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집 밖은 위험해

bkk얼마 전에 이런 기사를 읽었다. 주로 밀레니얼이라고 하면, 구세대보단 훨씬 더 활동적이고, 뭔가 외부 활동을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기사에 의하면 오히려 밀레니얼들이 가장 ‘방콕’을 선호한다고 한다. 여기에 의하면 18세~24세 미국 젊은이들이 평균 미국인 대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70% 더 많다고 한다. 그리고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하던 많은 활동이 온라인으로 옮겨서 갔고, 넷플릭스, 배달 등과 같이 집을 떠나지 않고, 더 저렴하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트렌드가 부상했고, 또는 외출해봤자 인생 별로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 등이 있다.

나도 이런 트렌드를 요새는 직접 체감하고 있는데, 강남 일대의 늘어나고 있는 빈 빌딩과 “임대” 사인을 보고 특히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와이프랑 이런 현상에 대해서 종종 대화를 나누곤 한다. 일단 압구정동과 청담동 쪽으로 다니다 보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하는 대로변에 있는 건물 중 1층이 빈 곳이 상당히 많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걸 보면 요새 경기가 너무 안 좋다고 하는데, 나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한다. 경기가 정말로 좋은지, 안 좋은지는 내가 경제학자가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젠 사람들이 과거와 같이 오프라인 매장이나 식당에 물리적으로 잘 안 오기 때문에, 오프라인에 들어올 만한 가게나 매장이 없는 게 조금 더 정확하다고 본다.

대로변 1층 매장에 옷가게가 들어와도 금방 망해서 빠지고, 식당이 들어와도 금방 망해서 또 빠지는데, 이 현상을 보고 경기가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외식을 안 하고, 옷을 안 산다고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요샌 더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먹고, 더 많은 사람이 쇼핑을 하고, 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본다. 내가 보기엔, 그 이유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 특히, 밀레니얼들 – 집에서 배달 시켜 먹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옷을 구매하고, 집에서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기 때문이다. 이 글 처음에서 언급한 대로 과거에는 집 밖으로 나가서 물리적으로 어딘가를 가야 했지만, 이젠 집 안에서 손가락 몇 번 클릭해서 많은걸 할 수 있다.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면서, 먹고 싶은걸 집에서 시켜 먹을 수 있고, 해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까지 집에서 주문할 수 있고, 극장에 가지 않고도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더 저렴하게 집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대세는 배달과 쇼핑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실은 은행/뱅킹 또한 이런 트렌드를 타고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다. 나도 요새 웬만하면 은행에 직접 안 가는데, 꼭 가야 할 때만 간다. 꼭 가야 할 때만 가면, 은행에 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직접 은행 안가도 모바일 또는 인터넷으로 필요한 대부분의 업무를 볼 수 있는데, 굳이 은행에 가서, 번호표 뽑고, 모르는 은행 직원과 말을 섞는 게 싫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 역시 엄청나게 많은 오프라인 은행지점들이 폐업하고 있다.

기존의 많은 오프라인 서비스가 점점 더 모바일화, 온디맨드화(=O2O화), 그리고 개인화되고 있고, 우리가 이런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이 분야에 투자를 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이런 분야에 꽤 많이 투자하게 됐다. 대표적인 회사가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 세탁특공대와 최근에 투자한 온디맨드 피트니스 서비스 홈핏이다. 세탁특공대는 우리가 한 3년 전에 첫 투자를 했고, 당시에 내가 느꼈던 건, 이젠 가족의 규모와 의미가 바뀌면서 많은 집에서 세탁기를 구매하지 않고, 세탁기가 집에 있어도 바쁘고 귀찮아서 오히려 이런 쉽고 간단한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서 세탁을 외주하는 변화였다. 여기에다가 젊은 세대는 집 밖의 세탁소에 가서 세탁물을 맡기는걸 귀찮아 하고, 요샌 동네 세탁소 사장님이 집에 와서 세탁물을 수거하지만, 다른 사람과 대면하고 말을 섞는 것 조차 이들은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비대면 모바일 서비스는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홈핏은 온디맨드로 트레이너를 내가 있는 곳으로 – 주로 집 – 불러서, 헬스장에 안 가고 집에서 PT를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다. 나도 운동을 즐기고, 일주일에 3~4번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헬스장에서 점점 더 여성분이나 젊은 분들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나 같은 아저씨, 또는 나이 많은 시니어 분들이 주로 헬스장에 보이는데,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런 사람들과 같은 장소에서 익숙하지 않은 기구로 운동하는 거 자체를 밀레니얼들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몸매에 관심이 없거나, 운동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러면, 이들은 분명히 집으로 헬스장을 옮기고싶어할텐데, 이에 대한 해답을 홈핏이 어느 정도 제공해준다고 생각했다.

