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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공학, 수학 교육과 미국의 미래 – Part 1

우리말에 이런 류의 말들이 많다. “옛 선조들이 한말 중에 틀린 말 없다” “부모님이 하신말 중 틀린 말 없다. 지금은 모르지만 커보면 안다.”

옛 선조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우리 부모님이 하신 말과 행동들이 대부분 맞다는 점이다. 물론 대박 틀린것들도 많고, 지금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헛소리도 우리 부모님은 많이 하셨지만 그래도 90%는 맞는거 같고 매순간을 살면서 우리 부모님한테 나는 감사를 하고 있다. 죽는 그 날까지 부모님한테 감사하고 살아야할 만큼 나한테 많은것을 주셨고 희생하셨는데, 내가 부모님한테 가장 고마워하는 두가지를 꼽자면 어릴적부터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통해서 독립심을 키울 수 있게 해주셨다는 점이 한가지이고, 다른 한가지는 교육의 힘과 가치를 어릴적부터 나한테 주입을 시켜주셨다는 것이다. 오늘은 이 중 두번째 포인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교육의 중요성과 국가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학생, 학교, 직장인들 그리고 기업에 교육이 어떤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최근에 접한 매우 의미있고 insightful한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솔직히 나한테 교육의 중요성과 국가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자격은 없다. 강의실에서 교수한테 비현실적이고 말도안되는 강의 내용이라는 말을 밥먹듯이 해서 수많은 C학점을 받았었고, 학교는 쓸모없는거라는걸 중퇴를 통해서 ‘몸소’ 실현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ㅎㅎ. 그렇지만 내 행동과는 달리 나는 교육 자체의 중요성과 가치를 굳게 믿고 있는 사람 중 한명이고, 교육이 젊은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잘 이해하고 있다. 여기 내가 좋아하는 2명의 미국인들이 미국의 교육 (특히 과학 교육), 교육 시스템의 잘못된 점 그리고 그러한 잘못된 점들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각각 상반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 2명의 미국인들은 인텔의 전 CEO이자 회장인 Craig Barrett과 entrepreneurship과 교육의 관계에 대해서 재미있는 연구와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는 학자인 Vivek Wadhwa이다.

이 2명의 논쟁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Technology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인재들은 영업이나 마케팅 인력들이 아니라 이 회사들한테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고 회사의 근간을 만드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이 유능한 엔지니어를 데려 오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거고, 최근에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있었던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인재 모셔오기 전쟁도 다 이런 사실들을 묘사하는 해프닝들이다. 엔지니어와 과학자의 인력 pool의 크기를 결정하는 요소는 기초과학, 공학, 기술 또는 수학을 전공하고 졸업하는 대학생들의 절대적인 숫자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미국의 과학/공학/수학 전공 대학생들의 숫자가 해마다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미국인들 모두 이러한 위기를 극복 해야한다는데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과학/공학 전공자들의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 두 전문가들은 각기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Craig Barrett 회장은 무조건 과학, 공학과 수학을 전공하는 학부생들의 숫자를 절대적으로 늘려야한다는 “양적 논리”를 피고 있다. Vivek Wadhwa 교수는 이와는 달리 무조건 숫자를 늘리는거 보다는 과학, 공학, 수학 전공자들이 졸업 후에 더 낫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질적 논리”를 펴고 있다. 여기 그들의 논리와 생각을 조금 더 자세히 한번 읽어보자.

Vivek Wadhwa
Barrett 회장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 중 한분이며, 인텔에서 퇴직하신 후 평생을 미국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 바쳐오신 분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는 수학과 과학을 양적으로 더 많이 가르쳐서 이 분야에서 더욱 더 많은 석사와 박사를 배출해야한다고 합니다. 저도 이러한 교육 환경의 향상은 100% 동의를 하지만, 미국이 점점 더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이유가 미국의 대학이 해마다 졸업시키는 과학과 공학 박사들의 숫자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기업들이 R&D;를 해외로 아웃소싱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때문이지 미국의 과학 교육에 문제점이 있거나 저희 학생들의 경쟁력이 딸려서 그런거는 아닙니다. 그 절대적인 숫자를 봐도 미국의 과학, 공학, 수학 전공 대학생들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는게 아니라 오히려 해마다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바로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미국인들이 아니라 외국인 학생들이란 점이며, 이러한 외국인 학생들이 졸업 후 점점 더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인들은 더이상 수학과 공학을 전공하려고 하지 않는데 그 이유를 잘 뜯어보면 경제적인 return이 없기 때문입니다. Harvard 대학의 경제학자 Richard Freeman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과학과 공학 전공자들이 졸업 후에 받는 연봉이 타 전공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대부분의 예비 대학생들이 과학과 공학 전공을 선택하는걸 꺼려한다고 합니다. 박사 과정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학교에서 7~8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는데, 박사과정 동안 여느 직장인과 같이 stipend라는 보조금을 교수들로부터 받아서 생활을 하게됩니다. 문제는 이 보조금의 액수가 학부를 갓 졸업한 직장인이 받는 월급보다 월등하게 적다는거죠. 혼자 먹고살기도 힘든 금액인데 가족에다 애들까지 있다면 따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생 대출을 받아야하는데 대부분의 공학 박사들이 졸업 후 학생 대출금을 갚기위해서 평생 고생하는걸 직접 제 주위에서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 반면에 외국인 학생들은 미국에서의 학위를 취업과 영주권 취득을 위한 무기로 사용하기 때문에 적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체 공학 박사과정 학생들의 60%가 외국인입니다.

