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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에세이 컨설팅 서비스 – [MBA의 길]

왠만하면 이 블로그에 홍보성 포스팅은 안하는데 (아마 한번도 안한거 같다) ‘Life At Wharton’이라는 이름으로 워튼 스쿨에서의 MBA 생활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한 블로그인지라 아직도 내 블로그를 찾는 많은 분들이 MBA에 관심이 많거나, MBA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분들한테 도움이 될만한 MBA 컨설팅 서비스를 소개한다.

나랑 2007년도에 같이 입학한 워튼 스쿨 동기 박은정씨가 운영하고 있는 ‘MBA의 길’이라는 MBA 컨설팅 서비스이다 (full service이지만 에세이 전문). MBA 준비를 해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이와 같은 MBA 컨설팅을 제공하는 업체와 프리랜서들은 한국에도 엄청나게 많다. 나는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보지는 않았지만, 주위 사람들한테 듣기로는 절반 이상이 실력없는 사기꾼들이다. 박은정씨가 제공하는 컨설팅 서비스의 강점은 다음과 같다:

-워튼 MBA: 더 이상의 말이 필요하겠는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경영대학원을 실력으로 당당하게 입학해서 졸업했으니 MBA 지원과정과 MBA 어드미션 담당자들이 원하는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많은 MBA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은 top MBA 출신이 아닐 뿐더러 어떤 사람들은 MBA 학위 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서비스들은 조심해야 한다.
-영어 실력: 박은정씨는 어릴적 영국에서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들어서 영어를 배우거나,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상태에서 MBA를 졸업한 사람들과 그 실력 자체가 다르다.
-여자 MBA 컨설턴트: 우리말로 에세이를 쓰는것도 힘든데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쓰는건 훨씬 더 어렵다. 에세이를 작성할때 가장 중요한 점은 나라는 사람을 남들과 차별화하되,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솔하게 표현하는것인데 이렇게 하려면 섬세한 부분들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이런 면에서 봤을때는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훨씬 더 유리하다.
-Full dedication: 책임감이 매우 강하다. 참고로 박은정씨는 출산하고 병원에서 집으로 오자마자 고객들 에세이 작업을 했다. “저는 소문이나 부차적인 요소보다는 그 사람 본인의 열정과 개인적 고민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정직하게 열정적으로 에세이를 쓰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만나는 횟수나 투자하는 시간 같은데 제한을 전혀 두지 않고 dedicated 되어 일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사이트를 확인해보고, 필요하면 연락하도록:
MBA의 길 네이버 카페
MBA의 길 Facebook Page

박은정씨 경력:
-‘MBA의 길’ 대표
-HSBC 뉴욕 사무소 인턴
-삼일 회계 법인
-한국공인회계사
-Wharton School MBA
-연세대학교 학사
-“재학생이 직접 쓴 미국 Top MBA 가는 길” 공저

변칙적 사고 (Thinking Outside the Box)

2011년도에 내가 가장 많이, 그리고 유용하게 사용했던 소프트웨어를 꼽자면 첫째는 두말할 거 없이 Outlook이고 둘째는 Dropbox이다. Dropbox는 아마도 IT 뿐만 아니라 생산성과 효율성이 중시되는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라면 다들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일 것이다. Dropbox를 처음 접했을때 나는 수년 동안 느끼지 못했던 놀라움과 반가움을 다시 경험했다. 마치 어렸을때 처음 피자 (그 당시에는 ‘피자파이’라고 했다)를 먹었을때의 그 느낌과도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니!”) 같았다고나 할까?
“아, 이런게 좋은 서비스가 있다니!” – 분명히 다른 분들도 이와 비슷했을거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Dropbox의 그 아이디어는 아주 새로운거는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기기에 상관없이 클라우드에 있는 내 정보를 필요 할때마다 데이터나 시간의 손실없이 꺼내서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다양한 툴과 소프트웨어들이 이미 시중에 있다. 하지만 왠지 모두 2-3% 정도 부족했고 우리는 Drew Houston과 Arash Ferdowsi라는 젊은 천재 창업가들 덕분에 Dropbox라는 좋은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다 (실은 Dropbox에 대한 내 느낌은 Evernote를 최근 다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반복되었다).

요새 나는 한국의 스타트업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확실히 5년 전에 비해서는 모두가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거 같다. 기술, UI, UX, 아이디어, creativity 그리고 젊은 친구들의 열정; 이 모든게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원동력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항상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Dropbox와 같은 서비스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서비스들의 클론 서비스들, 게임, 앱들과 같이 대부분 consumer service에 초점을 둔 ‘재미있는’ 스타트업들이 대부분이고 Dropbox와 같이 우리 삶의 생산성을 높혀주는 진정한 business productivity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의 스타트업은 아직도 찾기가 힘들다. 또한, 내가 Dropbox를 처음 사용했을때 느꼈던 “아, 이렇게 좋은 서비스가 있다니!”라는 느낌을 지금까지 그 어떤 한국의 스타트업을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우리 나라 창업가들은 왜 Dropbox와 같이 유저의 경험을 깊고 풍부하게 향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지 못할까?