이런 트렌드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돈 보다 시간, 그리고 편리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들의 사고방식이다. 이렇게 집에서 뭔가를 하고, 누군가를 부르는 건, 내가 직접 가는 것 보다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내가 더 편하고, 시간을 조금 아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는 게 요새 젊은 친구들의 생활방식인 거 같다. 앞으로 많은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이런 트렌드를 타면서, 파괴되고 변화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뒤돌아 보지 않기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이 시간에 모든 걸 걸고,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우린 자주 듣는다. 머리로 생각하면 너무 맞는 말인데, 이 말을 지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린 과거에 집착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그때 그 말을 안 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때 다른 길을 갈 걸 등등…아무리 걱정하고, 아무리 상상하고,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해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과거의 일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한걸 모두 잘 알지만, 그래도 계속 후회하고 과거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면서 정말로 소중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값비싼 대가를 치른다. 바로, 이 현실이 과거가 됐을 때, 미래의 어느 시점에 그 과거에 대한 또 다른 후회이다.

나도 이 사실을 뻔히 알고 있지만, 과거에 집착하고 후회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다. 특히 일하다 보면, 투자에 대해서 이런 후회 할 때가 종종 있다. 우리는 투자하지 않았는데, 회사가 엄청 잘 되면, 그때 투자할 걸 왜 안 했을까라는 후회를 하고, 투자했는데, 회사가 잘 안 되면, 투자하지 말 걸 왜 했을까라는 후회도 하고, 뭐 그렇다. 아무 소용없고, 실은 정신적으로 굉장히 좋지 않기 때문에, 빨리 털고, 잊고, 현재/미래 지향적인 사고를 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요샌 내가 이런 과거에 대한 생각을 할 때마다, 반강제적으로 잊어버리고, 정리하고 현재에 집중하려고 자신을 하드 트레이닝 하고 있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라서 그런지, 이런 과거에 집착하는 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 않지만, 일단 한번 훈련하기 시작하니까, 또 몸과 마음과 정신이 금세 적응되기도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후회할만한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지만, 이런 완벽한 삶을 살기는 힘들다. 그러면 차선책은, 후회할만한 선택을 하더라도, 일어난 일이라면 그냥 깨끗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인데, 몸과 마음이 이렇게 하도록 훈련을 통해서 기계적 마인드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작년에 여러 가지 마음챙김 앱을 사용해봤는데, 마음챙김 명상이 이렇게 과거를 뒤돌아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현재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꽤 많이 되는 거 같다.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전진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이게 어렵다는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전진은 못 하더라도, 후퇴는 하지 말고, 너무 많이, 너무 오랫동안 뒤돌아 보지 않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과거는 잊어버리고 – 또는 너무 자주 꺼내 보지 않고 – 계속 새로운 문을 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노력을 항상 하고 싶다.

