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ing

The Giving Pledge Korea

2010년도에 포춘지에서 워런버핏과 빌게이츠가 기부 관련 재미있는 모임을 했다는 기사를 읽고, 이 기사를 요약한 걸 나는 블로그에 포스팅했었다:
1/ The $600 Billion Challenge – Part 1
2/ The $600 Billion Challenge – Part 2

2009년 5월 5일, Rockefeller University에서 이와 관련된 첫 만남이 이루어졌고, 14명의 부호들이 이 만찬에 참석했다. 이게 바로 The Giving Pledge 운동의 시작이다.

지난주에 배달의 민족 창업가 김봉진 대표님의 Giving Pledge 서약 소식을 듣고, 10년도 넘은 이 글을 다시 읽었다. 당시에는 40명의 서약이 웹사이트에 올라가 있었는데, 그때 한국인의 서약은 단 한 개도 없었고, 그 이후로 218개의 서약이 올라올 때까지도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김봉진 대표 부부가 219번째 서약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이 웹사이트에 올렸다.

감동까진 아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참 즐겁고 유쾌했다. 막 친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는 점, 한국에서도 Giving Pledger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점, 내가 종사하는 이 tech 분야에서 이런 분이 나왔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 더욱더 많은 후배 창업가들이 김봉진 대표의 발자국을 따를 수 있다는 희망적인 시그널. 이 모든 게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졌다.

김봉진 대표님 부부의 Giving Pledge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마지막으로 10년 전 창업 초기 20명도 안 되던 작은 회사를 운영할 때 빌게이츠와 워런버핏의 기사를 보면서 만약 성공한다면 더기빙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꿈꾸었는데요. 오늘 선언을 하게 된 것이 무척 감격스럽습니다.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누군가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주시길 바랍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분이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Thank you Bongjin and Bomi.

같이 성장하는 기쁨

2012년도에 스트롱을 시작했을 때, 왜 투자를 시작하냐고 나에게 물어봤다면 여러 가지 대답을 했겠지만, 그중 하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였다. 당시에는 VC는 남의 돈으로 투자하고, 운 좋으면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나에게는 꽤 쉬워 보이는 그런 직업이었고, 왠지 돈을 모으는 것도 그렇게 어렵진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순진하고 바보 같은 생각이었고, 당시 내가 갖고 있던 가설과 환상은 이미 박살 난 지 꽤 오래됐다.

그래도 나는 이 업을 좋아한다. 그리고 실은 지금도 이 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잘하고, 운이 좀 따르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걸 부인하진 않겠다. 하지만, 그만큼 어렵고 스트레스가 많이 따르는 직업이고, 다른 모든 창업가나 직장인처럼 나도 가끔은 이 일이 너무 힘들고, 내 힘과 능력이 따라주지 않아서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을 때가 있다. 그래도 이 일을 계속하고, keep going 하는 이유는 너무나 큰 보람과 만족감을 꽤 자주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 보람 중 하나는 나만 혼자 성장하는 게 아니라 같이 성장하는 즐거움이다.

주로, 우리가 투자한 분들이 초보 창업가에서 근사한 기업인/리더로 성장하는 걸 옆에서 볼 때 이런 보람을 많이 느낀다. 생각해보면, 처음 스트롱 시작할 때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나이만 먹은 건 아니고, 투자자로서 훨씬 더 많이 성장하고 스마트해졌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단편적으로 모든 걸 봤다면, 이젠 조금 더 느긋하고 여유롭게 특정 상황을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경험과 인내심이 생겼는데, 이는 우리가 투자하는 창업가들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학생 때 창업했거나, 직장 경험 없이 졸업 후 바로 창업한 대표들은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밸류에이션이 뭔지도 몰랐을 때 우리가 투자했는데, 이젠 100명 이상의 직원이 있는 조직을 리드하고 있는 어엿한 비즈니스맨이 됐고, 회사의 문화와 리더십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걸 보면, 이렇게 초짜 VC와 초짜 창업가가 만나서 좌충우돌하면서 같이 성장한 보람을 온몸으로 느낀다.

