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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셀링

사람과 팀의 중요성은 이 블로그를 통해서 내가 하도 많이 이야기하고 강조했지만, 이 부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충분치 않을 정도로 중요하다. 우리가 스타트업을 검토할 때 가장 자세히 보는 게 팀과 관련된 슬라이드이며, 가장 많은 질문과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 팀과 관련된 내용이다. 대표이사는 과거에 어떤 걸 했고, 어떤 사유로 창업하게 됐는지, 다른 팀원들은 어떻게 알게 됐고, 얼마큼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지, 등등, 사소한 이야기부터 중요한 이야기까지 모든 걸 물어보는 편이다.

회사가 성장해서 매출과 같은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는 단계에서 투자하는 투자자는 팀도 보지만, 숫자와 시장도 많이 본다. 우리가 들어가는 초기 단계에는 이런 숫자도 없고 어떤 시장으로 진입할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일단은 어떤 사업을 하냐 보단, 누가 이 사업을 하냐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고, 이 부분만을 보고 투자했을 때 우리도 성공적인 투자를 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경험에 더욱더 올인 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회사를 검토할 때 팀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고, 우리가 투자한 이후에도 좋은 팀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는데, 나도 요새 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몸소 체감하고 있다. 우리 같은 VC도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이걸 모두 스트롱 멤버들의 개인 돈으로 하면 좋겠지만, 우리도 그렇게 개인적으로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도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우리 같은 VC한테 펀딩받아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같은 펀드에 출자 – 펀드에 투자할 땐 “출자”라는 말을 사용한다 – 하는 LP 들에게 펀딩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스타트업 펀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도 일단은 기존 출자자들에게 새로운 펀드를 만들건대, 또 투자할 건지(=팔로우 온 투자) 물어보고 일단 이들의 축복이 있으면, 기존 LP들의 출자금을 마치 전쟁터에 나갈 때 사용하는 총알과 같이 보유하고, 새로운 LP 들에게 피칭을 한다. 우리도 지금 신규 펀드를 만들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데, 피칭해야 할 LP 리스트를 보면 거의 80개의 기관과 개인들이 있고, 결국 이들에게 미친 듯이 피칭하고 돈 달라는 앵벌이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러면 스트롱은 투자받을 때 뭐를 강조하고 뭐를 셀링하는가? 우리야말로 정말 팔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우리가 무슨 앱을 만드는 회사도 아니고, 컨설팅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도 아니라서, 매출, MAU 등의 KPI를 보여줄 수 없다. 물론, 투자를 어느 정도 하면 투자 수익률이라는 실적이 있지만, 이건 정말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항상 수익이 발생하는 게 아니다.

결국엔 스트롱이 투자유치를 할 때, 우리가 팔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은 바로 우리 ‘팀’ 그 자체이다. 스타트업이 펀딩 할 때도 결국엔 팀을 셀링하지만, 그래도 제품이 있고,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수치가 어느 정도 있다. 우리는 정말로 100% 우리 팀을 팔아야 하고, 유일한 투자 가부 결정은 스트롱 팀으로 판단된다.

항상 느끼지만, 요샌 정말로 우리 팀의 소중함과 중요함을 매일, 매 순간 느끼고 있다. Go Strong.

