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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잡는 법

fish-3062032_1280스트롱과 같은 초기 투자자, 그리고 내가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프라이머와 같은 악셀러레이터는 단순 돈보다는 더 큰 도움을 스타트업한테 제공한다. 어떤 투자사는 체계적으로 제품 빌딩, 팀 빌딩, 투자유치 등과 같은 주제로 교육 코스를 만들어서 초기 창업가들을 도와주면서 포트폴리오 회사에 큰 부가가치를 제공한다. 우리는 이런 시스템을 갖고 있진 않지만, 이제 시작하는 회사가 필요한 여러 가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서 도움을 주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product market fit을 같이 찾고, 능력 있는 인재를 유치할 때 나도 그분을 면접하기도 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스타트업이 성장할 때 가장 필요한 건 좋은 제품, 좋은 돈, 좋은 인재인데, 여기서 좋은 제품은 VC들이 아무리 도와줘도 한계가 있다. 제품 자체는 투자자보단 창업가들이 더 잘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VC들의 도움이 가장 많이 필요한 부분은 후속 펀드레이징과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이 성장을 잘 관리하고 가속할 수 있는 좋은 인재 소개 및 연결이다.

우리도 이제 투자사가 120개가 넘기 때문에, 모든 회사에 내가 이런 도움을 매일 적극적으로 줄 수가 없다. 마음이야 항상 회사의 co-founder와 같이 열심히 대표들과 같이 바닥에서 구르고 싶고, 체력도 아직 20대랑 맞짱뜰 자신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7년 전에 1호 펀드 하나만 운용할 때는 투자사가 별로 없었고, 우리 일도 지금같이 복잡하고 바쁘지 않았기 때문에, 존이랑 나랑 우리 투자사들과 정말 타이트하게 같이 일했고, 특히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 회사들의 미국 지사 역할을 했다. 비석세스가 시작할 때 2012년 beLaunch라는 2,000명 이상이 참석한 큰 행사를 한국에서 했는데 해외에서 온 대부분의 이름있는 손님은 존이란 내가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초대했고, 비론치 행사 준비와 운영에 우리도 깊게 관여했었다. 코빗 같은 경우도, 우리가 제일 먼저 투자했고, 2차 투자는 Tim Draper와 엔젤리스트의 Naval Ravikant와 같은 미국의 좋은 엔젤한테 받았는데, 이 사람들을 연결하고, 투자 관련 대부분의 일을 존이 미국에서 하면서 투자유치를 성공시켰다. 쿠팡에 인수된 Recomio라는 회사의 경우도, 인수 전 과정에 우리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관여했고, 이 회사에는 엔지니어밖에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회사의 비즈니스 담당자 역할을 했다.

실은, 이렇게 하니까 우리도 뭔가 뿌듯했고, 결과도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을 해보면, 투자자가 또 너무 이렇게 앞단에 나서서 창업가들과 같이 실무를 하는 게 항상 좋지는 않은 거 같다. 일단 우리같이 많은 회사에 투자하는 VC에게는 한 회사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게 여러 가지 측면에서 봤을 때 시간을 가장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아니다. 많은 회사,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기 때문에, 한 회사와 깊게 일하다가, 다시 빠지고, 또 다른 회사와 깊게 일하고, 이 과정을 지속해서 반복해야 하는데, 특정 회사와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내면 다른 곳에서 빵꾸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현실은…나는 힘들어하는 특정 회사들과 시간을 상당히 많이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안 좋은 건, VC가 힘든 일을 다 대신해주면, 창업가의 경쟁력과 전투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능성이 있는 창업가들한테 투자하고, 이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걸 도와주는 게 초기 VC인데, 이 과정은 시간이 걸리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래서 시간도 없고, 남을 가르치는 것보다 내가 일단 일을 처리하는 게 더 쉽고 간단하기 때문에, 앞단에 내가 나서서 창업가 대신 많은 일을 처리하곤 했는데, 이렇게 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창업가의 경쟁력이 오히려 약해진다는 걸 많이 느꼈다. 펀드레이징 예를 들면, 전에는 피칭 자료를 아예 내가 수정해주고, VC 직접 소개하고, 미팅까지 참석하고, 그 이후의 과정을 follow-up 하는 것까지 내가 다 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내가 훨씬 더 익숙한 과정이라서 시간도 절약하고 중간에 발생할 수 있는 마찰과 소음을 줄일 수 있지만, 창업가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어려운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배우는 게 별로 없다. 결국, 그다음 라운드를 진행하게 되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걸 많이 경험했고, 이러면 오히려 나만 지치고 더 피곤해진다.

