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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의 세상

Warren Buffett은 많은 명언을 남겼지만, 내가 생각하는 명언 중 명언은 이거다:

“We can afford to lose money – even a lot of money. But we can’t afford to lose reputation – even a shred of reputation(버크셔헤서웨이가 돈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아주 많이 잃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명성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단 한 티끌이라도)”

창업가나 투자자들도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창업가들은 소프트웨어 코드를 가지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만 혼자서 이걸 할 수는 없다. 좋은 팀원들과 같이 해야 하고, 같이 일할 수 있는 믿을만한 파트너들을 찾아야 한다. 또한, 이들을 믿고 돈을 대줄 투자자들을 잘 만나야 한다. 결국, 모든 건 ‘관계’ 기반이고 이러한 크고 작은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는 건 각자의 평판(reputation) 이다.

우리같이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시드 투자자들에게 창업가들의 평판은 더욱 중요하다. 제품이 없거나, 아니면 시장에서 아직 증명되지 않은 제품을 개발한 창업팀이 투자유치를 하러 오면 그 시점에서 시장이나 제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치가 없다. 창업팀에 대한 ‘느낌’을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 이미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게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가 믿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이들의 평판을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 나는 주로 내가 100% 신뢰하는 다른 동료 투자자나 창업가들의 의견을 구하는데 이들한테 오는 답변이 긍정적이면 투자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아무리 첫인상이나 느낌이 좋아도, 내 주위 사람들의 이들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다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본다.

창업가가 투자자를 선택함에서도 이 법칙은 적용된다. 잘 모르는 투자자한테 투자 제의를 받으면, 현명한 창업가라면 주위에 있는 믿을 수 있는 분들한테 이 투자자의 평판에 관해서 물어보고 결정을 한다. 그만큼 좁고 “내가 믿는 사람이 믿는 사람이면 나도 믿을 수 있다.”라는 법칙이 강하게 적용되는 게 이 바닥이다.

평판은 사람뿐만이 아닌 제품에도 적용되는 걸 경험했다. 나는 비트코인 회사에도 투자했고, 비트코인 관련 서비스들을 많이 사용한다. 한국도 비슷하지만,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 관련 스타트업들이 매일 새로 생긴다. 이 중 큰 비즈니스가 될만한 서비스들도 있고, 금방 죽을 서비스도 있다. 비트코인이 워낙 규제되지 않은 새로운 분야라서 그런지 사기꾼들도 많다. 그래서 나는 비트코인 서비스를 새로 사용해보기 전에 그 회사에 누가 투자했는지를 먼저 본다. 내가 알거나 아니면 평판이 좋은 VC가 투자한 회사면 안심하고 사용을 한다. Coinbase가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Andreessen Horowitz와 Union Square와 같이 평판이 좋은 VC 들이 투자한 회사이기 때문에 내 비트코인들이 날아갈 염려를 별로 하지 않는다(물론, 이건 근거 없는 믿음이다). 더 나아가서는 내 비트코인이 다 날아가면 코인베이스에서 어떻게든 보상해주겠지라는 생각마저 한다. 코인베이스의 창업가들을 나는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고 거기서 일하는 친구도 없지만 단지 믿을 수 있고 평판이 좋은 투자자들이 이 회사에 투자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런 마음의 평안을 가질 수 있다.

평판은 정말 중요하다. 워런 버핏이 말한 대로 돈은 잃어도 되지만, 평판을 잃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망한 회사들도 있지만, 그 창업가들이 새로운 회사를 시작하면 나는 다시 투자할 의향이 있다. 그들은 돈은 잃었지만, 평판은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회사는 잘 되지만 다시 투자하기 싫은 경우도 있다. 그들은 돈은 잃지 않았지만, 평판을 잃었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회사가 아니다

