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가장 큰 재택근무 실험

Fast Company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 30명에게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떤 영구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이후에는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서 물어봤다. 답변을 정리한 기사를 꽤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중 내가 동의했던 의견 몇 가지를 공유하고 싶다. 인터뷰한 분들은 유명한 VC, 스타트업의 대표, 그리고 연구원들인데, 앞으로 몇 주가 걸릴지, 몇 달이 걸릴지, 또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더는 큰 관심 시가 아닐 때, 이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되었을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정리한 내용이다. 한가지 고려해야 하는 건, 인터뷰한 사람 대부분 본인 회사, 제품, 그리고 직업의 관점에서 유리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30명의 의견을 8개의 주제로 분류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새로운 norm이 된 재택근무
2/ 디지털 변화의 가속화
3/ 교육의 가상화
4/ 헬스케어의 변화
5/ 주춤하는 벤처캐피탈
6/ 대중교통의 개인교통화
7/ 제조 공급망의 변화
8/ 변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 코멘트 몇 개를 그냥 특정 순서없이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택근무” 실험이 시작됐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 실험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인터넷 트래픽 패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전 세계가 일하고, 공부하고, 교육받는 방법이 바뀌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중국의 근무자들이 서서히 사무실로 다시 돌아가고 있지만, Microsoft Teams와 같은 재택근무 솔루션의 사용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3/ Zoom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루비콘강을 건넜다. 우리 가족 5살 꼬마부터 75살 할아버지까지 줌을 사용하고 있다. 이건 대단하다.
4/ 재택근무를 통해서 많은 임원이 물리적인 사무실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 많은 조직이 비싼 지역의 큰 사무실을 줄일 것이고, 더 작은 본사와 원격 사무실로 옮길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어떤 회사는 본사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옮기고 100% 재택근무를 시행할지도 모른다.
5/ 그동안 도시를 떠나서 일하고 싶었지만, 본사와 사무실의 압박 때문에 그렇게 못 하던 인력이 이 기회를 이용해 지방으로 이동해 원격근무 할 것이다. 그러면서 실리콘밸리와 같은 테크허브의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고, 지방 도시가 발전할 것이다.
6/ 코로나바이러스는 디지털 변화의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변화를 그동안 죽어라 반대하던 반대세력과 저항이 갑자기 증발하고 있다.
7/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엄청난 트라우마와 슬픔을 경험했기 때문에,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의료산업에서 정신건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커질 것이다.
8/ 유니콘과 펀딩 규모와 같은 정량적인 부분에 집중하던 투자자들이 이젠 팀, 문화, 수익성 등과 같은 정성적인 부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9/ “FOMO(Fear Of Missing Out)” 때문에 투자하게 되는 관행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10/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연구될 것이다. 특히, 대중교통이 발달한 곳에서는 버스나 지하철 대신, 공유 자전거, 공유 스쿠터 등과 같은 개인교통 수단이 주목받을 것이다.
11/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외국의 공장에만 의존하는 중앙집중형 제조방식은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재앙에 무방비 상태다. 앞으로는 인건비가 비싸도, 자국과 외국의 공급망을 유연하게 혼합하고, 사람에 의존하기 보단 기계와 소프트웨어에 의존하는 제조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12/ 매출의 대부분을 물리적인 상점과 오프라인 트래픽에만 의존하던 소매업자들은 다른 매출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식당은 이제 방문손님보단 배달에 의존할 것이고, 가게는 매장판매보단 이커머스에 의존할 것이다.

위 12개 의견에 대해서 나는 100% 동의한다. 실은, 이런 변화는 훨씬 전에 일어났어야 하는 건데,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변화가 가속화됐고, 실제로 실행되고 있는 현실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목표

1588117233179코비드19 때문에 우리 아파트 지하 헬스클럽 문을 닫아서 집에서 운동한 지가 8주가 넘어가고 있다. 그전에도 바쁘면 집에서 나름의 루틴을 만들어서 운동하곤 했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집에서만 운동한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홈트레이닝 용 기구를 몇 개 장만해봤다. 일단, 언제, 어디서나 엎드리거나 누울 수 있도록 마루를 요가 매트로 도배했다(실은 우리 개 관절 보호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푸쉬업을 위해 Power Press도 장만해서, 매일 100개 이상의 다양한 푸쉬업을 하고 있다. 파워프레스 구매하니까, Smith Shaper라는 기구가 사은품으로 왔는데, 이 장비 또한 다양한 스쿼트 하기에 좋아서, 거북이 같이 등에 매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그래도 매일 좁은 공간에서 같은 동작만 반복하는 건 상당히 지루해서, 지난 부부터 우리 아파트 1층에서 꼭대기 35층까지 계단오르기를 시작했는데, 이게 강도도 세고, 전신운동이 돼서 요새 아침마다 계단을 오르고 있다. 중력으로부터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서 35층 까지 걷고, 35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오고, 다시 계단오르기를 반복한다. 1층에서 35층까지 624개의 계단이 있고, 이걸 매일 3번 반복하니, 총 105층/1,872개의 계단을 매일 오르고 있다.

