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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속으로 – 애플의 성공 비결

나는 “후회”를 싫어한다. 그래서 후회할 일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은 힘들지만 더 열심히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나도 생각할 때마다 아쉬워하며 후회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5년 전에 Apple사의 주식을 사지 않은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왕창 샀다 대신…완전 실수였지). 그당시 애플의 주가는 약 $60 정도였는데, 2011년 7월 23일 기준으로 애플의 주가는 $390이다.
2010년도 애플의 매출은 약 72조원, 순이익은 15조원이었다. 시총은 무려 360조원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이미 제꼈고, 애플에 투자한 사람들은 자그마치 53.1%라는 어마어마한 투자회수율을 즐기고 있다. 
애플은 도대체 뭐가 다를까? 남과 뭘 어떻게 다르게 하길래 이렇게 비즈니스를 잘 할까? 창업 후 기업이 수명을 다하기까지 히트 상품을 1개 만들기도 힘든데 대박 상품에 이어 또 대박 상품을 한번도, 두번도 아닌 여러 번 반복하는 애플의 비결은 무엇일까? 50,000명 이상의 직원과 연매출이 72조원에 웃도는 대기업이 어떻게 해마다 60% 이상 성장할 수 있을까? 애플은 이러한 성공 비결을 공유하길 가장 꺼려하는 기업 중 하나이지만 얼마전에 Fortune지에서 “Inside Apple”이라는 상세한 기사가 개재되었는데 그 기사와 그동안 내가 애플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종합해서 내가 생각하는 애플의 성공 비결 몇가지를 한번 정리해 본다:

