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뒤돌아 보지 않기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이 시간에 모든 걸 걸고,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우린 자주 듣는다. 머리로 생각하면 너무 맞는 말인데, 이 말을 지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린 과거에 집착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그때 그 말을 안 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때 다른 길을 갈 걸 등등…아무리 걱정하고, 아무리 상상하고,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해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과거의 일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한걸 모두 잘 알지만, 그래도 계속 후회하고 과거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면서 정말로 소중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값비싼 대가를 치른다. 바로, 이 현실이 과거가 됐을 때, 미래의 어느 시점에 그 과거에 대한 또 다른 후회이다.

나도 이 사실을 뻔히 알고 있지만, 과거에 집착하고 후회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다. 특히 일하다 보면, 투자에 대해서 이런 후회 할 때가 종종 있다. 우리는 투자하지 않았는데, 회사가 엄청 잘 되면, 그때 투자할 걸 왜 안 했을까라는 후회를 하고, 투자했는데, 회사가 잘 안 되면, 투자하지 말 걸 왜 했을까라는 후회도 하고, 뭐 그렇다. 아무 소용없고, 실은 정신적으로 굉장히 좋지 않기 때문에, 빨리 털고, 잊고, 현재/미래 지향적인 사고를 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요샌 내가 이런 과거에 대한 생각을 할 때마다, 반강제적으로 잊어버리고, 정리하고 현재에 집중하려고 자신을 하드 트레이닝 하고 있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라서 그런지, 이런 과거에 집착하는 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 않지만, 일단 한번 훈련하기 시작하니까, 또 몸과 마음과 정신이 금세 적응되기도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후회할만한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지만, 이런 완벽한 삶을 살기는 힘들다. 그러면 차선책은, 후회할만한 선택을 하더라도, 일어난 일이라면 그냥 깨끗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인데, 몸과 마음이 이렇게 하도록 훈련을 통해서 기계적 마인드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작년에 여러 가지 마음챙김 앱을 사용해봤는데, 마음챙김 명상이 이렇게 과거를 뒤돌아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현재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꽤 많이 되는 거 같다.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전진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이게 어렵다는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전진은 못 하더라도, 후퇴는 하지 말고, 너무 많이, 너무 오랫동안 뒤돌아 보지 않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과거는 잊어버리고 – 또는 너무 자주 꺼내 보지 않고 – 계속 새로운 문을 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노력을 항상 하고 싶다.

대화가 필요해

나는 이 블로그에서 서평은 잘 안 쓰지만, 그래도 감명 깊게 읽었거나, 뭔가 나한테도 도움이 되고, 다른 분들한테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의 책을 읽은 후에는 가끔 몇 자 적기도 하는데, 오늘은 그런 책에 대한 내용이다. 꽤 많이 읽힌 책인 거 같은데 Celeste Headlee의 “말센스”라는 책이다. 원제목은 – 그리고 나는 이 원제목이 훨씬 더 맘에 든다 – “We Need to Talk”인데, 원제목만 봐도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대화에 대한 책이다. 흔히 ‘대화’라고 하면 우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우린 태어날 때부터 뚫린 입이 있고, 말을 하는 동물로 태어났기 때문에, 평생 말을 하고 살기 때문에 대화라는 주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는 거 같다. 그냥 남이 말하면, 나도 말하고, 같이 서로 말하는 게 대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함정이 있는 거 같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이 “대화=말하기”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대화=듣기+말하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하는것 보단, 듣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듣는 것도 남의 말을 단순하게 생리학적으로 듣는 게 아니라,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을 하기 위해서 감정을 갖고, 생각을 하면서 듣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즉, ‘hear’가 아니라 ‘listen’에 대한 책이다.

책에 대한 다른 독자들의 서평을 보면, 호불호가 갈린다. 나같이 공감한 분들도 있지만, 이미 아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짜깁기 한 내용이라는 평도 있는데, 나는 이 책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말하고 듣기는 인류의 시작부터 인간이 해왔던 행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론과 내용이 너무 많다. 그래서, 좋은 대화를 하기 위해서 어떤 태도와 행동을 갖고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서는 기존의 내용을 잘 정리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도 나름 많은 사람을 만난다. 지금까지는 나는 이들과 소통하고 대화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행동을 하나씩 짚어 보니, 절반은 대화를 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내가 주인공이 돼서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는 반성을 깊게 했다. 그만큼 누군가와 깊고 의미 있는 대화를 하는 건 학교에서 학문을 배우는 것 만큼 어려운 기술이자 습관인 것 같다. 내가 저자의 의도를 다 파악하진 못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덜 말하고, 더 들어라”이고, 조금 더 나아가서는 “말 하는 게 가만히 침묵하는 것보다 좋다는 확신이 들때에만 말해라”이다.