비상구가 좀 어둡고, 답답하고, 무작정 계단을 오르다 보면, 내가 얼마큼 올라왔고, 지금 있는 곳은 어디고, 그리고 목표 35층 까지는 얼마큼 남았는지가 궁금한데, 다행히도 전 층과 다음층이 표시되어 있어서, 계속 현재 위치를 파악하면서, 목표 대비 몇 퍼센트 와 있는지 계산하면서 오를 수 있다. 이렇게 나의 현재 위치와, 내가 가야 할 곳이 구체적으로 숫자로 표시되지 않으면, 나는 그냥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언제 끝날지 기약 없는 계단을 오르면서, 목표없는 운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몇 층을 올라왔고, 앞으로 몇 층을 더 올라가면,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1층부터 시작해야할지에 대한 계획을 전혀 세울 수가 없다.

사업도 비슷한 것 같다. 목표가 없다면,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못 하고 있는 건지를 측정할 수가 없다. 월 매출 100억 원이면, 많은 것 같지만, 목표가 1,000억 원이라면, 10% 밖에 달성하지 못해서 형편없는 실적이다. 하지만, 목표가 100만 원인데, 월 매출 80만 원 했으면, 80% 달성했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 목표를 설정하고, 모든 팀원이 항상 이 목표를 확인할 수 있어야지만, 현재 비즈니스 상황을 파악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실은 이런 목표를 세우고,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측정하면, 포기할 확률도 낮아진다. 얼마큼 왔는지 정확하게 알고, 앞으로 가야 할 곳이 정해졌다면, 정확한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과 시간이 계산되고, 이 정도로 구체적으로 계산이 되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조금씩 그 목표에 가까이 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조금만 더”를 외치면서 계속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계단을 오르다 보면, 너무 숨이 차고 다리가 풀려서, 그냥 여기서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고개를 들어서 몇 층인지 봤을 때, 29층이라면, 6층만 더 올라가면 끝이기 때문에, 젖먹던 힘까지 내서 목표를 완수하려고 한다. 목표가 안 보이면, 그냥 힘들면 중간에 포기할 확률과 유혹이 너무 많다.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대비 내 위치를 지속해서 측정하는 건 매우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목표를 너무 낮게 설정하면 성취감이 부족해서 지속해서 사업이나 운동하는 게 어렵다. 35층이 아니라 5층 계단을 반복하면 나도 동기가 부족할 것이다. 반면에, 목표를 또 너무 높게 잡으면 넘사벽이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포기하기 쉽다. 우리 아파트가 200층이라면, 계단 오르기를 그냥 처음부터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달성할 수 있을 정도보다 약간 높은 목표, 그리고 중간마다 달성률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면 딱 좋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명함

Business man giving business card나는 그동안 한국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한국과 미국, 또는 동양과 서양의 비즈니스 문화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고, 요새도 그동안 내가 몰랐던 사실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신기해하기도 한다. 예전에 이에 관해서 쓴 이 있는데, 당시엔 잘 몰랐는데 요새 또 한 가지 느끼는 점이 바로 명함에 대한 부분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 또는, 일을 안 하는 사람도 – 대부분 명함이 있다. 이 명함을 바라보는 한국과 서양의 태도와 시선은 너무 다르다. 일단 영어로 명함은 ‘business card’라고 한다.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비즈니스 할 때 사용하는 카드이고, 특정 회사 또는 개인의 ‘비즈니스’ 정보가 담긴 종이쪼가리다. 반면에 ‘명함(名銜)’의 한자는 이름과 직함을 품은, 또는 간직한 카드로 해석될 수 있다. 개인마다 느끼는 점이 다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서양에서는 ‘비즈니스’가 강조되고, 동양에서는 ‘이름’과 ‘직함’이 더 강조되는 것 같다.

