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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바이블 – Chapter 9.4 <결론, 그리고 내가 배운점들>

자, 이제 <스타트업 바이블> 마지막 챕터의 마지막 장이다. 솔직히 이 외에도 많은 내용이 있는데 너무 길고, 그리고 나도 글로 생각을 정리하려면 시간이 좀 걸려서 여기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절망, 걱정, 슬픔, 기쁨 (가끔), 감동 등의 감정이 롤러코스터와도 같이 요동쳤던 2009년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지만, 우리는 2009년 중반까지도 별다른 탈출구를 찾고 있지 못하였다. 오전 8시부터 밤 8시까지 내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활주로를 연장할 수 있을까?”와 “어디서 몇십억 빌릴 때가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불안하고 초조하게 나날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친 짓이었는데, 언젠가 나는 스탠포드 대학 동문 주소록을 A부터 Z까지 훑으면서 언론에서 우리가 접하고 들어본 스탠포드 출신 유명인사와 부자들의 연락처를 적어 놓은 다음에 하나씩 연락을 시도해봤다.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은 대부분 비서 연락처를 적어놓거나 연락처를 아예 적어놓지 않는데 여기저기 연락을 시도하는 와중에 나는 스탠포드 MBA 출신인 나이키 창업자이자 회장인 Phil Knight의 개인 핸드폰 번호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얻었는지는 물어보지 말아라 ㅎㅎ. 번호를 얻은 거만으로도 책 한 권 분량의 내용이 나온다). 아무리 얼굴에 철판을 깔고 영업을 해왔던 나였지만 나이키 회장한테 직접 전화를 한다는 게 매우 부담스러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몇 번이나 연습을 한 후에 나는 전화를 걸었다:

Phil Knight (PK): 여보세요?
배기홍 (KB): 안녕하세요. 나이트 회장님이신가요?
PK: (귀찮은 어투로) 네, 맞습니다. 누구시죠?
KB: 안녕하세요. 저는 스탠포드 동문인 배기홍이라고 합니다……. 중략…
PK: 네, 안녕하세요. What can I do for you?
KB: 정신 나간 소리 같지만, 우리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있습니다. 2백만 불만 투자하시면 5년 후에 5배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PK: (껄껄껄 웃으면서) Son, you have some balls! (얘야, 너 참 용감하구나!). 너한테 돈을 주지는 못하지만, 너 이름은 반드시 기억해 두마. 이름이 뭐라고?
KB: Kihong Bae. 그런데 저는 제 이름을 기억하는 거보다 돈이 필요합니다. 회장님도 회사를 운영하시는 마당에 제 입장과 심정을 충분히 잘 이해하시리라 생각됩니다.
PK: 미안하지만 지금 바쁘고, 말했듯이 돈을 줄 수는 없다. I will remember your name though. Call me some other time and let me know how you are doing.

*몇 년 뒤에 나는 필 나이트 회장한테 다시 한번 전화를 해볼 거다. 정말로 내 이름을 기억하는지.

위와 같은 전화를 나는 다양한 스탠포드 출신의 유명인사들한테 해봤지만, 당연히 매번 뺀찌를 먹었다. 이런 전화를 받고 투자를 하면 오히려 그게 미친놈이지…. 하지만, 하늘도 뮤직쉐이크를 불쌍히 여기셨는지 2009년 12월에 정말 기적과도 같이 우리는 18억이라는 투자 유치에 성공하였다. 물론, 하루아침에 투자가 성사된 거는 아니었다. 무려 9개월의 투자유치 노력과 기다림의 결과였다. 2010년 1월 실제로 돈이 통장에 입금된 거를 확인하고 나는 내 친구이자 직장 동료인 철이와 포옹을 하였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남자들 간의 뜨겁고 힘찬 포옹이었다. 그리고 둘 다 별 말 없이 한참 그러고 있었다. 뭐라도 크게 celebrate를 해야 할 거 같았지만, 솔직히 그동안 돈이 없어서 우리가 해야 하지만 못한 일들이 산더미 같았기에 다시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전화를 붙잡고 열심히 sales call들을 시작하였다. We were back in business.