그냥 책 읽으면서 랜덤으로 맘에 들었던 문구들을 발췌했는데, 다음과 같다(특별한 순서 없이):
1/ 대화에서도 중요한 건 양이 아니라 질이다.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말해라.
2/ 말하기보다는 들어주고, 재촉하기보다는 기다려주고, 논쟁하기보다는 공감해라.
3/ 말 하는 게 침묵하는 것보다 좋다는 확신이 들때에만 말해라.
4/ 대충 아는 것을 잘 아는 척 하지 않는다. “I don’t know”는 가장 효과적이자 가장 솔직한 대화를 위한 필수적인 답변이다.
5/ 더 똑똑해지고 싶다면 더 많이 들어라.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인다면 생각은 열리고 관계는 더 가까워질 것이다.
6/ 대화를 나누기가 어렵다면 솔직하게 말해라. 지금은 다른 중요한 일 때문에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고. 대화 순간에 집중하는 것과 대화의 자리에서 걸어 나오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7/ 하루에 대화를 단 한 번만 하더라도, 그 대화는 영감에 차고 일깨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대화를 하기 위해 침묵할 시간이 필요하면, 하루의 대부분을 그냥 조용히 침묵해라.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8/ 말을 잘하고 싶으면 일단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 삶에서와 마찬가지로 대화에서도 당신은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 스스로를 통제해야 한다.
9/ 어려운 대화는 가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이럴 때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단 하나, 누군가가 먼저 사과를 하는 것뿐이다.

Shut the fuck up and listen.

The Startup Bible – 2019 정리

1577276678349해마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한 해 동안 쓴 글들에 대해 정리를 하는 포스팅을 올리는데, 마침 내일이 2019년 마지막 날이라서 올해 정리를 하루 일찍 해본다.

2019년에 난 102개의 글을 올렸는데, 이는 3.6일에 한 번씩 블로깅을 한 셈이다. 매주 월요일, 그리고 목요일 포스팅을 하니까, 이 수치는 항상 동일하다. 102개의 포스팅을 읽기 위해서 The Startup Bible 블로그를 방문한 분은 총 147,895명이다. 월평균 12,324명, 일평균 410명이 방문한 셈이다.

2019년도에 가장 많이 읽힌 Top 10 글은 다음과 같다:

1/ 팀이 회사 그 자체다
2월에 쓴 글인데, 벤처 업계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이라서 그런지, 많이 읽혔고, 읽은 후에 나한테 좋은 글 써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랑 이메일 보낸 분들도 꽤 있었다. 시장에서의 좋은 사람에 대한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잘 보여주는 현상이다.
참고로, 2018년도에 가장 많이 읽혔던 글은 ICO(Initial Coin Offering)와 코인경제이다. 시장이 참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급격하게 변하는 것 같다.

2/ 스트레스 테스트
스타트업을 초반에 빨리 성장시키려면, 투자를 받아서 마케팅에 돈을 많이 써야 한다고 믿는 창업가들이 많다. 이 맥락에서 쓴 글인데, 꽤 많은 창업가가 공감한 것 같다.
2018년도에 두 번째로 많이 읽힌 글은 한국인들의 7가지 실수이다. 이 글은 꾸준한 all-time 베스트/스테디 글이었는데, 올해는 20위 권 밖으로 밀렸다.

3/ 창업가의 자질
올해 우리가 투자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을 글로 정리했는데, 역시 스트롱뿐만 아니라 많은 투자자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좋은 창업가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펀드레이징을 잘하고, 그리고 좋은 사람을 잘 채용한다.

4/ 클럽딜에 대한 내 생각
실은 별 생각 없이 쓴 글인데, 몇몇 다른 투자자들한테 욕을 먹은 내용이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5/ 공동창업자 구하기
1인 sole founder들이 나한테 공동창업자는 어디서,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많이 물어보는데, YC 파트너인 Kat Manalac 이 관련해서 좋은 동영상을 올려서, 이걸 보고 몇 자 적은 글이다.

6/ 스톡옵션 가격
이 내용도 많은 창업가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즐겨 읽었다. 스톡옵션의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데, 이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7/ 마지막 3%
인생은 디테일의 싸움이고,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제품을 만들 때에는 3%의 디테일이 모든 걸 결정한다. 인류는 대형 유인원과 97% 이상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다른 3%가 인간을 유인원과 99.99% 다르게 만든다.

8/ 글로벌 유니콘 지도
CB Insights의 내용을 편집해봤다.

