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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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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tstrapLabs의 Ben Levy가 beLaunch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저는 투자자이자 멘토이지만 제가 속한 업계는 금융도 아니고 tech도 아닙니다. 저는 건설업에 (construction) 종사하고 있으며, 제가 하는 일은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과 함께 비즈니스를 짓는 겁니다 (building businesses).”

너무나 공감가는 말이고, 모든 VC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Venture Capital은 투자자들의 돈을 벤처기업에 재투자해서 수익을 내야한다. 그리고 그 수익을 다시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의무가 VC들에게는 있다. 이렇게 봤을때 당연히 VC는 금융업에 속한다. 그렇지만 우리와 같은 투자자들이 정말로 해야하는건 창업가들과 같이 고민하면서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이다. 수익도 중요하고 회수도 중요하지만 Ben과 같이 나도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마음가짐을 항상 가지고 있다.

10년 전에 현대중공업에 영업하러 간 적이 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조선’의 영어가 ship making이 아닌 ship building이라는 걸. 마치 건물을 짓듯이 바닥에서부터 탄탄히 만들어서 위로 쌓아야 한다는 데에서 유래한거 같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비즈니스를 만드는 건설업에 (building businesses) 종사하고 있지 돈놀이를 하는 금융인들이 아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alleywatch.com/2013/02/you-are-what-you-do-and-entrpreneurs-build-businesses/>

Uber의 1조원 가치

Airbnb와 더불어 공유경제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택시 서비스 Uber가 지난 주에 1조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에 투자유치를 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다시 한번 벤처의 거품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아직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해결해야하는 문제점들이 많은 – 법적 문제들도 많다 – 스타트업에 어떻게 벌써 1조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매길 수 있냐라는 익숙한 비난이 많이 쏟아졌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던 회의론자 중 한 명 이었고.

그렇지만 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떤 이들은 Uber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같은 수준의 웹서비스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비교해 봤을때 Uber는 아주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하며, 이미 매출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계속 서비스를 재사용하고 있는 활발한 사용자 층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충분히 1조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이 가능하다고 한다. 페이스북이 10억 달러에 인수한 Instagram을 기억하실 것이다. 현재 매출이 0원이며 광고 수익만이 유일한 매출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인스타그램의 밸류에이션이 1조원 이상이었다면 Uber의 가치는 놀랄만한게 전혀 아니라고 이들은 반박한다.

이런 의견들을 읽고 생각해보면 Uber의 가치는 가격을 매기기 애매한 소셜 미디어 서비스들보다 훨씬 더 명확하긴 하다. Uber는 이미 매출이 발생하고 흑자 전환을 했다고 한다. 재방문 고객을 계속 만족시키며 동시에 신규 고객을 계속 유치하고 있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은 운전자와 승객 모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win-win 서비스이다.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다. 과연 Uber와 같은 서비스가 1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개밥 같이 먹기

벤처의 MUST – 개밥 먹기‘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개밥 직접 먹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든 창업가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만들고 있는 제품을 직접 사용 해봐야한다. 그것만이 고객한테 내 제품을 판매하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개밥 먹기는 창업가/직원 뿐만이 아니라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어떤 회사에 투자를 하고 있고 이 회사는 어떤 제품을 만들고 있는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건 당연하며 조금 더 나아가서 제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아야지만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추천 기능 API를 제공하는 Recomio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내 블로그를 읽는 분들 중 이미 아시는 분들도 있지만 글 끝 부분에 ‘추천 글 목록’이라는 최근에 추가된 섹션이 있다. 바로 Recomio API를 사용해서 만든 추천 기능이다. Recomio에 투자할 때는 솔직히 제품이 없었기 때문에 창업자 김태호 대표를 보고 투자를 했지만, 추천 기능을 내가 직접 구현해 보니 실제로 매우 유용한 서비스임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 (광고 매출은 3~5배 증가, pageview는 ~3배 증가).

