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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으로 실패하기 1

“실패” – 우리는 모두 이 단어를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나를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실패보다는 성공하기를 원할 것이다. 실패란 단어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고, 그 어감 자체도 너무 싫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실패란 단어를 보면 절로 표정이 안 좋아진다. 하지만,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한두번의 실패를 경험한다. 어디 한두번만 실패하겠는가? 나는 지금까지 크고 작은 실수와 실패를 수십번 했고, 오늘도 몇가지 작은 실수들을 저질렀다.
교육학의 가장 기본적인 사상 중 하나가 바로 학생들은 실수를 하면서 가장 많은 걸 배운다는 매우 아이러니컬한 이론이다. 앞뒤가 잘 안맞지만, 잘 생각해보면 실패를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은 실패를 통해서 가장 많은것을 배운다는걸 잘 알고 있을것이다. 이 유쾌하지 않은 “실패 -> 배움 -> 성공” 프로세스에는 지름길이 없다. 배우려면 누구나 다 실패를 경험해야한다.

이 포스팅의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누구나 다 실패를 하지만, 그 실패의 경험과 결과는 누구에게나 다 동일하지는 않다. 어떤 이들은 실패를 훌륭하게 성공으로 승화시키지만 또 어떤 이들은 (많은 이들은) 계속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차이는 무엇일까? 왜 어떤 사람들은 실패를 통해서 배우고, 어떤 이들은 아무것도 얻는게 없을까?
현대 연구에 의하면, 실수를 할때마다 사람의 뇌에서는 2가지의 다른 반응이 일어난다고 한다. 첫번째 반응은 ERN (Error-Related Negativity)이라는 신호의 생성인데 실수를 한 후 50 밀리초 후에 무의식적으로 이 신호가 생성된다. 두번째 반응은 Pe (Error Positivity)라는 신호의 생성인데 실수를 한 후 100 ~ 500 밀리초 사이에 이 신호가 생성된다. Pe 신호는 우리가 실수에 신경을 기울이고, 그로 인한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해서 생각을 할때 생성된다.
연구에 의하면 ERN과 Pe가 다음과 같은 패턴으로 생성되면 실수로 부터 많은것을 배운다고 한다: 1)큰 폭의 ERN 신호 – 실수를 무의식중에 적극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 2)큰 변동없는 꾸준한 Pe 신호 – 지속적으로 실수의 결과에 대해서 신경을 쓴다는 의미

다음은 이러한 뇌의 반응을 교육학에 적용한 의미있는 실험들이다:

  • 스탠포드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Carol Dweck 박사는 인간을 ‘고정 마인드 (fixed mindset)’와 ‘성장 마인드 (growth mindset)’로 구분한다. 고정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은 이미 태어날때부터 어느정도 수준의 IQ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유전자적인 지능을 발달하는건 불가능하다”고 굳게 믿고있다. 이와 반대로 성장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무엇이던간에 더 좋게 만들고 향상할 수 있다고 믿고있다. 
  • Dweck 박사가 진행한 많은 실험에서 고정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실패는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믿는다. 반면에 성장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실패는 배움을 위해서 거쳐야만 하는 관문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더 개선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한다.

  • 미시간 주립 대학의 Jason Moser 박사는 위의 Dweck 박사의 연구결과들을 조금 더 깊게 실험해봤다. 그는 교육에 대한 믿음과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와의 상관관계를 자세히 연구해봤다. 그는 실험대상들이 알파벳의 배열순서를 찾아야하는 매우 지루하고 반복적인 인지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실험의 포인트는 바로 이 단순함/지루함이다. 실험대상들이 단순함을 못 이겨서 평소에는 하지 않는 실수를 하게 만드는게 실험의 목적이었다). 성장 마인드를 가진 대상들은 실수를 저지른 후에 훨씬 더 높고 일관성있는 Pe 신호를 생성하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그들의 정확도는 지속적으로 향상되었다. 하지만, 고정 마인드를 가진 대상들은 실수를 저지른 후에 낮고 불규칙적인 Pe 신호를 생성하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오히려 더 잦은 실수를 저질렀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실수로부터 배움을 얻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학생들이 높고 규칙적인 Pe 신호를 생성해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Dweck 박사는 이에 대한 여러가지 실험도 해봤는데, 교육자나 부모들의 아주 작은 노력들이 학생들의 긍정적인 마인드에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녀는 수백명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두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번째 그룹의 5학년 학생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너 참 머리가 좋구나. 너는 참 똑똑하구나.”라는 식의 칭찬을 했다. 이들은 본인들이 원래 똑똑하게 태어났으니 실수를 하는건 자신의 명예에 마이너스가 되고, 실수나 실패는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고정 마인드’를 발달하게 되었다.
두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너 참 열심히 하는구나. 노력하는건 좋은거야.”라는 식의 칭찬을 했다. 이들은 실수를 범해도 열심히 노력하면 격려와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성장 마인드’를 발달하게 되었으며, 실패에 대한 거부반응이 덜 생겼고, 오히려 실수와 실패로부터 배움을 얻어서 나중에 성공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런 결과는 시험에서도 똑같이 입증되었다. 머리가 참 좋다는 칭찬을 지속적으로 받은 학생들은 수개월 후에 시험 성적이 20% 정도 떨어졌고, 노력을 많이 한다는 칭찬을 지속적으로 받은 학생들은 수개월 후에 시험 성적이 30% 정도 향상되었다. 고정 마인드에 대한 성장 마인드의 승리인 셈이다.

자, 이 결론들을 잘 생각하면서 대한민국 버전의 실패에 대해서 한번 고민해 보자. 한국은 확실히 고정마인드에 사로잡혀 있다. 실패를 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되고, 마치 나병환자와 같이 사람들이 뒤에서 손가락질하면서 숙덕숙덕한다. 이러니 한번 실패한 사람들은 다시는 재기에 성공할 수가 없는것이다. 아니, 재기에 성공을 해도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다 떠나간 후이다. 타인들도 문제이지만, 본인 조차 어쩔수 없이 이런 고정마인드를 갖게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특히, 어렸을때부터 전교 1등하면서 서울대가서 천재소리만 듣고 자란 사람이라면.
얼마나 이런 고정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 ‘실패 기업인 재창업자금지원‘ 이라는 정책을 정부가 만들었을까. 대놓고 “실패한 기업인은 재창업할 생각마라”라는 말을 하는거와 다름없는건데 이 정책 정말 어이가 없다. (이런 분들이 아마 게임 셧다운 제도도 만들었겠지?)
우리도 빨리 실리콘밸리와 같이 실패를 우대하고 실패한 사람들이 성장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성장국가/성장사회가 될 수 있을면 좋겠다.

