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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바이블

1999년 11월, 스탠포드 대학.

나는 작은 강당에 앉아 대형 스크린에 비친 커다란 파도 그림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금요일 오후인데도 강당은 학생들로 가득 차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시험이 얼마 전에 끝나서인지 바닥에 쪼그리고 앉은 학생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5분 정도 기다렸을까. 한 말쑥한 인도 신사가 연단 위로 올라왔다. 짧은 백발과 깊은 눈매가 매우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마치 현자와도 같은 그의 모습에 강당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의 설립자이자 ‘실리콘 밸리 미다스의 손’,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의 등장이었다.

오늘의 강연자 비노드는 연단에 서서 학생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리고 수십 년 전 인도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불가능한 꿈을 키웠던 소년 비노드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인도 푸네의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그는 열다섯 살 되던 해에 우연히 책 한 권을 손에 쥐었다. 책에는 앤디 그로브라는 한 모험가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고, 소년은 그 짧은 이야기에서 평생의 지침으로 삼을 만한 위대한 교훈을 발견했다. 어린 비노드가 읽었던 것은 인텔을 평범한 메모리칩 제조업체에서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일궈낸 바로 그 앤디 그로브(Andy Grove)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새로운 꿈을 가진 비노드는 이후 인도의 MIT라고 불리는 인도공과대학(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을 졸업하고,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공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스탠포드 대학에서 MBA과정을 수학하던 중 스콧 맥닐리(Scott McNealy), 앤디 백톨샤임(Andy Bechtolsheim)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함께 공부하며 의기투합한 세 사람은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전 세계 IT업계의 새 시대를 연 역사적 기업,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 후, 그는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를 돌연 그만 두고 실리콘 밸리의 명문 벤처 캐피탈 기업인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에 합류해 자신의 또 다른 사명을 실행에 옮긴다. 바로 가난하지만 꿈을 가진 청년 창업가들을 돕는 일이었다. 비노드는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빠른 속도로 두각을 나타냈고, 곧이어 ‘실리콘 밸리의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된다. 그가 투자하는 스타트업은 99.99% 성공한다는 소문 덕분에 생긴 명예로운 칭호였다.

“그러니까 열다섯 살 때, 저는 ‘창업’이라는 무시무시한 독을 가진 벌레에 물렸던 것입니다.”
비노드는 앤디 그로브로 인해 지니게 된 창업에 대한 열정을 이렇게 표현하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을 끊었다. 노트 넘기는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강당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침묵 속에서도 강당 전체가 연단을 향해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노드는 생각을 마친 듯 다시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룬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엔 여기 앉아있는 여러분의 선배 이야기를 들려드리지요.”
조 크라우스(Joe Kraus)는 스탠포드 대학 졸업 이듬해인 1994년 학교 친구 다섯 명과 함께 Excite.com이라는 검색 엔진을 개발했다. 이름만큼이나 매우 흥미진진한 서비스인 Excite.com은 당시 클라이너 퍼킨스에 있던 비노드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그는 이 가난한 청년들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모든 창업의 시작이 그렇듯, Excite.com의 첫 사무실은 조 크라우스와 그의 친구들이 스탠포드 재학 시절부터 지냈던 누추한 아파트였다. 그 낡고 허름한 곳을 비노드가 드나드는 것이 어찌나 이상해 보였는지 심지어 그 방에서 마약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람보르기니를 탄 말쑥한 인도 신사가 흐릿한 눈동자의 – 물론 프로그래밍을 하느라 잠을 못 자서 – 백수 청년들과 어울리고 있으니 이웃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어찌 됐든 비노드의 안목은 역시 적중했다. Excite.com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고, 당시 스물네 살이었던 스탠포드 졸업생 여섯 명은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됐다. 물론 2000년 초 닷컴버블이 터지자 Excite.com의 상징인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유리 빌딩’의 창문에도 하나 둘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새파랗게 젊은 청년들이 이뤄낸 이 일은 분명 상상을 초월하는 업적임에 틀림없었다.

“이런 애송이들도 했는데, 여기 앉아있는 여러분이 왜 못하겠습니까?”

바로 이때, 비노드의 짧은 한 마디가 내 심장을 관통했다. 펜을 쥔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어찌 보면 나는 지금까지 젊은 시절의 비노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 나 역시 그처럼 아시아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운 좋게 미국으로 유학 왔고, 스탠포드 대학에서 공학을 공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이지 나라고 못 할 것은 없었다. 불과 몇 년 전 이곳 기숙사에서 전자공학과 박사였던 제리 양(Jerry Yang)과 데이빗 파일로(David Filo)가 야후를 설립했고,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구글을 만들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 순간, 그들과 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당시 나는 미국 명문대 중 하나인 스탠포드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기분에 취해 하루하루를 안일하게 보내고 있었다. 스탠포드를 졸업한 후 마이크로소프트, GE 또는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 취직해 월급 꼬박꼬박 받으며, 등 따뜻하고 배부르게 살면 되는 줄 알았다. 그것이 내 인생에 하나 밖에 없는 길이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그것이 인생의 성공이라 믿었다. 내게는 그들과 같은 야망과 꿈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비싼 등록금까지 내면서 나는 대체 여기서 무얼 하고 있단 말인가? 갑자기 머릿속이 안개가 낀 듯 뿌옇게 흐려졌다.
조 크라우스의 이야기를 마친 비노드는 연단 뒤 대형 스크린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스크린 속 파도는 바위를 집어삼킬 듯이 무서운 기세로 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그 파도를 가리키며 한층 더 힘찬 목소리로 마지막 연설을 시작했다.