나는 학자가 아니라서 교육학적인 이론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역시 이에 대한 해답은 대한민국의 교육에서 찾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비단 학교에서만의 교육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한 두번 정도는 경험했을 법한 운동 강습/교육에서도 찾을 수 있을거 같다. 솔직히 나는 공부를 썩 잘하지는 못했지만, 운동이라면 종목을 막론하고 왠만한 운동 선수 만큼 하기 때문에 여기서 한가지 예를 들어본다.
한국, 미국, 유럽에서 내가 오랫동안 받은 테니스 레슨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에서 테니스를 배워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나랑 동의할텐데, 시작하고 첫 2개월 동안은 – 길면 3개월 – 딱 한가지만 배운다. 바로 포핸드이다. 한시간 내내 코치들은 볼을 던져주고, 배우는 사람은 한쪽으로 계속 포핸드만 연습한다. 2개월 간의 포핸드 연습이 끝나면, 이제는 다시 2개월 간의 백핸드로 들어간다. 그리고 2개월 간의 발리와 서브 등등. 이렇게 해서 거의 반년 동안의 소위 말하는 ‘폼의 기본기’가 끝나면 그때부터 실전 게임을 칠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테니스 강습 받는 동안 코치들이 가장 강조하는건 바로 ‘폼’이다. 배우는 학생의 체구가 뚱뚱하던 마르던, 키가 크던 작던 이들이 가르키는 폼은 무조건 똑같다. 백핸드의 경우 한손 및 양손 백핸드가 있는데, 일단 정석은 한손이기 때문에 무조건 한손으로 백핸드를 가르킨다.
미국이나 유럽은 많이 다르다. 테니스 수업 첫날부터 포핸드, 백핸드, 발리, 서브 모든걸 한번씩은 다 배운다. 그들은 테니스 배울때 focus를 각 움직임의 ‘폼’이 아닌, 실전 게임을 하기 위한 total training에 둔다. 내가 처음 테니스를 배웠던 스페인 선생인 Julian은 나한테 버릇처럼 “폼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거는 자기한테 맞는 폼을 찾는거다. 나는 너한테 아주 기본적인 폼을 가르쳐 주지만, 그걸 응용해서 너 체형과 스타일에 맞는 테니스를 개발하고 발달하는건 너가 스스로 연구해야한다.”라는 말을 했다.

위 사례는 그냥 읽고 지나치면 별게 아니다. 그냥 한국과 외국은 조금 다르게 테니스를 가르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생각해본다면 (내가 한거같이) 단순한 운동을 가르키는 방식에도 한국과 외국은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을 가지고 접근한다는걸 알 수 있다. 한국에서 테니스를 가르치는 방식은 한국식 공부와 같은 주입식 방법이다. 선생은 자신이 20녀 전에 배웠던 교과서적인 테니스를 그대로 학생한테 전달 하고있다. 20년 동안 테니스라는 운동은 운동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상당히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지만, 선생은 진화하는게 두렵고 귀찮아서 그냥 자기가 배웠던 지식을 그대로 ‘채널링’한다. 학생이 질문을 해도 그냥 무조건 교과서에 나오는데로만 가르쳐 준다. 교과서에는 폼이 중요하다고 나왔으니까.
만약에 테니스가 뜨개질 같이 혼자하는 거라면 상관없지만, 테니스는 ‘상대방’이라는 무서운 존재랑 같이 해야하는 운동이다. 그리고 그를 무너뜨려야지만 자기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게임이다. 바로 여기서 한국에서 테니스를 배운 사람과 미국에서 테니스를 배운 사람의 차이가 난다. 한국에서 배운 사람은 아주 완벽하고 이쁜 폼을 가지고 있을지는 몰라도 상대방이 조금만 어렵거나, 스핀이 많이 걸리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교과서에서 보지 못한 구질의 공을 치면 당황한다. 그리고 miss 한다. 미국에서 배운 사람은 상황에 맞춰서 스스로의 스타일과 폼을 능동적으로 변형한다. 그리고 이긴다.
나는 단순한 테니스 경기에서도 이런 응용력과 창의력을 여러번 경험한 적이 있다.