대화가 필요해

나는 이 블로그에서 서평은 잘 안 쓰지만, 그래도 감명 깊게 읽었거나, 뭔가 나한테도 도움이 되고, 다른 분들한테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의 책을 읽은 후에는 가끔 몇 자 적기도 하는데, 오늘은 그런 책에 대한 내용이다. 꽤 많이 읽힌 책인 거 같은데 Celeste Headlee의 “말센스”라는 책이다. 원제목은 – 그리고 나는 이 원제목이 훨씬 더 맘에 든다 – “We Need to Talk”인데, 원제목만 봐도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대화에 대한 책이다. 흔히 ‘대화’라고 하면 우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우린 태어날 때부터 뚫린 입이 있고, 말을 하는 동물로 태어났기 때문에, 평생 말을 하고 살기 때문에 대화라는 주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는 거 같다. 그냥 남이 말하면, 나도 말하고, 같이 서로 말하는 게 대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함정이 있는 거 같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이 “대화=말하기”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대화=듣기+말하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하는것 보단, 듣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듣는 것도 남의 말을 단순하게 생리학적으로 듣는 게 아니라,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을 하기 위해서 감정을 갖고, 생각을 하면서 듣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즉, ‘hear’가 아니라 ‘listen’에 대한 책이다.

책에 대한 다른 독자들의 서평을 보면, 호불호가 갈린다. 나같이 공감한 분들도 있지만, 이미 아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짜깁기 한 내용이라는 평도 있는데, 나는 이 책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말하고 듣기는 인류의 시작부터 인간이 해왔던 행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론과 내용이 너무 많다. 그래서, 좋은 대화를 하기 위해서 어떤 태도와 행동을 갖고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서는 기존의 내용을 잘 정리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도 나름 많은 사람을 만난다. 지금까지는 나는 이들과 소통하고 대화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행동을 하나씩 짚어 보니, 절반은 대화를 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내가 주인공이 돼서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는 반성을 깊게 했다. 그만큼 누군가와 깊고 의미 있는 대화를 하는 건 학교에서 학문을 배우는 것 만큼 어려운 기술이자 습관인 것 같다. 내가 저자의 의도를 다 파악하진 못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덜 말하고, 더 들어라”이고, 조금 더 나아가서는 “말 하는 게 가만히 침묵하는 것보다 좋다는 확신이 들때에만 말해라”이다.

그냥 책 읽으면서 랜덤으로 맘에 들었던 문구들을 발췌했는데, 다음과 같다(특별한 순서 없이):
1/ 대화에서도 중요한 건 양이 아니라 질이다.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말해라.
2/ 말하기보다는 들어주고, 재촉하기보다는 기다려주고, 논쟁하기보다는 공감해라.
3/ 말 하는 게 침묵하는 것보다 좋다는 확신이 들때에만 말해라.
4/ 대충 아는 것을 잘 아는 척 하지 않는다. “I don’t know”는 가장 효과적이자 가장 솔직한 대화를 위한 필수적인 답변이다.
5/ 더 똑똑해지고 싶다면 더 많이 들어라.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인다면 생각은 열리고 관계는 더 가까워질 것이다.
6/ 대화를 나누기가 어렵다면 솔직하게 말해라. 지금은 다른 중요한 일 때문에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고. 대화 순간에 집중하는 것과 대화의 자리에서 걸어 나오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7/ 하루에 대화를 단 한 번만 하더라도, 그 대화는 영감에 차고 일깨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대화를 하기 위해 침묵할 시간이 필요하면, 하루의 대부분을 그냥 조용히 침묵해라.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8/ 말을 잘하고 싶으면 일단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 삶에서와 마찬가지로 대화에서도 당신은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 스스로를 통제해야 한다.
9/ 어려운 대화는 가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이럴 때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단 하나, 누군가가 먼저 사과를 하는 것뿐이다.

Shut the fuck up and listen.

The Startup Bible – 2019 정리

1577276678349해마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한 해 동안 쓴 글들에 대해 정리를 하는 포스팅을 올리는데, 마침 내일이 2019년 마지막 날이라서 올해 정리를 하루 일찍 해본다.

2019년에 난 102개의 글을 올렸는데, 이는 3.6일에 한 번씩 블로깅을 한 셈이다. 매주 월요일, 그리고 목요일 포스팅을 하니까, 이 수치는 항상 동일하다. 102개의 포스팅을 읽기 위해서 The Startup Bible 블로그를 방문한 분은 총 147,895명이다. 월평균 12,324명, 일평균 410명이 방문한 셈이다.