1. 확실한 책임 소지 (1) – ‘실패’라는 단어는 애플한테는 매우 낯설지만 그래도 가끔 실패를 한다. 2008년도 애플이 3G 아이폰을 처음 발표하면서 완벽한 동기화를 제공하는 MobileMe라는 이메일 서비스를 같이 launch 했다. 아이폰은 초대박이 났지만, MobileMe는 화려하게 실패했다. 유저들은 이메일이 중간에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서 불평했고, 블랙배리에 비해서 동기화가 너무 불편하다는 피드백이 대세였다.
스티브 잡스는 얼마 후 MobileMe 팀원들을 모두 불러 모았고 그 자리에 있었던 애플 직원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MobileMe가 어떤 기능을 제공해야하는 서비스인지 누가 좀 말해 줄래요?”라고 잡스가 MobileMe 팀원들한테 물었다. 몇몇 팀원들이 다양한 답변을 제공했고 잡스는 바로 “이런 제기랄. 그런데 왜 니네가 만든 MobileMe는 그런것들이 안되냔 말이야!”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그이후 약 30분 동안 잡스는 MobileMe 팀이 애플의 명성을 추락시켰고, 애플한테 매우 우호적인 Wall Street Journal의 저명한 기술 평론가인 Walt Mossberg마저 MobileMe에 대한 악평을 했다면서 그 자리에서 MobileMe 그룹장을 해고하고 교체했다.
2. 확실한 책임 소지 (2) – 애플에는 프로젝트가 크던 작던 DRI라는 비공식적인 직급이 존재한다. Direct Responsible Individual 의 준말이며, 말 그대로 “직접적인 책임자”이다. 미팅이나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DRI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문서화되기 때문에 모든 팀원들은 누가 책임을 소지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애플의 모든 미팅 일정에는 구체적인 action plan들이 나열되어 있고, 각 action plan 옆에는 해당 DRI의 이름이 적혀있다고 한다. 애플 내부에서 아주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질문 중 하나가 “DRI가 누구지?”라고 한다.
이런 제도를 통해서 정확한 담당자와 책임자를 파악하는데 혼돈이 발생하는걸 방지한다.
3. 변명은 금물 – 애플의 임원들이 부사장 (VP)으로 승진할때마다 잡스가 이들에게 해주는 설교가 있다. “부사장과 청소부의 차이점”이라는 이야기인데 다음과 같다. 어느날 잡스 사무실의 쓰레기통이 매일 비워지지 않아서 청소부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사무실 자물쇠가 바뀌었는데 본인은 새로운 키가 없어서 쓰레기통을 비우지 못했다는 거다. 업으로 쓰레기통을 비우는 청소부의 입에서는 나올 수 있는 변명이고 청소부는 본인의 실수에 대한 변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사장은 그렇지 못하다. 신임 부사장들한테 잡스는 항상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고 한다. “당신이 청소부라면 여러가지 변명을 할 수 있다. 청소부한테는 변명이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사장이 되면서 그런건 의미가 없어진다.” (참고로, 애플에는 부사장이 70명 밖에 없다)
4. Fast and Nimble – 직원 50,000명의 대기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애플은 민첩하게 움직인다. 임원단에서 전략의 방향을 바꾸기로 결정하면, 변화는 그 순간 즉시 360도로 일어난다. 한 예로 애플 경영진은 신제품 출시 48시간 전에도 가격을 바꾸는걸로 유명하며, 보지 못했던 기회가 발생하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재빨리 방향을 바꾸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5. 별똥부대 Top 100 – 애플에는 스티브 잡스와 직접 만나서 애플의 중요한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본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Top 100”라고 하는 이 집단은 해마다 비밀리에 모여서 3일동안 잡스와 함께 애플의 전략에 대해서 회의를 한다. Top 100에 대한 모든 사항은 극비로 진행되는데 그 존재마저도 애플 내부에서 공식적이지 않으며, 입소문을 통해서만 존재한다. 해마다 열리는 이 회의에 참석자들은 회의 장소로 직접 운전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대신 애플 본사 Cupertino로부터 버스를 타고 단체로 같이 이동한다.
Top 100 미팅을 통해서 잡스는 회사의 핵심인력들한테 앞으로 애플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발표하며, 차세대 리더들과 함께 그의 비전을 공유한다. 행사는 잡스가 특유의 카리스마틱한 발표 스타일로 직접 kick-off하며 다양한 세션을 통해서 사전에 결정된 담당자들의 발표로 진행된다. 100명 모두가 발표하는건 아니고 이 중 10명 정도만 발표를 하는데 듣는 사람들한테는 흥분되고 기억에 남는 행사가 되지만, 발표하는 사람들한테는 매우 긴장되고 악몽과도 같은 자리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실수하면 바로 짤릴 수가 있다고 한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애플에서 일했던Mike Janes는 Top 100 미팅을 통해서 잡스가 iPod를 처음 보여줬다고 한다. “우리가 iPod를 최초로 본 그룹이었죠.”
Top 100은 스티브 잡스가 직접 선발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직급으로 뽑는건 아니라고 한다. 물론, 부사장급의 경영진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갓 입사한 유능한 신입 직원들도 간혹 Top 100 미팅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Top 100의 명예는 절대 영원한거는 아니다. 해마다 새롭게 선발되며 조금이라도 능력, 성과 또는 가능성이 부족하면 그 사람은 Top 100 리스트에서 제명된다. 여기에서 밀린 애플 직원들로 구성된 Bottom 100라는 모임이 존재한다는 소문도 있다 🙂
잡스는 비공식적으로 Top 100에 대해서 “내가 회사를 다시 맨땅에서 세워야 한다면, 이 100명의 직원들과 같이 만들겠다.”라고 말한적이 있다고 한다.
6. Do More with Less – 애플은 차고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3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실리콘 밸리 기준) 대기업이다. 지리적으로는 실리콘 밸리의 중앙에 위치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과는 사뭇 다른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갓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멘탈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특히, 회사의 사활을 결정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들에 많은 인력이 아닌, 소수의 정예 멤버들만 투입하는 스타트업 특유의 “Do More with Less” 정신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하나의 예를 들면: 애플의 Safari 웹브라우저를 iPad용 사파리 브라우저로 바꾸는 – 엄청나게 큰 프로젝트였다 – 코딩을 담당한 엔지니어는 달랑 2명이었다고 한다. 2010년도 한 기술 conference에서 스티브 잡스는 다음과 같이 애플의 do-more-with-less 정신을 요약한 적이 있다. “애플은 가장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아닙니다. 그대신 우리가 계속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떤 말을 탈지 (choosing which horses to ride) 아주 신중하게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만 본다면 정말 말도 안되는 말이다. 한때는 애플도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현금만 70조원이 넘게 있는 회사가 자원이 별로 없다는걸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비용을 아끼면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스타트업 마인드를 가지고 일을 한다는걸 의미한다.
실은 “Do More with Less”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가장 즐겨 쓰던 말 중 하나였고, 나의 짧았던 마이크로소프트 시절을 회상해보면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중요한 프로젝트에 항상 필요한거보다 더 적은 자원과 인력을 배정했었다. 잘되는 회사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나 보다.
7. 써야할때는 아끼지 말아라 – 애플에서 말하는 자원 부족은 주로 ‘좋은 인력’과 관련되었지 ‘돈’과 관련된거는 아니다. 심사숙고한 후에 결정을 하면 애플은 그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최신 iMovie 소프트웨어 홍보 동영상용 음악 제작을 위해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까지 모셔왔으며, 몇 년 전에는 데모용 동영상에 필요한 결혼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 카메라팀 전원을 하와이까지 보낸적이 있다.
8. 전문가 (specialist) 집단 – 애플은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모두가 전문가가 (specialist) 되길 격려한다. 이는 조직 위로 갈수록 일반가를 (generalist) 강조하는 다른 대기업과는 매우 다른 점이다. 애플 직원들은 담당 분야 이외에는 touch할 권한도 없을 뿐더러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애플의 인터넷 상점을 담당하고 있는 Jennifer Bailey는 인터넷 상점 사이트의 이미지나 사진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는다. 이미지와 사진들은 모두 애플의 그래픽 그룹에서 담당하기 때문이다. 애플에서 가장 힘이 센 임원 중 한명인 Ron Johnson (전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수익성이 가장 높은 Apple Store 총괄) 또한 애플 스토어의 재고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권한도 없다. 애플의 모든 재고관리는 스티브 잡스가 병가로 회사를 떠났을 때 임시 CEO를 담당했던 애플의 COO인 Tim Cook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잡스가 전문화 (specialization)를 강조하는 이유는 전문화야 말로 회사의 다양한 부서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직원들과 부서를 관리하기 위한 관리 목적만을 위해서 관리자를 채용하는 건 매우 비효율적인 운영 방침이라고 항상 강조한다 (믿습니다!). 그의 이런 회사 운영 방침은 매니저들이 특정 위치에 도달하면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일반가로 만드는 GE의 인재육성 방침과는 완전 정반대이다. 아마도 이러한 잡스의 사고 방식 때문인지 애플에서는 본인이 담당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나이, 직급, 학벌, 연차, 타 부서/직원과의 관계 등과 상관없이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는 거 같다.
9. Apple University – “스티브 잡스가 죽으면 애플은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우리는 요새 자주 접하고 있다. 애플을 잘 알고 있는 많은 전문가들은 ‘애플 = 스티브 잡스’이기 때문에 잡스가 죽으면 애플도 서서히 망할 것이라 하며, 후계자 양성에 소홀히 하고 있는 잡스와 애플을 비난하고 있다.
실은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3년전 스티브 잡스가 건강악화로 두 번째 휴가를 떠나기 전에 그는 Yale 경영 대학원장인 Joel Podolny를 스카우트해왔다. Podolny씨는 경영학 중 인재관리 분야의 전문가였는데 그는 애플로 온 후로부터 잠수를 탔고, 그가 몇 년 전에 애플의 HR 부사장으로 임명되었을 때도 그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Podolny씨는 비밀리에 Apple University라는 큰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었다. 바로 스티브 잡스 이후의 애플을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할 애플 자체의 내부 교육/훈련 프로그램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경영학의 대가들을 고용했으며, 그 중에는 하버드의 베테랑이자 인텔 앤디 그로브 회장의 전기작가인 Richard Tedlow가 포함되어 있었다. Podolny씨는 이 전문가 집단과 함께 애플의 역사상 중요했던 결정들에 대한 다양한 케이스 스터디를 작성하고 있다. 마치, 모든 MBA 학생들이 사용하는 Harvard Case Study와 같은 자료들이지만 애플 직원들만을 위한 애플의 전용 케이스 스터디 종합 세트인 셈이다. 어떤 내용들인지는 특급 비밀이지만, 애플 내부 임원들에 의하면 아이폰 제조를 중국의 단일 공장으로 통합했던 결정 및 Apple Store를 시작하게된 배경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한다. 참고로, 강사는 외부 강사들도 있지만 Tim Cook와 Ron Johnson과 같은 애플의 탑 임원들이 직접 가르친다고 한다.
Apple University의 궁극적인 목표는 애플의 차세대 리더들이 애플의 과거 사고 방식 및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배움으로써 미래에 대해서 준비시키기위함 이라고 한다.
10. 애플 vs. 마이크로소프트 –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한 경험이 모두 있는 한 임원은 두 회사의 차이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단 돈이 될만한 시장을 파악한 후에,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지 그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지를 연구 합니다. 애플은 완전히 그 반대입니다: 일단 아주 좋은 제품을 만든 후에 그 제품을 팔아서 돈을 억수로 벌 수 있는 시장을 찾던지, 개척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단 시장의 크기를 상세하게 계산한 엑셀 스프레드쉬트로 시작을 하지만, 애플은 프로토타입과 데모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도중 애플의 주가가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400을 넘었다고 한다. 미국이 곧 파산하니 마니 하는 좋지 않은 소식으로 다우와 나스닥 지수가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일어난 일이니 참으로 대단한거 같다. 그만큼 소비자와 시장이 애플에 거는 기대와 희망이 크다는 뜻인거 같다.

