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텀블벅 채용 중

전에 내가 ‘팀 빌딩과 타이밍’이라는 글에서 회사는 성장 속도와 단계에 따라서 필요한 스킬과 인력이 다르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냥 맨땅에 헤딩하면서 회사를 창업하는데 최적화된 인력과 팀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 만들어 놓은 회사를 제대로 된 비즈니스로 성장시키는 걸 잘하는 인력과 팀이 있는데, 대표이사는 회사의 단계마다 필요한 스킬을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적시에 적절한 인력을 채용해야지만 성장통을 최소화하면서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다.

우리 투자사도 이제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 창업단계와는 조금 다른 스킬을 보유한 인력을 찾고 있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VP of Product와 Operation Engineer 채용 중이다. 모두 시니어 직책이며, 작은 회사로 시작해서 engineering과 operation을 크고 빠르게 확장해 본 경험이 있는 분을 찾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텀블벅의 미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고속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이런 실력과 배짱이 있고,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서 지원할 수 있다:
VP of PRODUCT(제품 부사장)
SENIOR OPERATIONS ENGINEER(책임 운영 엔지니어)

나만의 문 닫기

좀 오래된 책이지만, 최근에 공병호 박사의 ‘주말 경쟁력을 높여라’라는 책을 읽었다. 대단한 내용은 아니다. 짧은 주말이 평생 축적되면 상당히 긴 시간이 되고, 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잘 활용해야지 성공적이고 생산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그런 누구나 다 알지만, 솔직히 대부분 사람이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그런 내용이다. 다시 한번 시간의 소중함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세월을 부채로 만들지 말고, 자산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다.

여기에 ‘쇼생크 탈출’과 ‘미저리’로 유명한 작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책의 다음과 같은 내용이 인용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만의 장소에서 가장 잘 쓴다. 그런 곳을 마련하기 전에는 많이 쓰겠다는 새로운 결심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집필실에 화려한 실내 장식 따위는 필요 없다. 집필 도구들을 모아두기 위해 고풍스러운 책상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내가 첫 번째와 두 번째로 출간한 소설 ‘캐리’와 ‘세일럼스 롯’은 대형 트레일러의 세탁실에서 무릎 위에 어린이용 책상을 올려놓고 내 아내의 휴대용 올리베이 타자기를 두드려 써낸 것들이다. 존 치버는 파크 애비뉴에 있던 자기 아파트 지하실의 보일러 근처에서 글을 썼다고 한다. 장소는 좀 허름해도 좋은데, 거기에 정말 필요한 것은 딱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하나의 문으로, 여러분은 이 문을 닫을 용의가 있어야 한다. 문을 닫는다는 것은 여러분의 결심이 진심이라는 것을 온 세상과 자신에게 공언하는 일이다. 여러분은 글을 쓰겠다는 엄숙한 서약을 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실천하려 한다.”

여기서 말하는 문, 그리고 이 문을 자신의 의지로 닫는다는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다. 일 할 때나, 아니면 멀리 볼 필요도 없고 그냥 인생을 살다 보면, 주위의 너무 많은 잡음과 정신없이 바쁘게 지나가는 인생 때문에 우리는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본질을 계속 놓치다 보면, 자신의 주관과 페이스대로 인생을 살기보단,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을 잣대로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럴 때 우리는 우리만의 문을 찾아야 한다. 그 문을 내 의지로 닫아야 한다. 문 밖에는 여러 가지 유혹이 존재하고, 내가 그 문을 닫으면 여러 기회를 잃고, 많은 사람과의 관계가 차단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 하고 싶은 게 있고, 그게 내가 생각하는 본질이라면, 닫아야 한다. 닫은 후에는 나만의 프로세스에 따라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면 된다. 나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자신을 바꿔라

책에서도 여러 번 읽었고, 나도 살면서 배운 건데, 이 세상에서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게 두 가지 있는 거 같다. 하나는 과거이고, 다른 하나는 남이다.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건 잘 이해 갔지만, 남을 바꿀 수 없다는 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원하면 남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해본 경험이 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생/비즈니스 경험이 더 쌓이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남을 마음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고, 남을 내가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절대로. 투자사 대표들이 뭔가 잘 못 하고 있다고 느낄 때, 과거에는 나는 이들을 어떻게든 설득해서, 내가 바르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끌고 오려는 노력을 엄청 했던 거 같다. “내가 보기에는 이렇게 하는 게 맞는데, 왜 저렇게 할까?” , “도대체 저 팀은 무슨 생각으로 이걸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엄청 많이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도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처음 투자할 때는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대표들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반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걸 보면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거 같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걸 하나씩 다 바꾸려고 시도했다.