학교에서의 상황 또한 이렇게 좋지 않지만, 졸업 후 이들이 직면하는 현실은 더욱 더 우울합니다. 모든 공학 박사들이 졸업 후에 교수를 하기에는 미국의 교수 자리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사학위를 따고도 대부분의 박사들은 졸업 후에 post-doc (우리는 주로 ‘포닥’이라고 한다) 이라는 최저임금 생활을 2-3년 동안 더 합니다. 그런데 현실을 잘 보면 포닥을 한 사람들 중 25%만이 교수가 되고, 이보다 더 적은 15%만이 그나마 조금 의미있는 연구 활동이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는 공과 대학의 교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주장하고자하는거는 미국의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이 수학이랑 과학을 공부해서 공학 분야에서 고등 교육을 받도록 하려면 뭔가 “돈”과 연관되어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서 동시에 우리 땅에서 열심히 공부한 외국인 과학자들이 비자 문제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게 외국인 노동법 또한 크게 뜯어 고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Craig Barrett
국가 경쟁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딱 3가지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교육 제도에 투자를 해야하며, 두번째는 연구 개발에 투자를 해야하며 세번째는 똑똑한 사람들이 연구 개발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투자를 해야합니다. 이 3가지 방법의 공통 분모는 바로 “교육”이라는 점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국민들의 교육 수준과 국가 생활 지수는 매우 밀접한 비례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제가 강조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교육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한 일본과 미국과 같은 선진 국가들은 앞으로 국가 경제와 혁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분야들과 기술들을 지정하였으며 그 기술들은 나노기술, photonics, 신소재, MEMS, 대체 에너지, 바이오 등과 같은 new sciences and engineering technology입니다. 여기에 나열된 모든 기술들의 기본 학문은 바로 미국이 현재 절대적으로 기피하고 있는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학문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STEM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도는 바로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결론지을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교육 제도를 잘 보면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충분히 예측됩니다:
1. 미국 어린이들은 다른 OECD 국가의 친구들에 비해서 수학, 과학과 문제해결 분야에서 상당히 활약이 저조합니다.
2. 해마다 기초과학과 공학을 전공하는 미국 학생들의 수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공학 대학원생들의 대부분은 외국인 학생들입니다)
3. 현재 25살 세대의 미국인들의 교육 수준은 45살 세대의 미국인들보다 낮을겁니다 (대학 졸업장 기준)
4. 대부분의 OECD 국가와 개발도상국은 대학 졸업생 (특히 STEM 분야) 들을 더욱 더 많이 배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만 봐도 현재 미국은 STEM 교육 분야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걸 알 수 있습니다. 아직 미국의 대학들이 전세계 최고의 대학임에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지만, 미국의 상위 공과 대학 졸업생들은 이제 대부분 외국인 학생들이고 이 학생들이 졸업 후에는 본국으로 돌아가는 인력 유출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정말로 21세기에 다른 나라들과 경쟁할 생각이 있다면 제대로 경쟁을 해야할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의 기본은 바로 위에서 말한 3가지가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교육에 투자, 연구 개발에 투자, 과학자들이 제대로 연구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투자. 만약 이렇게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더욱 더 심각한 인력과 기술의 누수 현상이 발생할 겁니다. 미국과는 달리 교육, 인력 그리고 환경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다른 나라로 이미 미국의 우수한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돌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연봉의 문제는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는 바로 STEM 교육의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국은 STEM 교육의 중요성과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고등학교 학생들을 더욱 더 많이 배출해서 이 학생들이 대학에서 계속 과학, 공학과 수학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합니다.

21세기에 경쟁을 하려면 우리는 STEM을 전공할 의향을 가지고 있는 학부생들을 더 많이 양성해야하며, 석/박사 과정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야 합니다. 바로 이 학생들이 졸업 후에 미국의 미래를 밝게 만들 수 있는 산업과 혁신에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Wadha 교수에게 직접적으로 반론을 제시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과거에는 STEM을 전공한 박사들이 졸업 후 대부분 대학 교수가 되었지만 이제 박사학위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IBM과 같은 미국 유수 기업의 연수소에 이력서라도 내려면 갖추어야하는 최소한의 자질이 되어 버릴 정도로 많은 STEM 전공자들이 학업이 아닌 산업 현장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STEM을 전공한 학생들이라고 모두다 전공 분야를 살려서 취직을 하는건 아닙니다. STEM 교육은 모든 학문과 취업의 기본이 되는 “문제해결능력”을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기초교육이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다른 분야로의 원활한 진출을 가능케 합니다. Fortune 500 기업 CEO들의 대학 전공이 대부분 공학인걸 보면 이러한 사실을 잘 알 수가 있습니다.

즉, 우리는 STEM 교육을 양적으로 향상시켜야합니다. 더 많은 학생들이 STEM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서 더 많은 STEM 인재들을 배출하는것 만이 미국을 21세기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할 수 있는 유일하고 막강한 방법입니다.

제 2부에서는 Vivek Wadhwa의 반박과 그 반박에 대한 Craig Barrett의 또다른 반박에 대해서 소개를 하겠다.

To be continued…

 

Go East, Young Man!

