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에 대한 단상

사진 2016. 3. 14. 오후 4 27 07얼마 전에 어떤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회의의 주제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미국 시장 상장이었고, 여러가지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자리였다. 하지만 회의 내내 내가 주장하고 강조했던 건, 왜 충분히 상장을 할 수 있는 미국 회사들도 IPO를 일부러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 판국에 우리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한국 회사들에게 굳이 미국 시장 IPO를 강조하냐 였다.

솔직히 우버,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같은 유니콘들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미국 시장에서 IPO를 할 수 있는 회사들이지만 계속 비상장시장(private market)에서 자금을 가져다 쓰고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최근 몇 년 동안 상장시장과 비상장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보면 굳이 이 회사들이 왜 IPO를 하지 않고, 왜 IPO가 가장 좋은 exit 전략이 아닐 수도 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단 스타트업들이 왜 IPO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이 되면 좋을거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비상장시장에서 시작을 해서 어느정도 성장을 한 후, 시장의 상황이 좋으면 상장을 했다(물론, 상장하는게 이렇게 쉽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편의를 위해서 단순하게 적어본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상장을 하면 그동안 VC를 통해서 투자받던 금액과는 비교가 안 되는 큰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주들은 회사 주식을 즉시 사고 팔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큰 장점들이 있다. 또한, IPO를 하면 ‘상장’ 이라는 훈장이 가져다 주는 기업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즐길 수 있었다. 일반인들 사이에는 상장한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는 더 믿을 만하고 왠지 상장기업의 제품이 더 좋을거 같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장하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위에서 말한 장점들도 많지만 단점들 또한 존재한다. 일단 회사가 상장을 하게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비즈니스를 하기가 힘들다. 상장한 이후에는 회사의 장기적 비전이나 미션보다는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관점에 입각한 재무제표 위주의 비즈니스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비상장 스타트업이면 재무적으로 손실이 발생해도 비즈니스의 기본이 탄탄하면 계속 높은 가치에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도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과 경영진의 능력을 중시한다. 하지만, 상장을 하게되면 주주들의 관심은 오직 매 분기마다 발표되는 회사의 실적이다. 아무리 장기적인 비전이 좋더라도 단기 실적이 나쁘면 그 회사의 주가는 반 토막 날 수 있다. 또한, 상장을 하게 되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일단 Sarbanes-Oxley와 같은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 때문에 상장할 때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되며, 상장 이후에도 다양한 감사 및 보고로 인한 (스타트업들한테는)천문학적인 비용을 써야 한다.

물론, 상장에 대한 이런 단점들이 갑자기 생겨난 건 아니다. 이미 존재하고 알려진 단점들이었지만 상장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이런 단점들 보다 많았기 때문에 그동안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IPO를 선택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시장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비상장 시장은 더욱 매력적으로 변했고, 상장 시장은 더욱 더 엄격해졌다.

상장시장에는 너무나 다양한 매수와 매도 방법이 존재한다. 특히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기계와 알고리즘 기반의 트레이딩이나 공매(short selling) 등은 기업의 가치나 비전은 무시하고 단순히 숫자만을 보기 때문에 상장기업의 주가에는 예측할 수 없는 변동성의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잘 나가던 회사들도 갑자기 단기 실적이 부진해지면 하루만에 기업가치가 반 토막 나는게 현재의 상장시장이다. 실적이 조금 부진하다고 해서 과연 이 회사의 비즈니스가 위험한가? 기업가치가 반 토막 날 정도로 그 회사가 갑자기 안 좋아졌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게 바로 상장시장이다. 상장시장의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같은 비상장시장의 투자자들과는 완전히 반대이다. 그리고 상장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법무비용과 회계비용은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는 점도 IPO를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와는 반대로 비상장시장은 스타트업들에게 매우 유리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CEO들은 오히려 상장하지 않고 계속 비상장 상태에서 비즈니스를 잘 운영하고 있다. IPO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대규모 자금 조달은 이제는 비상장 시장에서도 가능하다. 위에서 언급한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회사들은 IPO를 통해서가 아닌, 큰 헤지펀드나 뮤추얼펀드로부터 조 단위의 투자금을 받고 있다. 주로 상장시장에서 놀던 큰 펀드들이 낮은 이자율과 높은 변동성 때문에 오히려 비상장 회사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비상장 시장에서 더 유리한 밸류에이션에 대규모 자금 확보가 이젠 가능해졌다. 또한, (미국의 경우)비상장 회사들의 주식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시장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주들의 유동성 확보 면에서도 상장시장만큼 매력적인게 비상장시장이다.

