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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니콘 지도

unicorn-market-map-08.27.2019Cowboy Ventures의 Aileen Lee가 ‘유니콘’이라는 말을 만들고 사용하기 시작한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지금은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유니콘이라는 말을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만, 2013년 11월 2일 TechCrunch에서 처음으로 유니콘이라는 말 – horse가 아니라 word – 이 등장했을때는 정말 신박했다. 당시 유니콘의 정의는 “2003년 이후 창업된 미국 소재 소프트웨어 회사 중 기업가치가 $1B 이상인 비상장/상장 기업” 이었고, 39개 밖에 없었다. 실은, 그땐 39개라는 숫자도 엄청 많다고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니콘의 정의가 조금 바뀌었는데, 2019년 유니콘 기업의 정의는 “기업가치가 $1B 이상인 비상장 기업” 이고, CB Insights에 의하면 전 세계에 393개나 있다.

얼마 전에 CB Insights에서 전 세계 모든 유니콘이 그려진 지도를 봤는데,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여기서 공유한다. 393개 유니콘의 전체 기업가치 총합은 $1,218B이고, 이 중 미국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중국이 143개로 2위다.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 유니콘의 86%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9개로 6위다. 이렇게 작은 나라에 공식 유니콘이 9개 – 밸류에이션 순으로 쿠팡, 크래프톤, 옐로모바일,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비바리퍼블리카(토스), L&P 코스메틱스(메디힐), 위메프, GP 클럽, 야놀자 – 라는 건, 실은 상당히 높은 숫자라고 생각한다.

이 지도를 큰 그림으로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유니콘 지도에서 가장 큰 분야는 핀테크(전체 유니콘의 12%). 그다음은 이커머스, 인터넷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그리고 AI인데, 모두 각각 11%씩 차지.
2/ 핀테크 분야에서 가장 밸류에이션이 높은 스타트업은 $22.5B인 Stripe, 이커머스는 $11.2B인 Wish, 그리고 인터넷 서비스는 $10B인 중국의 부동산 플랫폼 베이커 자오팡.
3/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유니콘 넘버 1 기업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고, 최근에 탤런트 이승기씨가 “숏확행”으로 광고하고 있는 틱톡을 소유하고 있는 중국의 Bytedance. 나도 잘 몰랐는데, 바이트댄스를 CB Insights에서는 AI 회사로 분류하고 있음. 2018년 11월 소프트뱅크가 투자할 때 기업가치는 무려 $75B. 2위 또한 중국 회사인데, 중국의 우버 디디추싱이 $56B. 3위가 $50B인 전자담배 업체 쥴. 이제 곧 IPO 해서 유니콘 리스트에서는 사라질 $47B의 위워크가 4위이고, 에어비앤비가 $29B으로 5위.
4/ 유니콘 1위(바이트댄스)와 2위(디디추싱) 기업이 모두 중국 스타트업.
5/ 전체 유니콘의 5%가 기업가치 $10B이 넘는 데카콘. 쿠팡은 유니콘 리스트에서 22위인데, 밸류에이션이 $9B이라서 아직은 이 5% 안에 들어가지 못함.
6/ 전체 유니콘 중 31%가 턱걸이 유니콘(기업가치가 정확히 $1B)

앞으로 5년 후에 CB Insights 유니콘 리스트에는 과연 몇 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을지, 그리고 또 어떤 재미있는 이름과 회사가 등장할지 무지하게 기대된다. 특히, 한국에는 유니콘이 몇 개가 있을지.

<이미지 출처 = CB Insights>

dapp Campus

우리는 2013년도에 국내 최초의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 투자하면서, 한국에서는 남들보다 훨씬 빨리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시장에 눈을 떴다. 그동안 이 분야에는 정말 많은 up and down이 있었고, up 시장에는 스마트폰이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코인 구매에 관심을 보였고, down 시장에는 스스로 “Crypto Architect”라고 부르던 투자자들마저도 등을 돌리는 일들이 반복됐다. 나도 실은 이 시장에 대한 단기적인 믿음이 왔다 갔다 하긴 했지만, 장기적인 관심과 믿음은 한 번도 변함없이 계속 높았고, 꾸준히 이 시장을 보고, 계속 이 시장에서 뭔가 하려고 하는 팀을 꾸준히 만났다.

