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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X와 스타트업 방식

*Update 1 – 2012년 5월 25일 SpaceX의 Dragon 우주선은 국제우주정거장과의 도킹에 성공했다.

아직도 전세계가 페이스북 IPO와 마크 저커버그로 떠들썩한데 어제 나는 개인적으로 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Elon Musk는 저커버그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이 바닥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슈퍼 연쇄창업가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Elon이 Mark보다 훨씬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창업가라고 생각한다. 영화 ‘아이언맨’의 모델이 되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 디즈니와 정작 본인은 극구 부인 – Elon Musk는 PayPal의 공동 창업자이자, 현재 전기자동차 Tesla Motors의 공동 창업자/CEO 그리고 우주선 제조업체 SpaceX의 공동 창업자/CEO/CTO이다. 한가지만 해도 될까말까한데 이 71년생 젊은 창업가는 현재 두 스타트업의 CEO를 겸임하면서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들인  ‘교통’과 ‘환경’에 대한 해결책을 땅과 하늘에서 찾고 있다.

그가 어제 또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 ISS (국제 우주 정거장: International Space Station)와 도킹을 하기 위한 SpaceX의 최초의 민간우주선 Dragon을 실은 Falcon 9 로케트가 어제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우주 정거장과의 도킹에 성공할지 여부는 2주 후에 알겠지만서도 발사성공 자체는 인류한테 엄청난 시사점들과 희망을 가져다 주는 소식이다. 왜?

  • 민간우주선 산업의 역사는 10년이 채 안되었다. 주로 NASA나 항공우주연구원과 같은 정부 기관이 주도하던 이 복잡한 기술과 제품을 민간 기업이 (스타트업!) 10년만에 상용화했다.
  • NASA에서 새로운 우주선을 개발하는데 쓰는 비용은 대략 수십조원이다. SpaceX에서 사용한 비용은 8,000억원 미만이다.
  • SpaceX가 우주선/로켓 개발을 시작했을때 업계 관계자들은 손가락질하면서 비웃었다. 항공산업과 국방산업과 끈도 없고 빽도 없는 신생 스타트업이 다른 국방업체들과 경쟁할 수 없다고 했다. SpaceX는 경쟁했고, 이겼고, 성공했다. 
  •  SpaceX의 직원 수는 2,000명 이하이다. 반면 NASA에는 20,000명 이상의 직원이 있다. 또다른 항공/우주 대기업 Lockheed Martin에는 130,000명의 직원이 있다.
  • 실은 이번 발사는 2번째 시도였다. 지난 주 토요일 발사 바로 직전에 엔진 부품에 문제가 있어서 급히 발사를 취소했다. 3일만에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발사에 성공한거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가능했던것이다. 정부기관이었다면 최소 2주는 걸렸을 것이다.

SpaceX의 성공적인 발사는 다시 한번 스타트업의 힘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2002년에 주위의 만류와 의구심을 뒤로하고 맨땅에서 시작한 SpaceX라는 스타트업이 10년만에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업적을 이룩했다. 그것도 기존 정부기관과 대기업 보다 수십배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은 잘 알겠지만, 로켓/우주선 발사는 아직 대한민국 정부 조차도 성공하지 못한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공학 박사들로 이루어진 초일류 엘리트 집단의 IQ가 직원 2,000명이 안되는 SpaceX 보다 못한 것일까? 글쎄다…그건 아닌거 같다. 하지만, 분명히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과 개발을 접근하는 전략과 태도가 스타트업만큼 민첩하지 못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여러 단계와 과정에서 비효율성이 존재하는거 같다. 결국 항상 제품개발이 지연되고, 막판에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에 대응하는게 더디고, 결과는 실패인거 같다.

결국 정부기관이던 대기업이던 스타트업들한테 배울게 많이 있는거 같다.

Social media가 전부는 아니다

2012년 5월 18일 (오늘) tech 업계전세계가 가장 갈망하고 기다리던 기업공개 (IPO)가 드디어 진행되었다. 전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이 거의 매일 사용하는 Facebook이 ‘FB’ 심볼로 나스닥에 등록되었다. 첫날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던것 보다는 저조했지만, 10년이 안된 인터넷 기업의 100조원이 넘는 시총은 머리가 아찔할 정도이다. 100조원이라는 시총이 감이 안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100조원으로 현대자동차, 포항제철 그리고 NHN을 모두 사고도 돈이 약간 남는다. 전설적인 락밴드 U2의 보컬리스트 Bono는 30년 연예인 생활로 번 돈보다 페이스북 IPO로 더 많은 돈을 벌었다는 말도 있다.