itsyourdecision개인적으로 투자할 때도 그랬고 펀드를 만들어서 ‘정식’으로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남의 회사에 투자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 때가 “내가 저 회사 사장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들이다. 한 번도 벤처를 해보지 않고 돈 따먹기 하는 순수 금전적인 투자자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도 않을 것이지만 나도 나름대로 일을 해봤고 투자한 회사들과 가깝게 일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도 벤처에 대해서 좀 안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투자사 창업팀이 내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면 더욱더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거 같다. 초기에는 내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했다. 내 생각엔 저렇게 하면 안 되고, 내가 사장이라면 다르게 하고, 내가 이 회사를 운영하면 훨씬 더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자신이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많이 참기도 하고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이 짓을 몇 년 하고 투자사가 한 업체에서 여러 개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나도 많은 걸 배웠다. 요새도 가끔 그런 경우가 있지만(며칠 전에 그랬다) 이제는 전과 같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답답해하지는 않는다. 나보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창업팀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게 일을 진행하는 건 말 그대로 ‘다르게’ 하는 거지 ‘틀리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묘미는 이게 수학 공식과도 같이 딱 한 개의 정답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서 항상 더 새롭게 다른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투자자가 – 나를 포함해서 – 벤처를 운영하는 창업팀보다 그 산업과 비즈니스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이건 엄청난 오산 또는 오만이다. 솔직히 투자자들은 모든 걸 간접적으로 보고, 느끼고, 듣고, 경험하는 사람들이다(아무리 같은 분야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한 경험을 가진 투자자가 있더라도, ‘그’ 비즈니스와 ‘이’ 비즈니스는 엄밀히 말해서 다르다). 시장의 크기나 장기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아주 거창하고 멋있게 말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이 비즈니스의 in and out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으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그 회사의 창업팀이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비즈니스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창업팀보다 그 비즈니스의 본질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는 투자자가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거나 또는 창업팀이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도 이런 걸 여러 번 직접 느낀 경험이 있다. 특정 비즈니스에 대해서 책으로 많이 배우고, 다양한 기사를 접했고, 관계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비즈니스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는 시늉은 할 수 있었다. 뭘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마치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로 보이겠지만, 막상 그 비즈니스를 나한테 해보라고 하면 못 한다. 껍데기만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방식이나 방향에 대해서 의구심이 생기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결정은 100% 창업가에게 맡긴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말과 피드백은 전부 다 제공하지만 내가 항상 하는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다 하겠다. 그걸 경청하든 그냥 무시하든, 그건 당신이 알아서 결정해라.”
우리가 최대주주가 아니므로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맞지만, 또 다른 이유는 그 비즈니스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가장 절실한 사람은 바로 창업팀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므로 책임 또한 100% 창업팀이 져야 한다.

결론은 내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투자자이고 회사가 잘 되고 창업팀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결정은 회사가 하는 게 맞다는게 내 지론이다. 창업가가 그릇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이사회와 같은 다른 장치들도 존재하지만 이런 건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주위에서 선생님이나 아동 심리학자가 뭐라 해도 아이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아이의 부모님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이다. 창업팀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그들이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혹시 주변에 “저 회사 내가 키웠는데…” 라는 투자자가 있다면 경계해라. 회사는 대표이사와 팀원들이 키우는 거지 투자자가 키우는 건 절대로 아니다.

<이미지 출처 = http://quickbase.intuit.com/blog/2010/03/02/how-to-make-a-difficult-decision/>

관계 형성의 중요성

내 글을 읽는 분들 중 대부분이 예비 창업자 또는 현재 창업해서 회사를 꾸려가고 있는 분들일 것이다. 예비 창업자 분들은 창업 후 어느 시점에 – 생각보다 빨리 온다 – 외부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다. 현재 창업해서 회사를 운영하시는 분들도 돈을 펑펑벌고 있는 서비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언젠가는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글은 투자 유치를 할때 알면 도움이 되는 창업자들이 가져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서이다. 전부터 포스팅을 하고는 싶었는데 최근에 만났던 몇 창업가들을 생각하면서 기억이 생생할때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창업가와 투자자가 만나서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과정을 연애과정을 거쳐 결혼을 하고 새 살림을 차리는 과정과도 같다고 전에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남을 설득해서 그들의 돈을 받는다는 건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이다. 좋은 팀을 가지고 있고 이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투자를 받는 건 쉽지가 않다. 아마도 그 이유는 결국 돈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거지만 역시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있기 때문인 거 같다. 그리고 은행에서 융자를 받을때 거쳐야 하는 과정같이 특정 양식이나 객관적인 항목을 기반으로 Yes, No를 결정하는게 아니라 투자자마다 다른 기준을 기반으로 주관적인 결정을 하는 과정이기 때문인거 같다.