나는 2007년도 7월20일 워튼 경영대학원이 있는 미국 동부의 필라델피아에 도착하였다. 본 학기가 시작하기 약 한달 전에 도착하였는데 모든 MBA candidate들이 거쳐야하는 pre-term (실제 학기가 시작되기전에 워튼 생활에 적응하고 앞으로 2년동안 같이 공부 하게될 MBA 동료들과 친해지라고 주어지는 모든 학생들이 거쳐야하는 과정이다. 앞으로 2년동안 마시게될 맥주의 양을 가늠하고 학교 주변 술집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좋은 사교 기회이기도하다). 내 기억으로는 나랑 같이 입학한 Class of 2009 (한국은 2007년도 입학이면 07학번이지만, 미국은 졸업 년도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09학번이다) 중 한국인 학생들이 약 40명이 있었다. 순수 한국에서 온 학생들만 40명이었지만, 미국에서 자란 교포들까지 합치면 약 50 ~ 60명의 한국인들과 Korean American들이 우리 학년에 있었던 거다. 전체 입학생들이 800명인걸 감안해보면 입학생의 약 7% 정도가 한국학생들이니 엄청나게 많은 숫자다. 해마다 정확한 한국 학생의 수는 바뀌지만 이 비율은 거의 유지가 된다고 보면 된다. 공부를 대충하다가 나는 중간에 그만두고 현재 휴학 중이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무사히 2년 과정의 MBA 프로그램을 마치고 당당하게 MBA라는 타이틀을 얻은 한국 동기들은 나와는 달리 고액연봉을 받으면서 대부분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나랑 같이 입학한 40명의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직장을 잡았다. 그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예상치 못하였던 불경기로 인하여 줄어든 미국에서의 절대적인 job opening과 – 특히, 뱅킹과 같은 금융관련 직종 – 2년 공부를 하였지만 역시나 넘지 못한 언어의 장벽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을 한다. 취업 비자를 받는게 외국인으로써 만만치는 않지만 솔직히 작년만큼 H-1B 취업 비자가 많이 남아돌았던 때를 기억할 수가 없다는게 대부분 미국의 이민 변호사들의 의견이다 (그 이유는 해마다 외국인 취업 비자를 가장 많이 신청하는 Microsoft, CiscoGoogle이 작년에는 불경기로 인해서 채용 동결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비자문제는 아닌거 같고, 이 또한 영어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미국 회사에서 한국사람들을 채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던 이유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많은 동기들이 MBA 오기전에 다니던 직장으로 다시 돌아갔고, 그렇지 않고 미국오기전에 다리를 확실히 불태우고 온 사람들은 다른 직장을 구하였다. 여기에는 우리가 잘 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인 삼성과 LG도 포함된다. 유학을 해본 내 경험에 비춰보면 솔직히 한국인으로써 미국에서 유학을 한 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일을 하는건 조금 짜증나고 어쩔때는 굴욕적이기까지도 한 과정이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외국계 컨설팅 회사나 investment bank에 입사하면 그나마 연봉이 높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다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괜찮지만, 순수 토종 한국 기업에서 일을 하는건 나도 솔직히 많이 꺼려하고 “정말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되면”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하던 히든 카드였다. 물론, 요새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삼성이나 LG 같은 회사들도 해외 인재 채용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전반적인 기업 이미지들이 글로벌화되었으며, 연봉 수준도 상당히 많이 올랐다고 주위에 있는 분들을 통해서 들었다 (그래봤자 솔직히 외국회사에서 받는거보다는 적다. 어찌되었던간에…)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들의 상황은 대충 이렇다. 내 말에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이건 어찌되었던간에 내 생각이니 그냥 읽고 넘어가 주시면 좋겠다. 그런데 이렇게 어쩔 수 없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우리의 상황과는 달리 요새 미국에서 MBA 학위를 취득하는 외국인들은 스스로의 바램과 의도하에 미국에 남기보다는 동쪽 (아시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재미있는 기사를 최근에 읽었다. James Tsai라는 친구가 있다. 동부의 명문 중/고등학교를 나왔고 작지만 네임밸류가 있는 Middlebury College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에 Bank of America에서 부사장까지 승진을 하였다. 그것도 26살 이라는 어린 나이에 말이다. Tsai씨는 마케팅과 전략으로 유명한 Northwestern 대학Kellogg 경영 대학원에서 곧 MBA 학위를 마치고 졸업 후 첫 직장을 찾으려고 아주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서 말이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Tsai씨와 같은 엘리트들의 졸업 후 진로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무조건 미국에 남아서 일을 하는거 였다. “중국에서 직장을 구해보려고 백방 뛰어다니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라고 Tsai씨는 말을 한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건 정말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미국인들이 아시아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주위 친구들은 마치 전기와 TV가 나오지 않는 원시국가로 유배당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는 했는데 이제는 이 모든것이 바뀌었다. 아니, 아직 바뀌고 있다고 하는게 맞는 말인거 같다.

이제 다국적 기업과 아시아 기업이 능력있는 재원들한테 제공하는 복지혜택과 연봉 수준은 거의 비슷해지고 있다. James Crawford는 몇년 전 Columbia Business School에 입학하기전의 상황을 매우 생생하게 기억한다. 시카고 근교의 집 부엌에서 James의 아버지는 James를 앉혀놓고 한마디 충고를 하였는데 그 말은 “Asia”였다. 앞으로 세계의 중심이 아시아로 바뀌고 있으니까 졸업 후에는 반드시 아시아로 가서 일할 생각을 가지고 학교 생활 2년을 하라는 말이었다. 현재 MBA 2년차 과정에서 공부중인 Crawford 씨는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30년 후에 국제적 경험이 없는 제 커리어를 생각할 수는 없을거 같습니다.”라고 그는 말을 한다. 올해 32살인 내 후배인 워튼 스쿨의 Andrew Maywah는 MBA 전에 실리콘 밸리에 있는 오라클 본사에서 아주 편안하고 안정된 직장 생활을 하였지만 졸업 후에는 중국에서 일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3개의 잡 오퍼를 가지고 고민하고 있다. “마치 옛날 서부 개척 시대의 카우보이가 된 기분이 드네요. 미국보다 훨씬 흥분되고 재미있는 기회들이 중국에는 많이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을 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중국인과 인도인들 사이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식 교육을 받는 많은 중국인들의 부모들은 몇십년전 꿈의 땅인 미국에서 American Dream을 이룩하기 위해서 배를 타고 이민해왔지만 이제 이들의 아들 딸들은 다시 본국 중국으로 그 반대의 역이민을 가고 있다. 우리나라와 똑같이 중국인들도 이런 현상을 “회귀 현상”이라고 하는거 같다.

