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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生MBA리포트] MBA 랭킹은 정말 얼마나 중요한가?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MBA 지원자들이 학교를 결정할 때 첫번째로 고려하는 요소는 랭킹입니다. 한국인이나 미국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랭킹이 높을수록 취업의 문이 넓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M7*이 아니면 갈 이유가 없다고들 합니다. 어떤 이들은 Top 30까지는 괜찮다고도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랭킹,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취업에 정말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M7: MBA의 아이비 리그 스쿨들 – HBS, Wharton, Columbia, Kellogg, Chicago, Stanford, MIT Sloan

공신력있는 MBA 랭킹을 발표하는 기관은 대략 다섯 곳 – US News, Financial Times, Forbes, Business Week, Economist – 입니다. 기관마다 발표하는 결과물은 천차만별입니다 (아래표를 참조하시면, 오른쪽에는 이 다섯 기관들이 각각 발표한 랭킹이 있고, 왼쪽은 모든 랭킹을 종합 정리한 것입니다.) Business Week 와 Economist 에서 1등을 한 시카고는,  Financial Times 와 US News 에서는 5위 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흔히 MBA Top 3로 여겨지는 Wharton 은 Economist 상 랭킹으로는 간신히 10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Economist 상 켈로그는 심지어 15위입니다.

랭킹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산정 기준이 워낙 다르기 때문입니다. Forbes는 간단하게, 졸업 이후 5년간의 ROI만 계산합니다. 즉, MBA하는데 들어간 모든 기회비용(MBA 이전에 받던 연봉 포함) vs. 졸업 이후 5년간 버는 돈을 따져볼 때 얼마나 남는 장사냐는 개념입니다. 창업자가 많이  나오는 학교나 nonprofit career 를 택하는 학생들이 많은 학교가 불리합니다. Financial Times는 졸업 후 3년간의 월급에 평가의 40%를 할당하고, 기타 teaching staff 및 학생 등의 gender, nationality, international reach 등을 고려하여 산정합니다. Business Week는 학생 및 리크루터의 만족도로 평가하고, Economist는  졸업생이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고 학교가 더 international할 수록 높게 평가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MBA 랭킹과 가장 유사한 결과물을 발표하는 것은 US News 입니다. HBS와 스탠포드가 공동 1위, Wharton이 3위, 켈로그와 MIT가 공동 4위입니다. 비즈니스 스쿨들의 학장과 director, 그리고 리크루터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MBA 후 연봉 및 취업률, GMAT 및 학부학점 평균을 모두 고려한 결과입니다.