2018년은 크립토 시장의 맹신과 불신이 교체하면서, 불신이 더 커졌던 거 같고, 2019년 와서도 이 트렌드는 계속 지속되고 있는 거 같다. 나는 이 시점이 크립토/블록체인에 투자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ICO로 단기적인 한탕을 바라는 사람들은 시장을 떠났고, 장기적으로 이 시장을 믿는 창업가들만 남았고, 회사의 밸류에이션도 이제 어느 정도 적당한 수준으로 수렴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는 블록체인 기반 자산으로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겜퍼라는 회사에 투자했다.

투자하기 전에 한 8개월 정도 만나면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는데, 이 팀은 이보다 훨씬 전부터 크립토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동안 얻은 지식을 활용하여 이더리움/하이퍼레저 유튜브 채널 dapp Campus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무료이며, 누구나 다 구독할 수 있다. 내가 개발자는 아니라서, 자세히 이해하진 못하지만, 교과서에서 얻은 지식이 아니라 겜퍼팀에서 직접 현장에서 뛰면서 제품 만든 노하우를 담았기 때문에 상당히 실용적이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 흔히 말하는 “탈중앙” , “분산원장” , “위조불능” 등의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실습까지 보여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블록체인을 좋아하는 분들과 오픈소스 정신으로 이 커뮤니티를 함께 발전 시켜 나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오프라인 방문의 데이터화

1565679876803얼마 전에 쿠팡에서 골프 드라이버를 열심히 검색했다. 구매는 안 했지만, 같은 드라이버 중에서도 다른 종류의 샤프트 제품을 꽤 오랫동안 보다가 몇 개는 장바구니에 담아 놓기만 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에 페이스북을 보고 있는데, 내 타임라인에 이 드라이버랑 다른 골프용품 광고가 떴고, 나는 결국 드라이버도 샀고, 아이언 세트까지 새로 구매했다. 실은, 골프는 아니더라도, 이런 경험을 안 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온라인 광고와 타게팅 기술은 매우 고도화됐고, 고객의 행동을 구매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기술과 제품의 진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고객의 행동과 여행 과정을(고객의 검색 이력, 구매 이력, 구매 채널, 구매 이후의 행동 등) 꽤 정확하게 트래킹하고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과 기술이 존재하고, 이걸 기반으로 엄청난 규모의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그런데, 전 세계 모든 구매의 80%는 아직도 오프라인에서 일어나고 있고, 오프라인 세상에서는 특정 고객이 어디서, 뭘, 어떻게 구매하는지 분석하고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이나 서비스가 아직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문제가 우리 투자사 로플랫의 창업 배경이다. 구매의 대부분이 일어나고 있는 오프라인 세상에서 고객의 동선과 행동 패턴을 분석할 수만 있다면, 나의 쿠팡과 페이스북의 온라인 경험보다 훨씬 더 정확한 경험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고, 회사의 입장에서도 더욱 정확하고 비용 효율적인 타게팅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현대자동차를 검색하고, 현대자동차 사이트를 방문하고, 페이스북에서 자동차 관련 그룹에 가입을 하면, 차에 관심 있고, 차를 구매할 잠재 고객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현대자동차 또는 다른 자동차 회사에서 차 관련 온라인 광고를 계속 노출시킨다. 하지만, 이 사람이 당장 자동차를 구매할 계획을 갖고 있는지, 1년 후에 구매할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차를 좋아하는 건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만약 이 고객이 실제로 현대자동차 매장을 방문하고, 주말마다 자동차 매장에 간다면, 차를 조만간 구매할 확률이 높다고 더 정확하게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자동차 광고를 푸시하거나, 아니면 금융회사에서 자동차 리싱 상품을 광고할 수가 있다.

