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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영향력

올해 나는 6년째 프라이머의 벤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스트롱도 프라이머만큼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어서, 스트롱과 프라이머 투자사를 다 합치면, 아마도 400개가 넘을 것 같다. 이 회사를 내가 다 정기적으로 만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숫자가 이렇게 커지면 여러 가지 일 때문에 바빠지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얼마 전에 프라이머 19기 회사 모집이 끝났고, 액팅 파트너인 권도균 대표님, 이기하 대표님과 함께 회사 인터뷰까지 다 마쳤다. 매 기수마다 다르지만, 항상 수백 개의 회사가 지원하고, 이 중 10개~15개 정도의 스타트업을 선발하는데, 이번에도 크게 다르진 않다. 나는 웬만하면 밤 늦게, 또는 주말에는 일을 안 하려고 하는데, 프라이머 선발 기간에는 주말 내내 회사들 인터뷰하고, 밤 늦게까지 미팅을 한다.

솔직히 체력적으로는 힘들다. 그리고 갈수록 힘들어진다. 하지만, 반대로, 갈수록 재미있고 흥미롭다. 이제 이 세상에서 나올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은 다 나왔다고 생각하는 이 시점에서, “이런 사업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실행력, 그리고 정말 one of a kind인 창업가들을 단체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 기수 선발이 끝나면 몸은 녹초가 되지만, 정신은 맑아지고, 우리가 하는 투자라는 이 업에 대한 고마움이 넘치기 때문에, 내가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스트롱 외의 유일한 다른 일이 프라이머 벤처파트너 활동이다.

매 기수마다 몇몇 창업가들은 프라이머에 지원한 계기가 권도균 대표님의 책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수업‘이라고 하는데, 이번 기수에는 특히 이런 분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또 고마운 건, 이제 완전히 고전이 된 내 책 ‘스타트업 바이블‘을 감명 깊게 읽고 프라이머에 지원한 분들도 있었다. 어떤 창업가는 과거 프라이머 데모데이에 우연히 왔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는데, 힘들지만, 인생이 바뀌는 정말 멋진 경험을 했기 때문에 프라이머에 지원했다고 했다. 그리고 권 대표님의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뀌었고, 내 책과 블로그를 읽고 짜릿한 감동을 받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는 창업가들이 이번에는 과거보다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이런 말을 들으면, 우리 같은 투자자들이 모범을 보이고, 잘 해야 한다는 다짐을 항상 한다. 우린 정치인은 아니지만, 직, 간접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을 가진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특히, 앞으로 이 나라와 사회에 지대한 기여를 할 수 있는 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이런 선한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기에 – 자랑하는건 아니고 – 그냥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하기 위해 몇 자 적어봤다.

노장들

1970년생, 올해 50살인 프로 골퍼 필 미켈슨이 얼마 전에 메이저 골프 대회 중 하나인 2021 PGA Championship을 우승했다. 나도 골프를 좋아해서, 볼 수 있는 중계는 웬만하면 생방송으로 많이 보는데, 타이거 우즈 부상 이후에는 골프 중계는 큰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PGA 대회 3라운드와 마지막 라운드는 상당히 흥분된 마음으로 봤다.