시련을 겪으면 그만큼 성숙해지고 인생을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긴다고 인생 선배들과 우리의 선조들이 말씀했는데, 솔직히 이후에 나한테 특별한 노하우가 생겼는지 아니면 정말 그렇게 많이 성숙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대신 개인적으로 – both professionally and personally – 느끼고 배운 점들은 몇 가지가 있다:

1. 가족의 고마움 (여자들은 생각보다 강하다) –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2009년 2월부터 12월까지, 11개월 동안 회사에서 집으로 단 한 푼의 월급을 가져오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무급으로 일을 해보신 분들은 이게 말보다 쉽지 않다는 걸 잘 알 것이다. 특히, LA같이 물가가 비싼 동네에서 가족을 부양하면서 11개월을 벌이가 전혀 없이 산다는건…그리고 나는 이 사실을 와이프한테 어떻게 알려야 할지 많이 고민하였다. 와이프는 나랑은 다르게 지금까지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랐기에 더더욱 나는 충격을 주기가 싫었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부자가 가난하게 사는 거처럼 힘든 건 없다고.
그런데 막상 사실을 말하자 와이프의 반응은 뜻밖에 담담했다. 오히려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나를 “곧 투자받겠지. 뭐, 그렇다고 우리가 굶어 죽겠어.”라면서 옆에서 계속 다독거려줬다. 여자들이 보기보다는 강하다는 걸 알았지만, 이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던 11개월이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은 지현이한테 나는 평생 빚을 졌고, 앞으로 평생 그걸 몇 배로 갚을 것이다 (샤넬 백?).

2. 친구들의 고마움 – “어려울 때 옆에 있어 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라는 너무나 당연한 격언을 나는 2009년도를 살면서 절실히 경험하였다. 솔직히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동안 나랑 친한 척하고, 내 주위를 맴돌던 많은 거짓된 놈들은 하나둘씩 나를 떠났다. 그렇다고 내가 돈을 빌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곤란한 부탁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들은 언제부턴가 내 전화를 회피하기 시작하였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완전히 연락이 끊겨버렸다. 하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내 옆에서 나를 토닥거려주면서 믿음과 긍정의 힘을 나한테 불어 넣어준 친구들을 나는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친구들이여 – 그대들한테도 나는 큰 빚을 졌고,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3. 육체적 건강 – “운동이 보약이다“이라는 블로그 포스팅에서도 썼는데, 스타트업이 잘 안 돌아가면 그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함은 아무리 강한 창업가들이라도 어느 정도 damage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때 중요한 게 바로 육체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건강한 육체는 건강한 정신으로 이어지며 정신적으로 힘들수록 복싱과 같은 규칙적이고 격렬한 운동을 하는 걸 나는 권장한다.

4. 리더쉽의 중요성 – 아무리 작고 수평적인 스타트업이라도 직원들은 사장단의 영향을 받으며 사장단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어렵고 힘들어도 리더쉽 team은 절대로 패닉하지 말고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뮤직쉐이크가 2009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큰 이유는 바로 포기하지 않았던 사장님과 경영진들의 뚝심이었다. 상황이 절박해도 나는 한 번도 우리 회사가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그 어떤 내색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5. 얼굴에 철판을 깔아라 – 남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돈 달라고 구걸하는 걸 쪽팔려 하지 말아라. 회사가 망하면 이보다 더 쪽팔린다.

6. 열심히 해도 잘 안된다 –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다 보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말들을 많이 들을 수 있다.
-“내일 시험인데 열심히 했으니까 잘 되겠지.”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으니까 계약이 성사되겠지.”
개소리다. 열심히 해서 모든 게 다 잘되면 우리 주위에 백만장자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열심히 공부했으면 다 서울대 갔게? 솔직히 내 주위에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즉, 열심히 하고 기도만 하면 모든 게 다 잘 풀리는 건 동화책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이다.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이고, 잘 해야 한다.

7.실패를 쪽팔려하지 마라 – 실패는 수치스러운 게 아니다. 한국에서는 사업에 실패하면 집을 날리고 마누라가 도망간다고 하지만 최소한 실리콘 밸리에서는 실패는 오히려 주위의 다른 entrepreneur들의 존경과 동경심을 받는 영광의 훈장과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실패에도 명예로운 실패와 불명예스러운 실패는 있다. 사업도 스타트업도 결국에는 숫자와 돈으로 하는 게임이라는 걸 명심해라. 게임에서 지면, 항상 그다음 게임이 있다는 거와 함께. 한번 지면, 다시 일어나서 다음 게임을 준비하면 된다.

