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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항상 옳을까?

창업가나 투자자한테 사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물어보면, 다양한 의견과 답변이 오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건 ‘고객’일 것이다.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경험 있는 사업가들도 아마도 수십 년 동안 사업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고객의 목소리를 무조건 잘 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나도 100% 동의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 좋은 제품, 좋은 서비스라도 시장에서 고객이 사용하지 않으면, 그건 좋은 기술도 아니고, 좋은 제품도 아니고, 좋은 서비스도 아니다. 그냥 시간 낭비, 돈 낭비 한 거다. 스타트업바이블이 나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책에서도 나는 “좋은 제품”의 정의는 시장에서 잘 팔리는 제품이라고 했고, 그만큼 고객의 목소리와 고객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또 스티브잡스와 같은 창업가는 반대 의견을 항상 강조하긴 했다. 잡스는 항상 고객은 본인이 뭘 원하는지 모르고, 고객은 멍청하기 때문에, 고객의 의견을 물어보거나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면, 절대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 강조하기로 유명했다.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고객을 가장 철저하게 무시했던 사업가는 스티브 잡스였던 거 같다. 실은 포드 자동차의 헨리 포드도 그 옛날에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포드가 한 말 중 이런 그의 생각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게 바로 이 말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에게 원하는 게 뭔지를 물어봤다면, 더 빠른 말을 원한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고객이 항상 옳을까? 고객의 목소리가 정말 중요할까? 나는 아직도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잘 기울이면, 절대로 사업이 망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잡스와 포드의 입장에서는 왜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이해는 간다. 만들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이미 존재하고 있고, 우리는 이걸 조금 더 싸고, 빠르고, 좋게 만드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 고객의 목소리는 매우 중요하다. 말 그대로, 이미 존재하는 제품이지만, 이걸 더 싸고, 빠르고, 좋게 만들려면, 점진적인 발전과 수정이 필요한데, 이런 변화는 주로 수많은 사용자들의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제품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창업한 많은 스타트업이 설문조사나 고객 인터뷰를 통해서 데이터를 수집한 후, 개발을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와 반대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만드는 창업가는 잡스나 포드와 같이 고객의 목소리에 크게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고객의 목소리에 너무 집중하면, 세상을 바꿀만한 new new thing은 만들 수 없을 거 같다. 왜냐하면, 포드가 말했듯이, 존재하지 않는 제품이기 때문에 고객한테 물어보면, 그들은 본인들이 아는 범위 안에서만 생각하고, 그 범위 안에서만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물리적인 키보드를 없애고, 터치스크린으로 작동되는 아이폰을 만든다고 선언하고,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앞으로는 사람들이 폰으로 전화보다 이메일, 게임, 그리고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더 많이 할 거라고 했을 때, 노키아나 모토로라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비웃었다. 왜냐하면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해서 광범위한 글로벌 고객 인터뷰를 했는데, 이 고객 중 그 누구도 터치스크린 폰이나 애플리케이션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내가 자주 언급하는 블랙스완의 성격을 지닌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면, 오히려 고객의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평범한 사고방식을 가진 일반 대중(=고객)에게서는 절대로 답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실은 이런 현실은 창업가들을 상당히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인가, 아닌가? 완전히 무시할 순 없겠지만, 어느 정도까지 참고해야 하는가? 우리 투자사들도 이런 고민을 많이 하는데, 최근에 이 두 가지를 어느 정도 적당히 잘 혼합하는 대표와 이야기하다가 재미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이 회사는 1년 365일 고객의 목소리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받고 있는데, 가장 많은 요청을 받는 기능은 그다음 업데이트에 가장 먼저 적용한다고 한다. 많은 고객이 원하는 기능이기 때문에, 점진적인 제품 개선을 위해 서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요청이 적은 내용에 대해서도 전사적으로 열띤 토론을 한다고 한다. 현실적으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런 것들이 어쩌면 위에서 말 한, 블랙스완의 성격을 지닌, 회사의 운명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기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끔 이런 기능도 적용해보기도 한다고 한다.