언어를 배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초/중/고/대학교를 나왔다면, 우리는 거의 15년 이상 영어를 배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을 만나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 물론, 요새는 많이 달라졌지만 일반적으로는 마찬가지다 – 머리속에서 “I 다음에 have인가 has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들어보자면, 나는 유럽 스페인에서 중학교를 다닐때 2년 동안 불어를 배운적이 있다. 한국에서의 영어교육같이 빡센 수업이 아니라 일주일에 2시간짜리 수업이었다. 하지만, 그 2년 불어 수업 후 나는 프랑스 사람들과 매우 유창하지는 않지만 왠만한 대화는 할 수가 있었다. 물론, 문법적으로는 틀린 부분이 많았지만 언어의 가장 중요한 communication 기능을 수행하는데 있어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불어 또한 테니스와 같다. 한국 학생들이 혼자서 영문법을 공부하거나, 영어 문장을 여러번 외우는데 있어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말이라는건 혼자 하는게 아니다. 상대방이 말을 하면 그에 맞는 답변을 하면서 계속 이어나아가는게 대화인데,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거다. 문법을 통한 ‘틀린 기본기’를 탄탄하게 하기 보다는 외부의 변화에 적절하게 반응해서 자신만의 응용력과 창의력을 구사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을 현재 운영하고 계신 분들이나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거는 도통 ‘정답’이란게 전혀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경영학 교과서에서 배운 이론들, 창업론에서 배운 여러가지 전략과 케이스들 모두 다 부질없는 것들이다. 같은 industry의 스타트업들이라도 운영하는 사람들이 매일 경험하는 일들은 그때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그럴때마다 우리는 스스로를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자신의 창의력을 응용해서 난관을 극복해 나아가야 한다. 이런 능력은 물론 타고난부분도 있어야겠지만, 수 십년 동안 받은 교육이 어느정도 발판이 되어줘야 한다고 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교육은 아직도 개성과 창의성을 극대화 해주기는 커녕 모든 사람이 같은 방법으로 생각하게 만드는데 focus를 두는 거 같다. 이런 교육의 결과는 한국전쟁 이후 우리의 급격한 발전을 가능케 했지만, 요새 같이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빠르게 변화하고 대처할 수 있는 사고 방식 즉, 틀에 박히지 않은 변칙적 사고 (Thinking Outside the Box) 능력의 부재를 가져왔다. 최소한 한국, 미국, 유럽에서 교육을 받은 내 경험에 의하면 그렇다.

자, 다시 처음에 언급했던 Dropbox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 삶의 근본적인 productivity를 향상시킬 수 있는 Dropbox와 같은 ‘깊이’있는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생기려면 이런 창조적 사고가 필요하다. ‘문제가 A이면, 그걸 푸는 방식은 무조건 a이다’ 라는 사고 방식이 아닌, ‘다른 사람은 a방식이라고 하지만 b나 c라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그런 사고 말이다. 그러려면 근본적으로 우리의 교육이 바뀌어야할거 같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교육은 교육 curriculum, 선생, 학교, 학생, 학부모, 사회제도, 정부, 민간 모두를 포함한다.

성공적으로 실패하기 1

“실패” – 우리는 모두 이 단어를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나를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실패보다는 성공하기를 원할 것이다. 실패란 단어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고, 그 어감 자체도 너무 싫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실패란 단어를 보면 절로 표정이 안 좋아진다. 하지만,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한두번의 실패를 경험한다. 어디 한두번만 실패하겠는가? 나는 지금까지 크고 작은 실수와 실패를 수십번 했고, 오늘도 몇가지 작은 실수들을 저질렀다.
교육학의 가장 기본적인 사상 중 하나가 바로 학생들은 실수를 하면서 가장 많은 걸 배운다는 매우 아이러니컬한 이론이다. 앞뒤가 잘 안맞지만, 잘 생각해보면 실패를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은 실패를 통해서 가장 많은것을 배운다는걸 잘 알고 있을것이다. 이 유쾌하지 않은 “실패 -> 배움 -> 성공” 프로세스에는 지름길이 없다. 배우려면 누구나 다 실패를 경험해야한다.

이 포스팅의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누구나 다 실패를 하지만, 그 실패의 경험과 결과는 누구에게나 다 동일하지는 않다. 어떤 이들은 실패를 훌륭하게 성공으로 승화시키지만 또 어떤 이들은 (많은 이들은) 계속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차이는 무엇일까? 왜 어떤 사람들은 실패를 통해서 배우고, 어떤 이들은 아무것도 얻는게 없을까?
현대 연구에 의하면, 실수를 할때마다 사람의 뇌에서는 2가지의 다른 반응이 일어난다고 한다. 첫번째 반응은 ERN (Error-Related Negativity)이라는 신호의 생성인데 실수를 한 후 50 밀리초 후에 무의식적으로 이 신호가 생성된다. 두번째 반응은 Pe (Error Positivity)라는 신호의 생성인데 실수를 한 후 100 ~ 500 밀리초 사이에 이 신호가 생성된다. Pe 신호는 우리가 실수에 신경을 기울이고, 그로 인한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해서 생각을 할때 생성된다.
연구에 의하면 ERN과 Pe가 다음과 같은 패턴으로 생성되면 실수로 부터 많은것을 배운다고 한다: 1)큰 폭의 ERN 신호 – 실수를 무의식중에 적극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 2)큰 변동없는 꾸준한 Pe 신호 – 지속적으로 실수의 결과에 대해서 신경을 쓴다는 의미

다음은 이러한 뇌의 반응을 교육학에 적용한 의미있는 실험들이다:

  • 스탠포드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Carol Dweck 박사는 인간을 ‘고정 마인드 (fixed mindset)’와 ‘성장 마인드 (growth mindset)’로 구분한다. 고정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은 이미 태어날때부터 어느정도 수준의 IQ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유전자적인 지능을 발달하는건 불가능하다”고 굳게 믿고있다. 이와 반대로 성장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무엇이던간에 더 좋게 만들고 향상할 수 있다고 믿고있다. 
  • Dweck 박사가 진행한 많은 실험에서 고정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실패는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믿는다. 반면에 성장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실패는 배움을 위해서 거쳐야만 하는 관문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더 개선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한다.

