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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쓰기

letters-2794672_1280바로 전 글에서 진한 감동이 전달되는 이메일에 대해서 썼는데, 내가 수많은 이메일 중 하나에 감동하였던 이유는 내용의 절실함이 나한테 전달됐기 때문이지만, 이런 절실함이 나한테 전달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창업가의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와이프가 농담처럼 나한테 하는 말 중, “당신 일 자체가 이메일이잖아”가 있는데, 그만큼 내가 대부분의 업무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이메일로 하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것 중 하나가 이메일이다. 그리고 점점 더 바빠지고, 점점 더 커버해야 하는 지역이 넓어지면서 이메일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렇게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글을 통해서 하다 보니까, 나도 이메일을 쓸 때에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어떻게 하면 가장 적게 글을 써서, 가장 많은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상당히 많이 하게 된다. 이렇게 상대방을 보지도 않고, 통화하지도 않으면서, 오롯이 글을 통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이젠 누가 나한테 쓴 이메일만 읽어봐도 이 사람의 내공, 커뮤니케이션 능력, 사고방식, 그리고 비즈니스에 대한 철학 등이 어느 정도 보인다. 항상 맞진 않지만, 워낙 많은 이메일을 접하고, 이 사람들을 직접 만나도 보니까, 이메일을 통해서 내가 이해해서 대략 머릿속에 그린 창업가의 이미지와 태도는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나는 창업가가 가져야 할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바로 글을 잘 쓰고, 이메일을 잘 쓰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좋은 창업가 중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아무리 짧아도, 이들이 쓴 이메일을 보면 항상 간결하고, 직설적이고, 알아야 할 모든 사항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이와는 반대로, 읽은 후에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하고 머리를 긁적거리게 만드는 이메일을 쓰는 창업가들도 많은데, 역시 이런 사람들은 만나보면 사업을 잘할만한 태도가 잘 안 보인다. 나는 우리 투자사 대표들한테는 나한테 웬만하면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하라고 한다. 실은 전화 통화하거나, 아니면 그냥 카톡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일부러 같은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한다. 왜냐하면, 이 사람의 글 쓰는 실력, 그리고 글을 통해서 상대방을 설득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실력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한테 콜드 이메일을 보내면, 메일의 첫 한 줄만 읽어 보면 내가 이메일 전체를 읽을지, 그리고 이분이 내가 만나고 싶어 할만한 분인지가 바로 결정된다. 글을 잘 쓰면, 계속 읽고, 만날 확률이 높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한 줄 읽고 바로 지워버린다. 실은, 이메일 쓰는 게 익숙지 않은 창업가도 많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일을 계속하려면, 효과적인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이기 때문에, 무조건 연습과 훈련하길 권장한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스톡옵션 가격

전에 스톡옵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글을 꽤 많은 분이 유용하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요새도 가끔 듣는데, 오늘도 스톡옵션 관련 내용이다. 좋은 인재를 영입하고, 이분들이 다른 회사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우리 회사에 계속 남아서 열심히 일하게 하려면 고액 연봉도 필수지만, 회사의 오너십을 일부 갖게 해서 개인과 회사의 이해관계를 일치하게 만들어야 한다. 스톡옵션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회사의 지분을 약속받게 되면 – 지금 당장 받는 게 아니라 미래의 일정 시점에 일정 가격에 회사의 지분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고, 어쨌든 본인이 가진 지분의 가치가 높아지려면 회사가 잘 돼야 하고, 회사가 잘 되려면, 본인이 열심히 일해야 하기 때문에 – 옵션이 없는 것보단 애사심을 갖고 열실히 일한다. 이렇게 돼서 나중에 회사가 잘 되면, 창업자, 직원, 투자자 모두한테 가장 이상적인 결과가 만들어진다.