엄청난 초기 traction이 (매출, 트래픽, 사용자 interaction 등) 없고 투자자와 창업가가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만났다면 첫 만남에서 투자가 성사되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이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1,2만원이 아니라 몇 억이 왔다갔다 하는데 그 어떤 제대로 된 사람이 한 번 만나고 투자를 하겠는가?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괜찮은 팀과 제품일지라도 위에서 말한 엄청난 트랙션이나 그 팀을 오래동안 알고 지내지 않았다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팀원들, 제품 그리고 그 시장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어할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들이 발생하는데 이런 난관들을 대표이사와 팀이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관찰하기 위해서 일부러 자극적인 질문들도 하고 엉뚱한 요구를 해보기도 한다.

투자 유치가 필요한 창업가들이 명심해야하는 건 한번 또는 두번 만남을 가졌는데 반응이 별로이고 투자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투자가 물 건너 간거는 아니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창업가와 그 팀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어한다.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더 잘 알고 싶어한다. 경쟁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대화, 만남 그리고 교류를 통해서 이런저런 업데이트를 제공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최종 NO를 듣기 전 까지는 그 투자자와 계속 연결고리를 유지하는게 좋다.

한 두번 만난 후에 투자자 반응이 신통치 않다고 해서 그 이후에 완전히 연락을 끊는거랑, 반응이 별로라도 정기적으로 연락하면서 지내는 거랑은 많이 다르다. 일단 지속적으로 비즈니스에 대한 업데이트를 투자자들과 공유하고 계속 발전과 성장이 있다면 투자자들의 생각과 의견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뭔가 계속 발전하는 비즈니스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워낙 많은 회사들을 만나기 때문에 그들이 만나는 회사들을 일일이 관리하고 자주 연락하는건 힘들다. 창업가들이 지속적으로 communicate 해야 한다. 투자자들과의 지속적인 연락이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 그리고 이게 나는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바로 이런 교류를 통해서 창업가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이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지금 당장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창업가가 연락을 하면서 회사상황, 본인의 생각, 궁금한 점 등에 대해서 업데이트를 주면 “우리가 만약에 이 회사에 투자하게 된다면, 이 창업가는 이런식으로 굉장히 진정성을 가지고 투자자들과 연락하고 communicate 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투자자는 분명히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고 믿음과 관계가 형설될 수 있는 확률이 더 커진다.

우리가 최근에 투자한 게임회사 Flow State Media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회사 창업자/대표이사 Kahn을 처음 만난 건 오래 전이었다. 굉장히 똑똑하고 좋은 사람이었고, 능력있는 팀원들로 구성된 회사라서 관심은 있었지만 내가 게임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서 투자를 하더라도 어떤식으로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투자자들을 VC 리스트에서 지워버리고 그 다음 순서의 투자자로 넘어간다. 관심을 보이지 않은 투자자들과는 연락을 끊는다. 하지만 Kahn의 경우 지속적으로 우리와 연락하면서 우리 동네로 출장오면 가끔씩 커피도 마시고, 투자 상황 및 비즈니스 상황에 대해서 업데이트를 해 줬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Flow State Media의 Letter UP이라는 게임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회사가 계속 성장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진정성 있고, communication 기술이 좋고, 투자자들한테 책임감있고 professional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투자 해볼만 하다라는 결정을 했다.

투자를 받는다는 건 간단하게 보면 있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사람한테 돈을 주는 것이지만, 그 밑에는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오랜 교류로 인한 관계가 있다는 걸 잘 이해하면 좋겠다. 솔직히 창업가의 입장에서도 이왕 투자를 받을거면 이 투자자는 어떤 사람이고, 이 돈은 어떤 돈인지 더 잘 알면 좋다.

