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Moderate Venture Markets

얼마 전에 TechCrunch에서 “Moderate Sized Market(적당한 크기의 시장)”에 대한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스타트업 펀딩 규모나 빈도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와 같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고, 투자받는 규모도 어마무시한 벤처허브들이 있고, 이와 반대로 펀딩 딜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벤처사막이 있다. 그리고 이 중간 어딘가에, 엄청나진 않지만, 그래도 계속, 꾸준히, 적당한 규모의 펀딩이 일어나는 곳이 있는데, 이런 곳을 적당한 규모의 벤처시장이라고 한다.

동일한 개념을 국가에 적용하면, 1년에 1조 원 ~ 3조 원 사이의 펀딩이 일어나는 나라를 moderate sized market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시아의 인도네시아, 한국, 홍콩, 남미의 브라질, 콜롬비아, 유럽의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스위스, 그리고 호주, 이렇게 10개 국가가 여기에 속한다. 실은, 모든 펀딩이 공개적으로 발표되는 건 아니다. 우리도 지난 12개월 동안 30개가 넘는 투자를 했지만, 이 중 공개적으로 발표된 딜은 5개도 안 되기 때문에, 테크크런치에서 분석한 내용이 완벽할 순 없지만, 다양한 데이터를 오랫동안 수집하고 분석해왔기 때문에, 이 중간 규모 벤처 시장에서의 큰 트렌드는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한 거 같다.

일단, 이 시장의 벤처펀딩의 특징은,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 전체펀딩규모가 연 300% 성장하거나, 100% 감소하면, 투자자들이 난리가 날 텐데, 이 적당한 규모의 시장에서 펀딩이 년 50% 이상 성장하거나 감소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 이유는, 소수의 메가딜이 다수의 작은 딜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유니콘 고젝이 2018년에 $2.4B 투자를 받았는데, 그 해 인도네시아의 전체 펀딩은 $3.88B 였다. 그 다음 해2019년도는 이런 메가딜이 없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전체 펀딩은 $1.01B로 74% 대폭 하락했다. 미국에서 수치가 이렇게 크게 감소하면, 경기가 안 좋거나, 또는 투자환경이 급격하게 나빠진 게 그 이유일 텐데,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다른 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큰 딜이 시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남미 콜롬비아도 마찬가지다. 2019년에 소프트뱅크가 콜롬비아의 쿠팡인 Rappi에 $1B을 투자했고, 이로 인해서 이 나라의 전체 펀딩이 급상승했는데, 아마도 올 해 Rappi가 다시 대규모 투자를 받지 않거나, 또는 다른 유니콘 회사가 등장하지 않으면, 콜롬비아의 펀딩은 급하락할 것이다.

한국의 데이터는 약간 의심스럽긴 하지만, 이 10개 국가 중 가장 변화폭이 작다(2018 | $1.97B에서 2019 | $2.13B로, 8% 증가). 그래도 소수의 대형 딜이 전체 펀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패턴은 비슷한 거 같다. 2018년 펀딩의 대부분은 쿠팡이 받은 투자일거 같고, 2019년은 위메프나 토스의 대규모 투자이지 않을까 싶다.

또 한가지 괄목할만한 트렌드는 이 시장의 펀딩이 성장하는 이유는, 딜 당 펀딩규모가 커져서이지, 딜의 개수가 증가해서는 아니다. 10개 국가 중 절반 이상의 펀딩이 년 50% 이상 성장했다고 하지만, 펀딩된 스타트업의 숫자를 보면 변화가 거의 없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9개국의 VC가 그들이 좋아하는 회사에 더욱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지, 더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의 스타트업은 2019년도에 총 $100B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여기서 조사한 10개국 전체 펀딩을 합쳐도 $12B이 안 되는 걸 보면, 년간 1조 원 ~ 3조 원 펀딩하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있다는 게 이 기사의 결론인 거 같다.