자, 여기까지가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이다. 2009년도는 뮤직쉐이크뿐만 아니라 이 블로그를 읽으시는 모든 분들한테 힘들었던 한 해였을 것이다. 운이 따르지 않아서 사업이 망한 분들도 있을 것이고, 나와 같이 운 좋게 살아남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거는 우리 모두가 많은 걸 느꼈고, 배웠고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는 “결국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니까”라는 말을 하는데 이 말은 정말 맞는 거 같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며 오늘이 어제보다 낫고, 내일이 오늘보다 낫게 만들 수 있는 건 우리 개개인의 마음가짐이다. Success is really a mind game.

스타트업 바이블 – Chapter 9.3 <전직원의 영업 - 뭐라도 팔아라>

회사가 만드는 제품을 팔 수 없다면, 그건 제품도 아니고 당신들이 하는건 비즈니스가 아니다. 단지 취미 생활일 뿐이다. Dallas Mavericks 농구팀의 억만장자 구단주 Mark Cuban은 “영업은 모든걸 해결한다.”라는 말을 버릇처럼 하곤했다. 그만큼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영업만큼 중요한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의 활주로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았을때만큼 영업이 중요한 시기는 없을것이다. 솔직히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다면 3년치 계획이니 회사의 장기적인 전략같은건 필요가 없다. 곧 자금이 고갈되어 회사가 망할판에 장기적인 비전이나 전략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이때는 영업사원들뿐만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전직원이 영업 전선에 뛰어들어서 자신들의 제품을 팔아야한다. 개발자, 마케팅, 회계, 경리 상관없다 –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전원 공격을 해야한다.

대기업이던 작은 스타트업이던간에 모든 회사는 장기적인 전략이 있을것이다. 회사가 나아가야할 궁극적인 목표를 결정하고, 모든 CEO들은 이러한 비전과 전략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여러가지의 단기적인 계획과 목표들을 수립하여 실행해 나아간다. 회사의 궁극적인 비전을 실현하거나 가까이 다가가는데에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 빌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할때 회사의 비전을 “모든 가정에 PC를 한대씩 깔고, 이 PC들을 돌아가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이라고 정하였고, 이 비전이 조금씩 실현되어가고는 있지만 솔직히 언제 완성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큰 비전을 완성하기 위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Windows, Office, Xbox 등등의 제품을 만들어서 consumer와 business 시장을 공략하면서 계속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
스타트업들도 전략적인 면을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도 1975년도 창업 당시에는 스타트업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모든 스타트업들은 상당히 웅대하고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다. 그 어떤 창업가들도 “우리 회사는 그냥 대충 몇년 비즈니스하다가 접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회사를 시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회사는 몇년 뒤에 세상을 바꿀 제품을 만들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창업을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원대한 비전과 전략이 실현될때까지 직원들의 월급과 비용을 충당할만큼 주머니가 깊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원래 꿈꿔왔던 비전을 접고 당장 돈 벌 수 있는 단기적인 일거리에 focus를 맞추는걸 우리는 2009년도에 많이 볼 수 있었다.

활주로가 6개월 남은 이 시점에서는 유감스럽게도 회사의 비전, 장기적인 전략 그리고 스타트업 창업 당시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혀 의미가 없다. 이 모든걸 버리고 무조건 지금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영업활동에 전직원의 혼과 정신이 집중되어야한다. 옷을 파는 회사인데 옷이 잘 팔리지 않고 활주로가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면 옷감을 팔던지, 옷 사진을 팔던지, 뭐라도 단기적으로 돈을 회사에 벌어줄 수 있는걸 해서 조금이라도 회사의 생명을 연장시켜야한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저들이 곡을 만들어서 돈을 내고 MP3를 구매하게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우리의 비용을 충당할 정도로 잘 돌아가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당장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유저들이 만들어서 뮤직쉐이크에 올린 10만개 가까이 되는 곡들을 CD로 구워서 파는것이었다. 하지만 CD를 만들어서 인터넷에서 팔 수 있는 인프라가 우리한테는 갖추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회사 근처에 있는 초/중학교 앞에서 직접 학생들을 대상으로 CD를 팔아보기로 결정하였다. 이때부터 회사가 아닌 근처의 초/중학교로 출근하기 시작하였다. 학생들 등하교 시간에 큰 박스에 CD를 꽉꽉 담아서 매우 싼 값에 코묻은 돈이라도 벌어 조금이라도 회사를 연명시키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았다. CD가 잘 팔리지도 않았지만, 한 학교에서 1시간 이상 서있으면 항상 누군가는 신고를 해서 경찰한테 쫓긴적이 여러번 있엇다. 내가 못 배운 멕시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술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그때 생각만 하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지금까지 뮤직쉐이크에서 일하면서 “그냥 여기서 그만할까.”라는 생각을 딱 한번 한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렇게 LA 경찰들한테 불법이민자 취급받으면서 고생할때였다.