이야기도 하고, 밥도 먹고, 술도 사주면서 설득을 했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결과를 한 번도 얻지 못 했던 거 같다. 결국엔 본인들이 생각하는 방향대로 비즈니스를 했고, 내 예상대로 잘 안 된 사례도 있었지만, 내 예상과는 완전히 반대로 굉장히 잘 된 사례도 많은 걸 보면 내가 맞기보다는 틀렸던 거 같다. 이렇게 하면서 나는 점점 내가 원하는 대로 남의 마음을 돌릴 수도 없고, 이들의 행동을 바꿀 수도 없다는 걸 배웠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나 자신을 바꾸는 거였다. 나를 위해서 남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지만, 남을 위해서 나를 바꾸는 건 가능하고 오히려 쉬웠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이젠 시각을 이렇게 바꾸니까 더 편해지고, 더 긍정의 마인드를 갖게 되고, 실은 이로 인해서 모든 일의 결과도 좋아진다는 걸 경험하고 있다.

뭔가 마음에 안 든다면, 그 원인을 남한테 찾아서 그를 바꾸려고 하지 말고, 그냥 원인을 나한테서 찾고, 나를 바꾸려고 해라.

정부가 인정한 비즈니스

많은 회사를 만나는 만큼, 정말 다양한 창업가를 만나는데, 이들이 보여주는 회사 소개자료도 가지각색이다. 내가 특별히 선호하는 포맷의 소개자료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선호하지 않는 포맷과 내용은 있다. 주로 너무 길거나, 용량이 크거나, 영어 철자나 문법이 엉터리거나, 글자가 너무 많아서 슬라이드 한 장 읽을 때마다 눈이 피로해지는 그런 자료들이다. 그런데 한국 들어온 이후, 싫어하는 종류의 자료가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됐다. 바로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온갖 종류의 상과 인증자료가 붙어 있는 자료다.

“4차 산업 인증 기관” , “국방 산하 xxx 기관 채택 서비스” 등의 훈장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표분들과 조금만 더 이야기를 해보면, 이게 본인들이 주장하는 만큼 대단한 게 아니고, 제품에 대한 인증이라기보다는, 서류작업을 잘 해서 받은 인증이라는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계속 회사와 제품의 진정한 가치를 내가 못 본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렇게 정부가 인정한 제품에 대해서 나는 두 가지 불만이 있다.

일단 정부의 인증을 받고, 정부에 납품하는 과정은 상당히 문서 집약적이라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부에서 우리 회사의 진정한 실력을 평가하거나, 제품의 본질을 파악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기준에 맞는 여러 가지 문서를 제대로 작성했는지, 이 회사의 엔지니어들이 정부에서 정의한 표준 기술자 표에 적합한지, 그리고 회사의 재무상태가 양호한지 등의 기준에 더 많은 비중을 부여하는 거로 알고 있다. 이런 인증을 받으려면, 이만큼 서류작업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데, 대부분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매출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런 문서 작업에 자원을 투입하는 게 회사의 소중한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아닌 게 확실하다. 제품을 더 잘 만들고, 고객한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랄 텐데, 이런 훈장 하나 받기 위해서 회사의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는 경영진의 태도와 생각 자체가 별로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게 첫 번째 불만이다.

두 번째 불만은, 좋은 회사나 제품을 선정해야 하는 정부의 담당자들이 실무를 전혀 모르고, 이 제품이 정확히 어떻게 활용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좋은 제품을 선별할 수 있단 말인가. 어쩔 수 없이,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을 만들어서 – 대부분 대학교수나 현업과는 너무 멀리 있는 분들의 자문을 받아서 만든다 – 이 기준에 맞는 페이퍼웍을 열심히 만들어서 제출한 기업과 제품이 이런 기준을 통과한다. 이런 사람이 선정한 정부의 인증받은 제품이 좋을 리가 없다.