얼마 전에 로플랫에서 발행한 에는 굉장히 재미있고 유용한 정보가 많다. 요새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일본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된 유니클로 매장 방문객이 현저하게 줄면서 이로 인해서 유니클로의 한국 매출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는 기사나 방송을 많이 봤을 것이다. 유니클로한테는 큰 타격이겠지만, 반대로 유니클로의 국산 경쟁 브랜드에게는 이번 이슈는 고객과 매출을 늘리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유니클로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수에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기사에 많이 언급되는 유니클로의 경쟁사 10개의 매장 방문객 수에는 같은 기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분석해본다. 예상대로 일본 불매 운동이 시작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오프라인 매장 트래픽의 변화가 눈에 띄게 보이는데, 사용자들의 실제 매장 방문 기록으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경쟁사는 조금 더 추적 가능하고 비용 효율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실은 로플랫이 사용하는 와이파이 핑거프린팅 방법 외에 물리적인 비콘, 자기장, 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오프라인 트래픽을 데이터화 하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는데, 특정 고객의 온라인 행동 패턴과 오프라인 행동 패턴을 모두 취합할 수 있다면 상당히 깊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미 이걸 오래전부터 해오는 회사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구글이 아닐까 싶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벤처캐피탈의 역사

한국벤처투자(KVIC)에서 매달 KVIC 마켓워치라는 유용한 저널을 발간한다. 한국벤처투자는 한국의 벤처캐피탈 역사와 처음부터 같이 했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데, 이런 정보를 민간과 공유하기 위해서 발간하는 저널이다. 마켓워치 6월 호 뒷부분에 ‘미국 벤처캐피탈의 역사 및 시사점’이라는 섹션이 있는데, 나도 이 분야에 종사하면서 개인적으로도 잘 몰랐던 내용이 많아서 꽤 재미있게 읽었다. 내용을 좀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처음부터 벤처캐피탈이란 용어가 사용되진 않았지만, 미국은 19세기 말부터 기술 혁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과학 기술 기반 회사들이 비즈니스에 필요한 새로운 제품과 생산 공정을 개발하기 위해서 내부 기업 부설 연구소에 투자하고, 외부 발명가한테도 투자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은행이 점점 위험을 회피하는 분위기라서 창업가는 공식적인 은행이나 금융기관으로부터 보단 주변 가족, 친구, 또는 성공한 기업인으로부터 초기 자금을 투자받았는데, 우리가 농담처럼 말하는 3F가(Friend, Family, Fool) 초기 모험 자본을 대주면서 시작됐다. 내가 몰랐던 사실은 GM이나 포드와 같은 대형 자동차 회사와 항공 회사조차 초기 자금은 그냥 개인들이 제공해줬다고 한다.

이렇게 비체계적으로 투자가 되다가 1929년 10월 뉴욕 주식거래소가 폭망하는 대공황을 시작으로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재편되었는데, 큰 틀로 보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류했고, 상업은행은 창업가에게 모험자본을 더는 제공할 수 없게 되면서 중소기업의 중요한 자금줄이 끊기게 됐다. 이 시기에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정부 차원에서 이뤄졌고, 벤처캐피탈이라는 용어는 이때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벤처캐피탈이 필요한 이유는 실험 단계에 있는 사업을 위해 공모로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집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초기 사업에 대한 자금 조달은 위험에 익숙하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며, 새로운 사업의 관리를 잘 할 수 있는 개인들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됐다.