나는 페이스북을 사랑한다. 하루에 30분 이상 애용하는 서비스이고, 멀리 떨어져있는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도구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북보다 더 사랑하는건 이 물건을 어두침침한 기숙사에서 직접 만든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다. 그는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기반으로 직접 세상을 바꾸었고, 그가 입는 후드티는 이제는 앞서가는 패션 선두주자의 아이템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과연 컴퓨터 코드로 만들어진 인터넷 서비스인 페이스북이 자동차와 선박을 만들어서 전세계가 직면한 매우 절박하고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회사들보다 가치가 높은것일까? 나도 인터넷 서비스와 소셜 미디어에 투자를 하는 한 사람으로써, 이런 질문을 받으면 매우 난감하고 고민스럽다. Yes이면서도 No가 조금 섞여 있을거 같다. 페이스북은 세계가 communication하는 방식과 targeted 광고를 더욱 더 정교하게 만들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정말 세상을 바꾸었기 때문에 Yes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통, 에너지, 전기, 기아 등과 같은 근본적인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건 아니기 때문에 약간의 No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페이스북의 미래를 비관하는건 절대로 아니다. 내가 투자할 수 있었다면 나는 페이스북에 투자했을것이다.
그렇지만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핀터레스트 등 소수의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소셜 미디어 서비스들의 미래는 그닥 밝지 않다는게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인거 같다.

전에도 내가 몇번 말을 한적이 있는데, 실리콘 밸리와 벤처캐피탈 산업의 문제는 투자할 돈이 없는게 아니라 – 이와 반대로 투자할 돈은 넘쳐흐른다 – 너무나 많은 돈이 극소수의 스타트업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 이 돈들은 대부분 소셜 미디어에 몰려있다. 과연 언제까지 이 열기가 지속될 수 있을까? 어떤 이들은 페이스북의 IPO는 소셜 미디어 시장의 폭발적 성장의 시작이라고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페이스북의 IPO는 소셜 미디어 시장의 클라이막스이며 앞으로 창업될 500개의 소셜 미디어 서비스는 실패할 것이라고 한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지만, 2년전에 비해서 내가 스타트업을 바라보고 투자를 하는 관점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긴 했다. 이제 나는 너무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뭔가 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들을 조금 더 선호한다. 페이스북이 세상이 직면한 현실적인 ‘큰’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인지는 독자분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참고:
-Rich Karlgaard, “The Future Is More Than Facebook” (The Wall Street Journal, 2012.05.17.)

바람직한 서비스 업그레이드는 이렇게

Facebook이 Timeline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적용한 지 몇 개월이 지났다. 내 기억으로는 타임라인이 처음 발표되고 소개된 게 작년 말이었고, 그동안 사용자들은 타임라인을 7일 동안 시험적으로 사용해볼 기회가 있었다. 좋으면 바로 적용할 수도 있었고, 아니면 그 기간에 기존의 프로파일 페이지 UI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었다. 지금은 좋든 나쁘든 강제적으로 페이스북의 모든 페이지에는 새로운 타임라인이 적용되어있다.

구글의 대표적인 제품들인 YouTube와 Gmail 또한 비슷한 과정을 거쳤던 거로 기억한다. 대대적인 서비스/UI 업그레이드를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전에 사용자들에게 변경된 내용과 UI에 대해서 알려주고, 특정 기간 실제로 사용해볼 기회가 주어졌다. 며칠 사용해보고 편하고 익숙해졌으면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적용할 수 있었고 별로 맘에 안 들면 이전 버전의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페이스북 타임라인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후에야 강제적으로 업그레이드가 적용되었다. 물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전 공지를 해주었다.

