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로켓을 만드는 중학생

사진 2015. 7. 9. 오전 9 40 02얼마전에 ‘중학교 3학년 학생의 거대한 로켓‘ 이라는 글을 썼다. 로켓을 만드는 정재협 중학생을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어떤 학생일지는 항상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재미있는 일이 발생했다. 구글캠퍼스 코리아(=캠퍼스서울)에서 약 한시간 동안 임정민 센터장과 불타는 창업토크를 진행했는데 갑자기 텀블벅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 이 캠페인에 대한 질문을 했다. 오, 그런데 임센터장이 정재협 학생을 초청한 것이다!(이건 연출이 아니라 정말로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마치 ‘TV는 사랑을 싣고’ 와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요새 중딩같지 않게 상당히 수줍음이 많은 정재협 학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현재 로켓 부품을 주문해서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며 이번에는 꼭 성공적으로 발사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성공하면 좋은거고,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면 되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시 실패해서 다시 시도할때 또 돈이 필요하면 나한테 연락하라고 했다.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어보니 “과학자입니다” 라고 했는데, 정말로 이 마음가짐을 끝까지 가지고 가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자나 engineer가 되길 바란다. 이 학생의 부모님이 정말 자랑스러워 하실거 같다.

참고로 정재협 학생이 4번째 로켓을 작명할 수 있는 영광의 기회를 나한테 줬다. 4번째 로켓의 이름은 ‘Stephanie J’ 이다. 멀리멀리 날 수 있길.

<이미지 출처 = 프라이머 이정훈 팀장님 페이스북>

The re-engineered engineer

super-engineer-mousepad-500x500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엔지니어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나도 여러번의 과거 포스팅들을 통해서 스타트업들한테는 제대로된 제품을 만드는게 가장 중요하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려면 좋은 개발자들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한국은 아직 아닌거 같은데 미국의 경우 ‘개발자’의 정의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걸 요새 느끼고 있다.

얼마전부터 우리는 풀스택이란 말을 유행처럼 사용하기 시작했다. 행사장이나 면접장에서 개발자를 만나면 “풀스택이세요?” 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걸 흔히 볼 수 있다. 최근에 내가 미국에서 느끼는 점은 이런 질문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풀스택이 더이상 중요하지 않은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이제 풀스택은 기본이 된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은 당연히 풀스택이어야 한다. 풀스택이 아니면 어디가서 엔지니어 명함도 못 내미는 그런 시대가 곧 올 것이다.

모바일 개발도 기본이 되어가고 있다. 전에는 회사에 웹개발팀과 모바일개발팀이 따로 있었다. 실은 요새도 대부분 그렇다. 그런데 이게 점점 바뀌고 있다. 그냥 ‘개발팀’ 하나만 존재하고 이 개발팀에 속한 개발자들은 웹과 모바일을 동시에 다 한다. 모바일 기술로 보면 아직은 iOS와 안드로이드가 구분이 되지만 이 또한 앞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된다. “모바일 할 줄 아세요?” 라는 질문 자체가 곧 없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개발자라면 모바일도 기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많은 개발자들이 기본적인 디자인코딩도 배워가고 있다. 숙련된 디자이너만큼 실력이 좋아지려면 시간이 걸리고 힘들지만, 많은 개발자들이 기본적인 디자인 실력을 갖춰가고 있다.

GitHub은 이제 기본이다. 요새 개발자들한테 이력서를 요구하는 채용담당자는 거의 없고, 링크드인 프로파일 보다는 깃허브 프로파일을 통해서 어떤 코드를 써봤고, 어떤 개발 활동을 했는지 확인한다. 경영하는 사람들의 이력서를 보면 은근히 뻥카가 심하지만, 깃허브의 코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 생각은 앞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경계선도 모호해질거 같다. IoT와 웨어러블 시장이 성장하면서 미래의 개발자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유창하게 다루지 않을까 싶다.

풀스택, 모바일, 웹, 디자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모두 다 하는게 쉽지 않지만 추세는 이게 맞는거 같다. 앞으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모바일/웹/하드웨어/소프트웨어 분야를 모두 드나들머 제품을 개발할 것이며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이를 최소한의 인력으로 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개발자라면 이제는 만능이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http://engineershirts.com/product-category/engineers/super-engineer/>

무궁무진한 새로운 기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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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Florence, Somewhere

