확률이 존재한다. MVP의 목적은 시장의 반응을 배우고 이걸 다시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서인데 타 제품에 비해서 ‘후진’ MVP를 출시하면 그만큼 사용자들을 확보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두번째 이유는, 과거에 비해서 시장에 출시되는 제품의 절대적인 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비슷한 종류의 제품도 많고 워낙 많은 MVP들이 출시되기 때문에 다른 제품들에 비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용자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MVP가 필요하다.

MVP 자체가 최소 수준의 제품인데, ‘높은 수준의 MVP’는 어쩌면 말이 안 되는거 같지만 그만큼 수준이 높아졌고 경쟁이 심화되었다는 의미이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출시를 너무 늦추면 안되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MVP를 출시했다가는 뭘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게임이 끝날 수도 있으니 참으로 쉽지 않은 세상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vapartners.ca/going-to-market-with-a-minimum-viable-product/>

가상현실은 현실화 될 것인가?

미국이나 한국이나 요새 많은 관심이 집중된 분야 중 하나가 가상현실이다. 솔직히 ‘가상현실’ 이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들어왔지만(내 기억으로는 80년대 오리지날 TRON 영화를 보고 처음 들었던 거 같다) 가상현실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게된 계기는 Oculus의 출현이었던거 같다. 실은 나도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진 않았지만 얼마전에 가상현실 컨텐츠를 만드는 회사와 이야기를 하다 HMD를(head-mounted display) 실제로 착용하고 경험해보니 정말로 완전히 신세계였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말할것도 없고, 아무리 큰 모니터가 있더라도 우리의 컴퓨팅 경험은 화면의 크기에 의해 크게 제약을 받는데 가상현실 기기들을 통한 경험은 이런 화면의 크기나 공간으로 인한 제약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신기하고 재미는 있지만 과연 가상현실이 대중적으로 현실화가 될까? 아니면 소수의 게이머나 tech 덕후들만을 위한 틈새 시장으로 존재할까? 이 생각을 요새 자주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한국 출장길에서 서울 지하철 안에서도 이런 생각을 조금 하고 있었다. 약속 시간 때문에 피크 출근시간대에 사당에서 2호선을 갈아탔는데 정말 숨 막혀서 죽는 줄 알았다. 지하철 안에서 숨도 크게 못 쉬면서(앞에 여자분이 있었는데 지하철 급정거 하면 거의 뽀뽀할 정도로 가까워서) 주위를 보니 지하철 안의 광경은 가관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거의 다 머리 쳐박고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사진을 하나 찍고 싶었는데 도저히 손을 올릴 수가 없었다). 10년 전에 이런 세상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에는 서울 지하철 승객들은 대부분 신문이나 책을 읽었다. 그 어떤 유능한 점쟁이도 10년 후에 서울 지하철 모든 사람들이 손바닥안의 작은 기기만 보면서 낄낄거리고, 정보를 습득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전세계 친구들과 사진을 공유하고 이야기 할 거라는 건 예측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출근시간의 2호선 지하철 안을 보니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머리통과 눈 앞에 뭔가를 다 쓰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고개과 손을 움직이는 비전이 순간적으로 내 머리를 스쳤다. 어쩌면 일시적인 산소부족 현상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보였다. 그리고 이제 나는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그랬듯이 앞으로는 –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 가상현실이 대중적인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기기 자체도 지금같이 투박하지 않고 상당히 진화되었을 것이다.

내가 맞을까?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다. 5년 뒤에 이 블로그 포스팅을 재방문 해봐야겠다.

파도타기와 타이밍

2085419215_74d7ac28d2_z얼마전에 대기업에서 일하는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새 미국에서 관심을 많이 보이는 드론(drone)이랑 로보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드론과 로보트 사업은 이미 이 대기업이 몇 년 전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사업을 진행했지만,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자 돈이 안 된다고 접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새 다시 각광 받는걸 보고 임원진에서는 이 사업을 다시 해야하는게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드론과 로보트 사업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거 같다. 대기업들이 신규 사업 추진하는걸 보면 이와 비슷한 패턴을 찾아볼수 있다. 해마다 야심차게 미래전략과 장기사업계획을 수립하고, TF팀(Task Force)을 만들어서 대대적인 언론보도와 함께 투자를 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그런데 본인들이 ‘미래’와 ‘장기’ 사업이라고 이름을 붙이면서도 2-3년 안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런 사업들은 최소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고 어쩌면 평생 사업화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방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사장이나 사업부장이 바뀌면 그전에 진행하던 사업들은 백지화 시키고 다시 새로운 계획을 만들고 새로운 팀을 만들어서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많은 대기업들이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사업을 접지만 이들이 간과하는 건, 단기간내에 성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기간동안 대기업들이 집행한 투자와 R&D, 그리고 지속적인 언론보도는 그동안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전혀 모르던 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을 창출했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단기적인 성과의 부재로 인해 대기업이 사업을 포기할 시점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분야로 들어와서 더 빠르고 더 저렴한 방법으로 이 분야를 돈이 되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만드는 걸 우리는 많이 경험했다.

