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장기 기증의 이모저모

이 포스팅은 벤처/금융/경영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냥 내 개인적인 관심사에 대한 글이다. 일단 몇가지 숫자를 공유하자면:

3,363: 2009년 1월 ~ 10월 동안 신장 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한 미국인들
1,154: 2009년 1월 ~ 10월 동안 간 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한 미국인들
105,000: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라가 있는 미국인들
5,435: 2009년 1월 ~ 10월 동안 살아있는 기증자들로 부터 받은 장기로 시행된 이식 수술
18,404: 2009년 1월 ~ 10월 동안 죽은 기증자들로부터 받은 장기로 시행된 이식 수술

오늘의 주제는 장기기증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 아마도 어릴적부터 부모님들한테 들은게 있고 교육받은게 있어서 그런거 같다 –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장기기증의 열혈 옹호자가 되었다. 장기기증에 대해서는 항상 찬성을 하고 내 면허증에도 [장기기증 희망자] 표시가 되어 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랑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상하게도, 특히 한국인들은 장기기증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인데 죽은 후라도 누군가 내 몸의 장기를 빼서 사용한다는 생각이 유교사상에 위배되는거 때문인지,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뚱아리의 일부를 떼어서 남한테 준다는 생각이 “효”와 어긋나서인지…나도 잘 모르겠다.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이 신장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2007년도에는 달랑 64,606건의 신장 이식 수술이 시행되었다. 미국에서만 83,000명의 미국인들이 공식적인 신장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지만 2008년도에는 이 중 16,500명 만이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신장 이식 수술을 기다리다가 5,000명이 그냥 죽었다고 한다.

슈퍼마켓에서 고기를 부위별로 살 수 있는거와 같이 인간의 장기를 판매용으로 부위별로 수집하는 개념은 공포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바로 지금 현재 우리 주위에서 이런 일들이 버젓히 일어나고 있다. 싱가폴은 장기 기증을 하면 장기 당 5만 달러를 주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 이란은 신장 기증자들한테 돈을 지급함으로써 신장 이식 대기자 명단을 아예 없애버릴 수 있었다. 이스라엘은 “no give, no take”라는 제도를 통해서 장기 기증을 희망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들이 장기기증을 받아야할때는 가장 낮은 우선순위를 받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장기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일부 미국 의사들은 환자 또는 환자 가족들의 사전 동의 없이 몰래 죽은 환자의 신체로부터 조직을 “훔치”기 까지 하며 놀랍게도 이런 일들이 마치 관행같이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실은 이건 불법이 아니라고 한다. 많은 미국 병원에서 의사와 해부학자들이 죽은 신체를 해부하면서 환자 가족들의 사전 동의 없이 각막의 조직을 추출한다고 한다 (해부할 시점에는 신장과 같은 장기는 이미 손상될대로 손상되어서 쓸모가 없다).

이렇게 까지 해야하는걸까? 배울만큼 배우고 사회적 명성이 있는 의사들이 죽은 사람의 신체에서 쓸만한 장기조직들을 몰래 떼어내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좀 거북하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우리는 너무나 장기기증을 하지 않는다. 사람을 살리려고 죽은 사람의 몸에서 조직 좀 빼내는게 무슨 큰 문제냔 말인가? 물론, 이건 내 생각이고 환자들의 가족들은 당연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이러한 장기 공급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하고 참신한 방법을 고안해내고 있다.

그전에 “죽음”에 대해서 몇가지만 짚고 넘어가 보자. 일반적으로 죽은 사람의 장기는 그 사람이 “사망”했다는 선고를 받은 후에만 빼낼 수 있는데 그러면 과연 사람이 죽었다고 선고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정답은 없으며 아마도 우리가 죽을때까지 이에 대한 논쟁은 지속될것이다. 참고로 대머리냐 아니냐의 기준을 가지고 철학자들이 지금까지 2,000년 동안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사후기증”이라는 말 자체가 매우 애매모호한것이 바로 사람은 죽었지만, 그 사람의 장기는 아직은 살아있어야하는 그 시점에 사망선고를 해야지만 사후기증이라는 말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애석하고 씁쓸한 이야이가 아닐 수 없다. 1968년도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은 뇌사망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발표하였으며 뇌사망을 기반으로 의사들은 사망선고를 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 줄어든 범죄율과 향상된 자동차 안전 때문에 뇌사망 이후 사후 장기 기증을 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줄어듬에 따라서 이제는 사망선고의 기준을 심장사망 – 2분에서 5분 동안 심장이 뛰지 않으면 심장사망으로 정의 – 으로 간주하는 의사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뇌사망이나 심장사망이나 솔직히 애매한 부분이 많으며 그 논쟁은 오늘도 계속 되고 있다. 하지만, 심장사망 기준의 사망선고 이후에 장기기증은 2002년 부터 2006년 동안 무려 3배이상이나 증가하였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부족한 장기를 충당하기 위해서 기존에는 사용 불가능 판정을 받았던 장기들까지도 현실적으로는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60살 이상의 노인들이나 기존에 병력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신장은 더 젊거나 건강한 사람의 신장에 비해서 신장 이식 후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기존에는 사용 불능 판정을 받았지만 최근들어서 꽤 자주 사용되고 있다. Maryland 의과 대학에서는 최근에 암덩어리가 발견되었던 신장을 이용한 신장 이식 수술을 5건이나 시행하였다. 굳이 암덩어리가 있었던 신장을 받을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생각하지만, 그만큼이나 현재 장기가 부족하다는 말로 해석하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신장 이식을 아예 못 받아서 그냥 죽는거보다는 암덩어리 신장 이식을 받아서 가능성은 낮지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게 더 값어치 있다고 이 환자들은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서 영국과 같은 유럽 국가들은 “추정 동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 뜻은 개개인이 아주 명확하게 장기 기증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으면 모두가 다 장기 기증자로 분류가 된다는 말이다. 인도 또한 올해부터 각막을 시작으로 추정 동의 시스템을 도입하였으며 점차 다른 장기로 이 시스템을 확장 적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아직 이러한 추정 동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몇몇 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테스트 결과에 의하면 미국민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만을 종합해서 보더라도 세계 인구 모두가 자발적으로 장기를 기증하는 아름다운 세상은 절대로 만들어 질 수 없을거 같다. 그렇지만, 장기 기증은 우리 모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이기에 너무 상업적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이란이 시행하고 있는 시스템에 많은 선진국가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이란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유료 장기 기증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가 헌혈을 하면 빵이랑 우유 또는 현금을 주듯이 장기를 기증하면 각 장기별로 돈을 주는 일종의 meat market 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시스템이 우리가 아는 장기매매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Buyer와 seller 간의 직거래는 절대로 이루어 지지 않으며, 장기가 필요한 사람들은 이란의 공식 기관을 통해서 신청을 하며 이 기관은 적합한 장기 기증 희망자를 선별하여 필요한 의학 테스팅을 완료한 후에야 장기 이식 절차를 밟게되는것이다. 이란 정부는 장기 기증자에게 $1,200와 1년동안의 무상 의료 보험을 제공하게 되며, 장기 이식을 받은 환자들은 장기 기증자에게 신장의 경우 $2,300 에서 $4,500을 지급하게 된다.