“엄청난 부를 얻겠다는 욕심으로 창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류에 도움이 되고자 창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목표가 무엇이든 창업을 하는 정신은 모두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고, 밤이 새도록 일에 몰두하게 하는 그 뜨거운 열정 말입니다. 망설이지 말고 여러분의 스타트업을 시작하십시오. ‘창업가 정신’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큰 꿈을 마음에 품고, 우둔할 정도로 꿈을 좇으며, 그리고 마침내는 그 꿈을 실현시키는 위대한 정신입니다. 여러분, 부디 젊음을 헛되이 보내지 마십시오. Create the Next Tsunami.”

비노드의 연설이 끝났을 때, 가슴 속에는 짧은 문장 하나가 끝없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세상을 뒤엎을 쓰나미를 일으켜라!’

…중략…

거의 1년 동안 주말과 자유시간을 통째로 빼앗아간 내 첫번째 책 <스타트업 바이블>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완성된 책을 보면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그래도 첫 작품 치고는 내용은 괜찮은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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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600 Billion Challenge – Part 2

그리고 최초의 만찬 이후로 두번째와 세번째 모임의 일정이 확정되었다. 워낙 비밀리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두번째와 세번째 모임에는 정확하게 누가 참석하였는지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자선 관련 행사들이 완전히 베일에 가린채 진행되는 이유는 단순한 신비주의 전략이 아니다. 혹시나 이런 모임에 참석을 했다고 밝혀진 부자들이 어떤 이유로 인해서던간에 기부를 하지 않는다면 그 자신들은 공개적으로 많은 사람들한테 도덕적이지 못하니, 욕심이 많다니 등등 욕을 많이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부자들이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신들이 자선단체의 행사에 참석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는걸 많이 꺼려들 한다.

그래도 항상 누군가는 이런 비밀 정보를 몰래 누수한다 ㅋㅋ. 2009년 11월 New York Public Library에서 열린 두번째 모임에서 주목할만한 참석자들은 뉴욕의 유명한 투자은행가 Kenneth Langone과 그의 와이프 Elaine, 그리고 필라델피아에서 온 H.F. “Gerry” Lenfest와 그의 와이프 Marguerite였다. Lenfest 씨는 그가 창업해서 소유하고 있던 펜실베이나 케이블 TV 회사를 Comcast에 팔면서 막대한 부를 – 대략 12억 달러 정도 – 챙긴 인물이다. 이후에 그는 대부분의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하였으며 실제로 오늘날까지 그는 8억 달러라는 큰 금액을 대부분 교육 관련된 단체에 기부하였다.
11월달의 모임에서 Lenfest의 와이프 Marguerite는 매우 재미있고 현실적인 제안을 하였는데, 부자들은 시간을 정해서 그들과 그의 가족이 평생 잘 먹고 잘 살려면 도대체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를 곰곰히 계산해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밖의 돈은 모두 사회에 환원을 해야한다는 제안을 하였다.

세번째 모임은 서부에서 열렸다. 바로 그 다음달인 2009년 12월 Menlo Park (스탠포드 대학 바로 옆 동네이다)의 Rosewood Sand Hill Hotel에서 열렸다. 세번째 모임 참석자들 또한 모두 공개되어 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아는 사실은 Kleiner Perkins의 전설적인 VC  John Doerr와 그의 와이프 Ann, 그리고 최초의 만찬에도 참석하였고 Rosewood Hotel 장소를 골랐던 Morgridge 부부가 그 중 몇명이었다는 점이다. 이 세번째 모임은 과거의 모임과는 성격이나 참석자면에서 조금 달랐다고 멜린다 게이츠는 말을 한다. 왜냐하면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부를 축적한 서부의 부호들은 전통적으로 대대로 부자들이 아니라 신흥 경제를 (인터넷과 기술) 중심으로 돈을 번 아직은 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초짜”들이기 때문에 기부와 자선에 대해서는 아직은 익숙치 못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예상하였던거보다 훨씬 더 길게 수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재미있는 거는 이렇게 오래동안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저녁식사로 준비되었던 고기가 너무 질기게 구워져서 이 호텔의 주방장과 매니지먼트가 모임일 열렸던 Dogwood 방에 모인  손님들한테 짜증을 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자신들이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 반성할것이다 ㅎㅎ.
세번째 만찬에서는 사람들이 기부의 문화에 대해서 갖고있는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었다. 개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소식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게 개인 생활이나 프라이버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것일까? 그 이후에는 여기저기서 돈을 기부하라고 귀찮게 하지는 않을까?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기관에 기부하는건 어떻게 관리를 해야하나? 돈을 스마트하게 번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부 또한 스마트하게 하고 싶기에 물어보는 매우 좋은 질문들이다.

