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집중과 제거의 중요성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에 대해서는 많은 책과 글이 시중에 널려있어서, 이걸 읽어본 분들이면 누구나 다 버핏의 대략적인 성향과 철학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이 블로그에서 여러 번 오마하의 현자에 대한 글을 많이 썼다. 그런데 얼마 전에 버핏이 어떻게 우선순위를 설정하는지에 대한 을 읽었는데, 이게 매우 현실적이고, 바로 실행 가능한 것 같아서 여기 간략하게 공유해본다.

버핏의 전용기를 10년 동안 조종했던 파일럿 Mike Flint에 의하면 버핏이 직원들의 목표와 우선순위 설정하는 걸 도와줄 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일단 버핏은 플린트에게 그가 직장생활을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25개를 나열해보라고 했다. 25개면 꽤 많아서, 플린트는 시간을 들여 생각하면서 25개를 써서 리스트를 만들었다.

25개 리스트가 완성되자, 버핏은 플린트에게 25개의 목표를 다시 한번 검토하고, 이 중 가장 중요한 목표 5개만 체크하라고 했다. 이 또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플린트는 곰곰이 고민하다가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5가지 목표를 선택했다. 가장 중요한 5가지 목표인 A 리스트와 체크하지 않았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머지 20가지 목표인 B 리스트, 이렇게 두 개의 리스트가 만들어졌다.

플린트는 이 정도만 해도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고, 그의 보스인 버핏에게 A 리스트의 목표 달성을 당장 행동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그때 버핏이 그에게 물어봤다, “그럼 다른 20개의 목표는? B 리스트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일단 상위 5개가 가장 중요하니, 이 5개에 집중할 겁니다. 나머지 20개는 우선순위가 떨어지지만, 그래도 중요한 편이니, 시간 날 때마다 이 20개 목표도 신경을 써야겠죠.”라고 플린트가 답하니, 버핏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니요 마이크. 그렇게 하면 평생 발전이 없을 거예요. 당신이 20개의 목표에 체크하지 않아서, 이 목표가 B 리스트가 된 그 순간에, 이 20개의 목표는 이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되어 버렸어요. 당신의 5개의 목표 달성을 하기 전에는 이 20개 목표에는 신경도 쓰지 마세요.”

이걸 버핏은 ‘제거의 힘(Power of Elimination)’라고 한다고 한다. 최근에 일본에서 시작해서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미니멀리즘 주의와도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면, 삶 자체가 더 쉬워지고 생산적이 된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자세히 읽어보면, 이 이야기의 핵심은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조금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정할 때 버핏이 강조하는 건, 내 인생 목표의 B 리스트에 신경 쓰고 시간을 투자하는 걸 정당화 하는 건 쉽지만 – 어쨌든 내가 어느 정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 이렇게 하다 보면, 진짜로 중요한 A 리스트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이 항상 부족하므로, 절대로 인생에서 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발전과 성공의 길에서 우리를 지속해서 탈선시키는 건 바로 우리가 좋아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들이다.

플린트의 6위 ~ 25위 목표는 그가 애정을 갖고 있는 일들이다. 실은, 그에게는 이 20개의 목표가 있는 B 리스트도 중요하긴 하다. 그래서 여기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도, 죄책감을 느끼거나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탑 5개 목표의 A 리스트와 비교해보면, B 리스트는 오히려 피해야 하는, 집중을 방해하는 독소요소들이다. B 리스트에 시간을 보내다 보면, 5개의 중요한 목표를 절대로 끝내지 못하고, 시작만 하고 대충 끄적끄적 된, 절반도 완성하지 못한 20가지 프로젝트가 항상 To-do list에 남아있을 것이다.

굉장히 맘에 드는 우선순위 설정 방법, 그리고 시간을 활용하는 철학이다. 중요한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하지 않은 99개의 임무를 시작만 하는 것보단 훨씬 더 생산적이다.

냉정하게 제거하고, 가차 없이 집중해라. 어쨌든 세상에서 시간을 가장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한다고 알려진 사람이 하는 말이니, 한 번 정도는 귀담아들어도 될 듯.