시작

road-1668916_1280얼마 전에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이시언이 배우 생활 힘들게 시작할 때 도움받았던 분들을 찾아가면서 감사의 말을 전달하는 걸 봤다. 무명일 때 같이 고생한 박성현이라는 친구이자 연극배우와 영화 ‘친구’에서 이시언을 캐스팅한 영화감독 곽경택을 찾아가서 배우로서의 시작을 가능케 해줘서 고마움을 표현하는걸 인상 깊게 봤다. 스스로 “대배우”라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이시언이 아직은 대배우가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알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 능청스러울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여유와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고, 그 여유와 자신감이 싹틀 수 있었던 건 바로 이시언의 시작을 도와줬던 이런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보면 참 흥분되고 설레는 말이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두렵고 공포스러운 말이기도 하다. 실은 스타트업이라는 말 자체도 시작과 여러 가지 면에서 관계가 깊다. 이 방송을 보면서 시작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나도 스트롱의 시작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봤다. 2012년도 존이랑 정말 무모하게 맨땅에서 시작했을 때, LP를 모집하고 펀드를 만든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건 줄 전혀 몰랐다. 실은 상당히 순진해 빠졌고, 어리석기까지 했고, 돈이 전혀 안 모여서 시작한 지 6개월 후에 그냥 접을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접지 않고, 계속 허슬링하면서, 그래도 지금까지 망하지 않고 우리가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우리를 도와준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사업을 하면서 만난 많은 분이 소중하고 고맙지만, 나는 특히 우리의 시작을 도와줬고, 그래서 스트롱벤처스의 존재를 가능케 했던 분들한테 진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 1호 펀드는 워낙 작았고, 처녀 펀드이다 보니, 그 누구도 선뜻 LP 참여를 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냥 친구와 지인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줬는데, 그때 정말 운 좋게 다음커뮤니케이션이 LP로 들어왔다. 당시 다음 투자팀의 김주리 팀장님이라는 분이 스트롱을 많이 밀어주셨는데, 이분이 없었으면, 다음이 LP로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됐다면 오늘의 스트롱이 없었을 거다. 1호 펀드는 그렇게 꾸역꾸역 만들었지만, 금방 소진했고, 10배 규모의 더 큰 2호 펀드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똑같은 악몽이 반복됐다. 아직 별다른 실적이 없어서, 그 누구도 선뜻 LP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모태펀드를 집행하는 한국벤처투자의 글로벌 팀이 아무것도 없는 우리한테 커밋을 해줬다. 그리고 우린 “Korean Government가 우리 LP다. 나라가 우릴 믿는데, 너네는 왜 못 믿냐.”를 해외 LP들한테 엄청나게 마케팅했고, 시간이 꽤 오래 걸렸지만, 무사히 2호 펀드도 마무리했다. 이때 한국벤처투자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LA 촌놈들을 엄청 많이 도와주셨던 분이 지금 알토스에 계시는 조지윤 매니저님이다.

우리가 계속 사업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원동력은 우리 투자사이다. VC는 좋은 회사에 투자해야지만 계속 생존할 수 있는데, 우린 운이 좋게 첫 번째 펀드부터 좋은 창업가들한테 투자할 수 있었다. 우리가 8년 동안 120개 넘는 회사에 투자했는데, 이 중 스트롱 포트폴리오 1호 회사는 비석세스이다. 1호 투자사라는 이유만으로도 정현욱 대표님과 비석세스는 우리한테는 의미가 크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남으면서 계속 펀드를 만들고 투자를 할 수 있게 한 스트롱벤처스의 실적과 숫자를 만드는데 압도적으로 기여를 한 코빗의 코파운더 유영석 대표와 김진화 이사님한테도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항상 이런 스트롱의 힘들고 미약한 시작을 기억하면서, 나도 누군가 시작하는 걸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는 하루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K-Entrepreneurs