우리한테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을 주는, LP라고 하는 펀드 출자자분들과 같이 성장하는 보람도 자주 느낄 수 있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이, 한 번 만나서 투자가 성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우리도 수년 동안 알던 창업가분들한테 투자하는 걸 선호하는데, LP들도 비슷하다. 우리 LP들을 보면, 우리한테 바로 돈을 준 분들이 거의 없다. 스트롱이라는 회사와 나랑 존이라는 파트너를 최소 1년 이상 옆에서 지켜본 후에, 믿을 만한 투자자라는 확신이 들 때, 그때 비로소 투자했고, 어떤 LP들은 우리를 5년 이상 지켜보다가 투자했다. 그중 어떤 분들은 나랑 5년 전에 대화를 시작했을 때는 그 조직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었다. 회사에서 입지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힘이 없었고, 스트롱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부장이나 팀장님한테 자신 있게 큰 소리를 내지 못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회사에서 승진했고, 그동안 우리랑 계속 이야기하면서 우리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됐고, 본인이 힘이 어느 정도 생겼기 때문에 자신 있게 우리한테 투자 한 경우도 있다. 우리도 펀드레이징을 어느 정도 하다 보니, 이런 경험을 계속하게 되는데, 이것도 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큰 보람을 선사한다. 이분들이 만약 계속 회사에 남는다면, 그 조직의 리더가 되고 사장이 될 텐데, 스트롱과 같이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할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또 다른 특별한 개인적인 사례 하나를 여기서 공유하고 싶다. 내가 2008년도 미국에서 뮤직쉐이크 할 때 DCM Ventures라는 꽤 유명한 VC에게 피칭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우리 담당자가 Osuke Honda 라는 일본계 심사역이었다. 당시 이 분은 DCM에 조인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입 심사역이었고, 본인도 회사에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발로 뛰어다니면서 좋은 회사를 발굴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DCM 파트너쉽 단에서 투자는 결렬됐지만, 오스케는 우리를 엄청 많이 도와줬고, 내부에서 셀링해줬고, 이 딜을 잘 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우린 투자는 못 받았지만, 이 주니어 심사역에게 엄청 고마운 마음이 있었고, 그 이후로도 계속 가끔 소식을 전하곤 했다. 이제 10년 이상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오스케는 DCM의 메인 파트너가 됐다. 스트롱은 훨씬 규모가 작지만, 어쨌든 나도 작은 펀드를 운용하는 파트너가 됐고, 우리는 아직도 가끔 연락하면서 딜을 공유하고 웃으면서 당시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내가 일본에 가면 만나고, 오스케가 한국에 와도 만나는데, 그땐 아무것도 모르던 초짜 창업가와 심사역이었는데, 이렇게 둘이 같이 성장한걸 보면 상당히 뿌듯하다.

혼자 잘나가도 좋고, 혼자 성장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 성장하면 그 기쁨은 두 배 이상이 된다.

빌게이츠와 글로벌 헬스

작년 10월에 스탠포드 의과대학 학과장 로이드 마이너가 빌 게이츠를 인터뷰한 동영상을 얼마 전에 봤다. 짧지 않은, 거의 1시간 분량의 코비드19와 글로벌 헬스케어가 직면한 과제에 대한 내용인데, 꽤 괜찮았다. 특히, 나는 헬스케어 분야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에, 빌 게이츠가 오랫동안 게이츠 재단을 운영하면서, 단순히 한 나라나 지역이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인류가 직면한 건강, 위생, 질병 관련 과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하면서 배우고, 실수했던 내용에 대해 특유의 담백한 스타일로 이야기 하는 게 꽤 흥미롭고 도움이 됐다.