“그냥 업그레이드해버리면 되지 왜 이렇게 피곤하게 시간을 들여가면서 할까?”라고 나는 당시 생각을 했었다. 뮤직쉐이크에서는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할 때 그냥 사용자들에게 “몇 월 며칠 몇 시간 동안 업그레이드를 할 겁니다”라고 발표하고 그냥 새로운 버전을 적용했다. 굳이 귀찮게 기존 서비스와 새로운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안 그래도 복잡한 인생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 싫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Jason Fried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관해서 쓴 글을 읽고 왜 이런 절차를 거치는지 이해를 했다. 참고로 Jason Fried는 Basecamp 제품을 (Ruby on Rails) 만드는 37signals의 창업자이자, 노련한 개발자/디자이너/기획자/경영인이다.

Basecamp 또한 1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서 제품의 업그레이드를 준비했고 2012년 3월 6일 오전 8시에 ‘Launch’ 버튼을 눌러서 한 번에 업그레이드를 전체적으로 적용했다. 물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하루 만에 신규 고객 10,000명이 서비스 등록을 했고 우려했던 서버 문제나 속도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통해서 업그레이드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고객심리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고 한다.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고객들에게 더 빠르고, 더 이쁘고, 더 좋은 기능의, 더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업그레이드(upgrade)라는 말 자체가 기존 제품을 더 향상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 어떠한 스타트업도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다운그레이드(downgrade)된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존 서비스를 경험해보지 않은 완전 신규 사용자들에게는 이 업그레이드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그들에게는 이 업그레이드 된 서비스가 처음으로 접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서비스를 사용하던 기존 사용자들에게 이 업그레이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더 좋아진 서비스이지만, 이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건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새롭다’가 ‘더 좋은 서비스’로 다가온 게 아니라 오히려 ‘뭔가 달라진 서비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뭔가 달라졌다는 건 항상 긴장과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Jason은 이 경험을 마치 어느 날 우리 집 거실로 들어왔는데 누군가 벽지를 새로 하고 가구를 재배치한 거에 비교했다. 이에 대한 대부분 사람의 첫 번째 반응은 거실이 전보다 더 좋아졌다가 아니라 “음…누군가가 벽지랑 가구를 바꾸어 놓았는데 뭔가 좀 달라 보이네.”이다. 그리고 뭔가 달라 보인다는 건 일단 일시적인 혼란을 가져온다.

즉, 새로운 서비스에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만약에 내가 유튜브에서 동영상 관련 프로젝트 작업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UI와 기능들이 바뀐다면 나 또한 많이 혼란스러워할 것이고, 새로운 서비스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므로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이 노련한 웹서비스 업체들은 업그레이드하더라도 강제적으로 일괄 적용하지 않고 일단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기능과 UI들을 공개하고 바뀐 서비스에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어느 정도 주는 것이다.

현재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라면 이런 접근방법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기존 사용자들에게 업그레이드에 대해서 알려주고 초대를 해서 새로운 기능과 UI를 경험할 수 있는 기간을 줘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충분히 사용해보고 익숙해졌을 때 스스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

모든 창업가는 고객들의 습관, 심리 및 기대수준에 대해서 항상 고민해야 하며 이들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디자인, 코딩,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에 대해서 더욱더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 역시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편하게 느끼는 서비스들이 그냥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거는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 좋은 글이었다.

참고:
 -Jason Fried, “How to Avoid the Upgrade Backlash” (Inc., 2012.05.01.)

Do You Speak English? – Part 1

요새 한국에서 창업하는 사람 중 한국 시장을 타겟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벤처의 가장 매력적인 특성 중 하나가 go big or go home인 만큼 이왕 창업을 할거면 시장이 작은 한국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하는게 당연하다.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 한국의 창업가에게 가장 중요한게 무엇인지 물어본다. 솔직히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리고 실은 나도 잘 모른다). 너무나 많은 요소들이 글로벌 비즈니스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고, ‘운’과 ‘타이밍’ 또한 절대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새 내가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요소는 바로 ‘영어’이다. 최근 몇년 사이에 한국의 창업가들과 스타트업들은 눈부신 발전을 했다. 사고방식, 비전, 개발 능력, 기획 능력 등 하루가 다르게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발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한게 없다면 창업팀의 영어실력이다. 스피킹은 말할 필요도 없고, writing과 reading 또한 아직도 형편없다. 뭐, 영어에 대해서 말하자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당연히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잘 할 수가 없을 뿐더러,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은 기초부터 모든게 틀렸기 때문에 영어실력이 형편없는 창업가들을 탓할 수는 없다 – 그것도 부모님 잘 만나서 어릴적부터 외국에서 살고 교육받은 나같은 놈들이 어찌 이들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으랴.