나는 대기업들이 조금 더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신사업을 진행했으면 한다. 확실한 cash cow 들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은 단기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 전략을 말 그대로 장기 전략으로 가져갈 수 있을텐데 왜 중도에 포기하는지 모르겠다. 중도 포기한 이 사업이 향 후에 커져서 다시 이 분야로 진입해서 따라잡으려면 오히려 더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갈텐데.

유감스럽게도 스타트업들은 이렇게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새로운 산업에서 창업하는 스타트업들은 마땅한 매출원이 없기 때문에 이 산업이 ‘뜨기’ 전까지는 투자자 돈으로 연명을 해야하는데 이게 6개월이 될 수도 있지만 6년이 될 수도 있고, 영원히 빛을 못 보고 그냥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에 ‘Chasing Mavericks‘ 라는 글에서도 내가 강조했듯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새로운 분야에 대한 확고한 확신이 있고, 꾸준히 이 분야를 파고 들어가서 시장의 1인자가 되면 언젠가는 큰 파도가 한 번은 올 것이다. 그리고 이 파도는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는 곳까지 스타트업을 한방에 데려다 줄 것이다. 이 파도는 자체적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과거에 철수하고 다시 이 분야로 진입하기 위해서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대기업이 만들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신사업에 대한 인내심 부족은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들 한테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새로운 분야를 잘 선택했고,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이미지 출처 = http://www.designer-daily.com/hokusais-great-wave-is-everywhere-4697>

Liquidation preference 예제

우선주 투자자들이 갖게되는 파워풀한 권리인 liquidation preference에 대해서 전에 설명한적이 있다.
-‘투자자의 liquidation preference’ 포스팅
‘Liquidation preference’ 동영상

얼마전에 우리 투자사랑 이야기 하면서 liquidation preference 관련 추가 질문들이 있었는데, 다른 창업가들도 알면 좋을것 같아서 여기서 또 몇 자 적어본다. 전 글에서 이미 가장 흔한 3가지 종류의 preference에 대해서 설명을 했는데 실제로 회사가 liquidate(청산, 정리, 인수 등) 되는 시나리오를 한번 보자.

레드모바일이라는 가상의 벤처기업이 있다. 이 회사의 지분 구조는 창업팀 40%; 직원 20%; 투자자 A(우선주) 30%; 투자자 B(보통주) 10%로 구성되어 있다. 레드모바일은 최근에 100억의 밸류에이션에 A로부터 30억원을 1X liquidation preference(no participation)의 조건에 투자받았다. 그리고 곧 레드모바일이 다른 회사에 인수되었다(인수도 liquidation에 포함).

#1 시나리오 – 레드모바일이 너무 잘 나가서 최근 투자 받은 밸류에이션의 10배인 1,000억원에 인수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1,000억원의 인수금은 다음과 같이 분배된다.

  • 일단 우선주 투자자 A는 이 상황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1X liquidation preference 권리를 행사할지 안할지 생각을 하는데 솔직히 고민해볼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1X liquidation preference 권리를 행사하면 우선주 투자자 A한테는 투자 원금 30억원만 돌아가고(배당금은 별도로 지급되는데, 편의상 이 시나리오에서는 A가 투자한 후 바로 회사가 인수되어서 배당금은 지급되지 않는걸로 가정), 1,000억원에서 남은 970억원이 나머지 보통주 주주들에게 분배되기 때문이다.
  • 그래서 이 경우 투자자 A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을 한다. 투자계약서에는 이런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주로 “liquidation이 발생할 경우 우선주 1개가 보통주 1개로 전환된다.”와 비슷한 내용이다. A의 우선주 30%는 보통주 30%로 전환된다.
  • 1,000억원은 보통주 주주들에게 지분율만큼 분배된다. 창업팀 400억원(40%); 직원들 200억원(20%); 투자자 A 300억원(30%); 투자자 B 100억원(10%)

#2 시나리오 – 경영진 불화와 경쟁사의 출현으로 인해 레드모바일의 비즈니스가 순식간에 악화되었고, 최근 투자 받은 밸류에이션보다 낮은 가격인 50억원에 인수되었다고 가정해보자.

