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지분 할당

회사들과 미팅할 때 우리가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공동창업가나 직원들에 대한 지분/스톡옵션 할당량이다. 비즈니스의 대부분 이슈와 비슷하게, 이 또한 정답이 없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 특히 미국에서 – 다음과 같은 지분/스톡옵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고, 우리도 이 가이드와 비슷하게 창업가들에게 조언한다:

1/ C-level의 임원: 0.5%~3%
2/ 부사장급: 0.5%~2%
3/ 이사급: 0.2%~1%
4/ 매니저급: 0.1%~0.5%
5/ 일반 직원: 0.05%~0.2%
*ChatGPT에도 물어봤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보단, 그냥 “그때그때 회사의 상황과 전략에 따라서 결정해야 한다.”라는 조언을 받았다.

이 숫자들을 말해주면,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너무 낮은 게 아니냐면서 놀라고, 이 지분을 제안받는 분들 또한 너무 낮다고 불평한다. 아마도 대기업에서의 직장 경험이 있거나, 다른 큰 스타트업에서 팀장급 이상의 경험을 했던 분들은 작은 스타트업에 오면서 연봉은 희생하지만, 회사 지분을 많이 받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고, 개인마다 이 지분의 양은 다르겠지만, 어떤 분은 15%까지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내가 전에 관련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지분율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지분의 현재의 가치와 미래의 가치가 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코파운더가 아니고 나중에 조인하는 임원이나 직원은 너무 과한 지분을 기대하면 입사 협상 과정에서 마찰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

스타트업의 지분은 정말 소중하다. 그래서 우리도 투자사 대표님들에게 이 소중한 지분을 아껴야 한다고 조언하고, 지분을 주거나 스톡옵션을 부여할 땐, 수량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한다. 일단 공동창업가가 아니라면, 무조건 최소로 조언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을 잘하면, 이 분들에겐 그때 더 주면 된다. 그런데 너무 많이 줬다가 일을 못 하면, 나중에 다시 뺏는 건 정말 힘들다. 그래서 무조건 처음엔 적게 주고, 여러 가지 장치와 조건을 기반으로 나중에 오히려 더 많이 주는 게 좋다. 외부에서 새로운 대표이사를 영입하든, 임원을 채용하든, 일반 직원을 채용하든, 이건 공통으로 적용된다.

참고로, 공동창업가는 처음부터 리스크를 같이 지고 창업하는 사람들이다. 실제 창업은 대표이사가 혼자 했는데, 이전 회사에서 받을 상여금 다 받고, 옵션 다 행사하고, 모든 리스크를 de-risk하고 한참 후에 조인하는 사람은 진정한 공동창업가라고 할 수 없다. 이런 분도 일반 직원의 수준으로 지분을 받아야 하고, 동일하게 시간이 지나면서 일을 잘하면 더 주면 된다.

시간, 모든 스타트업의 가장 큰 고객

프라이머 21기 회사 중 폴러리라는 팟캐스트 스타트업이 있다. 내가 담당하는 회사라서 이 회사의 대표님과 몇 달 동안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오디오 콘텐츠와 팟캐스트 시장과 사업에 대한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고, 나도 이 산업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폴러리와 이야기하면서 콘텐츠 시장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었고,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은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 세계 모든 인간에겐 하루 24시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24시간을 줄일 수도 없고, 늘릴 수도 없고, 누구에게나 주어진 24시간은 공평하다.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약 8시간이 남는데, 이 8시간을 선점하기 위해서 모든 B2C 제품과 서비스들이 매일 전쟁과 같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 시간에 나는 책을 읽을 수도 있고, 팟캐스트를 들을 수도 있고, 넷플릭스를 시청할 수도 있고,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이 외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확실한 건,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물리적으로 이 8시간이 늘어나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이 시간 동안 즐길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매일 매일 새로운 제품과 앱들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들은 모두 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시간을 조금 더 뺏어와서 그들의 제품을 사용하게 하고 돈을 쓰게 만들까 고민하고 있다. 이 고민을 하는 게 스타트업 사람들의 full-time job이다.