처음에 말했듯이 실패는 유쾌한게 아니다. 그 누구도 실패하는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패가 인생에서 겪어야 하는거라면, 겸손하게 실패를 받아들이되 반드시 배움을 얻도록 노력하자. Growth mindset (성공 마인드)을 발달시키자.

실패를 해도 성공적으로 실패하자

이 글과 연관이 있는 몇개의 과거 포스팅들:
한국이여 – 실패를 우대하자!
Life and Rejections
Trophy Kids

참고:
-The Wall Street Journal “The Art of Failing Successfully” by Jonah Lehrer 
-“생각버리기 연습 (1부)” by 인지심리 매니아

교육의 세계화 – The Global Brain Race

The Global Education Race
2010년 9월 18일 자 TechCrunch를 읽으면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TechCrunch는 주중에는 IT 산업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current issue 및 특정 회사들의 현재 동향, 신제품 발표 등등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지만 주말 섹션은 IT 를 포함한 교육이나 세계복지와 같은 조금 더 soft한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주 일요일 첫번째 기사는 내가 많이 존경하고 insightful한 글들로 항상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Vivek Wadhwa씨가 기고한 “The Global Education Race“라는 글인데 우연히도 이 글의 내용은 내가 몇일전부터 블로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료를 모으고 있던 내용과 아주 100% 동일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Kauffman Foundation의 선임 연구원 Ben Wildavsky의 저서 “The Great Brain Race: How Global Universities Are Reshaping the World”에 대한 내용인데 세계가 평평해지면서 한 국가의 백년대계이자 우리나라와 같이 있는거라곤 인적자원밖에 없는 국가한테 가장 중요한 교육이 어떻게 세계화되어 가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밑에 3가지 사례는 현재 교육 시장에 부는 세계화의 바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 미래가 촉망받는 싱가폴 출신의 젊은 학생이었던 Shih Choon Fong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아이비리그 학교인 Brown 대학에서 교편을 잡는다. 그는 그 이후에 모국인 싱가폴로 돌아와서 국립 싱가폴 대학교에서 교수직을 하다가 사우디 아라비아의 King Abdullah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Kaust)의 첫번째 총장이 된다.
  • NYU 대학의 열정적인 총장 John Sexton은 그가 평생 꿈꿔오던 비전인 “global network university”를 실현하기 위하여 NYU 인문대학 분교를 Abu Dhabi에 설립한다.
  • 남아프리카공아국 출신의 한 아프리카 여성이 모국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후 영국 University of Warwick에서 화학 박사 과정을 시작하러 유학길에 오른다. 그녀는 이미 모국을 떠나서 해외 유학길에 오른 3백만명의 다른 유학생들과 경쟁의 반열에 오른다.

비즈니스에서 “세계화”라는 말은 이제 하도 닳고 닳도록 쓰여서 그런지 솔직히 요새 젊은 친구들한테는 그 어떠한 감흥도 주지 못한다. 김영삼 대통령인가 김대중 대통령때인가 “세계화”라는 말이 마치 유행어처럼 번지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만큼 우리도 발전하였고 세계화되었다는 의미인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세계화라는 현상이 비단 비즈니스뿐만이 아니라 교육을 – 특히, 대학과 대학원 교육 –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거 같다. OECD 연구 결과에 의하면 모국이 아닌 해외에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수치가 최근 10년 동안 57%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물리학자들 중 절반 이상이 타국을 활동 무대로 삼으면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간 학업협동은 1990년 이후 100%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특히, 서구의 대학교들이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 분교를 세우면서 이러한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었으며, 한국과 같이 수십년간 많은 학생들을 해외로 수출시킨 국가들은 이제는 이러한 인재들이 귀국하면서 서구 대학교들만 할 수 있었던 해외 분교설립을 직접 시작하고있다. 