이렇게 복잡하고도 다양한 방식으로 산정되는 MBA 랭킹, 정말로 얼마나 중요한 걸까요? 다시 말하면, 취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랭킹은 취업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그 정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학벌이 취업과 그 이후의 많은 부분을 해결해 주는 데 익숙해져 있기에, 미국 MBA 랭킹도 그렇게 해줄 거라고 기대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회사까지 갈 것도 없이, 컨설팅 펌들의 서울 오피스 썸머인턴 채용 과정만 봐도, 이력서를 통과한 이후에는 오로지 case와 interview 실력에 따라 당락이 나뉩니다. 게다가 랭킹 높은 학교 학생이라고 이력서 서류심사에서 더 많이 통과시켜주는 것도 아닙니다. 금융위기 이후, MBA 채용이 줄고 졸업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교 간판보다 진짜 실력을 따지는 이런 분위기는 점차 심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Tepper(카네기 멜론) 보다는 Wharton에 와서 사람을 구하는 회사가 더 많고 이름있는 곳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유명한 사모펀드 회사인 Blackstone은 Wharton에는 오지만(1년에 한명을 뽑을지라도) Tepper에는 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MBA 학생들에게 Blackstone이 리크루팅을 오느냐 마느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MBA를 졸업한 후에 목표로 하는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학교가 얼마나 도와 주는가 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내 투자은행을 목표로 한다면, Wharton보다 Tuck(Dartmouth) 같은 학교가 더 목표에 부합할 수 있습니다. Wharton 같은 경우 career management office가 1,600명의 학생을 상대하다보니 외국인 학생이라고 신경을 써주기는 커녕 officer와 약속 잡기도 쉽지 않아 문화적으로 익숙치않은 외국인들이 경쟁에 더 치이는 경향이 있는 반면, Tuck은 소규모 class다 보니 학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챙겨주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정기/정규 MBA 채용이 존재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문화가 자유로운 tech/startup 회사들의 경우는, 더욱 랭킹의 영향에서 자유롭습니다. 덕분에 Tepper에서도 미국내 유명 tech company 등에 당당히 입사하시는 한국분들이 Wharton에 비해 적지 않습니다. 시민권자도 아니고 영어도 네이티브가 아닌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랭킹이 높은 학교일수록 나에게 맞는 학교”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지원자분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적당히해라 라는 의도가 절대 아닙니다. “MBA에는 답이 있다? 없다?” 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내가 가고자 하는 커리어의 목표를 결정하셨다면, 내가 관심있는 학교들의 취업관련 수치와 정보를 찾아보고 재학생이나 동문과 연락하여 관심있는 회사에 현실적으로 취업이 가능한지를 알아봐야 합니다. 만일 나와 비슷한 목표를 성취한 (한국인) 동문이 있다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찾아서 이야기를 듣고 최소한 그만큼은 해야 합니다. 랭킹의 벽은 우리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지면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취업 프로세스나 취업 사례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적었습니다. 이견이 있으시거나 더 구체적인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生生MBA리포트] MBA에는 답이 있다? 없다?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生生MBA리포트]라는 이름으로 기고를 시작하게 된 박은정입니다. 간단하게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을 졸업한 후 삼일회계법인에 다니다  2007년에 와튼스쿨에 입학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일단 가던 길 계속 가자’라는 신념으로 미국 뉴욕에서 HSBC 투자은행의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으나, 결국 이 경험은 finance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의 주인장되시는 배기홍 씨와는 Wharton의 입학동기인데, Wharton에서의 시간이 그분과 제 인생을 뒤흔드는 변화를 가져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와튼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심사숙고와 자기성찰 끝에 MBA에 지원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반면, 저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 그대로 MBA에 대한 깊은 생각없이, 그저 회사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떠난 바 있습니다. 그런 제게, 와튼 MBA 과정은 제게 엄청난 멘붕과 자기반성의 기회를 선사하였습니다.

그 여파로 MBA에서 흔치않은 휴학까지 감수한 저는, 우연히 “Top MBA가는 길“이라는 책을 공저한 경험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제가 경험한 바를 나누는 일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피츠버그에 살면서 MBA 지원자분들을 위한 admission consultant로 일하고 있으며, Carnegie Mellon 의 Tepper Business School 교수인 남편을 통해 business school 관련 정보 및 트렌드를 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Admission consultant라면 “무조건 MBA 가라, 일단 가는 게 남는 것!” 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천만의 말씀! 2007년도 저와 같은 생각으로 MBA 가시려는 분을 만나면 전 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MBA 에는 답이 없습니다!”