이러다 보니, 명함을 사용하는 방식과 용도 자체가 아주 다르다. 미국은 – 특히 벤처비즈니스가 발달한 곳 – 몇 년 전부터 명함을 잘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그냥 사람 만나면 악수하고 인사만 하지, 한국같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바로 명함을 주는 건 요새 잘 못 본다. 굳이 명함을 달라고 하면 주긴 하지만, 많은 미국 명함에는 한국같이 깨알같이 자세한 정보가 없다. 그냥 이름이랑 이메일 주소만 적혀있고, 전화번호가 안 적힌 명함도 상당히 많다. 그냥 비즈니스 하기 위해서 가지고 다니는 거고,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이메일로 하므로, 별로 신경을 많이 안 쓰는 것 같다.

한국은 조금 다르다. 명함을 보면 아주 깨알 같은 정보가 들어가 있고, 처음 만나자마자 아주 공손하게 명함을 전달한다. 그러면, 이걸 또 받는 사람은 갑자기 정자세를 취하고, 두 손으로 공손하게 명함을 받는다. 여러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그 명함들을 아주 가지런하게 정렬해서 마치 신줏단지 모시듯이 명함을 관리하는걸 자주 본다. 전에 내가 아는 한국의 사장님이 미국 스타트업 대표를 만났는데, 이분이 준 명함을 앞뒤로 계속 보면서, “뭐 이런 명함이 다 있지. 전화번호도 없고.”라면서 불평한 적이 있는데, 그냥 그 미국인한테 “넌 왜 명함에 전화번호가 없니?”라고는 물어보지 않았다.

위에서 말했듯이 business card는 그냥 일 할 때 사용하는 하나의 도구인데, 한국은 내 소중한 이름이 적힌 명함이기 때문에, 명함은 그냥 비즈니스 할 때 사용하는 도구를 넘어, 내 아이덴티티와 동일한, 즉,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상당히 중요한 무기라고 인식되는 것 같다. 여기에 또 한 몫 더해주는 건, 많은 한국인이 직장과 직함이 내 인격과 사람됨됨이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전에 “내 명함이 없어도 사람들이 나를 찾을까”글에서도 한번 짜증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국은 명함을 너무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해외에서 골프 칠 때 모르는 한국 분들과 한팀이 된 적이 있다. 나는 원래 모르는 분들과 말 섞는걸 매우 싫어해서 입 닥치고 있었지만, 결국 인사를 하게 됐는데, 역시나 나는 그냥 이름만 말했는데, 이 분은 바로 자기 명함을 나한테 줬다. 누가 봐도 알만한 좋은 회사의 부장급인 분이었다. 비즈니스 하는 것도 아니고, 두 번 다시 볼 사이도 아닐 텐데, 굳이 외국 골프장에서 만난 사람한테 자기 명함을 주는 이유는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이 좋은 회사에 다니고,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걸 상대방에서 보여주고, 본인이 믿을만한 사람임을 강조하고싶었던거 같다. 다 좋은데, 굳이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아빠 학부모가 애들 학교 선생님과 인사할 때도 명함을 주는 걸 나는 전에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냥 누구 아빠라고 하면 될 걸, 다니고 있는 회사, 그리고 그 회사에서의 위치가 적힌 명함을 학교 선생님에게 굳이 줄 필요가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나 좋은 회사 다니는 높은 사람이니, 우리 애한테 잘해주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인 거 같다. 회사와 직함을 나의 인격과 사람됨됨이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문화에서 생긴 습관인 것 같다.

솔직히,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다. 그냥 문화의 차이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냥 명함은 비즈니스할때 사용하는 게 더 좋다. Strong Ventures의 배기홍 대표랑 내 개인 삶에서의 배기홍이랑은 완전히 다른 사람인게 훨씬 더 좋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동작의 시각화

1585723679874전에 내가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몸으로 뭔가를 직접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관찰과 집중이 여기에 가미되면, 훨씬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고, 아무 생각 없이 몸으로 연습하는 것보다 집중해서 관찰하고, 그리고 연습을 많이 하면 학습효과가 훨씬 더 향상된다는 내용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은 정말로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더 진보된 내용을 얼마 전에 읽었다. 스탠포드 대학 생체공학과 교수 Krishna Shenoy 팀이 연구한 바에 의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Practice makes perfect”를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Mindful practice makes perfect”가 맞다고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농구공을 슈팅하기 전에 마이클 조던이나 코비 브라이언트와 같이 공을 던진다는 생각을 머리에서 한 번 하고, 공을 던지면 어떤 궤도를 그리면서 바스켓 안으로 들어갈지를 시각화하고, 그리고 공을 던지면 들어갈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골프 퍼팅을 하기 전에 타이거 우즈가 긴 퍼팅을 했을 때의 모습을 시각화하면, 공이 홀에 더 가깝게 갈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미지 트레이닝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이게 너무나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실은 신경과학적으로는 이게 상당히 새로운 이론이라고 한다.