  • 우선주 투자자 A는 우선주를 보통주 30%로 전환하면 15억원만 돌려받기 때문에(50억의 30%), 1X liquidation preference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그러면 투자원금 30억원을 고스란히 돌려받는다(배당금은 ‘0’ 이라 가정)
  • 인수금 50억원에서 남은 20억원은 나머지 보통주 주주들에게 비례해서(A에게 분배된 30%를 제외한 70%에 대해) 분배된다. 창업팀 11.4억원(57%); 직원들 5.7억원(28.6%); 투자자 B 2.9억원(14.3%)
  • 지분율과 인수금 분배율은 많이 달라진다. 투자자 A는 3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가져간 돈은 60%이며(30억원/50억원), 회사 지분 40%를 가지고 있던 창업팀이 실제로 가져간 돈은 23% 이다.

자, 여기서 만약에 #2번 시나리오의 투자자 A가 1X participating liquidation preference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A는 투자원금 30억원을 돌려받고, 30%의 지분은 다시 보통주같이 취급되기 때문에 남은 20억원의 30%를 또 가져간다 – 총 36억원을 가져간다. 그 이후에 나머지 보통주 주주들이 남은 14억원을 지분율대로 가져간다. 이 경우 A는 회사 지분은 30%를 가졌지만, 실제로는 인수금의 72%를 가져간다.

위의 상황들에서 알 수 있듯이 liquidation preference는 상황이 좋지 않을때 우선주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우선주 투자자들은 회사가 높은 가격에 팔리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고, 그렇지 않으면 liquidation preference 권리를 행사한다(예외도 존재한다. 주로 IPO가 발생하면 우선주는 강제로 보통주로 전환이 되는데, 이 또한 계약서마다 다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창업가들은 투자를 받을때 liquidation preference를 잘 이해하고, 계산을 한 후에 돈을 받는게 좋다. 멋모르고 3X participating liquidation preference를 주었다가 나중에 회사가 적당한 금액에 인수되었는데 인수금을 전부 다 우선주 투자자가 가져가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투자자들은 주로 우선주를 구매하고, 창업가들이나 직원들은 보통주를 받거나 구매한다. 물론, 이 부분도 협상하기 나름이다.

[리블로그] GMO 감자와 사과

arctic-apple나같이 먹거리에 관심이 많고 농업기술에도 관심있는 분들한테는 흥미로운 소식이다.

얼마전에 미식품의약국에서 처음으로 유전자 재조합된(GMO’d) 감자와 사과를 승인했다. ‘Arctic’ 종 사과는 껍질을 깐 후 공기와 접촉하면 색이 갈색으로 변하는걸 방지하도록 재조합 되었고, ‘Innate’ 종 감자는 멍이 덜 들고 고온에서 요리하면 형성될 수 있는 발암성 물질 아크릴아미드 함유량을 줄일 수 있도록 재조합 되었다. Arctic 사과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실제 판매되기 까지는 수 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Innate 감자는 몇 개월 후에는 판매할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조사와 실험을 거친 이 두 농산물은 “영양과 안정성 면에 있어서는 유전자 재조합되지 않은 기존 감자와 사과랑 동일하다” 라고 식품의약국은 발표했다.

이미 우리가 먹고 있는 콩이나 옥수수는 대부분 유전자재조합된 제품들이지만 이들은 소비자보다는 농부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 내성이 더 강하고,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수확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농부들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이번에 승인된 사과와 감자의 경우 농부들 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 GMO 농산물들이 시장에서 받던 부정적인 피드백과는 약간 다른 반응이 예상된다.

앞으로 유전자재조합 관련된 연구와 개발은 끊임없이 진행될 것이며 실리콘밸리의 돈도 이 분야에 많이 투자될 것이다.

[과거글: 유전자 재조합 식품에 대한 고찰]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이 제일 먼저 신경쓰는 부분이 바로 먹거리 이다. 요새 한국이나 미국이나 ‘잘먹고 잘사는법’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고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래의 식량 곤충). 동네 슈퍼에서도 쇼핑을 많이 하지만 유기농 제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슈퍼나 마트도 자주 가고, 이제는 뭐를 하나 사더라도 재료랑 영양성분 표기를 보는게 습관이 되었다 (그렇다고 보면 다 이해한다는 건 아니다).