내용을 모두 나열할 순 없지만, 동영상을 본 후에도 머릿속에 남는 몇 가지 내용이 있다. 일단, 게이츠 재단과 같은 곳에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어쩌면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회사 중 하나를 창업하고, 오랫동안 경영하면서 배우고 몸에 익힌 체계적인 방법으로 재단을 운영하고 있었고, 다른 국가 기관이나 재단과는 달리 글로벌 헬스 문제를 영리사업을 운영하듯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은, 빌 게이츠의 이런 접근 방법에 대해서는 오래전에 내가 이 블로그에 쓴 적이 있다.

막강한 자금을 투입해서 아프리카 같은 최저개발국의 사망률을 낮추는 문제에 대해서도 게이츠 재단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다고 한다. 실은, 천 달러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어서, 단순히 돈을 많이 투자하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지만, 못 사는 나라에서는 생존율이 높아지면 오히려 과잉인구로 인한 식량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식량부족문제가 발생하면 아무리 생존율이 올라가도 결국엔 기아로 더 많은 인구가 죽을 수 있어서 이 문제를 조금 더 깊게 보니, 못 사는 나라에서는 생존율이 낮기 때문에 오히려 출산을 많이 하는데, 생존율이 올라가면, 출산율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이렇게 되면 갑작스러운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 부족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적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렇게 객관적인 데이터에 대한 확신이 생길 때 게이츠 재단은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다고 한다.

특정 문제를 접근할 때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더 잘하는 재단이나 기관이 있으면 그쪽에서 하는 걸 충분히 벤치마킹하는 이 접근이 딱 사업을 하는 방법과 흡사하다. 이 동영상을 보면 한국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하는데,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대응했고, 적극적인 코비드19 검사를 실행해서 수치를 낮추고 잘 관리했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이 팬데믹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더 큰 전염병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코비드 19 대응을 이번에 잘 못 한 나라의 관계자들은 팬데믹이 오기 전에 준비하지 못한 부분, 팬데믹 기간 동안 잘 못 한 부분, 그리고 팬데믹 이후에 잘 못 한 부분을 제대로 분석해서 다음 전염병이 오면 그땐 제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빌 게이츠가 지적하는 또 다른 재미있는 사실은, 인류의 질병과 건강 관련 문제는 단순히 위생과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이보다 훨씬 더 큰 경제, 그리고 사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그는 “건강과 질병은 DNA code 보다 zip code(우편번호)와의 연관성이 더 높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 말이 계속 뇌리에 남는다. 미국의 경우, 코비드 19에 걸리고 사망한 수치를 보면 백인보단 유색인종이 더 높고, 부유한 지역 보다 못 사는 지역이 훨씬 더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게 우리가 살고 있는 슬픈 현실인 것 같다. 그래서 게이츠 재단과 같은 곳은 글로벌 헬스케어 과제를 단순히 의학이나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기보단,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렇게 해야 하기 때문에 이게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큰 문제라고 하는 것 같다.

나는 빌 게이츠의 팬이다. 그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독점적 지위를 얻기 위해서 작은 경쟁사를 짓밟고, 상도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다는 건 2년 넘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해 봤기 때문에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번 돈을 이렇게 선뜻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는 자세는 우리 모두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넓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빌 게이츠 같이 인류와 사회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짜증 나는 일도 많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우린 모두 운이 좋은 것 같다.

Full 동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다:

당근마켓 기부

작년에 한국에서 가장 성장을 많이 했고, 가장 많이 사랑받은 앱 중 하나가 우리 투자사 당근마켓이다. 현재 MAU 1,200만 이상이고, 내 주변 많은 분이 오히려 쿠팡 같은 쇼핑앱보다 더 자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국민 앱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인기가 많은 서비스이다.