I don’t know

해마다 정확한 통계를 내봐야겠다고 하면서 잘 못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내가 일 년에 만나는 창업가/회사와의 미팅 횟수에 대한 통계이다. 미팅할 때마다 카운트를 하는 게 가장 정확한 방법인데, 어느 순간 이걸 깜박한다. 작년도 정확한 카운트를 하진 않았는데,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략 세어보면, 나는 한 400~500개 회사와 미팅을 한 것 같다. 즉, 매우 많은 사람을 만났고,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러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내가 창업가들한테 가장 듣고 싶었지만, 가장 듣지 못 했던 말 중 하나가 바로 “잘 모르겠네요(I don’t know)” 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기를 싫어한다. 남한테 항상 본인은 강하고, 일 잘하고, 모든 걸 다 안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은 습성이 있다. 나도 다르지 않기 때문에, 잘 안다. 특히, 창업가들은 자존감도 세고, 자존심도 세고, 일반 사람들보단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자신의 약점이나 무지함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걸 정말 싫어한다. 그리고, 나 같은 투자자한테는 돈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창업가의 나약함이 드러나고, 이러면 투자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나약한 창업가는 투자자들이 싫어한다. 안 그래도 힘든 스타트업 인생인데, 나약한 창업가는 절대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만들 수 없다. 그런데 실은 “잘 모르겠네요”는 나약함의 상징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용기 있고, 자신 있고, 강한 사람이 오히려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신이 모르는 거에 대해서는 “I don’t know”라는 말을 할 수 있다. 나는 창업가들과 미팅할 때 내가 물어보는 모든 질문에 대한 정답을 가진 분들을 오히려 경계한다. 이런 창업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아마도 무지를 인정하면 불이익을 당할 거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이런 성향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더욱더 두드러진다고 한다. 실은 나도 과거에는 모르는걸 아는 척 한 적이 상당히 많고, 요새도 가끔 그러기도 하지만, 남이 아무리 “저 인간은 투자한다면서 그런 것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더라도, 모르면 무조건 모른다고 인정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실은, 모르는 걸 안다고 거짓말하면 그때는 남도 속이고, 자기 자신도 일시적으로 속으면서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말 좋지 않은 결과가 만들어 진다. 모르는 걸 아는 척 하면, 내가 더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스스로 제한하고, 언젠가는 상대방이 내가 거짓말 한 걸 알게 되기 때문에 신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 개 마일로가 많이 아파서 얼마 전에 큰 수술을 했다. 강남에서 가장 크고, 비싸고, 잘 한다고 소문난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했는데, 수술 후 수의사로부터 수술경과와 마일로 몸 상태에 대해서 자세히 들을 수 있게 상담을 했다. 그런데 뭔가 잘 모르고, 내가 물어보는 대답에 대한 만족할 만한 답변을 계속 주지 못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에 우리는 동물병원을 바꿨는데, 어떤 조사에 의하면 의사들이야 말로 자기 자신과 환자들에게 무지를 고백하는 것에 대해서 가장 불편함을 느낀다고 한다. 의사들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자신의 능력과 권위, 그리고 전문성에 위협이 된다고 느낀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만약에 이 수의사가 나한테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고 했다면, 나는 오히려 계속 같은 동물병원에 다니지 않았을까 싶다.

영어에서 말하기 가장 어려운 세 단어는 “I love you”가 아니다. 실은 그 세 단어는 “I don’t know”라고 한다. 그만큼 자신의 무지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건 힘들고, 어떤 사람들한테는 고층 건물에서 뛰어 내릴 때 보다 더 큰 공포심을 갖게 하는 거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배우려면, 가장 중요한 건, 배워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하는데, 그 인정의 시작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다.