이란의 이러한 시스템과 우리나라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장기 매매의 사례는 우리에게 한가지 시사점을 확실하게 가르쳐준다: 바로 살아있는 장기 기증자들에게 적당한 금액을 지불하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장기 부족 현상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위대한 자본주의의 승리인 셈이다. 이란의 유료 장기 기증 제도는 1988년도에 시작되었으며 11년만인 1999년도에는 이란의 신장부족 현상이 완전히 해결되었다. 2007년도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를 통해서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Gary Becker와 Julio Elias는 미국에서도 이러한 제도를 통해서 살아있는 신장 기증자들에게 각각 $15,000을 지불한다면 미국의 신장 부족 현상을 매우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발표한적이 있다. 막상 $15,000이라는 돈이 매우 비싸게 생각될수도 있지만 현재 미국의 Medicare 보험제도가 신장투석 요법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보다는 싼 비용이다.
2009년 3월에 싱가폴 정부는 장기기증자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장기를 공급받는 법안을 합법화시켰다. 법안이 통과하였다고 바로 이 제도가 실행되는거는 아니며 아직도 구체적으로 합의되어야하는 부분들이 산더미같이 있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금액은 약 $50,000 선이라고 한다. 모든 정상적인 사람들은 신장이 두개가 있으며, 하나만 있어도 제대로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면 $50,000을 받고 나머지 한개의 신장을 기꺼이 기증하겠다는 사람들은 충분히 있을거라고 생각되며 장기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미국은 “인권” 관련된 이슈들 때문에 싱가폴이나 이란과 같은 획기적인 방법을 도입하지는 못하지만 작년에 Arlen Specter라는 의원은 장기 기증에 대한 보상제도를 미국 몇몇 주에서 시험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서 현재 관련 담당자들과 이야기 중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보상제도는 현금이 아니라 죽은 기증자들을 위해서는 장례식 비용을 미정부에서 부담하거나, 살아있는 기증자들한테는 종신보험을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강박관념과 편견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어찌되었던간에 돈을 주고 장기를 산다는 컨셉에 대해서는 대부분 사람들은 반대와 역겨움을 표시할거다. 이러한 안티들을 잠재우기 위해서 싱가폴과 이란은 금전적인 보상제도 뿐만 아니라 비금전적인 인센티브 제도 또한 아주 효과적으로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싱가폴에서는 누구든지 원하지 않는다면 추정동의 시스템에서 스스로를 제외시킬 수가 있다. 그렇지만, 만약에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해서 급하게 장기이식이 필요하다면 스스로 장기기증을 하지 않겠다고 하였기 때문에 장기이식을 받음에 있어서도 가장 낮은 우선순위를 받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윤리적인 이유때문에 돈을 주고 장기를 매매하는 제도에 대해서 혐오감을 표시하지만 이러한 no give, no take 제도에 대해서는 수긍을 하는 편이다. 즉,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장기를 이식받는게 공평하다는 생각을 하는것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올해부터 변형된 방식의 no give, no take 제도가 시행이 될 예정이다. 이스라엘에서는 포인트 제도를 통해서 장기 기증 희망 카드에 서명을 하면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 상위로 올라갈 수 있는 포인트를 부여받으며, 본인 뿐만이 아니라 일촌이 장기 기증 희망자 또는 장기 기증 유경험자이면 이에 따른 포인트를 추가적으로 부여받을 수가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신장의 경우 3년 또는 그 이상 지속적으로 장기 기증 희망자 카드에 서명을 하면 2 점을 부여받을 수가 있다. 일촌이 장기 기증 희망자 명단에 올라가 있으면 1점을 받고, 일촌이 과거에 장기를 기증한 경험이 있다면 3.5점을 받을 수 있다.

추 정 동의, 합법적인 장기 매매, no give – no take 제도, 포인트 제도 등과 같이 장기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비영리/영리/정부 단체들이 힘을 합쳐서 전례없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방법과 법안을 고안해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건강한 장기를 가지고 죽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굳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장기를 사기 위해서 돈을 낭비해야하는걸까? 전세계에서 매일 30만명의 인간들이 죽고, 60만개의 신장이 땅에 묻히거나 제로 태워지고 있는 마당에 왜 우리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신장을 이식받으려고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있을까?”

인간은 정말로 이기적인 동물이다. 매우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빌 게이츠의 소아마비 퇴치 작전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직은 매우 크고 복잡하다. 워낙 많은 제품을 다양한 시장에 공급하기 때문인데, 특히 마케팅은 다른 조직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vertical & horizontal 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제품을 담당하는 product marketing 조직 – 즉, Windows OS, Office, Windows Server, SQL Server 등 – 이 있는가 하면 모든 제품을 특정 시장에 마케팅하는 조직 –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Small and Medium Marketing,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Enterprise Marketing – 이 존재한다. 나는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 Mid Market Marketing Manager(M4)라는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매우 challenging하고 회사의 매출과 직결된 중요한 포지션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 그런 직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조직을 분석하려면 제품별 숫자만을 봐야 하는 게 아니라, 특정 market 별 숫자 또한 자세히 분석을 해야 한다. Bill Gates 회장은 임원 미팅에서 항상 다음과 같은 질문을 경영진들에게 하였다. “내년에 우리가 더 성장하려면 Office나 SQL 서버와 같은 구체적인 vertical 시장에 더 투자 해야 할까요 아니면 특정 제품보다는 대기업, 교육, 공공 분야와 같은 전반적인 horizontal 시장에 집중해야 할까요?”