2019년도에 가장 많이 읽힌 Top 10 글은 다음과 같다:

1/ 팀이 회사 그 자체다
2월에 쓴 글인데, 벤처 업계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이라서 그런지, 많이 읽혔고, 읽은 후에 나한테 좋은 글 써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랑 이메일 보낸 분들도 꽤 있었다. 시장에서의 좋은 사람에 대한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잘 보여주는 현상이다.
참고로, 2018년도에 가장 많이 읽혔던 글은 ICO(Initial Coin Offering)와 코인경제이다. 시장이 참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급격하게 변하는 것 같다.

2/ 스트레스 테스트
스타트업을 초반에 빨리 성장시키려면, 투자를 받아서 마케팅에 돈을 많이 써야 한다고 믿는 창업가들이 많다. 이 맥락에서 쓴 글인데, 꽤 많은 창업가가 공감한 것 같다.
2018년도에 두 번째로 많이 읽힌 글은 한국인들의 7가지 실수이다. 이 글은 꾸준한 all-time 베스트/스테디 글이었는데, 올해는 20위 권 밖으로 밀렸다.

3/ 창업가의 자질
올해 우리가 투자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을 글로 정리했는데, 역시 스트롱뿐만 아니라 많은 투자자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좋은 창업가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펀드레이징을 잘하고, 그리고 좋은 사람을 잘 채용한다.

4/ 클럽딜에 대한 내 생각
실은 별 생각 없이 쓴 글인데, 몇몇 다른 투자자들한테 욕을 먹은 내용이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5/ 공동창업자 구하기
1인 sole founder들이 나한테 공동창업자는 어디서,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많이 물어보는데, YC 파트너인 Kat Manalac 이 관련해서 좋은 동영상을 올려서, 이걸 보고 몇 자 적은 글이다.

6/ 스톡옵션 가격
이 내용도 많은 창업가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즐겨 읽었다. 스톡옵션의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데, 이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7/ 마지막 3%
인생은 디테일의 싸움이고,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제품을 만들 때에는 3%의 디테일이 모든 걸 결정한다. 인류는 대형 유인원과 97% 이상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다른 3%가 인간을 유인원과 99.99% 다르게 만든다.

8/ 글로벌 유니콘 지도
CB Insights의 내용을 편집해봤다.

9/ 스톡옵션 개론
스톡옵션에 대한 개념이 이제 한국에서는 정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실은, 이 글은 2014년 10월에 쓴 내용인데, 이 글과 더불어 스톡옵션 관련된 여러 가지 내용이 올해 많이 읽혔다.

10/ 팀의 몸값이 회사의 밸류에이션이다
처음 창업하는 파운더들이 만드는 회사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이상 2019년에 가장 많이 읽힌 글 10개였다. 굳이 이렇게 통계를 내야 하는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조금 보면, 어떤 글들이 인기가 있었고, 내가 계속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작년에는 탑 10에 두 개나 있던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글이 올해는 전혀 인기가 없었다는 건 싸늘해진 시장의 분위기와 일맥상통하고, 스톡옵션 관련 글이 인기가 많았다는 점도 시장의 분위기와 앞으로의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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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스톡옵션

한 5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스타트업에 취직하면, 연봉과 조건 협의할 때, 대부분의 직원은 스톡옵션보다는 현금을 선호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스톡옵션에 대한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었고, 지금같이 성공한 스타트업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가능성이 매우 낮은 불확실한 휴짓조각 같은 스톡옵션을 받기보단, 고정된 가치지만 내 주머니 속으로 꼬박꼬박 들어올, 확실한 현금을 선호했다.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연봉협상을 할 때, 오히려 현금 부분을 줄이고, 스톡옵션을 더 많이 받길 선호하는 내가 아는 미국 회사원들과는 대조되는 광경이었다.

