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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만이 유일한 상수

나는 요새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이 분야에 있으면 워낙 많은 것들이, 생각보다 빨리 변하기 때문에 변화와는 매우 익숙해져야 하는데, 인간의 본성이 변화를 싫어해서 그런지 나도 계속 자신을 훈련시켜야지만 이걸 더 잘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외국에 사는 후배가 한국에 잠깐 나왔는데, 한국 부모의 자식에 대한 높은 학구열과 극성에 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애를 안 키워서 잘 모르는데, 부모들의 극성이 예전보다 더 심해졌고, 애들을 남들보다 더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열정과 욕심은 더 높아졌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서는 내가 이야기할 자격도 없고 필요도 없지만, 세상이 생각보다 빨리 바뀌고 있고, 이에 맞춰서 우리의 관점 또한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분들한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너무 남들만 의식하지 말고, 내 주위가 어떻게 바뀌고, 다른 나라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도 귀랑 눈을 한 번 정도 기울여 달라고 말해주고 싶다.

얼마 전에 Morning Brew에서 e스포츠 산업에 대해 짧지만, 강렬했던 기사를 읽었다. 이렇게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다는 걸 나한테 스스로 다시 한번 상기시킬 수 있었던 좋은 계기이기도 했다. 7월 26일, 역사상 최초의 Fortnite World Cup이 뉴욕의 Arthur Ashe 경기장에서 열렸다. 참고로 아서 애시 경기장은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US Open이 열리는 테니스장인데, 약 23,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경기장이다. e스포츠라고 하면 애들이 헤드폰 끼고 큰 모니터 앞에서 게임을 하는,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시간 낭비하는 사회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은 훨씬 더 많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런데 포트나이트 월드컵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표 23,000개가 (표 값은 $50 ~ $150) 판매 시작하자마자 완판됐고, 30대 테니스 선수 두 명이 땀 흘리면서 열심히 테니스공을 쫓아다니는 걸 보는 대신, 100명의 10대들이 땀 흘리면서 열심히 키보드 두드리는 걸 관람하기 위해서 전 세계에서 표를 구매한 것이다.

포트나이트 숫자와 상금도 어마어마하다. 온라인 예선경기 참가자가 무려 4,000만 명, 그리고 예선을 통과한 각 ‘선수’에게는 6,000만 원의 기본 상금이 주어졌다. 총상금 370억 원 중 솔로와 듀오 시합 우승 상금은 각 37억 원이었다. 참고로 타이거 우즈가 최근에 마스터스 골프 대회 우승했을 때 상금은 24억 원이었다.

나도 e스포츠 분야를 관심 갖고 보고 있고, 많진 않지만, 투자도 했지만, 이 숫자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하면, 나같이 예상치 못했고 놀랍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봤자 게임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아직 많다. 참석자 수와 상금을 보고도 애들 장난이라고 하는 분들한테는 도대체 그럼 뭐가 심각한 비즈니스인지를 오히려 되물어보고 싶긴 했다. 아직 이분들한테는 쿠팡이나 크래프톤(블루홀)도 어린 친구들이 장난같이 운영하는 제대로 된 비즈니스가 아니고, 삼성과 현대자동차만 제대로 된 사업이고, 이런 회사에만 자식들이 취직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이야기의 본론으로 돌아가 보면, 우리나라도 이젠 남의 시선을 그만 신경 쓰고,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서 변화할 때가 된 거 같다. 하나뿐인 자식을 열심히 공부시켜서 좋은 대학에 진학 시키는 거 좋긴 하다. 그런데 이렇게 세상이 돌아가고 변하는 걸 보면, 과연 초/중/고 12년을 모두 대학진학에 투자하고, 대학교를 가는 게 앞으로도 계속 예전같이 중요할지, 그리고 경제적으로 봤을 때 제일 나은 선택일지, 의문이 든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현존하는 너무나 많은 직업이 없어질 텐데, 많은 부모의 생각과 시선이 아직도 20년 전의 과거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참고로, 얼마 전에 내가 미국 부모한테 듣기로는, 미국 애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장 받고 싶어 하는 게 포트나이트 게임 팩과 게임을 더 잘 할 수 있게 받을 수 있는 과외라고 한다. 이 부모 모두 아이비리그 나온 변호사랑 회사 임원인데, 요새 딸이 열심히 포트나이트 온/오프라인으로 과외를 받고 있고, 그걸 너무 좋아하는 걸 옆에서 보면 본인들도 즐겁다고 하면서, “Well, the world is changing. Much faster than we think and we want it to.”라는 말을 했다.