원래 과거의 이론들은 몸을 잘 움직이기 위해서는,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연습 과정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이 팀의 연구에 의하면, 몸이 어떤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뇌가 여러 가지 배움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뇌는 실제 신체 운동이 일어나기 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 신체 움직임이 일어나기 전에 그 움직임을 시각화하는 게, 그 동작을 여러 번 반복 연습하는 거보다,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실험을 통해서 밝혀졌다고 한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 실험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으면, 이 논문을 읽어보면 된다.

기존 신경과학 분야에서는 특정 신체 움직임이 일어나는 순간에 그 움직임에 대한 뇌와 근육의 행동에 의해서 움직임이 향상되는 이론이 더 설득력이 있었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서 증면된 건, 신체 움직임이 일어나기 전에 뇌에서 일어나는 학습과 이미지 트레이닝에 의해서 동작이 개선되고 향상된다는 사실이다. 타이거 우즈가 퍼팅 연습하는 시나리오를 여기에 적용해보면, 첫 번째 퍼트가 심하게 빗나가면, 머리로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그냥 몸으로만 계속 같은 퍼팅을 하는 것보단, 한 번 퍼팅하고, 머릿속에서 다음 퍼팅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고 퍼트를 시각화하고, 그 이후에 다시 퍼팅하면, 홀에 넣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뜻이다.

준비하는 과정이 뇌의 학습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는 이 새로운 결과는, 운동선수나 예술인이 완벽해지기 위해서는 무작정 연습하기보단, 그 전에 연습해야 하는 동작을 머릿속에서 시각화해서, 마음이 몸이 할 동작에 대해서 생각하고 준비할 시간을 더 줘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게 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를 하기 전에 항상 머릿속에서 시각화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먼저 하는 게 중요한 거 같다. 물론, 이와 동시에 반복적인 연습도 같이하면 훨씬 도움이 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선택, 결정, 그리고 책임

주말에 TV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어벤져스 인피니티워를 상영하길래, 이미 두 번 봤지만, 또 봤다. 슈퍼히어로물 치곤 이야기가 꽤 복잡해서 세 번째 보니까 또 새로운 것들이 보여서 여전히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이 중 오늘 글과 관련된 건 닥터스트레인지의 5번째 스톤이다. 타노스가 아이언맨을 죽이려고 하자, 닥터스트레인지가 5번째 스톤(타임 스톤)을 넘겼고, 이 타임스톤으로 시간을 되돌려서 6번째 스톤까지 얻은 후에 지구를 파멸시킨다. 아이언맨이 닥터스트레인지한테 왜 스톤을 타노스에게 줬냐고 원망하니까, “There was no other way(=다른 방법이 없었어 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으니까 얼마 전에, 내가 아는 분이 오랫동안 시도하던 일을 갑자기 중단했고, 내가 계속하지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 일이 생각났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 말을 너무나 자주 하고, 너무나 자주 듣는다. 이 분을 비롯해서 올해만 해도 이미 나는 이 말을 주위에서 너무 많이 들었다. 전에 나도 이 말을 습관처럼 하긴 했는데, 어느 순간 부터 의도적으로 잘 안 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누구나 다, 그 어떤 상황에서든, 엄밀히 말하면 선택의 여지는 있지만, 우리가 특정 선택을 한 것이다. 주로, 내 의지와는 반대의 선택을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라는 말을 하는걸 나는 자주 경험했다. 인피니티워에서 실은 닥터스트레인지는 미래를 봤기 때문에, 그리고 그나마 최선의 선택은 타노스한테 스톤을 주는거라서 그렇게 선택을 한 것이다. 선택의 폭은 좁았지만, 나름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이게 맞는 선택인지, 틀린 선택인지는, 시간만이 알려 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선택의 여지는 있었다.

모든 게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결정의 연속이고,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모든 결정에는 선택의 여지가 항상 있다. 쉬운 선택도 있고 어려운 선택도 있지만, 어쨌든 옵션은 있으니 신중하게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오히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라고 하는 말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좋은 게 좋은 거라는걸 합리화하기 위한 변명인 거 같다.

선택의 여지는 항상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선택의 폭은 좁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있었고, 나는 선택을 했고, 이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내가 진다.”라는 말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