그래서 이제 나는 웬만하면 모든 걸 창업가들한테 위임한다. VC 소개가 필요하면 당연히 연결은 내가 해 주지만, 이메일로 한 번 연결하고, 그 이후의 모든 건 알아서 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우리 투자사와 다른 VC와의 미팅에는 참석하지 않고, 진행하다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좋은 창업가들은 알아서 본인들이 모든 일을 잘 처리하는 걸 종종 경험한다. 대표의 경험 부족과 미숙함 때문에 큰 실수를 해서 일이 잘 안 풀리면, 안타깝긴 하지만, 이것도 나는 이분한테는 값진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더 잘할 것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을 것이다.

투자를 하다 보면, 한 회사에 우리 단독으로 투자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VC랑 같이 투자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런데 VC마다 철학이 다르고, 전략이 다르고, 투자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중간에 창업가가 이런저런 미세 조정과 조율을 잘 해야 한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커뮤니케이션이 조금만 어긋나도, 큰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오해가 생길 때마다, 나는 전화기를 들고 다른 VC한테 직접 전화해서 우리끼리 잘 이야기하고 오해를 풀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만, 항상 창업가를 통해서 이야기한다. 이렇게 해야지만, 이 창업가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향상되고, 앞으로 있을 수많은 라운드와 인간관계를 핸들링 할 수 있는 경험과 배움이 쌓이기 때문이다. 정말 답답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나는 웬만하면 이젠 절대로 나서지 않는다.

물고기를 잡아주면 하루의 양식이 되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면 평생의 양식이 된다는 말이 있다. 나도 요샌 이 말의 의미를 몸소 체험하고 있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나한테도 훨씬 편하고, 단기적인 스트레스는 생기지만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덜 생긴다는 걸 자주 경험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무시하고, 비웃고, 싸우기, 그리고 이기기

culture-1292900_640마하트마 간디는 의미 있는 삶을 살았고, 수많은 명언을 남겼는데, 이분의 삶과 투쟁을 가장 잘 요약한 말은 이 말인 거 같다:

“First they ignore you, then they laugh at you, then they fight you, then you win(처음엔 사람들이 당신을 무시할 것이고, 그다음엔 당신을 비웃을 것이고, 다음엔 당신과 싸울 것이고, 그러고 나서 당신은 이길 것이다)”

이 말의 뜻은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잘 알 것인데, 창업을 생각하고 있거나,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가라면, 잘 기억하고 명심하면 좋을 거 같다. 왜냐하면, 현재 이분들의 현실을 간디의 이 말이 거의 100% 그대로 보여주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모르니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다가, 이걸 알게 되면 다들 잘 안 될 것이라고 비웃는다. 그런데 죽지 않고 잡초같이 잘 자라면, 그땐 너도나도 따라 하고, 돈 많으면 돈으로 누르려고 하고, 덩치가 크면 협박하고, 언론과 친하면 악성 루머를 퍼뜨리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싸우려고 한다. 여기서 무너지는 스타트업도 많지만, 잘 버티다가 결국엔 성공하는 회사와 창업가도 가끔 본다. 우리 투자사들도 모두 무시-비웃음-투쟁-승리, 이 4단계 중 어딘가에서 현재 고생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을 최근에 가장 잘 보여준 사례가 바로 식물성 단백질 제품이 아닐까 싶다.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짜 고기’를 만드는 최근에 상장한 Beyond Meat와 아직은 비상장 회사지만 투자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Impossible Foods도 인제야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 시작은 매우 소박하고, 주류 동물성 단백질 회사들로부터 무시와 비웃음을 당했다. 아마도 육류회사들은 이런 대체 단백질 회사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처음에는 몰랐을 것이고, 참신하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조명을 비추기 시작하면서 대중이 조금씩 알게 되자, “식물성 단백질”이라는 말 차제가 말이 안 된다고 무시했다. 2009년도에 LA에서 창업된 Beyond Meat는 2014년에 Beast Burger라는 정말 맛없는 식물성 햄버거 패티를 처음 출시하면서 앞으로 가축 도살을 완전히 종료시키겠다고 선언했는데, 미국축산협회 임원들은 미친 소리라면서 욕하고 비웃었던 게 생각난다.