앞으로 애플의 활약이 더욱 더 기대되며, 소문대로 iPhone 5가 올해 출시됐으면 좋겠다. 몇년째 iPhone 3를 사용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은 목 빠지겠다.

참고:
-Fortune 2011, May “Inside Apple. From Steve Jobs Down To The Janitor: How America’s Most Successful – And Most Secretive – Big Company Really Works.”
-Apple.com Press Info
-Wikipedia Apple Inc.

To IPO, or not to IPO

얼마 전 한국에 나갔을 때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어떤 벤처기업 사장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삼성전자에서 오래 근무하시다가 퇴사 하신 후 좋은 기술을 가지고 꽤 괜찮은 회사를 차리셨고, 매출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상당히 탄탄했다. 대화 내내 사장님은 “빨리 대량 투자를 받아서, 회사를 키운 다음에 코스닥 가야지.”라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고, 회사의 비전과 궁극적인 목표를 물어보니 무조건 코스닥이라고 하셨다. 
“사장님, 회사 모양도 괜찮고 잘 운영하고 계신거 같은데 굳이 IPO를 꼭 하시려는 이유라도?” 물어봤더니 사장님은 목에 힘을 주시면서, “남자가 사업을 한번 시작했으면 최소 코스닥에 올려야지 어디가서 명함이라도 내밀죠”라고 자신있게 대답하셨다.
유난히 많은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매출 100억 하고 상장 한 후 얼마 못 가서 상장 폐지되거나 망하는지 약간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실리콘 밸리의 IPO 문이 다시 한번 활짝 열렸다 (통상적으로 IPO 기회의 창의 주기는 18개월이라고 한다). 이미 IPO를 한 LinkedIn, Pandora 그리고 언젠가는 IPO를 하게될 Facebook, Zynga, Groupon 등 우리가 잘 알고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의 IPO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솔직히 벤처를 시작한 창업가라면 누구나 다 한번쯤은 자신의 스타트업이 IPO를 하는 꿈을 꾼다. 코스닥이나 나스닥에 내 회사의 ticker symbol이 등록되는 상상이란…아주 극 소수의 똑똑하고 운 좋은 창업가들한테는 이 꿈이 현실이 되면서 이들은 막대한 부와 명예를 하루 아침에 얻는 경우를 우리는 간혹 볼 수 있다. 그런데 과연 모든 창업가들의 최종 exit은 IPO여야만 하는 것일까?