현실이 이런데 굳이 우리는 투자사들에게 IPO를 강요할 필요가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게 좋을거 같다. 물론, 위의 내용들은 주로 미국 시장에 적용된다. 한국은 자본시장이 미국만큼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이르고, 나는 코스닥 시장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른다. 하지만, 결국 한국의 자본시장도 미국을 따라가기 때문에 몇 년 후에는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교육, 질문, 그리고 창업

전에 내가 쓴 글에서 나는 한국 창업가들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바로 영어가 우리의 모국어가 아니라고 했고, 일을 하면 할수록 이걸 실감하고 있다. 그런데 또 한가지의 약점을 집으라고 하면 바로 한국의 ‘교육’ 이라고 하고 싶다. (이 또한 전에 말한 적이 있는데) 한국은 문제점들이 많이 존재하는 나라이다. 이런 문제들은 창업가들한테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이런 각도에서 보면 한국은 창업하기에는 매우 좋은 조건 또한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조금 더 깊게 들어가서 보면 미국과 표면적으로는 비슷할지라도 그 정도가 한국이 조금 더 심각하고 해결하기가 어렵다는걸 많이 느낀다.

비슷한 문제라도 그 어려움의 정도가 더 심하다면 그 해결방안도 더 정교해야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그냥 미국의 방식을 맹목적으로 카피하거나, 문제점들의 표면만 긁고 있다는 걸 요새 많이 느끼고 있다. 이런 1차원적인 사고가 실행으로 옮겨지면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반쪽자리 제품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런 제품들은 절대로 오래 살아남을 수가 없다. 고객이 아무리 멍청해도 몇 번 사용해보면 크게 도움이 되지 못 한다는걸 금방 알아채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모든 스타트업이 이런 후진 제품을 만드는건 아니다. 아주 뛰어난 회사들과 창업가들도 많고, 이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환경이 조성되려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아무리 복잡해도 그 문제를 여러개의 작고 덜 복잡한 문제들로 쪼개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면 가장 중요한게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질문’ 분야에 있어서는 한국은 전세계 꼴등이다. 그 누구도 “왜?” , “어떻게?” 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도 하지 않고, 하면 괜히 사람 귀찮게 한다고 뭐라고 하는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왜 우리는 질문을 하지 않을까?

학자들이 더 잘 알겠지만 한국의 교육, 학교 그리고 선생들의 문제가 크다고 본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우리의 교육은 사회의 모든 현상을 각자의 시각에서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누군가 만들어 놓은 해석을 암기하고 이와 다른 해석은 틀렸다고 생각하게 주입한다. 15년 이상 이런 방식으로 교육을 받다보면 당연히 질문을 할 수도 없고, 해도 안되는 그런 사고방식을 키우게 된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보이면 뭐가 틀렸는지 스스로 질문하면서 정확한 해결책을 찾기 보다는 기존에 내가 배우고 알던 범위 내에서 계속 그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고 그렇게 해서 찾은 해결책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제공할 수가 없다.

며칠 전에 우연히 EBS 수능 강의를 잠깐 봤다. 물리학이었고 오목/볼록 렌즈에 대한 강의였는데 정말로 까무라치게 놀랐던 건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 그러니까 23년 전 – 배웠던 수업 내용과 동일하는 점이었다. 뭐, 물리학이라는게 변하는 건 아니지만 2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자연의 현상을 주입식으로만 가르치는 걸 보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선생의 말도 거의 똑같았다. “자, 다른 건 다 필요없고 렌즈에 대해서는 이 그림만 외우면 끝!” 선생이 이렇게 마무리를 하는데…그림 하나만 외우면 끝이라는데…누가 질문을 할 것인가.

알파고 때문에 한국이 난리인데,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하사비스같은 인물이 한국에서 나오려면 어릴적부터 질문을 많이 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다행히 내가 일하는 스타트업 분야의 창업가들은 그나마 질문들을 좀 하는 편인데 앞으로 더욱 더 많은 질문들을 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더 잘 파악해 주면 좋겠다.

밸류에이션 역산하기

밸류에이션…스타트업 관련 일을 하고 있으면 투자자나 창업가나 자주 듣는 단어이고, 요새 유행하는 말에 빗대어서 표현해보면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는 중요한 용어이다. 그리고 어렵다. 투자자한테도 어렵고, 창업가한테도 매우 어렵다.