미국의 위기
계속 이러한 속도로 교육의 세계화가 진행될 수 있다면 human talent의 world-wide flow를 아주 급격하게 가속시킬 것이며, 그동안 우리가 꿈도 꾸지 못하였던 새로운 기회가 세계 도처에서 생길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너무나 바람직하고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비즈니스나 금융의 세계화에 장점과 더불어 많은 단점이 동반되는것처럼 교육의 세계화 또한 논쟁의 소재가 되고 있다.
일단 한국과 같은 나라는 인재 유출을 우려한다. 해마다 수만명의 학생들이 더 좋은 교육환경과 삶을 찾아서 미국과 유럽으로 유학을 가는데 이런 고급 인력들이 우리나라를 떠난다는건 그만큼 우리의 경쟁력이 해외로 누수된다는 말이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의 걱정은 해외 유학생들 때문에 미국의 학생들이 설 땅이 없어지는건 아닐까라는 조금은 다른 차원의 고민이다. 또한, 이보다는 더 근본적인 걱정은 외국 대학교들의 파워가 더 세질수록 바로 미국 대학들의 세계 위상이 더 낮아지고 이로 인해서 미국의 국력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거 같다. 오바마 대통령도 선거 캠페인 중 이와 비슷 질문을 미국국민들에게 한 적이 있다: “중국과 일본과 같은 나라들이 공학 박사들을 미국보다 더 많이 배출하는 이 판국에 미국이 어떻게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며, 미국인들이 당연히 걱정해야한다. 아직까지는 미국이 전세계 유학생들을 가장 많이 유치하고 있지만, 2000년도에 25%였던 유학생 시장 점유율이 7년만인 2007년도에는 19%로 떨어졌다. 또한, 전통적으로 미국으로 학생들을 보내던 중국과 일본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이제는 그 반대로 해외 학생들을 자국의 대학으로 끌어오고 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머리좋은 학생들을 미국 대학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아시아 국가들은 – 특히, 중국과 싱가폴 – 서구의 선진 교육을 받은 교수들을 매력적인 조건에 채용하고 있으며 낙후된 대학 시설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국가 예산을 대학교 보수공사 및 신규 기관 설립에 쏟아붇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공과 대학의 반열에 끼기 위해서 수조원의 예산을 몇몇 소수의 공과 대학교에 배정하였으며, 사우디 아라비아는 Abdullah 왕으로부터 13조원의 기부를 받아서 사우디의 카이스트인 Kaust를 세웠다. 참고로 Kaust는 이 13조원 한방으로 전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기부금을 받은 대학이 되었다고 한다. 다덜 이렇게 미친듯이 대학과 교육에 돈을 투자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고등 교육의 향상이 국가 혁신과 국력 신장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는 논쟁
교육의 세계화로 인하여 발생하게 되는 국가간의 치열한 경쟁과 교류를 저자 Wildavsky씨는 “Free Trade in Minds”라고 책에서 정의한다. 하지만, 한미 FTA를 대환영하는 국민이 있는가하면 결사반대하는 분들이 있듯이, 국가간의 “자유지식교류” 또한 그 찬반과 논쟁은 끊이질 않는거 같다.
인도의 경우 외국 대학은 인도에 분교설립을 하지 못하는 국가법이 존재한다. 인도의 MIT인 IIT (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의 한 학장은 IIT 학생들이 해외에서 인턴쉽하는걸 금지시키기까지 했다. 미국에서 인턴쉽을 하면 분명히 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에서 일을 하려고 할 테니까 이런걸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이다. 말레이시아는 공립대학의 외국인 학부 학생 비율을 5%로 제한하였다. 외국인 학생들을 너무 많이 등록시키면 그만큼 말레이시아 자국민들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든다는 명제인데 좀 말은 안되는거 같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서구의 경우 인도나 말레이시아와 같은 과잉보호 정책은 잘 사용하지않지만, 특히 미국의 경우 외국인 비자 문제때문에 아직도 많은 미국 대학들이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건 사실이다.
이러한 제도적인 문제점들은 교육의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지만, Wildavsky가 경고하는 교육의 세계화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심리적 보호정책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더 좋아지고, 다른 나라 학생들이 더 공부를 잘하면 우리 나라가 상대적으로 쳐진다는 그런 생각을 뜻한다. 영국 Nottingham 대학의 닝보 (중국) 캠퍼스 총장인 Ian Gow씨도 이런 보호심리를 가지고 있다. 그는 중국이 영국의 대학과 교류하고 협력하는건 영국의 지식을 중국이 흡수하는 일방적인 파트너쉽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글쎄다..내 생각은 오히려 중국의 문화와 지식을 영국이 흡수하는 그 반대인거 같지만.

교육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Wildavsky는 Ian Gow와 같은 사람들은 교육의 세계화에 있어서 암덩어리와도 같은 존재라고 비난한다. Ian과 같은 사람들은 교육을 중상주의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즉, 국가의 번영을 위해서는 유한한 글로벌 자본/자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만 한다는 그러한 관점이다. 결국 이러한 유한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가들은 전쟁을 하고 이기는 국가가 있으면, 반드시 지는 국가가 생긴다는 이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적 캐피탈 (knowledge capital)은 다르다. 유한하지 않고 무한하다.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지고 지식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은 무한하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똑똑한 재원들이 더 많이 태어날 수록 글로벌 지식 경쟁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해질 것이지만, 이러한 지적 경쟁은 전쟁과는 달리 항상 선의의 경쟁이 될것이다. 중국과 인도에서 더 많은 수준급 대학이 생기고 더 많은 학생들이 대학 교육을 받게되면 이는 서구의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해가 되지 않는다. 지식을 늘린다는건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지식이란 누구다 다 활용할 수 있는 공공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세계화로 인한 지식, 아이디어 그리고 학생들의 자유로운 교류는 동서양 모두를 위해서 좋은 현상이다. AMEN.

박사들의 취업 전략

phd_spelled_in_childrens_building_blocks얼마 전에 상당히 재미있는 글을 읽어서 bookmark를 해놨는데 이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도 관심을 가지실 거 같아서 여기서 공유하고자 한다. 내 주위에는 박사 (특히 공학 박사)들이 상당히 많다. 그중에서는 본인들이 정말로 학문을 좋아해서 박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와는 달리 어쩔 수 없이 하다 보니 박사까지 하게 된 사람들도 상당히 많이 있다. 4년 학부만 하고 학교를 떠나서 사회로 진출하는 게 조금 두려워서 그냥 2년 석사 공부를 더 하면서 앞으로 뭐를 할지 고민을 하였고, 석사를 하다 보니 그냥 내친김에 박사까지 해야겠다 하고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그냥 학교 연구실에서 교수 시다바리하면서 5~6년을 보낸 사람들도 많다. 주로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해외 박사들도 있지만, 국내 박사들이 더 많은 거 같다(no offense guys!).

어찌 되었든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문제는 이제 졸업하고 뭐를 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하였는데 academia로 모든 박사가 진출하기에는 교수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고, 대기업 연구실에 들어가는 것도 엄청나게 피를 튀기는 경쟁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거보다는 다른 데 있다. 많은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거의 10년 이상을 대학교 연구실에서 시간과 돈을 투자하였지만, 그들도 보고 들은 게 있는지라, 교수나 연구원이 되는 거보다 아싸리 비즈니스 세계에 진출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조금은 더 멋지고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동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내 주위에는 나한테 이와 관련된 고민과 질문들을 하는 박사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조금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제 친구는 공학 박사를 받은 후에 맥킨지에서 컨설팅을 하는데 돈도 많이 벌고 출장도 자주 다녀서 저도 하고 싶습니다. 어떤 친구는 여의도 증권사에 취직하였는데 제가 공부한 지식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적용하는 거라서 은근히 재미있을 거 같네요.”와 비슷한 부류의 질문들이다. 문제는 – 어떻게 평생을 연구실에서 공부해온 박사들이 비즈니스 세계로 career change를 할 수 있을까?