IPO의 장점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성장을 위한 자금 확보 (유기적으로 성장하거나 인수를 통해 성장하거나 자금이 필요하다), 오너들과 주주들을 위한 유동성 창조 (회사가 IPO를 하기 전에는 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지분은 종이에 불과하다), 은행과의 관계 향상 (IPO를 통해서 회사의 재무 상태가 공개되면, 투명성으로 인해 그만큼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는게 수월해 진다) 등이 있다.
하지만, 성공적인 IPO를 하는건 쉽지만은 않고 IPO를 하기 위한 비용이 너무나 커서 작은 회사들한테 IPO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exit 전략인 경우가 많다. 법무 비용, 회계비용, 서류 작업 그리고 최근에 도입된 Sarbanes-Oxley 등과 같이 까다로운 규정들은 IPO의 비용을  너무 비싸게 만들었다. 여기 Fred Wilson이 말하는 2가지의 예를 한번 살펴보자:
1. 한 스타트업은 IPO 준비를 열심히 했지만, 결국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서 상장하는걸 포기했다고 한다. 그들한테 날라온 청구서는 자그마치 40억원이 넘었다고 한다. IPO 준비를 위한 법무 비용과 회계 비용이 이만큼이나 나온 것이다.
2. 다른 이야기는 첫번째 보다는 행복한 이야기이다. 연 매출이 1,000억원이 넘고 이미 수익을 내고 있는 스타트업이 성공적으로 IPO를 했다. IPO를 통해서 이 회사는 8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현재 시장 가치는 약 3,000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IPO를 하지 않고 그냥 private financing을 했다면 이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위 2가지 예가 시사하는 바는 IPO에 실패하면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과 (그리고 IPO에 실패했기 때문에 당연히 돈은 없고) IPO에 성공을 해도 비상장 회사로 남아있을 때보다 낮은 가치 평가를 받을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이 말은 무슨 말이냐 하면 IPO는 모든 스타트업을 위한 exit 전략은 아니라는 말이다. 상위 5%의 최고의 벤처기업들만이 IPO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IPO를 신청한 스타트업들이 대략 50개 정도가 있는데, 투자자들과 시장은 이 중 Facebook, Zynga, Twitter와 같이 우리의 삶을 바꾸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위 5% 스타트업들의 IPO만을 기대하고 있다. 나머지 95%의 스타트업들한테 가장 적합한 exit 전략은 Facebook, Google, Microsoft 또는 Apple과 같은 대기업한테 회사를 파는 것이다.

실리콘 밸리 작금의 상황들이 이걸 잘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대기업들한테 인수 당하고 있으며, 내가 아는 많은 실리콘 밸리의 창업가들은 회사를 설립하면서 목표를 “구글한테 얼마에 인수 당하기”로 잡고 창업을 한다. 또한, Facebook, Zynga와 Groupon과 같은 최고의 스타트업들도 IPO를 최대한 미루면서 private financing을 통해서 창업주, 주주 그리고 직원들이 지분을 팔아서 상장 전에 더 많은 돈을 만져볼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솔직히 회사가 돈을 벌고 있고, 잘 운영되고 있다면 굳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IPO를 할 필요는 없다. IPO 준비하는 시간에 회사 운영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그 시간에 영업을 더 해서 회사의 매출과 이익을 향상시키면 그만큼 회사의 가치는 올라가게 되어 있다. 괜히 IPO해서 온 천하에 재무상태를 공개하고, 복잡한 규정에 회사를 얽매이게 할 필요는 없다. Mark Zuckerberg와 같은 현명한 창업가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Facebook의 IPO에 대한 외부 압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버티면서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기 바란다. IPO 가는게 나쁘다는건 절대로 아니다. 다만, 앞서 말했던 한국의 CEO분과 같이 어디가서 자랑하기 위해서 고작 매출 100억원 하는 회사를 가지고 IPO 한다는 그릇된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준비가 되었고, 자신이 경쟁하고 있는 industry에서 남들보다 탁월한 실적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면 IPO를 통해서 자금 확보를 하고, 확보된 자금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회사에 재투자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IPO를 해야지만 전반적인 산업을 건강하게 만들고 타 스타트업들에 모범이 되어 IPO의 선순환 사이클을 창출할 수 있다.

참고:
-A VC “IPOs Just Aren’t What They Used To Be”
-TechCrunch “The Poor, Pilloried, Tech IPO”

마케팅은 필요없다

Y Combinator의 Paul Graham과는 분위기도 다르고 주장도 아주 다르지만, 인기도와 존경심을 따지자면 절대로 그에 뒤지지 않는 Union Square Ventures의 Fred Wilson이라는 VC가 있다. 얼마 전에 그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내가 아니라 TechCrunch에서). “스타트업의 마케팅 비용으로는 얼마 정도 사용하는 게 좋을까요?” 그의 대답은 “Zero”였다.

그의 논리는 매우 간단하다.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무기는 바로 ‘좋은 제품’이다. 좋은 제품은 스스로 빛이 나기 때문에 별도의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바로 이 VC의 생각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벤처기업의 사업계획서에 마케팅 비용으로 잡혀있는 항목이 있다면 그는 이런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벤처 초창기 단계에서 돈을 써야 하는 마케팅은 전혀 필요하지도 않고 도움도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이 논리는 모든 스타트업들한테 적용되는 건 아니고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웹서비스에만 국한된다(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요새 창업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B2C이다). 그는 덧붙여서 매우 대담한 말들을 하는데, 돈을 쓰는 마케팅은 아주 후진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하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한다. 제품이 정말로 좋아서 스스로 빛이 난다면 (Flipboard와 Instagram의 예를 들면서) 그냥 제품이 너무 좋기 때문에 굳이 마케팅하지 않더라도 사용자들이 알아서 발견해서 사용할 거라고 한다.