9/ 스톡옵션 개론
스톡옵션에 대한 개념이 이제 한국에서는 정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실은, 이 글은 2014년 10월에 쓴 내용인데, 이 글과 더불어 스톡옵션 관련된 여러 가지 내용이 올해 많이 읽혔다.

10/ 팀의 몸값이 회사의 밸류에이션이다
처음 창업하는 파운더들이 만드는 회사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이상 2019년에 가장 많이 읽힌 글 10개였다. 굳이 이렇게 통계를 내야 하는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조금 보면, 어떤 글들이 인기가 있었고, 내가 계속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작년에는 탑 10에 두 개나 있던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글이 올해는 전혀 인기가 없었다는 건 싸늘해진 시장의 분위기와 일맥상통하고, 스톡옵션 관련 글이 인기가 많았다는 점도 시장의 분위기와 앞으로의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Happy New Year!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직원들의 스톡옵션

한 5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스타트업에 취직하면, 연봉과 조건 협의할 때, 대부분의 직원은 스톡옵션보다는 현금을 선호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스톡옵션에 대한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었고, 지금같이 성공한 스타트업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가능성이 매우 낮은 불확실한 휴짓조각 같은 스톡옵션을 받기보단, 고정된 가치지만 내 주머니 속으로 꼬박꼬박 들어올, 확실한 현금을 선호했다.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연봉협상을 할 때, 오히려 현금 부분을 줄이고, 스톡옵션을 더 많이 받길 선호하는 내가 아는 미국 회사원들과는 대조되는 광경이었다.

그 후 5년이 지난 현재도 현금을 선호하는 성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아직 미혼이거나 가족이 없는 젊은 분 중 현금보다는 스톡옵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잘되고 있는 스타트업이 많아졌고, 특히 유니콘이 더 많아지면서, 주변 지인들이 실제로 돈을 많이 번 사례를 보면서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아무도 모르던 이커머스 회사, 또는 배달 앱을 만드는 회사에 친구들이 입사했을 때는 뭐 저런 회사에 취직했냐고 비웃었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 기업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입사 초기에 받은 스톡옵션의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서 큰돈을 버는 걸 직접 보게 되고, 이런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스톡옵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실은, 창업자가 아니고 직원이라면, 스톡옵션은 이들에게는 스타트업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연봉을 많이 받으면 당연히 좋지만, 솔직히 세금을 낸 후에 실수령하는 현금은 그렇게 차이 나진 않는다. 그리고 이 연봉의 차이가 인생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금액도 대부분 아니다. 그러면, 열심히 일해서 같이 회사의 가치를 키워나가고, 회사가 잘 되면 본인도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스톡옵션은, 대기업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스타트업에서만 제공되는 굉장히 좋은 보상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실패하기 때문에, 스톡옵션은 대부분 휴짓조각이 된다는 점은 명심하자.

회사의 입장에서도 현금보단 스톡옵션을 직원들에게 주는 게 여러모로 좋다. 일단,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돈이 없다. 돈 없는 스타트업에서 현금은 워낙 소중하기 때문에 – 지분도 소중하지만, 현금은 회사를 돌아가게 만드는 피라서 – 가능하면 아껴야 한다. 스타트업 비용의 대부분은 인건비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연봉에 현금과 스톡옵션을 적절하게 섞으면 그만큼 회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직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오너십을 심어줄 수 있는 게 스톡옵션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내가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상당히 자랑스럽고 모티베이션을 줄 수 있는데, 내가 열심히 일해서 회사가 잘 되면 그 지분의 가치 또한 올라가니, 이보다 더 좋은 인센티브는 없을 것이다.

그럼 스타트업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스톡옵션을 얼마큼 주는 게 적당할까? 1%가 맞을까 아니면 10%가 맞을까? 우리 투자사 대표들이 나한테 요새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다. 실은 정답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코파운더도 아니고, 임원급도 아니고, 그냥 일반 직원이지만 초기에 입사하는 분들한테는 최대 1~2%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면 좋다. 새 직원이 입사하는데, 이 분 정도면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이 5,000만 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미 말 한대로, 현금이 항상 부족한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현금과 스톡옵션을 적절히 혼합하는 게 가장 좋다. 회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현금이 3,500만 원이라면, 부족한 1,500만 원을 스톡옵션으로 주면 좋다. 부족한 1,500만 원은 그러면 몇 퍼센트인가? 조금 객관적으로 계산을 해보려면, 스타트업의 현재 기업가치를 따져보는 게 좋다. 만약에 얼마 전에 기업가치 50억 원에 투자를 받았다면, 이 회사의 소위 말하는 공평한 시장가치(=Fair Market Valuation)는 50억 원이다. 50억 원의 0.3%가 1,500만 원이다.