1566547639303우리가 처음으로 투자하는 회사 대부분은 꼬꼬마 스타트업이다. 법인도 없는 회사, 이제 막 시작한 회사, 그리고 이제 막 고객과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회사들이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70%를 차지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잘 안 되는 회사가 확률적으로 더 많지만,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면서 상당히 아름다운 성장 곡선을 그리는 회사도 가끔 생기고, 이 곡선을 계속 유지하면서 더 큰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금액보다 더 큰 투자를 받아야 한다. 우리보다 더 큰 후속 투자를 하는 좋은 VC가 한국에도 많이 있고, 나도 우리 투자사들을 자주 소개하는데, 영어를 잘하는 대표님, 또는 한국보다 외국 VC들이 잘 이해하고 좋아하는 성격의 비즈니스라면 – 예를 들면, B2B SaaS 또는 매출보단 다른 지표의 성장을 추구하는 회사들 – 미국이나 일본 VC와 연결을 자주 시도해본다. 실은 VC 투자라는 게 돈이 들어가기 전에 투자자와 창업가의 인간적인 관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자주 보고 자주 이야기해야지 이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래서인지 투자자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외국에 있으면, 그만큼 투자 받는 게 어렵다. 그래도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투자사와 함께 외국에 같이 가거나, 아니면 외국 VC를 한국으로 초대해서 미팅 자리를 알선한다.

2주 전에 미국과 아시아에서 투자를 크게 하는 일본계 VC를 한국에 초대했다. 나랑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한 사이고, 한국 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투자자라서 우리 투자사의 시리즈 A/B 후속 투자를 위해서 가끔 연결해주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2박 3일 동안 한국으로 불러서, 우리 사무실이 있는 구글캠퍼스 미팅룸을 사흘 내내 잡아주고, 우리 투자사들과 미팅을 주선했다. 영어를 잘하는 대표들은 알아서 잘했지만, 영어를 못하는 경우 내가 같이 참석해서 중간 중간에 통역도 해주면서 좋은 이야기를 같이 많이 했다.

일본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에 나랑 잠시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 창업가들이 너무 “inspiring” , “focused” , “smart” , “energetic” , “fearless” 하다는 말을 여러 번 하면서, 일본 창업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나다는 걸 강조했다. 3일 내내 같이 이동하고 미팅하면서 들었던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에 대한 요점은:

1/ 일본 창업가는 경쟁을 싫어하고, 누군가 먼저 특정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면, 그 분야에서 창업을 잘 안 한다. 실은, 이게 내가 들었던 말 중 가장 충격적이었다. 한국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한국은 어떤 게 잘 된다 싶으면, 3개월 내로 비슷한 사업을 하는 카피캣들이 5개~10개는 나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 친구들은 이미 한국에 전동스쿠터 스타트업이 5개 이상 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일본의 경우, 대형통신사 KDDI가 유니콘 스쿠터 회사 Lime에 투자했고, KDDI가 직접 Lime을 일본에서 론치 한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한국 같으면, 이 소식을 들으면, “대기업이 전동스쿠터 사업을 시작한다는 건 시장이 있다는 의미고, 대기업은 빨리 못 움직이니까, 내가 똑같은 사업을 시작해서 더 빨리 성장해야지”라는 생각을 갖고 너도나도 이 분야에서 창업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대기업이 하니까 잘하겠지. 나는 빠지자”라는 식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2/ 일본 시장도 현재 돈이 넘쳐흐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창업가들이 투자를 많이 받아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도 전에, 그리고 product market fit을 찾기도 전에 돈을 흥청망청 쓴다고 한다. 제품도 제대로 안 만든 상태에서 TV 광고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마케팅에 돈을 많이 쓴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투자사들 만나서 더욱더 놀란 것 같다. 정말 적은 돈으로 정말 오래 버티고, 그러면서 product market fit을 찾는 모습이 너무 인상 깊다고 했다.