물론, 스타트업들이라도 어느 시점부터는 마케팅을 해야 하고 돈을 써야 하지만 사용자들이 없는 초기 단계에는 돈을 쓸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제품이 완성되어 상용화할 준비가 되면 돈을 쓰는 마케팅이 아니라 창업자들이 직접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히는 마케팅만이 진정한 스타트업 마케팅이라고 한다. 다양한 라이브 행사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 활용 또는 TechCrunch와 같은 미디어로 창업자들은 그들이 온 힘을 기울여서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 창업자들은 그들이 만든 제품을 정말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한테 제품을 알려야 하고, 이 사람들이 반드시 제품과 단숨에 사랑에 빠져버려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PR은? Fred Wilson은 PR에 대해서도 매우 회의적이다. “PR 회사들은 스타트업의 초기 마케팅을 해 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품, 기술,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여러 미디어에 제품과 서비스의 기사를 뿌리는 건데 그런 건 전혀 쓸모가 없죠.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에서는 말이죠.”

100% 동의한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만든 웹서비스의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무기는 바로 ‘제품’ 자체이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우리는 연결된 세상에 살고 있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누가 어디서 뭘 먹고 있는지를 거의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이 세상에서(그것도 우리가 그들을 스토킹 하는 게 아니라, 가만히 있으면 이런 정보들이 여기저기서 push 되고 있다) 뭔가 좋은 게 시장에 새로 나오면 반드시 입소문은 퍼질 것이다. 더 좋은 건, 친구들 및 지인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이 가미되면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아무리 감추려고 노력을 해도 반드시 널리 퍼지게 되어 있다. – 어떨 때는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널리 말이다.
얼마 전에 탤런트 이민정 씨가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강남의 5대 얼짱이라는 말을 하는 걸 봤다. 그 동네 살던 후배들한테 물어보니까 같은 시기에 고등학교를 다닌 후배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이야기라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다. 어느 학교에 이쁜 여학생이 있으면 소문은 무섭게 입소문을 타고 퍼진다. 매력적이고 섹시한 제품/서비스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서 내가 경험한, 어떻게 보면 내 얼굴에 침을 뱉는 경험을 공유하자면…뮤직쉐이크의 리믹스 앱이 생각했던 거 만큼 잘 팔리고 있지가 않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는 처음에는 애플의 앱 스토어에 올라가 있는 35만 개의 앱 사이에 제품이 묻혀서 유저들한테 ‘발굴’되지 않는 딜레마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다. 아니, 어쩌면 그렇다고 주장함으로써 나는 자신의 무능을 정당화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한 번 발굴만 되면 이건 완전히 대박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돈을 써서 앱을 마케팅하면 우리 앱이 발굴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현실을 직면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 앱이 잘 팔리지 않는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35만 개의 앱 사이에 묻혀 발굴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 뭐, 그런 이유도 조금은 있었겠지만 – 바로 우리 앱이 별로였기 때문이었다. 앱이 후져서 그런 것이다. 앱이 유저들한테 발굴될 수 있도록 하려면? 이에 대한 답변도 매우 간단하다.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기능과 서비스가 장착된 앱을 만들면 된다. 좋은 제품이라면 스스로 알아서 입소문을 타고 널리 퍼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제품이 확실하게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그때부터는 다른 경쟁사들과 차별화하고 다른 전략적인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돈을 쓰는 마케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에서는 마케팅이나 PR에 돈을 쓰기보다는 좋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을 채용해서 제품을 더 강화하는데 돈을 쓰는 게 최고의 마케팅이라는 사실을 모두 명심하길 바란다.

그래도 Fred Wilson과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후진 제품을 가지고 돈을 쓰는 마케팅을 해보라고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다. 첫 일주일이나 열흘 동안은 엄청난 트래픽이 유입될 것이다. 운 좋으면 서버가 다운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캠페인이 끝난 후에는 유저 base가 오히려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마도 잔뜩 부풀린 PR만큼 부푼 기대를 하고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사용하겠지만, 준비되지 않은 후진 서비스와 제품을 경험하면 바로 떠나기 때문이다. 하나 더 기억해야 하는 건 불만에 가득 찬 고객은 혼자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주변 친구와 지인들한테 자신의 좋지 않은 경험을 공유하면서 같이 떠날 것이다.

참고:
-TechCrunch “Fred Wilson: Marketing Is For Companies Who Have Sucky Products” by Erick Schonfeld

Microsoft – in deep shit?

이 글을 2010년 7월달에 올린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포스팅 “Microsoft – 이제는 어디로?”와 같이 읽으면 더 재미있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망할 수 있을까? 내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고 있던 2006년도 경에 누가 나한테 이런 질문을 했다면 나는 그냥 비웃으면서 “over my dead body!”라고 했을것이다. 하지만, 역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각보다 빨리 변하는거 같다. 요새는 마이크로소프트도 망할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 이게 현실이 되면 내 주식은 어떻게 될지 가끔은 걱정도 하곤 한다.
물론, 하루 아침에 망하지는 않겠지. 누군가 비유했듯이 마치 대영 제국과 같이 아주 서서히 몰락할 수는 있을거 같다. 이미 그렇게 서서히 몰락이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이런 내 우려들을 뒷받침해주는 이야기들이 많이 실린 책이 이번달 미국 서점을 강타한다. 솔직히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책은 이미 서점에 수백권이 있어서그 책들에 적혀있는 추측, 예측 그리고 오정보를 모두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은 좀 다르다. 왜냐하면 책의 저자가 Paul Allen이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폴 알렌은 1975년도에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 설립했지만 7년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암)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떠난 마이크로소프트 지분의 가치는 오늘날 15조 이상이며 그는 해마다 Forbes지에서 선정하는 세계 갑부 리스트 50위 안에 항상 든다. 제일 짜증나는거는 Paul Allen 이름 옆에는 항상 ‘*’가 붙어있고, 페이지 밑의 주석을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써있다. “Paul Allen씨는 1982년에 은퇴했습니다” ㅋㅋ

Paul Allen은 이번달 말에 “Idea Man: A Memoir by the Cofounder of Microsoft“라는책을 출간한다.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super micro 주주로써 여기저기서 읽은 책들의 상세한 review를 모아 검토해볼 기회는 있었다. 그는 아주 신랄하고 insightful하게 현재 마이크로소프트가 처해 있는 상황과 그 이유들에 대해서 몇가지 의미심장한 견해를 제시한다.