매우 재미있는 질문이다. 왜냐하면, 2008년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손을 뗀 후 340억 달러라는 막대한 기금과 대통령보다도 더 유명한 슈퍼파워를 이용해서 개발도상국의 질병 퇴치와 보건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게이츠 회장이 바로 똑같은 질문을 세계 보건기구에 얼마 전에 물어보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아마비와 같은 개별 질병을 퇴치하는 데 집중해야 할까요? 아니면 전반적인 건강과 위생 개선책을 – 위생 상태 개선, 예방 접종 확산, 식수 정화 – 추구하는 게 맞을까요? 어떤 게 인류의 건강을 위한 제일 나은 방법일까요?”라는 질문이었다. 정답은 둘 다 해야 하는 게 맞다. 그리고 빌 게이츠 회장과 같은 자선사업가들의 돈을 무기로 세계 보건 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는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을 불구로 만들고 있는 무서운 병 소아마비에 이러한 총체적인 접근방법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질병 퇴치를 하려면 특정 질병을 1대 1로 공격해야 한다는 과거의 방식과는 다른 총체적인 방법은 특정 질병을 퇴치하려면 전반적인 보건 시스템의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이론을 토대로 하고 있다. 만약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세계 보건 전략은 이러한 총체적 전략을 토대로 운영될 것이지만, 실패한다면 이러한 노력은 인류 보건 역사상 가장 비싼 수업료로 기억될 것이다. 소아마비 하나에만 이미 20년 동안 82억 달러라는 예산이 사용되었고 대부분의 기부자는 그동안 vertical 전략을 선호하였다. 즉, 일정 금액의 기부금을 가지고 특정 질병을 퇴치하는 데 집중하는걸 좋아했다. 이 전략이 성공한 사례가 바로 1979년도에 인류가 유일하게 완벽하게 퇴치할 수 있었던 수두 사례였다. 이와는 반대로 horizontal 전략은 조금은 모호한 접근 방법과 당장 수치화할 수 없는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며, 그 결과 또한 장기적으로 보고 접근을 해야 한다. 어떤 방법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vertical 전략으로 시행된 소아마비 퇴치는 참담하게 실패했고, 빌 게이츠와 세계 보건 기구는 이번에는 vertical & horizontal 전략을 적용하는 모험을 해보기로 하였다.

2010년 초,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자 세계 최고의 갑부인 빌 게이츠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 보건 기구(WHO)를 방문했다. WHO의 지하벙커에서 진행된 미팅에서 그가 접한 소식은 전 세계 질병을 퇴치하려는 그의 노력에 브레이크를 거는 나쁜 소식이었다. 바로 그가 8,500억 원이라는 거금을 가지고 퇴치하려고 하였던 소아마비 질병이 아프리카에서는 계속 번지고 있다는 비보였다. 작년 여름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한 소아마비가 2010년 4월에는 19년 동안 소아마비 사례가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던 타지키스탄에서 재발하면서 소아마비를 이 세상에서 완전히 추방하려는 세계 보건 기구들의 노력에 큰 타격을 가하였다. 현재 소아마비를 퇴치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기관은 WHO, UNICEF, Rotary International과 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과 같은 헤비급 단체이고, 빌 게이츠가 가장 많이 기부한 분야이기도 하다. 2009년도에 빌 게이츠는 소아마비가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아프리카에 여러 번 방문하여 의사, 간호사, 자선단체 담당자 및 부족장들과의 회동을 통해서 이 병을 완전히 퇴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 논의를 한 적이 있다.

빌 게이츠 회장의 아프리카 방문 일정에는 나이지리아의 Sokoto라는 도시 족장과의 간담회가 잡혀 있었다. 아이패드로 책을 보는 세상에서 웬 족장이라고 묻겠지만, 아프리카에서는 각 마을의 족장들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2003년도에 북나이지리아의 이슬람 리더들은 소아마비 예방 접종을 하면 무슬림 여자들의 생식기능이 없어진다는 헛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퍼졌고 궁극적으로는 20개의 다른 개발도상 국가들에 퍼졌다고 WHO는 발표하였다. 전 세계 1,600건의 소아마비 케이스 중 과반수가 나이지리아에서 발병하였으며, 바로 Sokoto의 족장과 같은 사람들과 협심하여야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질병 퇴치 캠페인을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 족장 또한 소아마비만을 공략하는 vertical 전략에 대해서 강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다른 보건과 위생 문제들도 같이 검토가 되어야 합니다. 소아마비를 퇴치하려면 결핵, AIDS, 말라리아, 콜레라 등과 같은 질병들도 같이 총체적으로 퇴치해야 합니다.”라고 그는 빌 게이츠 회장한테 충고하였다.

30년 전 성공적인 수두 근절 이후 대부분의 질병 퇴치 프로그램들은 vertical 전략을 택하기 시작하였으며 소아마비 퇴치 캠페인 또한 이렇게 진행되었으며 초기에는 대성공이었다. Rotary 클럽의 기부금을 가지고 WHO가 진두지휘하였던 이 캠페인은 1988년 350,000건이나 발생하였던 소아마비 발병 수를 2000년도에는 1,000건 이하로 줄였으며 곧 수두와 같이 소아마비 또한 교과서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역사 속의 질병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모두가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소아마비는 오늘도 개발도상국에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으며 발병 건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Sokoto의 한 보건소를 빌 게이츠가 방문할 때 발생한 일이다; 한 아프리카 아이의 예방접종 기록표를 보면서 그는 “이 아이가 디프테리아 접종을 하였나요?”라고 물어보자 보건소 당국 직원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보건소에는 B형 간염 접종약도 없었고 황열병 접종액도 턱없이 모자랐다. 그런데 아이러니칼하게도 보건소 밖에서는 소아마비 퇴치 캠페인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소아마비 퇴치 캠페인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어있었고, 소아마비 접종액도 부족함 없이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었다. 그다음 날 나이지리아의 보건당국 국장인 Pate 박사는 이러한 아프리카의 현실에 대한 vertical vs. horizontal 전략의 필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강조를 하였다. 그의 주장은 아무리 소아마비 발병률을 줄여도, 전반적인 위생과 보건 상태를 강화하지 못하면 이러한 노력은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소아마비 또한 ‘교육’ , ‘질병 관리’ , ‘위생’ 등과 같이 아프리카가 해결해야 하는 큰 그림 중 하나일 뿐이지 소아마비 질병에 모든 돈과 자원을 투자하는 건 매우 현명하지 못한 전략이라고 지적하였다.