코비드19 소비 행태의 변화

친구가 보내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작년 12월 발행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라는 자료를 읽었다. 전체 자료는 여기서 받아 볼 수 있다. 2020년 1월 부터 10월까지의 신용/체크카드의 업종별 월별 매출 데이터를 2019년 동기간과 비교해서 코비드19 기간 동안 어떤 업종의 매출이 얼마큼 증가 또는 감소했는지를 간략하게 보여주는 도표가 많아서 꽤 재미있게 봤다.

예상했듯이 여행과 숙박 업종의 매출 감소가 가장 컸고(이 그래프를 보는 거 자체가 고통스러웠다), 공연장과 같은 다중 문화 시설과 항공사 등의 매출 감소 또한 컸다. 흥미로웠던 건, 코로나 확진자 수에 따라서 매출 증가/감소폭이 비슷한 추세로 변화한 업종들이 있었는데, 예식업과 학원과 같은 교육업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밖으로 사람들이 못 나가니까, 홈술과 홈쿡과 같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업종의 매출이 매우 크게 성장했고, 편의점과 같은 홈과 가까운 채널 또한 코비드19 기간 동안 매출이 많이 증가한 걸 숫자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페이지는 자료의 마지막 부분에서 발췌했는데, 코비드19로 인한 매출액 증감 상위 업종이 나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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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우리 같은 투자자, 또는 창업가는 작년에 매출이 증가한 상위 업종을 기반으로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할까, 아니면 매출이 감소했으니까, 앞으로 반등할 가능성을 보고 매출이 감소한 상위 업종에 집중해야할까?

2021년도 혼란스러운 한 해가 될 것 같다.

The Startup Bible – 2020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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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jfactory / 크라우드픽

해마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한 해 동안 쓴 글에 대해 정리를 하는데, 마침 오늘이 2020년 마지막 날이라서 이 블로그의 한 해를 정리해본다.

2020년에 난 100개의 글을 – 이 글 포함 – 올렸는데, 이는 3.7일에 한 번씩 블로깅을 한 셈이다. 매주 월요일, 그리고 목요일 포스팅을 하니까, 이 수치는 항상 같다. 100개의 포스팅을 읽기 위해서 The Startup Bible 블로그를 방문한 분은 총 209,450명이다(오늘 방문객 제외). 월평균 17,454명, 하루평균 574명이 방문한 셈이다.

2020년도에 가장 많이 읽힌 Top 10 글은 다음과 같다:

1/ 스트레스 테스트
이 포스팅은 작년에 두 번째로 많이 읽혔던 글인데, 올해는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읽혔다. 모두가 원하는 J 커브 성장을 위해 많은 창업가가 투자금의 많은 부분을 페이스북, 구글, 그리고 네이버에 마케팅비로 집행한다. 성장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계속 이렇게 돈을 쓰는 마케팅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쓴 글인데, 꽤 많은 창업가가 공감한 것 같다.

2/ 한국인들의 7가지 실수
이 포스팅은 2018년도에 두 번째로 많이 읽힌 글이고, 그전에도 꾸준히 읽혔던 all-time 베스트/스테디 글이었는데, 작년에는 20위 권 밖으로 밀렸다가 올해 다시 2위로 올라왔다. 2010년도 9월에 썼으니까, 10년이 넘은 글인데, 내용을 보면 아직도 대부분 공감이 간다. 특히 이메일 주소 부분은. 그리고 이 글은 스타트업 바이블 포스팅 중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글인데, 200개가 넘는다. 이 댓글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생각이 공존한다는 걸 스스로 상기시킨다.

3/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극단적 조치
2020년은 코비드 19 때문에 혼란스러웠고,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 모두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회사 망한다는 각오로 사업에 임했던 한 해였다. 내가 2008년도 미국에서 뮤직쉐이크를 할 때도 글로벌 금융 붕괴라는 큰 위기가 왔었고, 그전에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힘든 결정을 어쩔 수 없이 여러 번 했었는데, 당시 내 경험, 생각, 그리고 행동을 공유한 글이다.