1. B급 인재들
구글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든 엔지니어들과 비엔지니어들이 가고 싶어하는 회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인재 중의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데 90년대 중반까지 마이크로소프트에 채용된 인력들은 특 A급 인재들이었다.
하지만, 회사의 급성장과 함께 A급 인재들을 유지하는데 실패함과 동시에 새로운 A급 피를 수혈받을 수 있는 전략의 부재로 인해 이제는 많은 B급, 심지어는 C급 인재들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기생충같이 회사의 피를 빨아 먹고 있다. “회사가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B급 인재들을 잡초 없애듯이 지속적으로 제거해야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메카니즘이 없다.”고 폴은 말한다.
나도 내 마이크로소프트 시절을 한번 생각해보면 정말 멍청하고 무능력한 인간들이 여기저기 전략적인 위치에 포진되어 있는걸 봤는데 아마도 이 내용과 일맥상통하는거 같다.

2. “굳어버린” 문화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는 이제 innovation과 creativity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그는 말을 한다. 서로 손가락질하기에 바쁘고, 프로젝트들은 실패하는데 그 누구도 책임은 지지 않는 문화가 어느새 마이크로소프트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어정쩡한 실력의 매니저들이 자기들만의 폐쇄된 동굴속에서 정보 공유를 하지 않고 제품을 만들고 있고,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 마이크로소프트 36년 역사상 최악의 제품인 Windows Vista이다. 이런 굳어진 기업 문화때문인지 최근에 유난히 많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 인재들이 회사를 떠났는데 몇명만 이름을 대자면 다음과 같다:
Mich Matthews – Central Marketing Group 부사장 (2011 여름 퇴사 확정)
Brad Brooks – Windows Vista/Windows 7 마케팅 총괄
Johnny Chung Lee – Xbox Kinect의 핵심 연구원
Matt Miszewski – Worldwide 공공사업 General Manager
Bob Muglia – Server and Tools Business 사장
Ray Ozzie – Chief Software Architect
Stephen Elop – Office 제품군 총괄 사장
Robbie Bach – Entertainment and Devices Division (EDD) 사장
J Allard – EDD Chief Experience Officer and CTO
Chris Liddell – CFO

회사 생활하면서 이직하는게 대수냐라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것이고 당연히 위에 언급된 사람들도 이직할 권리는 있지만, 한 회사에서 10년 이상을 온몸으로 충성한 병사들이 이렇게 대거 퇴사를 한다는건 회사의 문화나 리더쉽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발생했다는 적신호이다.

3. 리더쉽의 부재
스티브 발머의 발리더쉽에 대해서는 나도 이미 수십번씩 언급한적이 있다. Paul Allen은 빌 게이츠가 구글과 같은 경쟁사들을 너무 쉽게 생각한 실수를 범했다고 비난하지만, 스티브 발머 이야기가 나오면 거의 주먹질을 할 기세이다.
스티브 발머는 10년 이상 마이크로소프트를 지휘하면서 회사의 cash cow인 Windows와 Office와 같은 제품을 더 쥐어짜서 단기적인 매출은 신장시켰지만, 그러는 동안 그는 애플과 구글이라는 경쟁사들이 미래를 정의하고 창출하게 하는 절대적인 우를 범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4. 뿌리부터 틀린 전략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을 위한 business software를 만들고 파는 회사이다. 이러한 전략은 회사의 DNA에 박혀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강점인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위주의 핵심 역량은 개별 소비자들을 겨냥해야하는 모바일 컴퓨팅 핵심 역량과는 매우 다르다.
Paul Allen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소비자 대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려고 한다는거 자체가 큰 모순이자 틀린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바일 컴퓨팅을 안할 수도 없는게 바로 구글과 애플이라는 무시무시한 경쟁사들이 PC를 대체하려고 하루가 다르게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좋은 모바일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도 Bing이나 Xbox Kinect와 같은 소비자들한테 엄청 인기가 많은 제품들을 최근에 출시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가 경험한적이 없는 가장 위협적인 경쟁사인 구글과 애플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고, 어쩌면 영영 따라잡기만 하다가 꼴찌로 끝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우리말에 아주 상황이 좋지 않을때 사용하는 속어가 있는데, “야, 너 좇됐어 임마”가 그 대표적인 말이다.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현재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영어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있는데 바로 “in deep shit”이다.

“Microsoft seriously is in deep shit”

2010년 7월달에 올린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포스팅 “Microsoft – 이제는 어디로?”를 읽으면 왜 마이크로소프트가 in deep shit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참고:
-Financial Times “No choice but to chase the ‘high-tech hellhounds’” by Richard Waters
-Financial Times “Where Microsoft went wrong – by Paul Allen” by Richard Waters
-Wall Street Journal “Microsoft Co-Founder Hits Out at Gates” by Nick Wingfield and Robert A. Guth

Microsoft – 이제는 어디로?