이런 시각에서 시장을 보면,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만 사용하는 앱들은 엄청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수천 개 ~ 수만 개의 선택지가 있는데, 한정된 시간에 이 앱들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사용한다는 건, 정말 스타트업의 인간승리다. 유튜브, 페이스북, 틱톡,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쿠팡, 당근마켓 등과 같이 거의 매일 사용하는 앱은 신의 경지에 오른 제품들이다. 잠자고 일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매일 이런 제품을 사용하게 만드는 제품의 강제성, 완벽성, 그리고 중독성은 위대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요새 개인적으로 사람들의 물리적인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기술, 몸을 손상하지 않고 잠을 줄일 수 있는 기술 또는 뇌를 더욱더 활성화할 수 있는 기술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시간이야말로 모든 스타트업이 확보해야 하는 가장 큰 고객인데, 이런 다양한 기술과 제품을 이용해서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으면, 새로운 기회들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사회적 동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우린 너무나 많이 한다. 사전적인 의미는 사람/인간은 개인으로는 존재하고 있어도 혼자 살 수 없으며, 공동 사회를 형성하여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어울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우리는 혼자 이 세상에 오고, 갈 때도 혼자 가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연을 만들고, 다른 사람과 끊임없는 관계를 통한 상호교류를 해야지만 인간답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회적 동물의 정의를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교류하면서 살아야 하므로 스스로 행동하기보단,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고 생각하냐에 따라서 본인의 생각과 행동이 결정된다고 볼 수도 있다. 즉, 내가 나를 정의하지 않고, 남이 나를 정의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특히, 한국은 이 정의가 점점 더 적합해지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고 나는 요새 느끼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보단, 내가 이걸 하면 남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 먼저 고민하고, 내가 나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하기보단, 남이 나를 판단하게 놔두는 분위기가 이미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가끔은 그냥 반사회적 동물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고, 남이 나를 정의하게 하지 않고, 내가 나를 정의하고,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내 삶을 살고 싶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투자하는 창업가들이 이런 반사회적 인간들일 수도 있을 것 같고, 이런 맥락에서는 반사회적 인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생존을 위한 자해

비즈니스에서 자주 사용하는 영어 중 ‘cannibalization’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적인 의미는 “비슷한 신상품 도입으로 자사품의 매출 감소를 가져오다.” 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비즈니스적으로 이 영어를 가장 잘 설명하는 한국 단어는 ‘자해’라고 생각한다. 생존을 위해서 스스로를 해쳐야 한다는 점에서 자해와 의미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그 분야에서 아주 오랫동안 1등을 하던 기존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그냥 무시하고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너무 오랜 기간 동안 – 어떤 경우에는 수백년 – 그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의 자리를 유지했기 때문에 본인들이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과 자만감이 합쳐진 자세이다. 두 번째는 “조금만 더 기다려 봅시다.”의 자세를 취하면서 이 기술이 반짝하다가 끝날 건지, 아니면 진짜 메인스트림 시장으로 진입할 정도로 의미가 있는 건지 두고 보는 것이다. 당장 구체적인 행동을 하진 않지만, 필요하면 뭔가 할 수 있게 준비하는 자세이다. 세 번째는, 그리고 이건 가장 드문데, 뭔가 바로 행동을 하는 경우이다. 지금 잘하는 사업이 있기 때문에, 당장 회사의 방향을 바꿀 순 없지만, 구체적으로 이 새로운 기술을 수용할 준비를 하면서 관련된 조직을 만들고, 사람을 채용하는, 소위 말하는 TF(Task Force)팀을 구성한다.

이 세 가지 부류의 회사 중,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를 타고 등장해서 주목받으면서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의 공격을 받아도 계속 성공하거나, 아니면 최소의 타격을 받으면서 기존 1등 자리를 유지하는 곳은 어디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새로운 트렌드를 무시하는 회사는 아마도 곧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에 사라지지 않더라고,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를 매번 이렇게 무시한다면 회사의 장기적인 생존은 보장되지 않는다. 계속 “기다려 봅시다”라는 생각을 하는 회사도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항상 기다리다가 기회를 놓친다.