세계의 중심이 정말로 동양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일까?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많은 대기업들이 이런 기회를 전략적으로 잘 이용하고 있다. 10년전만 해도 아시아 기업들은 미국에서 현지 채용을 위한 채용 박람회를 하지 않았다. 내 기억으로도 10년전 스탠포드에 있을때는 삼성LG 정도만 실리콘 밸리의 고급 중식/일식 식당을 예약한 후에 유학생들을 위한 예비 채용 간담회를 개최하였지 그외의 기업들은 찾아보기가 그다지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채용 박람회를 해도 상당히 허접하게 하였던걸로 기억한다. 불과 3년전에 삼양사에서 필라델피아에서 진행하였던 유펜 유학생들을 위한 간담회에 대해서 잠시 내가 썼던걸로 기억하는데 이후에 삼양사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상당히 허접해졌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China Investment Corp.와 같은 중국 국영 투자사나 Tencent와 같은 중국의 IT 포탈회사들도 적극적으로 미국의 유수 MBA 학교에 와서 현지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카고 대학의 Booth School은 최근에 중국 기업들로부터 채용 관련 문의와 관심이 워낙 높아져서 아예 이 기회를 통해서 홍콩에 취업 서비스 센터를 새로 열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아시아 기업의 현지채용 트랜드를 현재 리드하고 있는 회사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삼성전자이다. 작년에만 삼성전자는 미국의 top 10 MBA 학교에서 50명의 현지인들을 고용하였다 (아쉽게도 삼성전자의 내부 전략 컨설팅 그룹인 Samsung Global Strategy Group에서는 한국인들은 뽑지 않고 외국인들만 고용한다. 이러한 제도를 솔직히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비즈니스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생각과 견해를 수집하기 위해서 외국인들만 뽑는다고 삼성의 채용 담당자들은 말을 한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50명의 외국 현지인들은 삼성전자가 해마다 뽑는 한국 유학생들의 수는 제외한 숫자이다. 전략적인 사고가 중요시되는 그룹인 만큼 마케팅과 전략으로 잘 알려진 Kellogg School에서만 올해 16명의 MBA를 뽑아갔다고 하는데 이 숫자는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인 General Mills나 P&G;가 켈로그에서 뽑아가는 학생 수보다 더 많은 숫자이다. 삼성의 김근배 부사장의 말에 의하면 올해는 삼성전자에서 작년보다 2배나 많은 MBA들을 채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한국기업 치고는 참으로 기발하고 놀라운 움직임인거 같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좋아지고 있는건지, 대우가 좋은건지 아니면 미국에서 잡을 찾기가 힘들어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간에 삼성전자의 이러한 현지채용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단단히 효과를 보고 있다. Kellogg 졸업생인 28살의 Jonathan Scearcy씨는 작년에 미국 기업들로부터 30개의 오퍼를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삼성전자를 선택하였다. 그는 회사생활에서 남들보다 더 빨리 승진하고 잘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젊었을때부터 국제 경험을 많이 쌓고 외국 문화에 많이 노출되는거라고 하는데 그걸 하기 위해서 삼성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자세히 생각해보면 MBA들의 졸업 후 dream job을 시대별로 구분할 수 있다. 1980년대 MBA들은 졸업 후 모두 월가로 가서 쉬지않고 열심히 일해서 보통 직장인들은 평생 꿈도 꾸지 못하는 $을 1년 보너스를 챙기는걸 선호하였다. 1990년대 MBA들은 닷컴과 대박의 꿈을 가지고 너도나도 할거없이 서부 실리콘 밸리로 향하였다. 아마도 이 시기에 가장 많은 MBA 휴학생들이 탄생했을것이다. 2000년대 중반에는 너도나도 할것없이 사모펀드 붐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트랜드는 바로 아시아이다. 미국 top MBA 스쿨에서 졸업 후 아시아에서 일을 하는 졸업생 수는 최근 5년 동안 5%에서 10%로 무려 2배나 증가하였다. BusinessWeek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Go East, Young Ma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과연 이 현상이 얼마동안 지속될까? 많은 전문가들은 이게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한다. 주로 불경기때는 미국에서 직장을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지만 여러 MBA 스쿨들이 경험하고 있는 학생들의 아시아 진출 현상은 불경기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근본적인 세계 경제 축의 아시아 이동으로 인한 영구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꽤 큰 규모의 MBA 졸업생들이 중국, 베트남, 인도, 한국 등에서 근무하겠다고 지원하는 사례는 과거에 가끔씩 있었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오랫동안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라고 인력 채용 회사인 Manpower의 사장 Jeff Joerres는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력의 역유출 현상을 미국 정부도 이제는 심각하게 취급하기 시작하였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미국의 우수한 교육을 받은 후에 Sergey Brin이 모국인 러시아로 돌아가서 구글을 창업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앞에서 언급한 James Tsai씨가 아버지 나라인 중국으로 돌아가서 세상을 바꿀만한 일을 하면 미국의 국제 경쟁력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한번도 이런 현상을 경험해보지 못한 미국인들은 앞으로 세계 경제의 축이 아시아로 이동하는걸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을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현실이고 많은 MBA 졸업생들의 포커스는 현재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고 BusinessWeek는 말을 한다.