빌 게이츠는 이러한 vertical & horizontal 전략에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의 소아마비 발병 건수가 이제 거의 바닥인 이 시점에서 아프리카는 소아마비 퇴치에 모든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게 맞다고 반박하였다. 일단 시작한 거는 끝을 봐야 하며, 끝이 이렇게 가까운 시점에 중단하는 건 옳지 않으며 소아마비가 완전히 퇴치되면 그만큼 다른 질병과 전반적인 보건에 투자할 수 있는 예산이 풀릴 거라고 하였다. 막상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아프리카 순회를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의 머릿속은 매우 복잡했다. 이미 퇴치되었다고 믿고 있었던 소아마비가 다시 발병하면서 특정 질병만을 공략하는 vertical 전략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을 스스로 하기 시작하였다.

2009년 8월에 WHO가 엄선한 질병 전문가들이 앙골라,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인도와 나이지리아에 파견되어서 소아마비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재평가를 하였다. 전문가들의 결론은 소아마비라는 질병 자체가 인간의 배설물과 오염된 물을 통해서 전염되는 병이기 때문에 종합적인 위생과 영양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시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결론은 빌 게이츠를 비롯한 소아마비 퇴치에 앞장서왔던 많은 단체와 담당자들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과연 vertical 소아마비 전략이 최상의 방법인지를 모두 다시 한번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10월에 Gates 재단은 UNICEF, 질병관리국과 로터리 재단이 포함된 소아마비 퇴치 운동 기부자들을 시애틀 본사로 긴급 소집하여서 전략회의를 열었으며 이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들은 곧 WHO의 새로운 전략에 반영될 것이다. 새로운 전략은 2012년 말까지 소아마비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퇴치하는 야심 찬 목표를 설정하였으며 vertical 전략과 horizontal 전략을 적절하게 혼합한 형태의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 큰 축이 될 것이다. 이 새로운 전략을 시험할 수 있는 좋은 testbed는 나이지리아가 될 것이다. 앞으로 3년 동안 나이지리아와 인접 국가들에서 소아마비가 퇴치되느냐에 따라서 vertical & horizontal 전략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앞으로 3년 동안 이 새로운 소아마비 퇴치 프로그램이 필요로 하는 예산은 대략 26억 달러인데 현재 게이츠 재단에서 할당한 예산은 12억 달러밖에 안 된다. 물론, 빌 게이츠한테 돈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원한다면 개인 재산을 더 투자해도 되고 안 된다면 다시 모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빌 게이츠 회장이 세상을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려 하고, 이를 위해서 돈이 더 필요하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기꺼이 재산을 기부할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비영리 프로그램을 운영함에서도 영리조직의 경영 방법과 전략들이 적용된다는 게 참으로 재미있는 거 같고 빌 게이츠같이 이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계속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Football, soccer, 축구

1,500개 – 2010 월드컵 축구 선수들을 위해서 개별 제조되는 축구화 수.
1억2천5백만명 – 월드컵 축구를 생중개로 볼 전세계 관람객 수.
125억 달러 – 2010년도 월드컵이 남아공의 경제에 기여하는 금액. 참고로 2010년도 남아공 GDP의 20%라고 한다.

영국식 영어로는 축구를 football이라고 하고 영어를 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football=축구로 통용되지만 미국만이 유독 soccer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 이유는 이미 미국에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인 American Football에 football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보이지않는 라이벌 의식이 있어서 그런지 미국인들과 유럽인들은 그다지 사이가 좋지가 않다. 깊게 대화하다보면 유럽 사람들한테 비춰지는 미국인들의 이미지는 무식하고 문화적 여유를 즐기지 못하는 햄버거와 콜라로 포식하는 야만인들이고, 미국인들한테 비춰지는 유럽사람들의 이미지는 겉으로 고상한척하면서 일도 안하고 3시간씩 수다떠면서 점심을 먹는 한심한 인간들이다. 그런 이유때문인지는 몰라도 미국사람들은 축구라는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아직도 미국 사회에서 축구는 주류 운동으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고 있다. LA Galaxy 구단에서 미국에 축구를 전파하기 위해서 영국의 스타 데이빗 베컴을 데려오고 (전에 홍명보 선수도 잠깐 여기서 뛴적이 있다) 많은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미식축구/농구/야구에 비해서 축구는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운동은 아니다. 미국사람들은 미식 축구에 비해서 축구는 충분히 거칠거나 남성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덩치가 산만한 선수들도 없고, 헬멧 착용도 하지 않을 뿐더러 미식축구에서는 경기의 일부인 거친 몸싸움을 축구에서는 법으로 금지해놓고 있다.

그렇지만 정말 축구가 미식축구에 비해서 거칠거나 남성적이지 못한 스포츠일까? 물론, 많은 축구선수들이 몸에 손도 닿지 않았는데 할리우드 액션 배우를 능가하는 액션 연기를 하면서 땅으로 고꾸라지고있다. 얼마전에 일본과 치룬 평가전에서 박주영 선수의 페널티 킥 또한 액션 연기였다. 이미 넘어지고 있었는데 어쩌다가 일본 골키퍼 손과 박선수의 다리가 닿았고 그 기회를 놓칠새라 매우 생동감넘치는 액션으로 페널티 킥을 얻어 우리에게 귀한 2번째 골을 선물하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면 바로 이렇게 땅으로 넘어지는 축구 선수 중 많은 선수들이 다시 바로 일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6월11일 드디어 4년을 애타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월드컵이 시작한다. 실은 나는 한국의 예선 3경기 (대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표를 재수좋게 구해서 가지고 있는데 어쩌다가 사정이 생겨서 남아공에 못가게 되었다. 하지만 월드컵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나와 같은 팬들과는 달리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인해서 월드컵 자체를 불참하거나 특정 경기 불참으로 인해서 감독과 자국민들의 발을 동동구르게 만들고 있다. 유럽의 영국과 독일에서 아프리카의 가나에 걸쳐서 감독, 선수들, 국민들이 현재 부상당한 자국 선수들이 최종 선수 명단에 올라갈 수 있을지 없을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부상 통계를 종합해 보면 축구야말로 신체 접촉이 가장 많은 스포츠이며 그에 따른 부상율도 가장 높은 위험한 스포츠라는 말을 할 수가 있다. 그렇지만 직접 경기를 뛰는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은 이런 위험한 사실을 다 알고 있지만 막상 경기장이나 TV로 축국 경기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축구가 이렇게 위험한 운동임을 잘 모르고 있다. 축구 선수들의 부상율이 다른 운동선수보다 높은 이유는 지속적인 신체 접촉이 발생하는 운동이기 때문이지만 그외에 몇가지 다른 이유들도 있다:

1. LONG seasons – 미식축구나 미국의 다른 팀스포츠는 정기시즌 종료 후 4개월 ~ 6개월의 비시즌을 가지고 운영된다. 즉, 선수들이 새로운 시즌에 임하기 전에 충분한 휴식과 충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축구는 조금 다르다. 특히 가장 경기일수가 많기로 알려진 영국의 Premier League는 8월 중순부터 5월초까지가 정기 시즌이며 정기 시즌외에 월드컵, 유럽컵과 같은 빠질 수 없는 행사들과 “친선 경기”라고 하는 국가 대항전들이 비정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선수들의 휴식을 방해하고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팀인 Chelsea는 이번 시즌에 정기 시즌 경기외에 추가적으로 18개의 경기를 하였다. “경기가 너무 많아요.” ESPN의 분석가인 Tommy Smyth의 말이다. “Fulham은 올해Europa League 결승 진출을 하기 위해서 62 경기를 치루어야 했습니다. 선수들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짜내야겠다는 구단의 속셈이죠.” 다른 유럽 리그들은 통상 12월과 1월달에 몇 주 정도를 쉬면서 리그를 운영하지만 영국의 Premier League는 동계휴식이 없이 운영된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2. 비접촉 부상 – 이 또한 재미있는 사실인데 축구 선수들은 워낙 많은 경기를 뛰기 때문에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어서 상대방과의 신체적 접촉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끈임없이 뛰어야하는 축구 경기의 생리, 슬라이딩, 태클링과 점핑 덕분에 발목이나 무릎이 성한 축구 선수는 거의 없다고 한다. FIFA의 공식 의료기록에 의하면 2006년도 월드컵 부상 중 27%가 선수들간의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었다고 한다. 미국의 스타 수비수 Oguchi Onyewu 선수는 작년 10월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코너킥을 헤딩하는 도중에 왼쪽 슬개 힘줄을 다쳤고 이제서야 다시 경기장으로 복귀할 수 있을정도로 회복을 하였다. “제가 다쳤던 상황을 녹화방송으로 다시 보기 전에는 분명히 상대방 선수가 제 다리를 발로 찼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동영상을 보니까 저 혼자 넘어져서 다쳤더라구요.” 라면서 그 당시 상황을 회상한다.

다음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출전 팀 중 주목할만한 부상 선수 명단이다:

한국 – 장단지 부상으로 인해서 이동국 선수가 그리스전에 출전할 수 있을지 아직 미정이다.
영국 – 3월에 다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서 베컴 선수는 이번 월드컵 출전을 이미 포기한 상태이다. 베컴 선수는 AC Milan과의 경기에서 주위에 아무도 없었는데 스스로 발목을 접지르면서 부상을 당했다.
스페인 – 올해 월드컵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는 “무적함대” 스페인의 주전 포워드 Fernando Torres는 몇달전에 무릎 수술을 하였으며, 미드필더 Cesc Fabregas는 다리 깁스를 푼지 얼마되지 않았다.
미국 – 주장 Carlos Bocanegra 또한 복근 수술을 하였지만 다행히도 주전 명단에는 올라갔다.
독일 – 독일의 주장이자 최고의 스타인 미드필더 Michael Ballack은 가나의 선수인 Kevin-Prince Boateng의 위험천만한 태클로 인해서 오른쪽 발목 인대 부상을 당하였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독일과 가나는 월드컵 D조에서 서로 경쟁하는 팀이라서 이 부상은 특히 더욱 더 큰 국제적 논쟁으로 확산되었다. 또한 골키퍼 Rene Adler와 또다른 미드필더 Christian Traesch도 부상으로 인해서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가나 – 첼시의 스타 미드필더 Michael Essien은 무릎 부상으로 인해서 월드컵 출전을 포기한 상태이다.

한국의 16강 진출을 기원하며….

박사들의 취업 전략

phd_spelled_in_childrens_building_blocks얼마 전에 상당히 재미있는 글을 읽어서 bookmark를 해놨는데 이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도 관심을 가지실 거 같아서 여기서 공유하고자 한다. 내 주위에는 박사 (특히 공학 박사)들이 상당히 많다. 그중에서는 본인들이 정말로 학문을 좋아해서 박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와는 달리 어쩔 수 없이 하다 보니 박사까지 하게 된 사람들도 상당히 많이 있다. 4년 학부만 하고 학교를 떠나서 사회로 진출하는 게 조금 두려워서 그냥 2년 석사 공부를 더 하면서 앞으로 뭐를 할지 고민을 하였고, 석사를 하다 보니 그냥 내친김에 박사까지 해야겠다 하고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그냥 학교 연구실에서 교수 시다바리하면서 5~6년을 보낸 사람들도 많다. 주로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해외 박사들도 있지만, 국내 박사들이 더 많은 거 같다(no offense guys!).

어찌 되었든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문제는 이제 졸업하고 뭐를 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하였는데 academia로 모든 박사가 진출하기에는 교수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고, 대기업 연구실에 들어가는 것도 엄청나게 피를 튀기는 경쟁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거보다는 다른 데 있다. 많은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거의 10년 이상을 대학교 연구실에서 시간과 돈을 투자하였지만, 그들도 보고 들은 게 있는지라, 교수나 연구원이 되는 거보다 아싸리 비즈니스 세계에 진출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조금은 더 멋지고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동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내 주위에는 나한테 이와 관련된 고민과 질문들을 하는 박사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조금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제 친구는 공학 박사를 받은 후에 맥킨지에서 컨설팅을 하는데 돈도 많이 벌고 출장도 자주 다녀서 저도 하고 싶습니다. 어떤 친구는 여의도 증권사에 취직하였는데 제가 공부한 지식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적용하는 거라서 은근히 재미있을 거 같네요.”와 비슷한 부류의 질문들이다. 문제는 – 어떻게 평생을 연구실에서 공부해온 박사들이 비즈니스 세계로 career change를 할 수 있을까?