전에 내가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그냥 간단하게 포스팅 한 적도 있고, 동영상을 만든 적도 있는데 오늘은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밸류에이션에 접근해보려고 한다. 이런 접근 방법은 주로 본인의 회사의 기업가치에 대해서 전혀 감이 없고 – 참고로 내가 아는 모든 창업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밸류에이션이라는게 그만큼 애매하다 – 그리고 이제 막 초기 투자를 받은 후 Series A를 생각하고 있는 창업가들이 알고 있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벤처 생태계가 발전을 하면서 한국도 이제 어느정도 정형화 된 공식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올 해는 그냥 제품이 있고, 고객이 조금만 있으면 Series A 투자를 10억 – 20억씩 받고 싶어들 한다. 좋은 인력을 구하려면 돈을 많이 줘야하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와 서울이라는 도시가 절대로 물가가 싸지 않기 때문에, 과거 보다는 돈이 많이들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Series A 투자 이후의 지분구조는 창업팀과 시드투자자들이 80%, Series A 투자자들이 20%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분 희석이 조금 더 되더라도 가능하면 Series A 투자자들한테는 30% 이상을 주지 않는게 중요하다. 그래야지만 후속 투자자들한테도 큰 부담없이 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만약에 20억 정도의 시리즈 A 투자유치를 희망한다면, 그리고 이 20억이 회사의 20% 라고 가정을 하고 역산해보면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100억이 된다.

과연 이 시점에서 우리 회사의 가치가 100억이 될까? 창업가들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매우 냉정하게 해야하고, 그렇지 않다면 다시 한번 투자유치금액과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게 좋다. 이제 막 제품이 나왔고, 고객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하고, 매출이 조금 발생하는데 앞으로 50억원이라는 투자금액이 필요한 비즈니스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Series A 투자를 받으면서 회사 지분을 30%까지 희석할 각오가 되어 있어도, 50억원의 투자를 받으려면 현재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166억원이 되어야 한다. 이제 걸음마 단계의 제품을 만든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166억원으로 쳐줄 투자자들은 별로 없다. 그래서 이런 경우라면 회사 밸류에이션을 매우 보수적으로 잡고 (한 30억원 정도?), 이 밸류에이션과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지분 희석률을 (20% 정도?) 기반으로 투자유치금액을 역산 해보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면 6억원이라는 투자유치금액이 계산되는데, 원하는 금액보다는 적지만 훨씬 더 현실적이다. 이 정도 선에서 일단 타협하고, 이 돈으로 회사의 가치를 키우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파괴력의 힘

12274653_10153624771631001_8489399178902545199_n아주 오래전에 내가 disruption에 대해서 몇 번 쓴 적이 있다:
Disrupt to Create
The Disruptors

아마도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을 하면 가장 많이 듣고,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가 ‘disruption’이 아닐까 싶은데 최근에 만난 많은 회사들이 모두 기존 산업을 파괴하겠다는 말들을 많이 해서 다시 한 번 이 말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우리는 주로 아주 오랫동안 변화가 없던 분야를 근간부터 흔들어서 완전히 바꾸려는 시도를 하는 비즈니스들을 disruptor 라고들 한다. 우버, 에어비앤비나 넷플릭스 같은 회사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 ‘파괴자’ 들이다. 우버는 단순한 운송 회사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회사이다. 그렇지만,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택시는 한 대도 없다. 에어비앤비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업체이지만 자체적으로는 호텔 방 하나 소유하고 있지 않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관이지만, 극장 하나 소유하고 있지 않다. 생각해보면 좀 이상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말이 되고, 이들의 비즈니스는 더욱 더 잘 되고 있다.

최근에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는 분야가 있는데 – 여러가지 분야가 있지만 그 중 하나 – 바로 무인자동차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율주행자동차(self-driving cars)인데, 얼마전에 서울대학교 자율주행자동차 연구소에서 개발하고 연구하고 있는 자동차를 탈 기회가 있었다. 타기 전에는 기대 반, 두려움 반 이었지만 교내 주행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걸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현실화 되려면 더 많은 시간, 돈, 그리고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빨리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을거 같다는 것을. 그리고 자율주행자동차가 현실이 되는 그 순간 지금까지의 그 어떠한 disruption 보다 더 가공할만한 파괴력이 자동차 산업은 물론이고 타 산업을 흔들어 놓을 것이라는 걸.