여기서 나는 내 견해를 조금 더 말해보고 싶다. 내 생각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미국이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 같다. 왜냐하면 아시아로 가는 MBA들은 결국 몇년 뒤에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나는 아시아와 미국의 대기업 및 벤처기업에서 잠깐씩 일한 경험이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아직도 professional career를 가장 빠르고 생산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은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그럴것이다. 아시아의 career life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오래동안 열심히 조금은 무식하게 일을 하는 do more with more라는 컨셉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의 career life는 do more with less라는 효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불변의 법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야근’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말인지 알거다. 과연 일이 정말로 그렇게 많아서 야근을 해야하는걸까? 그전날 술쳐먹고 해롱해롱 거리다가 회사에 늦게 출근해서 저녁시간까지 동료들과 커피마시고 노가리 까다가 보니 일은 하나도 못했고, 담배 한대 피고 야근이나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야근하는게 아니고? 매우 단적인 예이지만 이렇게 몸을 혹사하면서 일을 하다보면 단기적으로는 아시아의 국가 경쟁력이 한순간 급상승하지만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중국의 성장이 좋은 예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반드시 어느 순간에 그 성장은 멈추게 되어 있고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사상과 개념은 수백년동안 축적되어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방식에 뿌리깊게 박혀있기 때문에 수년, 심지어는 수십년 동안 바뀔 수는 없는 것들이다. 내 친구들 중에서 삼성의 Global Strategy Group에서 일을 하는 MBA 졸업생들이 꽤 있다. 이 중 단 한명도 5년을 한국에서 채우지 못하였다. 모두들 3-4년 근무한 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서 지금까지 쌓았던 아시아에서의 글로벌한 경험을 (한국에서의 경험이 글로벌한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바탕으로 미국의 기업에서 열심히 그리고 빨리 corporate ladder를 올라가고 있다. 하나같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하였던 땅에서 낯선 사람들과 글로벌 비즈니스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ins and outs를 많이 배운거 같다. 이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으로 와서 제대로된 내 career를 쌓고 싶다.” Samsung Global Strategy Group에서 일하는 외국인들한테 제공하는 연봉과 혜택의 반만 줘도 목숨바쳐서 일할 한국 사람들 꽤 많이 있을텐데….

*미국인들의 효율성 – 내가 미국에 처음 왔을때 놀란게 몇가지가 있었는데 스타벅스 매장의 opening hours가 그 중 하나이다. 미국 스타벅스는 보통 새벽 5시30분에 문을 연다. 더욱 더 놀라운 사실은 5시30분에 이미 매장에 커피를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직장인들이 꽤 있다는 사실이다. 새벽 5시30분은 한국에서는 3차하고 집에 들어가는 시간인데 ㅋㅋ. 미국인들은 매우 일찍 일어나서 효율적으로 일을 한다. 근무시간에는 잡담도 잘 안하고 땃짓도 잘 안한다. 점심도 주로 간단하게 자리에서 먹고 계속 일을 한다. 그대신 6-7시면 업무를 끝내고 집에 가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동료들끼리 회식을 해도 간단하게 맥주 한잔 하고 집에 일찍 가서 일찍 자고 그 다음날 또 일찍 일어나서 일을 한다. 본받아야하는 문화인거 같다.

Education, not school

우리 나라 같이 좋은 학벌을 목숨같이 여기는 사회에서는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나도 개인적으로 항상 궁금하게 여기던 것이 바로 창업과 학벌의 상관관계이다. 반드시 좋은 학교를 나와야지만 창업을 할 수 있는것일까? 더 나아가서는, 성공한 entrepreneur가 되려면 출신 학교와 졸업장이 중요할까? 중요하다면 그 중요도는? 개인적으로는 거의 상관없다라고 생각하지만, 또 막상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 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흔히 말하는 미국의 아이비 리그 학교 출신이고 그 중 다수의 사람들이 MBA와 같은 고등학위를 소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친하게 알고 지내는 창업자들이 미국의 창업자 중 몇 퍼센트 일까? 1%? 극히 소수일거라고 생각한다.

이 이슈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와 그만큼 서로 다른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내가 읽어본 조사 중 가장 insightful한 내용은
하버드 법대의 수석 연구원이자 UC 버클리의 객원 교수인 Vivek Wadhwa가 작년 10월 TechCrunch에 이와 같은 내용에 대하여 기고한 글이다. 그가 조사해 본 결과 대학교와 성공적인 창업과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고 한다 . 그는 저명한 대학교의 팀원들과 ‘창업가 정신’ 관련 3개의 큰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사실들을 발견하였다.

1. 연구 대상이었던 628명의 미국인 창업자들은 총 287개의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이 중 상위 10위권 대학은 19%밖에 없었다. 즉, 81%의 창업자들은 평범한 ‘보통’ 학교를 다녔다.
2. 인도나 중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에서 창업을 한 317명의 외국인 중 인도 최고 대학인 IIT 졸업생 수보다 이류 대학 취급받는 델리 대학 출신이 2배나 많았다. 중국의 경우, 중국 최고의 대학교인 칭화대나 후단대 출신보다 ‘보통’ 학교인 천진대와 상해 쟈오통대 출신의 중국인들이 실리콘 밸리에서 더 많이 창업을 하였다.
3. 다양한 산업군 549개의 성공적인 회사의 창업자들 중 아이비 리그 출신은 6% 밖에 안되었다.
4. 이 연구에서 가장 의미있는 발견은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학교를 아예 다니지 않은 사람들간의 차이점들이다. 와드화 교수가 표본으로 삼았던 회사들은 평균적으로 42명의 직원들이 있었고 평균 연매출은 미화 570만 달러였다. 아이비 리그 졸업생들이 창업한 회사들은 평균 55명의 직원과 연매출 67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고, 고등학교만 졸업한 창업자들이 세운 회사들은 평균 매출 220만 달러에 직원 18명을 고용하고 있었다. 물론, 미국의 모든 창업자들과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는 아니었으며 고등학교만 졸업한 대표적인 창업자 중에는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있지만 이번 표본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이 모든걸 종합해 보면, 성공적인 창업가를 결정하는 요소는 학교의 이름보다는 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교육 그 자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는 더 나아가서는 오히려 일류 대학을 나오지 않은 창업가들이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하며, 졸업 후 밀고 당겨줄 수 있는 동문층이 두텁지 않기 때문에 사회의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배우기 때문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한다.

