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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베타

나는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하고 있다. 직업도 직업이지만, 대기업에 취직하는거 보다는 스스로를 위해서 일하는게 훨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창업을 강조하고 권장한다. 하지만 조금 더 현실적으로 말을 해보면 솔직히 모두가 다 창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두가 다 창업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창업이 천직인 사람들도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큰 조직에 들어가서 남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인생의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가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스타트업’ 이라는 단어의 좁은 의미는 인터넷 회사를 창업해서 돈을 버는게 맞지만, 이 단어를 조금 더 크게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스타트업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마치 창업가들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삶을 더 좋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크게 봐서 나는 항상 더 좋은 남편, 아들, 동생, 친구, 동료,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 매일 노력하고 고민하고 있고 조금 작게 봐서는 매일 운동을 해서 몸을 더 좋게 만들려고 꾸준히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게 우리가 죽을 때 완벽한 인간이 되지는 못 하더라고 어제보다는 오늘이 조금은 나아야 하며, 오늘보다는 내일이 조금은 나아야 한다는 건데 이런 삶에 대한 태도와 방식 자체가 스타트업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태도와 정신을 ‘영원한 베타(permanent beta)’ 라고 한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서 풍요로운 인생을 살려는 정신이며, 이는 바로 창업가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자세다.

이번 주말에 이런 영원한 베타 정신을 많이 접했다. 우리 아버지는 이미 은퇴하신지 오래 되셨고, 이제 팔순을 바라보시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에 인터스텔라 영화를 보고 오신 후에 인터넷에서 태양계 행성에 대해서 공부하시고 각 행성이 어떤 특징이 있고 인터스텔라가 과학적으로 맞는지 안 맞는지 까지도 공부하셨다. 최근에는 The Big Short 영화를 보신 후 자막없이 보고 싶은데 영어가 좀 어려우니 영문 대본을 좀 구해달라고 하시면서 오히려 나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시면서 스스로를 개선하고 계신다. 우리 장인어르신도 비슷한데 몇 년 전부터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셔서 배우신지 2년 만에 상급반으로 진학하셨고, 하루에 10시간씩 기타 연습을 하시는 날도 있다. 이 두 분은 회사를 창업하지는 않으셨지만,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을 하면서 풍요로운 인생을 사시려는 이러한 시도와 태도가 바로 스타트업 정신인거 같다. 전에 내가 포스팅한 미래엔지니어링의 김태준 대표님도 마찬가지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면 우리는 남과 똑같은 길을 간다.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조직원이 되면서부터 자기계발이나 발전이라는 엔진은 서서히 죽는다. 인생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지만,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건 바로 ‘시간’이다. 공평한 시간으로 이루어진 하루하루는 우리에게 스스로 발전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속해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마치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베타 제품을 지속해서 수정, 보완하는 것과도 같다.

인생은 영원한 베타이다.

휴지통, 그리고 본질

한국에 와서 느낀 점 중 하나는 – 다른 곳은 잘 모르겠고, 서울의 경우 – 길거리나 공공장소에 쓰레기통이 많이 없다는 점이다. 한 3-5 블럭 마다 휴지통이 있고, 지하철 화장실에는 아예 휴지통이 없는 곳도 많다.
사진 2015. 12. 30. 오후 6 23 58정자역 화장실에서 청소하시는 분들한테 물어보니 시민들이 공공장소의 휴지통에 쓰레기를 너무 막 버리고, 어떤 얌체같은 사람들은 심지어 개인 쓰레기를 공공 휴지통에 버리기 때문에 아예 휴지통을 없애는 극단적인 조치를 당국에서 취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일은 더 많아졌다고 하다. 왜냐하면, 휴지통이 없으니까 이제는 소변기 또는 세면대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많은 사람들이 그냥 화장실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소하시는 분도 웃으시면서 “나 같아도 더러운 휴지나 쓰레기를 계속 가지고 다니라고 하면 아무래도 그냥 아무도 안 볼 때 버리지 않겠어요.” 라고까지 하시면서…

실은 나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시도는 좋다. 그리고 국가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선택한 방법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발생시키는거 같다. 휴지통이 부족해서 버려서는 안되는 곳에 시민들이 계속 쓰레기를 버려서 미적으로도 좋지 않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인력이 더 많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그런 역효과 말이다. 어떤 분들이 이런 정책을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분들은 내가 항상 강조하는 ‘본질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있거나, 알고 있으면서도 귀찮아서 나 몰라라 하고 있다.