하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하는 포인트는 그게 아니다. 어쨌던간에 세계 무대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면 영어는 더이상 하면 좋은게 아니라 못하면 절대로 안되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이라 하면 유럽도 있고 중국도 있고 특정 서비스마다 공략하는 나라들이 다르겠지만서도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이라하면 미국이다. 영어를 못하는데 어떻게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는 대부분의 한국 창업가들은 그냥 영어가 너무 어렵고, 바쁘다는 핑계로 영어공부를 소홀히 하는데 제발 시간 나는대로 영어에 신경을 쓰면 좋겠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창업했다고 하는 창업가가 자신의 비즈니스를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설명하지 못하는것만큼 한심해 보이는건 없기 때문이다.

Writing도 형편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초등학교 6년+중학교 3년+고등학교 3년+대학교 4년, 무료 16년 동안 영어수업을 들은 사람들이 만든 영문 회사 소개 자료를 보면 미국 초등학교 학생들 수준도 안된다. 나도 이런 분들과 같이 작업해본 경험이 상당히 많은데, 실제 일하는데 드는 시간보다 오히려 자료 다듬는데 시간이 더 많이 들어간다.

Reading은? 이 바닥에 몸담고 있으면 전세계 tech 트렌드를 분석해서 매일 좋은 기사들로 출판하는 세계 3대 블로그 TechCrunch, Mashable, VentureBeat 정도는 읽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스타트업들이 있고, 어떤 회사들이 투자를 받고, 실리콘 밸리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 블로그들을 읽으면 간접적으로나마 감을 잡을 수가 있다. 하지만, 내가 최근에 느낀건 한국에서 스타트업 하시는 분들 중 이 블로그들을 제대로 읽는 분들은 30%도 안되는거 같다. 영어로 된 기사라서 읽는데 너무 오래 걸리고 그럴 시간이 없다는게 대부분의 변명이다.
특히, tech 분야의 기사들을 자주 읽는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라서 새로운 용어와 유행어들이 매일 매일 생겨나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는 나랑은 상관 없다라고 생각하시면 모르겠지만,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려면 이런 용어들을 잘 알고 있는게 많은 도움이 된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요새 실리콘 밸리와 tech 업계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용어 중 ‘pivot’이라는 단어가 있다. Pivot의 뜻을 알고 있는 한국의 창업가들은 몇이나 될까? 내가 만난 분들 중에는 거의 없어서 항상 설명을 해줘야 한다.  

언어능력과 IQ와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건 이미 학술적으로 증명되었다. 언어실력은 꾸준한 반복을 통하면 결국 향상시킬 수 있다. 한국에서 한국인들끼리 비즈니스 할거면 상관없지만, 외국을 상대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꿈꾸고 있다면 기본적으로 영어 공부는 많이 하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참고로, 영어는 그냥 ‘기본’이다. 그 외에도 해야할 일들은 너무나 많으니 기본은 갖추자.

PS. 물론, 다른 방법이 있긴 있다. 영어를 못하면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을 채용하면 된다. 대신, 그 사람을 믿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100% 맡겨라.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창업가들은 항상 본인이 모든걸 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영어를 제대로 해라.

이 정도는 해야지? – Pinterest 쳐들어가기

요새 점점 예비창업가들과 창업가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모두가 다 투자를 물색하고 있으며,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 열심히 도움을 요청한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나랑 미팅을 하겠지만). 하지만 이들과 잠시 이야기를 해보면 항상 12%의 부족함을 느낀다. 모두가 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건 절대적으로 동의하지만, 나를 비롯한 다른 분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전에 과연 이들이 스스로 최선을 다 해봤는지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런 분들을 위해서 내 27년지기 친구이자 Strong Ventures의 비즈니스 파트너 John Nahm (@john_nahm)의 최근 일화를 소개한다. 6월 13일, 14일 양일 비석세스의 주최로 서울에서 열리는 beLaunch 2012 행사에 우리가 어느정도 관여되어 행사 준비를 도와주고 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다행히도 행사의 모습이 잘 잡혀가고 있는데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첫날 기조연설자를 섭외하는 것이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총 동원해서 한국의 창업가 커뮤니티에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분 섭외를 시도했지만 대부분 많이 바쁜 관계로 쉽지가 않다. 그러다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사용하고 있는 Pinterest의 창업자 Ben Silbermann을 초청하면 좋을거 같다는 의견에 모두가 다 만장일치 합의를 보고 연락을 시도하기로 했다. 이 중대한 미션은 존한테 떨어졌다.