여기서 전달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스타트업의 현금 보유량이 바닥나고, 그렇다고 수십억짜리 계약이 성사되거나 갑자기 비즈니스가 확 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현실을 빨리 인정하고 전직원은 영업모드로 전환을 해야한다는거다. 회사의 기존 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뭐라도 팔아서 당장 현금을 계속 창출하는게 중요하다. 마치 물이 2/3정도 차올라서 가라앉고 있는 배에서 가장 중요한거는 모든 선원과 승객이 물을 배 밖으로 퍼 내는거지, 배가 목적지 쪽으로 잘 가고 있는지 아니면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크게 상관없는 상황과 비슷한거다.

스타트업 바이블 – Chapter 9.2 <해고, 그리고 또 해고>

제조업과 같이 생산시설과 설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인터넷 사업의 비용 구조를 분석해보면 비용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이다. 특히 실리콘 밸리와 같이 능력있는 사람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미국의 스타트업의 경우라면 더욱 그럴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위기를 맞이해서 비용을 절감하려면 “해고”는 어쩔 수 없이 감행되어야하는 절차이다.

[해고] – 솔직히 이렇게 글로 쓰면 너무나 쉬운 단어이지만,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부하직원을 해고했을 때인 것 같다. 당장 눈앞에서 해고를 말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 친했던 사람과 어쩔 수 없이 멀어지는 상황도 견디기 쉽지 않았다. 아무리 친했던 사람이라도 스타트업의 자산이 되기보다는 부채가 된다고 판단이 되면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해고를 결심할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그 사람과 인간적으로도 멀어지게 되고 감정의 골은 날이 갈수록 깊어진다.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지만 현실은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그런데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며 인생의 한때를 전부 바친 회사가 아닌가. 해고를 하는 사람이나 해고를 당하는 사람이나 모두 쓰디쓴 배신감을 맛볼 수밖에 없고, 이런 감정의 상처는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낫지 않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참고로 내가 같이 일하다가 해고했던 사람들과는 현재 나는 인간적으로도 완전히 멀어졌다. 이들은 아직도 나를 이 세상 어디선가에서 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나도 니들 아직도 속으로 욕하고 있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해고할때 매니저들이 항상 습관처럼 말하는게 있다.
“너는 정말 내 동생같아서 인간적으로는 내 옆에 항상 두고 싶은데,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건 아닌거 같다. 절대로 개인적인 감정은 없으니까 우리 밖에서 만나면 소주 한잔 하면서 형동생같이 지내자.” -> 이거 완전 개소리다. 해고하는 사람이나, 해고 당하는 사람이나 이런 상황까지 왔다면 그 이후로는 인간적으로도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매니저들은 나중에 사적인 자리에서 마주치지 않기를 기도해야한다. 졸라게 얻어맞을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일을 하다보면 적을 만들 수도 있고 사람들과 감정의 골이 생길 수도 있다. 그게 인생이니까 그냥 let’s get on with life.

자, 만약에 활주로를 계산했는데 스타트업이 앞으로 12개월 동안은 매출을 만들 확률이 전혀 없고, 현재 은행에 남은 돈으로는 6개월 정도 밖에 버틸 수 없을거 같다면 어쩔 수 없이 현재 직원의 3분의1, 많게는 절반을 짤라야할 것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남은 사람들의 연봉도 삭감해야할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결심을 했다면 다음의 절차를 한번 밟아봐라:

1. 회사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직원들의 리스트를 뽑아라.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홍보, 마케팅, 경리 등이 이런 포지션들이다. 솔직히 이런 포지션들은 있으면 좋지만, 그렇다고 없어도 인터넷 스타트업의 생사를 결정할만큼 중요한 보직들은 아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홍보, 마케팅, 경리 (back-end office work) 담당자들한테는 죄송하지만 솔직히 본인들도 알고 있을것이다. 자신들이 하는 일들이 영업부서와 같이 회사의 bottom line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걸. 이런 보직들은 미안하지만 당장 없애야한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계약직으로 전환하는걸 생각해봐라.