평생 공부만 해온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작은 방을 뛰쳐 나아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조언을 Bilal Zuberi는 제공해주고 있다. 물론, 정답은 아니지만,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상당히 유용한 충고를 주고 있다. Bilal Zuberi는 MIT에서 물리화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의 지도교수는 1995년도 노벨 화학 수상자인 Mario Molina 교수이다. 물리학 자체도 어렵고, 화학도 어려운 분야인데 물리화학이란…. 정말 미스테리어스한 학문일거 같다. 그는 졸업 후에 학계 쪽으로 진출하지 않았고 경영 컨설턴트로써 일을 하다가 직접 창업을 하였다. 그리고 현재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동부 Cambridge에 위치한 General Catalyst Partners에서 VC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독특하고 부러움 살만한 백그라운드 덕분에 Bilal은 하루에도 대학원생, 포닥, 연구원 심지어는 교수들로부터 기술적인 직업 분야에서 비즈니스 분야로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메일을 여러 통 받는다고 한다. Bilal한테 이메일을 보내는 대부분 과학자/공학자들이 계속 기술적인 분야에 남아줬으면 하는 그의 개인적인 바람이 있지만, 평생을 연구해도 해답이 나오지 않는 일보다는 즉시 결과와 피드백이 생성되는 비즈니스 세계를 동경한다거나 아니면 그냥 지금까지 공부한 거 말고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거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여기 그가 제시하는 몇 가지 insightful 한 포인트들을 소개하겠다.:

1/공학박사 과정 학생들도 MBA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가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해야 한다. 시간 날 때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와 하고 싶은 분야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주위 친구들이나, 동문들과 이야기를 함으로써 과연 나한테 맞는 진로인지를 지속해서 평가해라.

2/박사학위를 받는 5년 뒤를 계획하기보다는 내년을 보고 단기적으로 계획을 지속해서 세우고 수정해라. 그리고 내년에 내가 뭐를 하고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지금 뭐를 해야 할지를 고민해라.

3/남들보다 뛰어난 공학 백그라운드가 있다면 (대부분의 공학 박사들은 일반인들보다는 뛰어난 능력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너무나 많은 박사가 비즈니스 분야로 진로를 바꿀 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들과는 너무나 무관하고 막막한 분야만을 찾는다. 나노기술 쪽으로 공부를 하였다면, 나노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분야를 찾는 게 당연한데 호텔 경영이나, 영화 제작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능력을 왜 자꾸 부인하고,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서 수년 동안 훈련을 받고 실력을 다듬은 사람들과 같은 수준에서 경쟁하려고 하는가? 과학/기술/공학 백그라운드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부채가 아니라 아주 훌륭한 자산임을 숙지해라. 물론, 이러한 박사학위를 유용한 자산으로 만들려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기술이나 능력을 재적용 해야 한다. 비즈니스나 경영전략의 세계에서 기술적인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는 주로 analytical thinking, rigorous frameworks, hypothesis driven approach와 quantitative skill이다.

4/특정 job에 딱 맞는 사람들이 있다고 정의하는 건 너무 극단적인 발상이지만, 그런데도 특정 job을 수행하려면 도움이 되는 유리한 성격과 기술들이 있다. 내가 이런 job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이 있는지 내 친구들과 지인들한테 물어보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투자은행: 사교적이고 팀워크를 중시하며 무엇보다 하루에 20시간씩 일할 체력이 있어야 한다.
-경영 컨설팅: MBTI ‘A’형 성격. 사교적이며 분석적인 능력이 있어야 한다.
-Entrepreneurship: 기술 백그라운드가 있으면 굳이 사장이나 경영 관련된 일을 하지 않고 technical co-founder로 시작하고, 비즈니스 co-founder를 찾으면 된다.
-대기업 임원: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사람과 프로젝트 관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5/많은 박사과정 학생들이 학교 다닐 때 경제, 금융 또는 경영 관련된 수업을 들어야 하냐고 물어본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그의 짧은 대답은 “No”이며, 긴 대답은 “Maybe. 그렇지만 매우 신중하게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경영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서 굳이 학교에서 전략, 회계학, 또는 금융 관련된 수업을 들을 필요는 없다. 이러한 기술과 지식은 어차피 일하면서 배우는 것들이다. 오히려 리더쉽, 팀웍과 조직 행동론과 관련된 수업이 경영컨설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차피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매우 한정된 지식이기 때문에 실제 일할 때 field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훈련을 해야 하는 부분은 남이 가르쳐준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면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이 가설을 백업할 수 있는 framework를 만들 수 있는 그러한 사고방식인데 이런 기술들은 대부분 책으로 배울 수 없으며 몸으로 부딪히면서 현장에서 배워야 한다.

6/네트워킹을 많이 해야 한다. 과학자나 공학도들한테 네트워킹이라는 단어는 매우 생소할 수 있지만,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거쳐 가야 하는 절차이니 이왕 하려면 기분 좋게 제대로 하는 게 좋다. 네트워킹에 대해서 한가지 유의할 점은 바로 네트워킹 자체만을 위한 네트워킹은 삼가는 게 좋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채용 관련 행사에 초청을 받았다고 해서 그 행사에서 의무적으로 아무랑 악수하고 인사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물론 최종 목적은 상대방을 감동하게 해서 직업을 구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꼭 너무 그 목적에 충실할 필요는 없다. 좋은 행사에서 친구 몇 명 더 만드는 셈 치고 진지한 대화를 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기술적인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다면 그걸 적극적으로 활용해라. “기술” 외에 그와 관련된 시장 동향이나 재미있는 사실이나 일화를 가지고 상대방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면 아주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한다. 가령,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고 태양열 전지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면 앞으로 이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어떤 업체들이 어떤 제품들을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이 분야에 투자하려면 어떤 점들을 잘 고려해야 하는지 등과 같은 조금은 더 “재미있는” 사실들을 상대방과 공유할 수 있다면 상대방에게 이름만을 말해주는 과정을 밤새도록 반복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7/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상대방과 대화를 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강의”를 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미 상대방은 당신이 좋은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일반인들보다는 당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으므로 마치 머리에 들어있는 5년 동안 쌓인 지식을 상대방의 머리에 한방에 쏟아부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네트워킹 또한 삶의 한 부분이며, 나 못지않게 상대방도 대화를 통해서 자신이 누군지를 남들한테 알려주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자기 자랑만 하지 말고, 상대방한테도 말할 기회를 좀 주는 게 중요하다. 본인 소개를 하고 상대방이 나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재 거리를 미끼로 던져봐라. 가족, 자녀들, 학교, 운동, 정치 등등…

8/앞서 말했듯이, 지금까지 공부한 기술은 남들과 나를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임을 잊지 마라. 자신의 전공과 완전히 다른 분야의 직장 인터뷰를 할 때 이러한 점을 잘 강조해야 한다. 5년 동안 학교에 투자한 돈과 시간이 절대로 시간 낭비가 아니었으며, 이 기간에 내가 뭘 배웠는지 인터뷰어한테 이해하기 쉽게 말해줘라. 박사 과정의 좋았던 경험들과(굉장히 많이 있을 것이다) 이때의 경험이 어떻게 나와 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강조해라. 솔직히 말해서 MBA들의 인생 이야기는 대부분 똑같다. 은행에서 근무하거나 대기업에서 마케팅하다가 자기 계발을 위해서 학교로 왔다는…그렇지만 박사 과정의 학생들은 이와는 달리 모두 자기만의 독특한 경험과 인생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들을 팍팍 강조하면서 나의 독특한 경험과 지식이 어떻게 이 회사 미래의 매출과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학교에서 배운 데로 논리적으로 답변하면 상대방이 무쟈게 감동 받을 것이다.