  • 미시간 주립 대학의 Jason Moser 박사는 위의 Dweck 박사의 연구결과들을 조금 더 깊게 실험해봤다. 그는 교육에 대한 믿음과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와의 상관관계를 자세히 연구해봤다. 그는 실험대상들이 알파벳의 배열순서를 찾아야하는 매우 지루하고 반복적인 인지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실험의 포인트는 바로 이 단순함/지루함이다. 실험대상들이 단순함을 못 이겨서 평소에는 하지 않는 실수를 하게 만드는게 실험의 목적이었다). 성장 마인드를 가진 대상들은 실수를 저지른 후에 훨씬 더 높고 일관성있는 Pe 신호를 생성하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그들의 정확도는 지속적으로 향상되었다. 하지만, 고정 마인드를 가진 대상들은 실수를 저지른 후에 낮고 불규칙적인 Pe 신호를 생성하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오히려 더 잦은 실수를 저질렀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실수로부터 배움을 얻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학생들이 높고 규칙적인 Pe 신호를 생성해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Dweck 박사는 이에 대한 여러가지 실험도 해봤는데, 교육자나 부모들의 아주 작은 노력들이 학생들의 긍정적인 마인드에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녀는 수백명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두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번째 그룹의 5학년 학생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너 참 머리가 좋구나. 너는 참 똑똑하구나.”라는 식의 칭찬을 했다. 이들은 본인들이 원래 똑똑하게 태어났으니 실수를 하는건 자신의 명예에 마이너스가 되고, 실수나 실패는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고정 마인드’를 발달하게 되었다.
두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너 참 열심히 하는구나. 노력하는건 좋은거야.”라는 식의 칭찬을 했다. 이들은 실수를 범해도 열심히 노력하면 격려와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성장 마인드’를 발달하게 되었으며, 실패에 대한 거부반응이 덜 생겼고, 오히려 실수와 실패로부터 배움을 얻어서 나중에 성공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런 결과는 시험에서도 똑같이 입증되었다. 머리가 참 좋다는 칭찬을 지속적으로 받은 학생들은 수개월 후에 시험 성적이 20% 정도 떨어졌고, 노력을 많이 한다는 칭찬을 지속적으로 받은 학생들은 수개월 후에 시험 성적이 30% 정도 향상되었다. 고정 마인드에 대한 성장 마인드의 승리인 셈이다.

자, 이 결론들을 잘 생각하면서 대한민국 버전의 실패에 대해서 한번 고민해 보자. 한국은 확실히 고정마인드에 사로잡혀 있다. 실패를 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되고, 마치 나병환자와 같이 사람들이 뒤에서 손가락질하면서 숙덕숙덕한다. 이러니 한번 실패한 사람들은 다시는 재기에 성공할 수가 없는것이다. 아니, 재기에 성공을 해도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다 떠나간 후이다. 타인들도 문제이지만, 본인 조차 어쩔수 없이 이런 고정마인드를 갖게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특히, 어렸을때부터 전교 1등하면서 서울대가서 천재소리만 듣고 자란 사람이라면.
얼마나 이런 고정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 ‘실패 기업인 재창업자금지원‘ 이라는 정책을 정부가 만들었을까. 대놓고 “실패한 기업인은 재창업할 생각마라”라는 말을 하는거와 다름없는건데 이 정책 정말 어이가 없다. (이런 분들이 아마 게임 셧다운 제도도 만들었겠지?)
우리도 빨리 실리콘밸리와 같이 실패를 우대하고 실패한 사람들이 성장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성장국가/성장사회가 될 수 있을면 좋겠다.

처음에 말했듯이 실패는 유쾌한게 아니다. 그 누구도 실패하는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패가 인생에서 겪어야 하는거라면, 겸손하게 실패를 받아들이되 반드시 배움을 얻도록 노력하자. Growth mindset (성공 마인드)을 발달시키자.

실패를 해도 성공적으로 실패하자

이 글과 연관이 있는 몇개의 과거 포스팅들:
한국이여 – 실패를 우대하자!
Life and Rejections
Trophy Kids

참고:
-The Wall Street Journal “The Art of Failing Successfully” by Jonah Lehrer 
-“생각버리기 연습 (1부)” by 인지심리 매니아