2. 남은 직원들의 연봉을 잘 분석해보고 현재 시장에서의 평균 연봉과 비교해봐라. 시장에서의 평균 연봉보다 훨씬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직원들을 없애고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을 현재 시장 평균 연봉에 구할 수 있는지 한번 알아봐라. 이 직원이 우리랑 몇년 같이 일한 사람이 아니라 오늘 새로 고용할 사람이라면 이 가격에 채용할 생각이 있는지를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고 그렇다면 그냥 유지하고 아니라면 교체해라. “와, 정말 이렇게 치사하게까지 나가야 되나?”라고 문의하는 entrepreneur들이 있겠지만 우리는 지금 6개월 후에 망할 스타트업을 어떻게든지 살려보려고 바둥거리는 위치에 있다는걸 반드시 기억해야한다. 이런 결정이 하루 늦어질때마다 회사의 수명은 일주일씩 짧아진다는 사실과 함께.

3. 평균 시장가보다 더 많은 몸값을 받는 직원들과 1대1 면담을 해라. 그리고 현재 상황을 설명하면서 연봉을 삭감할 것이며, 대신 그만큼 스톡 옵션을 더 주겠다는 제안을 해봐라. 어떤 직원들은 오히려 회사의 지분을 더 받게 되어서 좋아하지만, 어떤 직원들은 연봉 삭감은 죽어도 안된다고 할것이다. 직접 물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4. 위의 #1, #2, #3번 절차를 3개월 후에 다시 한번 반복해라.

5. 위의 #1, #2, #3번 절차를 필요할 때마다 계속 반복해라.

근데 참으로 신기한 사실은 이렇게 직원들을 대량 감원한 후의 회사의 output과 감원하기 전의 output을 다이다이로 비교해보면 그 결과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많은 entrepreneur들이 발견하고 의아해한다. 아니, 어떤 경우에는 100명의 직원이 있을때보다 20명의 직원이 있을때의 회사의 실적이 더 좋은 사례가 수두룩하다. 뮤직쉐이크도 경기가 좋을때는 30명 이상의 직원이 있었지만, 2009년 말에는 거의 절반 수준인 15명이 남았는데 회사의 매출이나 performance는 오히려 더 좋아진걸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런 현상들에 대해서는 산업공학과와 조직심리학과의 교수들과 학자들이 다양한 논문까지 발행한걸로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해고는 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유쾌하지 않다고 했는데 여기에는 한가지 예외가 있다. 나같이 인정사정없고 냉혈동물같은 놈들은 마음에 안드는 직원이 있으면 당장 해고하고도 밤에 편하게 잘 수 있지만, 모든 스타트업 관리자들이 이렇지는 않다. 특히, 우리나라 문화상 남한테 싫은 소리는 죽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이런 분들한테는 불경기와 위기는 그동안 맘에 들지 않았던 직원들을 해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가 있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몇몇 직원들을 감원해야하는 상황이 저절로 왔는데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있는가?
실제로 내 주위에는 2009년의 불경기를 잘 leverage해서 맘에 들지 않던 직원들을 다 짜르고 2010년도에 새롭게 시작해서 요새 잘나가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더러 있다.

해고에 관한 전반적인 나의 입장<스타트업 바이블>
참 더럽고 아니꼽지만 어쩔 수없이 스타트업을 운영하다보면 한두 번쯤은 이런 유쾌하지 못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런 해고의 상황에서 창업자 또는 관리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하나 있다. 가능한 신속하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이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즉시 실행으로 옮겨라. 다시 말해 과감하게 잘라라. 마음에 들지 않는데 같이 일하는 것은 서로에게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또 해고를 결심하고서도 질질 끈다면 서로에게 상처만 더해주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면접 당시에는 엄청나게 마음에 들었던 인물이었는데, 막상 함께 일해보니 예상과 다른 면이 많았다. 호감을 갖고 있었던 만큼 해고는 더욱 힘들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도저히 함께 일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우선 두 번의 강한 경고를 하라. 이 경고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으면 그 자리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해고를 통보해라. 첫 번째 경고를 한 시점에서 해고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은 두 달이면 충분하다.