나는 당근마켓을 매일 사용하는 헤비유저는 아니지만, 그래도 집에 있는 물건을 정기적으로 올려서 판매만 하는 라이트 셀러이다. 작년에도, 오랫동안 쓰지 않았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쓰지 않을 물건들을 판매한 재미가 쏠쏠했다. 이렇게 돈이 들어오면 주로 그냥 맛있는 거 사 먹거나, 스타벅스 커피 마시는 데 다 사용했는데, 올해는 와이프의 제안으로 이 돈을 의미 있는 곳에 기부하기로 했다. 어차피 평생 사용하지 않거나, 아니면 나중에 버릴 물건들이었는데, 누군가는 유용하게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고, 여기서 발생하는 돈은 그냥 보너스라고 생각하니, 이걸 흔쾌히 기부할 수 있었다.

사진 2020. 12. 30. 오후 6 34 30

작년 한 해 당근마켓 판매로 우리 가족이 번 돈이 208,000원이었는데, 여기에 다시 208,000원을 우리가 매칭해서, 총 416,000원을 사단법인 동물권행동 카라에 기부했다. 매우 뿌듯했고, 앞으로도 계속 당근마켓 통해서 번 돈을 매칭해서 카라에 기부하기로 했다.

부자가 된 느낌이다.

배움의 한 해

2020년도와 팬데믹은 우리가 죽은 후에 역사책에 길이 남을 큰 사건이고, 후손들은 이 기록을 읽으면서, 그때 그런 일이 있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코비드19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할 말이 많고, 나도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 번 언급했는데, 어쨌든 작년은 바이러스의 한 해였음이 틀림없다.

투자자로서 작년 한 해는 나에게 배움과 겸손의 한 해였던 거 같다. 다른 VC는 모르겠지만, 나는 투자를 하면 할수록, 그리고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감이 생긴다기보단, 그냥 계속 겸손해지는 것 같다. 2019년도 그랬고, 2020년도 그랬는데, 이상하게 투자는 하면 할수록 내 예상과는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수학 공부는 하면 할수록 점수가 오르고, 숫자의 오차가 줄어들고, 뭔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는데, 작년 한 해 동안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하면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나는 몸으로 배웠던 것 같다.

일단 가장 대표적인 건 코비드19이다. 2019년 4분기부터 전문가들이 2020년의 트렌드, 뜨는 기술, 지는 기술에 대해 나름의 예측을 발표했고, 많은 분이 이걸 귀담아들으면서 사업계획을 세우고 수정했다. 그런데 작년에 이 계획대로 사업을 하신 분은 거의 없다. 우리도 나름 2020년 투자 계획을 세우고, 되도록 이 계획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뒤돌아보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비행을 하면서 비행기를 조립했던 것 같다. 이렇게 힘든 상황이 온다는 걸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역시 시장은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큰 배움이었다.

그리고, 2020년에도 엄청 잘 될 것 같았던 회사들이 의외로 고전을 면치 못했고, 망할 게 거의 확실하거나, 잘 안될 게 확실해서 전혀 기대 안 했던 회사들이 결국엔 승자로 한 해를 마무리한걸 보고 다시 한번 겸손해질 수 있었다. 역시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대로 안 흘러가고, 거의 반대로 굴러간다는 걸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했던 회사가 갑자기 살아나는 신박한 경험을 지금까지 몇 번 하긴 했지만, 실은 잘 안되는 회사는 계속 잘 안 된다. 그리고 이 중에서 이제 그만하겠다고 하는 곳들이 조금씩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대표님들에게 “조금만 더 해보시죠…”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마음속으로만 말했다. 이 또한 내가 남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이젠 잘 알고 있다. 이 또한 큰 배움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VC는 투자할수록 겸손해진다. 더 많이 투자할수록, 더 많은 돈을 관리할수록, 더 많은 사람과 일 할수록, 내가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는 걸 계속 깨닫기 때문이다. 많은 걸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오히려 많이 배우고 있기 때문에, 이 업이 좋다. 작년 한 해 동안 정말 많이 배웠고, 올해도 많은 넘어짐과 배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미 실수로 한 해를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