휴지통을 아예 설치하지 않거나, 또는 일부러 띄엄띄엄 배치해 놓는 목적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면 좋을거 같다. 서울 시민들이 모두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논리는 맞다.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고, 자기 쓰레기는 주머니나 가방에 보관하다가 집에 가서 버릴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반대다. 휴지통이 없으니까 몰래 길거리에 버리고 있고 이로 인해서 더 많은 손해와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광경들이 서울 시내 여기저기서 보이는거다.Processed with MOLDIV나 같으면 아예 크고 견고한 쓰레기통을 여기저기 더 많이 배치를 하든지, 아니면 정말 제대로 쓰레기 무단투기를 관리할 의지와 생각이 있다면 CCTV를 설치하고 과태료를 아주 극적으로 올리겠다. 현재 담배꽁초나 휴지를 아무데나 버리는 경우 과태료가 5만원이고, 유원지나 공원등에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한 경우 과태료가 20만원인데 이 금액을 한 50만원으로 확 올리고 관리를 제대로 하면 시민의식이 바뀌고 서울시 예산도 많이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그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본질을 파악하는 건 시간도 더 걸리고, 어쩔때는 고통스럽고 귀찮지만 문제의 뿌리를 공략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

IPO에 대한 단상

사진 2016. 3. 14. 오후 4 27 07얼마 전에 어떤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회의의 주제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미국 시장 상장이었고, 여러가지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자리였다. 하지만 회의 내내 내가 주장하고 강조했던 건, 왜 충분히 상장을 할 수 있는 미국 회사들도 IPO를 일부러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 판국에 우리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한국 회사들에게 굳이 미국 시장 IPO를 강조하냐 였다.

솔직히 우버,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같은 유니콘들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미국 시장에서 IPO를 할 수 있는 회사들이지만 계속 비상장시장(private market)에서 자금을 가져다 쓰고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최근 몇 년 동안 상장시장과 비상장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보면 굳이 이 회사들이 왜 IPO를 하지 않고, 왜 IPO가 가장 좋은 exit 전략이 아닐 수도 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단 스타트업들이 왜 IPO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이 되면 좋을거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비상장시장에서 시작을 해서 어느정도 성장을 한 후, 시장의 상황이 좋으면 상장을 했다(물론, 상장하는게 이렇게 쉽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편의를 위해서 단순하게 적어본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상장을 하면 그동안 VC를 통해서 투자받던 금액과는 비교가 안 되는 큰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주들은 회사 주식을 즉시 사고 팔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큰 장점들이 있다. 또한, IPO를 하면 ‘상장’ 이라는 훈장이 가져다 주는 기업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즐길 수 있었다. 일반인들 사이에는 상장한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는 더 믿을 만하고 왠지 상장기업의 제품이 더 좋을거 같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장하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위에서 말한 장점들도 많지만 단점들 또한 존재한다. 일단 회사가 상장을 하게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비즈니스를 하기가 힘들다. 상장한 이후에는 회사의 장기적 비전이나 미션보다는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관점에 입각한 재무제표 위주의 비즈니스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비상장 스타트업이면 재무적으로 손실이 발생해도 비즈니스의 기본이 탄탄하면 계속 높은 가치에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도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과 경영진의 능력을 중시한다. 하지만, 상장을 하게되면 주주들의 관심은 오직 매 분기마다 발표되는 회사의 실적이다. 아무리 장기적인 비전이 좋더라도 단기 실적이 나쁘면 그 회사의 주가는 반 토막 날 수 있다. 또한, 상장을 하게 되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일단 Sarbanes-Oxley와 같은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 때문에 상장할 때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되며, 상장 이후에도 다양한 감사 및 보고로 인한 (스타트업들한테는)천문학적인 비용을 써야 한다.

물론, 상장에 대한 이런 단점들이 갑자기 생겨난 건 아니다. 이미 존재하고 알려진 단점들이었지만 상장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이런 단점들 보다 많았기 때문에 그동안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IPO를 선택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시장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비상장 시장은 더욱 매력적으로 변했고, 상장 시장은 더욱 더 엄격해졌다.