마른 수건 쥐어짜기

최근에 동남아를 다녀왔는데, 우려했던 대로 글로벌 경기는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고, 시간이 갈수록 계속 안 좋아지는 걸 몸소 체감하고 왔다. 올해 하반기에는 조금 좋아질 거로 생각했지만, 매크로 경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불안하고, 나보다 더 큰 자금을 관리하고, 거시 경제를 잘 아는 분들은 2024년 하반기가 돼야지 경기가 회복할 거로 예측하는 것 같았다. 실은 올해 초에 동남아에서 큰 투자자들과 만났을 땐, 이것보단 분위기는 좋았었는데, 그동안 상황은 많이 악화된 것 같다. 우리에게 돈을 주는 LP들도 자금을 모집하는 게 쉽지 않다면, 우리 또한 펀드를 만드는 게 만만치 않고, 결국엔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 그리고 투자할 스타트업은 투자받는 게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실은 시장에 돈이 넘쳐흘러도 대부분 스타트업은 투자받는 게 어렵고, 어차피 투자받는 건 항상 어려웠는데 경기가 나빠진다고 얼마큼 더 어려워지겠느냐고 생각하는 창업가분들도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분들에게 내가 말해주고 싶은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시장 상황이 안 좋고, 엄청나게 좋은 성장이나 가능성을 보이지 못한다면, 아예 투자받을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 시간에 그냥 사업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서 투자금으로 런웨이를 연장하지 말고, 자체적으로 오랫동안 살아남을 방법을 찾으라고 하고 싶다.

우리도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 이렇게 강력하게 조언하고 있다. 런웨이가 12개월 이상 남았다면, 비용을 더 줄여서 이걸 18개월로 늘려보라고 하고 있고, 런웨이가 18개월 남았다면, 24개월로 만들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런웨이가 6개월~12개월 남은 회사들이 실은 요새 가장 힘들 것이다. 이 기간에 비즈니스 모델을 더 견고하게 만들고, 마케팅을 조금만 더 해서 필요한 고객군을 모집할 수 있으면 런웨이가 떨어질 때쯤 흑자 전환이 가능하고 이후에는 자생하면서 더 좋은 조건에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시장이 이렇게 불안한 상황에서 모든 예측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는다는 가정하에 사업하는 건 너무 무모하다. 그리고 앞으로는 좋은 성장이 예측되는 사업이지만, 현재의 모습은 그냥 나쁘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에 지금 펀딩을 시도하면 조건과는 상관없이 투자 자체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너무 낮아서 이런 대표들에겐 펀딩을 시도해 보자는 말도 잘 안 한다. 대신, 최대한 비용을 더 줄여서 일단은 마이너스가 나지 않는 비용구조를 만들어 보자고 권장한다.

어쨌든, 은행에 현금이 많든 적든, 모든 대표들은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는 대부분 스타트업의 비용은 인건비와 마케팅비라서 많은 대표들이 극적으로 사람을 해고하고 있고,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있다. 어떤 분들은 일주일 만에 인력의 절반을 내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많은 스타트업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극적인 경우에는 마케팅에 아예 돈을 안 쓰기도 한다. 이렇게 인력도 줄이고 마케팅도 안 하면, 회사의 비용은 줄겠지만 이에 따라 매출 또한 확 감소하는 게 정상일 텐데, 오히려 나는 요새 반대의 상황을 목격하고 있어서 자주 놀라고 있다.

우리 투자사 중 인원을 20명에서 4명으로 줄인 회사가 있다. 놀랍게도 이 회사는 20명일 때보다 더 많은 매출을 소화하고 있고, 비용은 극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몇 달째 연속 흑자 경영을 하고 있다. 통장 잔고 또한 늘어나고 있다. 어떤 투자사는 월 2,000만 원 이상 집행하던 마케팅 비용을 80% 이상 줄여서 350만 원의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다. 신기하게도 이 회사의 매출도 거의 안 떨어졌지만, 비용은 확 떨어져서 현재 흑자로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공장과 같은 오프라인 자산을 소유하면서 운영이 핵심인 비즈니스는 위에서 말 한 소프트웨어 사업들보다 훨씬 더 극적으로 비용을 줄이면서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사례도 우리 투자사와 다른 스타트업에서 볼 수 있다. 어떤 창업가들은 공장에서 아예 몇 달을 먹고 자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구멍을 하나씩 다 점검하면서 마른 수건을 짜듯이 비용을 줄였다. 이게 재미있는 게, 그 구멍 하나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구멍들이 운영 각 과정에서 정말 많이 보였고, 여기서 파악된 비효율을 모두 다 합쳐서 보니 어마어마한 비용 절감과 운영의 효율화를 추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절대로 줄일 수 없을 것 같던 비용을 확 줄이고, 창업 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흑자 운영을 경험한 대표들은 새로운 긍정의 힘과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는 다시 또 새로운 싸움을 하기 위한 용기가 된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비용이라는 수건을 짜야 한다. 마른 수건이라도 계속 쥐어짜다 보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공간이 분명히 보일 것이다.