하지만, 작고, 빠르고, lean 한 스타트업의 특성을 살려서 Beyond Meat는 계속 빠르게 실패하고, 테스트하고, 실행하면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실제 고기와 맛이 꽤 근접한 가짜 고기를 만드는 데 점점 성공에 가까워지고 있고, 그 힘든 여정에 Impossible Foods가 조인하면서, 계속 이 산업을 키우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가 움직이고, David Chang과 같은 유명한 쉐프도 움직이기 시작하자, 축산협회는 그제야 이게 생각보다 심각한 위협이 될 거라는 걸 감지했다. 처음에는 무시하고, 비웃었지만, 이제는 방해하고 싸우기 시작했다. 2019년도에 미국 30개 주의 공무원들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태어나고, 사육되고, 도살되지 않은 고기로부터 나오지 않은 단백질에 “고기, 버거, 소세지, 터키 또는 핫도그”라는 명칭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물론, 축산협회의 엄청난 로비가 있었을 것이다. 이 30개 주 중 7개 주는 이미 이 법안을 통과시켰고, 미주리에서는 식물성 단백질 제품에 “고기”라는 말을 사용하면, 벌금 100만 원 이상과 최대 1년 징역까지 살 수 있다.

이 싸움에서 과연 식물성 단백질 회사들이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축산협회는 너무나 경제적, 정치적으로 힘이 센 조직이라서 수백 년 동안 본인들한테 말 그대로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해 준 동물성 단백질 비즈니스가 타격받는 걸 가만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 최대 육류가공업체 Tyson Foods나 Smithfields Foods와 같은 회사는 양다리를 걸치면서, 오히려 본인들도 식물성 단백질 제품을 출시해서 조심스럽게 마케팅하고 판매를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은, 식물성 단백질 산업뿐만 아니라, 그 어떤 산업이라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무엇인가가 등장을 하면, 기존 플레이어들과 항상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갈등이 생긴다. 당장 한국에서도 택시연합회와 타다가 이런 “무시, 비웃음, 싸움” 과정을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다윗과 골리앗이 싸우면, 실은 성경에서나 다윗이 이기지, 현실에서는 골리앗이 항상 이긴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아주 끈질기고 강인한 다윗이 등장해서 골리앗을 이기는 경우도 우린 경험한다. 지금은 무시당하고, 비웃음당하지만, 계속 버티면서 내 갈 길을 가다 보면, 어쩌면 이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시작

road-1668916_1280얼마 전에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이시언이 배우 생활 힘들게 시작할 때 도움받았던 분들을 찾아가면서 감사의 말을 전달하는 걸 봤다. 무명일 때 같이 고생한 박성현이라는 친구이자 연극배우와 영화 ‘친구’에서 이시언을 캐스팅한 영화감독 곽경택을 찾아가서 배우로서의 시작을 가능케 해줘서 고마움을 표현하는걸 인상 깊게 봤다. 스스로 “대배우”라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이시언이 아직은 대배우가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알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 능청스러울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여유와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고, 그 여유와 자신감이 싹틀 수 있었던 건 바로 이시언의 시작을 도와줬던 이런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보면 참 흥분되고 설레는 말이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두렵고 공포스러운 말이기도 하다. 실은 스타트업이라는 말 자체도 시작과 여러 가지 면에서 관계가 깊다. 이 방송을 보면서 시작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나도 스트롱의 시작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봤다. 2012년도 존이랑 정말 무모하게 맨땅에서 시작했을 때, LP를 모집하고 펀드를 만든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건 줄 전혀 몰랐다. 실은 상당히 순진해 빠졌고, 어리석기까지 했고, 돈이 전혀 안 모여서 시작한 지 6개월 후에 그냥 접을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접지 않고, 계속 허슬링하면서, 그래도 지금까지 망하지 않고 우리가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우리를 도와준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사업을 하면서 만난 많은 분이 소중하고 고맙지만, 나는 특히 우리의 시작을 도와줬고, 그래서 스트롱벤처스의 존재를 가능케 했던 분들한테 진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 1호 펀드는 워낙 작았고, 처녀 펀드이다 보니, 그 누구도 선뜻 LP 참여를 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냥 친구와 지인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줬는데, 그때 정말 운 좋게 다음커뮤니케이션이 LP로 들어왔다. 당시 다음 투자팀의 김주리 팀장님이라는 분이 스트롱을 많이 밀어주셨는데, 이분이 없었으면, 다음이 LP로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됐다면 오늘의 스트롱이 없었을 거다. 1호 펀드는 그렇게 꾸역꾸역 만들었지만, 금방 소진했고, 10배 규모의 더 큰 2호 펀드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똑같은 악몽이 반복됐다. 아직 별다른 실적이 없어서, 그 누구도 선뜻 LP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모태펀드를 집행하는 한국벤처투자의 글로벌 팀이 아무것도 없는 우리한테 커밋을 해줬다. 그리고 우린 “Korean Government가 우리 LP다. 나라가 우릴 믿는데, 너네는 왜 못 믿냐.”를 해외 LP들한테 엄청나게 마케팅했고, 시간이 꽤 오래 걸렸지만, 무사히 2호 펀드도 마무리했다. 이때 한국벤처투자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LA 촌놈들을 엄청 많이 도와주셨던 분이 지금 알토스에 계시는 조지윤 매니저님이다.