상장시장에는 너무나 다양한 매수와 매도 방법이 존재한다. 특히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기계와 알고리즘 기반의 트레이딩이나 공매(short selling) 등은 기업의 가치나 비전은 무시하고 단순히 숫자만을 보기 때문에 상장기업의 주가에는 예측할 수 없는 변동성의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잘 나가던 회사들도 갑자기 단기 실적이 부진해지면 하루만에 기업가치가 반 토막 나는게 현재의 상장시장이다. 실적이 조금 부진하다고 해서 과연 이 회사의 비즈니스가 위험한가? 기업가치가 반 토막 날 정도로 그 회사가 갑자기 안 좋아졌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게 바로 상장시장이다. 상장시장의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같은 비상장시장의 투자자들과는 완전히 반대이다. 그리고 상장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법무비용과 회계비용은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는 점도 IPO를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와는 반대로 비상장시장은 스타트업들에게 매우 유리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CEO들은 오히려 상장하지 않고 계속 비상장 상태에서 비즈니스를 잘 운영하고 있다. IPO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대규모 자금 조달은 이제는 비상장 시장에서도 가능하다. 위에서 언급한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회사들은 IPO를 통해서가 아닌, 큰 헤지펀드나 뮤추얼펀드로부터 조 단위의 투자금을 받고 있다. 주로 상장시장에서 놀던 큰 펀드들이 낮은 이자율과 높은 변동성 때문에 오히려 비상장 회사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비상장 시장에서 더 유리한 밸류에이션에 대규모 자금 확보가 이젠 가능해졌다. 또한, (미국의 경우)비상장 회사들의 주식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시장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주들의 유동성 확보 면에서도 상장시장만큼 매력적인게 비상장시장이다.

현실이 이런데 굳이 우리는 투자사들에게 IPO를 강요할 필요가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게 좋을거 같다. 물론, 위의 내용들은 주로 미국 시장에 적용된다. 한국은 자본시장이 미국만큼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이르고, 나는 코스닥 시장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른다. 하지만, 결국 한국의 자본시장도 미국을 따라가기 때문에 몇 년 후에는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교육, 질문, 그리고 창업

전에 내가 쓴 글에서 나는 한국 창업가들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바로 영어가 우리의 모국어가 아니라고 했고, 일을 하면 할수록 이걸 실감하고 있다. 그런데 또 한가지의 약점을 집으라고 하면 바로 한국의 ‘교육’ 이라고 하고 싶다. (이 또한 전에 말한 적이 있는데) 한국은 문제점들이 많이 존재하는 나라이다. 이런 문제들은 창업가들한테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이런 각도에서 보면 한국은 창업하기에는 매우 좋은 조건 또한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조금 더 깊게 들어가서 보면 미국과 표면적으로는 비슷할지라도 그 정도가 한국이 조금 더 심각하고 해결하기가 어렵다는걸 많이 느낀다.

비슷한 문제라도 그 어려움의 정도가 더 심하다면 그 해결방안도 더 정교해야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그냥 미국의 방식을 맹목적으로 카피하거나, 문제점들의 표면만 긁고 있다는 걸 요새 많이 느끼고 있다. 이런 1차원적인 사고가 실행으로 옮겨지면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반쪽자리 제품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런 제품들은 절대로 오래 살아남을 수가 없다. 고객이 아무리 멍청해도 몇 번 사용해보면 크게 도움이 되지 못 한다는걸 금방 알아채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모든 스타트업이 이런 후진 제품을 만드는건 아니다. 아주 뛰어난 회사들과 창업가들도 많고, 이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환경이 조성되려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아무리 복잡해도 그 문제를 여러개의 작고 덜 복잡한 문제들로 쪼개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면 가장 중요한게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질문’ 분야에 있어서는 한국은 전세계 꼴등이다. 그 누구도 “왜?” , “어떻게?” 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도 하지 않고, 하면 괜히 사람 귀찮게 한다고 뭐라고 하는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왜 우리는 질문을 하지 않을까?