John John Florence라는 젊은 천재 서퍼가 있다. 올해 나이는 22세 밖에 안 되었지만, 이미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서핑의 미래에 큰 역할을 할 선수이다. 그는 전통적인 스타일을 따르지 않는 그만의 변칙 서핑 스타일 때문에 상당히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 젊은 친구가 집채만한 파도를 타는 사진들을 여러 잡지나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데 이 사진들에는 대부분 다음과 같은 캡션이 붙는다. ‘John Florence, Somewhere’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이 파도를 어디서 탔는지 밝히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한다. “진짜 서핑 매니아들의 꿈은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서 가장 좋은 파도를 혼자 독차지하는거죠. 이 파도는 제가 태어나서 탄 파도 중 가장 훌륭했는데요 절대로 위치를 발설하지 않을 거예요. 전 세계에 이렇게 많은 서퍼들이 있고, 이들이 세계 구석 구석의 모든 바다에서 서핑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그 어느 바다에 새로운 파도들이 있다는 뜻이죠. 그냥 계속 찾다보면 항상 새로운 파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파도’는 ‘발견되지 않은 스타트업’ 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더이상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한다. 이미 나올만한 건 다 나왔고, 새로운 기술과 회사들은 이제 앞으로 많이 나오지 않을거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이런 말을 한 10년 전에도 들었던 거 같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게 발명되었고, 왠만한 비즈니스 모델은 다 구현되었다는 말들을 했지만 과거 10년 동안 창업된 회사 수보다 최근 2-3년 동안 창업된 회사들이 더 많다는 걸 보면 새로운 회사는 항상 있고, 같은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그 방법에 있어서는 항상 새로운 방법이 존재하는거 같다. John Florence가 말했듯이 새로운 걸 계속 찾다보면 언젠가는 찾을 것이다.

세상은 가만히 멈춰있지 않다. 우리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 변화 속에서 항상 새로운 기회가 발생한다. 일반인들은 잘 감지하지 못하지만 창업가들은 이런 기회를 기가막히게 포착해서 항상 새로운 걸 만드려는 시도를 한다. 대부분 실패하지만 극소수는 제대로 성공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든다. 60년대는 반도체 분야에서 큰 변화들이 있었고 인텔은 이 기회를 잘 포착했다. 70년대는 개인컴퓨터(PC)가 세상에 나왔다. 애플,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이때 창업됐다. 80년대는 인터넷이 탄생하면서 네트워킹의 강자 시스코가 태어났다. 90년대는 우리가 아는 인터넷이 드디어 메인스트림으로 들어와서 대중화가 되었고 이 기회를 제대로 포착한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이에 해당된다. 2000년도의 키워드는 ‘소셜’ 이었다. 10년 동안 소셜미디어가 고도화되었고, 엄청나게 많은 소셜 앱과 서비스들이 탄생되었다. 2010년도에는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었다. 바로 모바일 혁명이다. 아마도 이후부터 혁신에 가속도가 붙었고 한국도 창업에 불이 붙었던거 같다. 자, 이제 다음은 뭘까? 2020년, 2030년에는 어떤 새로운 것들이 이 세상에 나올까?

이제 기술의 발전은 끝났을까? 아마도 아닐거다. 앞으로 기술의 발전과 변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고, 새로운 회사들은 무궁무진하게 생겨날 것이다. 단지 관심을 조금 더 가지고 찾아야할 뿐이다.

The Anti-network

관계 형성의 중요성‘이라는 글을 비롯해서 여러 번 강조하지만, 일의 종류를 떠나서 ‘관계’는 너무나 중요하다. 특히 창업가나 투자자 커뮤니티와 같이 좁고 서로가 서로한테 항상 평판을 확인하는 분야에서 관계와 네트워크는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이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투자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이 얼마 전에 한국의 네이버와 실리콘밸리의 DCM으로부터 시리즈 A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우리도 다시 같이 참여를 했다). 모든 투자가 그렇지만 실제 계약을 마무리하기 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는데 텀블벅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기존 투자자였던 우리와 새로 들어오는 투자자인 DCM/네이버와 상당히 많은 communication이 오고 갔었다. 네이버와 DCM 담당자들과 나는 개인적으로 이미 알고 있었고 꽤 친분이 두터웠는데, 특히 DCM 일본사무소의 파트너 Osuke Honda와는 거의 7년 동안 알고 지냈다. 오늘은 이 관계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다.

나는 2008년부터 약 4년 반 동안 미국에서 뮤직쉐이크를 운영했다. 특히 첫 2년 동안은 투자유치를 위해서 실리콘밸리와 LA의 VC들과 정말 많은 미팅을 했고 피칭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마도 거의 70번 이상 한 거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70번의 피칭 중 투자로 연결된 건 0건이다. 투자로 이어질 뻔 한 건 2건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DCM과 진행하던 투자건 이었다. 당시 DCM에서 뮤직쉐이크를 담당했던 심사역이 바로 지금은 파트너가 된 Osuke 였다. 같은 동양인이고 와튼 출신이라서 그런지(나는 졸업은 안 했지만) 처음부터 나한테 잘 대해줬는데, consumer 제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음악에 대한 관심 때문에 Osuke는 우리를 내부적으로 많이 밀어줬다. 투자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진행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최종 투자 결정은 창투사의 파트너들이 하는 거지만 이 파트너들을 설득할 수 있는 내부 챔피언은 바로 투자를 직접 담당하고 실사를 하는 심사역이기 때문에 심사역한테 잘 보이는 건 중요하다. 뭐, 결국에는 투자가 성사되지 않았지만 이로 인해서 나는 Osuke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나도 이 친구가 믿을만하고 성실한 투자자라고 생각했지만, 아마도 이 친구도 내가 거짓말 안 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 같다. 아주 좋게 헤어진 거로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우린 7년 후에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창업자-투자자가 아닌 같은 VC로 만나서 아주 좋은 회사에 공동투자를 했다. 참 재미있는 인연이다.