변화만이 유일한 상수이다. 정말로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하고 있고, 여기 발맞추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 테스트

나는 “최고의 제품이야말로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다”라는 말을 과거에 자주 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제품 자체가 너무 좋으면 굳이 마케팅하지 않아도 알아서 입소문이 퍼질 것이고, 이렇게 해서 얻게 된 고객이야말로 마케팅 비용을 태워서 인위적으로 만든 고객보다 훨씬 더 값지다는 의미다. 아무리 마케팅을 잘하고, 돈을 많이 써도, 제품이 후지면 다시는 고객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주위 사람들한테 안 좋은 소리를 해서 이런 사업이 커지기란 쉽지 않다. 기발한 마케팅 방법으로 많은 고객을 초기에 온보딩하고, 많은 제품을 판매해서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하지만, 결국 제품을 사용해 본 고객의 피드백이 좋지 않아서 성장한 속도보다 더 빨리 하락해서 결국 망하는 비즈니스를 우리 주위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초기 투자금을 대부분 마케팅에 사용하겠다는 스타트업은 항상 나의 관심 밖이었다. 그 돈으로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과 철학이 있었고, 지금도 큰 그림에서는 변함은 없다.

그래도 요샌 내가 이 말을 바이블같이 너무 자주 하지 않는 이유는, 워낙 경쟁이 심해지고 제품의 수준이 다들 높아져서, 좋은 제품이 있어도 어느 정도의 마케팅이 동반되어야지만, 남들보다 더 빨리 입소문을 만들 수 있고,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물론, 마케팅 비용 정당화의 기본은 아주 좋은 제품이다. 요새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회사는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매달 일정 비용의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는데, 주로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에서 모든 비용을 집행한다. 아주 이상한 제품이 아니라면, 그래도 마케팅 비용을 쓰면 사용자들을 획득할 수 있고, 이 사용자들은 돈을 써서 회사의 매출에 기여를 한다. 그리고 매출이 조금씩 증가하면, 그만큼 마케팅 비용을 또 올려서 집행하고, 당분간 이 과정을 반복한다.

이런 회사의 초기 수치를 보면 나는 판단이 잘 안 선다. 어느 수준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마케팅에 돈을 써야 하고, 마케팅으로 획득한 고객을 lock-in 시켜서 다른 곳으로 못 가게 만든 후부터 비로소 소위 말하는 질 좋은 매출을 만들 수 있을 텐데, 그 단계까지 가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전에 내가 포스팅한 “마이너스 매출총이익“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어쨌든 계속 마케팅 비용을 쓰고, 계속 돈을 더 많이 써야 한다. 그래야지만, 초기 성장 곡선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회사를 봤을 때, 과연 이 비즈니스가 unit economics를 맞출 수 있는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이 단계에서는 정말 판단하기가 너무 힘들다. 돈을 쓰면 매출이 나오고, 돈을 더 쓰면 매출이 더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상황에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그리고 현재 펀드레이징 중이라면, 투자자들이 온갖 정보를 다 요청할 것이다. 이 비즈니스가 정말 product market fit을 찾았고, 그 fit에 마케팅 비용을 집행해서 성장이 생기는 건지, 아니면 그냥 돈을 쓰니까 수치는 당연히 올라가고, 이걸 실제 성장과 혼동하고 있는 게 아닌지가 참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스타트업한테 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여러 번 해보라고 권장한다.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는 속도에 의도적으로 변화를 줘서, 우리 매출과 성장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자세히 관찰하고 마케팅 대비 성장을 정량화하라는 의미인데, 게임 서버에 수많은 사람이 일제히 접속했을 때 게임이 원활하게 돌아가는지의 여부를 집중적으로 체크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와 비슷한 맥락이지만, 그 반대의 개념으로 내가 그냥 사용하는 용어이다.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일주일 또는 길게는 한 달 정도 마케팅 비용 집행을 아예 멈춰보라는 권장도 가끔 한다. 마케팅에 돈을 전혀 쓰지 않을 때, 매출이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면, 이건 우리가 어느 정도 product market fit을 찾았고, 고객이 기꺼이 돈을 내고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의미라고 해석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이런 패턴이 정량화된다면, 투자 받는 게 수월해진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 집행을 감소했을 때, 매출도 그대로 떨어지거나 비용을 줄인 비율보다 매출의 하락 비율이 더 크다면, 이 비즈니스는 지속성이 약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전반적인 사업을 검토해보면 좋다. 마케팅을 아예 하지 않으니까, 2주 안으로 매출이 거의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봤는데, 이런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거랑 비슷하다.