워렌 버핏 바이블

아마존 책 분야에서 ‘Warren Buffett’으로 검색해보면 1,000권 이상의 결과가 나온다. 이만큼 워렌버핏은 많은 분께 연구대상이자 배울 점이 많은 비즈니스맨이다. 나도 버핏의 팬이고, 워렌버핏 관련 책을 꽤 많이 읽었다. 이번 설 연휴에 ‘워렌버핏 바이블(Warren Buffett on Business)’을 읽었는데, 그동안 내가 알던 내용을 다시 복습할 수 있었고, 새로운 내용을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나는 이 블로그에 서평을 거의 안 쓰지만, 책 내용이 좋아서 몇 자 적어본다. 마지막으로 읽은 버핏 관련 책이 ‘워렌버핏의 주주서한’인데, 이 책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워렌버핏 바이블은 워렌버핏의 주주서한이 출간 된 이후의 주주서한이 정리되어 있고, 해마다 오마하에서 열리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현장에서 버핏과 파트너 찰리 멍거에게 던진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을 정리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7장 | 버크셔의 기업 문화”와 “14장 | 학습과 삶의 지혜”인데 개인적으로 봤을 때 여기서 버핏의 명언들이 가장 많이 나온다. 버핏에 대한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일을 하는 방법과 일을 대하는 태도의 정석을 배울 수 있는 비즈니스 교과서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읽을수록 일 보다 오히려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인생 바이블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두 부분에서 나오는, 누가 봐도 너무 당연하지만, 대부분 실천하지 못 하는, 그래서 너무나 좋아하는 문구들이다:

1/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 원칙’이 아니라 ‘원칙에 잘 어울리는 사람들’입니다.
2/ ‘우리가 어떤 사업을 하는가?’는 중요하지만, ‘우리가 어떤 사업을 거절하는가?’는 더 중요합니다.
3/ 우리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완벽해지려고 노력할 수는 있습니다.
4/ 우리가 돈을 잃을 수는 있습니다. 심지어 많은 돈을 잃어도 됩니다. 그러나 평판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단 한치도 잃어서는 안 됩니다.
5/ “남들도 다 그렇게 해.” 이 말이 도덕적 판단을 평가할 때 나온 말이라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6/ 정당성이나 적법성 때문에 주저하는 일이 있으면 내게 전화해주세요. 그러나 그렇게 주저할 정도라면 경계선에 매우 근접했다는 뜻이므로 포기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그냥 경계선을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세요.

버크셔해서웨이라는 기업은 너무나도 멋있고, 지금까지의 눈부신 실적이 이를 증명해준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부러워할 만한 요소를 너무 많이 갖고 있는 회사다. 하지만, 버크셔해서웨이보다 훨씬 멋있는 건 이 회사의 문화를 만든 워렌버핏과 그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인생에 대한 철학이다. 경영인이든 비경영인이든 모든 사람이 배울 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어떤 주주가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고 한다.
“버크셔해서웨이는 필요 이상의 자금을 보유 중이고, 주주들은 버핏 같은 억만장자가 아니므로, 이사회는 매년 상당액의 배당 지급을 검토한다.”

그래서 이 제안에 대해서 버크셔해서웨이 A주와 B주 주주들을 대상으로 투표가 진행됐는데, 투표의 98%가 이를 반대했단다. 즉, 본인들에게 배당 지급하지 말고, 그냥 모두 좋은 기업에 재투자하라는 의미다. 도대체 이 세상 어디에 이런 주주들이 또 있을까? 버크셔해서웨이이기에, 그리고 워렌 버핏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워렌버핏이 항상 옳진 않았다. 기술회사와 기술주를 철저히 무시하고 배제하던 버핏도 아마존과 구글을 완전히 놓친 점을 공개적으로 후회했는데, 최근 들어 기술주를 보는 시각을 바꿨고, 작년에 아마존 주식을 꽤 많이 구매했다. 또한, 우리 같은 초기 벤처 투자자는 돈 잃을 위험을 감수하는 게 일상생활의 일부지만, 버핏은 돈을 벌려고 돈 잃을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말을 자주 강조한다. VC 투자랑 버핏 투자는 많이 다르긴 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철학과 태도는 배울 점이 너무 많아서, 이 책은 모든 분들에게 강추한다.