교육의 세계화 – The Global Brain Race

The Global Education Race
2010년 9월 18일 자 TechCrunch를 읽으면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TechCrunch는 주중에는 IT 산업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current issue 및 특정 회사들의 현재 동향, 신제품 발표 등등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지만 주말 섹션은 IT 를 포함한 교육이나 세계복지와 같은 조금 더 soft한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주 일요일 첫번째 기사는 내가 많이 존경하고 insightful한 글들로 항상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Vivek Wadhwa씨가 기고한 “The Global Education Race“라는 글인데 우연히도 이 글의 내용은 내가 몇일전부터 블로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료를 모으고 있던 내용과 아주 100% 동일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Kauffman Foundation의 선임 연구원 Ben Wildavsky의 저서 “The Great Brain Race: How Global Universities Are Reshaping the World”에 대한 내용인데 세계가 평평해지면서 한 국가의 백년대계이자 우리나라와 같이 있는거라곤 인적자원밖에 없는 국가한테 가장 중요한 교육이 어떻게 세계화되어 가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밑에 3가지 사례는 현재 교육 시장에 부는 세계화의 바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 미래가 촉망받는 싱가폴 출신의 젊은 학생이었던 Shih Choon Fong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아이비리그 학교인 Brown 대학에서 교편을 잡는다. 그는 그 이후에 모국인 싱가폴로 돌아와서 국립 싱가폴 대학교에서 교수직을 하다가 사우디 아라비아의 King Abdullah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Kaust)의 첫번째 총장이 된다.
  • NYU 대학의 열정적인 총장 John Sexton은 그가 평생 꿈꿔오던 비전인 “global network university”를 실현하기 위하여 NYU 인문대학 분교를 Abu Dhabi에 설립한다.
  • 남아프리카공아국 출신의 한 아프리카 여성이 모국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후 영국 University of Warwick에서 화학 박사 과정을 시작하러 유학길에 오른다. 그녀는 이미 모국을 떠나서 해외 유학길에 오른 3백만명의 다른 유학생들과 경쟁의 반열에 오른다.

비즈니스에서 “세계화”라는 말은 이제 하도 닳고 닳도록 쓰여서 그런지 솔직히 요새 젊은 친구들한테는 그 어떠한 감흥도 주지 못한다. 김영삼 대통령인가 김대중 대통령때인가 “세계화”라는 말이 마치 유행어처럼 번지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만큼 우리도 발전하였고 세계화되었다는 의미인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세계화라는 현상이 비단 비즈니스뿐만이 아니라 교육을 – 특히, 대학과 대학원 교육 –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거 같다. OECD 연구 결과에 의하면 모국이 아닌 해외에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수치가 최근 10년 동안 57%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물리학자들 중 절반 이상이 타국을 활동 무대로 삼으면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간 학업협동은 1990년 이후 100%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특히, 서구의 대학교들이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 분교를 세우면서 이러한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었으며, 한국과 같이 수십년간 많은 학생들을 해외로 수출시킨 국가들은 이제는 이러한 인재들이 귀국하면서 서구 대학교들만 할 수 있었던 해외 분교설립을 직접 시작하고있다. 

미국의 위기
계속 이러한 속도로 교육의 세계화가 진행될 수 있다면 human talent의 world-wide flow를 아주 급격하게 가속시킬 것이며, 그동안 우리가 꿈도 꾸지 못하였던 새로운 기회가 세계 도처에서 생길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너무나 바람직하고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비즈니스나 금융의 세계화에 장점과 더불어 많은 단점이 동반되는것처럼 교육의 세계화 또한 논쟁의 소재가 되고 있다.
일단 한국과 같은 나라는 인재 유출을 우려한다. 해마다 수만명의 학생들이 더 좋은 교육환경과 삶을 찾아서 미국과 유럽으로 유학을 가는데 이런 고급 인력들이 우리나라를 떠난다는건 그만큼 우리의 경쟁력이 해외로 누수된다는 말이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의 걱정은 해외 유학생들 때문에 미국의 학생들이 설 땅이 없어지는건 아닐까라는 조금은 다른 차원의 고민이다. 또한, 이보다는 더 근본적인 걱정은 외국 대학교들의 파워가 더 세질수록 바로 미국 대학들의 세계 위상이 더 낮아지고 이로 인해서 미국의 국력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거 같다. 오바마 대통령도 선거 캠페인 중 이와 비슷 질문을 미국국민들에게 한 적이 있다: “중국과 일본과 같은 나라들이 공학 박사들을 미국보다 더 많이 배출하는 이 판국에 미국이 어떻게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며, 미국인들이 당연히 걱정해야한다. 아직까지는 미국이 전세계 유학생들을 가장 많이 유치하고 있지만, 2000년도에 25%였던 유학생 시장 점유율이 7년만인 2007년도에는 19%로 떨어졌다. 또한, 전통적으로 미국으로 학생들을 보내던 중국과 일본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이제는 그 반대로 해외 학생들을 자국의 대학으로 끌어오고 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머리좋은 학생들을 미국 대학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아시아 국가들은 – 특히, 중국과 싱가폴 – 서구의 선진 교육을 받은 교수들을 매력적인 조건에 채용하고 있으며 낙후된 대학 시설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국가 예산을 대학교 보수공사 및 신규 기관 설립에 쏟아붇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공과 대학의 반열에 끼기 위해서 수조원의 예산을 몇몇 소수의 공과 대학교에 배정하였으며, 사우디 아라비아는 Abdullah 왕으로부터 13조원의 기부를 받아서 사우디의 카이스트인 Kaust를 세웠다. 참고로 Kaust는 이 13조원 한방으로 전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기부금을 받은 대학이 되었다고 한다. 다덜 이렇게 미친듯이 대학과 교육에 돈을 투자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고등 교육의 향상이 국가 혁신과 국력 신장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는 논쟁
교육의 세계화로 인하여 발생하게 되는 국가간의 치열한 경쟁과 교류를 저자 Wildavsky씨는 “Free Trade in Minds”라고 책에서 정의한다. 하지만, 한미 FTA를 대환영하는 국민이 있는가하면 결사반대하는 분들이 있듯이, 국가간의 “자유지식교류” 또한 그 찬반과 논쟁은 끊이질 않는거 같다.
인도의 경우 외국 대학은 인도에 분교설립을 하지 못하는 국가법이 존재한다. 인도의 MIT인 IIT (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의 한 학장은 IIT 학생들이 해외에서 인턴쉽하는걸 금지시키기까지 했다. 미국에서 인턴쉽을 하면 분명히 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에서 일을 하려고 할 테니까 이런걸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이다. 말레이시아는 공립대학의 외국인 학부 학생 비율을 5%로 제한하였다. 외국인 학생들을 너무 많이 등록시키면 그만큼 말레이시아 자국민들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든다는 명제인데 좀 말은 안되는거 같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서구의 경우 인도나 말레이시아와 같은 과잉보호 정책은 잘 사용하지않지만, 특히 미국의 경우 외국인 비자 문제때문에 아직도 많은 미국 대학들이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건 사실이다.
이러한 제도적인 문제점들은 교육의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지만, Wildavsky가 경고하는 교육의 세계화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심리적 보호정책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더 좋아지고, 다른 나라 학생들이 더 공부를 잘하면 우리 나라가 상대적으로 쳐진다는 그런 생각을 뜻한다. 영국 Nottingham 대학의 닝보 (중국) 캠퍼스 총장인 Ian Gow씨도 이런 보호심리를 가지고 있다. 그는 중국이 영국의 대학과 교류하고 협력하는건 영국의 지식을 중국이 흡수하는 일방적인 파트너쉽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글쎄다..내 생각은 오히려 중국의 문화와 지식을 영국이 흡수하는 그 반대인거 같지만.