우리가 계속 사업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원동력은 우리 투자사이다. VC는 좋은 회사에 투자해야지만 계속 생존할 수 있는데, 우린 운이 좋게 첫 번째 펀드부터 좋은 창업가들한테 투자할 수 있었다. 우리가 8년 동안 120개 넘는 회사에 투자했는데, 이 중 스트롱 포트폴리오 1호 회사는 비석세스이다. 1호 투자사라는 이유만으로도 정현욱 대표님과 비석세스는 우리한테는 의미가 크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남으면서 계속 펀드를 만들고 투자를 할 수 있게 한 스트롱벤처스의 실적과 숫자를 만드는데 압도적으로 기여를 한 코빗의 코파운더 유영석 대표와 김진화 이사님한테도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항상 이런 스트롱의 힘들고 미약한 시작을 기억하면서, 나도 누군가 시작하는 걸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는 하루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죽지만 말자

우리도 이제 3개의 펀드를 통해서 8년 동안 한국과 미국에 있는 12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했다. 아직 멀었지만, 100개 넘는 회사에 투자하면 그래도 꽤 재미있는 데이터와 패턴이 보이는데, 얼마 전에 다음과 같은 데이터를 정리해봤다.

몇몇 대표 포트폴리오 회사에 대해서 스트롱이 투자했던 시점의 월매출/연매출과 2019년 6월의 매출과 2019년 예상 연 매출을 비교해봤다. 이 회사들 모두 우리 투자사 중 잘하는 회사들이지만, 실제로 숫자를 비교해보니까 어마어마한 성장이 보였다. 이 회사 중 절반 이상은 우리가 투자할 때 월매출이 하나도 없었고, 시작점이 “0”이기 때문에 이런 회사 중 몇 개는 월매출이 수십억 배 증가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평균을 내보면, 우리가 처음 투자할 때 대비 현재 월매출이 15배는 증가한 거 같다. 나도 이렇게 숫자를 뽑아보니까 상당히 놀랍고 기뻤다.

그런데 실은 이 데이터를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여기엔 한가지 함정이 있다. 바로 우리가 처음 투자한 시점이다. 위에서 말한 매출 성장이 1~2년 만에 일어난 거라면 정말로 대단한 거지만 – 실제로 어떤 투자사는 1년도 안 되어서 이런 비약적인 성장을 했지만 – 이런 성장을 한 평균 기간은 4년이다. 즉, 시작과 끝을 비교해보면 큰 성장이었지만, 4년이라는 기간의 성장 곡선을 보면 수많은 up과 down이 있었다. 우리도 매달 투자사들의 수치를 보는데, 올라가고 잘하는 것보단 내려가고 못 하는 게 더 많으니 이런 성장하는 수치를 봤을 때 더 놀랐던 거 같다. 실은 가장 비약적인 성장을 한 회사 중 절반 이상이 여러 번의 망할 위기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버티면서 계속 전진했고, 이런 땀과 노력이 인제야 열매가 맺어지기 시작하는 거 같다. 5년이 걸렸다.