학자들이 더 잘 알겠지만 한국의 교육, 학교 그리고 선생들의 문제가 크다고 본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우리의 교육은 사회의 모든 현상을 각자의 시각에서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누군가 만들어 놓은 해석을 암기하고 이와 다른 해석은 틀렸다고 생각하게 주입한다. 15년 이상 이런 방식으로 교육을 받다보면 당연히 질문을 할 수도 없고, 해도 안되는 그런 사고방식을 키우게 된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보이면 뭐가 틀렸는지 스스로 질문하면서 정확한 해결책을 찾기 보다는 기존에 내가 배우고 알던 범위 내에서 계속 그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고 그렇게 해서 찾은 해결책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제공할 수가 없다.

며칠 전에 우연히 EBS 수능 강의를 잠깐 봤다. 물리학이었고 오목/볼록 렌즈에 대한 강의였는데 정말로 까무라치게 놀랐던 건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 그러니까 23년 전 – 배웠던 수업 내용과 동일하는 점이었다. 뭐, 물리학이라는게 변하는 건 아니지만 2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자연의 현상을 주입식으로만 가르치는 걸 보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선생의 말도 거의 똑같았다. “자, 다른 건 다 필요없고 렌즈에 대해서는 이 그림만 외우면 끝!” 선생이 이렇게 마무리를 하는데…그림 하나만 외우면 끝이라는데…누가 질문을 할 것인가.

알파고 때문에 한국이 난리인데,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하사비스같은 인물이 한국에서 나오려면 어릴적부터 질문을 많이 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다행히 내가 일하는 스타트업 분야의 창업가들은 그나마 질문들을 좀 하는 편인데 앞으로 더욱 더 많은 질문들을 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더 잘 파악해 주면 좋겠다.

밸류에이션 역산하기

밸류에이션…스타트업 관련 일을 하고 있으면 투자자나 창업가나 자주 듣는 단어이고, 요새 유행하는 말에 빗대어서 표현해보면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는 중요한 용어이다. 그리고 어렵다. 투자자한테도 어렵고, 창업가한테도 매우 어렵다.

전에 내가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그냥 간단하게 포스팅 한 적도 있고, 동영상을 만든 적도 있는데 오늘은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밸류에이션에 접근해보려고 한다. 이런 접근 방법은 주로 본인의 회사의 기업가치에 대해서 전혀 감이 없고 – 참고로 내가 아는 모든 창업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밸류에이션이라는게 그만큼 애매하다 – 그리고 이제 막 초기 투자를 받은 후 Series A를 생각하고 있는 창업가들이 알고 있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벤처 생태계가 발전을 하면서 한국도 이제 어느정도 정형화 된 공식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올 해는 그냥 제품이 있고, 고객이 조금만 있으면 Series A 투자를 10억 – 20억씩 받고 싶어들 한다. 좋은 인력을 구하려면 돈을 많이 줘야하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와 서울이라는 도시가 절대로 물가가 싸지 않기 때문에, 과거 보다는 돈이 많이들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Series A 투자 이후의 지분구조는 창업팀과 시드투자자들이 80%, Series A 투자자들이 20%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분 희석이 조금 더 되더라도 가능하면 Series A 투자자들한테는 30% 이상을 주지 않는게 중요하다. 그래야지만 후속 투자자들한테도 큰 부담없이 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만약에 20억 정도의 시리즈 A 투자유치를 희망한다면, 그리고 이 20억이 회사의 20% 라고 가정을 하고 역산해보면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100억이 된다.

과연 이 시점에서 우리 회사의 가치가 100억이 될까? 창업가들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매우 냉정하게 해야하고, 그렇지 않다면 다시 한번 투자유치금액과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게 좋다. 이제 막 제품이 나왔고, 고객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하고, 매출이 조금 발생하는데 앞으로 50억원이라는 투자금액이 필요한 비즈니스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Series A 투자를 받으면서 회사 지분을 30%까지 희석할 각오가 되어 있어도, 50억원의 투자를 받으려면 현재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166억원이 되어야 한다. 이제 걸음마 단계의 제품을 만든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166억원으로 쳐줄 투자자들은 별로 없다. 그래서 이런 경우라면 회사 밸류에이션을 매우 보수적으로 잡고 (한 30억원 정도?), 이 밸류에이션과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지분 희석률을 (20% 정도?) 기반으로 투자유치금액을 역산 해보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면 6억원이라는 투자유치금액이 계산되는데, 원하는 금액보다는 적지만 훨씬 더 현실적이다. 이 정도 선에서 일단 타협하고, 이 돈으로 회사의 가치를 키우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