교육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Wildavsky는 Ian Gow와 같은 사람들은 교육의 세계화에 있어서 암덩어리와도 같은 존재라고 비난한다. Ian과 같은 사람들은 교육을 중상주의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즉, 국가의 번영을 위해서는 유한한 글로벌 자본/자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만 한다는 그러한 관점이다. 결국 이러한 유한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가들은 전쟁을 하고 이기는 국가가 있으면, 반드시 지는 국가가 생긴다는 이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적 캐피탈 (knowledge capital)은 다르다. 유한하지 않고 무한하다.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지고 지식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은 무한하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똑똑한 재원들이 더 많이 태어날 수록 글로벌 지식 경쟁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해질 것이지만, 이러한 지적 경쟁은 전쟁과는 달리 항상 선의의 경쟁이 될것이다. 중국과 인도에서 더 많은 수준급 대학이 생기고 더 많은 학생들이 대학 교육을 받게되면 이는 서구의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해가 되지 않는다. 지식을 늘린다는건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지식이란 누구다 다 활용할 수 있는 공공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세계화로 인한 지식, 아이디어 그리고 학생들의 자유로운 교류는 동서양 모두를 위해서 좋은 현상이다. AMEN.

박사들의 취업 전략

phd_spelled_in_childrens_building_blocks얼마 전에 상당히 재미있는 글을 읽어서 bookmark를 해놨는데 이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도 관심을 가지실 거 같아서 여기서 공유하고자 한다. 내 주위에는 박사 (특히 공학 박사)들이 상당히 많다. 그중에서는 본인들이 정말로 학문을 좋아해서 박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와는 달리 어쩔 수 없이 하다 보니 박사까지 하게 된 사람들도 상당히 많이 있다. 4년 학부만 하고 학교를 떠나서 사회로 진출하는 게 조금 두려워서 그냥 2년 석사 공부를 더 하면서 앞으로 뭐를 할지 고민을 하였고, 석사를 하다 보니 그냥 내친김에 박사까지 해야겠다 하고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그냥 학교 연구실에서 교수 시다바리하면서 5~6년을 보낸 사람들도 많다. 주로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해외 박사들도 있지만, 국내 박사들이 더 많은 거 같다(no offense guys!).

어찌 되었든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문제는 이제 졸업하고 뭐를 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하였는데 academia로 모든 박사가 진출하기에는 교수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고, 대기업 연구실에 들어가는 것도 엄청나게 피를 튀기는 경쟁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거보다는 다른 데 있다. 많은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거의 10년 이상을 대학교 연구실에서 시간과 돈을 투자하였지만, 그들도 보고 들은 게 있는지라, 교수나 연구원이 되는 거보다 아싸리 비즈니스 세계에 진출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조금은 더 멋지고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동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내 주위에는 나한테 이와 관련된 고민과 질문들을 하는 박사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조금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제 친구는 공학 박사를 받은 후에 맥킨지에서 컨설팅을 하는데 돈도 많이 벌고 출장도 자주 다녀서 저도 하고 싶습니다. 어떤 친구는 여의도 증권사에 취직하였는데 제가 공부한 지식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적용하는 거라서 은근히 재미있을 거 같네요.”와 비슷한 부류의 질문들이다. 문제는 – 어떻게 평생을 연구실에서 공부해온 박사들이 비즈니스 세계로 career change를 할 수 있을까?