그럼 서둘러서 준비하고 TF팀을 만드는 세 번째 부류의 회사가 그나마 제일 잘할 것 같은데, 이런 회사도 내 경험에 의하면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데 실패하는 걸 많이 봤다. 현재 잘되고 있는 비즈니스에서 그 어떤 자원이라도 다른 곳으로 재배치 하는 건, 스스로를 자해하는 것이기 때문이고, 이런 방식의 접근은 주로 신사업과 신기술에 대비해서 구색만 갖추는 것이기 때문에 이 TF팀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예를 들면, 대형 육류 회사에서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고기를 잘 팔고 있지만, 대체육류/단백질 시장 또한 무시할 수 없으니 육류 회사 내부에 대체육류 팀을 만드는 경우이다. 힘들게 팀원들을 내, 외부에서 모집해서 신사업 팀을 만들긴 하지만, 현재 너무 잘되고 있는 본인들의 비즈니스를 cannibalize 할 순 없기 때문에, 주로 구색만 갖추고 실제로 신사업은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엔 이 신사업 팀원들이 하는 게 없어서 스스로 팀을 떠나는 현상을 자주 목격할 수도 있다.

결국엔, 대기업이 기존 사업의 틀을 깨고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적극 수용하려면, 고통스럽겠지만, 스스로 자해를 해야 한다. DVD 사업이 잘되고 있을 때, 이 사업을 스스로 없애고 스트리밍으로 전환한 넷플릭스가 이런 자해를 성공적으로 한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이 이걸 못 하기 때문에 항상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으로 빨리 결정하고 움직이는 스타트업에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Z세대, 음식, 그리고 건강

소비자 트렌드에 대한 좋은 시장 조사, 그리고 이를 통해 통찰력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The New Consumer에서 2023년도 음식과 웰니스에 대한 리포트 ‘The New Consumer Food & Wellness Special 2023’를 얼마 전에 발행했다. 특히, 이번 리포트가 더 재미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나이대의 청중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고, 이 결과를 보강하기 위해서 Instacart의 온라인 구매 데이터와 비교 분석했는데, 흥미로운 발견들이 꽤 많았다.

이 분야에서 일하거나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리포트를 완독하면 되는데,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MZ 세대가 음식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1/ 건강이 최고의 자산이며, 좋은 음식이 건강을 위해서 가장 중요하다
2/ 온라인으로 식음료를 구매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3/ 젊을수록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새로운 음식과 식당을 발견한다
4/ 경기가 나빠도 미국인들은 먹고 마시는 데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하고 있다

실은 내가 제일 흥미롭게 봤던 부분은 3번째 포인트인데, 이 차트가 특별히 흥미로웠다. 새로운 음식이나 음료에 대한 레시피를 주로 어디서 발견하냐에 대한 답변인데 MZ 세대 대부분은 유튜브나 틱톡인데, 나 같은 X 세대는 친구나 요리책을 통해서 찾는다고 답변한 걸 보니까 그냥 웃음이 나왔다.

MZ finds recipes on YT and Tiktok

Gen. Z and Millennials discover recipes differently: On YouTube and TikTok

그리고 이 차트도 매우 흥미로웠는데, 틱톡에서 음식 관련 영상이 바이럴을 타면, 실제로 이 제품이 온라인에서 굉장히 많이 팔린다는 걸 보여주는 그래프다. ‘Baked Feta Pasta’ 관련 틱톡 영상이 바이럴을 타자, 곧바로 인스타카트에서 이 요리의 재료들이 많이 팔린걸 볼 수 있다.

Baked Feta Pasta

A viral TikTok food video can drive a real shift in online grocery orders

많은 젊은 세대가 모든 걸 유튜브나 틱톡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해결하는 건 나도 알고 있었지만, 이 보고서를 통해서 이런 현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직접 확인하니까 더욱더 흥미로웠다.

그런데, 자세히 생각해보면, 음식과 웰빙/웰니스를 바라보는 태도는 솔직히 우리 X 세대나 MZ 세대나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위 4가지 항목 중 3번을 빼곤, 나머지는 나도 100% 같은 입장이고, 어떤 분야에서는 내가 오히려 Z 세대들보다 더 건강과 웰빙에 민감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요새 젊은 친구들이 다르긴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은 비슷하고, 그냥 시대의 흐름에 대한 각 개인의 민감도에 따라서 이런 생각과 관점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