다른 69개 이상의 VC들과도 최대한 이렇게 헤어지려고 노력했다(그중에는 좋지 않게 끝난 경우도 있긴 있다. 내가 열 받아서 화를 버럭 내고 자리를 뜬 경우도 있는데 지금 굉장히 후회하고 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나는 내가 당시 피칭했지만 거절당했던 대부분의 VC와 같이 – 창업가가 아니라 같은 투자자로서 – 투자할만한 스타트업과 공동투자 기회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우리와 같이 초기에 투자하는 마이크로 VC들에는 후속 투자가 매우 중요한데 과거에 나와 뮤직쉐이크를 거절했던 VC들이 스트롱벤처스의 훌륭한 후속 투자 네트워크가 되었다. 내가 거절당했기 때문에 네트워크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오히려 anti-network이라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 분야에서 오래 일하려면 – 솔직히 짧게 일해도 – 네트워크는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거와 같이 나를 거절하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과의 anti-network도 상당히 중요하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의 거대한 로켓

original우리 투자사 텀블벅에 가보면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이 상당히 많다. 나도 정기적으로 프로젝트들을 보는데 어제 내 관심을 끈 KMART 라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자세한 건 프로젝트 페이지를 보면 되지만, 중학교 3학년 학생 2명이 자작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는 데 필요한 자금 40만 원을 크라우드펀딩하고 있다. 이걸 보자마자 난 자신에게 “난 중학교 3학년 때 도대체 뭘 했을까?”라는 질문을 했고, 인류와 역사가 발전할수록 인간은 당연히 진화하지만, 학생들이 그동안 많이 똑똑해지고 당차졌다는 생각을 했다.

프로젝트 오너인 정재협이라는 중학생을 나는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하고 이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지켜본 것도 아니지만, 이 젊은 친구들의 패기, 실험정신 그리고 끈기가 맘에 든다. 펀딩 페이지를 본인이 직접 만들었는지, 부모님이 해줬는지, 아니면 텀블벅 팀이 제작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이 프로젝트를 크라우드펀딩 하려고 생각한 거 자체가 이미 생각이 앞서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첫 번째 로켓 KR-1은 발사대가 없어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옆으로 기울어져 실패, 두 번째 로켓 KR-2는 KR-1의 문제점을 해결해서 350m까지 올라갔지만 여기서 또 로켓이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한다. 이제 이들은 KR-1과 KR-2의 문제점을 해결한 KR-3 로켓을 고도 800m까지 올리기 위한 제작비용을 모집하고 있다. KR-3는 성공할까? 잘 모르겠다. 아마도 또 다른 이유로 실패할 거 같다. 하지만, 이 젊은 친구들은 왠지 성공할 때까지 KR-199 까지도 만들 거 같다. 이 과정에서 나는 실패와 실험이 일상이 된 우리가 투자한 많은 스타트업들을 떠올렸다.

나는 전체 목표 중 25%를 후원했다. 현재 40만 원 중 29만 원이 모였고, 11만 원이 모자란다. 11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많이 부담되는 금액도 아닌 거 같다. 막말로 친구들이랑 술 한번 안 먹으면 된다. 누군가 한방에, 아니면 여러 명이 이 11만 원을 꼭 후원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1,000원부터 자유롭게 후원 가능). 참고로 이제 3일 남았다. 텀블벅의 펀딩 방식은 목표 금액이 100% 모이지 않으면 모든 게 무산되기 때문에 40만 원이 안 모이면 이 학생들은 한 푼도 못 받는다.

나는 애들이 없어서 ‘우리 아들 생각이 나서’ 후원한 게 아니다. 한국같이 과학과 공학이 아직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이런 꿈나무들이 필요하다. 이들이 성공해서 주위 친구들도 이런 좋은 실험에 동참하게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할 때 제발 이런 과학적 마인드를 계속 유지하고 이 분야에 종사할 결정을 하면 좋겠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한국이 지금 당장 더 많이 필요한 건 변호사, 회계사, 선생, 의사, 공무원이 아니라(친구들 미안~) 엔지니어, 과학자 그리고 창업가들이다. 정재협 학생이 Elon Musk의 SpaceX와 같은 회사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도전하길 바란다. 실패하고, 고치고, 또 실패하고, 또 고치고 하다 보면 언젠가는 근처에는 갈 수 있을 것이다.

[중학교 3학년 학생 두명이서 날리는 거대한 로켓 발사~~] 후원하러 가기


<이미지 출처 = https://tumblbug.com/ko/kmart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