평생 공부만 해온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작은 방을 뛰쳐 나아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조언을 Bilal Zuberi는 제공해주고 있다. 물론, 정답은 아니지만,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상당히 유용한 충고를 주고 있다. Bilal Zuberi는 MIT에서 물리화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의 지도교수는 1995년도 노벨 화학 수상자인 Mario Molina 교수이다. 물리학 자체도 어렵고, 화학도 어려운 분야인데 물리화학이란…. 정말 미스테리어스한 학문일거 같다. 그는 졸업 후에 학계 쪽으로 진출하지 않았고 경영 컨설턴트로써 일을 하다가 직접 창업을 하였다. 그리고 현재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동부 Cambridge에 위치한 General Catalyst Partners에서 VC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독특하고 부러움 살만한 백그라운드 덕분에 Bilal은 하루에도 대학원생, 포닥, 연구원 심지어는 교수들로부터 기술적인 직업 분야에서 비즈니스 분야로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메일을 여러 통 받는다고 한다. Bilal한테 이메일을 보내는 대부분 과학자/공학자들이 계속 기술적인 분야에 남아줬으면 하는 그의 개인적인 바람이 있지만, 평생을 연구해도 해답이 나오지 않는 일보다는 즉시 결과와 피드백이 생성되는 비즈니스 세계를 동경한다거나 아니면 그냥 지금까지 공부한 거 말고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거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여기 그가 제시하는 몇 가지 insightful 한 포인트들을 소개하겠다.:

1/공학박사 과정 학생들도 MBA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가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해야 한다. 시간 날 때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와 하고 싶은 분야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주위 친구들이나, 동문들과 이야기를 함으로써 과연 나한테 맞는 진로인지를 지속해서 평가해라.

2/박사학위를 받는 5년 뒤를 계획하기보다는 내년을 보고 단기적으로 계획을 지속해서 세우고 수정해라. 그리고 내년에 내가 뭐를 하고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지금 뭐를 해야 할지를 고민해라.

3/남들보다 뛰어난 공학 백그라운드가 있다면 (대부분의 공학 박사들은 일반인들보다는 뛰어난 능력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너무나 많은 박사가 비즈니스 분야로 진로를 바꿀 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들과는 너무나 무관하고 막막한 분야만을 찾는다. 나노기술 쪽으로 공부를 하였다면, 나노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분야를 찾는 게 당연한데 호텔 경영이나, 영화 제작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능력을 왜 자꾸 부인하고,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서 수년 동안 훈련을 받고 실력을 다듬은 사람들과 같은 수준에서 경쟁하려고 하는가? 과학/기술/공학 백그라운드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부채가 아니라 아주 훌륭한 자산임을 숙지해라. 물론, 이러한 박사학위를 유용한 자산으로 만들려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기술이나 능력을 재적용 해야 한다. 비즈니스나 경영전략의 세계에서 기술적인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는 주로 analytical thinking, rigorous frameworks, hypothesis driven approach와 quantitative skill이다.

4/특정 job에 딱 맞는 사람들이 있다고 정의하는 건 너무 극단적인 발상이지만, 그런데도 특정 job을 수행하려면 도움이 되는 유리한 성격과 기술들이 있다. 내가 이런 job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이 있는지 내 친구들과 지인들한테 물어보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투자은행: 사교적이고 팀워크를 중시하며 무엇보다 하루에 20시간씩 일할 체력이 있어야 한다.
-경영 컨설팅: MBTI ‘A’형 성격. 사교적이며 분석적인 능력이 있어야 한다.
-Entrepreneurship: 기술 백그라운드가 있으면 굳이 사장이나 경영 관련된 일을 하지 않고 technical co-founder로 시작하고, 비즈니스 co-founder를 찾으면 된다.
-대기업 임원: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사람과 프로젝트 관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5/많은 박사과정 학생들이 학교 다닐 때 경제, 금융 또는 경영 관련된 수업을 들어야 하냐고 물어본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그의 짧은 대답은 “No”이며, 긴 대답은 “Maybe. 그렇지만 매우 신중하게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경영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서 굳이 학교에서 전략, 회계학, 또는 금융 관련된 수업을 들을 필요는 없다. 이러한 기술과 지식은 어차피 일하면서 배우는 것들이다. 오히려 리더쉽, 팀웍과 조직 행동론과 관련된 수업이 경영컨설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차피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매우 한정된 지식이기 때문에 실제 일할 때 field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훈련을 해야 하는 부분은 남이 가르쳐준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면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이 가설을 백업할 수 있는 framework를 만들 수 있는 그러한 사고방식인데 이런 기술들은 대부분 책으로 배울 수 없으며 몸으로 부딪히면서 현장에서 배워야 한다.

6/네트워킹을 많이 해야 한다. 과학자나 공학도들한테 네트워킹이라는 단어는 매우 생소할 수 있지만,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거쳐 가야 하는 절차이니 이왕 하려면 기분 좋게 제대로 하는 게 좋다. 네트워킹에 대해서 한가지 유의할 점은 바로 네트워킹 자체만을 위한 네트워킹은 삼가는 게 좋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채용 관련 행사에 초청을 받았다고 해서 그 행사에서 의무적으로 아무랑 악수하고 인사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물론 최종 목적은 상대방을 감동하게 해서 직업을 구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꼭 너무 그 목적에 충실할 필요는 없다. 좋은 행사에서 친구 몇 명 더 만드는 셈 치고 진지한 대화를 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기술적인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다면 그걸 적극적으로 활용해라. “기술” 외에 그와 관련된 시장 동향이나 재미있는 사실이나 일화를 가지고 상대방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면 아주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한다. 가령,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고 태양열 전지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면 앞으로 이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어떤 업체들이 어떤 제품들을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이 분야에 투자하려면 어떤 점들을 잘 고려해야 하는지 등과 같은 조금은 더 “재미있는” 사실들을 상대방과 공유할 수 있다면 상대방에게 이름만을 말해주는 과정을 밤새도록 반복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7/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상대방과 대화를 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강의”를 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미 상대방은 당신이 좋은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일반인들보다는 당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으므로 마치 머리에 들어있는 5년 동안 쌓인 지식을 상대방의 머리에 한방에 쏟아부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네트워킹 또한 삶의 한 부분이며, 나 못지않게 상대방도 대화를 통해서 자신이 누군지를 남들한테 알려주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자기 자랑만 하지 말고, 상대방한테도 말할 기회를 좀 주는 게 중요하다. 본인 소개를 하고 상대방이 나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재 거리를 미끼로 던져봐라. 가족, 자녀들, 학교, 운동, 정치 등등…

8/앞서 말했듯이, 지금까지 공부한 기술은 남들과 나를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임을 잊지 마라. 자신의 전공과 완전히 다른 분야의 직장 인터뷰를 할 때 이러한 점을 잘 강조해야 한다. 5년 동안 학교에 투자한 돈과 시간이 절대로 시간 낭비가 아니었으며, 이 기간에 내가 뭘 배웠는지 인터뷰어한테 이해하기 쉽게 말해줘라. 박사 과정의 좋았던 경험들과(굉장히 많이 있을 것이다) 이때의 경험이 어떻게 나와 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강조해라. 솔직히 말해서 MBA들의 인생 이야기는 대부분 똑같다. 은행에서 근무하거나 대기업에서 마케팅하다가 자기 계발을 위해서 학교로 왔다는…그렇지만 박사 과정의 학생들은 이와는 달리 모두 자기만의 독특한 경험과 인생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들을 팍팍 강조하면서 나의 독특한 경험과 지식이 어떻게 이 회사 미래의 매출과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학교에서 배운 데로 논리적으로 답변하면 상대방이 무쟈게 감동 받을 것이다.