Let’s make it happen and live to fight another day.

공갈 예측

오늘은 현실적인 목표 설정에 대해서 몇 마디 하고 싶다. 대부분 스타트업의 deck을 보면, 지금까지 달성한 수치와 앞으로 달성할 예측치가 포함된 슬라이드가 몇 장 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린 초기든 중기든, 웬만한 스타트업의 매출과 같은 KPI 예측치는 안 믿는다. 내일이 어떨지 예측할 수 없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회사가 1년 후에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건 큰 의미가 없고, 그냥 상상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런 슬라이드가 있다는 건, 대표가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다는 증거이고, 회사의 미래에 대해서 다양한 수치를 찾아보고, 공부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는 의미라서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 창업가는 내가 공갈 예측이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예측을 너무 많이 한다. 어떤 스타트업이 작년에 매출을 1억 했는데, 올해 목표 매출은 100억이었다. 이렇게 매출이 갑자기 100배 뛰는 것 자체도 비현실적인데, 그럼, 올해의 거의 3분의 1이 이미 지나간 4월 기준으로 이 100억 원 목표 매출 중 얼마를 했냐고 물어보면 2억 원을 했다고 한다. 2023년 12개월 중 3분의 1 기간 동안 목표 매출의 2%밖에 달성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남은 8개월 동안 남은 98억 원을 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창업가를 투자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분들에게 내가 아무리 진지하게 말하고 설명해도 – 즉, 이건 너무 비현실적인 예측이니 다시 한번 사업을 자세히 보고, 조금 더 현실적인 계산을 해보라는 조언 – 내 말은 잘 안 듣는다. 본인들은 무조건 할 수 있다고 하고, 마치 내가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낮추기 위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분도 있고, 어떤 창업가는 할 수 있다는데 왜 자꾸 못 한다고 공격하냐고 버럭 화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어쩌면 이분들이 주장하는 대로 목표치를 달성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떻게 추정 매출을 달성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 역시 비현실적인 믿음과 확신만 존재한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영업하는데, 이 기관은 1월부터 10월까지 돈을 한 푼도 안 쓰다가 연말에 모든 예산을 털기 때문에 그때 목표 매출의 90%를 달성하겠다는 대표도 있다. 2년 동안 제대로 된 제품을 출시하지 못 한 창업가가 연말에 대단한 기능을 출시하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성장을 해서 목표 MAU를 단숨에 초과하겠다는 대표도 있다. 또는, 2년째 영업하고 있는 빅딜이 연말에 마감될 예정인데, 이것만 되면 올해 목표 매출의 95%를 이 빅딜 하나로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표도 있다. 실은 모든 창업가분들이 제발 예측한 대로 목표를 달성하고, 초과 달성까지 하길 바라지만, 이런 바램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현실은 이렇다. 공공기관은 연말에 예산을 안 턴다. 털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이 아니고, 우리한테 이 예산이 배정되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다. 연말에 대단한 제품은 출시되지 않는다. 출시는 또 미뤄진다. 만약에 출시하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의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않는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돈도 안 낸다. 연말에 마감되어야 하는 빅딜은 내년으로 또 넘어간다.