이런 이유로 내가 아는 대부분 정부의 인증을 받은 제품은 굉장히 질이 떨어진다. 그리고 대표이사도 이런 인증을 받으면, 마치 본인이 엄청난 제품을 만들었다는 착각을 하므로, 이후 더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관공서 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한 번이라도 사용해봤으면, 돈을 받고 어떻게 이런 제품을 만들었을까, 그리고 이런 제품을 만드는 업체에 누가 예산을 집행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는데, 거의 다 위에서 말한 사람들이 선정해서, 위에서 말한 회사들이 만들었을 것이다.

이메일로 해결합시다

한국같이 인구밀도가 높고, 직장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 가령, 스타트업은 강남이나 판교 – 나라에서는 직접 얼굴 보고 미팅을 하는 게 어렵지도 않고, 이상하지도 않다. 특히, 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그냥 즉석에서 서로 연락해서 바로 만나는 게 너무 흔하다. 미국은 땅이 넓고, 회사들이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직접 만나서 미팅하는 게 참 어렵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과 미국에서 일을 하다 보면, 미국인들이 이메일을 더 잘 쓰고, 화상채팅 같은 툴을 매우 잘 활용한다는 걸 항상 느낀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한국에서는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도 스카이프나 구글행아웃 같은 화상 컨퍼런싱 제품을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분들이 있는데, 이게 나한테는 처음에 굉장히 낯설었다.

나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냥 굵직한 일들에 대한 계획만 잡고, 상황에 맞춰서 일한다. 그래도 연초에는 시간을 내서, 작년에 잘한 일, 잘못 한 일, 그리고 올해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한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작년에 내가 잘 못 한 것 중 하나는 시간 관리이다. 내 업무 일정의 절반 이상이 사람을 직접 만나는 미팅에 사용되었는데, 이게 과연 시간을 가장 생산적으로 활용한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실은 이 미팅 중 80% 이상이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나 이메일로 처리했어도 됐다. 한 시간 이상 열심히 떠든 미팅 몇 개를 떠올려 보면, 그냥 이메일 몇 줄로 연락한 거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전화통화나 이메일로 처리를 하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를 요새 많이 하고 있고, 올해는 되도록 미팅을 전화, Skype 또는 이메일로 대체해보려고 한다.

실은 대기업에 비교하면, 내 상황은 훨씬 좋다. 내가 마이크로소프트 다닐 때 미팅 경험을 생각해보면 비효율의 극치를 달린 거 같다. 일단 사람들이 다 모이는데 15분 정도 걸렸고, 대부분 미팅 준비를 하지 않고 오기 때문에, 미팅 주선자가 왜 이 미팅을 하는지 브리핑을 하는 데 30분이 걸린다. 그러면 1시간 미팅에서 15분밖에 남지 않는데, 그 시간을 다음 미팅 스케줄링하는데 사용한다. 그리고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내용에 대해서 미팅을 여러 번 하는데, 결국 결론은 굉장히 쉽게 난다. 그냥 이메일 하나 보내고, 많은 사람의 동의를 구하면 되는 걸 이렇게 복잡하게 시간 낭비하면서 미팅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내가 창업가들과 만나는 미팅은 이에 비교하면 생산성이 500%인 셈이다.

뭐, 그렇다고 사람을 아예 안 만나겠다는 건 아니다. 실은 얼굴을 직접 보면서 이야기 하는 건 뭔가 특별한 게 있긴 하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무제한이고, 내 체력 또한 무제한이라면 모든 미팅을 직접 얼굴 보고 할 텐데, 시간과 체력을 최적화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서, 괜히 체면 차리지 말고, 너무 상대방의 기분을 의식하지 말고, 모두를 적당하게 만족시키는 선에서 효율성을 최우선시 하는 게 가장 좋은 업무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누가 전화해서 다짜고짜, “대표님, 한번 만나죠.”라고 하면, 나는 “그냥 이메일 하시죠”라고 한다. 결국, 해보면 이메일 두 통이면 다 해결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