유니크한 포지셔닝

회사 소개서를 잘 안 보는 편이지만 어쩌다 보니 9월 마지막 주에만 5개 이상 본 거 같다. 회사 소개서마다 공통적으로 내 눈길을 끄는 페이지가 있었는데 대략 다음과 비슷한 차트가 포함된 페이지다:

나만의 유니크한 포지셔닝

나만의 유니크한 포지셔닝?

이 차트의 유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경영 컨설턴트들이 만들어서 사용하기 시작한 거 같다. Magic quadrant, competitive matrix 등으로 불리는 거 같고 우리 회사가 속한 분야에 어떤 경쟁사들이 있고, 그 중 우리는 어디에 포지셔닝이 되어 있고, 경쟁 중에 우리는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를 한 눈에 잘 보여주는 차트라서 유용하긴 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내가 본 모든 차트가 주는 인상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분야는 경쟁이 살벌합니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대형 플레이어들도 이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다른 경쟁사와는 달리 유니크한 포지셔닝을 하고 있기 때문에(더 저렴, 더 빠름, 더 포커스된 등)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이거 굉장히 좋은 말이지만 현실감은 120% 떨어진다. 오히려 괜히 시간 낭비해서 쓸데없는 슬라이드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기본적으로 본인들이 위치해 있는 공간에는 경쟁사들이 거의 없고 다른 3 사분면에는 경쟁사들이 미어터질 정도로 많다. 일단 이거부터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무조건 제일 좋은 사분면의 제일 끝에 있다. 가장 저렴하고,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소셜하고, 가장 성능이 좋다. 정말로 굉장히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서비스가 아닌 이상 – 그리고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그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천재들이나 연구소에서 나오지 일반인들한테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모든 사분면이 경쟁사로 득실거려야 하는게 현실이다. 그리고 x 축과 y 축의 명칭에 상관없이 페이스북, 트위터, 유투브와 같은 대형 플레이어들은 차트를 꽉 채워야 하는데 항상 보면 어느 구석에 다른 회사보다 조금 큰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경쟁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관련글 ‘너나 잘해라‘). 어떤 비즈니스를 하든 경쟁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오늘 경쟁이 없다면 내일 또는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것이다. 만약에 평생 경쟁이 없다면 이건 오히려 시장성이 없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나같은 경우 이런 차트를 봤을때 특정 회사가 대형 경쟁사들 사이에 찡겨 있어도 상관없다. 오히려 내가 관심있는 건 이런 쟁쟁한 경쟁사들이 존재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나만의 유일한 product fit과 market fit을 찾아서 의미있는 비즈니스와 고객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모든 창업가들은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해야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비즈니스가 속한 사분면에 아무도 없게 x축과 y축을 인위적으로 정의할까 고민하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이들보다 뭘 우리가 다르게 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했으면 한다.

스톡옵션 개론

내가 속한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스톡옵션(Stock Option)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스톡옵션을 받아서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아니면 앞으로 받을 것이다. 그런데 내 주위에는 아직(한국, 미국 포함) 스톡옵션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틀리게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서 여기서 한번 간단히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실은 많은 분이 스톡옵션에 대해서 이메일로 문의하는데 그때마다 똑같은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나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하고 먼저 알아야 하는 건 바로 스톡옵션은 주식이 아니라 특정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스타트업에 채용돼서 적당한 연봉과 그 회사의 스톡옵션을 받는다는 건 그 회사의 주식을 받는 거와는 약간 다르다(주식을 받는다는 건 즉시 회사의 주주가 된다는 의미이며 주식의 가격에 따라서 세금을 내야 한다. 스톡옵션을 받는다는 건 위에서 이미 말한 대로 아직은 회사의 주주가 아니지만, 주주가 될 수 있는 권리를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 세금을 내야 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게 그렇듯이 스톡옵션도 깊게 파고 들어가면 복잡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응용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스톡옵션이 가지고 있는 조건들은 옵션 수량, strike price(구매가격), vesting 기간(부여하는 옵션을 한꺼번에 다 주는 게 아니라 정해진 기간에 걸쳐서 줌), 그리고 vesting 방법이다(cliff, acceleration, 기간별 등).