나는 2005년 1월부터 2007년 4월까지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였다. 짧다면 짦은 기간이지만, 나 스스로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많은 public and private 정보를 공부하면서 접할 수 있었던 매우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빌 게이츠의 팬이었고, 그가 맨손으로 스스로 새운 회사를 위해서 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이 행복했었다. 모든게 그렇듯이 밖에서 보는거랑 안에서 보는거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래도 나쁜 점들보다는 좋은 점들이 훨씬 많은 조직인거는 내가 보장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 특히 IT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 마이크로소프트는 evil이고, Google과 Apple은 good이라고들 말을한다. Google과 Apple의 제품과 서비스는 나도 매일매일 사용하고 있으며, 이 두 회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에 이루어놓은 업적들은 정말 존경심이 절로 생기지만서도 마이크로소프트만큼 우리가 일을하고,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소프트웨어적으로 많은 변화를 이루어놓은 회사가 과연 있을까 나는 항상 질문을 한다.
하지만, 영원한 승자도 없고 영원한 패자도 없는게 냉철한 비즈니스 세계의 현실이다. 지난 35년 동안 세상을 지배하던 마이크로소프트앞에 Google과 Apple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들이 출현하였으며, MSFT가 차곡차곡 쌓은 명성과 공든탑을 이 두 회사는 놀랄만한 속도와 민첩성을 기반으로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1975년부터 2000년도까지 지난 25년 동안 innovation의 대명사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혁신과 개혁을 더 이상 하지 못할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애플과 구글을 생각하면 innovation 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만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정체”와 “변비”라는 단어만을 유발시킨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몇년간 꽤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몇가지 launch하였다. Xbox Live는 1,000만명의 유료 유저들이 있고 (일년에 $50이나 하는 서비스이니까 거의 5억 달러 크기의 high margin 비즈니스이다) 얼마전에 발표한 Kinect (프로젝트명은 Natal이었다) 또한 매우 재미있고 잘만 상용화시키면 앞으로 많은 수익을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이다. 그렇지만, 해마다 연속적으로 cool하고 innovative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애플과 구글과는 달리 마이크로소프트는 5년이나 10년만에 한번씩 이런 innovation을 하고 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들의 자질과 회사의 현금보유능력을 감안하면 애플과 구글못지 않게 많은 innovation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그렇게 유능한 인재들을 많이 채용하고, 인력 관리에 돈과 시간을 퍼부으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더이상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 조금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답변들을 제공하겠지만, 최근에 Rob Glaser가 이에 대한 매우 명쾌하고 insightful한 몇가지 의견들을 제시하였다. 참고로 Rob Glaser는 RealNetworks의 창업자이자 83년 ~ 93년동안 Microsoft의 핵심 멤버였다.

1. PC 소프트웨어 중심의 비즈니스 –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작은 PC 소프트웨어 중심이었고, 현재도 전혀 변함이 없다. MSFT의 2개의 cash cow인 Office와 Windows는 PC 소프트웨어이며, 3번째 line-up 제품인 Server군 또한 PC용 제품들이다. Office와 Server 제품은 기업용 고객들이 대부분 구매하며, Windows 제품은 PC OEM (PC를 구매할때 기본적으로 깔려서 나옴) 형태로 유통된다. 매우 심플한 비즈니이며, 유통 채널또한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다.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은? 더욱 간단하다. 제품이 하나씩 팔릴때마다 돈을 버는 단품팔이 비즈니스이다. 물론, 말만큼 모든게 이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워낙 많은 제품군이 있고, 유통 채널도 다양하고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복잡한 licensing 정책이 더해지면 매우 골치가 아픈 비즈니스이지만 PC 중심의 소프트웨어라는 기본적인 근간에는 변함이 없다.
빌 게이츠 회장도 항상 다음과 같은 말을 입버릇처럼하곤 하였다. “나는 제품을 만들때 들어가는 초기 고정 비용은 높지만, 그 이후부터는 변동비용이 거의 없이 찍어내서 제품을 파는 비즈니스를 매우 좋아합니다.” 물론 여기에 깔려있는 기본적인 사상은 제품의 실제 가격이 그 제품을 추가적으로 더 만들때 발생하는 변동비용보다 훨씬 (많을때는 수백배)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2. PC가 더이상 지배하지 않는 세상의 출현 –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요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PC 중심의 세상이 더이상 아니다. PC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기능의 영역밖에서 모든 innovation이 일어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룡으로 만들 수 있었던 PC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 더이상 기업의 성공을 보장해줄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IT 분야에서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하였던 비즈니스 모델들은 다음과 같다:

a) 매우 적합하고 가치가 높은 온라인 광고 위주로 돈을 버는 무료 온라인 검색 (Google)

b)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통합한 device play. 일단은 하드웨어를 팔고, 그 하드웨어에 적합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 (Apple, RIM)

c) 유저들이 직접 만들고 웹에 올리는 컨텐츠 기반의무료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들 (Facebook)
마이크로소프트는 a)와 b) 분야에 이미 진출해 있긴 있지만, 일단 너무 늦게 진출하였기 때문에 막대한 시장점유율을 이미 이 분야에 일찍 진출한 경쟁자들에게 빼앗겼으며 엄청난 competitive edge 또한 빼앗겨버렸다. 특히, 만만치 않은 경쟁업체들인 Google, Apple과 RIM이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으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따라잡기 전략은 (Zune과 Bing이 대표적인 예)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성공한 딱 하나의 device가 있긴 있다. 그것도 대박으로 성공한 device이다. 바로 Xbox이다. 게임 콘솔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상대적으로 일찍 진출하였고 (9년 전),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통합한 전략을 잘 실행하여 꽤나 성공적인 1세대 Xbox 시장을 창출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성공적인 1세대 Xbox 고객과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Xbox 360이라는 2세대 제품을 다시 한번 성공적으로 출시하여 미국과 유럽이라는 중요하고 큰 시장에서 소니를 제치고 선점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러면서 Xbox를 매우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걸보고 우쭐해하고 있을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은 한가지를 명심하길 바란다. Xbox 비즈니스는 말콤 글래드웰이 그의 베스트셀러에서 말하는 “Outlier”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속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제품이자 비즈니스이다.