작년에 저는 이런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 젊은 증권사 직장인이 MBA를 준비하다가 과로사했다는 정말 안타까운 기사였는데요, 기사 내용은 이랬습니다. “MBA 출신 동료들이 자기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최근 뒤늦게 MBA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친척은 ‘A씨가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완벽주의 성향이라 일을 하면서도 MBA를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저는 절대로 그분의 노력이나 의도를 비하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습니다. 확실히, 제가 지원하던 2006년에 비하면, 요즘은 직장인이라면 MBA를 한번쯤 고려해보지 않으신 분이 드물 정도로 지원자가 많아졌습니다. 마치 MBA도 어학연수와 같은 하나의 스펙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많은 지원자분들을 만나보면, ‘나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MBA에 가는가’, 라는 정말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지 못하신 분들도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절반 정도는 ‘가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겠느냐, 일단 입학한 후에 천천히 찾아보겠다’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런 분을 만날 때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MBA는 정글입니다. 9월 개강과 함께 레이스가 시작되는.
초원에서 느긋하게 풀을 뜯어먹다가 갑자기 질주를 시작하는 아프리카의 물소 떼를 상상해보세요.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새벽까지 술먹고 퍼질러 놀던 외국 친구들,
‘내가 이렇게 덜떨어진 넘들이랑 경쟁하느라 MBA 준비하며 그렇게 피를 말렸단 말야?’ 어이없을 정도로 모자라 보였던 동기들이, 우다다다 갑자기 한 방향을 향해 질주하기 시직합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수업 듣고, 오후에 팀미팅 하고 reading material 읽고 숙제하고, 저녁에는 숨돌릴 틈도 없이 쏟아져들어오는 회사설명회 다니고, 목요일 저녁에는 social event 참석하고, 금요일은 뉴욕에 가서 네트워킹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쁩니다. 신기한 건, 나는 간신히 남들 하는 것만 흉내내는데, 이 ‘덜떨어져 보였던’ 다른 학생들은, 지금 자기가 뭘 해야 할지 잘 알고 빠릿빠릿 주체적으로 다닌다는 겁니다. 이게 단순히 체력이나 영어의 차이일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대체로 MBA는 엄청난 실제 비용 + 기회비용을 수반합니다. 기회비용을 차치하고라도, 직접 지출되는 expense만 생각해도 1.5억원 이상이죠 (대도시, 평균적 소비성향을 가진 싱글 기준). 그러다보니 미국 학생들은 대부분 자기의 커리어골 + why MBA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와  그에 맞춘 action plan을 어느 정도는 갖고 학교에 입학한다는 이야기지요. 이런 친구들은 우선 본인이 노리는 목표에만 focus해서, 몇 개의 회사를 추려서 그 회사들에만 공을 들이고, 그 안에서 동문들을 찾아서 금요일마다 네트워킹을 합니다. 정작 이력서를 낼 기간이 되면, 이런 친구들은 이미 자기가 원하는 회사의, 가고자 하는 팀의 구성원들은 모두 다 만나본 상태입니다. 다른 학생들이 인터뷰 기회를 받느냐 마느냐 걱정하고 있을 때, 이런 친구들은 resume 통과는 따놓은 당상이요, 실무 레벨은 이미 다 구워삶아놓은 거죠.

물론 저는 이렇게 ‘준비된’ 지원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수의 한국 지원자들이 같은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양심에 손을 얹고, MBA에 가고자 하는 이유가 다음 중 하나에 해당되시는지 생각해 보세요.
1) 지금 커리어가 뭔가 답이 안 보이는데 MBA가면 답이 있을 것 같아서
2) 지금 다니는 회사가 싫은데 그냥 비슷한 데로 이직하기는 왠지 내가 지는 것 같아서
3) 별 거 없던 대학동창이 MBA 다녀와서 잘 나가고 있어서
4) 아무래도 갔다오면 안 갔다온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확실한 목표와 확고한 의지가 없다는 점에서 다 동일한 이유입니다. 단언컨데, MBA에는 답이 없습니다. 합격이 능사가 아닙니다 – 저런 마인드로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원한 4학교중 HBS만 빼고 Wharton, Chicago, Ross 모두에서 합격통보를 받았습니다 – 문제는 합격보다 100배는 더 중요한 학교생활이 구심점을 잃고 방황할 가능성이 큽니다. 확실한 목표가 없으니(이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고, 저것도 괜찮을 것 같고), 어떤 회사의 어떤 포지션(관심이 없으니 구체적으로 잘 모릅니다)을 목표로 해야 할 지도 모르고, 네트워킹을 하긴 해야겠는데 대체 누굴 만나야 할 지도 모르는 겁니다.