현재의 LP-GP 구조의 벤처캐피탈 형태는 1950년대 말에 출현했다. 기존의 벤처캐피탈도 파트너십 구조로 만들어졌지만, 가족들의 자본으로만 이루어졌고, 주로 공모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했는데, 유명한 VC인 Tim Draper의 아버지 Bill Draper가 만든 DGA(Draper, Gaither and And 가족 외의 돈을 투자받을 수 있고, GP가 연간 운용보수와 배당 일부를 받을 수 있는 성공보수의 개념이 적용된 최초의 합자 조합(LP: Limited Partnership)의 벤처캐피탈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1950년도 이전에는 MIT가 있는 보스톤을 기반으로 동부에서 벤처캐피탈이 더 많이 생겼는데, DGA를 시작으로 캘리포니아로 그 축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DGA가 캘리포니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게 된 논리는 당시만 해도 서부에는 중소기업에 체계적으로 자금을 대줄 수 있는 민간 투자 은행 그룹이 없었기 때문에, 서부의 벤처캐피탈은 중소기업과 상업은행들에 의해 큰 환영과 지원을 받으리라는 것이었는데, 이게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서부 벤처캐피탈의 성공은 다른 투자자들이 샌프란시스코 지역으로 모이게 하는 큰 자극이 됐다.

1970년대에 와서는 LP와 GP 모두에게 큰 수익을 안겨 줄 수 있는 Limited Partnership 형태의 벤처캐피탈이 본격적으로 정착되면서 대형 펀드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더욱더 많은 VC가 생기고, 이들이 더욱더 많은 회사에 투자하면서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회사의 지분을 청산하는 게 너무 어려워졌다. 대형 증권거래소는 아직도 소규모 스타트업을 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회사는 유동성이 낮은 장외시장에서 상장돼야 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1971년 나스닥 시장이 새롭게 열리면서 벤처캐피탈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다. 나는 나스닥이 벤처캐피탈 성장에 이렇게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걸 이걸 보고 알았다. 그러면서 실리콘밸리의 인터넷 혁명이 시작하면서 벤처캐피탈 산업은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했고, 그동안 시장의 up and down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면서 계속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런 흐름을 타면서 스트롱벤처스와 같은 VC도 생기게 된 것 같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미국이 정말 대단한 나라라는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19세기 말부터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할 방안에 대해서 고민한 그 시작점 자체가 다른 나라한테는 넘사벽이다. 그래서 중국이나 다른 나라가 아무리 노력하고 빨리 따라잡으려고 해도 이런 역사, 경험, 그리고 저력을 넘는다는 건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기술 중심의 중소기업이 많이 생겨야 한다는 사실을 일찍 파악했고, 이 기업들에 돈을 제공하기 위해서 Limited Partnership이라는, 투자자와 투자받은 기업 모두가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우수한 형태의 벤처캐피탈이라는 구조를 탄생시켰다는 건 미국이기에 가능했던 거 같다.

1938년 1월 13일 자 WSJ 사설은 벤처캐피탈을 “수익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지 않은 투자”로 정의를 했다. 실은 지금까지 내가 들어봤던 벤처캐피탈의 그 어떤 정의보다 명쾌하고 정확한 개념인데, 81년이 지난 지금도 이 정의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수익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지 않은 투자를 하는 나, 선후배, 그리고 동료 VC들이 참 자랑스럽고 왠지 든든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변화만이 유일한 상수

나는 요새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이 분야에 있으면 워낙 많은 것들이, 생각보다 빨리 변하기 때문에 변화와는 매우 익숙해져야 하는데, 인간의 본성이 변화를 싫어해서 그런지 나도 계속 자신을 훈련시켜야지만 이걸 더 잘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외국에 사는 후배가 한국에 잠깐 나왔는데, 한국 부모의 자식에 대한 높은 학구열과 극성에 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애를 안 키워서 잘 모르는데, 부모들의 극성이 예전보다 더 심해졌고, 애들을 남들보다 더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열정과 욕심은 더 높아졌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서는 내가 이야기할 자격도 없고 필요도 없지만, 세상이 생각보다 빨리 바뀌고 있고, 이에 맞춰서 우리의 관점 또한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분들한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너무 남들만 의식하지 말고, 내 주위가 어떻게 바뀌고, 다른 나라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도 귀랑 눈을 한 번 정도 기울여 달라고 말해주고 싶다.