4/ 스톡옵션 개론
꽤 오래전인 2014년 10월에 쓴 글인데, 올해 많이 읽혔다는 건 그만큼 스톡옵션에 관한 관심이 한국도 많다는 의미인 것 같다. 전에는 스타트업에 취직하는 분들이 현금을 선호했었는데, 이제 한국 분들도 스톡옵션을 많이 선호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참고로, 5위와 6위 글도 스톡옵션 관련 내용이다.

5/ 직원들의 스톡옵션
이제 한국도 스타트업이 서서히 대세가 되면서, 대기업을 포기하고 힘든 스타트업에 조인한 직원들이 스톡옵션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표이사의 입장에서도 코파운더가 아닌 일반 직원들에게 부여하는 스톡옵션은 항상 애매하다. 이런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글이다.

6/ 스톡옵션 가격
이 내용도 많은 창업가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즐겨 읽었다. 스톡옵션의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데, 이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참고로, 작년에도 6위였는데 올해도 6위다.

7/ 콜드콜하기
아무도 모르는 스타트업의 제품을 잠재 고객에게 영업하기 위한 가장 어렵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한 콜드콜. 특히 B2B SaaS 제품을 만들어서 기업고객에게 영업하는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콜드콜 전략에 대한 글.

8/ 1등 마케팅
가장 완벽한 제품, 그 제품 자체가 최고의 마케팅이라는걸 보여주고 있는 스타벅스의 마케팅 관련 이야기. 스타벅스 광고를 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스타벅스는 광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9/ 개밥 핥아먹기
미국의 우리 투자사 Polydrops 이야기. “창업가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사용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할 때마다 항상 생각나는 회사이다.

10/ 수평적 vs. 수직적 마켓플레이스
인터넷이 대변할 수 있는 가장 확장성 있는 비즈니스가 수요와 공급을 매칭해주는 마켓플레이스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모든 걸 다하는 수평적 마켓플레이스와 한 가지만 파고드는 수직적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이야기.

이상 2020년에 가장 많이 읽힌 글 10개였다. 이런 순위 매기기에 나는 별로 관심은 없지만, 해마다 이 포스팅을 하다 보면, 왠지 한 해가 잘 정리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내년에도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Happy New Year!

감사

참으로 희한한 한 해였다. 희한하다는 게 좋은 설명이 될진 모르겠지만, 2020년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형용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좋은 일보단, 좋지 않을 일들이 훨씬 더 많이 발생한 한 해였던 거 같다. 솔직히 어떤 측면에서 보면, 완전 개판이었던 2020년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개인적으로 감사해야 할 일들이 엄청 많은 한 해이기도 했다. 다 나열할 순 없지만, 그 중 몇 가지만 이 블로그에 공유하고 싶다.

나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한 번도 싫증 내지 않고, 코비드19 때문에 삼시 세끼를 다 준비해 준 사랑하는 와이프 지현이에게 감사한다. 항상 나를 응원하는 우리 가족, 장인, 장모님, 그리고 13년 동안 우리 가족과 함께 한 마일로에게 감사한다. 우리 스트롱 모든 식구들, 우리 창업가들, 그리고 우리 투자자들에게도 감사한다. 많은 걸 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많은걸 할 수 있었기에 감사한다. 많은 걸 가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긍정적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내년은 더 좋은 한 해 일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한다.

마지막으로, 올해 정말 많은 일을 했고, 많이 넘어졌지만, 매번 일어났음에 스스로에게 감사한다.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매사에 감사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SPAC 상장

이 분야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올해 SPAC, 또는 스팩 상장이라는 말을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SPAC은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약자인데, 찾아보니 우리말로는 ‘기업인수목적회사’로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 실은, 나도 스팩상장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적은 없어서, 모든 디테일과 실무는 모르지만, 주위 많은 분이 올해 자주 물어봤던 내용이라 그냥 개괄적으로 몇 자 적어본다.

스팩은 1990년대부터 존재하던 개념인데, 올해 이 방식으로 IPO를 하는 회사들이 급증했고 앞으로 더 많아질 것 같다. 전통적인 IPO와는 달리 꽤 빨리 상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서, 코비드 19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이 시기에 많은 분이 이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검색을 좀 해보니, 작년 대비, 올해 스팩 상장한 회사 수가 4배가 넘는다고 한다.