현실적으로 살자. 그리고 현실적으로 비즈니스를 하자. 모든 예측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라. 제과점에 가면 속은 텅 비었고 껍데기만 부풀어 오른 공갈빵이라는 게 있는데, 이런 공갈빵 같은 속 빈 공갈 예측은 창업가에게도 독이 되고, 투자자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고, 실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작은 회사 과소평가 말자

며칠 전에 How I Built This 팟캐스트에 커뮤니케이션 API의 강자인 Twilio의 창업가 Jeff Lawson이 출연했다. 이 에피소드 또한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사회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Twilio 시작할 때 대기업 생각은 안 했었나요? AT&T와 같은 대형 통신회사도 똑같은 걸 할 수 있을 텐데, 이들이 하면 어떻게 대응하려고 했었나요?”

실은 우리 같은 투자자들도 창업가들에게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린 요샌 이런 질문 잘 안 하지만, 아마도 투자자들이 창업가들에게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똑같은 걸 네이버가 하면? 삼성이 하면? 구글이 하면?” 일 것이다.

이 질문을 하자 Lawson 씨는 사람들은 항상 대기업을 과대평가하고, 작은 스타트업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는데, 나도 이 말에 상당히 동의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스타트업이 하는 건 대기업이 무조건 다 할 수 있고, 더 많은 인력과 돈을 투입하면 대기업이 작은 회사가 하는 걸 훨씬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싸움이 벌어지면, 작은 스타트업은 맥없이 지고 망할 거라고 생각한다. 즉, 대기업을 항상 과대평가하고, 스타트업을 항상 과소평가한다.

이론적으로는 너무나 말이 된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원래 하던 걸 평생 할 순 없고 지속적으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데, 완전히 새로운 걸 스스로 찾는 건 너무 힘들고, 가장 쉬운 건 될만한 플레이를 하는 다른 회사의 제품을 따라 하는 것이다. 실은 대기업의 베끼기는 계속 논란이 되고 있고 이건 한국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인데, 남의 제품을 따라 하는 게 불법인 것도 아니고,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모두 다 먹고 살아야 하므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베끼는 건 자주 볼 수 있지만, 우리가 과대평가하는 것처럼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이기는 건 자주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작은 스타트업이 새로 시작하는 사업은 대부분 굉장히 작은 틈새시장에서의 플레이다. 이럴 수밖에 없는 게, 스타트업이 사업 기회를 찾을 때는, 대기업이 현재 하고 있지 않은 분야에서 찾는데, 이런 시장은 대부분 아주 작고, 아무도 모르는 시장이다. 그래서 이런 작은 시장에서 아무리 잘해 봤자, 매출과 같은 성과가 대기업에겐 크지 않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이 하나의 틈새시장을 개척해서 월 매출 5억 원을 달성했다면, 이 스타트업에겐 이 5억 원이란 매출은 마치 온 세상을 다 얻은 것과 같은 성과지만, 대기업에겐 시간 낭비라고 볼 수 있는 작은 실적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베낀 대기업은 본인들의 덩치에 비해서 너무나 보잘것없는 새로운 시장에서의 사업을 금방 접는다. 그 이후엔 우리가 잘 알듯이, 작은 스타트업이 이 틈새시장을 엄청나게 큰 시장으로 만들고, 이 시장을 무시했던 대기업을 위협하는 회사로 성장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걸 너무나 많이 본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이 VC라는 업이 좋다. 세상 모두 다 대기업을 과대평가하고, 스타트업을 과소평가할 때, 우린 대기업을 과소평가하고, 스타트업을 과대평가하고 있고, 이런 사고방식이 머리와 몸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항상 과소평가 받고 있는 창업가분들 오늘도 파이팅이다.