나 보다는 이 분야를 연구하시는 분들이 훨씬 더 잘 아실테지만, 자율주행자동차가 현실화 되면 일단 자동차 산업이 완전히 바뀐다. 지금까지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이 주축을 이루었다면 앞으로는 더 좋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자동차 산업을 이끌 것이다. 이미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앞으로는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채용하기 위해서 자동차 회사들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자동차 원자재 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자율주행이 실현되면 이론적으로는 자동차 사고가 날 수가 없다. 자동차끼리 서로 통신하면서 주행간격을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으며, 빅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왠만한 사고 또한 예측 및 예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도가 낮은 가벼운 소재를 사용할 수 있고, 사고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앞/뒤 범퍼는 어쩌면 아예 없어질지도 모른다. 사고가 나지 않는데 범퍼가 왜 필요할까?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부품의 수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고 이로 인해서 자동차 가격 또한 대폭 인하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자동차 보험이 불필요해진다. 즉, 보험 산업의 판도도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자율주행이 현실화되면 다른 산업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일단, 운전 관련된 직종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택시기사, 대리기사, 버스기사 등과 같이 누군가를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운송해야 하는 분들은 솔직히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차와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주차장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보면, 조금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진다. 차를 사람이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다면, 굳이 자동차를 ‘소유’의 개념으로 보지 않고 ‘공유’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그냥 길거리에 나가면 자동차들이 자율적으로 주행하고 있고, 그 중 빈 차에 타기만 하면 될텐데 굳이 차를 소유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차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차를 소유하고 직접 운전도 할 것이지만 이런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싶다. 또한, 차를 공유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주차장이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공용주차장도 줄어들 것이고, 아파트 단지 내에는 주차공간이 필요 없기 때문에 대신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복지시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건축/건설/부동산 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차를 타도 운전에 집중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in-car entertainment 시장이 완전히 열릴거라고 생각한다. 이미 차 안에서 음악을 듣거나,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지만 앞으로의 in-car entertainment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지 않을까 싶다. 대부분의 차 안에는 car office가 만들어져서 이동 중에도 생산성이 매우 높은 일들을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모든 상상과 파괴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현실화 되어야 한다. 업계 분들과 이야기를 하면 이 시점이 상당히 애매하게 갈리기 때문에 잘 모르겠는데 혹시 전문가분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좋은 의견과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生生MBA리포트] 여성 비즈니스 리더와 MBA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씨는 와튼스쿨(Wharton School) 졸업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고, 할 수도 없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시총 175조원에 달하는 펩시의 CEO인 인드라 누이(Indra Nooyi), 처음으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GM 사의 CEO로 임명된 메리 바라(Mary Barra), 그리고 Lean In 이라는 책으로 전세계 커리어우먼들에게 반향을 불러 일으킨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의 공통점은? 세계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유명한 비즈니스 리더들이라는 점 뿐만 아니라, 이들 모두 MBA 소지자라는 점입니다. 인드라 누이는 예일, 메리 바라는 스탠포드, 그리고 셰릴 샌드버그는 하버드 MBA 출신입니다.

Fortune이 발표한 “Most Powerful Women in Business” 리스트를 보면 50명 중 22명이 MBA 학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려 44%에 달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세 명 이외에도, IBM의 CEO/Chairman/President인 Ginni Rometty(켈로그 MBA), 록히드 마틴의 CEO/Chairman/President인 Marilyn Hewson(컬럼비아 MBA), DuPont사의 CEO/Chairman인 Ellen Kullman(켈로그 MBA), Fidelity Investment의 CEO/President인 Abigail Johnson(하버드 MBA), HP의CEO/Chairman/President인 Meg Whitman(하버드 MBA, 10년간 eBay CEO), 그리고 Mondelez의 CEO/Chairman인 Irene Rosenfeld(코넬 존슨 MBA; 몇년 전까지 Kraft사의 CEO였습니다)까지 파이낸스, 식품, 테크놀로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MBA 출신의 여성 리더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물론 Abigail Johnson과 같은 금수저(Fidelity Investment는 그녀의 가족이 세운 회사입니다)가 없지는 않지만, 이 리스트에 있는 여성 리더들은 본인의 피나는 노력으로 이러한 성공을 거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펩시의 수장인 인드라 누이의 경우 인도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마쳤지만 당시 막 문을 연 예일대 MBA에 진학하기 위해 보수적인 가족의 반대를 뚫고 미국으로 건너와 경제난 속에서 간신히 학업을 마쳤습니다. 구직 인터뷰 때 정장 한 벌 살 돈 조차 없어서 사리(인도 전통 의상)를 입고 인터뷰(그러고도 BCG에 들어갔습니다)를 해야 했던, 그녀는 올해 동문으로서 사상 최고 금액을 예일대에 기부한 기록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우먼 자리에 이름을 올린 메리 바라의 아버지는 GM 공장에서 39년간 금형을 만드는 노동자였고, 그녀 또한 18세때부터 GM 공장 조립대에서 인턴 일을 시작했습니다.