3/ 한국 창업가들이 전반적으로 focus가 좋다고 한다. 많은 일본 창업가들이 자기들이 만드는 제품이나 시장에 대해서 잘 모르고, 도대체 뭘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인상을 자주 받는데, 이번에 만난 한국의 창업가는 모두 다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너무나 전문가이고 집중도가 높다고 한다.

4/ 나는 우리 대표들이 영어를 너무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일본 VC들은 일본 창업가에 비하면 한국 창업가는 영어를 너무너무 잘한다고 칭찬까지 한다.

5/ 어쩌다가 Y Combinator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국에서 YC 들어간 회사가 4개인데 (미미박스, 센드버드, 숨고, 미소) 아마도 일본에서는 YC에 지원한 회사가 하나도 없을 거라고 한다. 이 숫자는 한국에서 직접 YC 지원하는 스타트업 숫자지만, 미국에서 지원하는 한국계 창업가까지 합치면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만큼 일본 스타트업은 글로벌 시장에 관심이 없다는 의미인 거 같다.

6/ 이 친구들은 쿠팡을 상당히 부러워 하는 거 같았다. 손정의 회장은 일본 회사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하면서. 그만큼 한국 회사들이 더 quality가 높다고 한다.

7/ 아베 정권도 2023년도까지 20개의 유니콘을 일본에서 만들겠다고 발표한 기사에 대해서는, 일본 VC들은 오히려 “절대로 말도 안 된다”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들으면서, 한국 시장과 한국 창업가의 수준과 가능성에 대한 내 믿음이 더 확고해졌다. 중국이나 미국, 그리고 일본조차도 한국보다 훨씬 큰 시장이지만, 우리도 나름 아주 탄탄하고 자랑스러운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고, 오히려 옆 나라 일본의 VC들이 한국 스타트업을 더 높게 평가한다는 사실에 투자자나 창업가 모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dapp Campus

우리는 2013년도에 국내 최초의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 투자하면서, 한국에서는 남들보다 훨씬 빨리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시장에 눈을 떴다. 그동안 이 분야에는 정말 많은 up and down이 있었고, up 시장에는 스마트폰이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코인 구매에 관심을 보였고, down 시장에는 스스로 “Crypto Architect”라고 부르던 투자자들마저도 등을 돌리는 일들이 반복됐다. 나도 실은 이 시장에 대한 단기적인 믿음이 왔다 갔다 하긴 했지만, 장기적인 관심과 믿음은 한 번도 변함없이 계속 높았고, 꾸준히 이 시장을 보고, 계속 이 시장에서 뭔가 하려고 하는 팀을 꾸준히 만났다.

2018년은 크립토 시장의 맹신과 불신이 교체하면서, 불신이 더 커졌던 거 같고, 2019년 와서도 이 트렌드는 계속 지속되고 있는 거 같다. 나는 이 시점이 크립토/블록체인에 투자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ICO로 단기적인 한탕을 바라는 사람들은 시장을 떠났고, 장기적으로 이 시장을 믿는 창업가들만 남았고, 회사의 밸류에이션도 이제 어느 정도 적당한 수준으로 수렴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는 블록체인 기반 자산으로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겜퍼라는 회사에 투자했다.