‘MBA 에 가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지 않나요?’ 맞는 말입니다. MBA 를 마치고 과거에는 도무지 불가능해 보였던 career jump를 성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조금만 발품을 팔고 여기저기 알아보면, MBA가 열어주는 기회의 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대체로 알 수가 있습니다. 지금 나도 모르는 답을 MBA가 알려주지 않습니다. 막상 학교에 가서 대다수 경쟁자들은 이미 답을 찾아와서 전력질주를 하는데, 나 혼자 답을 찾겠다고 이쪽 힐끔, 저쪽 힐끔하다가는 결국 제대로 고민도 못한 채 많은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끌려가기 마련입니다. 제가 왜 IB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는지 아시겠죠 (ㅠ_ㅠ)

MBA를 고려하신다면,
나에게는 하버드가 맞을까 아니면 와튼이 더 잘 맞을까? 이런 걱정은 붙들어 두셔도 됩니다.
지난 3년간 스탠포드에 붙었다는 합격자 스펙 조사하느라 인터넷 뒤질 필요 없고요.
지금 해야 하는 가장 급한 임무는, 내가 MBA에 대체 왜 가야 하는지, 스스로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는 일입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없다면, 지금 직장에 올인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제가 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가장 후회했던 점은, 내가 지원 전에 했어야 하는 고민을 입학하고 나서 하고 있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1년에 5만불이 넘는 학비를 내는 상황에서, 이런 때늦은 고민은 실로 엄청난 대가를 요구합니다.

지원하는 과정에서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확실한 목표를 세우시고, 입학하기 전까지는 전략을 다듬고, 입학하는 순간 전력질주를 시작하세요.

Case study 공부하지 말기

나도 한때는 MBA 프로그램에서 열심히 케이스 스터디를 읽으면서 공부하는 학생이였다. 워튼 스쿨 입학 6개월만에 중퇴한 뒤로 나는 주위에 창업과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MBA를 한다고 하면 적극 말리고 있다. “MBA와 창업“에서 창업하는데 왜 MBA가 별로 도움이 안 되는지 설명했지만, 창업자가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마케팅이나 전략을 담당하는 직원들도 MBA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MBA 프로그램 2년 동안 신물나게 읽고, 공부하고, 분석하고, 리포트를 쓰는 케이스 스터디들이 이 마이너스 요소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나는 생각한다. 케이스 스터디는 남의 회사에 대한 과거와 그 회사가 과거에 직면했던 특정 문제에 대해서 fancy하고 극적인 말로 만든 사례집이다. 이런 사례들이 재미는 있고 어떤 사례들은 일반 경영 소설보다 훨씬 읽기 편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한 회사들이 과거에 직면했던 문제들과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식으로 극복했는지를 한편의 단편 소설과 같이 극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건 내 회사가 아닌 남의 회사 이야기이고 남의 성공 스토리라서 내가 실제 일할때 – 특히 스타트업이라면 – 적용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사례를 많이 읽을수록 우리는 실제 일하면서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면 창조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꾸 그 상황과 비슷한 특정 사례에 대해서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맞아. 전에 그 회사 사례에서는 이런식으로 문제점을 해결했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남이 다른 회사에서 사용했던 방법과 전략을 나의 현재 상황에 적용하려고 한다.

매일 매일 새로운 회사가 생기고, 회사들이 망하고, 상황이 변하는게 이 바닥이다. 그 어떤것도 영원하지 않고, 모두에게 맞는 정석이라는게 없는게 이 세상이다. 수 년, 심지어는 수 십년 전에 남의 회사의 – 비슷한 업종에 있는 비슷한 회사라도 직면한 외부 요인들이 과거와는 다르다 – 케이스를 굳이 현재 상황에 적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너무 많은 케이스 독서와 다른 회사들에 대한 과도한 분석은 스타트업 운영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고 생각한다. 남에 대해서 너무 많이 공부하면 그들과 똑같은 길을 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이건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도 벤처를 경험해보고, 매일매일 창업가들과 같이 일 할수록 더욱 더 확신을 갖게 된다. 남들이 하는 방법이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기존의 틀과 사고방식을 완전히 깨버리는 사람들이 이 스타트업 바닥에서 살아남고 성공할 확률이 훨씬 더 크다는 걸. 남들이 해보지 않은 나만의 방법으로 꾸준히 실험하고, 실패하고, 새로 배우고 또 실험하는 걸 지속적으로 반복하다보면 오히려 남들이 나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를 하나 만들지도 모른다. 전에 PreMoney라는 conference에서 Marc Andreessen이 MBA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2년 동안 남의 성공사례에 대해서 공부하려고 2억원 이상의 등록금을 낼 바에, 그 돈을 자기 자신한테 투자해서 뭐라도 하는게 좋습니다. 실패하더라도 미래의 성공을 위한 ‘직접적’ 배움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MBA와 창업

“MBA 학위는 창업함에 있어서 유용할까?”