관리자들 중에는 해고를 최대한 유보하고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함께 가는 방향을 모색하는 스타일도 있다. 물론 이 방법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시간도 없고, 돈도 없는 스타트업에서 직원 한 명 한 명을 이끌어주고 다독여줄 여유는 없다. 투자자의 돈으로 연명하는 상황이므로 하루라도 빨리 수익과 매출을 만들어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야 인지상정이지만, 아직까지는 여러모로 열악한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스타트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스타트업 바이블 – Chapter 9.1 <우리의 활주로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은행에 남아 있는 돈으로 회사가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는지를 계산하는 일이다. 즉, 활주로 (runway)를 계산해야한다. <스타트업 바이블> 116쪽에 runway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내 수익을 만들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돈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을 활주로 (runway)라고 한다. 비행기가 활주로 끝에 다다르면 하늘로 이륙하거나 더 이상 운행을 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아니면 바다로 추락하듯이, 스타트업들도 돈을 다 소진하면 재투자를 받아 날아가거나 아니면 망하는 것이다. 벤처 캐피털들이 “활주로가 얼마나 남았습니까? How much runway do you have?”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이는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언제 떨어집니까?’라는 말이다.

솔직히 활주로를 계산하는 건 정말 쉽다. 대학교를 나오지 않았어도 웬만한 정규 교육을 받은 현명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손으로 할 수 있다. 매달 회사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M)계산하고, 현재 은행에 남아있는 잔액을 M으로 나누면 된다. 그러면 현재 은행에 남아 있는 돈으로 우리 스타트업이 과연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연명할 수 있는지 정답이 나온다. 스스로 하는 게 조금 버겨우면, 회계학을 전공한 친구나 주위에 있는 회계사한테 부탁하면 조금 더 자세하고 정교하게 계산해줄 것이다. 우리의 경우 M이 4개월도 채 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활주로가 정의되었으면, 대표는 이 활주로를 어떻게 해서든지 연장해야 한다. 활주로를 연장한다는 말은 비용을 절감하던지, 매출을 증가시키는 건데 아마도 이 시점에서는 비용을 절감하는 게 더 쉬울 것이다. 직원들을 과감하게 잘라야 하며, 건물 주인과 네고해서 사무실 월세를 깎아야 하고, 불필요한 청구서들을 대폭 줄여야 한다. 그리고 나서는 현재 매출을 어떻게 하면 더블할 수 있는지를 아주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 이렇게 해서 비용 절감과 매출 신장을 단기간안에 하였다면 아마도 활주로가 2배 연장되었을 것이다.

또한, 경영진과 매일매일 머리를 맞대고 마른 수건을 짜듯이 비용구조를 더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 솔직히 작은 스타트업의 비용구조가 뭐 그리 복잡하겠냐…여기서 말하는 비용구조 개선이라 함은 그냥 무조건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라는 말이다. 월세를 100만원 내고 있다면, 건물 주인한테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앞으로 몇 개월 동안은 50만 원으로 해달라고 구걸해라. 직원들 핸드폰 비용의 50%를 회사에서 내주고 있었다면, 앞으로 몇 개월 동안은 중단하고, 한 달에 회식을 2번 했다면 이제부터는 회식을 하지 말아라. 어떻게 보면 직원들한테는 정말 치졸하고 더럽게 느껴지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일단은 회사가 살아야한다. 회사가 망하면 모든 게 끝이니까.

스타트업 바이블 – Chapter 9 <스타트업이 망할때 취해야하는 행동들>

내 첫 번째 책 (and hopefully the first of many more to come) <스타트업 바이블>이 출간된 지 벌써 2달이 지났다. 아직 정확하게 몇 권이 팔렸는지, 그리고 내가 한국에 현재 거주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구체적인 반응이 어떤지는 직접 경험하지 못하지만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올라오는 피드백과 코멘트를 보면 그래도 나쁘지는 않은 거 같아서 매우 다행이다.