바로 이 세번째 모임에서 빌 게이츠와 워렌 버펫은 기부와 관련된 서약서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아무도 그 아이디어를 부정적으로 간주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2010년도가 되면서 “서약”이 이 모임들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를 잡았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총 재산의 50%를 기부하라는 아이디어는 이렇게 탄생하였다. 실은 빌 게이츠나 워렌 버펫은 그 이상을 기부하라고 부자들에게 권유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50%라는 숫자가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큰 부담이 없고 이렇게 해서 모인 액수 또한 빌 게이츠와 워렌 버펫이 목표로 하는 기부금과 근접하기 때문에 50%를 선택하였다고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서약서는 법적 계약서는 아니다. 그렇지만, 도덕적인 계약서이자 한번 서면으로 작성을 하면 마치 법적 계약서와 같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성격의 서약서이다. 그리고 이 모든 서약서를 현재 멜린다 게이츠가 만들고 있는 새로운 웹사이트인 The Giving Pledge에 각각의 서약서를 포스팅하고 있다. 방금 확인해보니 정확히 40개의 서약서가 올라가 있는데 역시나 한국인의 서약서는 없다. 내가 앞서 포스팅한 워렌 버펫의 99% 서약서도 이 사이트에 올라가 있다. 이미 이 50% 서약에 동의한 사람들은 Broad 부부, Doerr 부부, Lenfest 부부, Morgridge 부부 등이 있으며 빌 게이츠, 멜린다 게이츠와 워렌 버펫은 이 서약을 할만한 부자들에게 자신들이 가진 재산의 50%를 기부하라는 이메일과 전화통화를 지금 이순간에도 하고 있을것이다. 그리고 곧 50% 서약을 한 모든 억만장자들은 그들의 억만장자 친구들에게 같은 내용의 이메일과 전화를 할 것이다. 가을에는 어쩌면 Great Givers Conference가 열릴지도 모른다. 확실한거는 나는 여기에 초대받지 않을거라는 것이다 (아 씁쓸하네).

과연 빌/멜리다 게이츠와 워렌 버펫의 $600 Billion Challenge가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캠페인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좀 애매모호할거 같지만, 3명의 리더들이 각자 판단하는 성공의 기준은 있다.

워렌 버펫은 누구나 어느 정도 재산이 생기면 그 돈을 가지고 나중에 뭘 할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어떻게 할지 결론을 내리지는 못해도, 모두가 다 한번 정도 생각은 해봤을겁니다. 이번에 우리가 하라고 하는 서약은 다시 한번 이들이 이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을 하게 만들것입니다.” 버펫이 이와 관련해서 경고하는 가장 위험한거는 부자들이 자신의 돈과 재산을 가지고 뭘할지 결정하는걸 미루는거라고 한다: “만약에 죽을때까지 기다렸다가 90살이 다 되어서 유서를 남기려고 하면 아마도 지금과 비교해서 지능이나 체력면에서 많이 뒤쳐져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없을것입니다.” 

빌 게이츠는 오히려 50%라는 수치가 너무 낮은게 아니냐라는 말을 한다. 그의 바램은 부자들이 50%를 시작으로 기부활동을 시작하면서 기부의 매력과 즐거움을 깨닫고 더 많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것이다. “물론 제가 말하는거는 구세군 냄비에 한두푼 집어넣는거와는 다른 레벨입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재산을 기부할거라고 장담합니다.”

멜린다 게이츠는 조금 더 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녀는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부자들이 기부를 하지 않는데는 너무나 많은 이유가 있다고 그녀는 말을 한다: 죽음을 준비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재산을 기부하려면 큰 돈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통해서 여러가지 절차를 거쳐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냥 굳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이런 점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서약 캠페인의 단기적인 목표는 바로 부자들이 이런 고민과 공포를 극복하고 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궁극적으로 3~5년 후에는 더욱 더 많은 억만장자들이 서약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 캠페인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겁니다.”
부자들이 10%를 기부하던, 50%를 기부하던 또는 99%를 기부하던간에 어찌되었던간에 이 캠페인의 최대 수혜자는 우리가 속해있는 사회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꼭 부자들만이 이 사회에 자신들이 어떻게 기여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건 아닐것이다. 바로 우리와 같이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피래미들도 부자들이 50% 서약 하는걸 보면 – 비록 줄 수 있는건 그들보다는 택도 없이 부족하겠지만 – 무엇이 옳바른 일이고 어떤게 스스로와 남을 위해서 살 수 있는 삶인지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