그 후 5년이 지난 현재도 현금을 선호하는 성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아직 미혼이거나 가족이 없는 젊은 분 중 현금보다는 스톡옵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잘되고 있는 스타트업이 많아졌고, 특히 유니콘이 더 많아지면서, 주변 지인들이 실제로 돈을 많이 번 사례를 보면서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아무도 모르던 이커머스 회사, 또는 배달 앱을 만드는 회사에 친구들이 입사했을 때는 뭐 저런 회사에 취직했냐고 비웃었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 기업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입사 초기에 받은 스톡옵션의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서 큰돈을 버는 걸 직접 보게 되고, 이런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스톡옵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실은, 창업자가 아니고 직원이라면, 스톡옵션은 이들에게는 스타트업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연봉을 많이 받으면 당연히 좋지만, 솔직히 세금을 낸 후에 실수령하는 현금은 그렇게 차이 나진 않는다. 그리고 이 연봉의 차이가 인생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금액도 대부분 아니다. 그러면, 열심히 일해서 같이 회사의 가치를 키워나가고, 회사가 잘 되면 본인도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스톡옵션은, 대기업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스타트업에서만 제공되는 굉장히 좋은 보상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실패하기 때문에, 스톡옵션은 대부분 휴짓조각이 된다는 점은 명심하자.

회사의 입장에서도 현금보단 스톡옵션을 직원들에게 주는 게 여러모로 좋다. 일단,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돈이 없다. 돈 없는 스타트업에서 현금은 워낙 소중하기 때문에 – 지분도 소중하지만, 현금은 회사를 돌아가게 만드는 피라서 – 가능하면 아껴야 한다. 스타트업 비용의 대부분은 인건비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연봉에 현금과 스톡옵션을 적절하게 섞으면 그만큼 회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직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오너십을 심어줄 수 있는 게 스톡옵션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내가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상당히 자랑스럽고 모티베이션을 줄 수 있는데, 내가 열심히 일해서 회사가 잘 되면 그 지분의 가치 또한 올라가니, 이보다 더 좋은 인센티브는 없을 것이다.

그럼 스타트업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스톡옵션을 얼마큼 주는 게 적당할까? 1%가 맞을까 아니면 10%가 맞을까? 우리 투자사 대표들이 나한테 요새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다. 실은 정답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코파운더도 아니고, 임원급도 아니고, 그냥 일반 직원이지만 초기에 입사하는 분들한테는 최대 1~2%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면 좋다. 새 직원이 입사하는데, 이 분 정도면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이 5,000만 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미 말 한대로, 현금이 항상 부족한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현금과 스톡옵션을 적절히 혼합하는 게 가장 좋다. 회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현금이 3,500만 원이라면, 부족한 1,500만 원을 스톡옵션으로 주면 좋다. 부족한 1,500만 원은 그러면 몇 퍼센트인가? 조금 객관적으로 계산을 해보려면, 스타트업의 현재 기업가치를 따져보는 게 좋다. 만약에 얼마 전에 기업가치 50억 원에 투자를 받았다면, 이 회사의 소위 말하는 공평한 시장가치(=Fair Market Valuation)는 50억 원이다. 50억 원의 0.3%가 1,500만 원이다.

그러면, 이 직원분한테는 현금 3,500만 원에 회사의 스톡옵션 0.3%를 제안하고, 이걸 기반으로 협상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이 ‘0.3%’라는 엄청 작아 보이는 퍼센트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이게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지가 중요한 것이다. 또한, 이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직원분은 명심해야 한다. 50억 원의 0.3%면 1,500만 원이지만, 본인이 정말 열심히 일해서, 회사의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만약에 1,000억 원에 엑싯을 해서 현금화를 한다면, (희석을 무시한)0.3%는 3억 원이 된다. 또한, 일을 잘하면, 중간마다 보너스로 스톡옵션을 계속 받을 기회도 있다.

가끔, “우리 사장 진짜 짜다. 스톡옵션 고작 1%밖에 안 주더라.” 류의 말을 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나는 그 1%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그 1%의 시장가치에 관심을 더 가지라는 조언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