Bilal의 조언은 여기까지이다. 여기에 내가 한가지의 조언을 더 추가하자면 채용/인터뷰 과정은 영업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어차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진행되는 일이니만큼 끈기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항상 강조하는 “끝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회사와 채용이라는 게 분명히 언제 어디선가는 다시 만날 가능성이 충분한 사람들 사이에 진행되는 프로세스이다. 즉, 오늘 인터뷰하였는데 별로 맘에 안 들었던 사람을 같은 회사에서 미래에 다시 인터뷰할 수 있고, 인터뷰 담당자가 다른 회사로 옮긴 후에 다시 나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채용 담당자들은 이 사람이 굳이 맘에 안 들어도 눈앞에서 바로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없다. 그냥 계속 뭉그적거리면서 일단 자기의 후보 리스트에 담아두었다가 앞으로 기회가 생기면 연락을 다시 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인터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좋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애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인터뷰를 하였으면, Yes/No 확실한 대답을 들을 때까지 그 사람을 괴롭혀야 한다. 이건 나 자신의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솔직히 상대방한테도 내가 정말 이 일을 하고 싶고 매우 진지하게 이번 기회에 임하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각인시켜줄 기회이다. 만약에 대답이 No라고 한다면 왜 내가 채용이 안 되었는지 그리고 다음 기회에 이 회사에 취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피드백을 반드시 요청해라.

언젠가 직장을 구함에 있어서 매우 소심하고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박사 친구한테 이런 말을 하니까 “야, 아무리 그래도 좀 구차하지 않냐…박사까지 받았는데 그런 식으로 구걸하다시피 사람을 보채는 게 상대방한테 좀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도 있을 거 같은데…솔직히 나도 좀 쪽팔린다”

그 친구는 결국 1년 넘게 직장을 구하다가 얼마 전에 정말로 가고 싶지 않았던 연구소로 “할 수 없이” 취직을 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dayjob.com/content/phd-degree-874.htm>

Life and Rejections

며칠 전에 김수로 씨가 나온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를 다 봤다. 일본 만화가 원작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유치한 장면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재미있게 봤다. 아마도 나도 한국의 수험생활을 경험하였고 나의 고3 경험을 계속 떠올리면서 그때 상황을 머릿속에 재연해서 더 재미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 블로그를 보시는 모든 분은 아마도 인생의 한 시점에 대학 입학시험 (나랑 나이가 비슷한 분들은 학력고사를 보셨을 것이고, 더 어린 사람들은 수능을 봤을 거다)을 봤을 테고, 성적에 따라서 대학교를 갔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현재 학교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들이나 대학원생들도 있을 것이다. 머리도 좋고 운도 좋아서 한 번에 원하는 학교에 가신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재수하거나 아니면 원하는 학교에는 못 들어가서 그냥 차선책으로 다른 학교에 가신 분들도 있을 거다.

실은 나도 그랬다. 나는 유럽에서 초등학교랑 중학교를 거의 다 마치고 중학교 3학년 끝날 무렵에 부모님을 따라서 다시 귀국했다. 일단 우리말도 서툴렀을뿐더러, 그 당시만 해도 한국의 중/고 수학의 난이도는 세계 최고였다 (지금도 다르지는 않다). 외국에서 매일 축구랑 테니스만 하던 내가 하루에 20시간씩 공부만 하는 한국 토종 학생들을 따라가는 건 불가능하였다. 그리고 솔직히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을 꼭 가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에 나는 고 2까지만 해도 전교 200등 밖의 최하위 성적을 유지하였다. 그런데 어떤 계기를 통해서 대학을 꼭 가야겠다는 결심을 고2 말에 하였고 고등학교 3학년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서울대는 아니고 흑석동에 있는 중앙대학교에 입학하였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중앙대학교가 어디 있는지도 그때는 몰랐다. 서울대나 연세대에 가고 싶었고, 그냥 1년 재수를 해볼까도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그렇지만 1년 더 공부해서 성적을 확 올릴 자신도 없었고, 1년 동안 정신적/육체적으로 고생을 하는 거보다 좀 더 일찍 대학생활을 해서 뭔가 자신에게 변화를 빨리 주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대학 입학 결정을 하였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면 지금쯤 어떻게 인생이 바뀌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중앙대학교 졸업 후 내 인생은 나쁘게 풀리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 당시 재수를 할지 말지, 생각지도 않았던 학교에 입학할지 말지에 대해서 고민할 때는 정말 많이 괴로웠고 내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자신을 자책하였던 기억이 난다.