우리의 또다른 투자사 한인텔에서도 현재 Recomio로 추천 기능을 구현했고 지금까지의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한인텔 외에 우리가 투자한 다른 몇 스타트업들에서도 Recomio를 검토 중이다.

내가 개밥을 직접 먹어보니 맛있어서 Strong Family라는 다른 가족들한테도 먹이고 있는 좋은 eco-system이 만들어지고 있는 순간이다.

돈은 줄 때 받아라

나는 ‘스타트업 바이블 1편‘에서 너무 많이도, 너무 적게도 말고 필요한 만큼만 투자받으라고 했다. 다만, 모자라게 받지만 말라고 했다.

이제는 아니다. 세상이 바뀌었다. 최대한 많이 받자. 호경기와는 달리,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는 주식 시장이 불확실하고 VC 자금의 가용성과 회사 밸류에이션 자체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한다. 투자자들은 이젠 초단기 투자를 꺼리기 시작했다. 1년도 안 된 스타트업이 터무니없이 높은 밸류에이션에 상장됐다가 바로 추락하는 사례를 자주 봤기 때문이다. 이제 관록 있는 투자자라면 단시간 동안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기회보다는, 장기적으로 시장과 경기의 변덕을 견디며 꾸준히 성장하는 기회를 선호한다.

장거리를 뛰려면 벤처 또한 탄탄한 자금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인터넷 최강자 구글이라도 싸구려 서버도 구할 돈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다. 변덕스런 주식 시장에 흔들리지 않는 자금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그건 초기부터 매출을 만들던지 매출을 만들때까지 버틸 수 있는 투자금이 있었야 한다.

이에 대한 Marc Andreessen의 투자와 투자금액에 대한 조언은 다음과 같다:
1. 투자받으려면 최대한 많이 받으라. 자신만만한 창업자는 미래에 더 유리한 조건에 투자유치가 가능하다고 보고 당장은 필요한 만큼만 투자받는다. 사실 회사 운영을 잘하면 문제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유 자금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벤처 전체를 거는 도박이다.
2. 회사의 경영권을 넘길 정도로 많이 투자받지는 말라.
3. 투자를 많이 받아서 벤처가 크게 성공하면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가 크게 성공한다(물론 더 좋은 조건에 더 적게 투자받아서 같은 수준으로 성공하면 더 크게 성공한다).
4. 투자를 일부러 적게 받았는데 갑자기 경기가 나빠지고 자금이 떨어져서 스타트업이 망할 수도 있다. 이러면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가 실패다. 이런 위험을 무시하고 굳이 돈을 적게 받을 가치가 있을까?
5. 일반적으로 투자는 무조건 많이 받는 게 좋다. 특히 이런 불경기에는 내부 및 외부의 위험 요소에 대비해서 보험 든다 생각하고 투자를 많이 받아놓는 게 유리하다.

그렇다고 투자를 많이 받아서 스타트업한테 무조건 유리한 것은 절대 아니다. 괜찮은 조건에 필요 이상으로 투자를 받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걸 명심하자. 투자자들의 지분과 기대가 더 커지기 때문에 이왕 하려면 크게 성공하겠다는 자세로 (go big or go home 자세) 스타트업을 운영해야 하며, 앞으로 추가로 투자를 유치하려면 과거 투자 시점보다 확연하게 달라진 회사의 양적 및 질적 성장을 명확한 수치로 보여줘야 한다.

“돈은 필요하면 받는 게 아니라 줄 때 (있을때) 받아야 한다.”