이런 이유로 우리도 일정 수준의 옵션 풀을 적용해서 투자한다. 투자자마다 다르지만, 적게는 10%, 그리고 많게는 25%까지 적용하는 걸 봤다. 옵션 풀을 확보해 놓으면, 그만큼 스톡옵션을 주는 게 쉽고, 그때마다 주주명부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많은 대표가 좋은 인재를 모집하기 위해서 스톡옵션을 부여할 때, 옵션의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궁금해하고, 나 역시 최근에 이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비상장 회사의 주식 가격을 산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Fair Market Value(=FMV)를 사용한다. 복잡한 건 아니고, 가장 최근에 투자 받았을 때의 주식 가격을 주로 FMV라고 한다. 우리 회사가 지난주에 주식당 가격 100만 원에 투자를 받았다면, 현재 우리 주식의 FMV는 100만 원이라고 하는 게 그렇게 이상하진 않다. 하지만, 만약에 2년 전에 마지막 투자를 받았고, 그때 가격이 100만 원인데, 그 사이에 회사의 매출이 10배 이상 성장했다면 현재의 주식 가격은 훨씬 더 높아졌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이걸 고려해서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수적으로 그냥 100만 원을 FMV라고 가정한다. 물론, 회사의 가치가 내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보편적으로는 가장 최근에 투자받은 가격을 기준으로 주식 가격을 책정한다.

그래서 주로 이 FMV 가격을 기준으로, 스톡옵션 가격을 약간 할인해서 산정하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면 가장 낮은 가격에 스톡옵션을 부여하라고 조언한다. 회사와 상관없는 남한테 주는 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한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회사의 밸류를 극대화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좋은 인재들에게 부여하는 거라서 굳이 높은 가격에 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열심히 일 한 사람들이 회사에 많은 기여를 하고, 이들이 나중에 옵션을 행사할 때 부담이 안 되는 가격에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어떤 회사는 스톡옵션 가격을 액면가에 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게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게 법적으로 어느 정도 제한되어 있다. 오래전에 미국 국세청에서 409a라는 법을 만들었는데, 이 법에 의하면 스톡옵션이 실제 시장가격(=FMV)보다 너무 낮게 부여되면, 옵션을 받는 사람은 미래에 행사하는 시점이 아니라 옵션을 받는 그 시점에 세금을 내야하고, 회사도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있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면, 회사는 제삼자를 통해서 이 스톡옵션의 적당한 시장가격(=FMV)을 정해야 하는데, 위에서 말한 대로 최근에 투자 받았을 때의 주식 가치를 기반으로 주로 산정된다. 한국에는 아직은 이런 법이 없다. 나도 한국법에 대해서 잘 모를 때는, 미국의 409a 법을 생각해서 최근 투자받았던 주식 가격보다 조금 낮게 스톡옵션을 발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회사의 경영진과 주주들만 동의한다면, 회사에 기여도가 높은 직원들에게는 웬만하면 액면가 또는 그 가격보다 너무 높지 않은 가격에 스톡옵션 주는 걸 권장한다.

그런데 어떤 투자자들은 액면가나 너무 낮은 가격에 스톡옵션을 발행하는 걸 반대한다. 본인들은 이 회사에 투자할 때 훨씬 더 비싼 가격으로 주식을 구매했는데, 그리고 이후 회사의 실적이 더 좋아져서 가치는 올랐는데, 직원들에게 이보다 더 낮은 가격에 스톡옵션을 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니고, 나도 미국 관점에서 봤을 때는 이런 지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법적으로 가능한 가장 낮은 가격에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게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Under-promise and over-deliver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과 같은 long form 콘텐츠를 쓰고 공유 가능한 소셜미디어에는 정말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있고, 이 들은 온갖 종류의 생각, 글, 동영상과 사진을 공유한다. 내가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서인지, 내 페이스북 친구의 절반 이상은 아마도 일과 연관된 사람들일 것이다. 너무 많아서, 어느 순간 친구 수락 자체를 나는 포기했다. 나도 하루에 여러 번 페이스북에 습관처럼 들어가서 이런저런 글들도 포스팅하고, 남이 포스팅한 글도 보는데, 정말 유용한 정보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 자기자랑글이라는걸 부인할 순 없을 거 같다. 나도 여기에 포함된다.