올가을 미국의 대학 신입생 수는 290만 명이 될거라고 한다. 합격 예상자 수가 290만명이면 불합격자 수는 그 이상일것인데 고3때는 대학 불합격 통지서만큼 stressful한 이벤트가 없는거 같다. 나도 그 나이때는 그랬었지만 가고 싶은 학교에서 뺀찌먹었다고 해서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억만장자들, 노벨 수상자들, 대학 총장들, 베스트셀러 작가들, 방송인들, 존경받는 비즈니스맨들 모두 다 인생의 한 시점에서는 이와 비슷한 불합격 경험을 가지고 있다. 워렌 버펫과 “Today” 쇼의 호스트 Meredith Vieira는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하버드 대학을 떨어졌기 때문에 오늘날의 워렌과 메레딧스를 있을수 있게 한 인생의 스승들을 예상치 못하였던 학교에서 만났다. 노벨 의학 수상자인 Harold Varmus는 하버드 의대에 2번이나 낙방하였고, 그 이후 군입대까지 권장받았다. 그는 차선책이었던 Columbia 의대에 진학하면서 스스로의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스승들과 환경을 비로서 찾는데 성공하였다고 한다. 흔히 rejection이라고하는 대학입학불합격 통보는 상당히 흔한 현상이다. 하버드 대학교는 해마다 29,000명의 지원자들의 원서를 받지만 그 중 단지 7%만을 합격시키고 스탠포드 대학은 이보다 더 낮은 합격률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그 당시에는 하늘이 무너지고 인생이 끝날것만도 같았던 그 불합격 통지서로 인해서 전화위복이 된거 같습니다.”라고 버펫 회장은 말한다. “건강 악화를 제외하고는 인생에 있어서 일시적인 좌절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연명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거 같네요. 일시적인 좌절은 말 그대로 일시적인 현상이지 영구적인 실패가 아니라는걸 일찌감치 깨닫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오히려 이런 일시적인 좌절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걸 배우게 된거 같습니다.” 버펫 회장은 19살때 경험하였던 하버드 대학교 불합격 통지는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와 성향은 하버드 대학과 잘 맞지 않았다고 생각되지만 하여튼 그 당시에는 무조건 하버드 대학을 입학해야만 하는 인생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시카고에서 진행되었던 하버드 대학 입학 인터뷰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았을때는 상당히 괴로웠다고 한다. 그렇지만 하버드 대학말고 대안을 찾던 중 그가 평소 존경하던 두명의 투자자들인 Benjamin Graham과 David Dodd가 Columbia 경영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그는 늦었지만 컬럼비아 대학에 지원을해서 막판에 합격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오마하의 현자이자 우리 시대 최고의 투자자인 워렌 버펫 회장의 투자철학의 기본이 되는 핵심 원리들이 바로 이 두명의 선생님들로부터 배운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rejection은 Columbia 대학한테도 큰 횡재를 가져왔다. 버펫회장의 가족은 2008년도에 컬럼비아 대학교에 Susan Thompson Buffett 재단을 통해서 1,2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하였다.

Columbia 대학 총장 Lee Bolllinger도 하버드 대학교로부터 뺀찌를 먹었다. 이 쓰라린 경험을 통해서 그는 자신의 운명과 잠재력을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나아가야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교육의 기회가 적었던 시골에서 자랐던 Bollinger 총장은 자신보다 교육의 기회가 많은 친구들과 경쟁하려면 스스로 몇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한다는걸 어릴적부터 깨달았으며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는 진리를 이미 몸으로 배웠다고 한다. 그는 하버드 대학의 리젝션 편지를 받은 후 장학금을 받고 Oregon 대학에 입학하여 하버드 대학에 진학한 동기들보다 더 열심히 인생을 살았고 졸업 후에는 Columbia Law School에서 법학을 공부하였다.

미국의 유명한 “Today” 쇼의 진행자 Meredith Vieira씨도 1971년도에 하버드 대학에 원서를 냈다가 불합격 통지를 받은 사람 중 한명이다. 그녀는 하버드에 못간거에 대해서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서 Tufts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신입생 기간 동안에는 주말마다 Tufts 대학에서 얼마 안 떨어진 하버드 대학 캠퍼스에 놀러가곤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Tufts에서 신문방송학의 대가를 만났고 그 교수를 통해서 방송분야로 입문을 하였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하버드대학에서 Meredith를 받아줬다면 아마도 우리는 오늘 이렇게 재미있는 “Today” 쇼를 즐기지 못할것이다.

유명한 앵커 Tom Brokaw 또한 하버드 대학 불합격 학생 중 한명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인생에서 실패라는걸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하버드 대학 불합격 통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잘나가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고 하고 그 이후로 술과 여자를 멀리하고 인생을 진지하게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 리젝션은 큰 쇼크였지만 저를 정신차리게 만든 큰 계기였죠.”라고 Tom은 그당시를 회상하면서 말한다.

뉴욕의 Memorial Sloan-Kettering 암 센터 연구소장이자 노벨 의학 수상자인 Harold Varmus 박사 또한 2년 연속 하버드 의대로부터 퇴짜를 먹고 심각한 충격에 휩싸여있었다. 첫번재 불합격 통보를 받은 그는 너무나 가고 싶었던 학교였기 때문에 의대를 포기하고 대신 문학 수업 몇개를 수강해서 듣기까지 했지만 역시 문학에 재미를 붙이지는 못했다. 1년 뒤 그는 다시 하버드 의대에 지원하였으며 또다시 불합격을 하였다. 입학 인터뷰에서 하버드 의대 총장은 그의 태도와 생각이 유치하고 일정하지 못해서 입학을 허락할 수 없다는 말을 하였고 그로부터 의대에 지원하지 말고 그냥 군대나 가라는 치욕적인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하버드 의대와는 달리 Columbia 의대의 교수들은 Varmus 박사의 과학과 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관심을 높게 평가하였으며 입학을 허락하였다. Varmus 박사는 대학진학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한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한다. “내가 가고 싶은 학교보다는 나를 받아주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세요. 물론 내가 가고 싶은 학교가 나를 받아주는 학교면 금상첨화죠.”