From ‘스타트업 바이블2: 계명 19 – 투자는 최대한 많이 받아서 비상시에 대비하라

실리콘 밸리가 한국에 투자하지 않는 진짜 이유

미국 진출을 시도하는 창업가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실리콘 밸리 VC는 미국이 아닌 외국에 본사가 있는 벤처에는 잘 투자하지 않는다는걸. 왜 그럴까? 세부적인 이유야 VC마다 다르겠지만, 지금까지 내 경험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실리콘 밸리 VC가 한국이 본사인 벤처에 투자하지 않거나 투자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다:

  • 창업팀과의 물리적인 거리 – 미국 투자자들은 투자 요건 중 창업팀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관계가 끈끈해지려면 가까이 있어야 한다. VC의 입장에서 같은 언어를 하고, 같은 지역에 사는 미국인 창업팀을 알아가기도 바쁜데, 언어도 다르고 시간대도 다른 한국의 벤처와 소통하려면 꽤 불편하다. 게다가, 투자하면 1년에 주로 4번 하는 이사회 때마다 한국으로 가야 하는 문제점도 있다.
  • 관리와 도움 – VC는 투자에서 역할이 끝나지 않고, 투자한 회사를 지속해서 도와야 한다. 그런데 한국 투자 경험이 없는 실리콘 밸리 VC는 한국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기에는 한국 시장을 잘 모르고 한국 내 인맥도 별로다.
  • Lead 투자자 – 2개 이상의 VC가 특정 벤처 기업 투자에 참여했을 때 이 중에서 주도권을 갖고 투자에 대한 ‘총대’를 매는 VC를 리드(lead) 투자자라고 한다. 한국 벤처가 투자받으면 위에서 나열한 몇가지 이유로 인해서 주로 한국의 VC가 리드 투자자가 된다. 그런데 실리콘 밸리 VC는 한국 VC를 잘 모른다. 실리콘 밸리의 최근 투자 행태를 보면, 리드 VC가 투자 결정을 내리면 과거에 같이 투자해봤거나 친한 다른 VC는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지 않고 그냥 공동 투자한다. 하지만, 아직 한국 VC와 실리콘 밸리 VC 간의 이러한 관계는 성립되지 않고 있다.
  • 복잡한 절차와 paperwork – 국가마다 기업 법률, 세금, 감사 제도가 다르다. 아쉬울게 별로 없는 실리콘 밸리 VC가 한국 상법이랑 세법까지 알아야 하나? 골치 아픈 문제다. 또한, 투자란 많게는 수백억원의 돈이 오가는 절차라 세금도 무시 못한다.
  • 그들의 투자자 – VC들도 대부분 자기 돈이 아닌 남의 돈을 관리해 주는 사람들이다. 벤처기업이 VC들한테 투자를 받듯이, VC들도 다른 기관이나 개인들로부터 투자를 받아서 그 펀드를 운영하는 것이다. 전문용어로는 돈을 관리하는 VC들을 GP (General Partner)라고 하며,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을 LP (Limited Partner)라고 한다. 어떤 미국 LP들은 해외에 아예 본인들 돈이 투자되는걸 꺼려한다.

근데 위에서 나열한 이유들은 솔직히 뜻이 있고 돈만 좀 있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시간이 좀 걸리고 귀찮을 뿐이지, 이런 장애물들을 해결하고 한국에 투자를 하고 있는 실리콘 밸리 VC들이 분명히 있긴 있다. 하지만 왜 더 많은 투자자들이 한국 벤처에 투자하지 않을까?

간단하고 상식적이다. 한국 벤처기업들의 팀이 후졌고, 제품도 후졌기 때문이다. 생각해봐라; VC들은 투자자들이다. 아무리 어려움이 존재해도 좋은 투자라면 투자자들은 지옥불에 몸을 던져서라도 투자 방법을 찾는다. 만약에 Facebook이 한국 벤처였다면 실리콘 밸리 VC들이 투자하지 않았을까? 분명히 방법을 찾아서 했을 것이다.

실리콘 밸리의 투자를 받고 싶으면? 이 또한 간단하다. 좋은 팀을 만들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라. 그래서 한국 시장보다 훨씬 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라.

From 스타트업 바이블2: 계명 15 – 벤처 투자는 태평양을 건너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