내가 아는 사업을 잘하는 팀은 모두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회사에서 집행하는 마케팅 비용을 정당화하고 공식화하기 위해서 여러 정량적인 시도를 하는데,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 모두 명심하면 좋을 것 같다.

미친 성장과 미친 펀딩만이 답인가?

sun-581299_640프랑스 요리 중 푸와그라(Foie Gras)라는게 있다. 불어로 ‘살찐 간’이라는 뜻인데, 거위의 간을 페이스트 형식으로 만든 요리다. 이걸 만들기 위해서 거위를 못 움직이게 고정한 후 강제로 사료를 하루에 여러 번 먹여서 사육하는데, 이렇게 하면 간이 커진다고 한다. 얼마 전에 CB Insights에서 발표한 내용 중 ‘The Foie Gras’ing Of Startups‘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여기서 말하는 살찐 간 스타트업은, 짧은 기간 안에 펀딩을 너무 많이 받아서 덩치가(=밸류에이션) 비대해지는 회사인데, 투자를 많이 받아서 ‘살찐’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하늘을 치솟지만, 정말로 이 회사의 가치가 그렇게 높은지 비교·분석해봤다.

2013년부터 1,000억 원 이상의 엑싯(IPO와 M&A 포함)을 한 스타트업 500개 이상을 분석했고, 전체 투자받은 금액이 1,000억 원 이하인 회사(=적게 투자받은 회사)와 1,000억 원 이상인 회사(=많이 투자받은 회사)로 구분한 후, 이들이 인수됐을 때의 기업가치 또는 IPO 기업가치를 비교했고, 그 이후의 단기/장기 기업가치의 변화도 비교해봤다. 모두 미국 기업이었고, 다음과 같은 시사점이 있었다:
1/ IPO 이후에는, 많이 투자받은 회사가 적게 투자받은 회사보다 실적이 현저하게 떨어짐.
2/ 가장 많이 투자받은 회사들이 장기적으로는 가장 적게 성장함.
3/ 1,000억 원 이하로 투자받은 많은 회사가 가장 좋은 엑싯을 함.
4/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 같은 메가 펀드로부터 큰 투자를 받은 회사들의 엑싯 자체는 가장 컸지만,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계속 줄어들고 있음.
5/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는 예외 – 투자도 많이 받고, 엑싯도 컸고, 수익도 큼. 그런데 페이스북과 같은 아웃라이어들이 미디어를 도배하기 때문에 많이 투자받고 엑싯하는게 무조건 좋다는 인식이 생김.

한 회사가 투자금을 주주가치와 주주 이익으로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환산할 수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좋은 지표는 그 회사의 엑싯 기업가치 대비 총 투자받은 금액이다. 투자를 적게 받은 회사가 엑싯을 크게 하면, 이 지표는 높고, 투자를 많이 받은 회사의 엑싯이 상대적으로 작으면, 이 지표는 낮다. 즉, 요새 미디어에서 매일 흔하게 읽을 수 있는 1,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회사들의 끝이 항상 해피엔딩은 아닐 거라는 말이다. 기업가치 수조 원에 수 천억 원을 투자받은 회사도 IPO 하거나 인수되어야 하는데, 그때 기업가치가 낮거나, 그 이후에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낮아지면 이 회사의 ‘효율’은 상당히 낮다는 뜻이다.