그러면, 이 직원분한테는 현금 3,500만 원에 회사의 스톡옵션 0.3%를 제안하고, 이걸 기반으로 협상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이 ‘0.3%’라는 엄청 작아 보이는 퍼센트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이게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지가 중요한 것이다. 또한, 이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직원분은 명심해야 한다. 50억 원의 0.3%면 1,500만 원이지만, 본인이 정말 열심히 일해서, 회사의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만약에 1,000억 원에 엑싯을 해서 현금화를 한다면, (희석을 무시한)0.3%는 3억 원이 된다. 또한, 일을 잘하면, 중간마다 보너스로 스톡옵션을 계속 받을 기회도 있다.

가끔, “우리 사장 진짜 짜다. 스톡옵션 고작 1%밖에 안 주더라.” 류의 말을 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나는 그 1%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그 1%의 시장가치에 관심을 더 가지라는 조언을 한다.

마지막 3%

요새 우리가 투자 검토하고 있는 회사의 대표와 얼마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차별점이라는 주제가 튀어나와서, 내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실은, 정답도 없고, 어떻게 보면 참 멍청한 질문이라서, 내가 잘 하지 않는 질문이긴 하지만, 답을 떠나서 이분의 생각과 답변이 좀 궁금했다. 또한, 대부분의 투자자가 습관처럼 물어보는 질문이긴 하다. 이 회사의 기술, 제품, 서비스,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이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고, 실은 누구나 다 마음먹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우리가 남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 물어봤다.

이분의 대답은 내가 기대하던 답변이고, 대표가 시장을 이렇게 보고 있다는 건 나한테는 상당히 긍정적인 시그널이었다. 본인도 항상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고, 내가 한 말에 100% 공감한다고 하면서, 창업팀이 하고 있는 게 실은 어느 정도의 기술장벽도 있고, 서비스 장벽도 있고, 비즈니스모델 장벽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남들이 못 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대기업에서 돈과 사람을 대거 투입하면, 본인이 2년 이상 했던 이 비즈니스와 비슷한 걸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남들이 할 수 있는 건 자신의 비즈니스와 “똑같은”게 아니라 “비슷한”걸 만들 수 있다는 점인데, 실은 비즈니스의 핵심은 비슷하다와 똑같다 사이에 존재하는 10%라고 하면서, 이 10%를 따라 하는 건 정말 쉽지 않고, 아주 오랜 경험과 굉장히 특별한 능력과 팀워크가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이분도 100% 완벽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90%에서 100%까지 비즈니스를 완성하는 게 이 팀의 미션이고, 이건 돈이나 사람의 수라는 정량적인 자원보다는,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눈에 보이지 않는 경험과 디테일을 몸으로 직접 배웠냐는 정성적인 부분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이걸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팀이 이 회사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 말에 나는 매우 동의한다. 나도 실은 우리 투자사 대표들에게 항상 비슷한 말을 하는데, 겉으로 보면 같아 보이는 두 개의 비슷한 서비스 중, 하나는 사용자들이 좋아하지만, 다른 하나는 사용자들이 사랑하는 이유는 눈에 잘 안 보이는 작은 차이 때문이고, 이 작은 차이는 위에서 강조하는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말을 자주 한다.

솔직히 우리가 자주 접하고 사용하는 배달앱, 쇼핑앱, 맛집앱, 중고거래앱, 음악 서비스, 자산관리서비스만 보더라도 비슷한 제품이 각각 최소 5개는 있지만, 대부분 이 중 하나만 사용한다. 처음엔,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지만, 결국 그중 나한테 가장 유용한 한 개의 서비스를 선택하고, 이후에는 그 제품만 사용하게 된다. 그 이유는 결국엔 완벽을 추구하면서 더 견고해지는 디테일에 있는 거 같다. 눈으로 봤을 때는 잘 모르지만, 깊게 사용하다 보면 느낄 수 있는 그런 세심한 디테일 말이다. 누구나 다 90%까지는 상당히 빨리 만들 수 있지만, 매출의 99%를 만드는 건 마지막 10%이고, 이 10%를 완성하는 데에는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 마지막 10%를 완성하는 게 팀의 경험과 열정, 그리고 수많은 반복과 시행착오인데, 이걸 잘하는 팀이 결국엔 성공하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본 다큐멘터리에서 인류는 대형 유인원과 97% 이상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다른 3%가 인간을 유인원과 99.99% 다르게 만든다는 내용이 있었다. 겉으로 보면 모두 다 비슷한 제품 같지만, 이기는 제품과 지는 제품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논리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모든 건 마지막 3%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