필 미켈슨은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골퍼 중 한 명이다. 타이거 우즈 만큼은 아니지만, 내가 보기에 미켈슨은 가장 미국인다운 아메리칸 골퍼다. 백인이고, 왼손잡이이고, 골프보다 가족을 항상 우선순위에 두는, 골퍼이자, 자상한 남편이자, 좋은 아빠이자, 그리고 좋은 아들이라서, 특히 미국 아저씨들이 정말 좋아하는 입담 또한 만점인 골퍼이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크게 부상 당하지 않고, 요란하지 않고,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롱러너이다. 롱러너라고하면, 대부분 실력이 별로인데 그냥 열심히만 하는 사람을 생각하겠지만, 미켈슨은 그 반대이다. 나이가 들면서 우승 횟수가 줄어들었을 뿐, 그동안 엄청나게 우승을 많이 했고, 지금도 꾸준히 우승하고 있고, 실력으로만 따지면, 가장 creative하고, 힘 좋고, 재능있는 골퍼이다. 이 아저씨가 50살에 최고령 PGA 챔피언이 됐으니, 전 세계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나도 몇 년 있으면 50살이 된다. 요새 내가 많이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장기전과 꾸준함인데, 미켈슨의 이런 우승은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저하되고, 바디 코디네이션이 감소하는 건 운동선수에게는 정말 스트레스받는 일인데, 우리 같은 투자자에게도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나이 들면서 연륜이 쌓이고, 경험이 쌓이는 장점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보다 더 젊은 인구가 지배하는 메인스트림 시장에 대한 감이 조금씩 떨어지고, 우리보다 더 젊고 똑똑한 심사역들이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 시장을 리드하는 걸 보면,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와 오기도 생기지만, 또 한 편에서는 언젠가는 우리도 퇴물이 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한다. 뭐, 이게 슬프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현실이 이렇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직까진, 나는 더욱더 체력 관리를 잘하고, 더욱더 시장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더욱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훨씬 더 많이 한다. 그래서 필 미켈슨의 우승 소식이 더 반가웠던 것 같다. 테니스의 노장 거물 로저 페더러에 대해서 전에 내가 을 쓴 적이 있는데, 여기서 우리 투자사 타파스 미디어 김창원 대표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했다. 미켈슨, 페더러, 김, 모두 다 노장들이지만,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으로 아직 현업에 종사하는,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이다.

언론에서 많이 보도 돼서 대부분 알고 있지만, 카카오가 타파스 미디어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금액도 6,000억 원이라는 큰 엑싯인데, 우리 투자사의 엑싯이라서 당연히 기쁘지만, 김창원 대표라서 실은 더 기쁘고 감회가 남달랐다. 나이와 체력과는 상관없이 이렇게 계속 도전하고, 실패하고, 넘어지고, 또 일어나고, 달리고, 그리고 훨훨 날 수 있었던 이분 정말 존경스럽다.

나이는 단지 숫자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실은 나이는 숫자 그 이상이다. 나이 들면, 체력도 떨어지고, 시력도 떨어지고, 감도 떨어지고, 운동능력 등 모든 게 감소한다. 그리고 스포츠에는 체력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사업에도 굉장히 중요하다. 창업이나 투자나 결국엔 체력싸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다치지 않고 현역 생활을 계속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계속 현역을 뛰다 보면, 언젠간 운과 실력이 만나고, 한 번 더 우승할 수 있으니까. 필 미켈슨, 로저 페더러, 김창원, 모두 뛰어난 노장들이지만, 계속 현역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겼다.

The Long Game

Marques Brownlee라는 20대 유튜버/인플루언서가 있다. 이 친구의 취미는 전자제품을 리뷰하는 건데, 유튜브 초기 시절부터 리뷰 동영상을 꾸준히 올렸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 업계에서 굉장히 유명하고 영향력이 큰 크리에이터가 됐다.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구글의 부사장이 이 친구에 대해서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테크 리뷰어라고 한 걸 보면, 얼마나 이 분야에서 영향력이 큰지 알 수 있다. 이 친구가 얼마나 오랫동안 전자제품 리뷰 동영상을 업로딩 했냐 하면, 2009년부터 했으니까, 12년 동안이다.