Northwestern Mutual 보험회사의 대표이사인 John Schlifske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식축구 장학생으로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Yale 대학으로부터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는 차선책으로 미네소타주에 있는 작은 Carleton College로 진학하였으며 거기서 생각지도 못하였던 우수한 교육을 받았고 Yale에 갔으면 만년 후보선수로 벤치에 앉아있어야하는 실력이었지만 Carleton에서는 항상 주전 선수로 미식 축구 경기를 하였다. “누군가 나를 원한다는 그 기분은 참으로 좋은 기분이죠. Carleton 대학이 나를 원하던 것처럼요.”라고 말을 한다. 이런 경험은 John의 아들한테까지 되물림 되었다. 2006년도에 John의 아들인 Dan이 가장 가고 싶었던 Duke 대학으로부터 리젝을 당했을때 그는 아들한테 다음과 같은 말을 해준다.”아들아, Duke 대학에서 No를 했다고 네가 갈 수 있는 다른 학교가 없다는건 아니지 않니. 너를 받아주고, 네가 좋은 교육을 받고, 4년을 즐길 수 있는 다른 학교에 가면 된단다.” Dan은 아버지의 충고를 받으들여서 Washington 대학에 진학하였으며 현재 너무너무 행복하게 학교를 잘 다니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 예시로, 나 또한 하버드 경영 대학원으로부터 rejection을 먹은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2007년 가을 입학을 목표로 하버드, 스탠포드, 워튼, INSEAD, LBS 등등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들에 지원을 하였지만 내가 가고 싶었던 학교는 딱 하나였다. 바로 가문의 영광이라고 하는 Harvard Business School. 하버드 경영 대학원에 대해서는 수많은 루머와 근거없는 이야기들이 항간에 떠돌고 있다. 해마다 한국 학생들한테는 quota가 적게 주어진다니, 집안에 HBS 출신이 있어야만 입학한다니 또는 재벌집이나 정치인 자녀면 입학이 더 수월하다니…그런데 재수좋게도 나는 인터뷰 초청을 받았다. 평소 인터뷰라면 자신이 있었기에 드디어 나도 하버드 학생이 되는구나라고 혼자 좋아했었는데 아주 보기 좋게 ding 먹었을때는 역시나 대학입학때와 비슷하게 아주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그리고 차선책으로 나는 나머지 비즈니스 스쿨 중 워튼을 선택하였고 비록 졸업은 못해서 MBA 학위는 못 땄지만 UPenn에 간걸 매우 다행이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어쩌면 내가 하버드 MBA에 갔다면 너무나 가고 싶었던 학교이기 때문에 졸업하는데 연연해서 지금쯤 이런 startup 생활보다는 월가에서 돈을 만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워튼에 갔기 때문에 공부보다는 이런저런 딴짓을 많이 해서 지금 LA에서 뮤직쉐이크를 운영하고 있는걸지도 모르는걸 보면 나도 하버드 떨어진게 잘된일? (ㅋㅋ 그건 아닌거 같고, 오히려 하버드 갔으면 더 잘됐겠지…)

위에 언급한 사람들이 모두 하버드 대학에 떨어졌기 때문에 잘되었다는 말을 하는건 논리의 비약이다. 오히려 하버드 대학에 진학을 했다면 이 사람들은 오히려 더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히 목표하였던 학교에 들어가지 못한게 인생에 있어서 큰 자극제가 되었음에는 분명한 사실들인거 같다. 생각해보면 나도 서울대와 연고대 진학한 친구들보다 네임브랜드가 떨어지는 중대를 졸업해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였던 면도 있는거 같으니까. 인생을 살다보면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진리이다. 실패할때마다 그냥 좋은 경험했다하고 다시 일어서서 아무일 없었던것처럼 새로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

“Don’t let rejections control your life. To allow other people’s assessment of you to determine your own self-assessment is a very big mistake.”

-Lee Bollinger, Columbia University President who was once rejected by Harvard University

과학, 공학, 수학 교육과 미국의 미래 – Part 2

Vivek Wadha의 반박
Barrett 회장님이 주장하시는 미국 초/중/고 교육의 전반적인 내용과 quality를 향상하고 특히 STEM 교육의 중요성은 공학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 중 한명으로써 전적으로 동의합니다(Vivek 교수가 가르치고 있는 학문은 산업공학과 비스무리한 가짜 공학이다. IE – Industrial Engineering –을 내가 학교다닐때는 Imaginary Engineering이라고 놀리곤 했다). 하지만 여기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거는 기초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하라고 미국 고등학생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냐에 대한 방법론 입니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일뿐만 아니라 피똥싸면서 공부해서 졸업을 했는데 무역을 공부해서 은행에 취직한 동기보다 연봉이 2,000만원이 적은 이러한 학문을 전공하라고 우리의 학생들을 설득하는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에 비해서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cool하지 못하다고 인식되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말입니다. 회장님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제 아들한테 미국의 미래가 너의 어깨위에 달려있으니까 수학 박사 학위를 받으라고 강요할 수 없을거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발표된 수많은 논문과 기사에 의하면 과학과 공학을 전공한 대부분의 박사들은 졸업 후 학교나 사회에서 직장 자체를 못 구한다고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미 이들은 말도안되는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2-3년의 포닥 과정을 거쳤는데도 말입니다. 재수좋은 박사들은 취직을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은 그동안 박사 졸업장을 받기 위해서 쳐부은 등록금을 돌려받을 정도의 연봉을 지급하지는 않습니다. 고등학생들이 과학, 수학, 공학을 전공하려고 하면 주위 친구들로부터 “nerd”니 “geek”라는 놀림을 받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중국이나 인도의 비슷한 전공의 학생들은 미국과는 180도 다르게 사회적 영웅 취급을 받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취직을 해도 이들은 타 전공 학생들보다 승진도 빠르고 특급 대우를 받으면서 생활을 합니다. 인도나 중국의 엔지니어들과 과학자들은 국가적인 영웅과도 같은 대우를 받지만, 미국의 어린이들은 미식 축구 선수나 연예인들을 동경하면서 자라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어떻게 무조건 STEM을 공부하라고 우리의 어린이들한테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중고등 학생들한테 미국의 국가 경쟁력과 생활 수준이 STEM 교육에 달려있기 때문에 졸업하고 굶어죽거나 거지같이 살더라도 당신들이 희생을 좀 해서 과학이랑 공학을 공부하라고 강요를 할까요? 이미 대가리가 클대로 큰 학생들이 이런 말을 들을리가 없겠죠. 1시간 짜리 드라마를 한편 찍으면 50억원을 버는 연예인을 꿈꾸고 있는 학생들한테 말이죠. Barrett 회장님 말씀대로 미국의 교육 시스템은 당연히 개선해야합니다. 미국의 기업들은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에 투자를 해야하는것도 맞습니다. 미국 정부는 연구개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연구소들을 양성하고 세제혜택을 제공해야하는것도 100% 동의합니다. 그런데 이런걸 다 하더라도 미국 어린이들이 과학, 수학과 공학을 공부해야하는 당위성을 제공할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이런 인프라에 투자를 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아들/딸들은 NBA 선수, 연예인, 변호사, 비즈니스맨과 같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분야로 진출을 할거라는 말입니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Duke 대학의 Engineering Management Program (산업공학과 경영과학을 짬뽕해 놓은 학문이다) 석사과정 학생들 중에서 가장 특출난 학생들은 졸업하고 공학도의 길을 걷지 않습니다. 모두들 투자은행이나 컨설팅 회사에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합니다. 박사과정 학생들은? 오히려 더 심합니다. 박사 학위를 받은 학생들은 투자은행에서 quant 업무를 하고 월가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을 구하려고 양복을 입고 인터뷰를 하러 다닙니다. 과학과 공학 수준을 향상시켜야하는데 사용되어야 하는 이러한 학생들의 머리가 금융 시스템의 헛점을 찾아서 은행들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STEM 교육에 대한 관심과 집중을 증폭해서 미국에서 가장 똑똑한 인재들이 과학, 수학과 공학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동의합니다. 그리고 남들이 섣불리 선택하지 않는 이러한 고난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이 졸업 후에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국가에서 얼마를 투자해야하는 투자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STEM 교육을 얼마만큼 마케팅을 해야하는 마케팅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주장의 핵심은 궁극적으로는 엔지니어들한테는 충분한 금전적 보상이 있어야지만 더 많은 인재들이 STEM 학문을 공부한다는 것입니다.