유기농 제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요새 미국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게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재조합 식품)라는 레이블이다. 식품 제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유전자 조작 유무를 표기하기 시작했고 Non-GMO Project나 Just Label It!과 같은 관련 단체들은 이걸 의무화 시키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아이스크림 업체 Ben & Jerry’s와 멕시칸 semi-패스트푸드 업체 Chipotle는 아예 유전자 재조합 재료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에 둘러쌓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GMO는 굉장히 안 좋은 거라는 생각을 하고 슈퍼에서도 non-GMO 라벨 제품들을 찾게 된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런데 최근에 이를 반박하는 기사와 글들을 통해서 우리가 잘 몰랐던 유전자 재조합 식품에 대한 사실을 몇가지 알게 되었고 스스로를 교육하는 차원에서 여기 몇 자 적어본다.

-과학일 뿐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인간의 삶은 굉장히 편해지고 윤택해졌다. 유전자 재조합도 생명과학일 뿐이지 음식에 나쁜 짓을 하는게 아니다. 이미 수천년 동안 농부들은 다양한 교배 방법을 통해서 더 강하고 맛있는 작물을 재배하고 있었고 80년대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서 과학자들이 다른 품종의 특성을 특정 식물의 DNA에 심을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서 가뭄을 더 잘 견디는 씨앗이나 해충의 피해를 덜 입는 씨앗이 탄생하게 되었다. 1996년도에 유전자 재조합이 상용화 되었고 이제 우리가 먹는 옥수수와 콩의 80%가 유전자 재조합된 품종들이다.

-농부들의 선택이다: 유전자가 재조합되지 않은 씨앗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사용할 수 있지만, 오히려 농부들이 유전자 재조합 품종을 선호한다. 뭐, 이유는 뻔하다. 유전자 재조합 씨앗은 내성이 더 강하고,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수확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월등하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기억해야하는 사실은 농부들은 상당히 똑똑한 사람들이고 단순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유전자 재조합 씨앗을 사용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적인 면도 있지만, 맛도 좋고 건강에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본인들도 이걸 먹고 이들의 가족들도 먹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근거: 그동안 많은 연구 결과가 진행되었지만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들이 건강에 나쁘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음식에 대해서는 가장 까다롭다는 유럽의 모든 식품 관련 규제 기관들에서는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들이 안전하고 일반 농산물만큼 영양소가 풍부하다고 인정을 했고 이는 미국의 식약청도 마찬가지이다.

-엄격한 규제: 생명공학으로 탄생한 농산물들은 내가 생각했던 거 이상의 시험과 규제를 받는다. 새로운 씨앗이 탄생되면 미국 농무부로부터 검사를 받아야 하며, 미식약청으로부터 자발적 – 하지만, 거의 의무적이다 – 검사를 받게 된다. 씨앗들에 살충제나 해충제가 들어가 있다면 미국 환경청의 검사까지 받아야 한다. 이런 과정 때문인지 새로운 씨앗을 개발해서 상용화 하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약 1,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비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개발되는 씨앗은 정부의 검사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한다.

-지구를 살리는 GMO 농산물: 유전자 재조합 씨앗들은 오히려 지구를 살리고 있다. 대부분의 GMO 씨앗들은 해충에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살충제의 사용을 극적으로 감소시킨다. 실제로 2012년도에 살충제 감소로 인해 전세계 탄소배출량을 267억 킬로나 줄였다고 한다 (이는 1년 동안 자동차 1,180만대가 방출하는 탄소와 동일)

-심리적 요인: 약간의 심리적 요인도 작용을 한다. “유전자 재조합” 이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일부 GMO 업체들은 비GMO 업체들이 영리적인 목적 때문에 일부러 이런 무시무시한 용어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하기까지도 한다.

지구를 사과로 생각해보자. 이 사과를 반으로 쪼개고, 또 반으로 쪼개고, 32등분으로 쪼갤때까지 잘라보자. 그 32개의 사과조각 중 하나가 바로 농업을 할 수 있는 땅의 크기이다. 나를 비롯한 선진국 사람들은 잘 못 느끼고 있지만 지구의 자원부족과 식량부족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그리고 앞으로 이 문제는 더욱 더 심해질 것이다. 매일 전세계 인구 9억명이 고픈배를 움켜잡고 잠을 청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좁은 땅덩어리에서 더 많은 수확을 해야만 하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생명과학의 발전을 통한 유전자 재조합이 필수인거 같다.

나도 맹목적으로 non-GMO 라벨만을 선호했었는데 이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거 같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bc.ca/news/canada/nova-scotia/non-browning-arctic-apple-concerns-nova-scotia-growers-1.2559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