가끔 전쟁과 관련된 무슨 날이면 6.25전 참전 미군 용사들이 TV에 나온다. 얼마전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이제는 쭈글쭈글 할아버지/할머니가 된 6.25 참전 미군들을 한국으로 초청해서 훈장을 수여하는걸 뉴스를 통해서 봤다. 솔직히 미국이 우리나라를 도와준거는 한국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100%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미군들이 “we exchanged our youths and lives for Korea’s freedom” 이라는 말을 하면 속으로 “개새끼들 지랄하고 자빠졌구나”라는 생각을 항상 한다. 하지만, 한가지는 짚고 넘어가자. 어찌되었던간에 이들은 생판 알지도 못하는 한국이라는 코딱지만한 나라에서 그들이 왜 싸워야하는지도 모르면서 목숨을 바쳐가면서 타국의 자유를 위해서 자신의 젊음을 – 어떤 이들은 목숨을 – 희생하였다. 이건 객관적인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정말로 대단한 영웅인 셈이다 (물론, 월남전에 참전하고 지금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조뺑이 치고 있는 대한민국 군인들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재산의 50%를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들은 어떠한가? 이들이 사회에 돈을 퍼다 줄 타당한 이유는 솔직히 쥐뿔만큼도 없다. 남들이 빈대같이 빈둥빈둥 놀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을때 이 사람들은 더러운꼴 당하고 피똥싸면서 열심히 일을 했고, 그에 대한 대가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이런 그들이 왜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아프리카의 “마둥가”라는 에이즈 걸린 3살짜리 어린애와 그의 식구를 도와야 하는가? 나 같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우리 아버지가 억만장자인데 자신이 힘들게 번 재산의 50%를 아들인 나한테 유산으로 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면 나는 “아이구, 아부지 정말 잘 결정하셨습니다.” 라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을까? 힘들것이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천사들이자 영웅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오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것처럼 더럽고 매마른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

The $600 Billion Challenge – Part 1

(참고로, 이번 포스팅의 100%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단지 몇몇 전문가와 기자들의 꽤 정확하다는 소스를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2009년 5월, 미국 최고의 갑부인 빌 게이츠와 워렌 버펫이 뉴욕에서 열린 억만장자들의 저녁모임을 주선하고 주최하였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David Rockefeller가 이 모임의 사회를 맡았으며, 뉴욕 시장이자 또다른 억만장자인 Michael Bloomberg와 Oprah Winfrey도 참석을 하였으며, 이 모임의 주제는 자선과 기부였다고 전해진다. 전세계의 언론이 워렌 버펫과 빌 게이츠한테 사실을 말해달라고 닥달하였지만, 이 둘은 사실무관하다고 하였으며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그러자 각 언론사들이 자기들 나름대로의 추측을 기반으로 여러가지 말도 안되는 이론들을 만들었고, 인터넷 상에는 웃지 못할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재난 영화 “2012”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어떤 네티즌들은 돈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기 위한 모임이었다는 말도 있다 ㅎㅎ). 걷잡을 수 없이 사실무근한 소문들이 퍼지자, Bill & Melinda Gates 재단의 대표 Patty Stonesifer가 – 참고로 패티도 그 모임에 참석을 하였었다 – 이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을 하였다. “모임을 가진거는 맞다. 그냥 단순히 친구들과 동료들이 캐주얼하게 만나서 자선과 박애에 대해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교환하였던 모임이다.”라고 그녀는 설명하였다.

실제로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아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저녁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게 뭐가 그렇게 이상하였을까. 하지만, 이 사람들은 그냥 우리와 같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이 그날 저녁식사를 하면서 공유하였던 이야기들은 미국인들의 기부문화를 완전히 바꾸어 버릴 수 있는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첫번째 모임 이후에 이들은 미국 전역의 억만장자들과 2번의 추가적인 저녁모임을 더 가지면서 인류역사상 가장 크고 대담한 fundraising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물론, 돈이 많던 적던 간에 누구나 기부활동을 할 수가 있으며 빌 게이츠와 워렌 버펫은 그 돈이 1불이던 1억불이던간에 언제나 환영을한다. 하지만, 이들이 아주 구체적으로 타겟하는 사람들은 바로 억만장자들 (billionaire) 들이다. 그리고 워렌 버펫, 빌 게이츠와 멜린다 게이츠가 목표로 하는 금액은…나한테는 너무나 큰 액수라서 느낌이 잘 오지도 않는 6,000억 달러 ($600 Billion). 그들은 미국에서 가장 재산이 많은 미국인들 (Forbes 400)을 찾아다니면서 소유하고 있는 재산의 절반을 죽기전에 사회에 환원하는 서약을 하라고 설득하고 있다. 참고로 6,000억 달러는 워렌, 빌, 멜린다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숫자는 절대 아니다. 미국 억만장자의 재산을 가지고 여러가지 가정과 이론을 바탕으로 Fortune지에서 역산을 해본 숫자이다. 자, 여기 그 흥미지지한 full (or almost full) story를 공개한다:

어찌되었던간에 이 모든것의 시작은 2009년 5월달 열린 억만장자들의 첫 모임이었다 – 굳이 말을 만들어보자면 “최초의 만찬 (The First Supper)”이다. 원래 이 아이디어는 – 이 세상을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자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소수의 억만장자들과 이런 대화를 하는 – 버펫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워렌 버펫은 오마하 그의 사무실 파일 캐비닛에 “Great Givers”라는 이름의 새로운 폴더를 만들었다고 한다.
가장 먼저 이 폴더에 들어간 아이템은 빌 게이츠와 워렌 버펫이 3월 4일 날짜로 손수 작성한 편지였는데 이 편지는 자선과 기부의 대부인 David Rockefeller한테 발송되었다. 이 편지의 내용은 록펠러씨에게 첫번째 모임을 주선해달라는 것이었고, 현재 95살인 록펠러씨는 이 편지를 받고 “매우 놀랐지만, 아주 유쾌한 놀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첫번째 만찬의 장소로 그가 70년동안 이사회의 자리를 맏고 있는 럭셔리하고 private한 뉴욕에 위치한 Rockefeller University의 President’s House를 선택하였다. 그는 또한 아들 David Rockefeller Jr.를 이 만찬에 같이 가자고 초대하였다.
빌 게이츠의 부탁으로 – 바쁜 해외 출장과 휴가 일정 때문에 – 첫번째 만찬은 5월5일 (화) 오후 3시로 확정되었다. 멜린다는 가정일 때문에 첫번째 만찬에 참석하지 못하였지만, 참석자들이 모두 부부동반으로 와야한다는걸 제안하였다. 그 이유는 주로 남자들이 돈을 벌지만, 그 돈을 관리하고 있는 사람들은 여자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산을 기부한다는건 가장뿐만이 아니라 그 가족의 모든 구성원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우 현명하고 사려깊은 생각이었다.

3월 24일 만찬 초청장이 발송되었다. 실제로 발송된 초청장보다는 적은 수의 참석자들이 나타났지만, 5월 5일 Rockefeller 대학에 온 사람들의 총재산은 부려 1,300억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Forbes 400 리스트 중 상위 멤버들이었으며, 이미 기부와 사회환원을 나름대로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 모임에 참석한 14명은 다음과 같다:

David Rockefeller (아들 David Jr.와 같이) – Rockefeller 재단의 우두머리
Warren Buffett – 워렌 버펫
Bill Gates – 빌 게이츠
Michael Bloomberg – 뉴욕 시장. Bloomberg사 창업자.
Peter George Peterson – Blackstone Group 공동창업자. The Peter G. Peterson Foundation 설립자.
Julian Robertson – Tiger Management (헤지펀드) 창업자
George Soros – 조지 소로스
Charles “Chuck” Feeney – Duty Free Shoppers 창업자. Atlantic Philanthropies 재단 소유
Oprah Winfrey – TV 쇼 호스테스. Harpo Entertainment 창업자
Ted Turner – CNN 창업자.
Eli and Edythe Broad – KB Home  창업자. SunAmerica 창업자.
John and Tashia Morgridge – 전 Cisco Systems 대표이사

Eli와 Edythe Broad는 LA에 거주하기 때문에 처음에 이 편지를 받고나서 너무 멀고 귀찮아서 안 가려고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편지 맨 밑에 있는 3개의 사인을 봤어요. 빌 게이츠 / 워렌 버펫 / 데이빗 록펠러. 그리고 바로 뉴욕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워렌 버펫이 이 모임의 ice breaker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그는 전반적으로 자선과 기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번 모임은 뭔가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이런 저런 가능성을 갸늠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하며 각 참석자들한테 돌아가면서 각자의 자선과 기부에 대한 경험담과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해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본인들은 이런 생각을 실천하였으며, 재산이 더 많아질수록 이런 방법들이 어떻게 진화하였는지도 공유해달라고 하였다.

원형 테이블을 한바퀴 돌자 12개의 제각기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David Rockefeller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무릎에 앉아서 남을 도와야한다는 이야기를 어릴적부터 들었고, Ted Turner는 어떻게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그가 충동적으로 UN에 10억 달러를 기부하였는지에 대해서 참석자들과 공유하였다 .어떤이들은 작은 액수에서 큰 액수로 기부금을 늘렸을때 느끼는 정서적인 불안감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고, 어떤 이들은 아버지가 사회에 환원하는 사실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으로 – 때로는 적대감까지 형성 – 생각하는 자식들과의 관계의 어려움에 대해서 고백도 하였다 (나중에 버펫이 고백하는데, 자신이 마치 정신과 의사가 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ㅎㅎ).