과거 워렌버핏 관련 포스팅:
—버핏의 기업지배구조
—워렌 버핏처럼 하라
—워렌 버핏의 조언과 스타트업

집 밖은 위험해

bkk얼마 전에 이런 기사를 읽었다. 주로 밀레니얼이라고 하면, 구세대보단 훨씬 더 활동적이고, 뭔가 외부 활동을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기사에 의하면 오히려 밀레니얼들이 가장 ‘방콕’을 선호한다고 한다. 여기에 의하면 18세~24세 미국 젊은이들이 평균 미국인 대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70% 더 많다고 한다. 그리고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하던 많은 활동이 온라인으로 옮겨서 갔고, 넷플릭스, 배달 등과 같이 집을 떠나지 않고, 더 저렴하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트렌드가 부상했고, 또는 외출해봤자 인생 별로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 등이 있다.

나도 이런 트렌드를 요새는 직접 체감하고 있는데, 강남 일대의 늘어나고 있는 빈 빌딩과 “임대” 사인을 보고 특히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와이프랑 이런 현상에 대해서 종종 대화를 나누곤 한다. 일단 압구정동과 청담동 쪽으로 다니다 보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하는 대로변에 있는 건물 중 1층이 빈 곳이 상당히 많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걸 보면 요새 경기가 너무 안 좋다고 하는데, 나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한다. 경기가 정말로 좋은지, 안 좋은지는 내가 경제학자가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젠 사람들이 과거와 같이 오프라인 매장이나 식당에 물리적으로 잘 안 오기 때문에, 오프라인에 들어올 만한 가게나 매장이 없는 게 조금 더 정확하다고 본다.

대로변 1층 매장에 옷가게가 들어와도 금방 망해서 빠지고, 식당이 들어와도 금방 망해서 또 빠지는데, 이 현상을 보고 경기가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외식을 안 하고, 옷을 안 산다고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요샌 더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먹고, 더 많은 사람이 쇼핑을 하고, 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본다. 내가 보기엔, 그 이유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 특히, 밀레니얼들 – 집에서 배달 시켜 먹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옷을 구매하고, 집에서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기 때문이다. 이 글 처음에서 언급한 대로 과거에는 집 밖으로 나가서 물리적으로 어딘가를 가야 했지만, 이젠 집 안에서 손가락 몇 번 클릭해서 많은걸 할 수 있다.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면서, 먹고 싶은걸 집에서 시켜 먹을 수 있고, 해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까지 집에서 주문할 수 있고, 극장에 가지 않고도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더 저렴하게 집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대세는 배달과 쇼핑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실은 은행/뱅킹 또한 이런 트렌드를 타고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다. 나도 요새 웬만하면 은행에 직접 안 가는데, 꼭 가야 할 때만 간다. 꼭 가야 할 때만 가면, 은행에 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직접 은행 안가도 모바일 또는 인터넷으로 필요한 대부분의 업무를 볼 수 있는데, 굳이 은행에 가서, 번호표 뽑고, 모르는 은행 직원과 말을 섞는 게 싫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 역시 엄청나게 많은 오프라인 은행지점들이 폐업하고 있다.