평생 공부만 해온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작은 방을 뛰쳐 나아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조언을 Bilal Zuberi는 제공해주고 있다. 물론, 정답은 아니지만,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상당히 유용한 충고를 주고 있다. Bilal Zuberi는 MIT에서 물리화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의 지도교수는 1995년도 노벨 화학 수상자인 Mario Molina 교수이다. 물리학 자체도 어렵고, 화학도 어려운 분야인데 물리화학이란…. 정말 미스테리어스한 학문일거 같다. 그는 졸업 후에 학계 쪽으로 진출하지 않았고 경영 컨설턴트로써 일을 하다가 직접 창업을 하였다. 그리고 현재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동부 Cambridge에 위치한 General Catalyst Partners에서 VC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독특하고 부러움 살만한 백그라운드 덕분에 Bilal은 하루에도 대학원생, 포닥, 연구원 심지어는 교수들로부터 기술적인 직업 분야에서 비즈니스 분야로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메일을 여러 통 받는다고 한다. Bilal한테 이메일을 보내는 대부분 과학자/공학자들이 계속 기술적인 분야에 남아줬으면 하는 그의 개인적인 바람이 있지만, 평생을 연구해도 해답이 나오지 않는 일보다는 즉시 결과와 피드백이 생성되는 비즈니스 세계를 동경한다거나 아니면 그냥 지금까지 공부한 거 말고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거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여기 그가 제시하는 몇 가지 insightful 한 포인트들을 소개하겠다.:

1/공학박사 과정 학생들도 MBA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가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해야 한다. 시간 날 때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와 하고 싶은 분야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주위 친구들이나, 동문들과 이야기를 함으로써 과연 나한테 맞는 진로인지를 지속해서 평가해라.

2/박사학위를 받는 5년 뒤를 계획하기보다는 내년을 보고 단기적으로 계획을 지속해서 세우고 수정해라. 그리고 내년에 내가 뭐를 하고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지금 뭐를 해야 할지를 고민해라.

3/남들보다 뛰어난 공학 백그라운드가 있다면 (대부분의 공학 박사들은 일반인들보다는 뛰어난 능력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너무나 많은 박사가 비즈니스 분야로 진로를 바꿀 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들과는 너무나 무관하고 막막한 분야만을 찾는다. 나노기술 쪽으로 공부를 하였다면, 나노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분야를 찾는 게 당연한데 호텔 경영이나, 영화 제작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능력을 왜 자꾸 부인하고,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서 수년 동안 훈련을 받고 실력을 다듬은 사람들과 같은 수준에서 경쟁하려고 하는가? 과학/기술/공학 백그라운드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부채가 아니라 아주 훌륭한 자산임을 숙지해라. 물론, 이러한 박사학위를 유용한 자산으로 만들려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기술이나 능력을 재적용 해야 한다. 비즈니스나 경영전략의 세계에서 기술적인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는 주로 analytical thinking, rigorous frameworks, hypothesis driven approach와 quantitative skill이다.

4/특정 job에 딱 맞는 사람들이 있다고 정의하는 건 너무 극단적인 발상이지만, 그런데도 특정 job을 수행하려면 도움이 되는 유리한 성격과 기술들이 있다. 내가 이런 job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이 있는지 내 친구들과 지인들한테 물어보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투자은행: 사교적이고 팀워크를 중시하며 무엇보다 하루에 20시간씩 일할 체력이 있어야 한다.
-경영 컨설팅: MBTI ‘A’형 성격. 사교적이며 분석적인 능력이 있어야 한다.
-Entrepreneurship: 기술 백그라운드가 있으면 굳이 사장이나 경영 관련된 일을 하지 않고 technical co-founder로 시작하고, 비즈니스 co-founder를 찾으면 된다.
-대기업 임원: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사람과 프로젝트 관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5/많은 박사과정 학생들이 학교 다닐 때 경제, 금융 또는 경영 관련된 수업을 들어야 하냐고 물어본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그의 짧은 대답은 “No”이며, 긴 대답은 “Maybe. 그렇지만 매우 신중하게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경영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서 굳이 학교에서 전략, 회계학, 또는 금융 관련된 수업을 들을 필요는 없다. 이러한 기술과 지식은 어차피 일하면서 배우는 것들이다. 오히려 리더쉽, 팀웍과 조직 행동론과 관련된 수업이 경영컨설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차피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매우 한정된 지식이기 때문에 실제 일할 때 field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훈련을 해야 하는 부분은 남이 가르쳐준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면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이 가설을 백업할 수 있는 framework를 만들 수 있는 그러한 사고방식인데 이런 기술들은 대부분 책으로 배울 수 없으며 몸으로 부딪히면서 현장에서 배워야 한다.