벤 실버만한테는 전화나 이메일과 같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힘들거라는걸 이미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존은 일단 무작정 첫 비행기를 타고 LA에서 실리콘 밸리로 날라갔다. 핀터레스트 사무실로 직접 쳐들어 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근데 핀터레스트 사무실이 어딨더라? 열심히 검색해보니 Facebook Places에 핀터레스트 사무실 주소가 나와있었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스탠포드 대학교 근처의 California Avenue 상에 있었다. 생각보다 쉽게 찾았음을 존은 기뻐하면서 그 주소로 찾아갔지만 건물안은 텅 비어있었고, 빈 공간에는 책상이 하나 딸랑 있었다. 몇명의 개발자들이 일은 하고 있었는데 이들에게 물어보니 이 장소는 핀터레스트의 옛날 사무실이고 얼마전에 이사를 갔다는 것이다. 어디고 갔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스탠포드 바로 앞의 University Avenue 어딘가로 갔다는걸로 기억한다는 애매한 말과 함께.

자, 이제 어떻게 하지? University Ave.로 가는건 문제가 안되지만 그 많은 건물 중 핀터레스트를 어떻게 찾지? 왠만한 사람들이라면 여기서 포기했을 것이다 (아니, 왠만한 사람들이라면 LA에서 실리콘 밸리로 무작정 날라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존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미친듯이 검색어를 집어넣고 핀터레스트 주소를 찾기 시작했다. 구글 맵스에도 안나오고 수백개의 검색 결과에도 핀터레스트의 새로운 주소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검색 결과 중 올해 3월 6일 Mashable에 실린 “Peek Into Pinterest’s Palo Alto Pad (핀터레스트의 팔로 알토 본부 엿보기)” 라는 기사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기사 맨 밑의 첫 사진을 보면 핀터레스트 사무실 밖의 모습이 보이고, 오른쪽 옆 건물의 The Princeton Review라는 간판이 보인다.

존은 딸랑 이 사진 하나를 참고로 University Avenue를 뒤지면서 The Princeton Review 간판을 찾아 다녔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결국 큰 길가가 아닌 옆의 작은 쪽길에 Princeton Review 간판이 보였고, 위의 사진과 대조해 보니 동일한 건물이었다. 그리고 그 옆 건물로 들어갔다 (참고로 이 건물에는 핀터레스트 관련 어떤 간판이나 표시물도 없었다). 일단 들어가자마자 눈이 처음으로 마주친 사람한테 – 그 사람은 아직도 처음보는 이 동양인이 어떻게 핀터레스트 본사를 찾았는지 의아해하고 있었다 –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벤 실버만 어디있어? 어디갔어?”를 연발했지만 아쉽게도 그는 사무실에 없었다. 대신, 핀터레스트의 외부활동을 담당하는 PR 에이전시 담당자 소개받았고 그녀를 통해서 실버맨을 beLaunch 2012에 정식으로 초청했다.

이 스토리가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더할나위없이 좋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실버만은 이번 행사에 스케줄 충돌로 인해서 참석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BUT, 내가 말하려고 하는건 그게 아니다. 정말로 뭔가를 해보고 싶고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 위의 존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그러고 나서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봤는데 잘 안됐다.”라면서 남에게 도움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매사에 정말로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스스로를 한번씩 진단해볼 필요가 있을거 같다. 어쨌던간에 이 재미있지만 슬픈 결과의 사건으로 인해서 다시 한번 존의 실행력과 그 무모함에 놀랐고 존경을 표시한다.

나도 한국에서 영업하면서 고객사 사장이 결제를 안해줘서 식칼을 가지고 찾아간적이 있다. 그래서 돈을 다 받았고 그날밤 나는 비로써 “정말 최선을 다했다.”라고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말하면서 편안하게 잠을 청했다.

독자 여려분들도 혹시 이런 경험이 있다면 밑에 댓글로 공유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