투자를 많이 받은 대표적인 회사 – 가장 많은 펀딩을 받고, 가장 밸류에이션이 높은 – 11개 중 6개인 스냅, 그루폰, 드롭박스, 징가, 렌딩클럽과 그린스카이는 IPO 이후 기업가치는 오히려 하락했다. 이 중 기업가치가 올라간 회사인 트위터나 Zayo Group도 기업가치 성장이 2배 이하였고, 다큐사인은 IPO 이전이나 이후나 기업가치는 거의 같다.

그런데 투자를 적게 받은 회사의 가치 변동을 보면, 조금은 다른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투자를 적게 받은 회사 중, IPO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9개 스타트업 중 6개인 Veeva Systems, Palo Alto Networks, ServiceNow, Tableau Software, Splunk와 Ubiquiti Networks는 IPO 후 시총이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ServiceNow는 기업가치가 IPO 이후 1,900% 증가했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B2C 회사보단 B2B 회사들이 투자를 적게 받았지만, 장기적인 기업가치는 훨씬 더 높아지는 거 같다.

이 글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실리콘밸리의 메가 펀딩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미친 펀딩과 미친 성장은 겉으로만 번드르르하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 특히, public market의 관점에서 – 봤을때 오히려 미친 펀딩과 미친 성장은 실패로 가는 공식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오히려 이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 스타트업은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더 적게 투자받고, 더 좋은 엑싯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노련한 VC한테 배울 수 있는 점

CB Insights는 여러 분야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양한 기사와 리포트를 만들어서 매일 출간한다. 얼마 전에 발표한 리포트는 USV의 프레드 윌슨이 USV를 설립한 2003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종교적으로 쓰는 블로그의 내용을 기반으로 그의 VC 경력을 통해서 배울만한 교훈 11가지를 정리해준다. USV는 2011년부터 거의 해마다 1조 원 이상의 엑싯을 통해서 큰 수익을 만들었고, 트위터, Indeed, Etsy 등이 그런 유니콘들이다.

참고로 프레드 윌슨은 40년 동안 직간접적으로 1,00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를 했는데, 그의 블로그를 보면 노련미 넘치고 인사이트가 작렬하는 내용이 아주 많이, 그리고 쉽게 설명되어 있다. 어떤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정도 쓸 수 있는 그런 통찰력 있는 글을 매일 쓰는 프레드 윌슨한테 배울 수 있는 점을 정리한 이 리포트를 읽어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11개의 포인트를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Keep your vision simple at the beginning – 시작할 때는 돈도 없고 자원도 없으니, 간단한 거부터 시작해서 이 걸 완벽하게 한 후, 다른 기능이나 시장으로 이동
2/ Early revenue growth isn’t always a positive – 사업 초반부터 매출이 나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대신, 초반 매출보단 더 많고 안정적인 미래의 매출을 만들 수 있는 product-market fit에 집중
3/ Social networks are most effective when bundled with other services – 소셜 서비스는 “소셜”과 특정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같이 제공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링크드인은 소셜 네트워크지만 이력서 DB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더 파워풀함
4/ Second order network effects – 소프트웨어 자체는 결국 일용품이지만,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사용자 네트워크를 만들면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음
5/ Social networks for the single user – 소셜 네트워크는 단순히 내 지인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중요한 게 아니라, 나한테도 뭔가 유용한 가치를 제공해줘야지 중요함
6/ Spend the most energy on your middle portfolio pack – 투자자는 가장 잘하는 투자사나 가장 못 하는 투자사가 아니라, 중간에 있는 투자사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여기 회사들이 펀드에 가장 큰 수익을 만들어 주기 때문
7/ Invest in bits, not atoms – atom은 옷과 음식과 같은 물리적인 제품을 구성하지만, bit은 정보와 같은 정형화 할 수 없는 제품을 구성한다. Bit에 투자해야지 더 짧은 시간에 더 빠른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atom에 투자하면 VC가 원하는 시간 내에 수익이 발생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함
8/ Investors need to love their losers – 잘 안 되는 투자사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야지만, 정말로 안 될 회사라면 빨리 손실 처리해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가능성이 있는 회사라면 더 많은 지원을 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음
9/ Discipline – 남들이 투자한다고 따라서 투자하기보단, 나만의 철학을 갖고 투자를 하다 보면, 1년에 20개 회사에 투자할 수도 있고, 1개 회사에만 투자할 수도 있다.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님
10/ Crisis can make a company stronger – 위기 상황에서는 평소 하기 어려웠던 과감한 결정을 대표이사가 할 수 있고, 이렇게 하는 게 오히려 회사 성장의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음
11/ Growth isn’t always worth it – 빨리 성장하는 게 항상 좋은 건 아니다. 성장에는 그만큼 희생이 따름