Bilal의 조언은 여기까지이다. 여기에 내가 한가지의 조언을 더 추가하자면 채용/인터뷰 과정은 영업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어차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진행되는 일이니만큼 끈기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항상 강조하는 “끝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회사와 채용이라는 게 분명히 언제 어디선가는 다시 만날 가능성이 충분한 사람들 사이에 진행되는 프로세스이다. 즉, 오늘 인터뷰하였는데 별로 맘에 안 들었던 사람을 같은 회사에서 미래에 다시 인터뷰할 수 있고, 인터뷰 담당자가 다른 회사로 옮긴 후에 다시 나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채용 담당자들은 이 사람이 굳이 맘에 안 들어도 눈앞에서 바로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없다. 그냥 계속 뭉그적거리면서 일단 자기의 후보 리스트에 담아두었다가 앞으로 기회가 생기면 연락을 다시 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인터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좋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애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인터뷰를 하였으면, Yes/No 확실한 대답을 들을 때까지 그 사람을 괴롭혀야 한다. 이건 나 자신의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솔직히 상대방한테도 내가 정말 이 일을 하고 싶고 매우 진지하게 이번 기회에 임하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각인시켜줄 기회이다. 만약에 대답이 No라고 한다면 왜 내가 채용이 안 되었는지 그리고 다음 기회에 이 회사에 취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피드백을 반드시 요청해라.

언젠가 직장을 구함에 있어서 매우 소심하고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박사 친구한테 이런 말을 하니까 “야, 아무리 그래도 좀 구차하지 않냐…박사까지 받았는데 그런 식으로 구걸하다시피 사람을 보채는 게 상대방한테 좀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도 있을 거 같은데…솔직히 나도 좀 쪽팔린다”

그 친구는 결국 1년 넘게 직장을 구하다가 얼마 전에 정말로 가고 싶지 않았던 연구소로 “할 수 없이” 취직을 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dayjob.com/content/phd-degree-874.htm>

행동하든지. 닥치든지. – Part 2

행동의 아름다움을 몸소 실천하셔서 나한테 감동을 주신 또다른 분은 내가 지금까지 블로깅을 하던 내용들과는 완전 상반되는 상당히 low-tech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를 맨손으로 일구어내신 분이다. 이 분에 대한 소개를 하기전에 내가 과거에 하였던 비즈니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필요할거 같다. 뮤직쉐이크에서 일하기전에 나는 불알친구 John Nahm과 투자자문/브로커 회사인 Oceans International을 운영하고 있었다. 실은 뮤직쉐이크도 Oceans의 고객사 중 하나였는데 운이 좋아서 이렇게 엮이게 된것이다. 지금은 뮤직쉐이크때문에 잠시 나는 Oceans에서 손을 땠지만 잘나갈때 우리는 한해에 5-6개 회사의 투자 성사 및 미국 진출을 도와주고 있었다. 브로커라는 일 자체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일이기 때문에 이걸 하면서도 나는 한국과 미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캘리포니아의 호두/아몬드 재배업체와 연결이 되면서 – John이 은행에서 잠시 일했었는데 그당시 고객사 였다 – 이 업체의 한국 진출을 도와주기 시작하였다. IT라는 무형자산과 넛트라는 유형자산이라는 차이가 있을뿐 본질은 한국사람과 미국사람을 연결해주는 업무였기 때문에 처음 해보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큰 두려움은 없었다. 좌충우돌하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정말로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이 우연한 기회에 대해서 또 이야기하자면 책 한권 정도 분량이 나온다 ㅋㅋ) 한국 호두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업체의 사장님과 연결이 되어서 우리는 캘리포니아 호두/아몬드를 한국 시장으로 수출하는 브로커 사업을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Oceans International과 구분을 두기 위해서 무역업무만을 처리하는 자회사인 Oceans Exports를 설립하여 이 브랜드를 통해서 무역 업무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조금 현실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당시만 해도 우리는 Oceans란 브랜드를 삼성과 같은 문어발식 재벌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꿈을 꾸고 있었다 ㅎㅎ (물론 그 꿈은 지금도 매일매일 꾼다. 그러다가 매일 또 깨어난다.)

Anyways, 그렇게 장난삼아 시작하였던 넛트 무역 비즈니스는 해마다 double growth를 기록하였다. 첫해 우리는 한국 시장에 호두와 아몬드를 25만 파운드 정도 수출하였고 작년에는 1백만 파운드를 돌파하였다. 참고로 1백만 파운드는 대략적으로 컨테이너 40개 정도의 분량이다. TV나 자동차와 같이 크고 무거운 제품이 아니라 우리가 즐겨 먹는 너트로 40 컨테이너이니 상당한 분량이다. 아마도 알게 모르게 독자분들이 드시는 호두, 아몬드, 빠리바게트 제품 중 호두가 들어간 빵들, 호두과자 등등에 Oceans가 브로커링을 한 포션이 꽤 될거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나는 길림양행 이라는 회사의 창업자이신 윤태원 사장이라는 amazing한 분을 만날 수 있었다.