투자하기 전에 한 8개월 정도 만나면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는데, 이 팀은 이보다 훨씬 전부터 크립토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동안 얻은 지식을 활용하여 이더리움/하이퍼레저 유튜브 채널 dapp Campus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무료이며, 누구나 다 구독할 수 있다. 내가 개발자는 아니라서, 자세히 이해하진 못하지만, 교과서에서 얻은 지식이 아니라 겜퍼팀에서 직접 현장에서 뛰면서 제품 만든 노하우를 담았기 때문에 상당히 실용적이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 흔히 말하는 “탈중앙” , “분산원장” , “위조불능” 등의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실습까지 보여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블록체인을 좋아하는 분들과 오픈소스 정신으로 이 커뮤니티를 함께 발전 시켜 나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오프라인 방문의 데이터화

1565679876803얼마 전에 쿠팡에서 골프 드라이버를 열심히 검색했다. 구매는 안 했지만, 같은 드라이버 중에서도 다른 종류의 샤프트 제품을 꽤 오랫동안 보다가 몇 개는 장바구니에 담아 놓기만 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에 페이스북을 보고 있는데, 내 타임라인에 이 드라이버랑 다른 골프용품 광고가 떴고, 나는 결국 드라이버도 샀고, 아이언 세트까지 새로 구매했다. 실은, 골프는 아니더라도, 이런 경험을 안 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온라인 광고와 타게팅 기술은 매우 고도화됐고, 고객의 행동을 구매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기술과 제품의 진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고객의 행동과 여행 과정을(고객의 검색 이력, 구매 이력, 구매 채널, 구매 이후의 행동 등) 꽤 정확하게 트래킹하고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과 기술이 존재하고, 이걸 기반으로 엄청난 규모의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그런데, 전 세계 모든 구매의 80%는 아직도 오프라인에서 일어나고 있고, 오프라인 세상에서는 특정 고객이 어디서, 뭘, 어떻게 구매하는지 분석하고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이나 서비스가 아직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문제가 우리 투자사 로플랫의 창업 배경이다. 구매의 대부분이 일어나고 있는 오프라인 세상에서 고객의 동선과 행동 패턴을 분석할 수만 있다면, 나의 쿠팡과 페이스북의 온라인 경험보다 훨씬 더 정확한 경험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고, 회사의 입장에서도 더욱 정확하고 비용 효율적인 타게팅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현대자동차를 검색하고, 현대자동차 사이트를 방문하고, 페이스북에서 자동차 관련 그룹에 가입을 하면, 차에 관심 있고, 차를 구매할 잠재 고객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현대자동차 또는 다른 자동차 회사에서 차 관련 온라인 광고를 계속 노출시킨다. 하지만, 이 사람이 당장 자동차를 구매할 계획을 갖고 있는지, 1년 후에 구매할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차를 좋아하는 건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만약 이 고객이 실제로 현대자동차 매장을 방문하고, 주말마다 자동차 매장에 간다면, 차를 조만간 구매할 확률이 높다고 더 정확하게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자동차 광고를 푸시하거나, 아니면 금융회사에서 자동차 리싱 상품을 광고할 수가 있다.

얼마 전에 로플랫에서 발행한 글에는 굉장히 재미있고 유용한 정보가 많다. 요새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일본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된 유니클로 매장 방문객이 현저하게 줄면서 이로 인해서 유니클로의 한국 매출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는 기사나 방송을 많이 봤을 것이다. 유니클로한테는 큰 타격이겠지만, 반대로 유니클로의 국산 경쟁 브랜드에게는 이번 이슈는 고객과 매출을 늘리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유니클로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수에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기사에 많이 언급되는 유니클로의 경쟁사 10개의 매장 방문객 수에는 같은 기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분석해본다. 예상대로 일본 불매 운동이 시작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오프라인 매장 트래픽의 변화가 눈에 띄게 보이는데, 사용자들의 실제 매장 방문 기록으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경쟁사는 조금 더 추적 가능하고 비용 효율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실은 로플랫이 사용하는 와이파이 핑거프린팅 방법 외에 물리적인 비콘, 자기장, 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오프라인 트래픽을 데이터화 하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는데, 특정 고객의 온라인 행동 패턴과 오프라인 행동 패턴을 모두 취합할 수 있다면 상당히 깊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미 이걸 오래전부터 해오는 회사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구글이 아닐까 싶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