나 또한 MBA 과정에 발을 담가 봤고, 내 주위에는 MBA 출신들이 엄청 많기 때문에 매우 예민한 이슈이다. 분명히 나랑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사실 MBA는 창업과는 전혀 상관없고, 오히려 창업에 방해가 되는 학위라고 나는 생각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도 MBA 과정에 발을 담가봤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MBA 프로그램 중 하나인 와튼 경영 대학원에 입학해서 첫 학기를 다녔다. 졸업도 못해놓고 다 아는 양 말하긴 민망하지만, 가장 바쁘고 힘든 첫 학기를 보낸 학생 관점에서 MBA 과정이 대략 어떤지는 안다. 와튼 스쿨의 MBA 과정에는 해마다 약 900명이 입학한다. 이 중 대략 30% 정도가 – 물론 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 졸업 후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에 취업하거나 본인이 직접 창업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왜 바로 창업하지 않고 굳이 20만 달러 가까운 혹독한 수업료를 내고, 2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MBA 학위가 필요할까?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공부를 조금 더 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난 후에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하려고요.

공자님 말씀이다. 다만, 현실성과 신빙성이 떨어진다. 나도 MBA 과정에서 경영 이론과 마케팅 전략을 공부했다. 또한,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기존 기업이 특정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신물 나도록 읽어보고 리포트를 작성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내가 창업을 해보니 MBA 과정에서 배운 어떤 이론이나 사례도 통하지 않았다. 이론은 말 그대로 실용성이 떨어지는 일반론이며,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교과서적인 모범 전략을 구사할 만한 인력도 자금도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다른 기업이 내 회사와 같은 상황이 아닌 이상, 다른 기업의 사례는 말 그대로 다른 회사의 사례일 뿐이다.

내 경험상 벤처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리고 내가 MBA 과정에서 배운 내용은 첫째, 남들보다 빠르고, 좋고, 싼 걸 추구해야 하는 벤처 창업에서는 이미 과거의 것이다. 둘째, 와튼 스쿨에서 배출한 MBA 졸업생이 지금까지 총 8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자. 이는 나뿐만 아니라 내 동문이자 잠재적 경쟁자도 다 똑같은 내용을 안다는 뜻이다.

벤처 현장은 전쟁터다.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시대로 움직이지 말고 현장에서 싸우는 자신이 직접 현장을 분석하고 전략을 짜서 즉각 행동해야 한다. 이런 기술은 책으로는 못 배운다. 오로지 몸으로 부딪히고 쓰러지고 일어나는 현장에서만 배울 수 있다.

MBA 학위가 창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창업의 꿈을 가지고 입학한 사람도 막상 졸업이 가까와지면 투자비 회수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사실 2년간 소중한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면, 수익은 둘째치고 본전 생각이 간절해진다. MBA로 월급쟁이 몇 년 하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도 있는데 창업이란 기약도 없는 투자를 한 번 더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더 현실적인 어려움은 대출 상환에 대한 압박이다. MBA 졸업생 대부분은 20만 달러 가까이 되는 MBA 과정 학비 때문에 대출을 받는다. 보통 평균 10만 달러 넘게 빚을 진다. 학자금 대출이 1억 원이 넘는데 억대 연봉을 뿌리치고 무급 창업자의 길을 밟는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가 없을 것이다. 특히 MBA 과정의 기본이 되는 cost-benefit 분석을 해보면 완전 미친 짓이다.