윤태원 – (주)길림양행 창업자 및 대표이사
내 나이 또래 분들은 아마도 이 CM 송을 기억하실거다. “블루~블루~다이아몬드~~.” 가수 조영남씨가 기타를 치면서 부르던 캘리포니아 블루 다이아몬드 아몬드 선전 CM 송이다. 블루 다이아몬드사 (Blue Diamond Growers)는 미국에서 가장 큰 농업혐동조합 중의 하나이자 세계 최대의 아몬드 공급사이다.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위치한 본부는 11만평 규모로 20개의 빌딩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일 5천500톤 이상의 아몬드를 생산하며 매년 9만톤 이상이 세계 95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주)길림양행은 블루다이아몬드의 한국독점 에이전트이며 대한민국에 아몬드라는 제품을 처음으로 소개한 무역상사이다. 국내최초로 아몬드를 수입하며 견과류 업계 역사에 한 획을 그었으며 호두, 건포도 등의 다양한 견과류를 수입 및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는 길림양행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오늘날 호두나 아몬드와 같은 넛트를 이렇게 다양한 맛과 형태로 즐기지 못할것이다.

때는 1982년도. 길림양행 설립자 윤태원 사장은 국내 선박회사에서 젊은 임원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당시 그는 회사내에서도 일잘하고 영어를 잘하는 직원으로 소문이 나있었는데 자신만의 사업을 언젠가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고, 좋은 아이디어나 아이템을 항상 눈여겨 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농림수산부에서 근무하는 선배한테 오랜만에 저녁식사나 같이 하자는 전화가 왔다. 그날 저녁 그 선배는 윤사장한테 다음과 같은 귀뜸을 해주었다. “앞으로 미국과 무역관계가 개선되면서 ‘아몬드’라는 제품에 대한 수입허가가 곧 떨어질거 같다. 땅콩이랑 비슷한 넛트인데 캘리포니아에서 많이 재배되며 이미 서양에서는 고단백 저칼로리 저콜레스테롤 건강음식으로 매우 인기가 좋은 제품이다. 너 이거 한번 해볼 생각 없냐?” 재미있는 사실은 그당시 윤사장은 ‘아몬드’라는 제품을 구경한번 해본적이 없었고, 선배가 가져온 사진을 통해서 처음으로 이 요상스럽게 생긴 넛트를 봤다고 한다.

그날 밤 윤태원 사장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수년간 선박회사에서 일한 직감에 의하면 이건 하늘이 자신한테 주신 기회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누가봐도 위험하고 미친짓임에도 틀림없었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제품을 – 그것도 사람들이 먹는 식품을 – 수입해서 판다는거는 리스크 그 자체였고 한국 시장이 아직 개방된것도 아니고 아몬드를 미국 어디에서 수입을 해와야하는지도 막막한 미지수 투성이의 모험이었다. 하지만, 잘만 된다면 이건 바로 일생일대의 대박기회가 아닌가?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건강 식품을 수입해서 time to market을 극적으로 줄일 수만 있다면 후발업체들보다 최소한 수개월 앞서 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임을 또한 부인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잠을 포기하고 새벽에 미국 아몬드 업체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였다. 지금과 같이 인터넷이 있었던때가 아니라 그는 미국에 국제전화를 해서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아몬드 재배업체가 Blue Diamond Grower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 회사가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밤을 꼴딱 새고 그 다음날 윤태원 사장은 선박회사에 시골집에 일이 생겼다고 하고 일주일 긴급 휴가를 신청하였다. 같은날 몇 시간 후 그는 서울발 캘리포니아행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자마자 렌트카를 운전해서 새크라멘토 블루다이아몬드 본사로 찾아간 윤사장은 본인 소개를 하고 앞으로의 한국 시장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블루다이아몬드 아몬드에 대한 한국 독점 유통권을 다짜고짜 자신한테 달라고 하였다. 솔직히 지금같으면 100% 문전박대 당해야하는 황당한 상황이지만 아직 한국이라는 나라는 그 당시 미국인들한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며, 지금과 같이 눈부신 발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던 블루다이아몬드 사장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하고 한국에서 단숨에 미국으로 날라온 이 젊은이한테 흔쾌히 한국 독점 유통권을 주었다. 윤사장은 이 계약서를 가지고 한국으로 귀국해서 향 후 몇개월 동안 선박회사를 다니면서 밤에 회사 설립 준비와 아몬드 시장 공부를 틈틈히 하였으며, 선배의 말대로 얼마 안있어 한국은 1982년도에 캘리포니아 아몬드에 대해서 시장을 개방하였다.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윤사장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길림양행의 모체가 된 (주)길상사를 설립하고 블루다이아몬드로부터 아몬드를 수입하기 시작하였다. 시장이 개방되었지만 전면개방이 아닌 quota 기반의 개방이기 때문에 그다지 많은 양의 아몬드를 수입할 수 있는 환경은 아직 조성되지 않았었다. 그해 길상사는 미국으로부터 블루다이아몬드 아몬드 5 컨테이너를 대한민국 최초로 수입을 하였다.

자, 이제 28년을 앞으로 돌려보자. 2009년도 길림양행은 캘리포니아로부터 약 300 컨테이너의 아몬드를 수입하였고, 매출 400억원을 달성하였다. 아몬드가 땅콩인지 호두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던 젊은이가 28년전에 맨땅에 헤딩해서 설립한 작은 무역상사 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결과가 아닌가?

Part 1의 호리 회장도 대단하시지만 길림의 윤사장님은 어떻게 보면 더욱 더 우리에게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는걸 잘 시사해주시는 분이다. 지금은 건강상 경영의 일선에서 물러나셨고 그 아드님이 길림을 경영하고 있는데 올해 매출 500억원은 무난히 달성할거라는 귀뜸을 전에 한번 해주신 적이 있다. 우리 주위에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더욱 많지만, 이렇게 훌륭하고 배울점이 많은 분들도 간혹 만날 수 있다는게 인생의 묘미이자 축복인거 같다. 솔직히 넛트 수입해서 가져다 파는건 나나 이 블로그를 읽으시는 독자분들이 involve되어 있는 최첨단 산업과는 완전히 다른 low tech industry이다.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 이런 무역업을 하시는 분들을 무식하고 못배웠다고 손가락질하고 욕을 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어릴적에는 그랬으니까. 연봉 1천만원 받아도 무역상사보다는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서 일하는게 내 명예나 가오를 위해서는 훨씬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했을때가 있었으니까…

대한민국은 Yoshito Hori나 윤태원같은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요새같은 시대에는 양놈들이 말하는 소위 “walk the walk”를 할 줄 아는 진국들이 더욱 더 필요하기에 이 두분들의 개인적인 인생 스토리를 이 미약한 블로그를 통해서 살짝 소개해봤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행동으로 옮겨라. 그렇게 못할거 같으면 정말 제발 잘난 주둥이는 닥치는게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