간단한 예를 통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Racebook이라는 잘나가는 스타트업에 내가 3번째 직원으로 채용되면서 스톡옵션 10,000주를 $1 strike price, 4년 vesting으로 받았다(vesting 방법은 1년 cliff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매달 vesting 되는 조건)

이미 말했듯이 입사하면서 내가 Racebook의 주식 10,000주를 바로 소유하게 되는 게 아니다. 10,000주를 4년에 걸쳐서 구매(vesting 기간=4년)할 수 있는 권리를 받는 것인데 회사의 주가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나는 $1에(strike price=$1) 주식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면 10,000주를 4년 동안 구매할 수 있는데 해마다 2,500주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매달 1만 주의 1/48(4년=48개월)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4년 되는 시점에 한방에 1만 주를 다 구매하는 것인가? 이 때문에 vesting 방법이 중요하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내가 본 많은 벤처기업은 Racebook의 경우와 같이 1년 cliff vesting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근무 시작하고 정확히 1년 되는 시점에 부여받은 1만 주의 1/4인 2,500주를 $1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참고로, 받은 스톡옵션을 구매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행위를 ‘행사(exercise)’라고 한다)

왜 cliff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가? 1년 cliff vesting의 의미는 만약에 Racebook에서 360 일만 근무하고 회사를 스스로 떠난다면 – 아직 1년을 채우지 못한 시점 – 스톡옵션을 단 1주도 행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1년을 full로 근무했을 경우 그 시점에 전체 옵션의 1/4이 즉시 vesting 되기 때문에 – 마치 절벽(cliff)처럼 – cliff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림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cliff vesting-1

1년 cliff vesting과 4년 cliff vesting(해마다)

위 Racebook의 경우 1년 후 cliff vesting 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매달 vesting이 되니까 다음과 같이 10,000주가 4년에 걸쳐서 – 이 회사에서 4년 동안 근무한다는 가정에 따라 – vesting 된다(그 전에 떠나면 떠나는 시점에 vesting 된 옵션만 챙길 수 있다).
-1년 후: 2,500 주
-1년 1개월 후: 2,500 주 + 208.3 주(10,000 주의 1/48)
-1년 2개월 후: 2,500 주 + 208.3 주 + 208.3 주
-2년 후: 5,000 주
-2년 1개월 후: 5,000 주 + 208.3 주
-4년 후: 10,000 주(fully vested)

cliff vesting-2

1년 cliff vesting + monthly vesting

다시 Racebook의 예로 돌아가 보자. 내가 입사한 후 회사가 너무너무 잘돼서 입사 9개월 만에 IPO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IPO 당시 주식 가격이 $30이었고 내가 입사한 지 1년 되는 시점(=스톡옵션의 1/4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 주가가 더 올라서 $40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럼 나는 현재 주가 $40에 Racebook 주식을 구매해야 하는가? 아니다. 바로 strike price인 $1에 구매할 수 있다. 그러면 차액으로 내가 얻는 수익은 자그마치 2,500주 x $39(현재 주가 $40 – 내 구매가 $1) = $97,500이다. 그리고 이건 내가 받은 스톡옵션의 1/4로만 발생하는 수익이라는 걸 기억하자. 물론, 주식이라는 건 오를 수도 있지만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위의 예에서는 내 strike price가 워낙 낮아서 회사가 계속 잘 된다면 주가가 $1 이하로 떨어질 확률은 없을 것이다. 물론, 주가가 $1,000까지 올라간다면 완전 대박이 나는 것이다(주식당 수익 $999).

이 strike price는 모든 직원한테 같지가 않다. 초기에 입사하는 직원들일수록 낮고 나중에 입사하는 사람들일수록 높다. Racebook에 늦게 입사한 사람들의 strike price는 $25일 수도 있는데, 회사의 주가가 $25 이하로 떨어지면 이들에게는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게 손해이기 때문에 이럴 경우 행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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