얼마 전에 이분의 인터뷰를 봤는데, 크리에이터 경제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미래의 유튜버들이 보면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 중 내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았던 건 꾸준함에 대한 부분이다. 너도 나도 “폭발적인 성장” , “제이 커브” , “유니콘” , “블리츠스케일링”과 같은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우린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성장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

마르케스가 현재 1,400만 명의 팔로워가 있는데, 아마 대부분 1,400만이라는 숫자에만 관심을 두지, 이 정도의 팔로워를 확보하는데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건 간과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공개한 1,400만 팔로워의 비법이 있었는데, 이건 바로 꾸준함이었다. 취미생활이 이젠 작은 기업이 됐는데, 큰 위기와 기복 없이 12년 동안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본인은 정작 순간적인 제이커브나 폭발적인 성장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그가 100번째 리뷰 동영상을 올렸을 때 74명이 그의 채널을 팔로우했고, 이후에도 굉장히 더디게 성장을 했다고 한다. 요샌 웬만한 유튜버들은 팔로워 수가 이렇게 느리게 올라가면, 진작 포기하고 동영상을 더는 안 올렸을 것 같은데, 마르케스는 그냥 본인이 하고 싶고, 나름 잘한다고 생각하는 리뷰 동영상을 계속 꾸준히 올렸다고 한다.

당시엔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라는 용어 자체가 없던 시기였고, 동영상을 유튜브에 정기적으로 올리는 사람이 별로 없던 시절이라서, 솔직히 74명의 팔로워가 적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고, 74명이나 내가 만든 동영상에 관심이 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튜버 초기 시절에 만약에 대박을 경험했다면, 아마도 오늘의 마르케스는 없었을 거라고 한다. 그 이후에는 이 대박, 그리고 오로지 대박만을 위해 동영상을 만들 텐데, 이건 실력보단 운이 크게 작용을 하므로 자주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운이 좋아서 대박 난 건데, 이후에 대박을 노리고 사업을 하면, 그렇게 안 될 것이기 때문에 계속 실망할 것이고, 스스로 실패자라고 느낄 것이고, 그러면 꾸준함과는 멀어지고,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모두 다 인생 한방, 인생 역전, 욜로 등을 외치는 혼란스러운 한방 세상에 단비 같은 통찰력이다.

창업가의 미안함

지난 9년 동안 우린 꽤 많은 회사에 투자했다. 이미 투자사 수가 150개를 훌쩍 넘었는데, 정확한 숫자를 계산해보진 않았지만, 워낙 초기 회사에 투자하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이 중 많은 회사가 폐업한다. 스타트업의 실패율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연구결과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창업 1년 안으로 10% 정도가 망하고, 2년~5년 안에 70% 정도가 망한다고 한다. 우리같이 초기에 투자하면, 이 실패율은 더욱더 올라간다.

이런 생리를 잘 알고, 매일 이런 사례를 접하기 때문에, 우리 투자사가 폐업한다고 해도 우린 그렇게 놀라진 않는다. 물론, 안타깝고, 우리도 손실 처리를 해야 하는 거에 대한 걱정은 당연히 있지만, 실패와 폐업 자체는 투자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젠 VC 초년 시절같이 스트레스받고, 잠을 설치진 않는다.

하지만, 창업가의 입장에서는 상황은 다를 수가 있다. 우린 이미 이 경험을 9년 동안 많이 했기 때문에 면역력이 어느 정도 생겼지만, 대부분의 창업가들에게는 신체의 일부와 같은 스타트업의 폐업은 창업 인생 최초의 실패이고, 최초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아프다. 창업하고 스타트업 운영하는 거 자체가 큰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의 연속인데, 이게 망하면 그 스트레스는 10배가 된다는 이야기를 우리 투자사 대표들에게 자주 들어서 나도 이게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는 간접적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에 우리 투자사 대표랑 이 힘든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오랫동안 고생했고, 이분도 스스로 잘하고, 웬만하면 본인의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나한테 어느 날 할 이야기가 있다고 연락 왔을 때, 직감적으로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하고 미팅을 했다. 역시, 그동안 정말 모든 걸 다 해봤지만, 회사는 성장하지 못했고, 펀딩도 안 됐고, 이젠 이 상태에서는 본인이 제대로 된 생활을 못 하기 때문에 그만해야겠다는 말을 했다.