내가 요새 우리 투자사 대표들한테 좀 자제해달라고 부탁한 부분은, “나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내용의 자랑글은 가능하면 포스팅하지 말아달라 이다. 팀원들과 하루 2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는 글, 미친 성장을 위해서 폭풍 야근을 하고 있다는 내용, 제품 론치하기 위해서 매일 밤샘하고 새벽 4시에 집에 가는 걸 자랑하는 글, 주문이 폭주해서 최고의 일매출 도달한 스크린샷, 등등…뭐 이런 내용의 글이다. 뭐, 이게 나쁜 건 아니고, 스스로 어필하고, 회사를 마케팅하는 방법의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대한 게 높을수록 실망도 크듯이, 이렇게 계속 대표이사가 페이스북 펌프질하는걸 보고 뭔가 대단한 게 있을 줄 알고 투자자들이 미팅한 후, 숫자를 까보니까 별거 없는 경우가 더 많아서, 크게 실망하고, 오히려 그 대표와 회사에 대한 믿음을 잃는 경우가 더 많은 거 같다. “1년 365일 전 직원이 폭풍야근을 하고, 미친 열정을 갖고 일만 생각하면서, 매월 엄청난 매출 성장과 ROAS를 만들고 있는 회사가 이것밖에 못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가만히 있었으면 본전은 하는데, 오히려 본전도 못 챙기는 상황이 발생한다.

내가 아는 대부분 창업가는 진짜 열심히 일한다. 우리 투자사 대표 중 몇 년째 하루 20시간 일하는 사람도 있고, 이분들한테는 스타트업이 인생 그 자체다. 이렇게 깊은 사명감으로, 정말 열심히 일하면, 솔직히 소셜미디어에 하루가 멀다고 주저리주저리 포스팅할 시간도 없다. 이런 분들은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않고, 행동으로 실행하고 숫자로 보여준다.

내가 우리 대표들한테 드리는 충고는 “under promise, over deliver(덜 약속하고 더 해주어라)”이다. 여기저기 너무 과장 광고를 많이 하고 다니면 어쩔 수 없이 더 약속하고 덜 해주게 되는데, 열심히 일했다는 내용의 긴 포스팅을 쓸 시간에 고객 한 명 더 만나거나, 그냥 잠을 더 자는 게 회사에는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한다.

Otis

나는 요새 미국보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 회사 내부,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미국 소식을 실시간으로 듣고, 읽고 있지만, 아무래도 물리적으로 미국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감이 좀 많이 떨어져 있긴 하다. 그래서 만나는 많은 사람이 나한테, “요새 LA나 실리콘밸리 분위기는 어때요?” , “요새 미국에서 유행하는 게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나도 잘 모른다고 하는데, 귀찮아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잘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거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투자해서 미국 소식도 자주 읽고, 앱스토 국가설정을 미국으로 바꿔서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참신한 앱을 설치하고 사용해 본다. 이 중 내가 요새 재미있게 사용하고 있는 Otis라는 앱이 있다. USV에서 투자한 회사고, Fred Wilson 때문에 알게 됐는데, 일종의 크라우드펀딩/특수목적 펀드/투자/collectible의 성격을 지닌 앱이다. 참고로, 미국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 사전 체크리스트를 통해서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한국에서는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Otis는 회사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일반적인 투자 상품 말고, 그림, 명품백, 운동화와 같은 소장 가치가 있는 상품 투자에 관심 있는 개인들을 위한 앱이다. 앱을 설치하고 회원 가입을 한 후, 은행 계좌가 인증되면 바로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마도 일반인들로부터 돈을 모아야 하는 플랫폼이라서 법적으로 승인받아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지금까지 투자상품이 한 개 올라왔고, 그다음 상품에 투자하려면 기다려야 한다. 첫 번째 상품은 Kehinde Wiley라는 미국 현대 화가의 ‘St. Jerome Hearing the Trumpet of Last Judgment’라는 작품이었는데, 이 그림을 부분 소유하려면, 그림의 1주를 $25에 구매해야 한다. 나는 $250으로 이 그림의 10주를 구매해서, 전체 그림의(그림 가격 $237,500) 0.1%를 소유하고 있다. 이후 투자상품도 다양한데, 내가 부분 소유하길 기대하고 있는 건 Rolex 6265 Daytona 시계, 에르메스 벌킨 백, 2016년 나이키 Air Mag 등이 있다.