또한,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출신 학교를 막론하고 교육의 가치를 매우 중시 한다고 한다. Kauffman 재단의 보고서에 의하면 설문대상 창업자 중 70.3%가 대학교 교육이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 아이비 리그 졸업생들은 이 보다 더 많은 85.7%가 대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흥미롭게도 동문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한 사람들은 이 중 18.8%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하버드나 스탠포드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가지 않을 필요는 없다. 일류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있으면 인생에 여러가지 도움이 되니까. 가령 골드만 삭스와 같은 투자 은행에 취직하려면 아이비 리그 졸업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VC firm에 취직하려면 성공적인 창업가가 되거나 또는 일류대학을 나와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조금 애매하다. 왜냐하면 한국사람들이 미국에서 창업한 회사들이 거의 없어서 비교∙분석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성공한 벤처기업들의 창업가들은 서울대학교 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미국으로 진출하지 못한 국내 기업들을 성공적인 벤처기업이라고 부르기에는 많이 부족한 점들이 있다. 아마도 이러한 국내의 현실 때문에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일류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면 창업의 꿈조차 꾸면 안된다라는 생각을 하고 바로 이런 생각들이 몸에 배이기 때문에 창업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되는거 같다.

성공적인 창업의 공식에는 일류 대학 졸업장이 반드시 필요한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류대학을 졸업했다고 벽에 걸린 졸업장을 볼때마다 스스로 자만하지 말고, 삼류대학을 졸업했다고 창고 깊숙히 처박아놓은 졸업장을 볼때마다 후회하지 마라.

<이미지 출처 = “http://www.shaunrosenberg.com/dont-let-school-interfere-with-your-education“>

Vinod Khosla & the “Next Tsunami”

vinod-khosla모든 사람들한테는 인생을 살면서 큰 결심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결정적인 계기들이 있을 것이다. 나한테도 지금까지의 짧은 인생을 살면서 이런 계기가 몇 번 있었는데, 공학박사가 되어서 자동차 엔진 설계를 하면서 대기업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려던 내 목표를 접고 순조롭지만은 않은 이 벤처/high tech 분야로 진로를 바꾼 결정을 하게 된 바로 그 “순간”이 며칠 전 문득 생각나서 여기에 기록을 한다. 벌써 10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긴다.

때는 1999년도 11월 스탠포드 대학 – 1학점짜리 세미나 수업인 “MS&E; 472 – Entrepreneurial Thought Leaders Seminar“를 듣기 위해서 Terman 공대 건물의 Skilling Auditorium에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이 수업은 모든 스탠포드 대학생 (학부/대학원)들이 수강할 수 있는 수업이며, 특별히 시험도 없고 숙제도 없는 세미나 수업으로써 그냥 수업마다 스피커들을 초청하여 강연을 듣고, Q&A;를 한 후에 학교에서 간단하게 마련한 open 다과회를 통해서 socialize를 할 수 있는 내가 가장 좋아하였던 수업 중 하나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 수업에서 초청하는 사람들이 그냥 단순히 교수나 대기업의 과장들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Steve Ballmer, Cisco의 John Chambers, DFJ의 Tim Draper, Garage Technology Ventures의 Guy Kawasaki등 high tech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며 지금의 실리콘 밸리 형성에 지대한 이바지를 한 power player들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 얼굴이라도 한번 보려고 많은 학생 및 주위에서 일하는 professional들이 강의실을 금요일마다 (요새는 수요일 4:30~5:30에 하는 거 같다) 가득 채웠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KPCB (Kleiner, Perkins, Caufield and Byers: 세계 Top 5 VC 중 하나. Excite.com, Genentech, Netscape, Amazon, EA, Google 등 수많은 유수의 벤처 기업들을 초창기에 발견하여 투자하였다)의 간판스타 중 한 명인 Vinod Khosla였다.