돈을 선순환시키는 스타트업 투자

얼마 전에 포스팅한 내용에서 나는 VC 사업의 본질은 결국 돈을 버는 것이라고 했다. 돈 버는 건 중요하고, 특히 자본주의 세상에 사는 모두에게 돈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너무 당연하지만, 합법적인 방법으로 벌어야 하고, 이왕이면 사회에도 기여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더 좋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VC 투자라는 업은 돈의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효용가치를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돈을 가장 바람직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단 돈을 버는 입장에서 한번 보자. 벤처 투자는 말 그대로 모험자본인 만큼, 성공보단 실패할 확률이 큰, 고리스크 투자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전 세계 VC 투자 실적을 장기적으로 트래킹하고 통계를 내보면, 수익률과 실적 면에서는 우리가 아는 그나마 안전한 부동산이나 상장주식 투자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진 않는다. 평균적으로 봤을 땐 다른 투자와 비슷한 수익률이 발생하지만, 상위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다른 투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벤처투자가 높다.

돈을 투자받는 입장에서도 한 번 보면 좋을 것 같다. 돈이 좋은 창업가에게 투자되고, 이들이 잘 돼서 다시 투자자에게 회수되기까지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이게 오늘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다. 일단 스트롱을 비롯해서, 내가 아는 모든 VC들은 깨끗한 돈으로 투자한다. 우리에게 출자하는 LP들은 정직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고, 번 돈에 대해서는 정직하게 세금을 내고, 이 자금을 우리에게 준다. 우리도 이 돈을 정직하고 합법적인 사업을 하는 창업가들에게 투자한다. 이들은 이 돈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어떤 이들은 성공해서 우리가 투자한 금액보다 훨씬 큰 수익을 창출한다. 이 수익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고, 우리에게 자금을 제공한 LP들에게도 돌아간다. 이런 성공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돈이 더 큰 돈을 벌어서 벤처 생태계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 이 돈이 다시 스타트업에 투자되고, 큰돈을 번 창업가들은 다시 사업을 하거나 좋은 곳에 또 투자한다.

그런데 잘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사업은 망하고, 이 사업에 투자된 금액은 그냥 증발해버린다. 실은, 바로 위에서 말했던 성공사례보단 실패사례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이렇게만 보면 내가 주장하는 돈의 선순환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현상을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정량화하긴 힘들지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정성적인 작용과 반작용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서, 한 스타트업에 자금이 투입되면, 그 돈은 누군가의 꿈을 현실화하는 데 사용된다. 꿈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이 더 좋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이들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러한 총체적인 노력은 모두에게 엄청난 배움과 동시에 좋은 경험을 만들어 준다. 이런 노력, 배움, 그리고 경험은 사업의 성공과 실패 여부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지는데, 이 모든 것의 시작을 가능케 한 건 바로 회사에 투입된 투자금이다. 궁극적으로 이 벤처투자금은 더 좋은 사람들이 더 좋은 배움과 경험을 기반으로 더 좋은 사회와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다.

성공적인 엑싯을 한 창업가와 이 회사에서 일했던 직원분들은 이들의 배움과 경험을 기반으로 다시 회사를 만들고, 본인들이 번 돈을 다른 회사에 투자하기도 하고, 다른 창업가들을 멘토링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한 나라의 경제와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 엑싯하지 못하고 실패한 창업가와 이 회사에서 일했던 직원분들도 이들의 배움과 경험을 기반으로 계속 도전하고 노력하는 걸 나는 많이 봤다. 이런 도전정신과 선한 노력 또한 한 나라의 경제와 사회를 더욱더 강화할 수 있다.

요새 같이 힘든 시기엔, 스트롱 포트폴리오 대표님들이나, 내가 가깝게 교류하는 프라이머 회사 대표님들을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저렇게 힘들게 사업을 하는지, 가끔은 이렇게 사서 고생하는 걸 보면 내가 답답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남들이 입으로만 불평 불만할 때, 이들은 행동으로 뭔가를 직접 하고 있고, 이런 노력은 진심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이런 분들을 적극 돕고, 이런 분들이 더 많아지기 위해서는 우리 같은 투자자들이 돈을 더 풀어야 한다. 벤처 투자야말로 돈을 선순환시키는 가장 좋은 투자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