기존의 많은 오프라인 서비스가 점점 더 모바일화, 온디맨드화(=O2O화), 그리고 개인화되고 있고, 우리가 이런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이 분야에 투자를 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이런 분야에 꽤 많이 투자하게 됐다. 대표적인 회사가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 세탁특공대와 최근에 투자한 온디맨드 피트니스 서비스 홈핏이다. 세탁특공대는 우리가 한 3년 전에 첫 투자를 했고, 당시에 내가 느꼈던 건, 이젠 가족의 규모와 의미가 바뀌면서 많은 집에서 세탁기를 구매하지 않고, 세탁기가 집에 있어도 바쁘고 귀찮아서 오히려 이런 쉽고 간단한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서 세탁을 외주하는 변화였다. 여기에다가 젊은 세대는 집 밖의 세탁소에 가서 세탁물을 맡기는걸 귀찮아 하고, 요샌 동네 세탁소 사장님이 집에 와서 세탁물을 수거하지만, 다른 사람과 대면하고 말을 섞는 것 조차 이들은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비대면 모바일 서비스는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홈핏은 온디맨드로 트레이너를 내가 있는 곳으로 – 주로 집 – 불러서, 헬스장에 안 가고 집에서 PT를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다. 나도 운동을 즐기고, 일주일에 3~4번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헬스장에서 점점 더 여성분이나 젊은 분들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나 같은 아저씨, 또는 나이 많은 시니어 분들이 주로 헬스장에 보이는데,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런 사람들과 같은 장소에서 익숙하지 않은 기구로 운동하는 거 자체를 밀레니얼들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몸매에 관심이 없거나, 운동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러면, 이들은 분명히 집으로 헬스장을 옮기고싶어할텐데, 이에 대한 해답을 홈핏이 어느 정도 제공해준다고 생각했다.

이런 트렌드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돈 보다 시간, 그리고 편리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들의 사고방식이다. 이렇게 집에서 뭔가를 하고, 누군가를 부르는 건, 내가 직접 가는 것 보다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내가 더 편하고, 시간을 조금 아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는 게 요새 젊은 친구들의 생활방식인 거 같다. 앞으로 많은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이런 트렌드를 타면서, 파괴되고 변화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뒤돌아 보지 않기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이 시간에 모든 걸 걸고,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우린 자주 듣는다. 머리로 생각하면 너무 맞는 말인데, 이 말을 지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린 과거에 집착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그때 그 말을 안 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때 다른 길을 갈 걸 등등…아무리 걱정하고, 아무리 상상하고,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해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과거의 일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한걸 모두 잘 알지만, 그래도 계속 후회하고 과거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면서 정말로 소중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값비싼 대가를 치른다. 바로, 이 현실이 과거가 됐을 때, 미래의 어느 시점에 그 과거에 대한 또 다른 후회이다.

나도 이 사실을 뻔히 알고 있지만, 과거에 집착하고 후회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다. 특히 일하다 보면, 투자에 대해서 이런 후회 할 때가 종종 있다. 우리는 투자하지 않았는데, 회사가 엄청 잘 되면, 그때 투자할 걸 왜 안 했을까라는 후회를 하고, 투자했는데, 회사가 잘 안 되면, 투자하지 말 걸 왜 했을까라는 후회도 하고, 뭐 그렇다. 아무 소용없고, 실은 정신적으로 굉장히 좋지 않기 때문에, 빨리 털고, 잊고, 현재/미래 지향적인 사고를 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요샌 내가 이런 과거에 대한 생각을 할 때마다, 반강제적으로 잊어버리고, 정리하고 현재에 집중하려고 자신을 하드 트레이닝 하고 있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라서 그런지, 이런 과거에 집착하는 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 않지만, 일단 한번 훈련하기 시작하니까, 또 몸과 마음과 정신이 금세 적응되기도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후회할만한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지만, 이런 완벽한 삶을 살기는 힘들다. 그러면 차선책은, 후회할만한 선택을 하더라도, 일어난 일이라면 그냥 깨끗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인데, 몸과 마음이 이렇게 하도록 훈련을 통해서 기계적 마인드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작년에 여러 가지 마음챙김 앱을 사용해봤는데, 마음챙김 명상이 이렇게 과거를 뒤돌아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현재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꽤 많이 되는 거 같다.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전진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이게 어렵다는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전진은 못 하더라도, 후퇴는 하지 말고, 너무 많이, 너무 오랫동안 뒤돌아 보지 않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과거는 잊어버리고 – 또는 너무 자주 꺼내 보지 않고 – 계속 새로운 문을 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노력을 항상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