얼마 전에 Morning Brew에서 e스포츠 산업에 대해 짧지만, 강렬했던 기사를 읽었다. 이렇게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다는 걸 나한테 스스로 다시 한번 상기시킬 수 있었던 좋은 계기이기도 했다. 7월 26일, 역사상 최초의 Fortnite World Cup이 뉴욕의 Arthur Ashe 경기장에서 열렸다. 참고로 아서 애시 경기장은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US Open이 열리는 테니스장인데, 약 23,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경기장이다. e스포츠라고 하면 애들이 헤드폰 끼고 큰 모니터 앞에서 게임을 하는,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시간 낭비하는 사회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은 훨씬 더 많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런데 포트나이트 월드컵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표 23,000개가 (표 값은 $50 ~ $150) 판매 시작하자마자 완판됐고, 30대 테니스 선수 두 명이 땀 흘리면서 열심히 테니스공을 쫓아다니는 걸 보는 대신, 100명의 10대들이 땀 흘리면서 열심히 키보드 두드리는 걸 관람하기 위해서 전 세계에서 표를 구매한 것이다.

포트나이트 숫자와 상금도 어마어마하다. 온라인 예선경기 참가자가 무려 4,000만 명, 그리고 예선을 통과한 각 ‘선수’에게는 6,000만 원의 기본 상금이 주어졌다. 총상금 370억 원 중 솔로와 듀오 시합 우승 상금은 각 37억 원이었다. 참고로 타이거 우즈가 최근에 마스터스 골프 대회 우승했을 때 상금은 24억 원이었다.

나도 e스포츠 분야를 관심 갖고 보고 있고, 많진 않지만, 투자도 했지만, 이 숫자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하면, 나같이 예상치 못했고 놀랍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봤자 게임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아직 많다. 참석자 수와 상금을 보고도 애들 장난이라고 하는 분들한테는 도대체 그럼 뭐가 심각한 비즈니스인지를 오히려 되물어보고 싶긴 했다. 아직 이분들한테는 쿠팡이나 크래프톤(블루홀)도 어린 친구들이 장난같이 운영하는 제대로 된 비즈니스가 아니고, 삼성과 현대자동차만 제대로 된 사업이고, 이런 회사에만 자식들이 취직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이야기의 본론으로 돌아가 보면, 우리나라도 이젠 남의 시선을 그만 신경 쓰고,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서 변화할 때가 된 거 같다. 하나뿐인 자식을 열심히 공부시켜서 좋은 대학에 진학 시키는 거 좋긴 하다. 그런데 이렇게 세상이 돌아가고 변하는 걸 보면, 과연 초/중/고 12년을 모두 대학진학에 투자하고, 대학교를 가는 게 앞으로도 계속 예전같이 중요할지, 그리고 경제적으로 봤을 때 제일 나은 선택일지, 의문이 든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현존하는 너무나 많은 직업이 없어질 텐데, 많은 부모의 생각과 시선이 아직도 20년 전의 과거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참고로, 얼마 전에 내가 미국 부모한테 듣기로는, 미국 애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장 받고 싶어 하는 게 포트나이트 게임 팩과 게임을 더 잘 할 수 있게 받을 수 있는 과외라고 한다. 이 부모 모두 아이비리그 나온 변호사랑 회사 임원인데, 요새 딸이 열심히 포트나이트 온/오프라인으로 과외를 받고 있고, 그걸 너무 좋아하는 걸 옆에서 보면 본인들도 즐겁다고 하면서, “Well, the world is changing. Much faster than we think and we want it to.”라는 말을 했다.

변화만이 유일한 상수이다. 정말로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하고 있고, 여기 발맞추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