전에 어떤 트레이너로부터, 근육운동을 계속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한계에 부딪히는데, 이때 계속하다 보면 섬유질이 파괴되고 찢어지고, 그때 새로운 근육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바닥을 쳤다 올라오기를 반복한 우리 투자사의 좋은 성장을 봤을 때 이 근육이 찢어지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계에 도달해서 더는 못 하겠다고 느끼는 그 시점에, “한 번만 더” , “조금만 더”를 다짐하면서 팀원들을 이끌고 계속 한 대표들의 회사가 이렇게 4~5년 후에 엄청난 성장을 한 거 같다.

이 회사들의 대표들이 공통으로 했던 말이 이제 기억난다. “죽지만 말자” 였던거 같다. 죽지 않으면, 더 강해지고, 더 강해지면, 죽지 않고 계속 살 수 있다.

Life gets Beta

스타트업 바이블은 2010년 8월 출시됐고, 2년 뒤인 2012년 7월에 스타트업 바이블 2 판매가 시작됐다. 실은 둘 다 졸작이긴 하지만, 내용 면으로 봤을 때는 2권이 1권보단 완성도가 높은데, 당시에 기존의 출판사를 건너뛰고 직접 e북과 POD로만 출판해서 판매하려는 야심 차지만 어리석은 전략 때문에 많은 분이 스타트업바이블 2권이 있다는 것 조차 모른다. 오늘 어쩌다가 2권을 다시 읽었는데, 역시 내용은 아주 쉽고 재미있어서 술술 읽혔다.

특히 [끝마치면서] 부분을 읽으면서, 마음에 뭔가 짠 와 닿는 부분들이 많아서, 여기서 그냥 그대로 공유해본다(지난 주에 타파스미디어 김창원 대표가 했던 이야기들이 생각나서 더욱더 짠했다).

“앞으로 최소 6개월 또는 12개월 동안 단 한 푼의 월급도 못 받으면서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해야 하는 데 자신있나?”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물론 모두가 다 창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 책을 샀다면, 그리고 소중한 시간을 들여서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분명히 여러분에게는 삶의 주인이 되거나 꿈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배우 모건 프리먼은 “진심으로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으면, 평생 단 하루도 일이 노동 같이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고 어떤 시상식에서 말했다. 감동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었다.

아직도 아내는 남편을 불안한 눈빛으로 보면서 (속으로) 걱정한다. 한국에 계신 우리 부모님과 장인·장모님 또한 안타깝게 생각하고 계시리라.

왜 좋은 학교에서 MBA 과정을 마친 후 고액 연봉 주는 선망의 대기업에서 때깔 나게 직장 생활을 하지 않을까? 왜 사서 고생해? 뭐 분명히 이런 질문을 속으로 하고 계실 거로 생각한다.

그걸 다 알고,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오늘도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나는 한 번 사는 인생을 최대한 가치 있게 살아보려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나는 창업가 정신과 벤처 정신이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든다고 믿는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스타벅스 모두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인류의 삶에 대한 비전을 그렸고, 열심히 노력해서 그 비전을 현실화했다. 이게 바로 벤처 정신의 힘이다.

벤처 정신은 단순하게 인터넷 회사를 창업해서 돈을 번다는 좁은 의미가 아니다. 우리의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다.

링크드인의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은 창업자가 된다는 게 단순히 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했다. 창업자는 남이 안 된다고 하는 곳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남이 도망갈 때 위험을 감수한다. 이런 삶의 방식은 모든 사람이 인생을 가치 있게 살려면 필요한 자세라고 한다.

즉, 창업가 정신은 바로 인생 성공의 열쇠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면 우리는 남과 똑같은 길을 간다. 우리는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조직원이 된다. 자기계발이나 발전이라는 엔진은 서서히 죽는다.

하지만 하루하루는 우리에게 스스로 발전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속해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마치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베타 제품을 지속해서 수정·보완하는 것과도 같다.

우리는 이런 정신을 ‘영원한 베타(permanent beta)’라고 한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서 풍요로운 인생을 살려는 정신이며, 이는 바로 모든 창업자가 가져야 할 기본자세다.

창업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창업이 모두를 위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이를 떠나서 독자 여러분도 영원한 베타의 삶을 살면서 끊임없이 도전하길 바란다. 그래서 인생의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찾길 기원한다.

Because life should only get be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