MBA 그 자체가 인물들의 성공에 과연 얼마만큼의 기여를 했는지의 여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인도에서 갓 건너온 인드라 누이가 BCG 컨설팅에 채용되고, 모토로라를 거쳐 펩시로 들어온 지 7년 만인 만 46세의 나이에 CFO 자리를 거머쥔 데에 MBA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메리 바라의 커리어는 회사의 MBA 스폰서 기회를 잡고 스탠포드에서 공부하게 되면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학생이 그녀의 커리어에 있어서 중요한 순간에 대해 물었을 때, 그녀는 MBA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 경험이 그녀의 가치관을 넓혀주고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프레임웍을 열어줬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MBA 학위가 물론 성공을 담보하지는 못합니다. 혹은 MBA가 커리어우먼으로서 겪게 되는 일과 가정의 양립, 육아의 고충과 같은 문제들에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성공하고 싶은 열망이 있는 여자라면 분명 고려해 볼 만한 학위가 바로 MBA 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보통 미국의 가장 좋은 MBA 프로그램에서 여성의 비율은 대부분 30%(가끔 20% 후반)에서 40% 초반 정도입니다. 와튼, 하버드, 스탠포드의 여성 비율이 각각 40%, 41%, 42% 이고, top 10 학교들은 대개 30%, 그리고 가끔 20% 후반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 비율은 미국 학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양성에 대한 학교의 태도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이기에, 학교들은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역대 최고의 여성 비율을 갱신하면 그것 자체가 광고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남성 지원자들에게는 MBA가 여전히 인기가 많은데 비해, 최근 미국에서는 MBA에 지원하는 뛰어난 여성들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이유가 지목되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할 때 MBA의 비용은 커지고 졸업 이후의 불확실성이 커져서, 안정지향성을 가진 여성들이 점차 관심을 줄이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한, MBA를 졸업하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되는데, 이때가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의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치열한 과정을 거쳐 MBA 에 입학하고, 20만불 가까이 들여서 졸업을 했는데, 졸업할 때가 되니 전세계를 누비는 알파걸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일과 가정의 양립’ , ‘육아 부담’과 같은 것들을 고려해서 직장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 고민스러운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MBA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경쟁률이 낮아진 지금이 최적의 기회임은 분명합니다. 한국 지원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한국인 지원자들을 볼 때 남성에 비해 여성 지원자가 훨씬 적은데, 그것은 전체 비율인 6:4 혹은 7:3의 비율보다 더 적은 8:2나 9:1 정도로 추정됩니다(해마다 달라지기는 하지만). 따라서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간의 경쟁이 덜 치열합니다. 역시 해마다 달라지기는 하지만, 와튼과 컬럼비아 같은 몇몇 학교들이 한국인 여성 합격자의 비율을 50% 혹은 그 이상으로 크게 끌어올린 적도 있습니다.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변화 또한 여성 지원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하는 일보다 보다 더 크고 중요한 일을 하고 싶고, 보다 빠른 시간에 넓은 세계를 접하고 싶은 여성이라면 MBA를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 제 경험과 관찰로 볼 때 MBA를 졸업하고 나서 자신의 커리어를 흔들림없이 뚝심있게 갈 수 있는 여성은 가장 똑똑한 여성도, 부자인 여성도 아닙니다 – 자기 커리어에 대한 흔들림 없는 강력한 열정이 있는지의 여부가 그것을 좌우합니다. 야근이나 육아, 가족과의 갈등으로 인한 회오리 바람이 불 때, 자기가 쌓아온 커리어를 꺾을지의 여부가 아니라, 유연하게 두 가지를 함께 해 나갈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고민하는 사람이 끝까지 남아 열매를 맺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MBA 가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선택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