스팩은 그냥 아무것도 없는 껍데기 회사인데, 딱 한 가지 목적(=special purpose)이 있다. 비상장 회사를 인수하는 게 그 목적인데, 일단 스팩 회사를 만들어 상장시키고, 특정 기간 안에 이 스팩 회사로 다른 비상장 회사를 인수하면, 피인수된 비상장 회사도 상장하게 되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예로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배기홍이 ‘마일로’라는 법인을 설립한다
2/ 이 회사를 상장 신청하고, 회사의 투자자를 모집한다
3/ 로드쇼를 통해서 만난 여러 투자자가 마일로 주식을 산다
4/ 주식회사 마일로가 IPO를 하고, 배기홍은 전체 주식의 20%를 갖는다(배기홍=스팩 상장 스폰서)
5/ 배기홍은 마일로를 통해 인수할 비상장 회사를 찾는다
6/ 이미 투자를 많이 받은, 탄탄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구루’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하기로 하고, 이 회사의 경영진/이사회와 인수 조건을 네고한다
7/ 마일로의 주주들 또한 구루 인수에 대해 투표하고 이 딜을 승인한다
8/ 마일로는 IPO로 모집한 자금, 그리고 새로 투자받은 자금으로 구루를 인수한다
9/ 마일로와 구루가 합병하고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10/ 만약, 마일로가 2년 안에 – 2년 이상인 경우도 있다 – 회사를 인수하지 못하면, 마일로를 청산하고 다시 주주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뭐, 대충 이런 방식으로 스팩 상장이 진행된다.

스팩 상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가장 큰 건 상장을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IPO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데, 스팩의 경우 빠르면 3개월 안에도 마무리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전통적인 IPO 방식으로 회사를 상장시켜도 주식 가격에는 불확실성이 많이 존재한다. 원래 상장시장의 주가는 시장의 상황과 투자자들의 의향에 의해서 왔다 갔다 하고, 상장 가격 자체는 주로 투자은행의 뱅커들이 결정하는데, 뱅커들이 정한 가격은 대부분 너무 낮거나 너무 높아서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가 쉽지 않다. 스팩의 경우 이 가격을 사전에 정하고 인수 작업을 하므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된다.

물론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명확하게 존재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단점은 스팩 상장의 성패가 스폰서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점이다. 위의 예제에서 스폰서는 ‘배기홍’이라는 사람이다. 즉, 마일로라는 스팩 회사는 아무것도 없는 껍데기 회사라서, 이 회사의 투자자들은 회사가 아니라 배기홍이라는 사람을 믿고 투자하는 건데, 이 인간이 사기꾼이거나, 인수할 회사를 잘 못 선정하면 돈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 해 스팩 상장 중 사기로 판명된 건 (아직)없지만, 과거에는 이런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고 들었다. 스폰서는 본인 돈은 아주 적게 투입하지만, 스팩 회사 지분의 20%를 갖게 된다. 위의 예에서, 배기홍은 마일로 회사의 지분을 20% 갖게 되는데, 마일로가 구루를 인수하게 되면, 이 20%는 구루 지분의 1~5% 정도가 되기 때문에, 인수가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항상 돈을 벌게 된다. 이런 이유로 투자자들은 스팩 상장의 스폰서에 대한 실사나 스크리닝을 잘해야 한다.

이런 스팩 회사들은 종목코드도 간단하다. IPOA, IPOB, IPOC – IPOZ 까지 있는 거로 알고 있다 – 등의 이름을 사용한 스팩회사들이 있는데, IPOA는 Virgin Galactic을 인수해서 상장했고, IPOB는 OpenDoor, 그리고 IPOC는 Clover Health를 같은 방법으로 인수해서 상장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스팩상장이 일어나고 있고, 조만간 많은 회사들이 이 방법을 통해서 상장하지 않을까 싶다. 워낙 광고를 많이 해서 우리한테 친숙한 ‘TS샴푸’를 만드는 TS트릴리온도 12월에 스팩상장을 한다고 발표했는데, 잘 될지 개인적으로 매우 궁금하다.

어쨌든 스팩 상장 외,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유동성을 제공하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