솔직히 처음 파이카 북스로부터 책을 하나 내자는 제안을 2009년 10월에 받았을 때 한편으로는 너무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겁이 덜컥 났다. “드디어 나도 마흔이 되기 전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하나 출간하게 되는구나. 그것도 내가 내 돈 박아가면서 출판사 찾아가서 구걸한 게 아니라 출판사에서 거꾸로 나한테 먼저 연락이 와서.”라는 생각을 하면 뿌듯하고 보람찼지만, “아직 성공과는 거리가 너무나도 먼 걸음마 단계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데 내가 주제넘게 무슨 책을 출간하냐. 괜히 이랬다가 욕만 엄청 먹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면 괜히 걱정되었다.

나는 “Life At Wharton”이라는 이름으로 2007년도 4월에 이 블로그를 시작하였다. 블로그의 취지는 아이러니하게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써보자는데서 비롯되었지만, <스타트업 바이블>과는 거리가 조금 먼 내용의 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MBA 과정을 준비하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MBA 준비 과정에 대한 책은 매우 많은데 – GMAT과 같은 각종 시험 준비 과정에서부터 합격 후 학교 시작할 때까지 남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내는 방법 등등 관련 – 실제 MBA 2년 과정에 대해서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내용으로 구성된 책은 단 한 권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마치 “하버드의 공부벌레들”이나 “Adrian Mole의 비밀 일기”와 같은 형식으로 된 MBA 2년 과정에 대한 책을 하나 출간해보기로 결심하고 와튼 스쿨로 떠나기 전에 몇몇 출판사들과 구두로 이야기를 하고 이 블로그를 시작하였다. 초기 블로그를 follow 하시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모든 내용은 와튼 스쿨과 MBA 수업에 focus가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가 6개월도 채 안되어서 나는 학교를 접고 LA로 이주해서 뮤직쉐이크 US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블로그를 당분간은 접기로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짧은 기간 동안 블로그 독자들이 생겼고, 이분들은 고맙게도 MBA 관련된 글이 아니라도 상관없으니 그냥 아무 글이라도 가끔 쓰라는 격려의 이메일들을 보내줬다. 그 이후 나는 블로그의 제목을 “Life Away From Wharton”으로 바꾸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스타트업 바이블>이다.

하여튼, 다시 주제로 돌아가 보면…솔직히 이런 내용의 책은 안철수 씨와 같이 이미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써야 하는 책이지만 내가 용기를 내어서 책 집필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미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후배들한테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고 조언을 하는 내용이 아닌 현재 밑바닥에서 같이 구르고 있는 동료 벤처기업인이 “나는 이렇게 하니까 잘 되고, 이렇게 하니까 잘 안되더라고요. 앞으로는 더 잘 해야죠. 파이팅!“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을 출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1차적인 목적을 달성했기를 바란다. 아마도 이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책을 읽으셨을 텐데 댓글이나 이메일로 피드백을 주시면 앞으로 다른 책들을 집필하는데 (참고로 아직 계획은 없다)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약 5개월의 집필 + 5개월의 편집/교정/교열 작업 후 244쪽 분량의 책이 탄생하였다. 244쪽이 어떻게 보면 많고 어떻게 보면 적은 애매한 양이라서 파이카 분들과 한 개의 챕터를 더 추가할까 말까 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일단은 타이밍 문제가 있어서 이 상태로 출간을 했다. 실은 내가 이 책에 추가하고 싶었던 마지막 챕터가 하나 더 있는데 그냥 서비스 차원에서 이 블로그를 통해서 독자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참고로, 이 마지막 챕터는 편집되지 않은 내용이라서 문장이 매끈하지 못하고, 문체도 정제되지 않았으니 이 부분은 양해를 부탁드린다.