앞에서 언급한, 졸업 후 창업하겠다던 와튼 MBA 학생 중 몇 명이나 실제로 창업을 했을까? 내가 아는 건 4명 미만이다. 대신 MBA 학위는커녕 학사 학위도 없는 젊고 거침없는 청년이 세상을 바꿀만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한다. 하버드를 중퇴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나 졸업을 6개월 앞두고 MIT를 중퇴한 드롭박스 공동 창업자 아라쉬 퍼도우스키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고 MBA가 아주 쓸모없는 학위라고 생각하지 말자. 대기업, 컨설팅, 은행 또는 중견 벤처에 취업할 때는 아주 유용하다. 다만, 실제 창업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다. 또한, MBA 과정을 졸업하면 누릴 수 있는 큰 특혜가 있는데 바로 동문 인맥이다. 미국에도 학연이 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동문이 전화했는데 일면식이 없다고 매몰차게 전화를 끊기는 곤란하다. 그래서 일 진행이 훨씬 편하다. 대신, 좋은 동문 인맥을 만드려면 좋은 학교에서 MBA를 해야한다.

“돈이 많으면 좋지만, 평생 그 돈을 쓰지 않는 건 마치 늙어서 섹스하려고 체력을 비축하는 거와 같습니다.” 오마하의 현자 워런 버핏이 한 명언이다.

공부 더하고 경험 더 쌓고 창업하려고 MBA 과정 2년을 보내는 건 마치 40대에 섹스하려고 20~30대에 체력을 비축하는 거와 같다

아직도 창업하기 위해서 MBA를 하겠는가? ‘스타트업 바이블 2: 계명 03 – MBA 갈 돈으로 창업하라‘를 읽고 판단해 봐라.

MBA 에세이 컨설팅 서비스 – [MBA의 길]

왠만하면 이 블로그에 홍보성 포스팅은 안하는데 (아마 한번도 안한거 같다) ‘Life At Wharton’이라는 이름으로 워튼 스쿨에서의 MBA 생활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한 블로그인지라 아직도 내 블로그를 찾는 많은 분들이 MBA에 관심이 많거나, MBA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분들한테 도움이 될만한 MBA 컨설팅 서비스를 소개한다.

나랑 2007년도에 같이 입학한 워튼 스쿨 동기 박은정씨가 운영하고 있는 ‘MBA의 길’이라는 MBA 컨설팅 서비스이다 (full service이지만 에세이 전문). MBA 준비를 해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이와 같은 MBA 컨설팅을 제공하는 업체와 프리랜서들은 한국에도 엄청나게 많다. 나는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보지는 않았지만, 주위 사람들한테 듣기로는 절반 이상이 실력없는 사기꾼들이다. 박은정씨가 제공하는 컨설팅 서비스의 강점은 다음과 같다:

-워튼 MBA: 더 이상의 말이 필요하겠는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경영대학원을 실력으로 당당하게 입학해서 졸업했으니 MBA 지원과정과 MBA 어드미션 담당자들이 원하는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많은 MBA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은 top MBA 출신이 아닐 뿐더러 어떤 사람들은 MBA 학위 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서비스들은 조심해야 한다.
-영어 실력: 박은정씨는 어릴적 영국에서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들어서 영어를 배우거나,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상태에서 MBA를 졸업한 사람들과 그 실력 자체가 다르다.
-여자 MBA 컨설턴트: 우리말로 에세이를 쓰는것도 힘든데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쓰는건 훨씬 더 어렵다. 에세이를 작성할때 가장 중요한 점은 나라는 사람을 남들과 차별화하되,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솔하게 표현하는것인데 이렇게 하려면 섬세한 부분들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이런 면에서 봤을때는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훨씬 더 유리하다.
-Full dedication: 책임감이 매우 강하다. 참고로 박은정씨는 출산하고 병원에서 집으로 오자마자 고객들 에세이 작업을 했다. “저는 소문이나 부차적인 요소보다는 그 사람 본인의 열정과 개인적 고민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정직하게 열정적으로 에세이를 쓰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만나는 횟수나 투자하는 시간 같은데 제한을 전혀 두지 않고 dedicated 되어 일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사이트를 확인해보고, 필요하면 연락하도록:
MBA의 길 네이버 카페
MBA의 길 Facebook Page

박은정씨 경력:
-‘MBA의 길’ 대표
-HSBC 뉴욕 사무소 인턴
-삼일 회계 법인
-한국공인회계사
-Wharton School MBA
-연세대학교 학사
-“재학생이 직접 쓴 미국 Top MBA 가는 길” 공저