-Vinod Khosla는 1955년 인도 Pune의 평범한 가정 (인도에서의 평범한 가정은 못사는 가정이다) 에서 태어났으며 자라면서 Andy Grove가 동유럽에서 미국으로 망명하여 인텔을 설립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본인도 high tech 분야에서 성공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인도의 MIT라고 불리는 IIT (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인도에 여러 캠퍼스가 있는데 Vinod가 다닌 Delhi 캠퍼스가 가장 들어가기 힘들다)를 졸업하고 미국의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탠포드 대학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여기서 코슬라씨는 Sun Microsystems를 같이 창업하게 될 Scott McNealy를 만났고 스탠포드를 졸업한 1980년에 Sun Microsystems를 창업하였다. 그 이후 Kleiner Perkins에 바로 파트너로 조인을 하였고 오랫동안 high tech, 특히 인터넷 관련 회사들을 시작하는 창업자들을 도와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VC로서의 삶을 살다가 몇 년 전에는 스스로 독립하여 Khosla Ventures라는 주로 clean technology 관련 벤처기업들에 투자하는 새로운 VC firm을 설립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스토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1999년도에 창업을 해서 Kleiner Perkins로 부터 투자 유치를 했고, Vinod Khosla나 John Doerr (또다른 Kleiner Perkins의 스타 VC)를 이사회에 영입하였다면 거의 대박 날 확률이 99.99%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즉, Vinod는 그 당시에 실리콘 밸리의 마이다스였다고 할까…. 이런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이 전설적인 인도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경청하고 있었다. 아니, 이 장소에 앉아 있다는 사실 조차가 나한테는 큰 영광이었고 비싼 등록금을 내고 스탠포드로 온 보람을 느낀 순간들이었다. Vinod는 머리 좋은 공대 학생이 우연한 기회에 실리콘 밸리로 오게 된 이야기와 스탠포드 MBA 프로그램에서 Sun을 같이 창업할 동료들을 만나서 창업하게 된 경험담을 솔직담백하게 우리와 같은 미천한 학생들과 공유하였다. 실은 나는 이때 Sun이 “태양”이 아닌 Stanford University Network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생을 산 사람이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대학을 졸업하고 (물론 IIT에 갈 머리였으면 나보다 훨씬 훨씬 우수한 사람이다 ㅎㅎ), 미국으로 유학을 왔고…. 뭐 여기까지는 나랑 비슷했지만, 그다음의 인생은 나와 크게 차이 나기 시작하였다. 당시만 해도 생각과 꿈을 많이 꾸었지만 실제로 실행에는 많이 옮기지 못하였던 나와는 다르게 생각을 많이 해서 목표를 정하고 실행을 하여서 성공하였다는 이러한 차이점들에 대해서 그 강의실에서 나는 더욱더 많은 생각을 할 기회가 있었다. Vinod가 이날 사용하였던 ppt 슬라이드 템플릿에는 큰 파도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발표하면서 “the Next Tsunami”라는 말들을 Vinod는 많이 언급하였다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건 이후부터는 이 말이 금기시되어 더 이상 Tsunami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Entrepreneur들이 추구하는 innovation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기존에 일하던 방식이나 존재하는 제품들을 더 좋고, 더 빠르고, 더 싸게 바꾸려는 innovation이 있고 (e.g. 더 성능이 좋은 CPU를 더 싸게 만들거나, 연비가 좋은 자동차를 만들거나 하는), 이와는 개념적으로 다른 기존에 없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New New Thing이라는 게 있다 (e.g. 온라인으로 책을 파는 Amazon.com이나 검색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모델을 널리 상용화한 Google과 같은). 어떤 게 더 innovative 한 거라고 정의할 수는 없지만, Vinod 본인은 스스로 후자에 더 많은 기대와 돈을 투자한다고 하였다. Sun Microsystems도 여러 개의 워크스테이션을 연결할 수 있는 저렴하고 효율적인 제품과 모델을 구상하는 도중에 창업하게 된 회사이고, 이 강의실에 앉아 있는 스탠포드 학생들이야말로 앞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로 – 즉, the Next Tsunami – 인류와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The Next Tsunami” – 이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와 닿았다. 나는 왜 이 먼 미국 땅으로 비싼 등록금을 주고 왔을까? 박사학위를 받아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게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인가? 솔직히 그동안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이때 이런 생각들이 내 머리를 팍팍 자극하였고 Malcolm Gladwell이 말하던 소위 tipping point를 내 사고가 이 순간에 넘었던 게 아닐까 싶다. 좋은 학교에서 박사 학위 받아서 대기업에 engineer로써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는 거 보다는 분명히 뭔가 더 의미 있게 인생을 살 방법이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까지 와서 유학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분명히 Vinod Khosla는 Stanford를 다니면서 가졌을 것이다. 저 인도 아저씨도 했는데, 나라고 못 하랴? (물론,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요새도 매일매일 팍팍 깨닫고 있다 하하). 4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연을 들으면서 점점 사고의 전환이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었으며 이상한 자신감이 가슴속에서 불쑥불쑥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왠지 기분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으며, 마치 안개가 자욱하였던 눈앞이 clear 해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한 달 뒤에 나는 원래 전공이었던 기계공학을 그만두고 경영과학으로 전과를 하였으며, 원래 계획하였던 5년 박사 과정을 과감하게 접고 1년 3개월 만에 후다닥 석사 학위를 받은 후에 실리콘 밸리의 Valicert라는 벤처기업에서 첫 career를 시작하였다 (몹시 나쁜 choice였다!). 물론, 졸업할 당시는 경기가 좋아서 Cisco나 Sun과 같은 대기업으로부터 offer를 받기도 하였지만 왠지 작은 회사에서 뭔가를 성취해 보고 싶어서 일부러 남들이 잘 모르는, 그렇지만 가능성이 나름대로 커 보이는 벤처기업으로 진로를 바꾼 거다. Vinod는 다음과 같은 말로 speech를 마무리했다. “돈보다 뭔가 큰 cause를 위해서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창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던 간에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창업을 하는 그 정신은 숭고하고 위대하며, 돈을 위해서 창업을 한 사람들도 비즈니스를 하면서 점점 뭔가 더 큰 목적을 위해서 매일 매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일터로 향하는 서서히 바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스탠포드라는 세계 최고의 학교에서 공부할 기회를 가지고 있는 여러분들은 선택된 소수의 사람입니다. 그 기회를 헛되게 하지 마세요. You will find yourselves creating the NEXT TSUNAMI.”

우리는 인생에 있어서 role model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도 그전에는 마음속에 많은 role model들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Vinod Khosla는 정말 내가 중대한 결단을 가능케 한 그 장본인이었으며,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도 1999년 Skilling Auditorium 앞줄에 앉아서 열심히 강연을 들으면서 감동하던 내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과 정신이 정화되어서 다시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는 거 같다. 얼마 전에 안철수 박사가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아주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고 하는데, Vinod가 그날 나를 비롯한 많은 학생을 감동하게 한 거와 마찬가지로 수만 명의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가슴에 큰 희망을 심어주셨을 거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아직 나는 유감스럽게도 Vinod만큼 성공을 하지는 못하였고, 앞으로도 Vinod 만큼 성공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현재 내 인생을 즐기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거는 확실히 장담할 수 있다. 만약 그때 이 결정을 하지 못하고 그냥 안정적인 직장만을 추구하였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마 한정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잘살고 있을 거 같지만, 그게 내가 바라는 인생은 아니었을 거 같다.

글을 마치면서…. 갑자기 99년 회상을 왜 했냐 하면 최근에 Vinod가 에탄올을 대체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벤처 기업들에 대해서 인터뷰한 기사와 동영상들을 봤는데, 1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여전히 좋은 회사, 좋은 기술, 좋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Next Tsunami를 준비하고 있는 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role model이 뭔지를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인 거 같아서 몇 자 적어봤다.