Chapter 9 스타트업이 망할것 같으면?
계속 2009년도 이야기를 하는데 2009년도는 정말로 뮤직쉐이크한테 힘든 한해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2008년 12월부터 우리 회사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였다. 이미 투자를 받기로 어느 정도 결정이 되었던 상황이었는데, 세계 경제가 완전히 개판 나면서 구두로 투자 약속을 하였던 투자자들이 불과 며칠 만에 투자를 보류하더니, 결국에는 투자 자체가 없던일이 되어버렸다. 참으로 황당했지만, 솔직히 황당해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미 은행잔고가 뚝뚝 떨어지는 게 내 눈앞에 보였고, 잔고가 “0”이 되는 순간에 회사는 원하든 원치 않든 공식적으로는 망하는 거니까. 아마도 이런 경험을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월급쟁이가 월급을 꼬박 꼬박 받으면서 다니던 회사가 망하는거랑, 직접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은행 잔고가 뚝뚝 떨어지고 지출은 계속 발생하는데 수입은 그 지출을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을 피부로 느끼는 거는 완전히 다르다. 마치 벼랑을 향해서 내리막길을 전속력으로 달리는 차의 브레이크를 젖먹던 힘을 다해서 밟아서 차를 멈추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더 더러운 거는 운전자는 이미 차가 서기전에 벼랑밑으로 차와 함께 모두가 다 떨어질 거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는것이다.

확실한 거는 앞으로 3-4개월 안으로 뮤직쉐이크가 신규 투자 유치를 못할 거라는 점과 (이 3-4개월이 결국은 12개월로 연장되었다) 그동안에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우리 회사를 인수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었다. 즉, 무슨 결정을 하든 간에 빨리 결정을 해야 했다. 생각해야할거는 많이 있었지만, 크게 보면 2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여기서 그만 전기코드를 뽑는 쉬운 방법이 있었고, 또 하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전기를 계속 돌려서 회사를 생존시키는 쉽지 않은 방법이 있었다.

나는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왜?

솔직히 말해서 쪽팔렸다. 내가 죽을 때 남들이 나를 entrepreneur로 기억해 주길 바랬다. 성공한 위대한 entrepreneur가 아니라 다만, 뭔가를 한번 해보려고 열심히 노력했고 만만치 않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던 그런 entrepreneur로 나는 기억되고 싶었다. 여기서 그만두면 나는 막말로 여러 가지 옵션이 있었다. 그냥 대기업이나 다른 IT 회사의 VP로 갈 수도 있었고, 그냥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따서 더 편안한 고액연봉의 삶을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학교를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뭔가 한 번 해보겠다고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했는데 칼을 뺐으면 두부라도 배야지 않겠냐. 그동안 싼 똥을 누군가는 치워야했고, 나는 그 작업을 한번 해보기로 했다. 문제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였다.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그러면서 비즈니스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DO I HAVE THE BALLS TO DEAL WITH THIS?

내 경험에 의하면, 밑에 나열한 9가지의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고 극복할 자신이 없다면 지금 당장 그만두고 배를 갈아타야 한다고 본다:
1. 전 직원의 50%를 해고
2. 3개월 후에 다시 직원의 50%를 해고
3.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직원의 50%를 계속 해고 (그때까지 해고할 직원들이 남아있다면)
4. 12개월 동안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밤잠을 설침 (첫 6개월이 가장 힘들다)
5. 거의 모든 계약이 하루아침에 무산되는 상황을 그냥 바라만 보기
6. 잘나갈 때는 제발 한번 만나달라고 구걸하던 사람들이 전화나 이메일을 10개 이상 보내도 무시
7. 언제는 우리 스타트업이 마치 제 2의 Facebook인 마냥 보도하던 언론사와 연락이 아예 안됨
8. 지인들 앞에서 “네, 뭐 그럭저럭 잘 되고 있습니다.”라면서 마치 비즈니스가 잘되는 것 같은 거짓말 하기
9. 똥을 치우기 전까지는 회사로부터 단돈 일원의 월급도 가져가지 않기

뮤직쉐이크는 잘나갈 때는 35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2009년도 어느 시점에 우리는 아마도 12명까지 내려갔던 거 같다. 현재 우리의 headcount는 (한국+미국) 15명 이다. 2009년도 언젠가부터 나는 비용절감을 위해서 정말 필요한 출장도 더는 가지 않았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울리던 우리 사무실 전화는 언제부터인가 조용해졌다. 그러면서 우리의 똥 치우기는 계속 되었다. 뭐, 솔직히 그다지 자랑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회사 운영을 못해서 스타트업이 망할 위기까지 온 게 뭐 자랑스러운 거라고 이렇게 책에 포함할 생각까지 했냐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분명히 이런 원치 않은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이 있을 테고, 현재 이런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는 entrepreneur들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내가 쓸 내용은 스타트업이 망해가고 있을 때 취해야 하는 행동들과 그러한 과정에서 내가 배운 중요한 교훈들에 관해서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