이 모임에서 나온 주제는 다음과 같다: 교육 – 여러번 이야기 되었다고 한다; 문화; 보건과 병원; 환경; 공공정책; 제 3세계; 가난. 특히 이번 모임을 계획하고 시작한 빌 게이츠는 첫 행사에 대해서 매우 만족하였으며 “미국의 자선과 기부 활동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이러한 다양성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
약 3시간 동안의 이야기가 끝난 후 실제 식사를 하면서 대화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있는 자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재산을 기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으로 흘렀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언급된 몇 가지 방법 중에는 가장 기부를 많이 한 사람들에게는 국가적으로 훈장을 수여한다거나, 부자들만을 위한 conference를 여는 등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었다.

첫번째 모임 이후에는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액션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빌과 멜린다 게이츠는 런던, 인도와 중국에서 소규모의 모임을 주최하였고 워렌 버펫도 여기저기서 열리는 자선단체들의 소규모 모임이나 만찬에 참석을 하였다. 미국과는 달리 해외에서의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부자들은 입을 맞추어서 말한다. 특히 중국과 같은 나라는 기부 관련 세법도 제대로 존재하지 않고 기부 관련 문화 또한 미국과는 매우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해외의 부자들을 무시할 수 없는게, 미국에서 빌 게이츠와 워렌 버펫의 캠페인이 성공을 한다면 그 이후에는 해외에서 똑같은 캠페인을 실천해야하기 때문이다.

<The $600 Billion Challenge – Part 2>

My Philanthropic Pledge – Warren Buffett

이번 글은 영어 원문을 그냥 번역한 수준의 글이다. 빌 게이츠 다음으로 세상에서 돈이 가장 많은 Berkshire Hathaway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Warren Buffett의 “기부의 서약서”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누구한테, 그리고 언제 이 편지가 배포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이 편지를 전 세계 부호들에게 보내면서 지금까지 이들이 축적한 막대한 부의 더도 말고 “50%만” 죽기 전에 사회에 환원하고 가라는 심금을 울리는 캠페인을 빌 게이츠/멜린다 게이츠와 함께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앞서가고, 심지어는 어떻게 하면 남을 밟으면서까지도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루에도 수 십 번씩 하는 나를 비롯한 많은 현대인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서약서이다. 물론, 나는 아직 버핏 회장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남겨둘 전 재산의 1%만큼의 돈도 벌지 못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역량조차 없지만, 글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오늘도 이 분한테 많은 걸 배우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영어 원문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My Philanthropic Pledge
by Warren Buffett

2006년도에 저는 제가 보유하고 있는 Berkshire Hathaway 주식 전부를 단계적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하였습니다.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너무나 잘한 결정인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Bill/Melinda Gates와 제가 재산의 최소 50%를 사회에 기부하라고 수백 명의 미국인 부호들에게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이 서약을 통해서 다시 한번 이 부탁을 드리고 싶으며, 제가 이러한 부탁을 드리는 이유와 의도를 설명하였으면 합니다.

제 서약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 평생 또는 제가 죽은 후에 제 전 재산의 99%를 자선단체와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절대적인 돈으로 환산을 하면 제 전 재산의 99%는 적지 않은 액수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많은 일반인이 매일매일, 이 보다 더 많은 걸 사회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과 전 세계인들이 정기적으로 교회, 학교 또는 다른 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누가 이들한테 그러라고 시킨 건 아닙니다. 이들은 그 돈을 사회에 기부하지 않고 본인들과 직계 가족들이 잘 먹고 잘사는 데 사용해도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기로 용감한 결정을 하였습니다. 이들이 구세군이나 United Way와 같은 비영리 단체에 아무런 조건 없이 기부하는 재산은 바로 영화관람이나 외식과 같은 여가생활을 스스로 포기하였다는 걸 의미합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제 재산의 99%를 기부하여도 우리 가족은 아직도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이 서약을 실행하여도 저는 제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기부하지는 않습니다. 제 자식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은 그들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남들을 돕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제가 기부하는 제 전 재산의 99%보다 훨씬 더 값어치가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들이 든든한 후견인을 만나서 우정과 사랑을 배우면서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걸 우리는 주위에서 너무나 많이 봤습니다. 제 누님인 Doris 여사 또한 매일매일 그녀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서 이러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서 제가 하고자 하는 건 미비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거는 바로 제가 가지고 있는 Berkshire Hathaway 주식을 – 돈으로 환산하면 막대한 자원을 획득하고 사용할 수 있는 – 운이 없게도 가난하고 불행하게 태어난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가지고 있는 주식의 20%는 이미 사회에 기부가 되었습니다(이제는 고인이 된 제 부인 Susan Buffett의 몫까지 합쳐서). 해마다 저는 주식의 4%를 지속해서 기부할 예정입니다. 모든 주식이 기부된 후 늦어도 10년이면 이 주식들이 현금화되어서 남을 돕는데 사용될 겁니다. 제 재산의 1 달러도 기금(endowment)을 위해서는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제가 힘들게 번 돈이 지금 당장 해결되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사용되는 걸 원합니다.