<이미지 출처 = Famous-Entrepreneurs.com>

주는것의 즐거움

Chicago 대학은 공식적인 Ivy League에 속하는 학교는 아니지만, 서부의 스탠포드 대학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Ivy League 대학들 보다 높게 평가하는 학교 중 하나이다. 특히 경제학부는 그 어떤 대학보다 우수한 강사진 (Robert Lucas와 같은 노벨 수상 경제학자)과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우리가 아는 많은 경제학 이론이 시카고 대학 경제학과에서 탄생하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시카고 대학의 경영대학원인 Chicago GSB는 하버드/스탠포드/워튼과 같은 top 3 MBA 스쿨로 객관적으로 ranking 되지는 않지만 (시카고 MBA들은 여기에 동의 하지 않을수도 있다 ㅎ) top 10에는 해마다 ranking되는 아주 우수한 경영 대학원이다. 어제부로 이 Chicago GSB가 Chicago Booth School of Business로 이름을 바꾸었다. Dimensional Fund Advisors라는 mutual fund의 CEO이자 시카고 MBA 동문 (class of 1971) David Booth가 자그마치 3,900억원이라는 거금을 한방에 이 학교에 기부를 하였으며, 역사상 전례없는 액수의 기부금과 David Booth를 honor하기 위하여 Chicago 대학도 그 동안 고수하던 GSB라는 이름을 버리고 Booth School of Business로 개명을 한 것이다. 이 액수는 2006년도에 Nike의 회장인 Phil Knight이 모교인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에 기부하였던 그 당시 경영대학원에 기부한 금액치고는 최고였던 1,100억을 3배 이상이나 능가하는 금액이다. David Booth는 업계에서는 상당히 알려지지 않은 low profile한 인물이다. 27년 전에 Dimensional Fund Advisors를 설립한 이후로 한번도 공개석상에 나와서 얼굴을 비추거나 말을 한적이 없었는데, 그렇다고 실적이 low profile이었던거는 절대 아니다. 1981년에 시작된 이 mutual fund는 현재 300개의 다른 fund에 약 156조원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상당히 탄탄한 fund이다 (나도 전혀 모르다가 최근 몇일 동안 알게된 사실이다).

Chicago Booth School of Business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이번 기부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In honor of David Booth’s generous financial contributions and spirited affirmation of our philosohpy, we are honored – and privileged – to add his name to our nameplate. David Booth has always credited Chicago GSB for his success. Now, with his unprecedented gift, David has ensured that we will remain not just a business school, but a business FORCE.”

미국인들을 보면 부러운 점들도 있고 “저런점은 한국 사람들이 훨 낫다”라고 생각하는 점들이 있는데, 미국인들의 기부문화를 보면 항상 나는 부러움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언제쯤이면 우리나라 부자들은 주는것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물론 절세와 관련하여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찌되었던간에 피땀흘려 평생을 일해서 모은 돈을, 그것도 억단위의 거금을 선뜻 나랑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남한테 준다는거는 누가 생각해도 쉽지는 않다. Booth 선생과 같이 모교에 기부를 하는 한국 사람들은 억지로 생각을 해봐도 떠오르는 사람이 없으니 참 아쉽다. 고대앞에서 평생 떡복기를 팔아서 모은 돈 전액을 대학교에 기부하는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는 가끔씩 뉴스에서 보지만, 이렇게 어렵게 사시는 분들은 그냥 본인들한테 이 돈을 투자하고 좀 사는 기업가들이 모교에 기부하면 어디가 덧나냐? 돈 벌어서 죽을때 무덤까지 싸들고 가는것도 아닌데 도대체 이 돈으로 다 뭐하는지 모르겠다. 자식들한테 물려주더라도 많이 남을텐데…(그러면 증여세라도 제대로 내던지).

여기서 reality check를 한번 하고 넘어가자. 솔직히 나는 부자의 생각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한번도 이 사람들과 같은 거금의 돈을 만져본 적도 없고, 기부에 대해서 고민을 할 정도의 위치 근처까지 가본적도 없다 🙁 하지만, 나에게 사람들이 “너 같으면 그 위치에서 1,000억대의 돈을 선뜻 기부하겠냐?” 라고 묻는다면 나는 한치의 망성일 없이 “Yes”라고 대답할 수 있다. 나는 철저한 실용주의자이자 meritocracy의 강력한 지지자이다. 즉, 이 사회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성공해야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성공하면 안된다라는 생각을 강력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길거리에서 거지들을 만나면 동정의 25센트를 주기 보다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스타일인데 기본적으로 “그 거지들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건데 왜 내가 개같이 일해서 벌은 돈을 저 사람들한테 줘야하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성격에 대해서 냉정한 이기주의자라고 욕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that’s just the way I am and I never want to change who I am. 하지만, 학교나 사회는 오늘날의 나를 인격적으로, 그리고 학문적으로 훈련 시켜준 institution이기 때문에 반드시 내가 성공하고 벌은만큼은 돌려줘야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학교는 시간낭비이고 학교에서 배운 것 중 일하면서 써먹을 수 있는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고 나도 이 부분들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때문에 학교를 나왔지만 ㅎ).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학교가 없었으면 내가 과연 여기까지라도 올 수 있었을까?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 제대로 알고 있지는 않지만 졸면서 들었던 강의 내용들, 학교를 다니면서 경험하였던 여러가지 과정들 등등…이 모든것들의 결정체가 오늘날의 인간 배기홍이 아닌가 싶다.

나도 빨리 잘되어서 David Booth와 같이 모교에 기부하는 즐거움을 맛 볼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의 기업인들도 기부의 즐거움에 대해서 빨리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태 해결을 위해서 유명한 F-1 자동차 레이서인 Michael Schumacher가 선뜻 100억을 기부하였는데,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도 100억원을 내놨다고 한다. 그것도 내가 알기로는 개인자산이 아닌 회사돈으로 (물론 회사돈이 본인돈이지만…)이었는데 이거 뭔가 좀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

하여튼, kudos to Chicago MBA alumni/students! 이렇게 훌륭한 선배를 둔 시카고 MBA 학생들이 부럽네. 이런 선배들을 보고 공부하는 후배들도 분명히 좋은 일들을 많이 할거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