위에서 말 한대로, 내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서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이분이 그 말을 하면서 울먹거리는 걸 보니까 마음이 참 좋지 않았다. 그리고, 나한테 정말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미안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보는데, 순간적으로 나도 속으로 울컥했다. 내 머리와 가슴 속에서도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했던 것 같다. 실은, 우리한테 미안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얼마 되지도 않는 투자금을 날렸다고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마음이, 몇 년 동안 본인의 인생을 걸고 한 스타트업이 망했을 때의 엄청난 스트레스를 더 무겁게 한다고 생각하니까 나도 마음이 무거워졌던 것 같다.

투자를 받고, 이 돈을 헛되게 쓰지 않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사업이 잘 안 됐으면, 창업가들이 투자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결국 우리 같은 투자자는 창업가와 비즈니스를 보고 자신 있게 투자한 것이고, 그 누구도 우리한테 투자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오롯이 우리의 판단에 의해서 자의적으로 투자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가 투자하고 싶어서 돈을 투입했으면, 사업이 잘 안돼서 회사가 망해도 우린 별로 할 말은 없다. 이건 창업가의 잘못도 아니고, 투자자의 잘못도 아니고, 그냥 실패 확률이 훨씬 높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다.

창업가도 최선을 다했고, 투자자도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면, 실은 그 누구도 미안할 필요는 없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여기에서의 값진 배움을 기억하고, 다시 사업을 하면 같은 실수를 최대한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했으면 한다(그런데, 내 경험에 의하면, 같은 실수를 여러 번 반복하긴 한다. 이 또한 스타트업의 일상이며, 인생이다).

끈질김

주말에 영화채널을 기웃거리다가 Dark Waters라는 법정스릴러 영화를 보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앤 해서웨이가 나와서 잠깐 보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끝까지 다 본,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한국에서는 작년에 개봉한 영화인데, 법정스릴서라는 장르도 별로 인기 없고, 아마도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에서는 크게 인기 있거나, 화제가 되진 않은 작품인 것 같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뉴욕타임즈의 2016년 기사 “The Lawyer Who Became DuPont’s Worst Nightmare“를 읽어보면, 이 사건의 내용이 꽤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데, 세계적인 화확회사 듀폰이 독성이 강하고, 어떻게 보면 발명되지 말았어야 하는 인체에 정말 해로운 C8이라는 인공 화학물질의 독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이 사실을 은폐했고, Rob Bilott이라는 변호사가 20년 이상 끈질기게 조사하고 쫓아다니면서 결국엔 듀폰을 법정으로 끌고 가서 이기는 내용이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탁월했고, 감독의 연출도 너무 좋았지만, 이 영화의 핵심 내용은 한 인간의 끈질김과 본인이 시작한 일에 대해서 끝을 보려고 하는 의지라고 나는 생각했다. 듀폰이라는, 어떻게 보면 힘없는 변호사가 상대하기엔 너무나 큰 거인 같은 기업을 상대로, 20년 동안 벌인 법적 싸움을 2시간 영화로 보여줘도, 보는 사람은 정말 애가 타고, 화가 나고, 답답했는데, 실제 20년 동안 그 싸움을 벌인 변호사의 속은 다 타버렸을 것 같다. 솔직히 나 같으면 일찌감치 포기했을 것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소명의식, 이거 다 좋은데, 그렇다고 인생을 망쳐가면서까지 불가능한 싸움을 할 정도로 어리석다는 소리를 듣긴 싫기 때문이다.

그래도 끈질기게 버티고, 끈질기게 싸우고, 때로는 울고, 웃고, 떼를 쓰면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끝을 보기 위해서 세상을 등지고 나만의 길을 간 이 변호사에게, 나는 영화가 끝나자, 거실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서 혼자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일을 하다 보면, 또는 인생을 살다 보면,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내가 가진 확신이 맞는지,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 속으로는 맞고, 단지 인내심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끈질기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믿음이 흔들릴 때마다 다크워터스의 끈질긴 변호사 생각을 하면서 버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