사진 2019. 9. 24. 오전 7 10 28

Otis는 이런 식으로 일반인들한테 돈을 모집한 후, 돈이 다 모이면 제품을 구매한다. 왜 투자자들은 이런 상품을 부분 소유하려고 할까?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한정판이기 때문에 소장 가치가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마치 주식과도 비슷한데, 회사의 실적에 따라서 주가가 변동하는 기업 주식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냥 올라가는 장점이 있다. Otis는 적당한 시점에 다시 이 작품들을 판매하고, 판매한 후 원금과 수익금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한다. 두 번째는,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상품들이기 때문에, 다양한 전시회에 상품을 대여해 줄 수 있다. 발생하는 대여료는 비례해서 투자자들에게 배분해준다. 세 번째는, 이런 소장 가치가 있는 상품을 온전히 다 구매하려면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 망설이거나, 구매하지 못하는데, 이렇게 부분적으로 쪼개서 판매하니까 일반인도 부분 소유 할 수 있고, 매우 작지만 희귀템에 대한 오너십이 있다는 자부심 때문인 거 같다. 마치 내가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식을 한 개만 소유하고 있어도, “나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주야”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거랑 일맥상통한다.

실은,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이런 시도를 하는 업체도 몇 군데 있는 거 같은데, Otis라는 회사는 블록체인 없이 제대로 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거 같고, 앞으로 어떤 상품들이 올라올지 기대가 된다. 한국도 혹시 이런 비즈니스를 하는 팀이 있으면, 한 번 만나보곤 싶다.

<이미지 출처 = Otis>

이기는 게임을 하는 법

요새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썩 좋진 않다. 미디어에서 어떤 걸 믿어야 될지 잘 모르겠고, 나도 이 이슈를 아주 관심 갖고 트래킹하는게 아니라서, 정확히 누가 얼마큼,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상황이 단시간 내에 해결될 것 같진 않다. 나도 그렇지만, 실은 그 누구도 상황이 여기까지 오길 원하진 않았을 것인데, 일단 이렇게 되었고, 화해하기에는 이미 일본이나 한국이나 너무 멀리 온 것 같다. 그러면 이젠 이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찾아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전쟁을 하자는 건 아니고, 서로 욕하는 그런 싸움보단,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서, 우리 힘을 키우는 게 이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일본에 의존하고 있던 기술, 원자재를 이번 계기를 통해서 국산화하거나, 아니면 일부 국산화 할 수 있다면, 이건 한국에게는 정말 좋은 일이 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더 강해지고, 더 부자가 될 기회가 될 수 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왕 일이 이렇게 됐고, 옵션이 별로 없이 외부에서 압박을 받는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국가나 개인은 평소 능력보다 더 큰 힘이 나온다는 건 우리 모두 역사를 통해서 알고 있거나,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이렇게 외부의 압박이 회사를 더 강하게 하고 성장하게 만든 사례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일단 우리가 아는 많은 대기업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불황과 불경기 때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원조 스타트업인 HP, 폴라로이드, 텍사스인스트루먼츠는 1930년 대공황 와중에 창업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도 70년대의 불경기인 1973년 ~ 75년 사이에 창업했다. 그렇지 않은 창업가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창업가는 불경기라서 취직을 못 했기 때문에, 스스로 생존하고, 강해질 수 있는 창업을 선택했고, 불경기도 건드릴 수 없는 엄청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었다.

또한, 대기업의 압박을 견디고 이기기 위해서 스스로를 자극해서 성장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도 우리 주변에 많다. 가전기기 제조업체에 납품하던 작은 부품업체가, 갑자기 이 회사가 부품업체를 바꾸거나, 또는 직접 부품을 개발하겠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망할 위기가 닥쳤을 때,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내공을 기반으로 오히려 납품하던 가전기기 업체보다 더 좋고 저렴한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 크게 이슈화되었는데, 라인이 당근마켓을 카피해서 베트남에 GET IT이라는 앱을 출시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근마켓은 더욱더 분발하고 정신 차려서 대기업이 감히 넘보지 못하는 수준의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거 보면, 나는 오히려 이런 외부의 압박으로 인한 위기는 내부의 역량을 10배 이상 강화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는 걸 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만 죽어라 욕하는 사람도 내 주변에 많은데, 솔직히 이건 그 누구한테도 도움이 안 되는 태도와 생각인 거 같다. 나는 오히려 한국과 일본의 이번 싸움을 우리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는 게 이기는 게임을 하는 방법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