6/네트워킹을 많이 해야 한다. 과학자나 공학도들한테 네트워킹이라는 단어는 매우 생소할 수 있지만,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거쳐 가야 하는 절차이니 이왕 하려면 기분 좋게 제대로 하는 게 좋다. 네트워킹에 대해서 한가지 유의할 점은 바로 네트워킹 자체만을 위한 네트워킹은 삼가는 게 좋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채용 관련 행사에 초청을 받았다고 해서 그 행사에서 의무적으로 아무랑 악수하고 인사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물론 최종 목적은 상대방을 감동하게 해서 직업을 구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꼭 너무 그 목적에 충실할 필요는 없다. 좋은 행사에서 친구 몇 명 더 만드는 셈 치고 진지한 대화를 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기술적인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다면 그걸 적극적으로 활용해라. “기술” 외에 그와 관련된 시장 동향이나 재미있는 사실이나 일화를 가지고 상대방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면 아주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한다. 가령,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고 태양열 전지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면 앞으로 이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어떤 업체들이 어떤 제품들을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이 분야에 투자하려면 어떤 점들을 잘 고려해야 하는지 등과 같은 조금은 더 “재미있는” 사실들을 상대방과 공유할 수 있다면 상대방에게 이름만을 말해주는 과정을 밤새도록 반복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7/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상대방과 대화를 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강의”를 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미 상대방은 당신이 좋은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일반인들보다는 당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으므로 마치 머리에 들어있는 5년 동안 쌓인 지식을 상대방의 머리에 한방에 쏟아부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네트워킹 또한 삶의 한 부분이며, 나 못지않게 상대방도 대화를 통해서 자신이 누군지를 남들한테 알려주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자기 자랑만 하지 말고, 상대방한테도 말할 기회를 좀 주는 게 중요하다. 본인 소개를 하고 상대방이 나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재 거리를 미끼로 던져봐라. 가족, 자녀들, 학교, 운동, 정치 등등…

8/앞서 말했듯이, 지금까지 공부한 기술은 남들과 나를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임을 잊지 마라. 자신의 전공과 완전히 다른 분야의 직장 인터뷰를 할 때 이러한 점을 잘 강조해야 한다. 5년 동안 학교에 투자한 돈과 시간이 절대로 시간 낭비가 아니었으며, 이 기간에 내가 뭘 배웠는지 인터뷰어한테 이해하기 쉽게 말해줘라. 박사 과정의 좋았던 경험들과(굉장히 많이 있을 것이다) 이때의 경험이 어떻게 나와 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강조해라. 솔직히 말해서 MBA들의 인생 이야기는 대부분 똑같다. 은행에서 근무하거나 대기업에서 마케팅하다가 자기 계발을 위해서 학교로 왔다는…그렇지만 박사 과정의 학생들은 이와는 달리 모두 자기만의 독특한 경험과 인생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들을 팍팍 강조하면서 나의 독특한 경험과 지식이 어떻게 이 회사 미래의 매출과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학교에서 배운 데로 논리적으로 답변하면 상대방이 무쟈게 감동 받을 것이다.

Bilal의 조언은 여기까지이다. 여기에 내가 한가지의 조언을 더 추가하자면 채용/인터뷰 과정은 영업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어차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진행되는 일이니만큼 끈기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항상 강조하는 “끝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회사와 채용이라는 게 분명히 언제 어디선가는 다시 만날 가능성이 충분한 사람들 사이에 진행되는 프로세스이다. 즉, 오늘 인터뷰하였는데 별로 맘에 안 들었던 사람을 같은 회사에서 미래에 다시 인터뷰할 수 있고, 인터뷰 담당자가 다른 회사로 옮긴 후에 다시 나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채용 담당자들은 이 사람이 굳이 맘에 안 들어도 눈앞에서 바로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없다. 그냥 계속 뭉그적거리면서 일단 자기의 후보 리스트에 담아두었다가 앞으로 기회가 생기면 연락을 다시 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인터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좋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애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인터뷰를 하였으면, Yes/No 확실한 대답을 들을 때까지 그 사람을 괴롭혀야 한다. 이건 나 자신의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솔직히 상대방한테도 내가 정말 이 일을 하고 싶고 매우 진지하게 이번 기회에 임하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각인시켜줄 기회이다. 만약에 대답이 No라고 한다면 왜 내가 채용이 안 되었는지 그리고 다음 기회에 이 회사에 취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피드백을 반드시 요청해라.

언젠가 직장을 구함에 있어서 매우 소심하고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박사 친구한테 이런 말을 하니까 “야, 아무리 그래도 좀 구차하지 않냐…박사까지 받았는데 그런 식으로 구걸하다시피 사람을 보채는 게 상대방한테 좀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도 있을 거 같은데…솔직히 나도 좀 쪽팔린다”

그 친구는 결국 1년 넘게 직장을 구하다가 얼마 전에 정말로 가고 싶지 않았던 연구소로 “할 수 없이” 취직을 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dayjob.com/content/phd-degree-874.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