Craig Barrett의 반박
한가지는 확실히 해두고 넘어갑시다.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와 금전적인 보상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졸업 후 연봉을 얼만큼 받는게 모든 학생들의 관심사라면 미국 고등학생 대부분이 분야를 막론하고 무조건 공학을 전공하려고 할겁니다. 왜냐하면 타과 전공자 보다 공학 학사 전공자들이 졸업 후 가장 취직이 잘되고 연봉이 높기 때문입니다 (Wadhwa 교수가 말하는건 석사와 박사들이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돈을 많이 버는 전공을 선택하는게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과 관심에 따라서 전공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학을 전공하지 않는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라 공학에 대한 관심이 없고 본인들 취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가 최근에 접한 통계들에 의하면 미국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은 직종이 바로 엔지니어입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운동선수나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겠지만 몇명이나 될 수 있을까요? 연예인, 운동선수, 비즈니스맨이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실업율이 엔지니어들보다는 훨씬 높습니다. 그러니까 이 문제는 Wadhwa 교수가 계속 주장하고 있는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또한, 대학원생들이나 포닥을 하고 있는 박사들이 쥐꼬리만한 보조금을 받으면서 몇년을 학교에서 희생하는걸 금전적으로 해석하는건 올바르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포닥이 포닥이라는 쉽지만은 않은 과정을 선택하는 이유는 금전적인 목적이 아니라 공부와 배움 자체를 즐기기 때문입니다. 현재 유명한 수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겪었던 길을 생각해보세요. 대부분의 배우들이 수년간 춥고 배고픈 무명의 시절을 겪습니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다른거 할일이 없는게 아닙니다. 이 중 많은 사람들이 하버드나 아이비 리그 학교 출신이니까요. 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을 걷는겁니다. 박사과정을 밟은 많은 학생들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어하는 교수직이야말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 금융쪽으로로 진출해서 수십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옵션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지만, 본인들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교수직을 하려고 하는 겁니다.

STEM 교육을 방해하는 장벽은 바로 미국의 초/중/고 교육의 비효율성과 한계점들입니다. 미국에서는 대학에서 STEM 과목을 전공하려면 고등학교 졸업 시 수학에 대한 해박한 이해도와 소질이 있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지식을 갖추려면 좋은 수학 선생님들이 많이 있어야 하는데 미국의 초/중/고 수학과 과학 선생 중 1/3이상이 본인들이 가르키고 있는 과목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자격을 갖추고 있지 못한게 미국 교육의 현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어린이들한테 수학과 과학을 가르키니 어떻게 우리의 젊은이들이 STEM에 대한 관심이나 동기유발이 되겠습니까? 즉, 국가적인 차원에서 STEM 관련 컨텐츠를 미국의 초/중/고 교육 과정에 강제로라도 주입을 시켜야 합니다.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미국의 몇몇 주와 몇몇 학교에서는 이러한 작업들을 시작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대학 4년 동안 유아교육을 전공한 선생님보다 수학이나 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을 선생님으로 모셔오는게 더 중요하다는걸 우리 모두가 인정하고 깨달아야합니다. 지금 미국의 시스템은 (한국도 비슷한걸로 알고 있다), 학교 선생님이 되려면 교사 자격증이 있어야하며, 교사 자격증을 따려면 교육학 관련 과목이나 과정을 이수해야하는데 저는 이게 참으로 쓸모없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이나 과학을 전공한 학생들 중 몇명이나 교육학 과목을 들으려고 할까요?

결국 이런걸 가능케 하려면 우리는 STEM 관련 컨텐츠를 미국의 교육 과정에 주입시켜서 더욱 더 많은 STEM 전공자들을 배출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Kihong의 생각
Vivek vs. Craig의 논쟁을 잘 읽어보면 둘 다 아주 명확하고 valid한 포인트들을 나열하고 있다. 엔지니어들의 대우를 더 좋게 만들어야한다는 Vivek 교수의 입장에서 보면 이 말이 정말 맞는것도 같지만, 또한 Craig 회장의 입장에서 보면 더 많은 STEM 컨텐츠와 졸업생들을 펌프질하는것 또한 기업가 다운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솔직히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싶다. 즉, bottom up식 접근 방법을 선호하는 Craig 회장의 말대로 기초교육의 레벨에서 우리는 어린이들한테 수학, 과학 및 공학 교육의 재미있슴과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펌프질해야하는 동시에 top down식 접근 방법을 선호하는 Vivek 교수의 말대로 어린 시절부터 STEM 과목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계속 이 분야에서 연구와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엔지니어들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과 대우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신경써주면서 우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이 두가지를 다 추구하기에는 힘든가 보다. 미국과 같은 강대국도 이 중 하나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는걸 보면…

Anyways, 그래도 나는 이렇게 막강하고 똑똑한 두 사람이 교육에 대해서 이러한 논쟁을 벌이는거 자체가 상당히 생산적인 activity인거 같다. 그만큼 미국 교육의 잘못된 점들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걸 어떻게 해서든지 한번 고쳐보려고 노력을 한다는거 자체가 참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카이스트의 안철수 교수가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에 대해서 논쟁을 벌이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거 같은데 이런 광경을 상상할 수도 없다는건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