3. 독점 위주의 비즈니스 – 마이크로소프트의 2대 비즈니스인 Windows와 Office는 완전하고 완벽한 독점적인 비즈니스이다. 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위치를 유지하는것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은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과 전략을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성공적인 독점 비즈니스를 운영하거나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최소 몇년 동안 적자를 경험해야하는 새로운 분야의 비즈니스를 섣불리 시작 하지 못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분명히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면 가만히 앉아있어도 현금이 계속 들어오는 Windows와 Office 비즈니스와 불가피하게 비교를 하게 될것이며 새로운 비즈니스는 자연스럽게 죽여질것이다.

4. 리더쉽의 부재 –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까지 2명의 리더쉽을 경험하였다. 첫 25년 동안은 빌 게이츠의 체제하에 회사가 돌아갔으며, 10년 전부터 지금까지는 스티브 발머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 두 명 다 당연히 똑똑하고 일을 추진하는 능력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다. 이건 나도 당연히 인정한다. 하지만, 이 두명의 성격/비전/경영능력을 잘 분석해보면 아주 큰 차이점이 두가지가 있다:

a) 타인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자세 – geeky하고 소프트하게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빌 게이츠는 경영자로써는 매우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사람이다. 빌 게이츠와 같이 일을 해본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그는 남들이 보면 민망하고 미안할 정도로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직원들을 공격적으로 challenge한다. 특히 분석적인 숫자를 좋아하는 빌 게이츠는 (특정 제품의 시장 점유율, 올해 매출, 경쟁사의 성장율 등등..) 계속해서 숫자와 관련된 질문을 하는걸 좋아하며, 그럴때마다 아주 명확하고 논리적인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면 그 직원은 아마도 그날부로 해고당하거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스스로 그냥 알아서 회사를 그만둔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자신의 의견에 대한 완벽한 data와 논리를 가지고 있는 직원이라면 – 그리고 공개적인 석상에서 빌 게이츠와 일대일로 맞장뜰수 있는 대담함과 용기를 가지고 있다면 – 빌 게이츠를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다. Xbox 프로젝트에 심하게 반대하던 빌게이츠를 두둑한 배짱과 회사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방어한 J Allard 부사장이 – 참고로, 그는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제발로 떠났다 – 바로 그런 케이스이다. 그는 빌 게이츠와의 한판 전쟁을 위해서 약 6개월 동안 시장의 트렌드와 data를 수집하였고, 경쟁제품이었던 Sony PlayStation을 여러번 분해했다고 알려져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노력은 빌 게이츠로 하여금 그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를 180도로 바꾸었다. 물론, 결과는 앞에서 말하였듯이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주시할만한 innovation인 Xbox로 시장에 탄생되었다. 즉, 빌 게이츠 체제하의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존중하면서 키워나갔던 조직이었다. 비록 그러한 아이디어들이 빌 게이츠의 생각과 많이 달랐어도 말이다.
이러한 각도에서 스티브 발머를 한번 분석해보자. 발머와 같이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진 및 현재 같이 일을 하고 있는 MSFT 직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스티브 발머가 한번 내린 결정을 바꾸게 하는건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그는 남들의 피드백과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은 들어보려고 노력도 하지 않고 완전히 무시한다는 말이다. 많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진들은 이러한 스티브 발머의 성향을 잘 알기 때문에 그냥 그의 장단과 비위를 잘 맞추면서 그냥 하루하루 Redmond에서 “안정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다.

b) Consumer 비즈니스에 대한 입장 – 빌 게이츠는 geek이자 nerd 이다. 그는 소프트웨어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되도록이면 많은걸 배우려고 노력과 공부를 한다. 많은 업계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스티브 발머는 오로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 비즈니스 밖에 모르는 사람이며, 마이크로소프트가 많은 시도를 하고 있는 consumer 비즈니스를 잘 이해하지도 못하며, 그렇다고 제대로 이해해보려는 노력같은건 하지도 않는 CEO이다. 빌 게이츠는 항상 consumer 비즈니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었지만, 스티브 발머에게 Xbox와 같은 consumer 비즈니스는 그냥 회사에 돈을 벌어줄 수 있는 엔진일뿐이었다. 그는 소비자들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그들의 성향이나 게이머들의 생리를 이해해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기로 유명하였다.

이렇게 간단 명료하게 현재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지고 있는 리스크 요소들을 나열한 글을 곰곰히 읽어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MSFT 주식을 좀 팔아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든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온갖 성격의 위협요소와 경쟁은 위에서 나열한 4가지 핵심 포인트 외에도 무수히 많이 나열할 수가 있지만, 이 4가지 요소 중 가장 큰 문제점을 하나만 선택해야한다면 나는 “스티브 발머의 리더쉽”을 지적하고 싶다. 아니, 아마도 Steve Ballmer’s Unleadership이라고 하는게 더 맞을거 같다. 스티브 발머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위치나 상황은 절대로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