증권거래위원회 대 Kik

2017년 5월부터 9월까지 Kik이라는 메신저 서비스는 Kin이라는 코인을 ICO를 통해서 판매했고, 미국과 해외 투자자로부터 약 1,20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했다. 암호화폐에 대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면, 이 시기부터 암호화폐 시장이 미친 듯이 가열됐고, 수많은 사람과 회사가 합법적으로, 또는 불법적으로 ICO를 통해서 엄청난 투자를 받았다. 그런데 Kin 코인이 다른 ICO랑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면, ICO만을 위해서 갑자기 없는 법인과 재단을 만들고, 실체가 없는 프로젝트를 판매한 게 아니라, 거의 10년 동안 꽤 성공적인 메신저 제품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던 스타트업이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메신저 플랫폼 생태계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Kin이라는 자체 코인을 발행했다는 점이다. 특히 Kik은 이미 USV랑 Spark Capital과 같은 좋은 VC로부터 1,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었다.

그런데 미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올해 6월 Kik의 ICO가 불법이었고, 투자자를 기만했다면서, Kik을 상대로 증권법위반 소송을 냈다. 내가 얼마 전에 한 변호사가 이 고소장에 꽤 자세하게 본인의 생각과 코멘트를 달아 놓은 걸 읽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상당히 흥미로웠다. 혹시 관심 있는 분이라면, 여기서 전부 다 읽어볼 수 있다. 49장짜리 고소장이지만, 핵심 내용은 단순하다. Kin은 유틸리티 토큰이 아니라 시큐리티 토큰이며, 투자자를 모집할 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ICO는 불법이라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미증권법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한테 투자를 받으려면, 회사의 상황과 앞으로 이 투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 매우 투명하게 투자자한테 공유를 해야 하는데, Kik은 말도 안 되는 백서로 – 그것도, 대부분 지키지 못할 거짓말로 가득한 – 돈을 1,000억 원 이상 모집했으며, 심지어는 Kin 코인으로 투자자들은 돈을 엄청나게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허황한 약속까지 했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그리고 애초부터 이 돈으로 Kin 생태계를 만들 생각이 없었고, 원래 하던 메신저 서비스의 사용자 수와 매출이 계속 하락하자, 최후의 발악으로 그냥 ICO를 해서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투자자의 돈을 모집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그동안 수집한 여러 가지 증거를 고소장에 나열했다. 마치 한 편의 하버드 MBA 케이스 스터디를 읽는 것과 같았다.

SEC한테 고소를 당하자, 가만히 있지 않고 이 소송에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Kik은 Defend Crypto 라는 사이트를 만들어서 암호화폐로 기부를 받기 시작했고, 현재 약 20억 원의 후원을 받았다. 뭐, 나는 이 사건의 당사자도 아니고, Kin을 구매하지도 않아서 정확한 건 잘 모르겠지만, 이 고소장을 읽어보면, Kin ICO는 사기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긴 한다. 하지만, 이렇게 따지면 어떤 ICO가 제대로 된 ICO일까 하는 생각 또한 해본다.

실은 Kik보다 더 큰 메신저 플랫폼이 ICO를 통해서 더 크게 펀드레이징을 한 사례도 있는데, 바로 텔레그램의 ICO다. Gram이라는 코인을 통해서 자그마치 2조 원이라는 투자금을 받았는데, Kik이랑 비슷하게 텔레그램도 정확히 이 돈으로 뭘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거 같다. 이번 사건의 결과에 더욱더 관심이 가는 이유는, 바로 Kin이 유틸리티가 아니라 증권형 토큰으로 판명이 나고, Kik이 재판에서 패한다면, 그동안 진행됐던 수많은 ICO에도 지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말도 안 되는 ICO가 너무나 많았는데, 이 결과가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좀 궁금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