이 서약으로 인해서 저와 제 가족들의 생활이 바뀌는 점은 없습니다. 제 자식들은 이미 저한테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으며, 앞으로도 더 물려 받을 겁니다. 덕분에 그들은 매우 편하고 생산적인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저 또한 제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그런 삶을 계속 살아갈 예정입니다. 저도 인생의 물질적인 즐거움을 때론 즐기면서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즐기지는 않습니다. 비싼 전용기를 저는 좋아하지만, 미국 전역에 부동산과 집을 가지는 건 오히려 더 불편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때로는 너무 많은 걸 소유하게 되면 사람이 돈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돈이 사람을 관리하게 됩니다. 건강 외에 제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재산은 바로 흥미 있고, 다양하고, 오래 사귈 수 있는 친구들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인으로 태어나서 미국에서 살 수 있었던 점, 운이 좋은 유전자와 복리(compound interest) 덕분입니다. 저와 제 아이들은 소위 말하는 “자궁 로또(Ovarian Lottery)”에 당첨된 겁니다(제가 태어났던 1930년도에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신생아가 태어날 확률은 30대 1이었습니다. 제가 백인 남자로 태어날 수 있었던 사실 덕분에 그 당시 많은 미국인을 괴롭히던 장애를 경험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 행운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전반적으로는 미국을 잘 굴러가게 하지만 가끔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주는 시장의 시스템 덕분에 배가되었습니다. 미국 사회와 경제는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전쟁터에서 동료들의 목숨을 구하면 훈장으로 보상받고 미래의 주역을 가르치는 우수한 선생님은 부모님의 thank-you note로 보상을 받지만, 잘못된 주식의 가격을 남보다 더 빨리 발견하는 사람들은 수십조 원의 돈으로 보상받습니다. 바로 저는 이런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운명의 여신은 매우 변덕이 심한 여신인가 봅니다.

이 서약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사회의 시스템을 이용해서 돈을 벌 수 있었던 제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바로 저와 제 가족의 고마움을 표시하는 겁니다. 우리가 재산의 1% 이상을 우리를 위해서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 사용한다고 해서 저희 생활의 질이 눈에 띄게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제가 사회에 기부하는 제 재산의 99%는 – 98%에 비해서 – 남들의 건강과 복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인해서 저와 제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만큼만 갖고, 그 외 나머지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들을 위해 환원하자. 바로 이 서약과 함께 시작합니다.

Written by the Angel of Omaha (이거는 내가 쓴거다).

월가의 왕 – Goldman Sachs

몇 주전에 뉴욕으로 아주 짧게 출장을 (1 day) 다녀왔다. 주로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 밸리로만 출장을 다니는데 이번에는 큰 맘 먹고 그동안 전화나 이메일로만 이야기를 나누던 파트너들과 직접 만나서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서 동부로 오랜만에 날라갔다. 바쁜 일정이었지만 잠깐 짬을 내서 나는 2001년도에 폭파하였던 World Trade Center 바로 건너편인 200 West Street를 들릴 기회가 있었다. 여기가 바로 Goldman Sachs (GS) 본사의 새 보금자리이다.

1869년도에 작은 사무실 하나로 시작한 후 계속 뉴욕 다운타운에 본사를 두고 있던 GS는 2004년도에 당시 Broad Street에 있었던 본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겠다는 결정을 하였다. 9.11. 테러 사건으로 인해서 뉴욕의 많은 금융업체들이 다운타운 맨하튼을 떠나겠다는 선전포고를 해서 뉴욕시는 금융업체들을 계속 유치하기 위해서 다양한 세금 혜택을 제공하였다. 2005년도에 뉴욕시는 GS한테 2억 달러 이상의 세금혜택을 제공하였고, GS는 200 West Street의 새로운 본사 공사를 2005년도 시작하였다. 모든게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2007년도에 7톤의 강철이 200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설계사 한명을 불구로 만들었고, 그 이후에는 18층에서 강철 쉬트가 근교의 야구장으로 떨어지기도 하였다 (리틀 리그가 진행 중이었지만, 다행히도 피해자는 없었다).
2009년 11월부터 직원들의 입주가 시작되었다. 허드슨 강가에 있고, New York Harbor의 절경이 보이는 새로운 본사에는 210만 sq. ft.의 부지에 각각 미식 축구장보다도 더 큰 6개의 trading floor가 있다. 각 trading floor는 미국의 가전 제품 매장인 Best Buy 매장의 창고보다 더 많은 평면 모니터들로 중무장되어 있다고 한다. 지하에는 92개의 얼음저장 탱크가 있는데, 낮보다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밤마다 매일 만들어지는 170만 파운드의 얼음을 저장하고 있다. 먹으려는게 아니라 이 얼음들이 녹으면서 냉방되는 공기로 전체 빌딩을 냉방시킨다.
새로운 본사 11층에는 Sky Lobby라는 직원 복지 센터가 있다. 유리로 만든 천장을 통해서 멋지고 은은한 햇살을 즐길 수 있는 이 공간에는 미팅룸, 회의실, 카페테리아와 직원들을 위한 헬쓰클럽이 있다. 이 빌딩 설계를 담당하였던 Henry Cobb은 Sky Lobby를 GS 빌딩의 (역삼역의 GS 빌딩과는 무관) “거실”이라고 할 정도로 일하다가 잠시 쉬기 위해서 오는 GS 직원들의 럭셔리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카페에서는 바리스타들이 온갖 종류의 커피를 즉석에서 만들어 주며, 다양한 샌드위치와 컵케익과 같은 페스츄리 또한 충분하다고 한다. Broadway에 있던 옛 건물의 카페테리아는 창문이 없는 어두침침한 공간이었지만 이와 반대로 충분한 햇살과 특급 호텔 수준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새로운 카페테리아를 직원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여기서 일하는 어떤 지인이 귀뜸해 주더라.
54,000 sq. ft. 공간의 GS Wellness Exchange는 – 헬쓰클럽 – 새벽 5시45분 부터 저녁 7시50분까지 fitness class를 제공하며 전직원이 사용할 수 있는 사우나도 있다. 같은 층에는 또한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 회사가 회사다보니 대부분의 책들은 금융과 관련된 책들이다. 전 GS 대표이사였던 Henry Paulson의 베스트셀러 책 “On the Brink”가 여기서 가장 많은 GS 직원들이 보는 책이라고 한다. 다음은 새로운 본사에 대한 몇가지 재미난 숫자들이다:

21억 달러 – Goldman Sachs의 새로운 본사 공사에 소요된 총 비용
134억 달러 – Goldman Sachs의 2009년도 매출
7,500명 – 새로운 본사에서 일하게될 직원 수
300명 – 밖이 보이는 전망을 가지고 있는 방에서 일하게 될 파트너 수
170만 파운드 – 건물 냉방을 위해서 지하에서 매일 생성되는 얼음
12 – 직원용 헬쓰클럽에서 매일 제공되는 피트니스 클래스 종류

물론, 새로운 본사가 모든 사람들한테 환영을 받는건 아니다. 월가와 GS와 같은 투자은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미국인들과 미국 정부는 아직도 subprime mortgage 사태로 인해서 전세계가 고생하고 있는 이 시점에 21억 달러라는 비용을 써가면서 완공한 GS의 새로운 사무실은 불필요한 사치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그 사태의 장본인들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 GS이니 더욱 더 그럴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GS도 그냥 무시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새로운 본사 이전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PR도 크게 하지 않았으며, 직원들한테도 그냥 조용히 이주하라는 전사적인 이메일을 뿌렸다고 한다.
또한, GS 내부 직원들 모두가 새로운 사무실을 좋아하는건 아니다. 새로운 본사로 이주를 하면서 그전에는 GS에 존재하지 않던 “없는자”라는 계급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는 건물 외곽의 방들은 이제는 GS의 가장 엘리트 계급인 300명의 파트너들만을 위해서 예약되었으며, 그 다음 계급인 Managing Director들은 이제는 창문조차 없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봐야한다. 그리고 전에는 대부분 개인 방을 가지고 있던 부사장급인 Vice President들은 이제는 완전히 개방되어 있는 공간에 있는 벤치에서 일을 해야한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이런 벤치에 앉아본 적이 없는데, GS에서 다시 이런 의자에 앉아서 일을해야한다니 믿기지 않는다.”라는 불평을 어떤 VP가 한다.

그래도 GS 직원들은 입을 좀 닥칠 필요가 있다. 비싼 양복입고, 여름에 시원하다 못해 추운 사무실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복지가 다 주어진 엘리트 회사에서 머리 팍팍 돌아가는 동료들과 같이 일하는게 얼마나 큰 특권인가. 출장을 갈때도 항상 business class로 다니고, 특급 호텔에서 자고, 맛있는 음식 먹고, 엄청난 benefit을 즐기면서 연봉은 우리와 같은 스타트업 인생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받는다 (아, 그렇다고 이런게 unfair 하다는건 아니다. GS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건 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대학교 기숙사보다 작은 방구석에서 3-4명이 대가리 맞대고 밤새서 일하는 스타트업들이 있고, 다음달 월급은 어떻게 만들까 하루 24시간 고민하는 창업자들과 CEO들을 한번만 생각해 주면 허드슨 강이 잘 안보인다는 불평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을거다. GS 직원들이 출장가서 Four Seasons에서 잘까 Hyatt에서 잘까 비서들이 고민해주는 동안 나는 Travelocity.com과 Kayak.com을 허벌나게 왔다갔다 하면서 어떻게든 50불 이라도 더 싼 항공권과 숙소를 구해보려고 지난 주에도 40분을 소비했다.
아, 그렇다고 내가 내 신세 한탄을 하는건 절대 아니다. 몇억/몇십억의 연봉을 준다고 해도 나는 GS같은 조직 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행복하니까 (사실은 나같은 사람은 GS 같은 회사에 들어갈 능력도 없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